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해 보니, 그 말도 일리가 있네요, 그렇게 위험한 존재도 아닐 텐데, 두 사람이서 지켜봐야 할 필요까지 있지는 않겠지요?"
  그 이야기를 듣고 잠시 생각에 잠겨 있던 예즈라는 이후, 루마의 생각이 옳을 수 있다는 발언을 하였으며, 그러면서 자신이 그 곳에 남겠음을 밝혔다. 그 때, 리아레안이 예즈라에게 대신 남겠음을 밝혔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즈라는 자신이 남으려 하였다, 그에게는 강한 정의의 뜻이 전달되어야 할 필요가 있는데, 이런 일은 리아레안이 할 수 있는 일이지,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라는 것이 그 이유였다.
  그리하여 예즈라를 제외한 일행 전체는 내가 앞장서는 가운데, 원형 공간 너머에 위치한 통로에 이르기 시작, 이어서 열어 젖혀진 문을 지나, 그 너머로 보이는 통로로 나아가기 시작하였다. 이전과 달리 이번에는 도로시아 그리고 크세비아가 나의 곁에 이르고 있었다, 이런 일은 보호되어야 하는 입장이었기에 평상시에는 이들이 뒤쪽에 위치하고 있었을 때와는 사뭇 대조되는 느낌을 전해주고 있었다, 보호되는 이가 앞서고 있었기에.

  통로를 지나치는 동안, 나의 곁에 위치하면서 크세비아가 나에게 이제 그 통로만 지나면 행성 멸망의 원흉이 될지도 모르는 이의 곁에 도달할 수 있을 것임을 알리고서 긴장되거나 하지는 않느냐고 묻고 있었다. 그러자 밝게 목소리를 내어 바로 이런 말에 대한 답을 하는 나.
  "그 긴장은 오히려 크세비아가 하고 있지 않을까."
  그리고 마음의 불안을 조금이나마 해소하기 위해 농담 비스무리한 말을 건네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음을 밝히고서 앞장서고 있으면서 혹시 앞으로 있을 일에 대한 마음가짐은 잡아놓고 있느냐고 물었고, 이어서 앞으로 어떠한 일이 일어난다 해도, 울지 않고 겁내지 않을 수 있겠느냐고 다시 한 번 물었다. 그러자 바로 강한 의지를 드러내는 말을 답변으로써 건네고 있었다.
  "예, 할 수 있어요, 울지 않는 일이라면, 파라일라가 멸망하는 도중에 있었던 슬픈 일을 겪는 와중에 얼마든지 참을 수 있게 되었거든요, 자랑은 아니겠지만."
  그러자 도로시아 역시 이런 그에 대해 이런 말을 하고 있었다. :
  "숱한 슬픔을 견디어 온 아이예요, 이제 앞으로 있을 두려움을 가할 일 정도는 아무렇지 않은 것으로 취급하겠지요, 그만큼 아이가 견딜 수 있는 한계가 커졌다고 해야 할까요."
  그리고서 그 모든 일이 슬픔을 견디면서 그로 인해 아이가 성장하였기에 가능한 일이었다는 언급을 하며, 이에 대해 우울한 일이라 여기고 있었던 탓인지, 다소 어두워진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리고 잠시 후, 그는 다시 평상시의 온화한 표정을 지으면서 이제 곧 다 와 간다는 언급을 하고서, 마음의 준비를 미리 해 두고 있었으면 좋겠다는 발언을 나에게 전하고 있었다.
  이후, 그가 언급한 대로, 문의 모습이 나의 눈앞에 드러나려 하였다. 이제 그 문을 열고, 그 너머로 나아가면 키에렌 왕 그리고 에레아가 자리잡고 있는 곳에 이를 수 있을 것일까, 이런 생각을 하며, 나는 이윽고 나의 눈앞에 그 모습을 드러내는 문의 벌어진 틈을 두 문을 한 손으로 하나씩 양 옆으로 밀어젖히려 하였다. 그 무게 탓인지 천천히 밀리기는 했지만, 일단 열리고 있었으며, 그러면서 열리는 틈이 점차 넓어져 마침내 몇 사람 정도는 바로 들어갈 수 있을 만큼의 공간이 생기게 되었다.
  그렇게 생겨난 문의 틈, 그 너머로 먼저 들어서면서 나는 눈앞에 보이는 광경을 조용히 응시하려 하였다. 문이 열리면서 드러나는 광경. 이는 이전에 지나친 두 원형 공간과 전혀 다른 느낌을 주는 곳이었다.

바르카디아 신전 - 최심 중추 구역
  공간 자체의 직경부터 이전에 지나친 원형 공간의 10 배 이상에 이를 법한 거대한 구역으로서, 공간을 둘러싸고 있는 금속으로 이루어져 있을 내벽이 어둠에 가려 잘 보이지 않던 그 구역은 검은색을 띠는 바탕에 청록빛 무늬가 그려져 있는 바닥을 구성하는 바닥부터 중심 중심을 향하는 사각형들의 집합처럼 보이는 도형들이 기묘한 무늬가 양각되어 있는 모습을 보이는 등, 바르카디아 요새의 기존 구역과는 차별되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었다.
  그 구역의 바닥 부분, 그 전체적인 모양새는 중앙의 둥그런 모양새를 이루고 있으며 하늘색 빛을 발하는 정체 불명의 물질로 채워져 있는 연못 위에 떠 있는 형상이 중심에 자리잡은 모습을 보이는 중앙 구역과 이를 둘러싸는 주변 구역으로 이루어져 있었으며, 주변 구역의 입구를 향하는 방향과 그 건너편에 해당되는 방향을 제외한 나머지 방향을 따라 2 개씩 금속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검은색을 띠는 바탕에 어두운 하늘색을 띠는 무늬가 그려진 원기둥들이 나란히 배치되어 있었으며, 각 꼭대기에는 하얗게 빛을 발하는 팔면체의 형상이 자리잡고 있어서 각 형상이 자신이 위치한 기둥의 주변 일대를 보다 밝게 비추고 있었다.
  이런 기둥들에게 둘러싸인 원반의 형상을 이루고 있는 중심 구역. 그 구역의 표면 위에는 세니티아의 태고 시대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구조물 하나가 자리잡고 있었다. 구역의 중앙에 위치하고 있는 구조물, 그것은 중심에 위치하고 있을 구조물 하나를 6 개의 수정들이 이를 둘러싸며 서로 붙어있는 모습을 모양새를 이루고 있었으며 각이 진 선을 따라 하늘색 빛의 흐름이 마치 물이 절벽을 따라 흘러 연못을 향해 나아가는 듯이 구조물을 둘러싸는 연못을 향해 나아가고 있었다.
  표면 사이로 그려진 무늬를 따라 마치 절벽을 따라 흐르는 강물과 같은 모습을 보이면서 하늘색 빛을 발하고 있었으며, 이는 중심과 주변 구역 사이에 위치한 깊은 못이 발하는 빛의 색깔과도 일치했으니, 이 모습은 산등성이의 절벽을 따라 흐르는 강의 흐름을 재현한 모습이라 여기어질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이런 형상을 받치는 발판에는 자그마한 금속 조각이 그 실체일 법한 작은 결정 조각들이 붙어 있었으며, 이들은 연못과 하얀 팔면체에서부터 다가오는 빛을 받으며 반짝이고 있었다.
  이런 수정들을 둘러싸는 것은 하나의 형상. 그 형상은 거대한 수정으로 이루어진 결정으로서, 20 개의 정삼각형들이 모여 하나의 입체를 만들어 낸 듯한 모양새를 이루어내고 있었다. 바르카디아의 거의 유일무이한 수정으로 이루어진 결정체일 법-기둥 위에 세워진 물체들 역시 수정일 것 같아 보이기도 하지만-해 보이는 그 형상은 중심에서부터 청록색 빛을 발하고 있었는데, 그 빛 사이로 가끔씩 초록색 빛이 나타났다가 사라지기도 하고 있어서 그 모습이 마치 무언가 다른 힘이 내재되어 있는 듯한 느낌을 전해주기도 하였다.
  중심 구역의 주변에는 내가 위치한 곳 근처의 2 곳, 그리고 그 너머 1 곳에 하나씩 정삼각형 상의 대열을 이루며, 자리잡고 있는 것으로서, 하나씩 기묘한 형상의 금속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하늘색을 띠며 빛나는 소조상들이 자리잡고 있어서 그 상이 두 눈에서부터 하얀 빛을 발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으나, 이들이 무엇인지는 아직까지는 명확히 알 수는 없었다.
  그러한 중심부 너머에 위치한 한 쌍의 기둥, 그 뒤편으로는 하나의 거대한 인간형을 이루는 형상 하나가 공중에 떠 있는 채, 금속으로 이루어져 있는 고대 세니티아의 유산 같아 보이는 그 물체를 가만히 바라보고 있는 나 그리고 샤리에나 등을 가만히 내려다보고 있었다. 견갑이 좌우로 길게 이어지는 그 검은 형상은 길게 이어진 견갑에 걸치는 형식으로 검은색을 띠며 앞 부분이 뾰족한 모습을 보이는 것으로서, 전신을 가리는 역할을 행하는 망토로 감싸고 있으면서 기사의 투구를 악마적으로 변이한 것처럼 보이는 머리의 노란색을 띠는 눈에서부터 빛을 발하고 있었다. 그 크기는 대략 내 키의 8 배 즈음은 되어 보였다.
  "여기가....... 중추이겠지요?"
  이후, 자신의 눈앞으로 그 모습을 드러내는 거대한 구조물의 모습으로 시선을 향하는 크세비아. 그러면서 그 모습에 대해 그렇게 물음을 건네자, 그 물음에 내가 답으로써 그러할 것이라고 답을 하고서 그 직경만 하더라도 2 메타르에 달할 것 같아 보이는 것으로서, 수정들에 둘러싸인 그 물체의 모습으로 시선을 향한 채, 그에 대한 혼잣말을 조용히 늘어놓으려 하였다.
  "중추에 도달했음에도 불구하고 키에렌 왕의 모습은 보이지 않아. 그는 분명 요새의 내부에 자리잡고 있었을 터인데, 그렇다면 그는 어디에 자리잡고 있는 걸까."
  사실상 바르카디아를 향한 여행의 종착 지점에 이르렀으나, 왕의 모습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왕으로 추정되는 이의 모습 역시 보이지 않았으니, 사실상 그의 근거지라 칭할 수 있는 바르카디아 신전에 정말 키에렌 왕이 자리잡고 있는 것이 확실할 지의 여부에 대한 의심이 나올 소지는 충분했다. 그런 생각을 하며, 눈앞에 펼쳐진 광경을 조용히 바라보려 하는 순간,
  "여기서 왕에게 어디에 있느냐고 소리를 질러보는 것은 어떨까요."
  "그만둬요, 그런다고 응답을 할 이도 아닌데."
  이라는 대화가 입구 근처의 우측에 자리잡고 있었던 루마 그리고 리아레안 사이에서 오가고 있었다. 그 이후에 내가 위치한 곳, 뒤편의 비교적 먼 좌측에 일린 그리고 라이마와 함께 자리를 잡고 있던, 샤리에나에게 일린이 물음을 건네는 목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우리가 관여할 수 있는 데가 아닌 곳 아니야?"
  "일단 지켜보자." 이러한 그의 물음에 바로 답을 하는 샤리에나. 그 때, 라이마로부터 먼 앞에 거대한 인간형 형체가 자리잡고 있음을 알렸다.
  "샤린, 저 앞에." 직접 말로 건네는 대신에 왼손으로 먼 앞을 가리키는 라이마. 그러자 샤리에나 역시 그 광경을 보더니, 정말 그러하다고 답을 하고서 그 안에 키에렌 왕이 자리잡고 있는 것은 아닐까 싶다는 생각도 든다는 언급을 바로 하고 있었다. 이렇게 서로의 생각이 오가고 있을 무렵, 나는 입구와 중앙 구역 사이의 통로에 조용히 서 있으면서 중심 구역에 위치한 입체 상으로 시선을 향한 채, 앞으로 일어날 일에 대한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 때, 갑자기 내가 위치한 곳, 그 앞에서부터 기계 특유의 구동음이 귓가에 울리려 하였다.
  "유네아 님, 앞쪽을 봐 주세요, 저 앞의 거인이.......!"
  그 때, 나의 우측 곁에 위치한 도로시아의 왼쪽 어깨 위에 앉은 채, 놀라면서 나에게 말을 걸려 하는 크세비아. 그리고 잠시 후, 나는 크세비아가 왼손으로 가리키는 대로,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을 인간형 형체의 두 눈이 노란색에서 붉은색으로 변해 가는 광경을 바로 볼 수 있었다.
  그 이후, 침묵에 감싸여 있던 기계가 활성화되기 시작했음을 알리기라도 하려는지, 바로 붉은 기운에 감싸이기 시작하는 인간형 형체. 그러더니 잠시 후, 기계적인 느낌이 섞여있는 한 여성의 목소리가 이런 나에게 잘 와 주었음을 알리려 하고 있었다.
  "잘 와 주었다, 이렇게 다시 대면하는 일은 오래 전부터 기대하고 있던 바였다."
  그리고 나에게 그에 이어지는 발언을 하는 목소리. 그 목소리는 엘리시온 멸망 이후, 숱한 환생이 오가면서 나와 자신에게 인연이 있었음을 알리려 하고 있었다. :
  "엘리시온이 멸망하면서 서로 갈라진 이래로 얼마나 많은 환생이 오갔단 말이더냐. 그러다가 한 순간, 잠시나마 함께 할 수 있었던 것을 그대의 의지에 의해 다시 갈라선 이후, 이제 다시 한 번 대면할 수 있게 되어 나는 기쁘다, 물론 또 다시 숱한 환생이 오가리라는 예상과 달리 한 번의 환생 만에 다시 하나의 장소에 다시 만나게 될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지만 말이다."
  이 목소리는 틀림없이, 에레아의 목소리였다. 광기에 의해 미쳐버렸을 키에렌 왕을 자신의 새로운 '제오' 혹은 '요베스' 로 삼으려 하면서 세상 전체를 금속으로 뒤덮어 버리려 하였을 존재. 그러한 그의 목소리는 기계 속에서 기계적인 음성과 혼합된 채, 나에게 지금까지 있었던 일에 관한 일이라며 이야기를 이어가고 있었다.
  "지금까지 수많은 일이 있었고, 이를 너 자신이 잘 기억하고 있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러나 이 모두는 한 가지의 목적을 위해 존재하였고, 이제 그 끝을 보게 되었다."
  이후, 기계 병기의 안쪽에서부터 들려오기 시작하는 목소리. 그 목소리가 전하는 이야기는 대략 이러하였다. :

  공간 전이를 거듭하는 동안, 자신이 보내왔을 세력들을 돌파하고, 야스모르에 도달한 것에 대해서는 당연히 칭찬해야 함이 옳다. 그러면서 자신이 모든 일의 원흉이었음을 대략이나마 짐작하고 있었으리라는 믿음 역시 갖고 있다. 그러나 한 가지 가지는 안타까움이란 이런 나의 행동이 가지는 의의를 내가 잘 이해하지 못했다는 것. 그 의의를 알았다면, 자신의 목적, 성계에 이르는 동안 두 눈을 부릅뜨고 자신을 증오할 일조차 없었을지도 모른다.

  내가 야스모르 성계를 향하면서 이어갔던 여행에 에레아와 관련된 의의를 가질 이유란 없었다, 내가 여행 도중에 겪었던 일들과 그 일들 속에서 내가 만났던 사람들의 생각 등은 에레아가 언급하는 '목적' 과는 관계가 없었고, 에레아의 의도대로 그들이 행동했을 리도 없다. 암만 자신과 관련이 있다고 말을 늘어놓아도, 사람들은 자신의 생각대로 행동하려 한다. 에레아는 그 운명을 '신' 에 해당되는 존재인 자신이 마음대로 조종하려 하였다고 말하고 싶었을 것이다. 그러나, 한 행성의 구석에서 사람들을 자신의 '인형' 으로 만들며 놀고 있을 작자의 뜻이 자신에게서 멀리 떨어진 사람의 생각을 바꾸었을 리는 만무하다.
  그런 이야기를 들으며, 이해하지 못하겠다고 생각을 하면서도, 그에 대해 달리 이야기를 하고 싶지 않은 마음에 일단 그의 이야기를 계속 들어주기로 하였다 . 물론, 나 역시 그에게 묻고자 하는 바는 있었다. 하지만 내가 그에게 물음을 건넨다 하더라도 그가 들어줄 지도 의문이었기도 하기에, 그의 목소리를 들어주고 싶지 않았던 것이었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그의 모습을 조용히 지켜보는데, 그 때, 이런 나의 곁에서 격해진 목소리로 크세비아가 나를 앞질로 검은 병기를 향해 가까이 다가가려 하면서 물음을 건네는 모습이 나의 눈앞에 나타나려 하였다.
  "당신은 누구시지요? 키에렌 왕의 수하인가요!?"
  "수하라...... 그렇게 여길 수도 있겠지."
  자세한 내막을 알지 못하였을 크세비아로부터 들려오는 누구냐는 목소리. 그 목소리가 들려오자마자 목소리는 바로 크세비아를 향하는 듯이, "누구냐고?" 라고 물음을 건네더니, 그에 대한 소개는 당장에 어린 아이에게 하기에는 너무도 복잡하다는 언급을 하고서, 그에 이어,
  "간단히 '에레아' 라는 이름을 가진 이라 기억하고 있으면 된다."
  라는 화답을 하더니, 나의 이름을 언급하면서 나와 인연이 있는 사람이라는 발언을 전하고 있었다. 그 말을 듣고서 바로 무슨 말을 하느냐고 묻는 크세비아. 그 때, 그런 크세비아의 모습을 보며, 그에게 그 말을 들으면서 지나치게 흥분하고 있으면 안 된다고 말하며, 바로 그를 진정시키는 모습을 도로시아가 보이고 있었다. 그러다가 잠시 후, 크세비아를 자신의 왼쪽 어깨 위에 앉히고서, 도로시아가 검은 병기를 올려다보며 물음을 건네려 하였다.
  "역시 당신이셨군요, 에레아. 당신에 대해서는 마리아 에르세레즈라는 분께 이미 이야기를 들어 알고 있었어요, 키에렌 왕과 함께 있으면서 야스모르 전역의 침공에서부터 시작해, 세니티아 성계의 침공까지, 그 모든 일의 원흉이 당신이셨다는 것을."
  그러자 바로 기분이 좋아진 듯한 목소리를 내며, "그렇다." 라는 답을 하는 에레아. 이어 그는 조국을 망쳐버린 원흉에 대해, 일반적인 사람들이라면 그에게서 도망쳐 나와, 생각하려 하지도 않을 터인데, 무장하지도 않았으면서 자신의 바로 앞에 이르러, 누구인지 알고 있었다는 말을 하는 모습을 보니, 그런 그에 대해 무척이나 특별한 존재 같다는 생각을 할 수 있었다는 말을 건네고 있었다.
  "그렇군요, 그렇게 말씀이 끝나셨다면, 이제 제가 묻지요. 그 모든 일의 진의는 무엇이었던가요?"
  이후, 그의 말에 대해 알겠다는 식의 간단한 답을 하고, 바로 그의 진의에 대해 묻는 도로시아. 그러자 그는 표면적인 목적으로서, 세니티아를 비롯한 성계를 각자 다른 방식으로의 지배를 시도, 그 지배를 통해 새로운 엘리시온의 토대를 넓히는 것이 있음을 밝히고, 그에 이어 그 이면에 숨겨진 진정한 자신의 목적이 있음을 밝힌 다음에 그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목소리를 내었다.
  "....... 나의 그림자와 같은 존재를 발견하였기 때문이었다."
  "설마......!?" 그 이야기를 듣자마자 바로 놀라는 목소리를 내는 도로시아. 그러는 동안 놀라는 도로시아와 다시 감정이 격해지려 하는 크세비아를 앞에 두고 에레아가 이어 목소리를 내고 있었다.

  엘리시온에서 가져온 신탁의 장치 '모이라이(Moirae)' 중 하나인 아트로포스(Atropos) 에게서부터 미래에 일어날 일로서 하나의 전언이 나타났다.
  '하늘의 여왕이 잃어버린 혼을 되찾고, 하늘의 옥좌에 빛이 돌아오리라.'
  이 전언을 통해 나는 하늘의 여왕인 자신의 또 다른 인격이 은하계의 한 곳에 머무르고 있으며, 그 인격이 자신과 만나 하나가 되리라는 미래를 알 수 있었으며, 그 미래를 통해 자신은 잃어버린 자신의 힘을 되찾아 '완전한 신' 으로서 과거와 같은 전능을 얻을 수 있으리라는 확신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그 혼이 정말 자신에게 다가오리라는 장담은 언제나 할 수 없었을 따름이며, 그리하여 나는 과거를 담당하는 장치 '클로토(Clotho)' 를 통해 야스모르를 향해 나아가기 위해 거치는 사례를 알아내라 명령을 내렸고, 그와 더불어 아트로포스에게 그가 발견한 인격이 나아갈 곳을 알아내라는 명령을 내렸다.
  그 후, 아트로포스가 발견한 바를 따라, 나는 '라케시스(Lachesis)' 에게 그 인격체가 행동하는 모습을 항시 관찰하고 있으라는 지시를 내리면서 그가 거쳐가게 될 가능성이 있다는 행성들마다 자신이 포섭한 사람들이 재앙을 일으키도록 지시를 내렸다, 사건을 통해 그를 비롯한 일행의 능력을 시험하기 위한 행동이었다.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서 나는 중심부의 주변에 위치한 기묘한 형상을 이루는 세 개의 소조상으로 시선을 향하고 있었으며, 그 동안 도로시아 역시 나와 비슷하게 추측을 하고 있었는지, 이렇게 물음을 건네는 것이었다.
  "저 상들이 모이라이, 즉, 클로토, 라케시스 그리고 아트로포스라는 이름을 가지는 이들이라는 것이겠지요?"
  그 물음에 나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기만 하고 있었다. 그러는 동안 나의 귓가로 에레아의 자신의 이야기를 이어가는 목소리가 계속 울려 퍼지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에레아는 그를 끌어들이기 위한 수단으로 그의 고향인 세니티아에 군단을 파견하였다. 바르코스를 수호하기 위해 존재하는 대부분의 '검' 들을 끌어들인 일로서, 이는 세니티아라는 새로운 성계에 새로운 근거지를 마련하기 위한 또 다른 목적도 갖고 있었다. 결국 세니티아로 나아간 대다수의 검들이 파괴되면서 그 일은 표면적으로는 실패하였으나, 그로 인해 내가 에레아가 위치하고 있는 바르코스의 근거지로 나아가게 되었으니, 이면적인 목적은 달성했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는 것은 그 모든 일이란 그저 자신의 또 다른 인격을 이 곳으로 데려오기 위한 일이었단 말이에요!?"
  그 때, 다시 한 번 들려오는 분노에 찬 크세비아의 목소리. 이에 에레아의 목소리는 "당연하다." 라고 답을 한 이후에 바로 그에게 이렇게 물음을 건네려 하는 것이었다.
  "신이 자신의 갈라진 인격을 되찾아, 완전함을 되찾아 불완전한 모습을 극복하기 위한 일이다, 너희들에게는 사소한 일일지라도, 나에게는 그렇지 않다."
  그리고서 그는 대가로서, 자신이 거느리고 있던 군단의 대다수를 잃었고, 요새의 거의 모든 시설들이 파괴되는 일을 겪기는 하였으나, 그에 대해서는 전혀 상관하지 않는다는 말을 사악함을 느낄만한 목소리로써 드러내려 하였다, 행성 전체가 금속이 된 이상, 군단은 얼마든지 다시 만들 수 있고, 바르카디아 신전을 대체할 수 있을만한 새로운 군사 근거지 역시 얼마든지 다시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생각이 바로 그 근거.

  그 이야기를 들은 후, 나는 다른 말은 하지 않았다, 그 인격은 다름 아닌 자신과 닮았다고 칭하는 나일 것이며, 나를 끌어들이기 위해 그가 이러한 행동을 취해왔음을 알고 있는 이상, 그로부터 이야기를 듣는 의미는 없었던 것이었다. 바로 중심 구역의 건너편에 위치한 기계 장치 안에서 목소리를 내고 있을 에레아에게 이제 자신의 뜻대로 다가왔을 나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서 무슨 행동을 취하려 할 것인지에 대해 물으려 하였다.
  "그렇다면, 이제 무슨 일을 할 생각을 갖고 있지?"
  "....... 물론, 나의 진의에 대해 납득을 하지 못할, 너를 강제로 나의 안에 들여놓는 일이다. 지금의 너라면 나의 의지를 순순히 따르지는 않을 테니, 강제력을 끌어들어야 할 필요가 있겠지."
  이후, 그는 나의 생명이 끝나더라도, 너의 사념과 능력을 내 것으로 가져가는 일 정도는 가능하다는 말에 이어 엘리시온에서부터 내가 가져온 이 병기를 준비했음은 바로 이를 위한 일이었음을 밝히려 하였다. 그 무렵, 이번에는 크세비아가 다시 외치려 하였다.
  "그렇다면, 그 인격체를 흡수해 완전한 신이 되려 한다면서, 당신께서 얻고자 하는 바는 무엇이지요? 신으로서 행세를 하고 싶어하면서, 당신은 분명 하나의 이상을 가지고 온갖 파괴와 파멸적인 행동을 취하고 계셨을 것 아니에요, 설마 아무 이유 없이 이런 일을 추진해 오신 것은 아니겠지요!?"
  "그에 대해서는 곧 알려주마, 그 때는 금방 오게 될 터이다."
  그러자 바로 그렇게 화답을 하는 에레아. 이어서 두 눈이 번뜩이기 시작하더니, 망토가 펼쳐지면서 병기의 흉갑이 노출, 그와 동시에 망토가 지금껏 감추고 있었을 흉부의 자주색 구슬이 모습을 드러내고, 그에 이어 자주색 빛의 형상을 이루는 기운을 집속시키기 시작하였다.
  공간의 변화는 그 장소에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었다, 그 좌우에서도 천장에서부터 자주색 빛들이 마치 혼의 흐름이 이어지는 듯이 날아 내려오며, 자주색 빛으로 이루어진 작은 방진에 도달하더니, 그에 이어 보라색 번개 줄기를 하나씩 지면에서부터 천장으로 분출하며, 검은 갑주처럼 생긴 형상이 서 있는 모습이 그 빛에서부터 나타나려 하는 것이었다. 이렇게 깨어난 개체는 3 개체씩으로 구성된 대열이 2 개씩 중앙 구역의 좌우에 자리잡고 있었으니 모두 12 개체였다.
  이들은 손에 무기가 쥐어져 있거나 하지는 않았으나, 각각의 손에 박힌 구슬이 강한 열기를 품은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으며, 등에 하나씩 거포와 장창이 장착되어 있었으며 가슴과 어깨에도 포격 장치가 장착되어 있었기에 보통 수준 이상의 위협을 가할 수는 있는 그런 이들 같아 보였다. 특히 이들이 주로 사용할 법해 보이는 손에 드는 무기 일체가 긴 병기였기에 검으로 상대하기에는 무리가 많았다.
  "저기서 다가올 빛에는 우선 제가 대항할게요."
  그 때, 나의 바로 앞으로 다가오는 리아레안. 그러면서 두 손을 앞으로 내밀어, 그 손에서부터 금색 빛이 피어오르도록 하는 모습을 보이는 동안 크세비아가 나 그리고 도로시아에게 일단 어느 방향으로든 물러나 있도록 해 줄 것을 당부하였다. 그 이야기를 듣고서 나는 곧 빛 줄기가 방출되고, 리아레안이 이에 대항하면서 주변 일대로 빛이 퍼질 것을 예상, 그러면서 좌측의 내벽면을 따라 나아가려 하였다.
  비교적 빠른 시기 내로 빛을 끌어 모으려 했던 리아레안이었으나, 먼저 빛을 방출한 쪽은 이전부터 빛을 끌어 모으고 있던 인간형 병기 쪽이었다. 그 흉부의 구슬로 모인 빛은 어느 순간에 이르자마자 곧바로 터져 나오는 듯이 해방되어 집속의 근원인 병기에서부터 분출되는 모습을 보여 갔다.
  처음에는 병기가 주변 일대로 마치 물을 흩뿌리는 듯이 보라색 빛 줄기들을 흩뿌리고 있었고, 이에 일린이 다급히 방호막을 설치해, 하늘색 화염이 빛을 발하는 구체를 감싸는 형상을 이루는 그 방호막으로써 잠시 동안 이어진 보라색 빛의 자신을 향하는 분출을 막아내면서 이들을 데리고 빛 줄기들이 닿지 않는 곳으로 피신해 나아가고 있었으며, 루마는 진작에 우측으로 나아가 병기들과 맞설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러는 동안 나 역시 손에 창을 쥐며 돌격해 오는 병기들과 맞서려 하고 있었다, 각 병기들은 등에 하얀 불꽃을 일으키는 장치를 장착한 모습을 보이면서 두 발이 아닌 그 장치에 의지하며, 빠른 속도로 전진해 나아갔고, 그러다가 어느 정도 나와 가까워졌을 때를 같이 하여, 각자 손에 쥐고 있는 창을 앞으로 내질렀으며, 이 중 좌측에 보이는 병기가 내가 좌측 상단으로 피하려 하자, 우측 견갑을 개방해, 그 내부에 위치한 무수한 구멍에서부터 한 발씩 고속으로 작은 쇳덩어리들을 발사해, 이들이 나를 향해 분출되는 입자의 모임처럼 흩뿌려지도록 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들의 비행은 길게 이어지지 않았고, 바로 뒤로 물러나, 이들과 일정 이상의 거리를 유지하니, 그 포탄의 영향을 받지 않으면서 레반테아와 나 자신이 마력을 들여 타격을 가할 수 있었다. 그러는 동안 파랗게 빛을 발하며 긴 고리를 그리는 별들이 잇달아 병기들의 장갑에 닿았으나, 정예 병기였던 탓인지 바람의 기운이 부딪쳐 폭발하면서 폭발음이 계속 울려 퍼졌음에도 불구하고 병기들의 장갑은 당장에 구겨짐 하나 없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그 무렵, 검은 병기에서부터 분출되던 빛은 보라색을 띠는 빛 줄기로 변해 리아레안을 향하고 있었으며, 그 빛 줄기가 자신을 밀어내려 하는 리아레안의 금색 빛 기둥과 서로 부딪쳐 하얀 빛으로 이루어진 거대한 구체를 만들어 내면서 그와 동시에 주변 일대로 거대한 빛 기둥들을 흩뿌리는 광경을 만들어 가고 있었다.
  이후, 병기에서부터 빛 기둥이 계속 커지며 리아레안의 빛 기둥을 밀어내려 하였으나, 빛이 발산되는 틈을 타, 병기의 흉부를 파고들려 하였을 리아레안의 공세는 쉽게 그치지 않고 있었다. 하지만 그 이후, 폭음이 주변 일대로 발산되기 전까지는 그 상황을 지켜볼 수는 없었다, 나 자신 역시 다급한 상황 하에 있으면서 그 상황의 타개를 위해 나서야 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도로시아 양, 지금 괜찮아요?"
  "예, 일단 크세비아의 당부를 들으며 상공에 머무르고 있어요."
  그러는 동안 도로시아는 크세비아를 데리고 있으면서 나비 날개와 비슷한 모습을 갖춘 날개를 펼친 채, 상공의 제법 높은 곳, 그 후방에 머무르고 있었다. 다행히도 병기들은 앞장서서 다가온 나를 공격 목표로 정했을 뿐, 도로시아 그리고 크세비아에게는 거의 신경을 쓰지 않고 있었다.
  나 역시 상공의 제법 높은 곳에 있었다, 그러나 이들이 거포에서부터 거대한 빛 기둥을 한 번씩 분출했으며, 이들의 몸체에서 어둠 속에서 잘 보이지 않는 폭탄들이 분출되어 나를 추적하다가 폭발, 그와 함께 보라색 열기로 이루어진 구체의 무리를 만들어 내려 하고, 또 미사일들이 방출되어 직진하다가 붉은 연기를 분출하며 폭발하면서 추가의 위협을 가하고 있었다.
  강력한 장치를 장착하고 있었음에도 비행을 높이 하지 못하고 있던 그 병기들이었으나, 장치가 발휘할 수 있는 힘을 무기 발사에 돌린 탓인지, 무기 및 몸체에서부터 방출되는 것의 위력은 이전까지의 수준과는 현저히 다른 수준의 위력을 보이고 있었다, 스치기라도 하면 보통 이상으로 다칠 것임이 분명했다.
  가급적이면 타격을 받지 않을 수 있도록 나를 향해 날아오는 미사일 및 빛들을 피해내는 위주로 행동을 취해 갔으며, 이 와중에 이를 노린 병기의 포격과 맞서게 되어 그 포격이 이루어질 때를 같이 해, 공격보다는 기운을 지켜보고 이를 피해 가는 방식으로 대응해 나아갔다.
  그러면서 가하는 반격에 장갑이 점차 상처를 받으며, 깨어지려 하고 있었다, 물론 공중에서의 타격도 일어나니 잇달아 이들을 피해 가야 했지만 일정 높이 이상 병기가 날아가지 못하였기에 공중에서부터 가해지는 위협의 실체만 피해가기만 하면 되었다.
  이 무렵, 라이마가 이들을 빛으로 이루어진 창으로 궤뚫으려 하고 있었다, 그러는 동안 이들이 가하는 공세에 그가 상대하고 있던 병기 중 하나의 어깨 관절에 부가된 장식을 위한 판이 깨어져 폭파되어 불길을 일으키는 광경을 보이고 있었으며, 세 병기들이 방출하는 미사일들을 샤리에나가 소정령 브리사와 자기 자신이 직접 번개 줄기와 대기의 기운으로 이루어진 칼날들로 막아내어 폭파시켜, 어둠에 잠긴 공간에 잠시 붉은 빛으로 이루어진 구체의 무리가 하나의 무늬를 그리도록 하고 있었다.


다음 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