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신 에레아, 그리고 그의 도구로 전락하였던 왕 키에렌이 사라진 후, 요새 주변의 광경에는 점차 변화가 생겨나고 있었다. 요새에 격렬한 진동이 가해지는 것으로 인해 위험해진 요새를 막 탈출하였을 때부터 이미 하늘의 모습은 변화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으니, 바르카디아 요새 내부로의 진입을 이루었을 즈음에는 요새가 자주색에 가까운 보라색을 띠고 있었음에 반해, 탈출 이후에는 거의 짙은 군청색에 가까운 색을 띠고 있었다.
  기후 양상에도 변화가 있었다, 진입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짙은 구름이 하늘에 드리워지고, 그 사이로 빛을 발하는 줄기들이 지나가는 광경이 나타나고 있었으나, 이제는 그 기세가 많이 약해져 있었다. 물론 하늘에 구름이 드리워져 있음에는 변화가 없고, 구름 사이로 파랗게 빛을 발하는 줄기들 역시 여전히 지나가고 있었지만 구름이 얇아졌음을 그 모습을 바라보며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대지의 모습은 더욱 분명히 변하고 있었다, 고개를 숙여 하늘 아래로 시선을 향하니, 어느새 하늘색 빛을 발하는 금속으로 뒤덮혀 있던 대지는 빛을 잃고 있었다. 그 대신, 금속에서부터 빠져나왔을 수많은 하늘색 빛들이 마치 지상으로 내려온 별들과 같이 빛나고 있었다. 아마도 금속은 이미 수정으로 변하였을 것이며, 그 수정들과 함께 있던 변질되었던 물 역시 이전의 세계에서 보았던 그 물의 모습으로 변화했음이 분명했다.
  금속 세포가 사멸해 가면서 이제 바르코스의 영역은 바르카디아 요새, 단 한 곳으로 줄어들었으며, 요새마저도 점차 하늘색 기운이 빠져나가고 있으면서 기운이 약해져 가고 있음을 알리고 있었다. 하지만 요새 자체는 아직 건재하고 있음을 과시하기 위함인지 부서진 시가지의 표면이 부서져 가면서 그와 함께 그 지반 아래에 남아있던 포대 등이 하나둘씩 그 모습을 드러내려 하고 있었으며, 그들 중에는 마치 새로 만들어진 것처럼 보이는 이들도 있었다.
  그와 더불어 요새의 몸 속에서도 병기들이 하나 둘씩 그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 곡선을 그리며 측면에서부터 전방으로 나아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이들은 모두 수정으로 이루어져 있었으며, 초록색, 붉은색, 노란색을 띠는 이들이 사선상의 대열을 이루며, 나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는 동안, 오른손에 쥐어진 창을 휘감는 밝은 빛을 발하는 덩굴 줄기는 어느새 격렬히 빛을 발하며, 이전에 비해 더욱 선명해진 모습을 보이고 있었으며, 덩굴 줄기 주변으로 잔가지들도 생성되어 전기의 기운이 빛을 발하는 손에 잡힌 창 전체를 거의 휘감고 있다시피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그러는 동안 나의 좌측 근처로 다가오며, 크세비아가 비행체들로 시선을 향하는 채, 물었다.
  "유네아 님, 아직 끝이 아닌 것 같아요, 그렇지 않아요?"
  "아무래도 중앙의 그 검이 요새 자체를 움직여서 저항을 이어가려 하는 것 같아. 그러한 이상, 저 요새 자체를 공격해 파괴시켜야 하는 목표가 하나 새로이 생겼다고 볼 수 있어."
  그 물음에 바로 그렇게 답을 하는 나. 그리고서 나는 크세비아에게 자칫하면 요새 전체를 파괴시켜야만 끝이 날지도 모른다는 언급을 하고서 그 상황 역시 상정해 봐야 할 필요가 있겠지만, 중앙의 검이 위치한 곳을 파괴시킬 수만 있다면 요새의 생명은 끝이 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가급적이면 그 기회를 노리는 편이 더욱 좋으리라는 언급을 뒤이어 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기회란, 쉽게 오는 것은, 아니겠지요?"
  "그러하겠지, 아마도." 이후, 크세비아가 나에 대한 걱정을 드러내는 물음을 건네자, 나는 그 물음에 바로 그렇다고 화답을 하고서 우선은 변두리의 포대들을 하나 둘씩 줄여가자는 말을 한 이후에 포대들이 줄면 줄 수록 기회는 빨리 다가오지 않겠느냐는 말을 그에게 건네려 하였다.

  요새로의 정면 진입은 아무래도 힘들었다. 정면 방향으로 대량의 병기들이 마치 '입자들이 분출되는 듯한 기세' 로 계속 요새에서부터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음이 그 이유. 그 기세를 정면 돌파로 감당하는 일은 얼핏 보아도 보통의 일 같지는 않아 보였다. 그 뿐만이 아니라 포대들의 공세까지 감당을 해야 할 필요도 있었기에 정면 돌파는 암만 생각해 보아도 무리일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그래서 일단은 요새의 변두리 구역을 반 시계 방향으로 돌며, 포대들을 무력화시키면서 나선상으로 비행을 행하여, 중심을 향해 들어가기로 마음을 먹었다. 포대들의 위협은 감안해야 하겠지만, 이들과의 대면 역시 어차피 해야만 할 일이므로 달리 방도는 없다고 생각되었다.
  그러는 동안 어느새 삼각 날개, 용의 날개와 비슷하게 생긴 날개를 가진 작은 비행체들이 일제히 날개 아래의 총포에서부터 빛을 뿜어내며 각자의 바로 앞에 위치한 일행을 향해 공격을 가하기 시작하였다. 그러는 동안 나의 우측에서부터 금색 화살과 보라색 빛 줄기가 날아오며, 비행체들을 하나씩 격추시켜 나아가고 있었다.
  이러한 광경을 바라보며, 우선 요새의 우측면을 향해 창을 굳게 쥔 채, 바로 앞으로 다가오는 비행체를 향해 바로 돌격해 나아가려 하였다.
  우선 나의 근처를 지나치려 하는 비행체의 우측 날개를 창의 날로 찢어내고, 그에 이어 다가오는 삼각 날개를 가진 비행체가 가하는 공격을 위로 뛰어올라 피해낸 이후에 곧바로 창의 날로 등을 내리찍으며, 돌파, 그렇게 열기를 통과하고서 다시 상승하며, 두 비행체를 연속으로 파괴시켜 나아가면서 이들의 방해를 돌파한다. 그렇게 잠시 앞으로 나아갔으나, 곧 나는 의외의 장해 요소와 맞닥뜨리게 되었다.
  이전에 제거된 두 비행체의 너머에서부터 등에서부터 불꽃을 뿜어내며 돌격해 오는 비행체. 유리로 이루어져 있으며 주황색 빛을 발하는 갑주형 비행체 하나가 두 손에 하나씩 소검을 쥐고 있는 그 개체는 나를 향해 급속도로 돌진해 왔다. 생각지도 못할 사이에 다가왔기에 나는 선공을 가하는 그 비행체의 공세에 창의 자루를 이용해 막아내는 것으로써 바로 대응해 나아가려 하였다.
  그러나 예상외로 그 갑주형 비행체는 나를 거의 밀어내려 하고 있었다. 나에게 근접 공격 기술이 약함을 알아차리고 그에 맞는 대응을 했을지도 모르나, 이런 공세에서 나는 뜻하지 않게 위험한 상황에 놓이게 되었다. 더욱이 주변 일대로 병기들이 수없이 몰려가고 있으니, 이런 상황 하에서 기습이라도 당한다면....... 그 때, 그런 나에게서 기계적인 남성의 목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었다.
  "유네아, 너를 죽이는 일이야말로, 우리의 신 에레아 님께서 기뻐하실 일이다."
  에레아가 이미 죽었다는 사실은 중요치 않았다, 자칫하면 모든 여정이 끝나가는 이 시점에서 모든 것을 그르칠 수 있는 상황에 놓여있는 상태였던 탓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창으로 한 쌍의 검을 서서히 밀어내려 할 즈음, 등뒤로 라이마가 다가와 하늘색 빛을 발하는 검으로 갑주형 비행체를 찔러, 그와 함께 비행체의 갑주를 칼날이 궤뚫는 광경이 나의 눈앞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그와 함께 들려오는 라이마의 외침.
  "헛소리 하지 마, 에레아는 이미 죽었어! 지금 너를 지배하는 것은 그 흔적일 뿐이야!"
  그 이후, 칼날을 빼낼 즈음, 병기의 행동이 멈추고, 그와 함께 갑주 사이로 빛이 분출되기 시작하였고, 그 광경을 보며, 폭발 직전의 상황에 놓였다는 판단을 내리면서 뒤로 물러난 다음에 곧바로 곡선을 그리며 이를 지나쳐 갔다. 그리고 잠시 후, 그 병기는 빛을 주변 일대로 분출하며 폭발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유네아 양, 괜찮아요? 다친 곳은 없지요?"
  "다행히도, 없었어요." 본의 아니게 어려운 대치를 행하기는 하였으나, 병기의 공격에 당하지는 않아서 몸의 어디에도 상처는 나지 않았다. 그 때 크세비아가 나의 곁에 머무르는 채, 두 손을 허리 위에 올리면서 눈을 감은 채, 밝게 미소를 지으며 그러한 나에 대한 언급을 하고 있었다.
  "그 정도로 쉽게 당하신다면, 지금껏 수많은 병기들을 물리치시고, 이 경지에 이른 유네아 님이 아니시지요."
  마치 나와 동행하고 있음을 자랑스러워하는 듯이 말을 건네는 크세비아. 그러자 일린이 그런 그에게 마치 놀리는 듯한 어조로 마치 하인이 자신의 주인에 대해 자랑스럽게 말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고 말을 그에게 건네고 있었다. 그러자 뒤에서 듣고 있었던 샤리에나가 바로 그를 가볍게 질책하는 모습을 보였다.
  "암만 그렇게 보여도, 당사자 앞에서 그렇게 말하면 안 돼지!"
  "......." 이에 일린은 무언가 말을 하고 싶어도 할 수 있는 말이 없는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러자 그의 근처에 있던 라이마가 그런 일린에게 핀잔을 주는 듯이, 적절한 표현을 찾는 방법을 더 배워야 할 필요가 있지 않겠느냐는 말을 건네고 있었다.
  하지만 이런 여유도 결국은 잠시였을 뿐, 이후부터 전체적으로 둥그런 형상을 이루는 것처럼 보이는 병기들이 16 방향에서부터 2 기씩 다가오며, 일린, 라이마 그리고 뒤쪽의 샤리에나까지 포위하려 하자, 일린 그리고 라이마가 앞장서서 병기들을 격추시키면서 포위망을 구축한 병기들을 제거, 그것을 통해 포위의 대열을 파괴하려 하였다.

  이후, 나의 눈앞으로 다가오는 이들은 비행기들만이 전부는 아니었다, 내가 시가지의 지표면을 시계 방향을 돌며, 나서려 하는 동안, 시가지의 표면이 건물들과 그 건물들의 기반인 대지가 조각나는 듯이 부서져, 해체되면서 드러나는 포대와 미사일 발사대들이 빛으로 이루어진 선을 그려내어, 선들이 화려한 무늬를 그려내는 광경이 나의 주변 일대에 나타나고 있었다. 당연히 선에 닿으면 위험했다. 그 선들을 지나치면서 나는 선 사이를 지나치며 다가오는 인간형, 그리고 비행기의 형상을 이루는 병기들을 창으로 내리치고, 찍으며 한 기씩 격추시키고 있었다.
  그러는 동안 후방에 머무르고 있던 리아레안 그리고 루마가 빛 줄기 그리고 화살들을 발사, 이윽고 빛 줄기와 화살 무리가 하나씩 발사되며, 병기의 개체 수를 줄여가고 있었으며, 일린 그리고 라이마 역시 나의 좌측 근처에 위치하고 있으면서 먼저 요새의 지표면에 이르러 시가지의 표면이 벗겨지면서 드러나는 포대들을 하나씩 파괴하며, 그 자리에 연기와 화염이 피어오르도록 하고 있었다.
  이 무렵, 샤리에나 역시 일린 그리고 라이마를 도와주기 위해 이들의 대열에 가담했으며, 그러면서 대기의 기운으로 톱날 그리고 달과 같은 형상을 만들어 내며, 모습을 드러낸 포대 및 포탑의 발사 장치를 향해 그 형상들이 날아가도록 하고 있었다.

  한편, 아니스는 붕대에 감긴 사람의 형상을 한 손으로 안은 채, 오른손으로 짤막한 칼을 쥐고 있으면서 주변 일대를 둘러보고 있었다. 활은 들 수 없었기에 어깨에 끼워놓고 있었다. 입가의 붕대는 풀어져 있었으며, 이를 통해 붉은 입술이 드러나고 있는 듯 했다.
  "저 형상이 이전에 요새에 누워있던 그 형상이겠지요?"
  그 모습을 바라보는 그 때, 일린이 지팡이로 그 형상을 가리키며 물었고, 이에 내가 곧바로 그렇다고 답을 해 주면서 그에 대한 이야기를 하였다.
  "일전에 우리가 구하려 했지만, 요새의 힘에 의해 막혀서 구출이 불가능했잖아."
  이에 일린이 보완 설명을 하니, 대기하고 있던 예즈라가 구출하려 하다가, 아니스가 그를 대신해 구출해서 지금도 데리고 있는 것이라는 언급을 이어 하고 있었다.
  그 후, 이번에는 라이마가 그 형상에 대해 모종의 변화가 생긴 것 같다는 언급을 하고 있었다, 지금까지의 설명대로라면 붕대로 감긴 인간의 형상은 본래는 기계여야 하지 않느냐고 물은 다음에 붕대 안의 모습은 확실히 인간의 모습이었음을 알리며, 본래는 기계였던 형상에 어떤 형식으로든 간에 변화가 생긴 것은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든다는 언급을 뒤이어 하고 있었다.
  시계 방향으로 요새의 변두리를 따라 나아가면서 곡선상의 비행을 이어가려 하였으나, 요새의 규모가 워낙 크다보니, 변두리 면을 따라가는 곡선은 사실상 직선 상을 이룰 때도 많았다. 그 비행을 이어가며, 요새에 비치된 포대를 하나씩 제거하고 있었으며, 그러는 동안 나와 동행하고 있던 일린 그리고 샤리에나가 이들을 지키기 위해 머무르고 있을 법한 비행체들을 자신과 자신들의 소정령을 이용해 빛을 발하는 형상을 만들어 제거해 가고 있었다.
  "그러면, 좌측에는 누가 포대들을 제거하고 있는 것이지?"
  그러다가 앞쪽 부분의 중간 즈음에 이르렀을 무렵, 잠시 고개를 돌리며 샤리에나에게 물음을 건네는 일린. 이에 그는 좌측에는 아니스 그리고 나렐이 나서고 있음을 알리고, 도로시아도 동행하고 있음을 밝혔다. 그리고 그들 자신은 자신들만으로도 충분히 중앙 구역으로의 접근을 할 수 있다고 여기는 듯해 보인다는 언급을 뒤이어 하고 있었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누군가가 도와주러 가도록 해야 할 필요가 있을 거예요."
  이에 샤리에나가 소정령 간 통신을 통해 나에게 그런 말을 전하고서 곧바로 소정령을 통해 누군가와 연락을 취하기 시작하였다. 내용인 즉, 예즈라에게 나렐 그리고 아니스의 뒤를 따르며 이들을 지원해 달라는 것이었다.

  한편, 나렐은 아니스와 동행하고 있으면서 도로시아를 지키는 대열을 이무蕡, 빛을 발하는 검을 휘두르며, 돌격해 오는 병사들과 같은 모습을 보이는 비행체들을 하나씩 베어 이들이 폭발하면서 빛이 주변 일대로 분출하고 있었다. 그러는 동안 바로 도로시아가 그런 나렐을 향해 바로 접근해 가고 있었다. 그러자 바로 상황에 대한 설명을 도로시아에게 해 주기 시작하는 나렐.
  "가장 강한 힘이 느껴지는 구역은 요새의 중추부. 그러나 지금 현재로는 그 중추부로의 접근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주변 일대에 배치된 병기들을 방치할 경우, 중추부로의 접근을 행하면서 숱한 위협과 대면해야 할 필요가 있을 테니까요. 각각의 위협은 크다고 볼 수 있지만, 이러한 위협이 지속적으로, 그리고 자주 발생하게 된다면 중추부로의 타격을 지속적으로 수행하는 일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겠지."
  그렇게 말을 잇고서, 나렐은 그러한 상황에 놓인 이상, 지금은 주변의 병기들을 정리하는 일을 우선시 해야 할 필요가 있음을 밝히며, 자신은 우측 가장자리 부분으로 나아가, 각 부분의 병기들을 하나씩 정리하고 있을 것임을 알리고서 아니스의 곁을 떠나려 하였다. 그러나 아니스는 그런 그를 따르려 하지 않았다, 붕대에 감긴 사람의 형상을 안은 관계로 전투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없었던 것.
  그 무렵, 나의 눈앞으로 일린 그리고 라이마가 요새의 우측에 위치한 것으로서, 전방에 위치한 빛으로 이루어진 선을 발사하는 길다란 포신들을 장착한 포대들을 하늘색을 띠는 빛으로 이루어진 선들, 그리고 빛으로 이루어진 새하얀 화살로 공격하며 파괴시켜 가는 광경이 나타나고 있었다. 그러는 동안 샤리에나는 크세비아와 함께 나와 동행하고 있었으며, 상황을 주시하고 있었으나, 크세비아를 안은 관계로 적극적인 공세는 펼치지 않았다.

  "괜찮을까요, 저 분." 그 무렵, 좌측 건너편에서 아니스와 도로시아를 뒤쪽 먼 곳에 둔 채, 사실상 혼자 앞장서고 있으면서, 자신을 향해 몰려오는 병기들을 검으로 베어내며 몰아내는 모습을 보이는 나렐을 향해 진심으로 걱정을 하는 듯해 보이는 크세비아. 이전까지는 도로시아를 납치한 일에 대해 증오하고 있었음을 기억하고 있던 나는 그 과거의 모습과는 전혀 대조되는 그의 모습을 곁에서 지켜보고 있으면서 그가 보이고 있는 행동에 관해 하나의 물음을 건네려 하였다.
  "이전에는 도로시아의 원수였다고, 증오하는 모습을 드러내놓고 보였잖아. 그런데 이번에는 갑자기 그를 걱정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네, 무슨 이유라도 있는 거야?"
  "그의 진심을 알게 되었으니까요." 그러자 바로 밝게 목소리를 내어 화답하는 크세비아. 그리고 그의 목소리를 들으며 또 다른 확신 역시 가질 수 있었다고 언급을 하고 있었다. 그 때, 나의 곁에 이르며 일린이 크세비아에게 물으니, 어떤 생각을 하게 되었느냐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그는 어느새 나와의 만남도 익숙해졌는지, 바로 자신의 왼팔을 나의 오른쪽 어깨 위에 올려놓으며, 팔목으로 압박을 가하고 있었다. 하지만 적들의 모습을 관찰하느라, 정신이 없던 나는 그에 대해 따로 신경을 쓸 수는 없었다.
  "제가 예전에 알았던, 그리고 소중한 인연 중 한 사람이었던 그 사람일 거예요."
  기대를 하면서 질문을 했을 일린에게 그가 누구인지 선뜻 드러내려 하지는 않으려 하는 듯한 답을 하는 크세비아. 이에 일린은 나의 곁에서 살짝 물러나며, 솔직하게 말을 해 달라고 당부를 하고 있었다. 그러자 그는 자신이 대답을 드러내놓고 하지 못하는 사유를 드러내고 있었다.
  "바로 밝히기라도 한다면, 일린 님이나 라이마 님께서 선뜻 믿지 못하실 듯 해서, 일린 님께는 선뜻 밝히지는 못하고 있었던 거예요. 그 대신 기회가 되면 반드시 밝히도록 할게요, 그 기회는 그리 멀지 않은 때에 다가올 거예요."
  그러자 바로 물음을 건네는 일린. 혹시, 도로시아에게는 알렸느냐고 묻고 있었다. 그러자 도로시아에게는 답을 해 주었다고 답을 하고서는 크세비아는 곧바로 도로시아가 나렐의 곁으로 나아가려 하는 듯해 보였다는 언급을 뒤이어 하고 있었다, 그런 그의 곁에 계속 머무르려 한다면서. 이에 그의 뒤에 머무르고 있던 라이마가 놀라는 표정을 지으며 바로 크세비아에게 물음을 건네고 있었다.
  "나렐은 내가 아는 바로, 요새의 중추부 인근으로 나아가고 있어, 그런 위험한 곳으로 도로시아 양께서 어찌하다가 가게 되셨대, 그러할만한 이유라도 있긴 한 거야!?"
  "그건......." 하지만 무슨 이유가 있기 때문인지 대답을 잘 하지 못하는 크세비아. 그러는 동안 어느덧 포대에서 수십 여 발의 유도성 미사일들이 발사되어 나를 향해 날아오기 시작하고, 그에 이어 그 먼 건너편에 위치한 시가지를 이루는 건축물들이 껍질이 부서지듯, 부서지면서 드러나는 포대들이 잇달아 빛 줄기들을 방출하면서 그 연속으로 방출된 빛으로 이루어진 기둥들이 각자의 건너편에 위치한 하늘을 향해 날아가도록 하고 있었다.
  그 빛으로 이루어진 기둥들은 일정한 거리를 나아간 끝에 나를 비롯한 일행이 위치한 곳 인근에서 폭발하여 하나의 거대한 구체를 형성하였으며, 이런 현상은 한 동안 계속 반복되어 가고 있었다. 각각의 빛이 나아가는 곳은 한정되어 있어 그 구역들만 피해가면 그만이었으나, 좌우에서도 인간형 병기들이 오른손에 길다란 창을 쥐고 있으면서 그 모습을 드러내고, 이어서 각자의 창을 총을 겨누는 자세로 쥐면서 각각의 창에서도 빛 들이 날아오며, 전방에서의 위험에만 대처하고 있던 나에게 위협을 가하려 하고 있었다.
  그 위협이 가해지기 시작할 무렵, 우측 근방에서 라이마의 소정령인 라파라엘에서부터 대기의 기운으로 이루어진 칼날들이 날아와 갑주의 뒷 부분에 박히는 모습을 보였으며, 그에 이어 일린의 지팡이 그리고 소정령인 이르티샤에게서도 불꽃과 빛으로 이루어진 길다란 선들이 잇달아 박히면서 앞쪽에 위치한 갑주부터 한 기씩 그 공격에 의해 뚫린 갑주의 표면에서부터 빛이 분출되다가, 이윽고 폭발하는 듯한 빛의 분출과 함께 갑주의 형상이 해체되어 가는 과정이 반복되며 병기들이 하나 둘씩 줄어가고 있었다.
  하지만 그 정도라도 요새에서 나를 향해 몰려오는 병기들이 그 이후에도 끊임없이 몰려오고, 요새의 측면에서부터 이어지는 포대의 공세를 막아내야 하는 점도 있었던 탓인지 좌우측 인근에서 계속 목표를 향해 각자 그리고 각자의 소정령들이 계속 타격을 가하도록 하고 있었다.
  하지만 끝없이 공세가 계속된다 하여 앞으로 전혀 나아가지 못하고 있었던 것은 아니어서, 그 소형 병기들의 잇따르는 공세를 저지하고, 이들의 대열을 돌파하면서 나는 일찍이 앞장서서 나아갔던 나렐 그리고 그 뒤를 따랐을 도로시아의 뒤를 따라 나아가려 하였다. 그러는 동안 나의 좌측 어깨에 매달리고 있었던 크세비아가 나에게 도로시아에 대한 걱정의 뜻을 드러내고 있었다.
  "왼편의 저 세 분, 괜찮을까요."
  "일단 괜찮을 것이라 생각하자." 그 물음에 나는 우선 그렇게 화답을 한 이후, 그가 걱정을 하고 있는 만큼, 가급적이면 빠른 시일 내에 서로 만나도록 해야 할 필요가 있겠다고 판단을 내리고 있었다. 그러는 동안 나는 어느새 요새의 좌측면 그 중앙 부분의 상공에 위치하고 있었다.
  상공에서 몰려오는 공중의 병기들은 작은 비행기나 갑주형 비행체뿐만이 아니었으니, 그 중에는 대형 비행체들도 존재하고 있었으며, 간혹 배처럼 생긴 비행체들도 몰려와 위협을 가하고 있었다. 표면 바로 위의 상공에 위치한 세 척의 배가 중앙의 좌측, 그리고 우측면에 위치한 장치를 일제히 개방하더니, 각 개방된 장치들에서부터 하나씩 하늘색 빛을 발하는 곡선을 그리며 이들이 나를 비롯한 일행을 향해 나아가도록 하였다, 멀리서 보면 실처럼 생긴 빛으로 이루어진 기둥으로서, 스치기만 해도 위험했으니, 그 점을 감안하면서 조심스럽게 움직여 갔다.
  그러다가 선이 사라질 무렵, 배들을 향해 접근하기 시작, 배의 공격 장치들이 레반테아에 의해 포착될 무렵, 그 목표가 된 부분을 향해 대기의 기운으로 이루어진 선들을 있는 대로 내보내려 하였다. 그러면서 나 역시 좌측과 중앙의 배를 향한 접근을 시도, 그 중에서 좌측에 보이는 배와 중앙에 보이는 배 사이로 들어가려 하면서 그 측면의 포대들에 빛을 발하는 대기의 기운으로 이루어진 나뭇가지들을 내보내, 그 나뭇가지들이 좌측에 보이는 배의 좌측면, 그리고 우측에 보이는 배의 우측면에 배치되어 있는 포대들에 충격을 가하도록 하고 있었다.
  배 사이로 지나가면서 포대들의 공세만 간간히 이어지고 있었으나, 배에서의 공세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었다, 삼각 날개를 가진 거대한 전투 비행기들이 배 위로 날아들어 내가 위치한 곳으로 미사일을 투하하는 형태의 폭격을 가하는 모습을 보였으나, 큰 의미는 없어 보였다. 이들 중 통로 사이로 들어선 것은 몇 되지 않았으며, 개 중에는 배 위에 떨어져 공격 시설에 피해를 가하는 경우도 있었기 때문이었다.
  통로 사이에 비치된 시설들을 파괴해 그 자리에 불길이 피어오르도록 한 이후, 나는 그에 이어 좌측에 보이는 배의 선교 위로 올라와 바로 폭격을 가하기 시작, 그로 인해 파랗게 빛을 발하는 나뭇가지들이 배 위에 계속 떨어져 배의 표면의 곳곳에 푸른 빛을 발산하는 형태의 폭발이 발생하는 광경이 나의 눈앞에 나타났다. 그리고 잠시 후, 배의 상단 표면의 병기들 중 다수가 그 타격에 의해 파괴되어 그 자리에 불길이 피어오르는 광경이 나타나려 하였다.
  이후, 나는 중앙에 보이는 배에도 같은 방식의 포격을 가하려 하였으나, 그 때 마침 우측에 보이는 배에서부터 포격이 이어져, 그 공세를 피해내느라, 잠시 공세를 펼치는 일은 레반테아에게 맡기기도 하였다. 하지만 포격이 끝난 후, 바로 포대들에 대한 집중 타격을 가하기 시작, 마침내 이들을 이전에 폭격을 가한 배와 거의 마찬가지의 경우로,  파괴해 가고, 그 자리에 연기가 피어오르는 듯이 화염이 피어오르기 시작하였다.
  그러는 동안 이번에는 비행기의 형상을 갖추며 다가오던 전투 병기들이 각 방향에서부터 2 기씩 몰려오다가 두 척의 배가 불길에 휩싸이도록 한 나의 바로 앞에서 변형을 개시, 그 변형된 전투 병기들이 일제히 각자의 손에 총기를 들어 이들의 총구가 나를 겨누도록 하고 있었다.
  그리고서, 나는 집중해 오는 빛으로 이루어진 푸른 포탄들을 뒤로 물러나며 피해내고서 각각의 흉부를 공격 목표로 정하고, 이들을 향해 파랗게 빛을 발하는 덩굴 줄기들을 향해 목표가 된 흉부의 중심을 그 덩굴 줄기들이 깊숙히 갑주를 찌르도록 하였고, 이어서 이들의 유리로 이루어진 갑주의 표면이 궤뚫리면서 폭발, 그에 이어 불길을 일으키며 갑주들이 산산조각 나는 모습이 나의 눈앞에 나타나려 하였다.
  이어서 마지막으로 노린 것은 마지막으로 남은 배의 표면. 이어서 각 포대에서 발사되는 미사일들을 하나씩 피해내며, 곡선을 그리는 비행을 이어가, 마침내 포대에 접근, 이어서 레반테아가 자신의 근처에 위치한 포대들을 공격 목표로 정하자, 바로 목표가 된 포대들을 향해 레반테아가 대기의 기운을 분출, 이들이 창의 형상으로 변이하면서 포대들을 향해 날아가도록 하고 있었다.
  이후, 창의 형상, 그 무리는 배의 표면에 닿으며 거대한 구체를 생성, 구상의 발생과 동시에 각 구상에서부터 분출되는 폭풍이 포대의 표면을 파괴해 가, 마침내 배의 상단 표면에 위치한 포대들의 있던 자리 중 거의 대다수가 불길에 휩싸인 것 같은 모습을 보이게 되었다.
  그 무렵, 나에게 멀리서부터 포대에서부터 발사되었을 빛 줄기들이 다가오기 시작, 이들이 나의 가슴을 직격할 조짐이 보였기에 다급히 이들을 피해냈지만, 가만히 있었으면 나에게 직격을 가할 수 있었던 빛 줄기의 끝이 이미 근접한 상황에서 시도한 회피였던지라 이를 완전히 피해낼 수는 없었다. 오른쪽 어깨에 빛 줄기가 스쳐 지나가면서 옷의 오른쪽 어깨 부분을 찢어내 버렸고, 이로 인해 옷의 오른쪽 가슴 부분이 바로 흘러내리게 되었다.
  이에 대한 신경을 쓸 여유는 없었다. 바로 전방의 먼 곳에 위치한 것으로서, 나를 공격했을 포대를 비롯한 포대들이 밀집된 곳을 향한 비행을 개시, 그러면서 나의 주변 일대로 날아가는 대형 비행기로서, 좌우 부분에 한 문씩 빛 줄기를 만들어 낼 수 있는 포대들을 장착한 개체들을 발견하고서 이들을 1 기씩 소정령 그리고 나 자신의 마력을 이용해 바람의 기운을 불러오며 파괴해 가며, 앞길을 열어가고 있었다.
  그러다가 건물이 위치하던 곳의 표면이 벗겨지며 드러난 포대들의 모습. 그 포대들을 발견하자마자 바로 이들을 공격 목표로 정해, 1 기씩 제거하려는 순간, 레반테아가 통신을 감지하였는지 갑자기 빛을 발하기 시작하였다. 그와 함께 들려오는 목소리들이 있었으니, 예즈라 그리고 루마의 목소리였다.
  "이대로라면 장기적인 싸움은 피할 수 없을 듯 해요, 요새 전체의 영역이 넓어서 모든 영역의 병기들을 제거하려면 오랜 시간이 걸릴 것임이 분명한데."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방금 전에 들려온 크네흐트 님의 통신에 의하면 그 도시 구역으로도 의문의 대규모 군단이 시가지로 몰려와 이들이 시가지로의 진입을 시도하는 것을 저지하는 데, 자신들 그리고 도시에 거주하는 사람들만으로는 어렵다는데, 이대로는 구원을 위해 나서는 일은 할 수 없어요."
  "그래서 본래는 활용 자체를 고려하시지 않으셨던 수단의 활용을 결정하신 것이란 말이지요?"
  그 때, 활용의 고려 자체가 없었던 수단의 활용 여부를 그래서 결정했느냐고 묻는 루마의 목소리. 그러자 예즈라는 그런 루마의 물음에 바로 그렇다는 답을 하고서 사용 이후에는 한 동안, 마법의 활용 자체가 불가능에 가까워지는 것은 물론, 몸을 가누는 일조차 힘들어 지는 상황에 놓을 수도 있기에 활용 자체를 자제하고 있었다는 그의 이야기와 더불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황 상 그 활용을 피할 수는 없을 것 같다는 의견이 예즈라의 목소리를 통해 귓 속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확실히 내가 처한 상황은 별로 밝지 못했다, 하나의 거대한 대도시 규모 만한 도시 전체가 병기화 된 상황 하에서 이들 전체를 무력화할 수 있으려면 며칠이 소요될지 아무도 모르는 일이었다. 그 뿐만이 아니라 병기들을 내보내는 장치의 근본까지 파괴하려면 요새 내부로의 진입까지 고려해야 할 필요 역시 있었으니, 더욱 그러할 수밖에. 중심으로의 진입을 통해 중심부에 박혀 있을 그 검을 바로 파괴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그 와중에 병기들의 공격이 이어질 가능성이 있어서 그 방해 요인이 되는 병기들의 제거가 필요했다.
  그러한 마당에 크네흐트 자매가 불러온 급보에 예즈라가 신경을 쓰고 있으니, 결국에는 사건에 참여하는 이들 중 일부가 문제가 일어난 곳에 가야 할 필요가 있게 되었고, 이후에는 요새의 표면 근방에는 나를 비롯한 몇 명만이 남게 되니, 그 전까지는 요새의 상황이 어느 정도 정리가 되어야 할 필요가 있었다. 제대로 정리가 되지 않을 경우, 나를 비롯해 남겨진 이들이 감당하기 힘든 상황이 올 수도 있었던 것이 그 탓. 그 정리는 단 시간 내에 이루어질 리 없었고, 예즈라가 그래서 금기시하였던 것의 활용을 준비한다고 볼 수 있었다. 물론 막대한 기운을 소모하는 마법의 활용을 행하는 이상, 그로 인한 막대한 대가를 감안해야 할 필요는 있었을 것이다.
  예로부터 궁극의 힘이라 칭해지는 종류의 마법은 기량의 여부를 떠나, 마녀들조차도 함부로 활용하지 않았다, 마력의 부담도 부담이거니와, 체력의 소진까지 감안해야 할 필요가 있었던 것이 그 이유. 정령은 마법을 활용할 때, 자연의 기운을 활용하며, 그 기운은 자신의 몸을 구성하는 성분이기도 하기에, 기운의 소모가 격렬해, 소정령이나 주변의 사물에서부터 끌어오는 데에 한계에 부딪칠 경우에는 몸을 구성하는 기운을 소비하게 되고, 이는 곧 체력의 소진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었다.
  특히나, 막대한 힘을 발휘하는 마법의 경우에는 한 번 활용하게 될 경우에는 자신이 품은 마력과 주변 일대의 기운을 거의 소진함은 물론이요, 체력 소모 역시 막대한 수준으로 이루어져 자칫할 경우, 한 동안 거동이 불편해질 우려도 갖고 있었다. 예로부터 강대한 힘을 가지는 마법일 수록, 그 활용은 오히려 신중히 이루어져야 한다는 말이 전래되고 있음에는 이러한 이유가 있다.

uuu   "예즈라 님께서 일을 준비하시는 것, 맞지요?"
  "응." 이에 고개를 끄덕이면서 답을 한 후, 나는 그로부터 무슨 일을 하는지 모르겠다는 물음을 접하고, 그에 대해 일단 지켜보도록 하자는 답을 그에게 건네고 있었다.
  이후, 내가 한 가운데의 탑에 위치한 포대들을 파괴해 그 탑이 불길에 휩싸이는 듯한 모습을 보이도록 할 무렵, 레반테아가 다시 빛을 발하면서 리아레안의 목소리가 요새에 남은 이들에게 통보를 하고 있었다, 곧 광역 폭격이 이어질 것이며, 그 폭발에 휩싸일 가능성이 있으니 가급적이면 요새 근방에서 멀리 떨어져 있으라는 것이었다. 폭발에서 가급적이면 멀리 벗어나라는 의미의 충고일 것이었다.
  그 통보가 이어지는 동안 나는 탑 너머의 길다란 포대가 자리잡은 곳에 이르고 있었다. 그 곳에서 포대들이 발사하는 고속 화염탄들을 피해내며, 이들을 공격 목표로 정해, 공중에서 낙하하는 파랗게 빛을 발하는 나뭇가지들로 타격을 가해, 그 타격에 의해 포대들에 피해를 가하려 하고 있었다.
  포대의 수는 모두 넷. 이들은 사각 대열을 이루고 있었으며, 포대들은 각자 고대 시대에서나 볼 수 있는 둥근 기둥의 형상을 이루며, 기둥의 외면이 장식되어 있는 대포의 모습을 갖추고 있었다. 이들이 불을 뿜으며 포탄들을 하나씩 발사하고 있었던 것. 하지만 그 내구의 정도가 그리 크지는 않아 몇 번 하늘에서 나뭇가지가 박히자, 바로 폭발과 함께 포대의 형상 자체가 해체되는 광경을 보였다.
  그러다가 두 번째 통보를 루마가 다급히 목소리를 내어 하자, 가야 하겠다는 생각을 하고, 그러면서 바로 요새에서 이탈, 그 우측 근방으로 나아가려 하고 있었으며, 그러는 동안 크세비아가 나의 좌측에서 나와 나란히 걷고 있었으며, 일린, 라이마 그리고 샤리에나 역시 함께 나의 뒤를 따라 가며, 요새의 우측, 그 근방의 상공을 향해 대각선 상으로 비행을 이어가며, 요새에서 점차 멀어져 가려 하였다.
  그 무렵, 아니스가 도로시아를 대동한 채, 요새의 중앙을 지나쳐 내가 위치한 곳을 향해 나아가려 하고 있었으나, 무슨 이유 때문인지 나렐은 이들을 따라 나서지 않고 있었다. 아무래도 나렐과 헤어진 후, 불안해하던 도로시아를 일단 아니스가 데려가면서 그에게 관련된 설득을 이어하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그렇게 아니스와 도로시아까지 요새 주변 일대까지 떠날 무렵, 요새의 중앙, 그 상공으로 시선을 향하니, 어느새 예즈라가 루마 그리고 리아레안을 대동한 채, 요새의 중앙, 그 상공에 머무르고 있었으며, 리아레안이 계속 활 시위를 당겨, 화살이 요새의 포대를 향해 날아가도록 하고 있었다. 그렇게 날아간 화살은 이윽고 포대에 부딪쳐 폭발하면서 금색을 띠는 빛으로 이루어진 구체를 만들고, 그렇게 발생한 그 빛은 포대의 형상을 가리는 광경을 눈앞에서 만들어 가고 있었다.
  그렇게 리아레안이 화살을 잇달아 쏘며, 하나씩 공격 가능한 포대들의 수를 줄여 가는 동안, 예즈라는 그 우측 앞에 머무르고 있는 채, 자신의 왼손에 새하얀 빛을 올려놓고 있으면서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아무래도 그 빛이 이전에 그가 언급한 바 있던 자신이 활용하고자 하던 그 존재, 그 실체였던 모양이었다. 그렇게 예즈라가 빛을 준비시키고 있는 동안 그 모습을 좌측 곁에서 바라보던 루마가 그에게 묻고 있었다.
  "예즈라 양, 과연 저 빛이 요새의 공격에 결정적인 역할을 해 줄 수 있을까요."


다음 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