그러는 동안 어느새 비행체는 다시 자신의 머리가 나를 향하도록 하면서 머리의 바로 앞에 자주색 빛을 발하며 중심에 강한 빛이 모인 구름을 만들어 내고, 그 구름을 중심으로 수많은 빛이 모이도록 하고 있었다. 그러는 동안 구체는 거의 움직이지 않고 있었으니, 그 구름에 모이는 빛이 해방되어 그 직경이 5 메타르 정도에 이르기라도 한다면, 나는 그 구체 안에 갇힌 채, 빛에서 벗어날 수 없게 될 터였다.
  그렇다 할지라도 나 역시 가만히 있을 수만은 없다는 생각에 치유의 술법부터 다시 사용하려 하였으며, 이번에는 그 술법을 위해 사용할 수 있는 거의 모든 기운을 들였다. 가능한 빨리 회복되어 고통을 줄이고, 그러면서 가능한 한 대처를 마련하기 위함이었다. 물론 늦은 것 같다는 생각도 하고 있었지만, 달리 할 일은 없었을 것이었다.

  그러나 잠시 후, 다시 한 번 나에게 의외의 상황이 다가왔다, 빛이 어느 정도 모여 자그마한 별과 같은 형상을 이룰 즈음에 빛이 더 이상 모이지도 않고, 빛이 움직일 기세 역시 나타나지 않게 된 것이었다. 이후, 사실상 공격이 중단된 이런 상황에 대해 나는 어떻게 된 일인가에 대한 의문을 가지려 할 즈음에 나에게 하나의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하였다, 그것은 다름 아닌 이전, 수정 도시에 이르렀을 때에도 들려온 바 있던 '에레아' 의 목소리였다.


  "무슨 의도로 그렇게 말을 하는 것이지!?"
  갑자기 멈추어진 상황의 전개. 그 속에서 들려온 그의 목소리를 들으며, 나는 무언가 특별한 뜻에 의한 일이라는 판단을 내리고, 바로 그에게 물음을 건네었으나, 에레아의 목소리는 이에 바로 이야기를 할 것에 대해 처음부터 밝힐 수 있지 않겠느냐고 되묻고서, 우선은 내가 하는 모든 이야기를 잘 들은 다음에 그 진의를 파악하는 일을 하든 말든 하라는 말을 건네었다. 그리고 잠시 후, 에레아의 목소리로부터 그가 나에게 전하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지 알리는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하였다.


  그 제안이 의도하는 바가 무엇인지는 바로 알 수 있었다, 그렇게 나에게 원하는 바를 이룩하게 해 주겠다는 명분을 제시하면서 그 선불 대가로서 나에게 있어서 가장 소중하다고 말할 수 있는 존재를 내어주도록 하는 것이었다. 예컨대, '생명' 과 같은 것을 내놓으라 하는 것이었다. 이렇게 제안을 하는 모습을 보니, 그는 분명 자신의 목숨을 내놓으라는 제안을 할 가능성이 커 보였다.
  그렇다고 해서, 당시, 나에게 있어서 적이었던 그가 나의 목숨을 받았다고 해서, 내가 제시한 소원을 이룩하리라는 장담은 결코 할 수 없었다, 대가로서 나는 죽음에 이르렀으며, 죽은 이의 뜻이 그에게 잘 전달될 수는 없었기에, 이런 나의 소원을 아무렇지 않게 파기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런 사실들을 알고 있는데, 속이 보일 법한 이런 제안을 바로 받아들여 줄 수 있을까. 당연히 나에게 있어서 받아들여질 리가 없는 일이었다. 물론 제안을 거절할 시에는 어떤 일이 다가올 지는 모를 일이었으나, 두렵지는 않았다, 에레아가 나에게 '형식적으로나마' 협상을 원하는 이상, 당장에 나를 죽이려 하지는 않으리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하였기에, 나는 곧바로 그 제안에 대한 거부의 뜻을 바로 드러내려 하였다, 진심이 없는 제안에 나의 목숨을 내 줄 수는 없다고 말하는 것으로써.
  "이런 제안은 분명 내막을 알 수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받아들이지 않겠지. 차라리, 이용하다가 죽이겠다고 선언하는 편이 낫지 않겠어?"
  "그런가." 그러자 그 목소리에 바로 반응하는 에레아의 목소리. 하지만 이런 나의 반응에도 그의 목소리에 큰 변화가 일어나거나 하지는 않았으며, 그러면서 다시 한 번 나의 심기를 흔들 수 있는 말을 드러내고 있었다.
  "혹시 이 바르카디아 요새에 누가 붙잡혀 있는지는 알고 있겠지?"
  그에 대해서는 이미 크세비아를 통해 이야기를 들은 바 있었다, 바르코스 군에 의한 급습이 있었고, 그로 인해 도로시아가 납치되어 바르카디아 요새에 있다는 이야기. 하지만 그 도로시아가 어떤 상태에 놓여 있는지에 대해서는 어떤 이야기도 들려오지 않아, 그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으로 남고 있는 상태였다. 이런 그를 언급하면서 에레아는 도로시아의 운명을 자신이 쥐고 있음을 이용해, 나를 움직이려 할 모양이었다. 즉, 내가 어떻게 하지 않으려 하면 도로시아에게 두 공주가 겪었을 일이 그대로 자행될 수 있음을 이용한 위협을 가하려 하였던 것이었다.
  "네가 나의 뜻을 따라준다면, 이 위협이 사라짐은 물론이요, 그 여자의 목숨도 보장해 줄 수 있다. 하지만 네가 모든 것을 거절하는 순간, 그 여자뿐만이 아니라 너의 목숨 역시 내가 거두마!"
  하지만 그렇다고 적의 뜻에 순순히 넘어갈 수는 없는 일. 하지만 이런 그의 외침에 나는 그저 침묵을 일관하는 것으로서 대응하였다, 의사를 전하는 순간, 그가 바로 행동을 개시할 것임이 틀림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레반테아를 이용해 통신을 시작, 인근에 위치한 이에게 연락을 취해, 그 연락을 통해 나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 오기를 바라고 있었다.
  "대답을 하지 않겠다는 것인가. 그렇다면 나에게는 달리 방법이 없을 것 같군, 나의 제안을 거절하는 것으로 단정을 내리고, 그 대가의 지불을 즉석에서 시행하도록 하겠다!"
  이후, 자신의 제안에 거절한 것에 대한 불쾌한 감정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에레아의 목소리. 이어서 아론다이트의 핵에 해당되는 비행체 앞의 빛이 다시 모이기 시작하는 동안, 노기를 품으며, 제안을 거절한 것에 대한 대가를 치르도록 하겠다는 화답이 귓가에 들려오도록 하였다. 이후, 제안을 거절하자마자 빛이 모이는 광경을 다시 보게 된 나에게 들려오는 비웃음을 그대로 드러내는 에레아의 목소리.
  "그대도 참 딱하구나, 얌전히 내 뜻을 들어주었더라면 세니티아 그리고 야스모르의 한 구석에서 희생된 이에 대한 슬픔의 목소리가 들려오지 않았을 것을! 특히, 도로시아는 유일하게 살아남았을 꽃의 요정인 크세비아에게 있어서 마지막 남은 정신적 지주에 해당될 만한 이였다, 이런 그일진대, 너의 어리석음으로 인해 그 목숨을 빼앗기게 생겼으니, 앞으로 크세비아는 무엇을 의지하며, 꽃의 나라를 부활시켜야 한단 말인가!"
  "사실은 그것이 네가 바라는 요정의 미래이겠지, 에레아."
  다시 한 번 절체절명의 상황에 놓이면서 나 역시 마음에 독을 품을 각오를 하며, 화답을 하는데, 그 때, 갑자기 왼편 먼 곳에서 한 어린 아이의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하였다. 도로시아에 대해 에레아는 필시 잘못 생각하고 있다고 외치는 그 목소리의 근원은 분명 크세비아였다.
  "당신께서는 도로시아 님께서 죽음에 의한 공포로 괴로워하시고 계시리라 믿고 계시겠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아요. 그 모습을 보시며, 당신께서는 그 분께서 연약해 보인다고 멋대로 단정짓고 계실 따름이에요!"
  그 목소리를 듣자마자 고개를 돌려 왼편을 향하니, 어느새 크세비아는 구체에 갇힌 나의 좌측 근처에 이르고 있으면서 빛을 모으는 비행체를 바라보는 채, 에레아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을 향해 외치고 있었다.
  "달리 말을 하지 않았지만, 도로시아 님께서는 누구보다도 강한 마음씨를 가지셨던 시아란 공주님의 벗이셨던 분이세요. 그 분의 자매는 아니었지만, 아니스 님 그리고 공주님과 함께 하면서 그 분들로부터 그 의지의 강함을 이어받으셨어요! 그 은혜를 저버리지 않기 위해서라도, 그 분께서는 당신의 뜻대로 휘둘리지 만은 않으실 거예요!"
  "호오, 그저 사랑스럽기만 한 요정인 줄 알았더니, 그 입에서 저런 재미있는 말도 나오는구나."
  이에 그런 그에 대한 비아냥을 드러내는 듯이 에레아의 목소리가 울려 퍼지더니, 그에 이어 재미난 생각이 하나 떠올랐음을 밝히며, 나를 부르더니, 나에게 그 생각대로 바로 행동해 보겠음을 알린 다음에 앞으로 일어날 일을 그저 얌전히 지켜보기만 하고 있으라는 말을 건네었다.
  그러더니, 잠시 시간이 지날 무렵, 나를 둘러싸고 있던 빛이 사라지더니, 그에 이어 하늘색 무늬가 자주색 바탕에 그려진 형태를 이루며 빛을 발하는 구체가 크세비아를 감싸면서 나타나기 시작하고, 이어서 비행체가 크세비아를 향한 채, 빛을 모으기 시작하면서 사실상 나는 지금껏 겪어와 나의 생명을 진짜로 위협하고 있던 상황 속에서 완전히 벗어나게 되었다. 그리고 이러한 나를 대신하여 크세비아가 언제 생명이 끝날지 모르는 위험 속에 위치한 상태에 이르면서 그와 동시에 비행체가 하늘색 빛을 발하는 구체에 감싸인 모습을 보였다. 이어질 수 있는 나의 반격을 차단하기 위해 에레아가 마련해 놓은 장치인 듯해 보였다.
  "자아, 가만히 지켜보고 있거라, 유네아. 도로시아와 함께 야스모르의 몇 남지 않은 희망을 멸하는 거다. 네 여행의 목적이 이 요정과 여자가 이 행성의 표면을 다시 밟는 것이었을 터이다, 그러나 그렇게 너에게 중요한 존재였던 이들이 이 자리에서 사라지게 된다. 네 여행의 목적이 사라지는 것이지."
  그리고 그에 이어지는 말로써 여행의 의의가 사라졌는데, 어찌 여행을 이어갈 수 있겠느냐고 물은 다음에, 허튼 수작은 결코 부릴 수 없음을 알리고서, 그 방호막은 자신의 마력을 담은 빛의 방패로서 그 방패는 자연의 힘을 무기로 삼는 나에게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말이 이어서 나의 귓가에 들려왔다. 그리고 크세비아가 보라색 방호막에 갇힌 채, 두 팔이 강제로 어깨 높이로 올라가, 십자가 모양을 이루도록 속박되고, 그 바로 앞으로 빛이 점차 커지는 동안 목소리가 이어 들려오고 있었다.


  이후, 보라색 빛을 발하며 크세비아를 가두어 놓은 구체의 중심에서부터 갑자기 전기의 기운이 마치 보라색 빛을 발하며 사방으로 퍼지는 나뭇가지와 같은 모습을 보이며 구체 안쪽에서 확산되어 가는 모습을 보이고, 그와 더불어 전기의 기운에 의한 고통을 받는 크세비아의 목소리가 나의 귓가에 울려 퍼지기 시작하였다.
  빛의 발현이 이루어지기 전에 전기의 기운으로 최대한의 고통을 가하려는 심산에 의할 법한 현상. 그 현상을 보면서 나는 혹시나 하는 생각에 레반테아가 파란빛 곡선을 그리며 빛을 발하는 구체에 감싸여 있는 아론다이트의 표면으로 나아가도록 하였으나, 그 빛들은 그 '빛의 방패' 에 박히기만 할 뿐, 그 표면은 아무렇지도 않았다. 그 때, 다시 한 번 들려오는 나를 비웃는 목소리.


  "언제까지 놀이에 열중하고 있을 건가. 이제 놀이는 끝을 낼 때가 되었다, 에레아!"
  그와 함께 아론다이트의 핵을 지원하기 위해 다가왔을 최대 길이가 내 키의 2 배 정도에 이르는 배들을 향해 연두색 빛을 발하는 길다란 화살-얼핏 보면 짤막한 창처럼 보였다-이 연두색 빛을 발하는 회오리에 휘감긴 채, 날아와 곧바로 그 배의 선수 부분을 관통, 그와 함께 선수 부분에서부터 표면을 뚫으며 이어지는 폭발이 순식간에 선미 부분까지 이어져, 화구의 무리가 배를 가로질러 세로 방향으로 쪼개면서 쪼개진 부분들이 불길에 휩싸인 채, 산산조각이 나는 광경이 나타나고 있었다.
  "역시 그 자였군, 시아란 공주의 벗들 중 하나였던 자. 네가 어쩐지 보이지 않는다 하였다."
  그리고 이전 때처럼 초록색을 띠는 소매 없는 상의와 다리를 거의 드러내는 스커트 그리고 하얀 허리띠 및 망토와 초록빛 모자로 이루어진 옷차림을 한 채, 손에 연두색 활을 들고 있으면서 나의 바로 뒤에 자리잡고 있었다. 이러한 그의 모습은 이전과 크게 다르지 않았으나, 망토에 검이 매어져 있다는 점이 이전에 모습을 드러낸 적이 있는 아니스의 모습과는 달랐다.
  날 부분이 유난히 하얗게 빛을 발하던 그 검, 그 모습을 보면서 나는 그것이 무엇인지를 곧바로 알아차릴 수 있었으니, 이전에 라이마에게 건네었던 '성장하는 검' 이 바로 그것이었다. 이후, 그는 나의 우측 먼 곳으로 다가오더니, 왼손에 들고 있던 자신의 활을 왼쪽 어깨에 걸고, 이어서 검을 오른손으로 쥐는 모습을 보였다.
  "유네아 씨, 오랜만이에요, 마리아라는 분께서 유네아 씨께서 목숨이 위험해지고 있다는 제보를 해 주셨고, 그 확인차 이 곳으로 오게 되었지요. 비행기에 타 계시면서 관찰하시다가 유네아 씨께서 공격에 당하시는 모습을 줄곧 지켜보고 계셨던 모양이에요."
  그 목소리를 들으며, 나는 마리아 에르세레즈 역시 성계에 이르렀음을 바로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다가 우연히 나를 발견하면서 아니스에게 도움을 요청했다고 볼 수 있다. 이런 생각을 하면서 나는 마리아 에르세레즈가 무슨 의도로 나에게 접근 해, 도움을 주려 하였는지에 대한 의문을 품었지만 그에 대해서는 다급한 당장에는 물을 수 없으며, 나중에 언제라도 알아낼 기회라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당분간은 언급하지 않으려 하였다.

  "다행히도 그 조짐은 없지만 그 대신......"
  그 이후, 주변을 둘러보다가 크세비아가 갇힌 구체의 모습으로 잠시 시선을 향하는 아니스. 그리고 어떤 상황인지는 알겠다는 말에 이어, 구체에 갇힌 크세비아에 관한 언급을 하기 시작하였다.
  "자그마한 꽃의 나라에 살던 아이라지만, 저 아이는 친구들을 하나씩 잃어가고, 꽃의 나라가 망가져 가면서 그로 인해 괴로워하던 도로시아에게 있어서는 마음의 등불과 같은 아이였어요, 만약 저 아이가 이번 일로 인해 죽게 된다면, 그는 정말 어디로도 나아갈 수 없는 처지에 이를 수도 있는 만큼, 그 아이의 존재는 앞으로 그가 헤쳐 나아갈 일을 위해서라도 필요하다고 말할 수 있겠지요."
  그리고 비행체를 감싸는 방호막은 이제 자신의 화살로도 어떻게든 해결을 볼 수 있겠지만, 크세비아를 가두는 구체나, 그 구체를 향해 빛을 뿜어낼 기운만큼은 에레아가 직접 만들어 낸 것인 만큼, 여느 무기로도 쉽게 돌파되지 않는다는 언급을 이어서 하며, 그와 동시에 검을 쥔 손을 오른쪽으로 움직이면서, 그와 동시에 조금씩 높이 드는 자세를 취하기 시작하였다. 이런 그의 모습을 보며, 한 가지 짐작할 수 있는 것이 있었다, 그가 검을 던지는 것으로서, 내가 그 검을 받도록 하리라는 것이었다.
  '검이 이 곳으로 날아오겠네, 준비를 하자!'
  그러면서 검을 받을 준비를 하는 나. 그리고 잠시 후, 그는 나에게 자신이 라이마로부터 받은 그 검이라면 방호막을 돌파할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는 언급을 하고서, 그에 이어, 그 검은 에레아가 직접 만들어 낸 것으로서, 자신의 역장 역시 깨뜨릴 수 있는 힘을 가지기 때문일 것이라고 그 검에 대한 추측의 말을 바로 드러내려 하고 있었다.
  그와 함께 원을 그리면서 날아오는 검, 그 검을 보자마자 자루가 나의 바로 앞에 있을 때를 노리다가, 5 바퀴 정도 회전하면서 나의 근처로 검이 날아오면서, 그 자루가 나의 근처에 이르고 있음을 확인하자마자 바로 검을 높이 들어, 오른손으로 잡았다, 다행히도 상처는 없었다.
  "그리고 이제, 곧바로 그 검으로 크세비아가 가두어진 그 막을 내리치세요! 지금 상태의 검이라면 분명 막을 깨뜨릴 수 있을 거예요."
  이런 그의 목소리를 들으며 나는 아니스가 나에게 언급을 한 대로, 정말 그 검이 장막을 깨뜨릴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의심을 하였고, 그러면서 크세비아가 위치한 곳 근처로 나아가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그래도 괜찮은 지에 대한 의문을 드러내려 하였다. 그러자 곧바로 그 답으로서 자신이 한 말을 믿으라고 말하면서 현재 그 막을 깨뜨릴 수 있는 가능성이라도 있는 수단은 그 검밖에 없음을 강조하려 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렇다 해도, 이제 믿을 수 있는 수단은 이것 외에는 없어요. 그래서 크세비아를 구출하려 하는 유네아 씨께 이 물건을 건네 드린 거예요."
  이렇게 된 이상, 그 검을 이용해 뭐라도 해 볼 수밖에는 없었다. 이런 판단을 내리면서 나는 곧바로 검을 오른손으로 잡은 채, 보라색 장막의 바로 앞에 머무르려 하였다. 그러는 동안 검의 모습은 이전에 비해 확실히, 어느 정도 달라져 있었으니, 이전에는 보이지 않던 어둠을 비출 정도의 새하얀 빛이 검의 몸체를 마치 빛으로 이루어진 검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완연히 감싸고 있는 모습이 나의 눈앞에 나타나고 있었다.
  '그래, 확실히 이전에 비해 달라지기는 했어. 그 동안 라이마 양께서 이 검을 가지고 여러 병기들을 파괴시키며, 앞길을 돌파해 나아갔을 것임에는 틀림없어 보여.'
  이후, 나는 검에 대해 그렇게 혼잣말을 하고서, 일단은 해 보겠다, 라는 생각 하에 곧바로 검을 두 손으로 조심스럽게 잡았다. 그리고 긴장으로 마음을 조이는 채, 크세비아의 바로 앞에 머무르고 있으면서 보라색 빛을 발하는 장막을 바라보며 검의 자루를 쥐고 있던 두 손에 힘을 강하게 주었다. 최대한 많은 힘을 검에 실어 내리칠 때, 칼날에 실린 그 힘이 막을 강타하도록 하기 위한 일이었다.
  '할 수 있을까.' 이 와중에도 나는 내가 그 일을 해낼 수 있을 것임에 대한 확신을 완전히 세우지 못한 채, 주저하는 마음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일린 그리고 라이마가 검을 소지하고 있으면서 어떻게 그 검을 다루고 적들을 물리쳐 왔는지에 대해서는 알 수 없었으나, 검을 가지고 적들을 물리쳐 가며, 그 경험을 통해 검이 성장하도록 하였어도, 그 성장한 힘이 자연이 근원인 기운마저 차단해 버린 에레아의 마력을 정말로 깰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서는 장담을 하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 물건이 어떻게 네 손에 들어왔는지에 대해서는 이미 알고 있었다. 바르카디아의 가장 중요한 시설 내에 있던 그 물건을 빌려간다는 명분 하에 가져가서는 감히 너 같은 자의 손에 쥐어지게 한 일. 그 자라면 언젠가 그 일을 통해 나를 위해야 할 물건이 너를 위한 물건이 되게 만들고도 남았겠지."
  그 무렵, 구체의 앞에 이른 나에게 들려오는 에레아의 목소리. 그리고 잠시 후, 나에게서 나 그리고 내가 쥐고 있는 그 검에 대해 딱하다고 말하고 싶은 듯한 목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허나, 이를 어찌하면 좋단 말인가, 그 검이 진정한 능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성장이 필요한 법. 하지만 그대들의 의지만으로는 그 검의 완전한 성장은 결코 이루어질 수 없다, 그리고 성장을 이루지 못해 제 힘을 내지 못하는 검인 이상, 그 날은 결코 장막을 파괴할 수 없어."
  나의 의심을 찌르는 듯한 파괴할 수 없다고 말하는 목소리. 그러면서 얌전히 포기하고, 검을 돌려준다면 목숨만큼은 보장해 줄 수 있음을 알리고, 이어서 겨우 살아난 자신을 그렇게 다시 버리고 싶냐고 묻는 위협적인 목소리가 나의 귀를 때렸다. 그러는 동안 비행체를 지나치려 하면서 비행을 하는 커다란 판에 올라탄 갑주형 병기들이 각자 손에 총기를 든 채, 나를 향해 돌격해 오고 있었다. 그 때마다 아니스가 활을 쏘아, 그 화살이 머리 그리고 가슴을 맞혀, 그에 이어지는 폭발로 병기들이 하나, 둘씩 쓰러지도록 하였다.
  "이 쪽은 제게 맡기세요, 제가 최대한 다가오는 모든 이들을 격추시켜 놓을 테니까요!"
  그렇게 자신이 다가오는 이들을 맡겠음을 알리는 아니스. 그 때, 에레아의 목소리가 다시 울려 퍼지며, 이런 아니스의 노력에 대해 비웃고 있었다.
  "가소롭구나, 이렇게 노력한다 할 지라도, 저 아이가 나의 힘을 깨지 못할 것임은 변함이 없을진대."
  나 역시 비슷한 생각을 갖고 있었다지만, 이런 비웃음과 저주를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목소리를 잇달아 들으면서, 결국 나도 이로 인한 분기가 결국 참을성의 한계를 넘으면서, 그로 인해 마음이 상했고, 그와 더불어 오기가 발동되어 어떻게든 그 막을 깨뜨리겠다고 결심을 하게 되었다. 그러면서 두 팔을 높이 들고, 이어서 검을 잡고 있던 두 손이 나의 머리 뒤에 오도록 두 팔을 움직이면서 등을 최대한 굽혔다. 최대한 많은 힘이 검의 날에 모여, 내리치는 힘이 검의 날과 함께 막에 가해지도록 하기 위한 일이었다.
  "정말로 하겠다는 건가. 그래, 좋아. 그 뒷 책임을 질 각오만큼은 확실하겠지?"
  "물론이다, 그 비웃음이 더 이상 의미가 없도록 해 주마!"
  그 말에 화답을 하는 것과 동시에 세차게 두 팔을 움직여, 그와 동시에 칼날이 면에 접촉하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정신을 차려 두 눈을 뜨면서 나의 눈앞으로 검의 몸체를 감싸는 세찬 빛이 그대로 보라색 빛으로 이루어진 면에 부딪치면서, 그와 동시에 빛으로 이루어진 그 구면이 마치 뭉툭한 칼이 부딪치면서 그로 인해 찢겨지려 하는 천의 모습처럼 변형해 나아가고 있었다.
  그 칼날의 변화는 갑작스레 일어난 것이었으며, 빛으로 이루어진 면에 칼날에 닿자마자 나타난 것이어서, 나의 눈에도 갑자기 일어난 것처럼 보였으며, 그 모습이 마치 칼날과 빛이 서로 맞닿는 것에 의한 반응을 일으키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면서 검에서부터 발생하기 시작한 빛이 주변 일대로 확산되어 나아가는 동안, 빛으로 이루어진 면을 칼날이 점차 파고들어 마침내 구면을 이루는 천을 찢어내듯이, 칼날이 그 안으로 파고드는 현상이 일어났으니, 이 모든 것이 1 분도 지나지 않은 시간의 변화 속에서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었다.
  주변 일대로 빛이 확산되면서 유리가 깨어지는 특유의 날카로운 소리가 들려오고, 그 소리에 맞추어 빛으로 이루어진 구면이 유리가 깨어져 산산조각이라도 나는 것처럼 주변 일대로 흩어지는 광경이 나의 눈앞으로 다가오고, 그에 이어 깨어진 유리 조각이 작은 빛들의 무리로 변해 흩어지면서 빛에 속박되어 있던 크세비아 역시 다시 자유로운 상태에 놓이게 되었다.

  그러는 동안 나는 그저 놀라는 표정을 짓는 채, 달리 말을 잇지 못하고 있었다, 깨뜨리겠다고 목소리 높여 외치기도 하였고, 일격에 장막이 깨어지기를 바라기도 했지만, 이렇게 갑자기 검의 모습이 변형되면서 가해진 큰 충격에 의해 크세비아를 가두고 있던 구형 막이 유리가 깨어지는 소리와 함께 산산조각이 날 것이리라는 예상은 전혀 하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역시 효과가 있었네요, 정말 검이 성장을 이룩했던 것일까."
  그 무렵, 에레아의 목소리 역시 근원인 에레아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는지, 바로 당황하는 심정이 그대로 표출되는 의사 표현을 하고 있었다.
  "놀랄 일이었다, 너희들에게 그 검을 성장시킬 수 있는 수단은 아무것도 없으리라 생각했는데."
  그 때, 화살들이 잇달아 날아오기 시작, 비행체를 감싸는 빛에 박히면서 폭발, 그 현상이 5 차례 이어지면서 결국 그 빛 역시 유리가 깨어지는 듯한 모습을 보이면서 깨어지고 있었다. 그러자 곧바로 나를 부르고서, 내어 비행체를 향해 다가가, 그 중앙에 칼날을 박으라 외치는 아니스.
  "유네아 씨! 지금이에요, 어서 비행체의 중심에 칼날을 찔러 넣으세요, 서둘러요!!!"
  이에 나는 답을 하는 대신에 곧바로 비행체를 향해 돌진, 장막에 감싸인 채, 가만히 있다가, 아직 공격 태세를 제대로 갖추지 못하고 있던 그 비행체의 바로 근처에 이르고, 이어서 그 윗면의 중심을 향해 검을 든 채, 날아 내려가려 하였다. 그러다가 문득 검의 모습을 바라보니, 검의 날은 이전 때의 강한 빛에 감싸여 있는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이는 것이 그 기질을 성장을 통해 습득을 행한 모양이었다.
  "뭐지? 방금 전의 것은......?" 그러는 동안 갑자기 장막이 깨어진 것에 대해 크세비아 역시 당황했는지 어리둥절해 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이런 그를 보면서 나는 바로 인사말을 전하고 싶었지만 서둘러 비행체를 향해 다가가야 했던지라 그를 위해 주어진 시간은 사실상 거의 없는 것이나 다를 바 없었다, 그리하여 당황하는 그를 제쳐두고 곧바로 아직 당황하고 있을 법한 그 비행체로 접근, 이어서 그 비행체의 위쪽 표면 근처에 올라타서는 곧바로 두 무릎을 그 바닥 위에 올려놓고서 검을 두 손으로 거꾸로 잡았다. 그대로 두 손으로 쥐고 있는 검으로써 비행체의 중심부를 궤뚫기 위한 일이었다.
  물론 단순한 검으로 그 비행체의 중심을 파고들게 하는 일이 간단히 이루어질 수 있을 리는 없었겠지만 이전의 절대적인 내구력을 가지다시피한 구형 장막이 검의 날에 의해 깨어졌다면 그 장갑판 역시 궤뚫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예감이 나의 마음 속에 자리잡고 있었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검을 높이 들었다가 곧바로 이전에 비해 5 배 정도는 더욱 빠르게 검을 움직여, 그 검의 끝이 비행체의 중심에 격돌하는 순간,
  그 순간이 오자마자 빛을 품은 검의 날이 그대로 장갑판을 궤뚫고 이어서 그 빛의 기운이 칼날에서부터 마치 주입이 되는 듯이 비행체의 내부로 파고드는 듯한 모습을 보이면서 그와 동시에 비행체가 마치 하얗게 달아오르는 듯한 모습을 보이기 시작하였다. 빛을 발하는 검의 기운이 파고들면서 비행체의 장갑판 그 내부에 영향을 주고 있으나, 장갑판이 그로 인해 생성된 것을 막고 있어 그로 인해 달아오르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이후, 갑자기 일어난 한 차례의 폭음과 그와 동시에 발생한 충격, 그 충격에 의해 비행체 전체가 급격히 흔들리는 모습을 가까이에서 보자마자 곧바로 그 비행체에서 이탈, 그리고 아니스에게 안긴 채, 멀찌감치 비행체의 뒤로 물러나 있던 크세비아의 바로 우측에 이를 때까지 뒤로 움직이려 하였다.

  이후, 비행체는 주변 일대로 하얗게 빛을 발하는 충격파를 일시에 방출하기를 반복하더니, 그 장갑판을 뚫고 열기와 빛이 주변 일대로 발산되다가 마침내, 새하얀 불꽃이 수많은 원형을 그리는 충격파와 함께 주변 일대로 발산하는 광경이 비행체의 형상이 없어지면서 그 대신, 모습을 드러내어, 보랏빛을 띠는 암울한 하늘의 한 곳을 하얗게 물들이고 있었다, 어디에선가 묘사되었던 별이 폭발할 때의 굉음을 연상케 할 그 굉음과 함께.
  그리고 충격파와 불꽃이 사라질 무렵, 나의 눈앞으로는 하얀 불꽃으로 이루어진 무늬가 그려진 것 같은 모습이 보라색 하늘의 한 곳에 나타나고 있었다, 바르코스의 가장 강력한 수호자의 검들 중 하나였을지도 모르는 아론다이트는 그렇게 하얀 불꽃과 함께 부러져, 사라져 갔다.


다음 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