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렐 그리고 미지의 존재가 변이하면서 생겨난 힘, 어쩌면 그 힘이라면 시리엔의 방호막을 뚫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이런 생각을 하면서 전기 기운으로 이루어진 덩굴 다발과 같은 모습으로 변이한 그 창을 오른손으로 굳게 쥐고서 바로 시리엔을 향해 돌진해 들어가려 하였다.
  그러는 동안 나렐의 곁에 있던 크세비아가 다시 나의 좌측 곁으로 돌아오고 있었다. 그러자 마침 나렐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에 대해 자세히 알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여 바로 그에게 물음을 건네려 하였다. 이후, 나는 크세비아로부터 그 답으로써 이전에 있었던 일에 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유네아 님께서 고전하시는 광경을 보며, 최후의 도움이 되고자 나렐 님께서 마지막으로 결단을 내린 것이었어요. 자신과 자신이 안고 계셨던 분의 영혼 그리고 육신의 기운을 모두 유네아 님께서 들고 계신 그 창에 옮기기로."
  그리고 그 창이 에레아가 남겼던 창이었던 만큼, 제오라는 존재를 조종하기 위해서도 활용되었을 것이라는 판단을 이전부터 나렐이 내리고 있었으며, 그러면서 제오라는 존재의 힘을 온전히 구현하기 위한 하나의 수단이 필요했다고 생각했을 것이라는 언급을 바로 드러내려 하였다. 그리고,
  "먼 옛날부터, 엘리시온의 최고 신인 '제오' 는 '뇌정' 을 무기로 삼았다는 전설을 갖고 있어요. 이러한 뇌정을 무기로 삼을 수 있는 일에 대한 실체에 관해 많은 이들이 고찰을 행하였고, 그러면서 하나의 결론을 내린 바 있었지요. 지팡이와 같은 길다란 도구가 뇌정으로 변이해, 제오가 잡을 수 있는 형태를 갖추었다는 것으로."
  라는 말을 하고서, 그에 이어지는 것으로써 실제로는 그 힘의 구현을 위해 활용된 것은 에레아의 창이었다는 언급을 한 이후에 그 창에 무언가가 들어간다면 바로 제오의 뇌정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하였다. 그리고 다소 우울해진 목소리로 그에 이어지는 이야기를 나에게 드러내려 하였다.
  "때로는 제오는 아름다운 여인을 자신의 곁으로 데려간 적도 있었다고 해요, 이는 자신의 욕망을 충족하기 위함인 것도 있었지만, 그 힘의 구현을 위해서는 빛의 기운을 품은 영혼을 필요로 했기 때문이겠지요. 조금이라도 빛의 기운과 만난다면 그 창은 바로 제오의 힘인 뇌정, 그 자체로 변모할 수 있도록 되어있기에 그 영혼을 취하려 하였던 것이에요, 제오라는 이가."
  그리고 그 이야기를 통해 나렐은 그 일화가 사실이고, 또 자신이 빛의 기운을 조금이라도 품고 있다면 에레아의 창에 힘을 실어줄 수 있으리라는 생각을 하였음을 밝히고서, 그와 함께 그가 안고 있던 존재 역시 같은 생각을 하며 희생을 결심, 두 사람이 동시에 자신의 육신과 영혼을 희생하여 에레아 혹은 제오의 창에 힘을 실었던 것임을 이어서 우울한 느낌을 주는 목소리를 통해 드러내려 하였다.
  하지만 이런 결단은 자신의 생명을 대가로 하기에 결코 보통의 일이라 칭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런 생각을 하고 나니, 어떻게 그런 결단을 그가 내릴 수 있었는지에 대해 궁금하다고 생각했고, 그러면서 그에 대해 다시 한 번 물음을 건네자, 그 답으로써 크세비아는 차분히 목소리를 내며 바로 답을 하고 있었다.
  "....... 도로시아 님께는 돌아오겠다고 약속을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분께서는 하나의 생각을 이행하려 하시려 하셨어요."
  그리고서 그는 나렐에 대해 파라일라에서 바르코스의 어떤 흔적도 남기지 않겠다고 이전부터 결심을 한 바 있었음을 밝히고서, 그는 그러한 형태의 약속을 무엇보다도 중요시하였고, 이제 자신과 더불어 바르코스의 흔적을 남긴 이와 함께 자기 자신을 희생하는 것으로써 파라일라에 마지막으로 남은 바르코스의 흔적을 없애려 하였을 것이라는 말을 이어서 건네려 하였다.
  "그랬던 건가." 이에 나는 그저 한 마디 말만 건네고 있었다, 소중한 존재가 될 수 있었던 이를 잃은 크세비아에게 달리 할 수 있는 말이란 아무것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 일이 있는 동안, 크세비아는 나렐 그리고 그가 안고 있었을 존재의 정체에 관한 이야기를 그로부터 들었던 것 같다. 당시, 크세비아는 나에게 다가오며 무척 슬퍼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으니, 그 정체는 바로 크세비아에게도 소중히 여기어질만한 존재였던 모양. 그러나, 당시 상황이 상황인지라 그 정체에 관한 이야기를 크세비아로부터 들을 여유가 없는 상태였다.
  아니, 사실 나 역시 도로시아와 크세비아의 그를 대하는 태도가 변화한 모습을 통해 어렴풋이나마 짐작은 하고 있었고, 그 짐작이 옳다고 믿고 있었기에, 그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필요가 없다는 생각을 이미 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눈치채지 못했겠지만, 그가 숨겨왔던 일면을 도로시아 그리고 크세비아가 끝내 발견할 수 있었을 것이고, 이를 통해 그가 누구인지 바로 판단을 내릴 수 있었으리라.

  "하지만 그 행동이 결국에는 나렐, 그 자의 마지막 행동이었을 터이다, 그것이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한 번 지켜봐야 하겠군."
  그 무렵, 나는 어느새 시리엔과 거의 근접한 상태에 있었다. 그러면서 들려오는 하나의 목소리가 지나간 이후, 나는 곧바로 그의 투명한 검은 방호막을 향해 빛의 다발을 바로 내밀어 그 끝이 방호막에 격돌하도록 하였다. 그리고 잠시 후, 이런 나의 눈앞에 하나의 현상이 바로 일어나려 하였다, 검은 방호막과 빛이 맞닿은 지점에서부터 빛이 생성되고, 무언가가 타오르는 소리가 그 자리에서 들려오더니, 그 지점을 중심으로 빛이 마치 방호막이 갈라지는 듯한 형상을 보이면서 퍼지고 있었던 것이었다.
  이러한 현상이 일어나고 있음에 시리엔은 적지 않게 놀라고 있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그러나 그는 당장에 일이 어찌될지 알 수 없다는 판단을 하고 있었는지 한 동안 가만히 상황을 지켜보기만 할 뿐, 달리 행동을 취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또 다른 현상이 일어나려 하자, 상황은 바로 바뀌었다.
  그 창이 시리엔의 방호막에 직격을 하는 순간, 시리엔의 방호막, 그 표면이 무언가에 반응한 듯한 모습을 보이더니, 마치 자신에게 부가된 힘을 감당하지 못한 듯이 그 방호막의 표면 전체에 창이 닿은 부분을 중심으로 금이 그어지도록 하다가 마침내 한 차례 굉음과 함께 방호막의 표면이 깨어져 버린 것. 그와 함께 유리가 깨어지는 소리가 들려오더니, 그와 동시에 시리엔의 몸을 감싸던 방호막이 산산조각 나는 광경이 눈앞에 나타나기 시작하였다.
  이에 시리엔은 바로 놀란 듯이 뒤로 움찔하는 듯이 약간 뒤로 물러서는 모습을 보이더니, 경악에 찬 표정을 지으려 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려 하였다.
  "......!! 뭐, 뭐라고! 방호막이......!!!!"
  그러다가 잠시 후, 그는 무언가 알아차린 듯이 "설마.......!" 라는 목소리를 되뇌이더니, 곧 나에게 경악에 찬 심정을 드러내는 듯한 목소리를 내며 말을 걸었다.
  "제오의 기운을 사용하려 한 것이었던가!"
  하지만 나는 그에 대해 아무런 말도 건네지 않았다. 그리고 그가 경악에 찬 표정을 지으며 움찔한 듯이 정지하고 있는 동안 그에 대한 공격을 개시, 그의 가슴 쪽을 계속 뇌정의 형상으로 변이한 에레아의 창으로 잇달아 찌르며, 그를 온전히 제압하려 하였다.
  이에 시리엔은 뒤로 물러나기를 반복하면서 용의 형상을 이루는 검은 기운을 계속 분출하며 대항해 나아가려 하였으나, 그 때마다 내가 앞으로 내미는 뇌정에 이끌리는 듯이 움직이다가 격돌, 그와 함께 사라져 가는 모습을 보이면서 나에게는 아무런 영향도 끼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나 상황은 나에게 언제까지나 일방적으로 유리할 수는 없었다. 시리엔이 향하고 있는 곳은 다름 아닌 새하얀 동심원이 그려지는 모양새를 보이는 문으로서, 그 문 너머로 세니티아의 밤을 맞이한 하늘과 바다의 모습이 보였기 때문이었다. 이 상태로 그가 문 너머로 전이한다면 그는 세니티아에 이를 것이고, 더욱 나쁜 상황으로 이후, 문이 닫혀 버리면 내가 세니티아로 돌아가는 동안, 시리엔이 뭔가 큰 사건을 일으킬 것임이 분명해 보였다. 이러한 이상, 그를 쓰러뜨릴 수는 없어도 그가 문 너머로 전이하는 일만큼은 없어야 했다.
  "하지만 그를 쓰러뜨릴 수 있다면 가망은 있어요!"
  이에 나에게 상황은 긍정적임을 알리는 크세비아. 그러면서 그는 방호막이 깨어지는 모습을 보였으니, 보다 강한 일격을 가할 수 있다면 시리엔을 쓰러뜨리는 일조차 가능할 것이라는 언급을 뒤이어 하고 있었다.
  "그래, 나도 그렇게 생각해."
  그러자 내가 바로 그렇게 화답을 한 이후, 창을 굳게 쥐면서 그와의 거리를 계속 유지하려 하였다. 다행스럽게도 시리엔과 문 사이의 거리는 보이는 것과 달리-문이 커 보였다- 그렇게 가깝지는 않았으며 적어도 1 시간 내에 추격할 수 있다면 그를 쓰러뜨리는 일 역시 가능해 보였다.
  공격을 저지하고, 이어서 반격을 가해 그에게 계속 상처를 가하려 하기를 몇 번, 갑자기 시리엔이 등을 보이며 문을 향해 급속도로 비행을 행하기 시작하였다. 상황이 불리함을 깨닫고, 세니티아를 향해 도주하려 한 일이었을 터. 그런 그의 모습을 보며, 나는 비로소 때가 왔음을 직감하고, 바로 가능한 최대의 속력을 내며 그를 추격해 나아가기 시작하였다. 그러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그와 동시에 내가 품게 되었던 '제오의 기운' 을 최대한으로 창에 결집시키려 하였다. 모든 힘을 창에 담아 그 일격으로 시리엔을 격추시키기 위한 일이었다.
  "모든 힘을 창에 끌어 모아 일격을 가하려 하고 있어. 몸에 깃든 모든 기운을 끌어 모으는 일이기에, 그 일격 이후에는 제오의 기운은 나에게서는 남지 않게 될 거야."
  "최후의 일격이니까 상관없잖아요, 게다가 유네아 님은 그 힘 없이도 살 수 있으시니까."
  이에 크세비아는 상관없다는 뜻을 나에게 전하는 말을 건네고서 바로 그를 격추시키라고 당부의 말을 전하였다. 그러는 동안 어느새 나와 시리엔 사이의 거리는 상당히 좁혀져 있었다. 한 300 메타르 정도. 조금만 더 거리를 좁히면 최후의 일격을 가하는 일도 어렵지는 않아 보였다.
  다만, 생각 외로 시간이 많이 남지 않은 상태로서, 당시 시리엔이 비행하는 속도로 문에 도달할 때까지 소요되는 시간은 길게 잡아도 2 분 가량. 이렇게 남은 시간이 적은 관계로 기운을 끌어 모으는 일부터 모든 것을 서둘러야만 했다. 하지만 어느새 나는 그로부터 100 메타르 앞까지 따라잡았기에 투척을 하면 일단 승산은 있어 보였다.
  그리고 시리엔이 문으로부터 500 메타르 앞까지 이르렀을 무렵, 나 역시 그로부터 30 메타르 앞에 이르렀고, 이제 창을 투척해 시리엔에게 명중시킬 수 있게 되었다. 이렇게 된 이상 바로 준비에 들어가 그를 격추시키기로 결심을 하고 몸을 일으켜, 자세를 잡기 시작하였다.
  왼손이 나의 오른쪽을 향하도록 하고, 이어서 창을 쥐고 있는 오른팔을 어깨 높이까지 올리면서 팔목 앞쪽이 하늘을 향하도록 하여 창을 던질 준비를 행하였다. 그러면서 창을 굳게 쥔 채, 오른손에 힘을 가해, 그 힘이 창을 멀리 날릴 수 있도록 하는 동안, 나에게 깃들었던 새하얀 빛은 어느새 창에 집중되어 창을 한 100 메타르 길이에 이를 법한 거대한 뇌정의 모습으로 변모시키고 있었다.
  그러는 동안 시리엔은 혼잣말을 중얼거리고 있었다, 당장에는 후퇴할지라도 세니티아의 중심을 장악한다면 세니티아를 파멸시키는 것으로써 세니티아에 대한 복수를 완성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그리고 그에 이어지는 발언으로서, 엘리시온과 바르코스를 통해 행하였던 복수 그 이상의 성과를 완성시키고, 그와 더불어 세상의 모든 이들을 공포에 몰아넣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그런 야심을 드러내면서 그가 문으로부터 200 메타르 앞에 이르렀을 무렵, 파랗게 빛을 발하는 구체 하나가 그를 향해 다가오더니 그의 가슴에 그대로 붙어버렸다. 이에 놀라는 표정을 지으며 일어서는 시리엔. 그 무렵, 갑자기 폭발이 일어나더니 빛으로 이루어진 덩불 줄기가 그대로 가슴에서부터 퍼져가며, 그의 행동을 묶어버렸다. 이는 이후, 어떠한 행동을 그가 취하더라도 결국 앞으로 나아갈 수도, 뒤로 물러날 수도 없게 되었음을 통해 알 수 있었다.
  처음에는 어떻게 된 것이냐고 혼잣말을 늘어놓던 그는 잠시 후, 갑자기,
  "어째서인가...... 하필이면 거의 다 온 상황 하에서 이런 일이 왜.......!!!"
  라고 나지막하면서도 충격과 절망의 심정을 그대로 드러내는 목소리를 내고 있었다. 하지만 그에 반해 나에게는 원인을 알 수 없을지라도 일단 절호의 기회였다. 곧바로 그의 바로 20 메타르 앞까지 다가가 오른손에 가하고 있던 힘의 전체를 나의 바로 앞을 향해 해방하였다, 내가 품고 있던 '제오의 기운' 그 모두와 함께. 그리고 잠시 후, 나는 조금 더 뒤로 나아가, 시리엔의 50 메타르 바로 앞에 이르면서 상황을 가만히 지켜보려 하였다.
  속박에 당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시리엔은 그 속박을 풀어 자신을 가두었던 빛이 폭발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도록 하고 있었다. 그리고 잠시 후, 그는
  "이 정도 주박 따위는 나를 잠시 동안이나마 가두어 둘 수 있었을 뿐이다, 이런 힘으로는 나를 막지 못해."
  그리고 세니티아의 힘은 자신을 무너뜨릴 수 없음을 증명한 이상, 단숨에 세니티아의 모든 것을 장악해 나가겠다는 결심을 드러내고서, 마지막으로 한 마디 말을 더 건네었다.
  "이번에야말로 전생에서 나를 버린 원한, 너의 소중한 모든........!!!!"
  그러나 잠시 후, 그의 기대에 찬 목소리는 격렬한 통증과 경악 그리고 절망의 감정을 실은 단말마로 변하면서 곧바로 끊겨 버렸으며, 이후, 그로부터 어떠한 목소리도 들려오지 않게 되었다.
  창의 날이 시리엔의 등에 꽂힌 일은 그와 문 사이의 거리가 채 15 메타르도 남지 않았을 무렵이었다. 이제 조금만 더 나아가면 세니티아의 문, 바로 앞에 이를 수 있었으나, 그 바로 앞 지점에서 창에 꽂힌 채, 신체의 모든 움직임을 멈추어 버렸다. 그와 함께 그의 몸에 꽂힌 창은 제오의 모든 기운을 실은 채, 주변 일대로 뇌정을 발산해 가고 있었으며, 그 움직임이 마치 전기의 기운을 일으키는 장치의 모습과 같아 보였다.
  이후, 그는 문의 바로 앞에서 목소리 하나 내지 않는 채로 문을 향해 조용히 떠다니는 듯한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하더니, 주변 일대로 하얀 색을 띠는 희미한 빛을 흩뿌리기 시작하고, 이어서 주변 일대로 하얗게 빛을 발하는 원반 상의 충격파들을 주변 일대로 발산하면서 그와 동시에 새파란 빛 역시 주변 일대로 격렬히 퍼져가며, 잠시 주변 일대를 파랗게 물들이고 있었다. 그 무렵, 나의 눈앞에서 무언가 거대한 물체가 폭발할 때 특유의 굉음이 울려 퍼지면서 잠시 주변 일대의 공기에 진동을 가하고 있었다.

  진동과 함께 빛이 점차 사라져가면서 시리엔과 그를 궤뚫은 창 모두 그 모습을 감추었으며, 그 자리에는 제오의 기운에서 유래가 되었을 법한 빛들이 주변 일대로 흩어지고 있었다. 그러는 동안 나는 시리엔 역시 이제 끝났음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나의 외관 역시 변화해 가고 있었다. 몸을 감싸던 하얀 빛은 이제 사라졌으며, 등의 날개 역시 새의 날개에서부터 원래 모습이 잠자리의 길다란 날개와 비슷한 형상으로 돌아가 있었다. 그와 더불어 몸에서 다가오는 느낌 역시 이제는 더 이상 느껴지지 않게 되었다. 기운이 빠져나가면서 나 자신이 가졌던 제오의 능력 일체가 내 것이 아니게 되고, 그와 함께 나는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온 것이었다.
  '이제 정말로 끝났구나.' 이를 알아차린 후, 나는 모든 것이 완전히 끝났음을 알아차리며, 조용히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제 남은 일은 야스모르로 돌아가 상황을 알리면 되었다. 그리고 여태껏 지나왔던 길을 따라 세니티아로 돌아가면 여행은 끝이 나게 될 터였다.
  그러나 한 가지 아쉬운 사항도 있긴 있었다, 나렐을 비롯해 정체를 알아내지 못한 이들이 몇 있었는데, 이들 모두 정체를 알기도 전에 사라졌기 때문이었다. 어렴풋이 짐작을 하기도 했지만, 명확하지는 못했다. 물론 도로시아라면 모두 이야기를 해도 되지 않을 것인가, 라는 생각이 잠시나마 들었으나, 곧 단념하였다.
  그리고 잠시 후, 나는 크세비아에게 야스모르로 돌아가자는 말을 건네면서 시아란 공주를 찾지는 못할지라도, 도로시아 그리고 아니스의 곁으로 돌아가줘야 할 필요는 있지 않겠느냐고 그 이유를 밝혔다. 그러자 크세비아 역시 이러한 그의 의지를 온전히 받아들였고, 그러면서 리아레안과 동행을 하는 나를 따라 자신의 고향별인 야스모르를 향해 통로를 따라 나아가려 하였다.


다음 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