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악한 검에 지배당하고, 또 과거의 신에 의해 의식의 모든 것을 지배당한 군주 키에렌 3 세, 그리고 그 군주를 지배하며 비뚤어져버린 이상을 관철하려 한 여신 에레아. 이들 모두가 사라지면서 사실상 바르카디아 요새에서의 전투는 끝이 났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이들이 사라지면서 야스모르를 뒤덮은 금속 역시 힘을 잃게 되리라 예상했다, 야스모르에 자리잡은 그들의 중추는 바르카디아 요새에 있던 키에렌 3 세일 텐데, 그 키에렌 3 세가 사라졌으니, 더 이상 힘의 유지를 할 수 없었을 것이었다. 그렇게 힘을 잃은 금속들은 점차 수정으로 변해가며, 행성 전역은 금속의 세계에서 다시 수정의 세계로 변이해 가는 과정을 드러낼 것임이 분명했다.
  그렇게 싸움을 끝냈지만, 그 싸움이 남긴 상처는 상당히 심각했다, 온몸은 상처투성이인 상태였고, 어깨에도 회복이 힘들 정도의 깊은 상처가 난 상태였다. 급히 리아레안이 빛의 기운으로 나를 치유하려 하였지만, 이미 빠져나간 바람의 기운은 어찌할 수 없었으며, 어깨의 상처는 한 번의 치유로도 회복이 잘 되지 않는 상태였다. 그래서 리아레안이 몇 번을 거듭해 치유의 특성을 가지는 빛의 기운을 보냈으나, 진전이 약간 빨라지는 정도의 효과만 거둘 수 있었을 따름이었다.
  "그래도 다행이에요, 결국 두 공주 분들을 비롯한 사람들의 원수를 갚았으니까."
  그 때, 나의 좌측 곁으로 샤리에나가 다가오며 그런 나를 격려하는 말을 건네었고, 이에 나는 "그러하겠지요." 라고 답을 할 뿐, 달리 대답을 하지는 못했다, 기운이 없어 대답하기도 쉽지 않았던 탓이었다. 그러다가 문득 생각난 바가 있어서 샤리에나에게 그에 대한 물음을 건네려 하였다.
  "그러면 두 공주 분들께서는 이제 어떻게 되시는 것이지요, 금속으로 변질되었을 그들의 구출은 이제 불가능한 일이 되었으려나요."
  "....... 어찌할 수 없는 노릇 아니겠어요, 이 일이 있기 전에 그들의 변질된 모습을 이 곳으로 데려오기라도 했다면 어찌 방도를 찾을 수 있었을지도 모르지만, 이제는 늦었겠지요. 애당초 그들을 되살리는 일은 아니스 님, 그리고 도로시아 님조차도 포기 하셨을 지도 모르는 일이에요."
  그러자 바로 나의 물음에 답을 하는 샤리에나. 물론 도로시아는 이들을 포기했겠지만, 그래도 혹시나 하는 생각을 갖고 있었을 것임은 분명했다. 그러나 눈앞으로 다가오는 상황은 역시 매정했으니, 결국 포기 이외에 그들에 대해 그가 선택할 수 있는 바는 역시 없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그렇게 답을 하면서 샤리에나는 평소대로라면 그에 대한 답은 스스로 찾을 수 있었을 터인데, 역시 바람의 기운이 분출되는 상황을 맞이하면서 그로 인해 생각하는 능력에도 문제가 생겼을지도 모른다는 언급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건 그렇고, 유네아 양, 정말 괜찮으시겠어요?
  "괜찮을 거예요, 치유의 술법을 리아레안 님께서 몇 번 거듭 사용하셨고, 그로 인해 조금씩이나마 나아지고 있으니까요, 바람의 기운도 이제 급격히 빠져나가거나 하지는 않잖아요."
  그에 이어 샤리에나가 건네는 물음에 나는 바로 답을 하였다. 확실히 그랬다, 그 와중에 에레아의 창에 찔리면서 생긴 상처에 의해 분출되는 듯이 빠져나가고 있던 바람의 기운은 이제 그 유출이 중지되었으며, 그래서 일단 큰 위기는 넘길 수 있었다. 이후, 샤리에나는 자리에 눕도록 하겠다는 제안을 하였으나, 나는 그 제안에 바로 거절하였다. 이대로 누워버리면 행성을 떠날 때까지 일어나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계속 앉아있으면서 눈앞의 상황으로 계속 시선을 향하려 하였다.
  이런 상황 하에서 나의 몸 상태는 바르카디아 요새를 벗어나기 전까지는 회복이 불가능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상처가 상처이다 보니, 잠시 회복하고 있는 것만으로는 역시 부족했던 것. 그 때, 그런 나에게 뜻밖의 일이 찾아오고 있었다.
  중앙 구역에 자리잡은 '조외스' 의 빛이 완전히 사라질 무렵, 눈앞에 이상한 현상이 일어나기 시작했으니. 각지에서 하늘색 빛을 띠는 기운이 발생하더니, 그 기운이 한 곳을 향해 집중되려 한 것이었다. 그렇게 그들이 집중되는 목표는 다름 아닌 상처를 입은 나였다.
  "아무래도 에레아의 몸에서 빠져나온 그 기운일 텐데........"
  그 모습을 보며, 그 기운에 대한 언급을 이어가는 리아레안. 이전에 주황색을 띠며 에레아에게서 빠져나간 그 기운이 하늘색으로 변이해 나를 향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 목소리를 들으며, 나는 당황하고 있었다, 그로 인해 혹시나 에레아처럼 사악한 인격을 가지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의한 일이었다, 옛 신이 가졌던 힘의 정수, 그 자체였던 에레아가 힘의 성질에 의해 사악해졌다는 판단이 그 근거였다.
  하지만 그 와중에 기운은 나의 가슴에 닿아 나의 몸에 흡수되어 가고 있었다. 이런 현상은 마치 작은 금속 덩어리들이 무리 채로 강력한 자석에 이끌리는 듯이 연쇄적으로 일어났으며, 이 기운은 흡수되자마자 바로 나의 몸, 그 일부와 같은 존재가 되어가고 있었다. 그 광경을 보며 내가 샤리에나에게 물었다.
  "이제 어떻게 해야지? 그 기운을 밖으로 보낼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거야?"
  "옛 격언 중에 이런 말이 있지요, '모든 것은 본래의 길로 되돌아가게 되어있다' 라는 말이 그것이에요."
  그 때, 그에 대해 나의 좌측 먼 곳에 자리잡고 있던 아니스가 조용히 말을 건네었다. 그리고 그 현상에 대해 거짓된 존재에 의해 얽매였던 힘이 거짓된 근원이 사라지면서 본연의 성질을 되찾아 자신이 속해야 할 곳으로 돌아가고 있는 것임을 밝힌 이후에 더욱 쉽게 설명하겠다면서,
  "그 힘이 유네아 님을 해하는 일은 없을 거예요."
  라는 언급을 이어 하였다. 그러는 동안 에레아가 가졌던 기운은 계속 나에게 흡수되었으며, 그러는 동안 온몸에 발생한 상처가 급격히 사라지며 그로 인한 고통 역시 사라지려 하고 있었다. 그 기운은 상처를 입은 어깨에도 닿았으며, 그 상처 역시 리아레안이 발생시킨 빛에 의해 감싸일 때보다도 더욱 빨리 사라지고 있었다. 하나의 굵은 선과도 같았던 상처는 점차 가늘어지더니, 둘로 끊어지고, 이어서 그 역시 작아지고 있었는데, 이 모든 광경이 빠르게 나의 눈앞에 나타났다가 사라지고 있었다.
  상처가 사라지면서 나 역시 바로 일어날 수 있게 되었다. 조심스럽게 몸을 일으켰다. 그러는 동안, 샤리에나의 곁에 머무르고 있다가, 그가 나의 곁에 이르면서 떨어졌던 일린 그리고 라이마는 비행을 통해 조외스에 접근해 가려 하고 있었다, 키에렌 3 세의 유체를 찾기 위한 일이었을 터였다.

  이들은 잠시 후, 조외스의 표면, 그 가장자리 부분에 이르더니 바로 구슬이 위치하고 있는 곳을 향해 조심스럽게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그러는 도중에 일린이 앞장서는 라이마에게 물었다.
  "저 구슬 안에 유체가 있다는 것이겠지?"
  "아마도. 소멸했다 하더라도, 그가 남긴 물건은 있겠지. 그것을 통해 키에렌 3 세가 어떤 물건을 소지하면서 폭주했는지를 알 수 있을지도 몰라."
  이후, 앞장서면서 그렇게 답을 하는 라이마. 그리고서 그는 바로 구슬의 표면 바로 앞에 이르러 그 표면을 깨뜨릴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 무렵, 좌측 뒤쪽의 근처에 이르고 있으면서 그 광경에 대한 언급을 하는 일린.
  "마치 알과 같아, 저 모습을 보면서 그런 생각하지 않았어?"
  "그러면 우리는 지금 알을 깨뜨리고 있다는 건가."
  이에 그렇게 웃음을 짓는 듯한 목소리를 내며 되묻는 라이마. 그리고서 그는 칼끝으로 '알' 의 표면을 두드렸으나, 그것으로는 무리라고 생각했는지, 바로 우측으로 물러나며, 일린이 그 앞에 이르도록 하였다. 그러면서 그 표면에 관한 이야기를 이어가는 라이마.
  "아무래도 이 검으로는 안 되겠다, 아니, 애시당초 검으로 무언가를 두들겨 부순다는 발상 자체가 그른 것 같아."
  그리고 일린이 지팡이를 갖고 있어서 그 지팡이로 두들기면 부서질 것이라고 전망을 하고서, 지팡이 자체로는 어렵겠지만 지팡이가 마력을 받아, 상대에 타격을 가해, 부술 수 있게 되면 그 표면을 깨뜨릴 수는 있을 것이라고 기대를 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후, 일린은 지팡이에 마력을 가하고, 이어서 두 손으로 지팡이를 든 이후에 이를 높이 들면서 지팡이로 그 표면을 두드리기 시작하였고, 그와 함께 단단하면서 날카로운 성질을 갖춘 물질들이 부딪치는 특유의 날카로운 감이 강한 요란한 소리가 주변 일대로 울려 퍼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 소리가 몇 번 울리지도 않았는데 바로 유리가 깨어지는 소리가 요란히 울리며, 그 표면이 깨어졌음을 알리고 있었다.
  "깨어졌다!" 그와 함께 일린이 크게 목소리를 내고, 이어서 자신이 먼저 들어갈 테니, 조심스럽게 안으로 뒤따라 들어와 달라고 당부의 말을 전하고 있었다. 이어서 일린은 안으로 들어가면서 지팡이로 깨어진 구체의 절단면을 두드려 그 절단면이 평평하도록 만들고 있었으며, 이윽고 그 구체의 반 가량이 깨어져 그 내부의 모습이 훤히 드러날 정도에 이르자, 일린이 앞장서서 그 안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그러는 동안 나 자신에게는 계속 기운이 몰려온 끝에, 하늘색 빛이 몸을 감싸고 있음을 루마를 통해 통보 받았다. 상처는 이제 거의 나은 상태로서, 그 정도면 평상시처럼 걸을 수 있었다. 다만, 나에게 흡수된 기운이 나의 몸 속에 차가운 기운을 발하고 있다는 점이 평상시와는 달랐다, 하지만 몸 전체를 차갑게 만들 정도는 아니었으며, 가슴에 시원한 느낌을 전해줄 정도는 되었다. 이외에는 나의 외관상 특징에 대해서는 전혀 알 수 없었기에 빛으로 비추어지는 표면에 반사되는 모습을 통해 그 모습을 확인할 수밖에 없었고, 그러면서 좌측의 기둥으로 다가가 그 기둥 인근의 우측 표면을 거울삼아 허리를 굽히고 나의 모습을 바라보려 하였다.
  희미하게나마 반사되어 비추어지는 소녀의 형상. 그 형상은 나와 똑같은 연한 하늘색을 띠는 가벼운 옷을 입고 있었으며, 긴 머리카락과 푸른 눈동자를 가진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그러나 평상시 내가 보였던 모습과 달라진 하나의 모습이 있었으니, 그것은 내가 가진 두 쌍의 날개였다. 그 날개의 모습이 에레아의 기운을 받으면서 나도 모르게 변이해 있었던 것이었다.
  평상시의 날개는 잠자리 날개를 길고 굵게 늘여놓은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으나, 에레아가 죽은 후, 그 기운을 받아들이면서 변이된 날개는 그야말로 새의 날개와 다소 비슷한 형상을 이루고 있었으며, 그 색도 하늘색에서 하늘색을 띠는 밝은 흰색이 되어 있었다. 그 날개는 주변 일대를 비출 수 있을 만큼은 아니었으나, 선명히 그 형상을 드러낼 정도의 밝음을 유지하고 있었다.
  천사의 날개와 비슷해 보인다고 생각할 수 있으나, 실제로는 그렇지 않아서 잠자리 날개 모양을 이루는 날개의 성질 그대로에 약하게나마 새의 날개가 가지는 형상을 덧붙인 것에 불과했으며, 그래서 천사의 날개처럼 그 날개를 접을 수는 없었다. 사실상 새의 날개처럼 생긴 잠자리의 날개였다.
  나 자신의 모습 역시 이전과는 약간 달라져 있어서 에레아가 그러하였던 것처럼 빛에 감싸여 있었으나, 에레아처럼 눈에 띌 정도로 외부로 강하게 분출되지는 않았으며, 그 색 역시 주황색이 아닌 하늘색이었다. 그렇게 그 모습을 가만히 보려 할 즈음, 뒤에서 크세비아가 목소리를 내면서 그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가려 하였다.
  "아마도 에레아가 가지고 있던 기운이 유네아 님께 넘어가면서 성질 자체에 변화가 생긴 모양이에요. 어쩌면 마력 자체에는 특별한 극성이 없고, 가진 자의 성격에 따라, 그 특성에도 변화가 생긴다고 여길 수도 있겠지요."
  그러는 동안 크세비아가 나의 왼쪽 곁으로 다가오고 있었으며, 이후, 나는 바로 허리를 펴고 중앙 구역의 조외스를 향해 돌아서면서 "그러한가." 라고 짤막하게 한 마디 말을 건네고 있었다. 그리고 잠시 시간이 지날 무렵, 갑자기 크세비아가 먼 앞을 향해 나아가려 하였다. 무슨 이유인지는 몰라도 건너편에 자리잡게 된 것으로서 에레아가 놓친 이후, 날이 바닥에 꽂히고, 기운을 잃은 채, 버려져 있던 자신보다 훨씬 더 큰 그의 창을 향해 나아가려 하였다.
  '무엇을 하려는 것이지?' 그 모습을 보며, 바로 의문을 품는 나. 그리고 도로시아가 다가와서 크세비아가 창을 들려 하는 크세비아의 모습에 대해 창을 나에게 전해주려 하기 위한 행동인 것처럼 보인다고 말을 건네고서 일단 자신이 도와주러 가겠음을 밝히며 날개를 펼친 채, 중앙 구역을 거쳐, 곧바로 그에게 건너가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는 동안 다시 중앙 구역으로 시선을 향할 즈음, 하나의 일이 일어나고 있었다.
  "왜 그래, 라이마? 왜 갑자기 놀라는 건데?"
  한편, 일린은 앞장섰던 라이마가 '알' 의 안쪽에 꽂혀있던 무언가를 발견하자마자 놀라는 모습을 보면서 그에 대해 이상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며 무슨 일인가 싶어 나는 곧바로 조외스의 중심에 위치한 '알' 을 향해 곧바로 날개를 펼치고 비행에 들어갔다. 그러는 동안 샤리에나 역시 무슨 일인가에 대한 의문을 품고 있었는지, 그런 나의 뒤를 따라 나아가고 있었다.

  그 무렵, 일린 그리고 라이마는 좌우에 위치하고 있으면서 중심에 위치한 부서진 구체의 내부로 시선을 향하고 있었다. 이들이 바라보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자그마한 단에 위치하고 있는 한 자루의 검. 라넬리스의 고대 도검에서와 같이 약간 굽어져 있으며 한쪽이 예리한 형태를 이루는 그 장검은 은색을 띠는 표면에 마치 피가 묻은 듯이 검은 기운이 묻어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그리고 그 자루에는 검은색을 띠는 두 개의 글자가 쓰여져 있었으니, 그 검과 관련된 단어를 지칭하는 글자인 듯해 보였다.
  도검의 외형, 그 전체는 푸르스름한 빛에 감싸여 있는 듯한 모양새를 갖추고 있었으며, 사악한 기운을 뿜어내고 있었는지 누구도 검에 손을 대지 못하고 있었다. 라이마가 검에 대해 알린 이후, 일린이 그를 지나쳐서 왼손으로 검을 잡으려 하였으나, 그 때, 갑자기 붉은 기운이 검의 표면에서부터 생성되어 그의 왼손을 마치 가는 나뭇가지들의 무리처럼 휘감으려 하니, 그에 대해 아픔의 반응을 일으키며 일린은 한 마디 비명을 지르는 채, 그 근처에서 바로 주저앉고 말았다.
  "일린, 괜찮아!?" 그 때, 그런 그를 향해 다급히 다가가는 샤리에나. 그러자 일린은 전기에 휘감긴 듯한 고통을 느꼈을 왼손을 오른손으로 잡고 있으면서 아픔의 감정을 바로 드러내고 있었다, 마치 정말로 전기 기운에 그 손이 강하게 휘감겨지기라도 한 듯이.
  하지만 일린은 너무 아팠던 탓인지 대답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렇게 좌측 근방으로 물러난 두 사람을 지나친 후, 나는 그 실체를 확인하기 위해 조외스의 중심에 위치한 단과 그 단에 꽂힌 도검을 향해 다가가 그 모습을 더욱 자세히 보려 하였다. 그 때, 도로시아 그리고 크세비아가 위험하다고 한 번씩 외치고 있었지만 그에 대해 나는 전혀 상관하지 않고 있었다.
  "단 위에 꽂힌 도검, 그 도검을 가까이에서 바라보니 표면을 감싸는 푸르스름한 기운이 더욱 눈에 띄고 있었으니, 얼핏 봐도 잘못 건드리면 위험할 수 있는 무기임을 바로 알리고 있었다. 그 기운을 품은 도검의 자루는 흰 바탕에 먹으로 쓰여진 듯해 보이는 검은색을 띠는 두 글자만이 쓰여져 있었으며, 그 글자들이 하나의 명칭을 만들고 있었다. 바로 자리에 앉은 후, 도검의 칼자루에 쓰여진 글자들로 시선을 향해 그 모습을 보니, 이런 글자들이 이런 나의 두 눈앞에 보이기 시작하였다. :
  '錫蓮' -> 도검에 쓰여진 글자는 이 두 글자였다.
  그 글자들에 대해서는 태고 시대, 라넬리스 동부 지대에서 널리 통용되었다는 글자들과 모양새가 비슷하다는 점만 추측이 가능할 뿐, 그 글자들의 의미가 무엇이요, 어떻게 읽혀지는 지에 대해서는 전혀 아는 바가 없었다. 그 때, 라이마가 나의 우측에 위치하며, 그 글자들이 어떻게 읽혀지는지를 알렸다.
  "시리엔(Syrien) 이라 읽혀지는 글자들의 모임이지요. 글자들 자체는 하나의 명확한 의미를 전해주지 않으니, 사람의 이름이겠지요. 아마도, 검을 가지고 있던 사람의 이름일 거예요. 도검의 이름 자체일 수도 있겠지만, 고대 라넬리스 인들은 도검의 이름에 특별한 의미가 없는 이름을 붙이거나 하지는 않았을 테니, 사람의 이름이었다고 보는 편이 합당하겠지요."
  "그렇다면, 시리엔이라는 이름은 본래 검을 가진 자의 이름이었다고 봐도 될까요."
  "그러할지도, 모르겠네요. 단언하기는 이르지만."
  이후, 내가 건네는 물음에 차분히 목소리를 내어 답하는 라이마. 그 이후, 그는 검에 강한 저주의 기운이 서려 있어서 마음에 깃든 어둠의 약한 자에게는 바로 반발의 반응을 일으키게 된다는 언급을 하고서 일린이 이전에 검을 잡다가 주저앉은 일은 그와 관련이 있을 것이라고 그 도검에 대한 설명을 이어갔다.
  "그렇다면, 이 검을 나는 잡을 수 있을까."
  "못할 거예요, 유네아 양이나 샤린 같은 이들이라면."
  이후, 그렇게 대답을 하고서 사악한 기운을 가지고 있다면 가능할지도 모르나, 자칫하면 밝은 기운과 어두운 기운이 서로 상쇄를 일으키며 생명을 위협할 수도 있으므로 사악한 기운을 함부로 가지는 일은 해서는 안 되는 일이라는 언급을 한 이후에 그 도검이 문제 거리로 간주되면 그 자리에서 파괴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처리 방법이라는 언급을 뒤이어 하였다.

  그러는 동안 나는 뭔가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 나에게 들어온 것이 에레아의 기운이요, '신' 이라 칭해진 존재의 기운이라면 그 기운을 소모하는 것으로서 도검의 저주를 견디어 낼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 어차피 나에게는 그 기운은 필요 없는 만큼, 기운의 소모를 주저할 이유도 없어서 바로 검으로 다가간 다음에 검의 자루에 그 오른손을 내밀었다. 그리고 이에 대해 라이마가 뭐라 말하려 할 즈음에 그 도검의 자루를 손으로 잡았다.
  이후, 도검의 자루를 통해 에레아의 기운이 푸른 빛을 띠는 흐름과 같은 모습을 보이면서 그대로 도검의 도신을 향해 퍼져 가기 시작하였으며, 그에 맞서려 하는 듯이 도신에서도 붉은 기운이 핏줄기와 같은 모습을 보이며 푸른 빛 줄기에 부딪쳐 가는 광경을 드러내고 있었다. 이들이 서로 부딪치면서 도신과 검의 자루가 서로 만나는 곳 부근에서부터 푸른 빛이 나뭇가지와 비슷한 형상을 만들어 내며 격렬히 일어나려 하고 있었다. 그 도중에 검이 단의 표면에서 뽑혀 나오지 않았음은 물론이었다.
  검이 뽑혀 나오지 않음을 확인한 이후에도 나는 에레아의 기운을 들여 억지로 그 검을 뽑아내려 애를 썼다. 하지만 내가 검을 지면에서 빼내기 위해 기운을 들이는 동안 반발도 그에 못지 않게 일어나며, 칼의 끝으로 밀려나던 푸른 빛이 다시 검의 도신과 자루가 만나는 부분을 향해 나아가는 현상의 순환이 힘을 가할 때마다 일어났다. 다행히도 붉은 기운이 손을 휘감거나 하는 현상은 일어나지 않았다, 붉은 기운의 일부가 손을 휘감으려 하였으나, 나를 감싸는 하늘색 빛에 닿으면서 곧 소멸하고 있었다.
  어떻게든 검을 단에서 빼어내기 위해 억지라도 활용해 보려 하였지만, 그 노력은 실패로 돌아가고 있었으며, 결국 나는 검을 빼내기 위한 시도 자체를 포기, 그러면서 검이 꽂힌 단에서 몇 걸음 뒤로 물러서려 하였다. 그러는 동안 라이마는 위험한 징조를 느끼기라도 했는지 검을 오른손에 쥐고 있으면서 눈앞으로 다가오고 있는 상황을 가만히 주시하려 하고 있었다.
  그리고 잠시 후, 붉은 기운이 핏줄과 같은 모습을 보이며 검의 자루 바깥으로까지 튀어나오는 광경이 나의 눈앞에 나타나면서 그와 더불어 푸르스름한 빛을 띠던 검이 붉은 빛에 감싸이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잠시 후, 나의 귓가로 들려오는 한 여인의 목소리가 있었다. :

  "....... 빛을 바라보는 자들이여......."
  사악한 느낌을 주는 젊은 여인의 목소리. 그 목소리는 이윽고, 빛을 바라보는 자들의 모습을 직접 보는 것은 오랜만의 일이라는 말을 끊어지는 듯한 목소리를 내며, 천천히 이어가고 있었다. 그 때, 어느새 도검의 근처에 이른 일린이 검의 모습으로 시선을 향하고 있으면서 라이마에게 물었다.
  "방금 전에 악마의 목소리가 들려와서 급히 달려왔어. 어디서 들려오는 목소리야?"
  그러자 바로 손가락으로 검을 가리키는 라이마. 그러는 동안 도검은 악마의 느낌을 주는 목소리를 계속 내고 있으면서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는 나를 비롯한 4 사람에게 말을 걸고 있었다.
  "...... 드디어 고대한 때가 왔나니......."
  본래 그는 바르카디아 요새의 중추에 위치한 '어전' 에서 키에렌 3 세의 검으로서 나와의 대결을 시도하려 하였다고 말하는 검의 목소리-이하, '시리엔' 이라 칭함-. 이후, 그는 그 키에렌 3 세와 더불어 자신까지 자신의 것으로 삼을 줄 알고 있던 에레아 역시 사라짐으로써 검으로서 빛을 바라보는 자들을 멸할 기회는 없어졌지만, 이를 통해 자신이 모든 운명을 자신의 의지대로 이끌 수 있게 되었다는 말을 건네고 있었다.
  "....... 지금껏 이 순간만큼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제 나는 타락한 왕의 어전에서 '집행인' 으로서 그림자의 이에 의해 처형하겠노라......."
  "하지만 스스로 움직일 수 없는 검으로서, 그대가 어떻게 그 일을 하겠다는 건가."
  그 때, 그런 그에게 들려오는 아니스의 목소리. 그는 검을 향해 활을 겨누고 있으면서 그를 위협하고 있었다. 검 자체는 움직이지 못하니, 이대로 화살이 날아가면 그대로 검의 몸체에 맞을 것임은 분명했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시리엔은 두려운 기색 하나 보이지 않고 있었다, 오히려 그런 아니스의 기세를 맞받아 치고 있었다.
  "....... 그러나 나는 가장 강력한 힘을 소유하고 있다. 이 옥좌라는 힘을......."
  "뭐라고!?" 그러자 활을 겨눈 채로 외치는 아니스. 그리고 잠시 후, 그는 요새는 자신에 의해서도 움직이고 있었음을 밝힌 다음에 이제 자신의 힘으로 옥좌 자체를 지배하겠음을 밝혔다, 이를 통해 자신은 왕으로서 궁전의 모든 것을 자신의 뜻대로 움직일 수 있다는 말을 이어 하면서.
  "....... 옥좌를 소유해, 내가 왕이 되는 것으로서, 요새의 모든 것이 너희들의 적이 되도록 해 주마. 그 고통을 감내할 수 있는지는 그대들의 의지에 달렸을 것이다......."
  그리고 잠시 후, 검의 몸체에 변화가 일어났다. 몸체를 덮고 있던 검은 기운이 증발되는 듯이 사라지며, 은색을 띠는 본래의 모습이 나타나더니, 그에 이어 검의 표면에서부터 검은 기운이 실핏줄처럼 그려지기 시작, 이어서 그 붉은 실핏줄이 조외스의 표면을 덮으려 하였다. 그러는 동안 실핏줄의 중추에 해당되는 모습을 보이던 검은 핏빛을 띠는 불꽃에 감싸여 있는 모습을 보였으니, 마치 지옥의 불꽃에 휩싸인 듯한 면모를 드러내고 있었다.
  그것을 중심으로 뻗어나는 실핏줄, 이들의 움직임은 조외스에만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서 이어서 주변 구역의 푸른색을 띠는 벽면과 기둥의 면을 따라 붉은 실핏줄들이 뻗어나며, 흉악하게 빛을 발하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잠시 후, 시리엔은 그와 동시에 이전의 끊어지는 그 목소리와는 완전히 대조되는 듯한 격렬하면서 사악한 느낌을 가하는 젊은 여성의 목소리를 주변 일대로 퍼뜨렸다.
  "이제 치욕의 순간을 맞이하였음에 대한 복수의 때가 왔다, 불안과 공포의 힘으로 그대들을 짓밟고, 더 나아가 그대들의 고향인 세니티아 성계를 폐허로 만들어 버리는 것으로써 나의 복수를 이룩할 것이다! 그리고 세니티아를 넘어 모든 빛을 바라볼 수 있는 자들을 독보리를 불길에 던지듯이, 지옥의 불 연못에 던져, 그들의 영혼을 어둠의 불길 속에 태워주도록 하마!!!"
  그리고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그에 반응한 듯이, 공간 전체에 급격한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하였다.

  "아, 아앗!!! 표면이 갑자기.......!?"
  공간의 전체로 실핏줄이 뻗어나가면서 공간 전체가 갑자기 격렬히 흔들리기 시작, 그와 함께 천장의 곳곳이 무너지면서 금속 조각들이 표면 일대로 낙하하기 시작하였다. 이에 대해 당황하면서 리아레안이 외치자, 이어서 샤리에나가 어느새 붉게 물들어버린 조외스와 불꽃과 같은 모습으로 변해버린 심연이 자리잡은 중앙 구역에서 이탈하면서 날개를 펼친 채, 지상에 머무르는 일행에게 다급히 외쳤다.
  "이 곳 아니 요새 전체가 위험한 곳이 되었을 거예요, 어서 요새를 탈출해야 해요!!!"
  그러자 리아레안 역시 바로 날개를 펼치며 그의 곁을 따랐다. 그리고 잠시 후, 탈출 시에는 자신이 앞장서겠음을 밝히면서 그 이유로써 자신이 뒤쪽에서 요새로 진입해 왔으며, 현재로서는 뒤쪽으로 나가는 것이 빠르기 때문이라는 언급을 이어서 하였다. 그리하여 일행은 리아레안 그리고 샤리에나가 앞장서는 가운데, 한 사람씩 조외스가 자리잡은 공간을 다급히 빠져나가면서 위험해진 그 공간에서 벗어나려 하였다.

  이미 실핏줄은 바르카디아 요새의 내벽마다 퍼져 있었으며, 그 실핏줄들이 활성화되면서 그에 반응이라도 한 듯이 실핏줄의 무리에 덮인 채, 벽면의 병기들이 모습을 드러내고, 그와 함께 전에는 보이지 않던 비행 병기들이 날개의 끝마다 장착된 장치에서부터 붉은 빛 줄기를 만들어내며, 위협을 가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 위협은 실로 가벼운 수준에 불과하였으며, 날아오는 병기들은 쉽게 격추할 수 있었다. 그러면서도 최대한 빠른 시기 내의 탈출을 우선시 하였는데, 언제 요새 전체가 위험한 곳이 될 것인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한 동안 리아레안 그리고 샤리에나를 따라 나아가고 있을 무렵, 잠시 고개를 돌려보니, 도로시아가 크세비아와 함께 날개짓을 하며, 나를 따라 나서고 있었다. 그러는 동안 그의 왼손에는 에레아가 남겼던 그 창이 쥐어져 있었다, 나에게 넘기려 하다가 상황이 상황인지라 그렇게 할 수 없었던 모양이었다.
  그러다가 마침내 요새의 바깥쪽에 위치한 보랏빛을 띠는 하늘이 그 모습을 드러내고, 이어서 리아레안과 루마가 먼저 밖으로 탈출, 이어서 샤리에나가 그 뒤를 따랐다. 그리고 잠시 후, 나와 일린 그리고 라이마가 뒤따라 요새의 후방, 그 외곽 부분을 거쳐, 비교적 먼 근방까지 나아가려 하였다. 아무래도 거기까지는 나아가야 안심이 되리라는 판단에 의한 일이었다.
  그리고 리아레안과 루마 그리고 샤리에나와 일린, 라이마와 다른 방향으로 나아가며 흩어진 이후-이들은 요새의 뒤쪽으로 나는 요새의 앞쪽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바로 요새와 거리를 두려 하는데, 그 때, 뒤에서부터 도로시아의 목소리가 나에게 청을 하고 있었다.
  "유네아 님!!! 이제 물건 하나를 던질게요, 꼭 받으셔야 해요!!!!"
  그러자 그에 반응하면서 바로 이들을 향해 돌아서는 나. 그리고 잠시 후, 나는 도로시아가 왼손에 든 창을 높이 들어 바로 던질 듯한 자세를 취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이후, 도로시아는 창의 양끝이 하늘 그리고 땅을 향한 채로 최대한 창을 멀리 던지려 하였고, 이어서 내가 포물선을 그리며 나아가면서 계속 도는 모습을 보이는 그 창의 모습을 응시하다가 나의 근처로 다가왔다는 판단을 내리자마자 바로 그 창을 향해 나아가기 시작, 그리고 낙하하려 하는 그 창을 향해 날아 내려가며, 오른손을 뻗어 그 창의 자루를 잡았다.
  그렇게 창을 잡은 후, 바로 다시 상승하려 하는 순간, 갑자기 창의 형상에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하였다, 나에게 드리워진 하늘색 기운이 창에 스며들더니, 마치 전기의 기운으로 구성된 굵은 덩굴 줄기에 감싸인 듯한 모습을 보이려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 전기 기운은 나에게 어떤 해도 가하지 않았으니, 내가 얻은 에레아의 기운과 그 힘이 같은 성질을 가지고 있기 때문인 듯 했다.
  이후, 나는 에레아가 남긴 창을 잡고서, 요새의 근방에 위치하면서 요새가 다시 행할 공세에 대한 대비를 하기 시작하였다. 그러는 동안 요새 앞쪽의 건너편에 위치한 아니스가 신호를 보내, 안전 지대에 왔다면 신호를 보내 줄 것을 요청하였고, 이에 내가 바로 응하여 그에게 창을 들지 않은 왼손을 높이 들어 올리면서 안전 지대에 왔음을 그렇게 알리려 하였다.
  그리고 잠시 후, 다시 손을 내리며 나는 이전에 갑자기 다시 나 그리고 도로시아의 편이 되어주었던 나렐은 어디에 있는지를 살피려 하였다, 요새의 중추를 빠져나갈 무렵에는 도로시아를 따라 나서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지만 요새를 빠져나갈 무렵에는 갑자기 어딘가로 사라졌기 때문이었다. 그러다가 곧 나는 요새의 우측 먼 곳에서 주변 일대를 날개를 펼친 채로, 붕대에 감겨 있던 인간의 형상을 왼손으로 안고 있는 모습을 자그마하게나마 확인할 수 있었다. 내가 잃어버렸던 그 검은 오른손에 쥐고 있었으며, 내가 들고 있을 때보다도 더욱 밝게 빛을 발하는 듯 했다. 사실, 내가 가졌을 때와 다를 바 없지만, 기분 탓에 그렇게 보이는 것일까, 거기까지는 모르겠다.


다음 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