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빛을 발하며 분출되는 연기 속에서 모습을 드러내는 그 그림자는 오른손에 장대 길이만 하더라도 날부터, 그 길이부터 내 키의 반, 그 이상에 이르며, 화려한 외양을 갖추고 있는 장검의 날과 같은 모습을 보이는 길다란 창을 든 채, 긴 머리카락을 가진 소녀는 빛을 발하는 연기로 자신의 모습을 감추고 있는 채, 나에게 말을 걸려 하였다.
  "파라일라의 구원을 바라는 이들의 목소리에 무작정 응답한 사람으로서 이 정도의 경지에 이르렀음에 대해서는 호평을 해 줄 만 하다. 하지만 애석하구나, 적의 존재만 알고 있었지, 그 실체를 파악하지 못했음에 대해서는. 나를 이길 수 있으리라고 진심으로 믿으면서 이 곳에 이르렀는지를 묻고 있다는 거다."
  그리고 자신의 실체를 파악할 수 없었다면 자신의 곁으로 올 자격은 본래 없었으나, 나에게만큼은 특별한 예우를 해 주겠다는 말을 건네면서 나뿐만이 아니라 내 주변의 모든 이들이 그에 대해 알 수 있도록 한다는 배려를 우선 해 주겠음을 나에게 알리려 하였다.
  "중앙에 위치한 빛을 발하는 거대한 구체의 모습이 보이는가."
  "보인다." 이에 바로 답을 하는 나. 그 때 마침, 나의 눈앞에 금속의 결정 조각으로 이루어진 것처럼 보이는 거대한 구조물로서, 중앙에 구슬의 형상을 이루는 거대한 개체가 자리잡고 있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었다. 그 모습에 대해, 나는 이전부터 신전의 중추에 해당되는 것으로서, 신전이 외부로부터 기운을 받아, 신전의 병기들을 구동하는 힘의 실체일지도 모른다고 추측을 하고 있었다.
  "말하자면 그렇다고 볼 수 있겠지. 하지만 그것의 실제 존재 의의는 그 수준을 능가한다고 봐도 좋다."
  그리고 혹시 '키에렌 3 세' 라는 왕의 이름, 그리고 '요베스' 혹은 '제오' 라는 이름을 들어본 적이 있느냐고 물었을 때, 나는 그 의도에 대한 추측을 해낼 수 있었다. 그 구체 안에 들은 이가 바로 키에렌 3 세라 칭해진 이로서, 에레아에 의해 새로운 '제오' 가 된 존재였던 것이었다.
  "이제 알아차린 듯 하군. 그런 것은 상관없어,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 개체가 제오가 되는 것으로서, 성계의 모든 기운을 그는 자신의 힘으로 삼을 수 있게 되었으며, 그 힘이 존재하는 한, 너는 나를 결코 이길 수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는 것은 제오라는 존재의 실체란......!?"
  그 무렵, 이미 나의 왼편 근처로 다가오며, 도로시아가 에레아에게 말을 걸고 있었으며, 이에 에레아는 바로 "그렇다." 라는 답을 하였다. 그러는 동안 중앙 구역의 빛에 변화가 오기 시작, 처음에는 하늘색에 가까운 빛깔을 띠고 있던 그 개체가 어느 순간에 갑자기 다홍색 빛에 감싸이는 듯한 모습을 보이기 시작하더니, 연기 속에 머무르고 있던 소녀의 형상 역시 주황색 빛에 감싸이기 시작하였다. 그 때, 그런 에레아의 모습에 대해 바로 분노의 감정을 드러내는 목소리를 내는 크세비아.
  "결국 제오라는 존재의 역할은 당신에게 생명력을 공급하는 역할 정도가 아닐까요, 각지에서 기운을 흡수해서 그것을 당신께 바치는 것이 당신의 일이었다는 것이잖아요!"
  "그게 왜 화가 날 일이지? 키에렌은 그대들의 원수 아닌가. 그 원수가 나의 노예로서 괴롭힘을 당하고 있으니, 그대들은 오히려 이에 대해 기뻐하고, 또 나에게 감사해야 하지 않겠는가."
  "물론 저희들의 원수는 키에렌 3 세임은 확실해요, 그 왕에 의해 파라일라는 멸망하고, 대지는 황폐해졌으며, 수많은 이들이 목숨을 잃었지요."
  키에렌을 괴롭히고 있는 자신이야말로 파라일라의 은인임을 강조하는 에레아의 목소리에 바로 응답을 하는 도로시아. 그리고서 그는 곧바로 그 말에 대한 반박을 하기 시작하였다.
  "하지만 키에렌 자신의 의지에 의한 악행은 바르코스 내로 한정될 따름이었어요. 파라일라를 침공하고, 그 대지를 파멸시킨 일은 그의 의지가 아닌 바로 당신의 의지에 의한 일이었겠지요, 당신이 키에렌 왕의 의식을 지배하고, 그를 움직여서 모든 것을 파멸시켰음을 알게 된 이상, 파라일라의 원수는 당신이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어요."
  그러자 크세비아가 이에 뒷받침하는 말을 건네어, 이는 도로시아 뿐만이 아니라 파라일라에 살고 있었을 모든 이들에게도 해당이 될 것이라는 언급을 이어 하였다. 그러자 그런 그들의 주장을 순순히 받아들이는 듯한 목소리를 내니, 일단 그들의 주장은 틀림없는 사실이라는 언급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런 말이 그들에게 지지 않았음을 알리지는 않았다. 그러한 유형의 말을 건네면서 에레아는 제오와 자신의 힘이 결합된 이상, 자신을 이길 수 있는 자는 없다는 말을 하고서, 어차피 패배할 수밖에 없는 자들의 목소리는 아무래도 좋다는 말을 건네었다.
  "제오의 힘이 당신과 결합한 것으로 왜 저희들은 패배할 수밖에 없어야 하나요? 그러할 리는 없어요!"
  그 때, 그런 그의 모습을 보며, 격렬한 목소리로 외치는 크세비아. 그러자 비웃음을 전하려 하는 듯한 목소리를 내며 나 그리고 도로시아와 크세비아에게 그 말의 증명을 보이라는 말을 건네고 있었다.
  "그런 말을 했다면, 그 말이 옳음을 내 앞에서 증명해 보이거라. 증명을 보일 수 있다면 내가 너희들 모두를 인정해 주도록 하마. 증명 수단의 제약은 없다."
  그리고 잠시 후, 연기가 서서히 걷히면서 그의 본 모습이 드러나려 할 즈음에 나 역시 전투 태세를 갖추고, 소정령으로 하여금 공격 개시를 준비시킨 다음에 조용히 그의 모습을 바라보려 하였다. 그 때, 크세비아가 나 그리고 도로시아를 대신해 강한 목소리로 외치고 있었다.
  "신이여! 찬란한 꽃과 바람의 대지에 영광을!"
  그러자 이에 지지 않으려 하는 듯이 연기가 걷혀지며, 그가 입고 있던 드레스와 모자 그리고 창의 모습이 나타날 즈음에 에레아의 목소리가 이에 대항될 수 있는 목소리를 내려 하였다.
  "바르코스 그리고 엘리시온에게 대항하는 자들에게 죽음을!"
  그와 더불어 온전히 나타난 소녀의 모습. 접시 모양과 비슷한 모양새를 이루는 하얀 모자와 새하얀 블라우스와 치마로 이루어진 옷바람의 바탕을 구성하고, 상반신에는 검은 조끼를, 그리고 머리의 모자에는 검은색을 띠는 문장 하나로 이를 하얀색으로 일관한 옷차림을 꾸미고 있었다. 하반신을 감싸는 치마는 앞쪽이 트여 있었으며, 그 앞쪽의 트여있는 사이에는 짤막한 치마 그리고 두 다리의 모습이 드러나고 있었으며, 발은 검은색을 띠는 구두로, 그리고 다리와 허벅지의 대부분을 검은색을 띠는 투명한 천으로 감싸고 있었다.
  이전의 검붉은색과 달리 거의 푸른색을 띠고 있는 머리카락. 여기에 눈동자가 검붉은색을 띠며 번뜩이고 있어서 그가 에레아임을 알리고 있었다.

  그렇게 모습을 드러낸 이후, 바로 왼손을 높이 들어올리는 에레아. 그와 함께 세찬 바람이 그를 중심으로 나와 도로시아 그리고 크세비아가 위치한 곳 일대에 불어오기 시작, 그 바람이 하얀 빛을 띠는 고리 상의 흐름을 이루어내며 세차게 휘몰아치려 하고 있었다. 그리고 잠시 후, 그 고리를 중심으로 거대한 충격파가 폭풍을 불러와, 그 폭풍이 나의 근처에 있던 샤리에나와 루마 그리고 리아레안을 뒤쪽 먼 곳으로 밀어내려 하였다.
  그와 함께 바람이 불어오던 곳 주변 일대로 반구형의 희미한 하얀 빛을 발하는 장막이 생성, 이어 그 장막 안으로 들어오려 하던 루마가 부딪치고 이어서 충격이 가해졌는지, 그로 인해 아파하는 루마의 모습이 나타나고 있었다. 그 모습을 잠시 보다가 다시 그에게 시선을 향할 무렵, 크세비아가 분노에 찬 목소리로 물었다.
  "이번에는 무슨 의도로 이런 행동을 하시는 것이지요?"
  "이 대결에서는 여기 있는 사람들만 있으면 된다, 다른 이들은 필요 없어. 즉, 이번의 행동은 그 불필요한 자들의 제거를 위한 일이라 알고 있으면 된다."
  이후, 그 물음에 그렇게 답을 하는 에레아. 이어서 그의 등에서부터 날개가 생성되기 시작, 3 쌍의 보라색을 띠며 칼날과 비슷한 뾰족한 모양새를 이루는 반투명한 날개들이 빛을 발하기 시작하면서 그는 이윽고 낫을 두 손으로 들면서 자루를 기울이고, 그 날이 앞을 향하도록 하면서 나를 향한 돌진을 행하기 시작하였다. 그러는 동안 나 역시 검을 두 손으로 들고 있었으며, 그 검으로 바로 정면에서 맞서기로 마음을 먹고 있었다.
  이후, 에레아가 두 손에 쥐고 있던 창을 높이 들고, 그 날로 나를 내리치려 할 때, 그 날을 검으로 막아내려 하면서 첫 공격을 그렇게 막아내었다. 그리고 그가 다시 밀려난 이후에 창의 끝을 앞으로 들이대자 이를 검으로 밀어내려 하였으나, 검을 다루는 일이 여전히 서툴었던 탓인지 쉽게 그를 밀어내지는 못했다, 그 때 그러한 나의 모습으로 시선을 향하며 물음을 건네는 에레아.
  "이런 일이 너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나, 이런 일은 너에게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아, 쓸모 없는 괴로움과 비극이 가해질 뿐이지. 멸망한 자들의 비극은 멸망한 자들의 비극일 뿐이다!"
  "설마, 그런 생각을 하면서 엘리시온의 사람들을 짓밟고, 성계를 파멸시켜 간 것이더냐, 에레아!"
  그가 건네는 말에 바로 반박을 하면서 나는 검을 오른손으로 쥐고 밀려나려 할 즈음에 왼손을 앞으로 내밀어, 왼손이 파랗게 빛을 발하는 나뭇가지를 만들어내, 그 나뭇가지가 에레아의 얼굴 쪽에 부딪치도록 하였고, 이어서 그로 인해 약간이나마 고통을 느꼈는지, 바로 움찔하면서 뒤로 물러나는 에레아. 그러자 나는 그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고 바로 소정령을 이용해 곡선들을 생성, 그 곡선들이 에레아에게 집중되도록 하였다.
  그러나 에레아가 지팡이를 들고 있는 듯이, 창을 두 손으로 바로 세우려 하자, 그에게서 주황색 방호막이 생성, 하늘색 빛을 발하는 대기의 기운이 하얀 연기를 일으키며 사라질 뿐, 그에게는 닿지 않고 있었다, 대기의 기운이 방호막에 의해 차단되어 그에게 이르지 못하고 있는 듯해 보였다.
  설마하는 생각에 이번에는 전기의 기운을 품은 파랗게 빛을 발하는 덩굴 줄기들을 소정령에게서부터 분출하려 하였으나, 에레아의 그 방호막을 덩굴 줄기는 그저 피해 지나갈 뿐, 방호막 안쪽으로 나아가는 줄기는 하나도 없었다. 이렇게 나의 주 공격 수단이 막힌 이상, 나에게 지속적으로 피해를 가할 수 있는 수단은 거의 없는 것이나 다를 바 없다고 봐도 무방했다.
  그러는 동안 자신이 만들어지는 주황색 구형 방호막의 보호를 받는 채, 낫을 두 손으로 잡으면서 바로 앞에 주황색 구체를 만들어 내는 에레아. 그러는 동안 나는 검에 의해서는 방호막이 뚫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며, 그에게 돌진해 왔으나, 그 낫이 검을 막아내고 있었다. 그는 나의 검술 정도는 아무렇지 않게 상대할 수 있었다고 생각했는지 바로 내가 휘두르는 칼날을 바로 차단하고서는 이어서 반격을 가해, 나에게 창으로 계속 찌르기와 베기를 반복하는 공격을 가해, 이를 막아내면서 나는 점차 뒤로 밀려나려 하고 있었다.
  "깨달았을 텐데, 나에게는 너의 그 모든 것이 무력하다는 것을."
  이후, 나를 조롱하는 듯이 말을 건네는 에레아. 그리고서 그는 뒤로 물러나더니, 이어서 내가 이전에 자신의 부하들을 쓰러뜨렸을 때처럼, 화려한 행동을 시작해 보겠음을 알렸고, 이어서 그의 주변 일대에서부터 붉은 화염들이 공중으로 치솟는 광경이 나타나더니, 이어서 그 불꽃들이 나와 내가 위치한 곳 그 주변 일대로 낙하하기 시작, 내가 위치한 곳과 비슷한 높이에 이를 즈음에 5 메타르 정도의 직경을 가지는 불꽃으로 이루어진 구체를 만들어 내면서 폭음을 발생, 그 폭발이 일어나는 구역이 나의 주변, 그 곳곳에 나타날 지경에 이르렀다.
  그러는 동안 나는 폭발이 일어날 곳에 있던 도로시아에게 다가가 그를 급히 두 손으로 안은 다음에 그를 안은 채, 폭발을 피하기 위한 움직임을 가지려 하였고, 그렇게 피해 다니기를 어느 정도의 시간 동안 행한 끝에 마침내 폭발에서부터 도로시아를 보호할 수 있었다. 내 상태는 일단은 괜찮았다.
  이어서 이번에는 자신의 주변 일대로 날카로운 얼음 기둥들이 흩어져 가는 광경이 나타나고 있었다. 주변 일대의 곳곳으로 퍼져 가는 그 얼음 기둥들이 위협을 가하니, 그저 얼음 기둥들이 비교적 덜 밀집된 곳을 찾아가며, 재빨리 행동을 취할 수밖에 없는 노릇이었다.
  이번에는 도로시아를 등에 업은 채, 얼음 기둥을 피해가려 하였다, 등에 무게가 가해졌지만 그렇게 무겁거나 하지는 않았다. 그렇다 해도, 이전에 비해 현저히 행동이 느려진 탓인지 화염을 피할 때와 달리, 이번에는 아픔이 느껴지고 있었으며, 옷의 어깨 자락과 치맛자락이 얼음 기둥에 스치며, 찢겨지려 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에 대해 신경을 쓸 겨를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그 다음으로는 주변 일대로 빛을 발하는 16 여 개의 덩굴 줄기들 분출하려 하고 있었다. 그 빛을 도로시아를 곁에 두고 내가 그를 이끌며 피해가는 동안 크세비아가 그 사이에 위치한 채, 격렬한 분노를 드러내는 목소리를 내며 에레아에게 외치고 있었다.
  "대체 당신은 무엇을 위해 만행을 저질러 왔지? 그런 만행을 정당화할 수 있다고 생각되는 무언가가 있는 거야!?"
  이전까지의 공손함을 유지하려는 태도를 완전히 버리고, 바로 분노를 표출하는 크세비아. 그러자 그런 그를 비웃으려 하는 듯한 목소리를 내며 에레아가 물었다.
  "그것을 왜 알아내려 하는 거지, 설마 이길 수 없을 것 같아서 그러는 건가."
  "...... 그게 아니야, 성계를 침공하고 사람들을 죽여간 그 만행을 무슨 생각을 하며 일으켰는지, 그것을 알고 싶어서 그래. 너도 그냥 사람들을 죽이고 싶어서 이렇게까지 만행을 저질렀을 리는 없잖아, 무언가 자신이 이루고자 하는 바를 위해 이런 일을 했을 것 아냐!!!"
  "....... 나의 뜻이 신의 뜻과 정면으로 배치되고 있음을 증명 받고 싶다는 건가."
  이에 그의 말에 대해 그런 물음을 건네는 에레아. 그러다가 곧 그는 상관없다는 식으로 말을 건넨 이후, 그에 대해 곧 알려주도록 하겠음을 밝히고서, 그 일에 대해, 지금껏 자신이 하고 싶었던 일 중 하나였음을 알리려 하였다.
  "상관없다. 어차피 나도 그에 대해서는 지금과 같은 시점에서 이야기를 해 주고 싶었으니까."
  그리고 잠시 공격을 멈추더니 주황색을 띠는 방호막에 감싸여 있는 채, 창을 두 손으로 들고 '제오' 가 위치하고 있다는 시설 바로 위의 상공에 머무르려 하였다. 그러더니 잠시 후에 하나의 물음부터 건네는 에레아.
  "혹시, 인류의 역사는 갈등과 투쟁의 역사였음을 그대는 알고 있는가."
  "....... 그러하였겠지요. 저희들의 선조도 그 투쟁 속에서 절망을 느끼며 이주해 온 이들의 후손이었다고 하니까요. 그러면서 각자 다른 성향을 가진 이들이 나라를 세우고, 이들 중에 꽃의 나라 파라일라, 그리고 검의 나라 라이필라라는 두 나라만이 살아남았을 거예요."
  "그런 과거를 갖고 있었던가, 이전에는 전혀 몰랐군. 아무튼, 그런 갈등은 어느새, 국가의 힘과 국민의 의지가 부딪치는 형태로 나타나기 시작하였으나, 병기의 발달로 인해 커져만 가는 국가의 힘에 비해 국민은 언제나 나약할 수밖에 없었지. 그들은 국민이란 국가의 힘에 부딪치면 희생될 수밖에 없는 존재임을 자각하지 못했던 거야. 그들이 어떤 의지를 가지고 희생을 당하든 말든, 국가는 자신의 힘만 믿고 국민을 이끌 수 있지, 그 의지에 반하는 국민의 의지란 그런 이들의 장애물일 따름이야."
  "그게 무슨 말이지요?" 이에 당황하며 묻는 도로시아. 그러자 그는 곧바로 그 물음에 대한 답으로써 하나의 언급을 행하려 하니, 이에 대한 언급을 하기 시작하였다.
  "내가 신으로서 존재하지 않던 먼 옛 시절, 내가 오랫동안 인류의 모습을 연구하면서 얻어낸 결론이다."
  그러더니, 그는 곧 자신들이 국가 혹은 사회에서 할 수 있는 역할에 대해 오랜 기간 동안 민중은 잘 모르고 있었던 것 같다는 언급을 하고서는, 그들은 국가의 의지에 따르며, 국가가 원하는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이 진정한 역할로서, 본래 집단은 형태는 다를지라도 근본적으로는 하나의 권위와 힘을 가진 자의 의지에 모두가 따라가는 방식으로 운용이 이루어지며, 국가도 이와 다를 바 없다는 언급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조직 집단은 자신의 이상에 반하는 자가 있다면 그 자를 억누르고, 바로 잡아야 하고, 그러할 수 없을 경우에는 처단을 하든, 무엇을 하든 간에 제거를 해야 원활히 움직일 수 있듯이, 국가가 나아가고자 하는 바에 민중이 저항을 할 경우에는 국가는 마땅히 이를 저지해야 할 의무가 있다는 언급을 하고서 민중의 저항은 조직의 운용을 뒤흔들기만 할 따름인 어리석은 행태에 불과하다는 언급을 하였다. 그러면서 자신은 연구를 통해 그런 행태가 이루어지는 원인이 무엇인지를 판단하기 위한 답을 마련하려 한 적이 있다는 발언을 뒤 이어 하고 있었다.
  "그런 터무니없는 생각을.......!"
  반박을 하기는 어려웠지만, 그 생각이 민중을 짓밟는 자라 칭해지는 이들에 대한 변명임을 알고 있던 나는 그에 대해 바로 분노를 하며 말을 건네었다. 그러면서 다른 한편으로 그런 그의 생각을 드러내는 발언이 자신의 만행과 깊은 관련이 있을 것이리라는 생각을 마음 속에 두고 있기도 했다.
  "하지만 국가에는 지도자를 민주적인 방법으로 선출하는 방법이 있지 않나요? 그런 방식에 의해 국가의 형태 자체에 변형이 있을 수 있고, 지도자들은 이를 감안해야 했을 텐데."
  "그런 것이 전부라고 생각하고 있다면 애석하겠지만, 민중은 지도자의 겉모습만을 볼 수 있을 따름이다, 암만 민주적으로 지도자를 선출한다 하더라도 겉모습에서 벗어나면 그만이지. 이에 대해 민중이 항의를 하겠지만, 그게 다 무슨 소용이란 말이더냐. 그들의 힘에 드러내놓고 저항이라도 할 수 있단 말이더냐!? 그런 선출 행사를 통해 민중은 자신들이 지도자와 함께 국가의 일면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했을 지는 모르지만, 국가에게 있어서 민중이란 부속품에 지나지 않는다는 현실은 변하지 않아."
  그러자 바로 그렇게 반박을 하는 에레아. 그리고서 국가는 군주와 신하 그리고 그 아래의 백성으로 이루어지며, 이는 결코 변하지 않는 인류 국가의 숙명임을 밝힌 다음에 군주는 군주답게, 신하는 신하답게 그리고 백성은 백성답게 행동해야만 국가가 올바르게 유지가 된다는 언급을 하였고, 민주적 절차에 의한 지도자 선출이라는 변형이 존재하기도 하지만, 이것이 근본까지 변화를 주지 않았음은 모두가 알고 있지 않느냐고 묻고 있었다.
  "......." 이에 도로시아는 답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는 내가 이전에 그의 말에 대한 화답을 하지 '않으려' 한 것과는 확실히 다른 모습으로서, 반론을 제기할 수 있지만 그 반론이 떠오르지 않을 때 특유의 그런 표정으로서, 나의 대답을 하고 싶지도 않으려 했을 때의 표정과는 미묘하다고 해도, 분명한 차이가 있었다.
  그러더니, 그는 곧 무언가 말을 하고 싶어하지만 선뜻 말을 건네지는 못하는 표정을 이어서 지으려 하였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가는 동안, 에레아는 자신의 생각을 이어가고 있었다.
  "그렇다, 민중은 어디까지나 사회 혹은 국가라는 이름을 가지는 거대한 기계의 부속품, 그 중에서도 교환이 가능한 부품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런 부품에게 기계의 중요한 부품으로 간주될 권리란 없는 것이지."
  그 때, 격분을 감추지 못하며, 크세비아가 앞으로 나서면서 물음을 건네려 하였다.
  "그 이야기가 만행의 정당화에 어떻게 연관되는 거야, 민중이란 본래 지배당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논리가 사람을 죽이고, 금속 인간으로 만들며, 대지를 황폐화시키다 못해, 금속 덩어리로 만드는 것과 무슨 관계가 있는 것이냐는 거야! 민중을 억누르기 위해 사람을 금속 덩어리로 만들 필요까지는 없잖아!"
  "그러할 필요가 왜 없겠나? 당연히 있겠지!"
  그 때, 그런 그에게 언성을 높이며 답을 하는 에레아. 그리고 민중의 특성이 무엇인지가 명백함에도 불구하고 민중이 계속 국가에 저항을 하는 이유에 대한 답이 자신이 행한 일의 근거가 된다는 언급을 하였다. 그리고 도로시아가 크세비아를 두 손으로 안으며,
  "그렇다면, 그 답이란, 무엇인가요?"
  라고 건네는 물음에 대한 답으로써 자신이 찾은 '해답' 이 무엇인지를 밝히려 하였다.
  "그것은 바로, 인류의 가장 못난 특성 중 하나인 '고통' 이라는 것이다. 국가와 사회의 명령에 복종하는 것이 운명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고통' 으로도 받아들이는 인간 특유의 면모가 있으며, 아픔을 참아내지 못하고, 그 근원을 없애는 것으로써 고통에 대한 보상을 받으려 하는 인간의 특성이 그 부질없는 저항을 불러왔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크세비아가 경악을 금치 못하는 표정을 지을 무렵, 창을 들고 있는 자신의 오른손을 내리면서 이야기를 이어가려 하는 에레아.
  "그리고 아픔이 있으면 가만히 있지를 못하려 한다는 것이 인류의 본성이다. 이런 본성으로 인해 강한 나라가 약한 나라를 정복하고, 민중은 이에 마땅히 새로운 질서를 받아들여야만 하며, 그에 따르는 고통은 당연히 감수해야만 인간 세계에 항구적인 평화가 찾아올진대, 부질없는 저항을 해서 역사에 아픔의 시간을 만들어가고 있었다는 것이지. 그렇게 나선다 하더라도 왕과 귀족 그리고 백성으로 이루어진 국가 체제의 근본에 변화가 있을 리도 없고, 가능하지도 않아, 그저 헛된 희생에 불과함에도 불구하고 지배에 의한 고통을 참아낼 수 없는 본성의 비극이 역사 속에서 비극을 만들어갔다는 것이다."
  그 이야기를 들으며 그제서야 나는 그가 왜 야스모르에서 만행을 범하려 하였는지에 대해 나름의 결론을 내릴 수 있었다, '고통을 느끼지 않는' 존재가 인간을 대신하는 세상을 통해 고통에 의한 불안정과 비극이 찾아오지 않는 '이상향' 을 만들어 내기 위한 일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존재들의 위에 '신' 인 자신이 올라서서 '왕' 으로서 기계와 금속으로 변이 된 세계의 지배를 자신의 뜻대로 하기 위한 구상을 진행 중이었을 터. 파라일라가 포함된 야스모르 성계는 그 계획의 첫 발판으로서 이용당했을 것임이 분명했다.
  "고통을 느끼지 않는 존재란 곧, 기계와 금속으로 이루어진 존재들일 테고, 그런 존재가 인간을 대체함은 곧, 인간을 기계로 변질시키는 일을 의미하겠지? 물론, 에레아는 예외일 거야, 인간이 아닌 신이니까, 그렇지?"
  "...... 잘 알고 있군." 내가 건네는 물음에 바로 미소를 지으며 답을 하는 에레아. 그리고 다시 한 번 조용히 미소를 지으면서 나 그리고 도로시아에 대한 이야기를 늘어놓으려 하였다.
  "이런 이야기에 너희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는 잘 알고 있다, 유네아 그리고 도로시아. 분명 너희들은 나의 생각에 격해진 목소리로 반발하겠지. 하지만 거기까지는 아직 일러, 더 이야기를 들어봐야 할 터이다."
  그러면서 이야기를 이어가는 에레아. 그가 구상하는 이상향의 건설은 내가 추측한 그대로, 야스모르에 한정되지 않고 있었다. 그 인근의 성계로 자신의 지배를 이어가려 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리고 성계의 지배를 통해 늘어나는 '새로운 존재' 의 제어를 자신이 직접 행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영적 에너지가 필요하며, 그 에너지를 행성을 비롯한 우주에서 끌어오기 위해서는 하나의 매개체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하였다.
  엘리시온의 신 '제오' 는 사실 그러한 힘을 가지는 하나의 개체였던 것. 그가 가지는 인간의 모습은 특별한 목적에 의한 변형으로서, 순결한 여성의 기운을 그가 받아 그 기운을 통해 영적 에너지를 만들어내도록 하기 위한 일이었다고 한다. 이전의 공장 지대에서 소녀들을 제물로 바친 행위 역시 새로운 제오가 영적 에너지를 만들어낼 수 있도록 기운을 제공해 준 일이었다고.
  그 기운을 받으며 '제오' 는 오직 에레아의 의지에 따르며, 그의 의사에 의해 자신의 생명력을 매개체 삼아, 우주의 기운을 변이시켜, 거대한 영적 에너지를 구성하고, 그렇게 구성된 에너지는 병기들의 제어를 담당하는 기관의 구동과 중요 시설이 움직일 수 있도록 하기 위한 힘의 근원이 된다는 언급을 이어 하였다.
  "그렇다면, 키에렌 3 세는 사건의 거짓된 근원이자, 당신의 도구에 불과했다는 것이지요?"
  "그렇다, 더불어 나의 힘이 되기도 하지, 그 힘에 의해 나는 여기 있는 모든 이들의 위협따위는 상관하지 않을 수 있는 수준을 능가하는 힘을 가질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러자 마치 그 말에 반응이라도 한 듯이, 하단에 위치한 시설의 구슬이 잠시나마 붉게 빛을 발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기 시작하였다, 자신이 도구로 활용되고 있음에 대해 키에렌 3 세의 영혼이 분노를 일으키기라도 한 것일까, 아직까지는 모를 일이었기에 그 모습을 그저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또 필요한 존재가 있지, 그것이란 바로 나를 완전하게 하는 것."
  "나를 지칭하는 것이겠지?" 이에 내가 말을 자르면서 물었고, 이에 그는 이제는 알고 있지 않겠느냐고 되물은 다음에 인정하지는 않겠지만, 나는 자신의 그림자에 해당되는 영혼을 가지고 있다는 언급을 한 이후에 그 그림자를 가지는 것으로써 자신은 완전해질 수 있다는 언급을 하고 있었다.
  "물론 네가 반항은 할 수 있겠지, 하지만, '제오' 의 힘을 받고 있는 나에게 그 반항은 어차피 무의미하다. 아니, 그 전에 나의 분신에 불과할 뿐인, 네가 나를 이길 수는 없겠지. 분신은 본체에 흡수되어 하나가 되는 것이란 운명과도 같은 일이니까."
  그리고 잠시 후, 그는 이제 그 의식의 실현이 이루어질 때가 되었다는 말과 함께 오른손에 쥐고 있던 창의 날을 앞으로 향하면서 이제 자신이 할 수 있는 이야기는 모두 마쳤음을 밝힌 다음에 이제 얼마든지 분노를 해도 좋다는 언급을 한 이후에 그 어떤 분노와 모욕도 받아줄 자신이 있다는 언급을 하였다. 그런 그의 모습을 보며 나는 도로시아 그리고 크세비아에게 이제 분노는 자제해 달라고 부탁을 하고서 이어서 전투가 시작되니 뒤로 물러나 줄 것을 당부하였다.
  "하지만 저라고 언제나 뒤에 있지는 않겠어요!"
  그러자 크세비아가 나의 곁에 항시 머무르려 하였으나, 그 때, 도로시아가 그런 그를 말리며, 자신과 그가 활약할 기회는 반드시 오게 되니, 그에 대한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며 그를 진정시켰다. 그 이후, 그는 크세비아에게 물음을 건네니, 이는 아래와 같았다. :
  "이 장막을 뚫을 수 있을까, 그에 대해 좋은 방법 없어?"

  그러는 동안 창의 끝에서부터 빛 줄기가 분출되어 나를 향해 나아가니, 이전의 갑주가 어깨에서부터 포를 발사해 분출하는 빛 덩어리에 비해 그 크기가 훨씬 컸으며, 내가 위치한 곳에 이르며 일어나는 폭발 역시 이전의 그 갑주에 비해 훨씬 컸다. 하나씩 발사되었기에 바로 피해낼 수 있기는 하였으나, 문제는 발사 간격이었다, 짧은 듯, 긴 듯 미묘하게 간격을 이루며 발사하니, 피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분주히 움직이며 피해내야만 했다.
  이후, 시간이 지나니 이번에는 에레아가 그렇게 빛 줄기를 피해내는 동안 내가 나아가는 곳마다 몇 개씩 붉은 빛을 보냈고, 이들은 한참 동안 나를 쫓다가, 도중에 폭발, 한 곳에 붉은 화염으로 이루어진 구체의 무리를 만들어 내고 있었다. 그리고 잠시 후, 나는 그가 왼손에서부터 흩뿌리는 빛으로 이루어진 자그마한 칼날들의 무리를 피해가며, 그 칼날들의 폭발에 의해 일어나는 빛을 등지며, 레반테아에서부터 파랗게 빛을 발하는 곡선을 그리며, 반격을 가하려 하였으나, 그 곡선은 에레아의 몸을 감싸는 붉은 장막에 막혀 연기를 일으키며 사라지기만 할 따름이었다.
  '역시 검에 의한 방법 밖에 없는 건가.'
  그 광경을 바라보면서 나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확실히 이제 남은 방법은 검으로 찔러 장막을 뚫어내는 것 이외에는 없었다. 하지만 그의 창이 정면에서부터 찔러오는 것을 방해하며, 후방으로의 습격은 더욱 어렵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가 되고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부질없는 공격을 이어가며, 적의 공세를 버티어가기만 할 수도 없는 노릇, 그래서 가능한 한, 기회를 노려 그의 배후를 찌를 수 있는 방도를 찾으려 하였다.
  '그래, 그도 언젠가 방심할 때가 있을 거야, 아니, 그는 나를 무조건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니, 반드시 방심하겠지, 그 기회를 노려보자, 시간이야 얼마나 걸리든 상관없을 테니.'
  그런 생각을 하며, 그의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려 할 찰나, 나의 왼편 먼 곳을 우연히 바라보니, 그런 나에게 전혀 예상하지 못한 광경이 나타나고 있었다, 장막의 한 곳이 빛에 의해 녹아 내리고, 그렇게 생긴 틈으로 도로시아가 밖으로 나오고 있는 것이었다, 그러는 동안 그의 왼편 뒤쪽에서는 크세비아가 두 팔을 양 옆으로 벌린 채, 분홍색 빛을 몸에서 발하여, 그 형상 전체가 분홍색 빛에 감싸이는 듯한 광경을 드러내고 있었으니, 자신의 몸에 품은 빛의 기운을 마력으로 전환, 그 마력으로 장막을 녹아 내리도록 하는 행동인 듯해 보였다.
  '그래, 그 방법이라면 가능할 거야, 하지만......'
  이를 잘 활용한다면 에레아의 장막 역시 뚫을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크세비아의 생명력이 필요할 것임은 누가 보더라도 명백하였지만, 나의 검이 장막을 뚫지 못하고 있으니, 다른 방법을 찾을 수밖에 없었으리라. 그러다가 곧 나는 장막 안으로 검을 사용할 수 있다는 루마나 라이마를 불러와 그에게 검을 빌려주도록 하는 방법을 사용해 보기로 하였고, 라이마가 검을 사용해서 검이 품은 힘을 활용할 수 있었으니, 이런 방법도 매력적일지도 모른다는 판단을 내렸다. 다만, 그가 에레아의 창을 이겨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였다.
  "어디를 멍하니 바라보고 있는 건가, 적이 이렇게 바로 앞에 있거늘!"
  그 때, 이러한 목소리가 들려옴과 동시에 나를 향해 휘둘러지는 에레아의 창. 그 날을 보자마자 나는 황급히 그를 뛰어넘으려 하는 듯이 비행을 행하여 그의 등 뒤에 이른 이후에 곧바로 다시 에레아를 향해 돌아섰고, 그러는 동안 이미 에레아 역시 나를 향해 돌아서 있었다, 하지만 그는 바로 근처에서 마력을 일으켜, 도로시아를 장막 밖으로 보내는 크세비아의 모습은 발견하지 못하고 있었다.


다음 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