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하나의 개체가 소멸한 이후, 한 무리의 전체적으로 삼각형의 모양새를 이룰 것처럼 생긴 비행체들이 벌집 대형을 이루다가 동시에 나를 덮치려 하는 듯이 날아오자, 내가 곧바로 이들을 레반테아에서부터 날아가는 파랗게 빛을 발하는 칼날의 형상으로 격추시키며, 그 너머로 나아가려 하였다. 그러는 동안 나의 바로 아래에 보인 것은.......

바르카디아 요새 - 중앙 광장
  요새라 하더라도, 왕궁을 위시한 수많은 건축물들이 자리잡은 곳인 만큼, 바르카디아는 어느 정도 도시로서의 기능을 수행하는 면모를 항시 보여왔다. 물론 도시의 진정한 특성인 사람과 사람이 모인다는 요소는 바랄 수 없었겠지만 그런 기능을 수행하는 '외면' 이나마 모사하기 위해, 바르코스는 바르카디아 요새 표면에 거대한 규모의 도시 구역을 만들고 있었다.
  도시는 하나 뿐이었으나, 바르카디아 요새의 표면 자체가 워낙 넓다 보니, 도시의 규모는 그 넓이만 하더라도 대도시 하나에 주변 도시 5 개를 병합한 수준이었던 데다가, 그 모든 구역이 건물로 가득하니, 실상 규모는 이런 도시들의 모임보다 당연히 더욱 컸다. 만약 그 도시에 사람이 살고 있었다면, 그 규모는 어떠하였을까. 중심 도시에 2 천만, 그리고 주변 도시에 500 만 명씩 살고 있다면 대략 4500 만, 최고로 생각할 경우에는 5 천 만에 이를 것이다. 어지간한 작은 나라 2 ~ 4 개 급의 인구가 그 곳에 거주하고 있었으리라.
  하지만 그 곳은 엄연히 따지자면, 도시를 모사한 곳이지, 도시가 아니었으니, 그런 곳에 인구가 있을 리 없었고, 당연히, 본래는 도시의 경제를 움직이기 위해 있어야 할 건축물들 역시 포대를 비롯한 병기들이 머무르는 시설 혹은 바르코스 군, 그리고 이들의 배후 세력이라 할 수 있는 구 엘리시온의 '장식품' 에 불과했다. 어쩌면, 이런 이유로 인해 일린, 라이마 등이 도시를 맹렬히 폭격하는 데에 거침이 없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 중에서도 일린, 라이마가 맡고 있었을 좌측의 파괴가 더욱 심해, 파란색, 하늘색을 띠는 빛과 불꽃들이 잇달아 건물을 향해 날아오는 광경을 흔히 말하는 '불바다' 에 휩싸인 것처럼 보이는 곳이 마주보는 듯한 광경까지 보였다. 그러나 예즈라, 루마가 맡고 있었을 곳은 파괴만 적당히 이루어지고 있으면서 거리가 폐허가 된 것 같은 모습을 보이기만 할 따름이었다. 샤리에나가 동행하던 일린, 라이마에게 가급적이면 많은 양의 파괴를 지시했던 것이 그 이유였을까, 모를 일이다.

  도시는 그야말로 전형적인 '대도시' 의 모습을 모사하고 있었으며, 당연히 한 가운데 즈음에 이르렀을 무렵에는 중앙 광장으로 추정되는 곳의 모습도 나타나고 있었으나, 이미 폭격이 계속 이어지고 있는 상황 하에서 주변 일대는 불길에 휩싸여, 하늘색과 자주색이 주가 되던 도시의 여러 광경이 어느덧 붉은 빛으로 물들어 가고 있었으며, 곳곳마다 무너지는 탑과 불길에 휩싸인 구조물들의 모습이 보였다.
  바르카디아 요새의 표면을 장식하는 도시, 그 도시의 여러 방향으로 이어지고 있는 길목은 네 개의 큰 길로 모였으며, 각각의 큰 길은 십자 형태로 광장에 모이고 있었다. 네 개의 길은 각자 십자 대형을 이루는 작은 광장에 이르러, 방사상을 이루는 여러 길목과 이어지는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모든 길들이 모이고, 주변 일대로 방사되는 중앙 광장에는 하나의 거대한 구조물이 자리잡고 있었다.
  전형적인 대도시라면 그 곳에 도시를 상징할만한 건축물이나 거대한 분수대 혹은 고궁이 자리잡고 있을 터였으나, 정작 그 곳에는 내가 예상하지 못한 구조물 하나가 자리잡고 있었다. 아니, 그 물건은 어쩌면 내가 예상할 수 있었을 법한 그런 물건이었다.
  "유네아 양, 저 아래를 봐요!"
  중앙 광장에 이를 무렵, 나를 부르는 샤리에나의 목소리. 그 목소리를 들으며, 나는 그 아래에 무엇이 자리잡고 있는지를 바로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잠시 후, 나는 구조물이 세워져 있을 법한 곳에 기계로 만들어졌을 거대한 꽃 송이 하나가 피어나 있는 광경을 보게 되었다.
  그 꽃은 모양새 자체는 이전까지 보았던 꽃송이 등의 모습을 통해 추측이 가능했던 꽃의 모습, 그리고 이전까지 보았던 그 꽃들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았으나, 외견의 색만큼은 이전에 보았던 꽃들의 모습과 큰 차이가 있었으니, 하늘색 그리고 자주색을 띠는 빛을 발하는 부분이 무늬를 그리는 듯이 위치하고 있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었다는 것이었다. 그 무늬들이 빛을 발하고 있으면서 꽃의 모습을 꾸미는 역할을 행하고 있었다. 그러는 동안 암술의 꼭대기에 해당되는 길다란 탑의 꼭대기에 위치한 구체는 중심에서 끊임없이 돌고 있는 하늘색 불꽃에서부터 하늘색 빛을 발하며, 그 빛이 주변의 어둠을 비추도록 하였다.
  이런 그것의 하늘색 그리고 자주색 무늬를 그리는 모습은 도시를 구성하고 있는 구조물들의 주요한 색깔을 상징하고 있는 듯한 면모를 드러내고 있었다.
  하나의 작은 지역 크기 만한 광장, 그 반 이상을 메우고 있을 정도로 거대한 꽃으로서, 주변 일대를 환하게 비추고 있었지만, 그 형상 자체는 어떠한 공격적 행동도 취하지 않고 있었다, 무언가 일을 행할 수 있는 꽃이었지만, 그러한 행동을 할 필요가 없기에 도시에 위치하고 있기만 하고 있었던 것일까.
  "아무런 공격적 행동도 취하지 않네요."
  그렇게 꽃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을 무렵, 나의 좌측에 위치하고 있으면서 고개를 돌려, 하나의 물음을 건네는 샤리에나. 그 무렵, 나의 곁에 머무르며, 나와 함께 비행을 이어가고 있었을 크세비아가 다시 나의 왼편, 그 곁으로 날아오더니, 나에게 바로 물음을 건네려 하였다.
  "하지만 사실은 무언가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는 것 아니에요?"
  "그렇다고 해도, 당장에 파괴에 나설 필요까지는......."
  당시, 나는 신전의 입구로 돌입하는 일에 신경을 기울이고 있었고, 더욱이 그 꽃을 건드려, 불필요한 위험한 상황을 만들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그 구조물이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라고 말을 건넨 크세비아가 그 꽃에 대해 무언가 알아차린 바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판단을 내리기도 하였으나, 앞길을 나아가는 일에 신경을 쓰고 있던 그 상황 속에서 처음부터 그에 대해 깊이 생각하지는 못하고 있었다.
  그렇게, 위협을 당장에 가하지 않고 있던 그 꽃을 지나치려 하면서 비행을 이어가는 동안, 먼 앞에서는 도시의 중심 구역이라 칭할 수 있을만한 신전의 대각선 인근에 위치한 탑들 중 일행과 비교적 가까운 두 곳으로 하늘색 빛으로 이루어진 선과 칼날들이 잇달아 날아오며, 탑의 가장 높은 부분에 부딪치며, 폭발, 그러면서 하늘색 빛을 발하는 꽃들을 피우고 있었다.
  폭격에 나서는 이는 일린, 라이마로서 우선 일린이 하늘색 불꽃들로 하여금 기나긴 곡선을 그려, 그 곡선들이 건물에 부딪치도록 하는 방식으로 공세를 펼치고 있었다, 일전에 본 하늘색 불꽃은 그로 인해 생성된 것이었다고 봐도 무방했다. 하지만 이런 공세 속에서도 아직 탑은 견딜 수 있었는지, 그저 묵묵히 자신에게 날아오는 물체들에 의한 타격을 견디고 있기만 하고 있었으며, 그러는 동안 탑의 형체 변화, 그 조짐은 거의 나타나지 않고 있었다.
  그러는 동안 나는 자주색 그리고 하늘색이 이루는 무늬를 그리고 있는 금속으로 이루어진 '꽃', 그 우측에 이르면서 그 근처를 따라 비행을 이어가고 있었다. 그러는 동안, 나를 향해 한 무리의 비행 물체들-미사일들-이 각자의 꼬리에서부터 하늘색 혹은 자주색 불꽃을 그리는 채, 집중되어 다가왔지만 집중되는 지점으로 집중적인 타격을 가하면서 무리 없이 대응해 나아가고 있었다.
  "잠시 동안이라도 숨 돌릴 틈이 있음이란 좋은 거예요, 그렇지요?"
  길을 나아가는 도중에 나의 우측 근처에 위치하면서 샤리에나가 그렇게 물음을 건네려 하자, 나는 곧바로 그러하다고 답을 하고 있었다. 그러할 만도 할 것이, 그 근처로 나아가는 시점은 사실 상, 적의 공세도 거의 다가오지 않는 평온한 시점이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간간히 눈동자를 연상케 하는 검은 금속으로 이루어진 비행체들이 하늘색을 띠는 '눈동자' 에서부터 하늘색 빛을 뿜어내며 위협을 가할 때도 있기는 하나, 그 위협이 비행에 큰 방해가 될 정도로 위협적일 이유는 없었다.
  그러는 동안, 나는 혹시나 하는 생각에 꽃을 가만히 살펴보고 있었으나, 꽃은 가끔씩 색의 배치가 달라지거나, 그 색이 자주색, 하늘색에서 보라색, 파란색으로 변할 때가 있음을 제외하면, 크나큰 변화는 없었다. 그런 꽃의 모습을 보면서 나는 앞서 나아가던 크세비아에게 물었다.
  "정말, 저 꽃에 의미가, 있는 것일까."
  그런 꽃의 모습을 보면서, 나는 그가 꽃에 대해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다고 언급한 바가 있음을 상기하고서, 그로부터 이야기를 듣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러는 동안 나는 무언가 알고 있지만 숨기고 있는 바가 있기에, 그에 대한 이야기를 해 줄 수 있으리라 믿고 있었으나, 정작 크세비아는 그에 대해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 그의 모습을 보며, 나는 그가 무언가 알아차릴 수 있을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지만, 느낌만 들었지, 결국 알 수 있는 것이란 없었을지도 모른다고 그에 대해 추측을 할 수 있었다.
  그 무렵, 어느새 신전의 왼편 앞에 위치한 탑의 상층부에서 보라색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으며, 그와 동시에 그 상층부로 이어지던 하늘색 곡선 그리고 파란빛에 감싸인 새하얀 칼날과 직선의 대열 모두가 사라지고 있었다. 일린 그리고 라이마의 공세를 끝내 견디지 못하고, 탑의 상층부에서부터 폭발이 일어나기 시작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물론 그러는 동안 꼭대기의 빛은 아무렇지 않은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으나, 탑 상층부의 격렬한 폭발에 의해 발생하기 시작한 연기에서부터 보라색 불꽃이 분출, 그와 함께 충격파가 퍼져 나아가면서 꼭대기 부분 자체가 지면으로 추락할 조짐을 드러내고 있었다.
  다른 한편으로는 잠시 나에게 합류하였던 리아레안이 다시 루마의 곁에 이르러, 예즈라와 함께 우측 대각선 방향의 탑에 대한 공세를 펼치고 있었다. 리아레안에게서부터 금색 광선이, 그리고 루마에게서는 보라색 빛으로 이루어진 나뭇가지들이, 그리고 예즈라에게서는 새파란 빛에 감싸인 새하얀 혜성들의 무리가 각각 발사되어, 탑의 꼭대기에 부딪치다가, 주변 일대로 병기들이 하나씩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하자, 루마가 이들을 저지하기 위해, 나서면서 보라색 빛으로 이루어진 칼날로 병기들을 하나씩 베어내며, 방해의 근원을 하나씩 차단해 나아가려 하였다.
  조금만 더 있으면 그 탑의 상층부 역시 파괴될 듯해 보였으나, 꽃을 지나, 이제 그 너머를 통해 신전의 입구로 나아가려 하던 나의 눈앞으로 대량의 병기들이 앞 부분이 송곳처럼 생긴 배, 그리고 앞 부분이 건축물의 모습과 같아 보이는 배들을 위시해 다가오면서, 이들의 공세에 대처를 해 나아가야만 했기에, 금방 그들의 모습에 신경을 쓸 여유가 없게 되었다.
  이들의 모습을 보자마자 우선, 나에게 먼저 달려드는 이들부터 처치하기로 마음을 먹고, 그러면서 날개가 아래를 향하며, 각 날개의 끝에 화살촉처럼 생긴 장치가 장착된 이들로서, 그 장치에서부터 붉은 빛으로 이루어진 선들을 그리는 이들을 공격 목표로 정했다.
  그리고 목표가 된 비행체들을 향해 곡선을 그리는 빛이 다가오고, 그 빛이 비행체들을 찌르기를 반복하다가 장갑을 뚫고, 그러면서 장갑이 뚫리며 비행체가 하늘색 연기를 폭음과 함께 뿜어낸 이후에 곧바로 화염을 일으키는 채, 추락하는 모습을 지나치면서 그 좌우에 보이는 배들을 공격 목표로 정하고, 그 배들부터 우선 공격하려 하였다. 그 때, 샤리에나가 앞장서며, 말을 이었다.
  "유네아 양, 이들은 제가 맡을 테니, 앞길을 가로막는 이들을 위주로 상대해 주세요!"
  그러면서 자신의 소정령인 브리사를 이용해 자신이 그려낸 바람의 기운으로 이루어진 칼날 및 화살촉으로 병기들의 형체를 궤뚫도록 하며, 우선 목표로 정한 배의 주변에 위치한 병기들을 제거해 나아가고 있었다.
  그러는 동안, 나의 눈앞으로 배에서부터 다가왔을 작은 잠수정처럼 생긴 비행체들이 뒤에서부터 연기를 뿜어내며 나에게 다가오기 시작하니, 이들은 우선 각자의 머리 끝에서부터 파랗게 빛을 발하는 빛으로 이루어진 화살들을 잇달아 발사한 이후에 그 공세의 조짐을 읽어내고, 이어서 빛이 발사되려 하자마자 바로 피해내는 모습을 보이는 나에게 비행체들에서부터 하얀 연기를 뿜어내는 미사일들이 발사되어 덮치려 하는 듯이 다가오기 시작하였다.
  연기를 자욱히 일으키는 그 미사일들을 전부 힘으로 막아낼 수는 없었으나, 이들이 파괴되면 유도의 대상을 잃는 다는 점을 감안하여 곡선을 그리는 미사일들을 바로 위로 움직이면서 피해낸 후, 그것들이 나를 추격해 오기 시작하자마자, 곧바로 시계 방향으로 피해내어 위험에서 벗어나고, 이어서 방향을 전환하여 내가 나아간 궤적이 그대로 '큰 낫' 의 형상으로 변하도록 하고, 이어서 좌측에서 우측으로 잠수정처럼 생기 비행체들을 따라 그대로 나아가면서 이들을 향해 하나씩 바람의 기운으로 이루어진 거대한 칼날들을 하나씩 꽂아 넣었다.
  그리고 이들이 위치한 곳에서부터 폭음이 일어나고 있음을 확인한 이후, 나는 다시 방향을 전환, 그러면서 대각선 상으로 나아가면서 위로 오목한 곡선을 완만히 그리며, 비행을 이어가 다시 하늘의 높은 곳으로 오르기 시작, 그와 동시에 앞길을 바로 가로막고 있는 개체들로서, 각자의 양 손에 한 정씩 기관포를 들고 있던 비행체들을 향해 접근해 나아가려 하였다.
  이들은 연속적으로 포탄들을 발사하고, 휘두르는 듯이 발사를 하니, 그 모습이 마치 포탄들이 주변 일대로 확산되는 입자의 모임 같아 빨리 이들에게 대처하지 못하면 그 포탄들 속에 있게 될 것임이 분명하였고, 이에 나는 재빨리 좌측으로 한 바퀴 돌며 나아간 이후에 곧바로 포탄을 과립 상으로 흩뿌린 이들 중 좌측과 중앙에 위치한 이들을 공격 목표로 정해, 목표가 된 이들을 향해 파란 빛을 발하는 대기의 기운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곡선을 그리는 덩굴 줄기들을 레반테아에서부터 그려내, 그 줄기들이 병기들에 직접 타격을 가하도록 하였다.
  이후, 이들을 지나치려 하다가, 다시 J 자를 그리는 듯이 돌아선 이후, 이들이 아직 전방을 향해 포격을 이어가고 있음을 확인하며, 이들을 일제히 공격 목표로 정해, 기습적으로 하나씩 파랗게 빛을 발하는 하얀 바람의 기운으로 이루어진 나무 줄기들을 보내, 그 나무 줄기들이 하나씩 비행체들을 휘감도록 하니, 이어서 먼저 휘감긴 우측-본래는 좌측-에 보이던 개체들이 폭파되어 파란 빛 사이로 붉은 불꽃을 일으키려 하자, 그 모습을 확인하는 즉시, 다시 동그라미를 그리면서 방향을 전환, 본래 나아가던 방향으로의 비행을 이어가기 시작하였다.
  "잠시 들어가 있어도 되지요?" 그 때, 나의 치마, 그 왼편의 주머니 안에 들어가려 하면서 물음을 건네는 크세비아. 그 이후, 그는 내가 고개를 끄덕이며 좋다는 의사를 표현하자, 고맙다고 화답을 하고서,
  "비교적 안전한 상황이 오면 그 때 나올게요."
  라는 말을 건네었고, 바로 주머니 안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보였다. 이후, 나는 그의 행동에 대해서는 크게 신경을 쓰지는 못하고 있었으나, 그 와중에도 그는 무사했던 모양이었다. 가끔씩 크세비아가 들어간 주머니를 만지작거릴 때마다, 그가 불안해 하는 듯이 몸을 떨면서도 무사히 주머니 안에 들어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다가 더 시간이 지나, 이러한 병기들의 격추를 이어갈 무렵, 우선 좌측에 보이던 첨탑에서부터 보라색 불길이 꽃을 그리는 듯이 격렬히 주변 일대로 퍼지면서 탑의 상층부, 그 형상이 불길과 함께 일어난 충격파에 의해 폭파되어 해체되는 모습을 보이고, 이어서 꼭대기 부분이 그대로 불을 일으키는 채, 지면 아래로 추락해 가려 하였다. 이런 첨탑의 파괴는 그 쪽에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우측에서도 머지 않아 일어나고 있었다.
  그러는 동안 샤리에나를 향해 잠시 고개를 돌리니, 어느덧 그는 배의 무리 사이를 오가며, 하나씩 목표가 되는 배를 정해, 그 배를 향해 바람의 기운들을 계속 보내고, 그로 인해 배가 한 척씩 격침되어 중심에서부터 불길을 일으키기 시작하더니, 이어서 중심에서부터 대규모 폭발이 일어나, 선수와 선미 부분만 남긴 채, 하늘 아래로 추락해 가는 모습을 보이려 하고 있었다.
  그리고 일린, 라이마처럼 도시의 폭격에 직접 관여하지는 않고 있었으나, 이들에게 무언가 지시를 내리고 있었으니, 이들의 폭격에 관여를 하려 하는 것처럼 보였다.
  '다행이네, 굳이 확인해 볼 필요는 없을 것 같아.'
  이후, 나는 샤리에나에 대해 그렇게 판단을 내리다가, 어느새 나에게 접근해 온 인간형 비행 병기들을 검으로 상대하기 시작, 하나씩 팔 등을 베어내려 하면서 이들의 공세에 대처해 나아갔다. 그러다가 이들 모두 나에게 집중적으로 나에게 다가오려 하자, 우선 좌측에서 세 번째로 보이던 병기를 향해 다가가, 그 목을 자르고, 이어서 바로 그 병기를 밀쳐낸 다음에 이들이 모인 자리에 대기의 기운으로 이루어진 파랗게 빛을 발하는 구체를 나의 왼손에서 만들어낸 다음에 곧바로 그것을 이들이 모인 자리에 던졌다.
  이어서, 그 구체가 병기들이 모인 그 자리에 이르자마자 폭발하여, 그 기운이 주변 일대로 퍼지는 광경이 나타났을 때가 되자, 비로소 나는 이들이 모인 곳에서 이탈, 그대로 신전을 향한 길로 돌아갈 수 있었으나, 이후에도 병기들이 몰려오는 기세는 이어지고 있어서 그 기세를 이루는 병기들이 몰려올 때마다 앞서는 이들부터 하나씩 바람의 기운으로 이루어진 칼날들을 꽂아, 격추시키면서 앞길을 열어 나아갔다.
  그리고 잠시 후, 나의 눈앞에 나타나 앞길을 가로막기 시작하는 거대한 배. 그 배는 윗면과 아랫면이 넓은 배로서, 선교의 위에 시설들이 놓여 있고, 아래쪽에는 수많은 비행정들이 격납되어 있는 형태를 갖추고 있었다. 이런 배의 모습을 보자마자 나는 곧바로 그 배의 하단을 가로지르기 시작, 비행정들의 대열 한 가운데를 가로지르며, 대기의 기운으로 선을 긋기 시작하였고, 이어서 그 선을 긋는 일을 마치자마자 배를 통과하며, 이탈, 그와 동시에 잇달아 울려 퍼지는 폭음이 나의 귓가로 들어오고 있었다.
  그러는 동안 다른 한편에서는 샤리에나가 자그마한 비행선들을 내보내는 거대한 배를 향해 다가가 그 배 주변을 돌며 비행선들이 출격할 때마다 격추시키고 있었다. 그러면서 그 배의 표면, 그 중심을 공격할 기회를 노리고 있었던 모양. 그 이전에도 배를 비롯한 여러 병기들을 격추시켰으며, 그로 인해 여러 잔해들이 도시 왼편의 상공 곳곳에 흩뿌려진 광경이 나타나고 있었다.
  하나의 배에는 비행선의 사출구만 폭격을 가해, 폭파시키면서 잔해로 사출구들을 막고, 이어서 일린이 소정령들을 보내, 인근의 배에 소정령들이 배의 선수와 선미 부분, 그 중간 지점에 폭격을 가해, 그 부분의 장갑이 뚫려 폭발을 일으키고, 그에 이어 연쇄적으로 폭발이 이어져, 불길이 치솟는 모습을 보이는 채, 그 배가 기동력을 잃고 비행선의 사출구를 잃은 배를 향해 추락해 가려 하였다.
  이어서 사출구를 잃은 배가 어느새 자신에게 접근해 온 추락하는 배에게 포격을 가하기 시작하자, 그 배의 구멍이 뚫린 중심에서부터 불길이 확산되면서 충격파가 발생, 그 충격파에 휩싸인 채, 그 배 역시 장갑이 달아오르고, 그 장갑이 찢겨지면서 열기가 찢겨진 장갑의 틈새로 빠져나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었다.
  그러는 동안 거리의 중심을 지나치고서 나는 신전과 점차 가까워지고 있었다. 그러면서 사각뿔대들이 겹쳐 자리잡고 있으며, 그 위로 네모난 사당이 자리잡고 있는 형태를 이루고 있는 신전의 표면이 점차 자세히 나타나면서 가장 아래쪽에 위치한 사각뿔대의 입구에 위치하고 있는 정문의 모습 역시 나의 눈앞에 나타나려 하였다. 처음 보았을 때에는 도시가 건재했을 때였으나, 그 앞에 이르렀을 때에는 숱한 폭격과 타격, 그리고 폭발 속에서 시가지가 거의 불길에 휩싸인 때였다. 이는 그 만큼, 바르코스 군의 저항이 거셌음을 의미할 것이다.
  하지만 아직 네 구석의 탑들 중 전부가 파괴되지 않은 탓인지, 문의 표면은 여전히 빛에 감싸여 있었으며, 그 빛이 밝아졌다가 어두워지기를 반복하며, 마치 깜박거리는 듯한 면모를 보이고 있었다. 그리고 그 문에 한정되지 않고 신전의 모든 표면이 빛을 발하고 있었는데, 그 빛으로 바람의 기운으로 이루어진 나뭇가지 하나를 보내니, 그 빛이 신전에 닿으면서 하나의 현상을 일으키고 있었다.
  '문을 제외한 다른 부분 역시 차단되어 있다는 건가.'
  문을 차단하고 있을 빛과 비슷한 성질을 가지는 건물 외벽의 막. 그 막은 전기의 기운으로 이루어져 있는 나뭇가지가 건물로 파고들려 하자마자 바로 동심원을 만들어 나뭇가지가 그 동심원 안에 파고들어, 마치 웅덩이 안에 물이 고인 듯한 모습을 보이도록 하고 있었으며, 그러는 동안 건물로 전기의 기운이 닿거나 하는 현상은 나타나지 않고 있었다. 공간의 왜곡이 일어나면서 전기의 기운을 차단해 버린 것이었다.
  '문으로의 진입 역시 이런 원리로 이루어지지 못하게 되어 있을 거야.'
  비록 진입은 실패했지만, 어떻게 그 문이 대상을 차단하는 지에 대해서는 대략이나마 파악을 한 나. 그러면서 주변 상황을 둘러보며 탑의 파괴가 얼마나 진행되고 있는지를 보려 하는데, 갑자기 뒤쪽에서 건물이 무너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 소리는 뒤쪽 좌측에서 울리고 있었다.
  그러는 동안 좌측 뒤쪽의 첨탑 역시 굉음을 일으키며 폭발, 그와 함께 생성된 불꽃이 건물의 잔해를 흩뿌리고, 건물의 상층부가 파괴되면서 덩그러니 남은 꼭대기 부분이 그에 이어 인근의 지면으로 추락하며 마치 유리가 깨어지듯 깨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그리고 잠시 후, 이번에는 리아레안의 소정령 아우리엔으로부터 통신이 다가왔으며, 그 통신은 글로서 현재 일어나는 상황을 알리고 있었다.
  "10 분 후, 동북의 탑이 파괴될 것임."
  그 무렵, 눈앞에 그 모습을 드러낸 금색을 띠는 그 글자들의 모습을 가만히 보고 있는데, 이런 나의 왼편으로 두 다리를 모으고, 두 팔을 어깨 높이 위로 올린 샤리에나가 바로 나에게 다가오더니, 그에 이어 나의 바로 좌측 인근에 이르면서 나에게 물음을 건네려 하였다.
  "지금껏 다른 곳에 가 있어서 유네아 양의 상황을 잘 보지 못하고 있었어요. 별 문제는 없으셨지요?"
  "예." 그 물음에 나는 바로 그렇다고 답을 한 이후에 크게 걱정할 일은 아니니, 안심하고 있어줄 것을 당부하였다. 그리고 나의 곁으로 다가오면서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음을 알린 다음에 뒤쪽의 탑들 역시 곧 파괴될 조짐을 보이고 있으니 기다려 주도록 해 줄 것을 당부하였다.

  이런 상황 하에 있다 보니, 문득 이런 생각도 들고 있었다, 가운데 길을 따라 나아간 내가 비교적 편하고, 좌우에 위치하고 있던 일린, 라이마나 예즈라, 루마가 여러모로 상대적으로 힘든 시간을 보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그것. 그러면서 샤리에나에게 그 생각을 드러내는 한 마디 발언을 드러내려 하였다.
  "그런데 있잖아요, 샤리에나 양."
  그리고 그에게 관련된 이야기를 하고, 대답을 기다리려 하는데, 갑자기 뒤쪽에서부터 한 무리의 적이 다가오고 있음을 알리는 경보음이 울려 퍼지려 하였다. 경보음이 울린 일 자체는 그렇게 놀랄 일은 아니었지만, 갑자기 일어난 일에 무슨 일인가 싶어 주변을 둘러보다가 눈앞에 나타난 광경에 바로 소스라치게 놀라게 되었다.
  경보음이 울리면서 어디에서 다가왔는지 모를 물체들이 공중의 높은 곳에서부터 낙하하는 듯한 광경이 나의 눈앞에 다가오고 있었으며, 그리고 둥그런 모양새를 이루는 것처럼 보이는 그 물체들의 모습을 자세히 보니, 이들은 다름 아닌 인간형 병기들을 가득히 뭉쳐 넣어 만들어 낸 거대한 철구였다. 그 철구들이 붉은 기운을 화구의 모습마냥 뿜어내며, 신전의 문앞에 위치하게 된 나와 샤리에나에게 낙하해 오고 있었던 것이었다.
  철구의 붉은 기운은 전혀 짙지 않았으나, 병기들의 뭉치가 바닥에 부딪치면서 퍼지는 연기는 멀리 있어도 뜨거움을 바로 느낄 수 있는 정도에 이르고 있었으니, 그 열기에 가까이 다가가기만 하더라도 위험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즉, 병기 뭉치의 열기에 닿기만 해도 열기로 인해 죽을 수도 있었다.
  "이런 병기 뭉치들이 다가오는 모습을 보고 에르시아가 할 말이 있을 것 같아요."
  그 때, 그 모습을 보고 떠오른 말이 있었는지 샤리에나가 에르시아를 떠올리는 발언을 하고서, 그에 이어지는 말로서, 자신이 떠오른 바가 무엇인지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시작하였다.


  "왠지 우리가 말벌로 간주가 되고 있는 것 같아요."
  그런 생각을 하면서, 나는 샤리에나에게 그 구들이 떨어지는 모습을 보고, 그렇게 말을 걸었고, 이에 샤리에나가 벌집 입구에서 말벌이 꿀벌의 덩어리에 맞아 죽는 경우도 있느냐고 묻는 모습을 보였다. 물론 그러한 일은 없다.
  그 공세가 어디에서 오는지는 금방 알 수 없었다, 탑의 잔해에서부터 병기들이 튀어나와 뭉치는 경우일 가능성이 가장 높아 보였으나, 그렇다고 보기에는 탑의 내부가 좁았기 때문이었고, 그래서 이들의 공격에 대해서는 그저 견디는 것 외에 달리 도리가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하지만 언제까지나 그런 상황 하에 있을 필요는 없어서, 결국 남은 하나의 첨탑 역시 결국 폭파되는 모습을 보이고, 그와 함께 첨탑의 꼭대기가 낙하하였으며, 이어서 그 꼭대기 부분이 바닥에 떨어지며, 유리 깨지는 소리와 함께 깨어지려 하자, 눈앞에서 이에 반응한 듯한 현상이 나타나려 하였다, 지금껏 나의 눈앞에서 빛을 발하며, 외부 물체의 진입을 막는 역할을 행하던 것이 갑자기 새하얗게 빛을 발하더니, 그 빛이 갑자기 어두워지면서 없어지려 하였던 것이었다. 그렇게 빛이 없어지면서, 건물의 본래 모습이라 칭할 수 있을 만한 모습이 드러나게 되었다.
  본래 모습이라 하더라도, 특별할 것은 없었다, 건물의 본래 색인 어두운 하늘색이 드러나는 정도였기 때문이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문이 저절로 열리기까지의 일이 일어난 것은 아니었으나, 이렇게 건물의 모습이 드러나자마자 샤리에나는 들어갈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려 하였던 모양이었다. 곧바로 나에게 외쳤다.
  "지금이에요, 유네아 양, 어서 문으로 들어가도록 해요!"
  이에 응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나 역시 빨리 가지 않으면 문을 열기도 전에 네 개의 탑이 수복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고, 그러면서 문을 향해 급속도로 전진해 나아가려 하였다. 그러는 동안 네 개의 첨탑은 각자 금속의 절단면 같은 모습을 보이는 채(1), 각 절단면 너머로 불길이 치솟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으니, 그야말로 금속 봉 위에 횃불을 피워 올린 모습이었다.
  이후, 샤리에나와 함께 나는 곧바로 문으로 다가갔고, 내가 먼저 문 앞에 이르자마자 바로 하늘색을 띠는 금속으로 이루어진 것처럼 보이는 그 두 대문의 부분을 한 손으로 하나씩 밀어, 문의 두 부분이 양 옆으로 밀려나도록 하려 하였다. 그리고 잠시 후, 문은 천천히 옆으로 밀려나기 시작하였고, 마침내 완전히 밀려나며, 어두워 보이는 그 내부의 모습을 드러내었다.


다음 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