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뒤를 돌아보니, 세니티아와 마주보고 있는 공간의 문의 한 곳에서는 검은 기운을 궤뚫은 뇌정이 폭발을 일으키고 남겨진 흔적인 빛들이 주변 일대로 마치 별가루처럼 흩날리고 있었다. 그 소멸이 이루어진 곳은 문에서부터 겨우 100 메타르도 되지 않는 곳이었다.
  그 빛들이 흩뿌려질 무렵, 문 너머로 흐릿하게 보이던 세니티아의 모습이 점차 사라져 가고 있었다. 문이 그 존재 의미를 잃고 사라지고 있었던 것이었다. 문이 사라지고 있음에 대해 미련이 없을 리는 없었으나, 과감히 포기하고 야스모르를 향하는 문으로 돌아가려 하였다, 아직 야스모르에서 하지 못한 일들이 몇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비행을 이어가는 동안, 공간의 어느 투명한 면을 통해 나의 모습이 비추어질 때가 있었으며, 그 모습을 통해 나는 나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고, 그러면서 나에게 다시 한 번 변화가 왔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확실히 그 두 날개의 모습은 에레아의 기운을 흡수하면서 새의 날개와 같은 형상을 이루고 있던 두 쌍의 날개가 아닌 내가 가진 본래의 잠자리 날개와 비슷하게 생긴 그 모습이었다.
  "이제, 원래 모습을 되찾았네요, 유네아 양."
  그 때, 나의 우측 곁으로 다가오며 리아레안이 미소를 띠는 채, 그런 나에게 말을 걸었고, 이에 나는 조용히 "예." 라는 화답을 하였다. 그리고서 나는 잠시 잠자리 날개 모습을 되찾은 날개로 시선을 향하다가 다시 앞을 향해 돌아서면서 뒤에서 기다리고 있을 도로시아를 향해 다가가려 하면서 말을 건네었다.
  "이제 도로시아 양께 끝났다고 말할 수 있게 되었어요."
  그러는 동안 나의 곁으로 다시 돌아오는 모습을 보이는 크세비아. 그리고 나의 좌측 어깨 근처에 이르더니 조금은 밝게 목소리를 내려 하면서 이렇게 말을 건네려 하였다.
  "그래요, 이제 야스모르에 위협이 될 만한 이는 존재하지 않겠지요, 적어도 당분간은."
  그러자 리아레안이 크세비아에게 그 당분간은 얼마나 긴 기간이 될 것인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자, 그 답으로써 그에 대해서는 자신도 명확한 답을 할 수는 없지만, 짧은 기간만큼은 아니리라고 확신한다는 대답을 바로 나에게 하고 있었다. 그러는 동안 루마가 리아레안의 우측 곁으로 다가와 그의 이야기를 리아레안과 함께 들어주고 있는 모습이 나의 눈앞에 나타나고 있었다.
  그 목소리를 낸 이후, 크세비아는 나렐 그리고 그가 안고 있던 붕대에 감긴 존재가 소멸하였음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내려 하는지, 가슴 언저리에 왼손을 올린 채, 침울한 표정을 짓다가, 곧 리아레안 그리고 루마의 모습을 보면서 더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기는 하지만 일단은 문 밖으로 나가면서 하겠음을 나에게 알렸다.
  "더 하고 싶은 이야기라는 게 무엇일까요."
  그리고 잠시 후, 내가 그를 대동한 채, 앞장서서 비행하고 있을 무렵, 뒤에서부터 루마의 물음을 건네는 목소리가 귓가로 들려오기 시작하였고, 이어서 그 답으로써 리아레안이 나렐에 관한 이야기가 아닐까, 한다는 답을 한 이후에 그에 이어지는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였다.
  "크세비아로부터 살아서 돌아오겠다는 약속을 나렐이 받았던 모양이야, 그 약속을 이제 이루지 못하게 된 일에 대해 아쉬움을 표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해."
  그리고서 나렐이 돌아오지 못한 사람이 된 일에 대해서는 도로시아 역시 크세비아를 통해 들으려 할 것이리라는 언급을 하고서, 도로시아의 앞일에 관해 그 일에 대해서는 도로시아 역시 안타까워 하기는 하겠지만, 마음이 상할 정도는 아니리라는 추측을 하고서, 그에 대해서는 너무 심려하지 않아도 된다는 언급을 이어서 하였다.
  그러는 동안 비행이 계속 이어지면서 나의 눈앞으로 새하얀 빛을 발하는 동심원의 형상과 함께 그 너머로 야스모르의 모습이 희미하게나마 나타나려 하고 있었다. 이제 다른 일행이 기다리고 있을 야스모르 성계로 들어서기 위한 문과의 거리도 얼마 남지 않았다.

  이후, 빛나는 동심원과 같은 형상을 드러내는 야스모르를 향하는 문을 넘어서는 순간, 나의 눈앞으로 다시 변화한 야스모르 성계의 상공과 지상의 모습을 바라볼 수 있었다.
  구름은 온전히 걷혔으며, 걷힌 구름이 있던 공간은 짙으면서 선명한 푸른색을 띠는 하늘이 채우고, 그 하늘 위에 박힌 보석과 같은 별빛이 자리잡은 광경이 자리잡고 있었다. 하늘 아래로는 더 이상 금속은 보이지 않았다. 그 대신 수정으로 이루어진 대지 위로 크고 작은 수정 결정들이 수십 여 개씩 한 뭉치를 이루며 박힌 광경이 성계 전역에 나타나고 있었다. 야스모르를 뒤덮은 금속 결정이 수정 조각으로 변하면서 물 위에 유리 조각이 떠 있는 듯한 광경을 만들어 낸 것이었다.
  그와 더불어 야스모르의 금속 세포가 소멸하기 시작하면서 생성되어 온 빛들이 여전히 별빛처럼 빛을 발하고 있었다. 그야말로 지상에서도, 천상에서도 별빛들이 세상을 가득히 채우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 별빛을 바라보면서 조용히 비행을 이어가고 있다가 하늘색 빛을 발하는 날개를 펼친 도로시아의 하얀 셔츠와 하늘색 치마로 이루어진 옷차림을 한 모습을 보게 되었다.
  그 모습을 보기 시작했을 때, 도로시아가 밝게 목소리를 내며 나 그리고 리아레안과 루마를 밝게 목소리를 높이며 맞이하려 하였다. 그 모습은 이제 모든 어려운 상황을 극복한 자 특유의 밝고 해맑은 감정이 가득히 드러나는 순수한 밝은 모습이었다.
  "모두 수고하셨어요, 일단 지상으로."
  이후, 도로시아는 어서 내려와야 하지 않겠느냐면서 앞장서서 자신을 향해 다가온 나에게 지상으로 가자는 말을 하면서 나를 이끌려 하였다. 그 때, 그 뒤를 따라오던 루마 역시 오랫동안 공중에 머무르고 있으면 마력의 소모 등의 이유로 인해 위험할 수 있으니 어서 내려오자는 말과 함께 이제는 금속 세포의 영향은 거의 존재하지 않는 것이나 다를 바 없으니, 바로 대지를 밟아도 괜찮으리라는 언급을 하면서 바로 지상을 향해 내려가기 시작하였다.
  그렇게 나는 도로시아의 인도를 받으면서 그를 따라 비로소 수정으로 이루어진 대지를 향하였다. 그러는 동안 마치 영혼이 가지고 있을 생전의 각자 다양했던 모습을 상징하기라도 하는지, 각자 다른 색을 띠는-비슷한 색을 띠는 이들도 있었지만 미묘하게나마 차이가 있었다- 빛들이 마치 지상의 별빛을 이루는 광경을 보이고 있었으니, 그 빛은 반딧불의 빛보다 더욱 밝아서 그 빛들 사이에 있으면 상당히 밝을 것 같다는 느낌을 전해주고 있었다.

  야스모르 성계의 지표면을 밟은 때는 그 때가 처음이었다. 유리로 이루어진 거대한 구조물의 표면에 서 있는 듯한 느낌을 주는 대지 위로는 빛들이 떠오르고 있으면서 마치 수많은 반딧불들이 공중에 머무르는 것과 같은 광경을 보이고 있었으며, 그 빛들이 크고 작으며 날카로운 결정들을 비추어 이들이 빛이 이루는 색들로 물들어 마치 무지개빛 대지의 모습을 보는 듯한 느낌을 전해주고 있었다.
  당시의 야스모르는 더 이상 금속 세포에 의해 더럽혀진 성계가 아니었다, 물은 이전에 들렀던 성계처럼 무척 맑았으며-소금 기운이 바다에서도 느껴지지 않았다-, 수정들 역시 깨끗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기에 사실상 세상에서 가장 순수한 모습을 보이는 성계가 되었다고 봐도 무방했다.
  그러나 그런 현상이 그들에게 반드시 이득이 된다고 볼 수는 없었다, 기본적으로 인간뿐만이 아니라 요정들 역시 터를 잡고 있던 대지는 수정 위에서는 구성이 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또, 이런 현상이 어떻게든 극복이 가능할지도 모른다고 생각을 해도, 이미 망가져 버린 성계 전역을 수복하려면 오랜 시간을 필요로 한 상태였다. 이미 악의 원흉은 사라졌지만, 그 원흉이 남긴 흔적을 지우기 위해 도로시아 등은 또 노력해야 할 필요가 생긴 것이었다.
  "이 모든 일을 할 수 있을까, 우리가 살아있는 동안."
  "도로시아 님께서 살아계신다면, 가능할 거예요."
  그래서 대지 전역을 둘러보는 채, 허리에 오른손을 올리고 있으면서 걱정스러워 하는 목소리를 내는 아니스에게 도로시아는 그저 왼손을 가슴 언저리에 올린 채, 주변 일대만 둘러볼 뿐, 달리 행동을 취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 때, 크세비아가 도로시아를 대신해 그가 살아있는 한, 얼마든지 가능할 것이라는 화답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분 역시 여왕님 그리고 요정들로부터 기운을 받았기에, 요정으로서 살아갈 수 있어요. 그 점을 감안하면 도로시아 님께서 모든 것을 이끄시며 세상을 수복하는 일 역시 하실 수 있으리라 생각해요."
  라는 화답을 뒤이어 드러내려 하였다. 그리고 그 정도면 '꽃의 여왕', 그 후계자로서 무리는 없을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는 언급을 하고서 그 역할 수행을 자신이 기대한 만큼, 도로시아가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말을 마지막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마치려 하였다.
  "그래, 그래야 하겠지. 그래야......."
  이에 아니스는 조용히 팔짱을 끼는 채, 눈을 감으면서 그런 화답을 할 뿐, 크세비아에게 달리 말을 건네지는 않고 있었다. 더 이상 할 수 있는 말이 없기라도 한 것이었을까.

  이후, 도로시아는 자신의 바로 앞에 서 있던 리아레안과 주변의 수정 덩어리에 앉아있던 루마, 그리고 그 곁에 머무르고 있던 나의 모습을 한 번씩 둘러보더니, 이전에 그 세 명과 함께 자신의 곁을 떠났던 사람의 모습이 없음을 확인하고, 바로 당황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그 원인이 무엇인지는 대충 짐작하고 있기는 하였지만 그에 대해서는 어떤 말도 건네지 않았다, 건네는 일 자체가 함부로 해서는 안 되는 일이었다고 생각했기에.
  "유네아 님, 나렐 님은....... 어디 가셨지요?"
  그리고 주변 일대를 둘러보다가 무언가 예상이라도 한 듯이 다소 침울해진 표정을 짓고, 오른손을 가슴 언저리에 올리는 모습을 보이기 시작하였다. 이후, 그는 크세비아가 그의 곁으로 다가오고, 이어서 도로시아가 그를 두 손으로 끌어안으려 할 무렵, 그로부터 나렐에 대한 소식이 들려오려 하였다, 내가 시리엔이라 칭해지는 '검의 실체' 가 가하는 힘을 깨뜨리기 위해 자신들이 희생하였다는 소식이.
  "........" 그 소식을 듣고서 도로시아는 한 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었다. 그러다가 그를 조용히 가슴에 안으면서 그는 그런 그의 바로 앞, 근처에 위치하고 있던 나에게 차분히 목소리를 내며 이러한 말을 건네는 것이었다. :
  "그가 돌아오지 못할 지도 모른다는 생각 즈음은 이미 하고 있었어요, 들어설 때부터 자신의 희생을 통해 무언가를 이룩하려 한다는 느낌이 들었으니까요."
  그리고서 그에 이어지는 말이 바로 들려왔다.
  "그래서일까, 그가 돌아오지 못할 사람이 되었다고 하더라도, 이를 두고 제가 어찌할 수는 없다고 생각하고 있었어요. 그리고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고 생각도 했었고. 그래서 그 일에 대해서는 유네아 님, 크세비아를 비롯한 그 누구도 잘못이 없다고 저는 생각하고 있어요."
  이후, 그는 한 가지 아쉬운 사항이 하나 있음을 밝히고서 그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시작하였다.
  "단, 한 가지 아쉬운 바가 있기는 해요, 더 이상 기계 병기가 아닌 인간성을 되찾은 모습을 갖추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분께서는 자신의 본 모습을 끝내 드러내려 하시지 않으셨다는 거예요, 그 본래 모습을 볼 수 있었더라면, 투구 뒤에 감추어졌던 모습을 볼 기회가 한 번이라도 있었다면, 그 분께서 사라지셨음에 대한 아쉬움이 조금은 덜 했을 텐데......."
  이에 도로시아의 우측 곁에서 그의 왼편을 향하며 서 있던 아니스가 고개를 돌려, 크세비아의 모습을 보려 하면서 그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가려 하였다.
  "무척 아쉽기는 해, 그가 사라진 일에 대해서는. 이대로 그가 돌아와서는 자신의 의지로써 야스모르의 인간으로서 살아남은 두 사람인 나와 도로시아에게 큰 도움이 될 수 있으리라 생각했기 때문이야. 하지만 희생이 있을 수밖에 없었다면 어찌할 도리 역시 없었을 거야."
  그리고 잠시 후, 그는 눈을 감은 채, 이야기를 이어갔다.
  "하지만 상황은 이미 주어지고 있어. 그 상황 하에서 우리는 우리의 해야할 일을 해야 하지. 많이 힘들기는 하겠지만 성계의 수복을 위한 일은 어떻게든 할 수 있을 거야, 꽃의 여왕으로부터 마력을 이어받았을 도로시아도 있고, 실제 꽃의 요정인 크세비아도 있잖아."
  이후, 아니스는 다시 눈을 뜨고서 크세비아에게 앞으로 해야할 일이 무엇인지를 밝혔다.
  "이제부터는 바로 여기 계신 외성인 분들을 고향으로 돌려보내는 일부터 해야할 거야, 여기 계신 분들을 언제까지나 야스모르에 묶어둘 수는 없는 일이잖아. 그리고 이번 일은 어차피 우리 셋이 맡아서 해야 하는 일이기도 하고."
  "제가 도움을 드릴게요." 그 때, 리아레안이 자신은 가능하다면 야스모르에 남아서 야스모르의 재건을 돕겠다는 말을 하고, 이어서 루마 역시 그와 함께 나서겠음을 밝혔다. 이후, 예즈라 역시 조용히 목소리를 내어 야스모르에 있겠음을 밝히자, 이번에는 루마가 물었다.
  "예즈라 양, 또 외계에 머무르셔도 되겠어요, 세니티아 성계로 돌아오신 지 얼마나 됐다고."
  "바깥 행성에서의 삶도 익숙해지면 할 만 해요."
  이후, 예즈라는 조용히 미소를 지으면서 그 물음에 그렇게 화답을 하고, 그에 이어 자신 역시 나서도록 할 것임을 밝히고서 돌아갈 이는 나 한 사람뿐일 것이리라는 언급을 하였다. 그리고,
  "유네아 양은 지금껏 싸움을 이어가느라 지치셨을 테니, 이제 고향으로 돌아가 휴양을 하셔야 지요."
  라고 나에 대한 이야기를 하였다. 그렇게 도움을 주겠다는 결정을 세 사람이 내리기는 했지만, 여기서 또 하나의 문제가 생겨나고 있었다. 그렇다면 수정으로 이루어진 대지가 식물이 자랄 수 있는 토양이 되도록 하는 역할을 맡을 수 있는 이가 자리에 없었던 것. 빛을 발하는 자와 기술을 가진 자, 마법에 탁월한 자는 있어도 정작 그러한 인물은 없었고, 그래서 세 사람은 다시금 고민에 빠지고 있었다.
  그런 고민을 이어가고 있을 무렵, 왼편에서부터 하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바로 샤리에나의 목소리로서, 야스모르에 머무르고 있던 나를 부르는 목소리였다.
  "모두 무사하셨네요-------!!!!" 그 목소리가 놀라 소리가 들려온 방향을 향해 돌아서니, 어느새 일행을 인도하던 배의 모습과 더불어 그 배의 표면 위에 아미라를 비롯한 어린 바람의 정령들과 이를 이끄는 루시아와 파렐리아 자매, 그리고 이들의 좌측 곁에 머무르고 있던 샤리에나와 일린 그리고 라이마의 모습이 배의 표면 위에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루시아 님의 배도 드디어 이 곳에 이르셨군요."
  이에 도로시아 역시 그 방향을 향해 돌아서서는 무척 밝은 표정을 지으며 이들을 반겨주려 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그리고 루마 역시 고개만을 배를 향해 돌린 채, 기뻐하는 듯한 감정을 약하게나마 드러내는 듯한 목소리를 내면서 이런 말을 하고 있었다. :
  "저 배의 모습을 보니, 어느덧 끝이 다가왔음을 알게 되는군요."
  그러는 동안 배는 서서히 지표면을 향해 접근해 가고 있었다. 그러더니 잠시 시간이 지날 무렵에는 배의 형상이 수정으로 이루어진 지표면의 한 곳에 정착을 하고, 이어서 루시아가 파렐리아를 대동한 채, 먼저 수정으로 이루어진 지표면으로 걸어 나오려 하였다.
  "여기가 최종 목표지인 야스모르 성계? 모든 것이 수정으로 이루어진 행성이잖아."
  그 때, 지팡이를 오른손으로 잡은 채, 뒤따라 걸어오는 파렐리아에게서부터 루시아를 향하는 목소리가 들려오고, 이어서 두 손으로 지팡이를 든 채, 조용히 발걸음을 옮기는 루시아가 대답으로써 그러하다고 답을 한 이후에 그 행성에 대해 언급한 바를 다시 밝혔다.
  "과거에는 금속 세포라는 괴 물질로 이루어진 행성이었을 거야, 그러다가 금속 세포가 정화되면서 그 바탕이었을 수정 조각들과 물만이 남았겠지."

  이후, 루시아는 자신의 곁을 따르고 있던 파렐리아에게 성계에서 일어난 일로 인해 금속 세포로 뒤덮인 모습에서부터 다시 수정으로 변이했을 것이리라는 언급을 한 이후에 그로 인해 사람이 살 수 없는 곳이 되어버리지 않았겠느냐고 그 행성에 대한 설명을 이어가고서는,
  "여기서 유네아 양 등의 인물들이 악의 근원이 되는 존재를 제거함으로써 성계에서 일어날 수 있는 재앙을 멈추었다고 볼 수 있을 거야."
  라는 말을 한 이후에 만약에 행성이 계속 금속 세포에 뒤덮이고, 행성의 주인인 양 행세하던 존재들이 존속하였을 경우의 상황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시작하였다.
  "아마 그 근원을 놓아두었을 경우에는 세니티아 뿐만이 아니라 이외의 행성들 역시 금속 세포에 의해 탄생하는 병기들에 의한 위협에 직면했을지도 모른다고 볼 수 있겠지, 이들이 무슨 이유를 가지고 금속 세포로 병기들을 만들고, 또 이들을 행성 전역에 보내려 하였을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그렇게 추측을 해야함이 옳을 것이라 보고 있어."
  그리고서 나와 리아레안 그리고 루마와 예즈라에 대해 그 재앙을 막아낸 장본인으로서, 성계에서 일어난 사건 이후에는 반드시 그에 대응되는 대우를 받아야 함이 옳지 않겠느냐는 언급이 파렐리아로부터 나오자, 이에 루시아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면서 "물론이지." 라는 화답으로 그 질문에 대한 대응을 하고 있었다. 그 때, 그의 뒤를 따르던 이로서 이전까지 나와 함께 하던 이들 중 하나인 샤리에나가 바로 루시아에게 물음을 건네려 하였다.
  "그 대우는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질 것이라 예상하시고 계신가요."
  "야스모르 성계는 세니티아 성계에서는 잘 알려지지 않은 성계인 관계로, 그 곳에서 발발한 위기가 세니티아의 사람들에게 큰 위기로 다가오지는 않았겠지만, 역사적일 수 있었던 사건을 막은 일이기에 이 일을 해냈음에 대한 보상은 어떤 식으로든 이루어져야 함이 옳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이후, 루시아는 샤리에나의 물음에 그렇게 화답을 한 이후에 그러한 형태의 보상은 어떻게든 이루어지게 될 것이니 이에 대해서는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화답을 하여 그를 안심시키려 하였다. 그리고 일단은 모든 이들에게 휴식의 시간이 주어져야 함이 옳으니, 모두 세니티아로 돌아가도록 해야 할 필요가 있으리라는 자신의 생각을 바로 드러내려 하였다.
  그리고 잠시 후, 루시아는 지팡이를 두 손으로 든 채, 어린 바람의 정령들을 대동하고 있으면서 나의 바로 앞에 이르렀고, 이어서 나에게 온화한 미소를 지으면서 "오랜만이네요." 라는 인사말을 건네고 있었다. 이에 나 역시 만나는 일은 참 오랜만에 하게 된다는 답례의 말을 전하고서,
  "자칫하면 영원히 만나지 못할 뻔했어요."
  라고 농담 삼아 한 마디 말을 건네려 하였다. 이에 루시아는 그저 미소로 답을 할 뿐, 이에 대해 달리 언급을 하려 하지는 않았다. 그 때, 세 어린 정령들 중에서 루시아로부터 가장 멀리 떨어져 있던 에리타가 나에게 다가오더니 밝게 목소리를 내며 나에게 달려왔다. 그리고 무사했느냐고 물은 후에 혹시나 있을 일로 인해 샤리에나가 불안해 하고 있었음을 밝혔다.
  "하지만 무사했잖니, 그것으로 된 거야."
  그러자 내가 그런 에리타를 향해 앉으면서 두 손으로 그를 끌어안으며 화답을 하고서 다시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 이후, 리아레안이 내가 다시 자리에서 일어날 무렵, 루시아를 향해 리아레안이 그 동안 무슨 일이 있었느냐고 물음을 건네었고, 이어서 파렐리아로부터 루시아를 대신한 대답이 들려오려 하였다.
  "그 동안 성계로 몰려온 병기들의 위협을 막아내느라 거의 오지를 못했어요. 이번에 온 일도 다소 늦어 보이기는 했어도, 실제로는 사건이 해결되자마자 바로 행선지를 찾아가며, 이르렀던 거예요."
  그 이야기를 듣자, 나는 다시 심각해진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야스모르를 장악했던 세력이나 또 다른 형태의 세력이 자리잡고 있어서 그로 인해 루시아, 파렐리아 등이 야스모르로 올 수 없었음을 의미했기 때문이었다. 그런 생각을 할 무렵, 루마가 놀라는 표정을 지으며 파렐리아에게 무슨 일이 있었느냐고 묻고 있었다.
  "그렇다면 제가 이번에는 여쭈어 볼게요, 어떤 세력이 성계로의 침입을 했기에 오랫동안 대치가 이루어지고 있었던 것이지요? 바르코스와 관련이 있는 세력이었던가요."
  하지만 파렐리아로부터 들려온 대답은 전혀 의외의 것이었다, 바르코스의 분파도, 정체 불명의 세력도 대답으로서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 정체 불명은 아니지만, 바르코스와는 별개의 것으로 보였어요. 이들의 표면에는 붉은 십자가가 그려져 있었는데, 이는 바르코스의 병기들에서는 찾을 수 없는 형태예요."
  자세한 이야기에 따르면, 피로 그려진 것처럼 보이는 붉은 십자가의 좌우에 날개가 그려진 문장이 주요 병기들의 표면에 그려져 있었다는 것. 확실히 이런 형태는 바르코스의 병기들에서는 찾을 수 없었다, 애시당초 바르코스의 병기들은 문장이 그려져 있지 않았다. 이런 이야기를 들으니, 확실히 루시아 등이 마주쳤다는 병기들이 바르코스와는 별개의 존재임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이들이 어떻게 바르코스와 연관되어 있는지에 대해서는 알 수 없었다, 본래는 별개의 세력이라 할지라도 어떻게든 연계가 되어 성계의 침입을 했을 가능성이라면 있어 보였기 때문이었다. 그런 생각을 하며, 이번에는 내가 직접 샤리에나에게 그에 대한 물음을 건네려 하였다.
  "그렇다면 혹시, 이들이 바르코스와 관련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알고 계세요?"
  하지만 샤리에나도, 일린, 라이마 역시 이에 대해서는 명확한 답을 내리지 못하고 있었다, 그 병기들은 아예 어떤 말도 할 수 없었으며, 그저 명령에 따라 움직이는 존재에 불과했던 이로서, 언어가 아닌 전기 신호로 상호에게 의사 전달을 했던 병기들이라고 이들에 대한 언급을 한 이후, 이러하니, 이들의 정체에 대해서는 표면의 문장과 외견을 통해서만 알 수 있을 것이리라는 말을 이어서 건네고 있었다.
  상황에 따라 보통의 일로 여기어서는 안 되는 일이 될 수도 있었다, 루시아 등의 성계에 남은 이들이 배에서 겪은 사건이 실제로는 또 다른 사건의 암시를 의미할 수도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면서 당장은 아닐지라도 어떻게든 이에 대해서는 알아야 할 필요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우연히 나의 우측에 머무르고 있던 예즈라를 향해 돌아섰을 무렵, 그는 이전에 없던 심각한 표정을 짓는 채로 오른손을 턱에 올리고 고개를 숙인 채, 생각에 잠긴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런 그의 모습으로부터 무언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고 있음이 바로 느껴졌지만, 곧 이어진 화제의 전환으로 인해 나는 그에 대해 어떤 이야기를 들을 수는 없었다.

  그 동안 도로시아는 잠시 안절부절하는 듯이 주변을 둘러보고 있었다. 자신이 전이해 온 공간의 문을 찾으려 하기 위함이었던 것일까. 그 모습을 보며, 나는 예즈라, 루시아와 아니스가 서로 이야기를 주고받음에 샤리에나 등의 일행이 가담하는 모습에서 거리를 두기 시작해, 이들의 비교적 먼 주변 일대에서 비행을 이어가고 있던 크세비아를 향해 다가가서는 우선 그에게 말을 걸었다.
  "도로시아 양, 왜 그러세요? 뭔가 찾는 것이 있어? 전이의 문 같은 거예요?"
  "예, 문으로 들어가고자 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에 그는 내가 예상한 바와 거의 비슷하게 행동을 하고 있었다는 의미를 전해주는 답을 하고서는 그 문을 통해 이전에 들어섰던 사람들 중 남은 둘이 돌아오기를 바라고 있었다는 언급을 이어서 하고 있었다.
  그 목소리를 들으며, 나는 도로시아가 그 문을 통해 돌아왔으면 하는 이가 누구인지 바로 알아차릴 수 있었다, 바로 이전에 나의 창이 뇌정의 형상으로 변해 시리엔-스즈렌-을 관통하도록 하기 위해 자신을 희생시켰던 바로 그 존재, 나렐이었다. 하지만 예의 그 행동으로 인해 나렐은 이미 돌아올 수 없는 존재가 되어 있었다, 갑주라면 남아 있겠지만 처음 그의 기운이 갑주에서 이탈했을 때에는 그 갑주를 회수할 수 있을만한 여유가 거의 없다시피 했고, 야스모르로 돌아올 무렵에는 그 모습을 볼 수 없었다.
  "그는 이미 돌아올 수 없는 사람이 되어버렸어요."
  그런 그에게 나는 그가 돌아올 수 없게 되었음을 숨김 없이 바로 알렸다, 어차피 밝혀질 진실이라면 빨리 밝히는 편이 낫다고 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이로 인해 도로시아가 놀라거나 슬퍼하는 모습을 보일지도 모른다는 예상을 했지만 그 예상과 달리 도로시아는 의외로 차분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그런 일은 이미 일어날 줄 알고 있었다고 생각했던 것일까.
  "역시 그러하셨군요, 결국 돌아오시지 못하실 것 같았는데."
  그는 이미 사라졌던 그 병기들이 그런 운명을 맞이할 것임을 알고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 일이 그에게는 큰 충격으로 다거오거나 하지는 않은 상태를 마련할 수 있었다. 다만, 그의 본래 모습을 볼 기회가 있었으면 무척 좋았지 않았겠느냐고 묻고 있었으니, 더 이상 그를 만나지 못하게 된 일, 그리고 그의 본래 모습을 보지 못한 일에 대해서는 무척 아쉬워하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나도 그에 대해서는 아쉬워하고 있었다, 사실상 인간이나 다를 바 없게 된 그의 본래 모습은 나 역시 보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키에렌 그리고 시리엔을 멸한 이후에는 그 모습을 반드시 보고 싶다는 생각도 하고 있었으나, 시리엔을 멸하기 위해 그가 희생되었기에 그렇게 할 수는 없었다.
  그 감정을 어찌할 도리는 없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일에 대한 기억에 항상 얽매이고 있을 수는 없었기에 그 일에 대해서는 아쉬움의 감정을 가지는 정도로 끝내기로 했다. 도로시아 역시 더 이상 나렐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겠음을 알리며, 크세비아에게 그에 대해서는 어떤 말도 하지 말아줄 것을 당부하였다.
  이외에 붕대에 감겨진 이로서, 바르카디아 요새 지하에서 숱한 고통을 당했을 이 역시 자신을 희생하였고, 그 희생으로 말미암아 평온한 삶을 더 이상 누리지 못한 채, 사라져 갔지만 나를 위해 희생을 감행한 나렐의 의사에 그 역시 따랐으리라 생각하는 수밖에.

  이후, 도로시아는 크세비아를 데리고 아니스와 함께 수정으로 이루어진 결정과 대지만 남겨진 야스모르에 새로운 생명의 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기로 마음을 모으고, 여기에 세니티아 출신의 리아레안과 루마 그리고 예즈라가 나서기로 하는 것으로 야스모르에서의 일은 일단락이 되었다. 예즈라의 경우에는 몇 년 전에도 세니티아를 떠나 있었다는 루마의 이야기가 있었기에 자주 떠나 있으려 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에 걱정이 되기도 하였고, 실제로 루마 역시 그에 대한 우려를 하고 있었지만 본인이 외지 생활에 익숙해 큰 문제가 없다니, 달리 할 수 있는 말은 없어 보였다.
  그리고 남은 일행은 루시아가 마련한 배에 탑승, 그 배가 인도하는 대로 세니티아로 돌아가게 되었다. 아직 남겨진 문제가 있기는 하였지만 이후에 해결 방안을 찾아 나서는 편이 나을 것이리라는 판단이 배 위에 올라타는 사람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었다.
  그렇게 일행이 작별 인사를 건네고, 각자 가야할 곳으로 떠나간 이후, 내가 마지막으로 배 안으로 들어갈 무렵, 뒤쪽에서 누군가의 나를 부르는 목소리가 있었다. 바로 도로시아의 목소리였다. 그 목소리를 듣자마자 나는 바로 그 목소리가 들려온 방향을 향해 돌아서면서 그의 모습을 바라보려 하였다.
  그러는 동안 도로시아는 두 손으로 크세비아를 안은 채, 미소를 지으며 서 있었다. 이후, 한 동안 그렇게 서 있던 그는 잠시 시간이 지날 무렵, 조용히 입을 열어 밝은 목소리를 내어 말을 건네려 하였다.   "지금까지 고마웠어요, 유네아 님."
  그리고 행성의 모습을 잠시 둘러보는 모습을 보이더니, 다시 나를 바라보려 하면서 말을 이어갔다.
  "여기 계신 모든 분들의 도움으로 인해, 여기서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 갈 수 있게 되었어요, 야스모르에서 누릴 수 있는 모든 것을 잃기는 했지만, 세상의 희망을 가질 수 있는 권리만큼은 되찾을 수 있어서 다행이라 생각하고 있어요. 그 권리로써 아무것도 남지 않은 대지에 새로운 희망을 심어줄 수 있으면 되니까요."
  그리고 자신과 아니스 그리고 크세비아는 야스모르의 재건을 위해 나서려 하고 있다지만, 실제로 자신과 크세비아 그리고 아니스가 할 수 있는 일은 진정한 재건을 위한 희망을 마련하게 해 줄 수 있는 일 정도임을 밝히고서 자신 혹은 크세비아의 후예들이 세상이 변화될 수 있음에 대한 믿음을 가지고 살아갈 수 있다면, 야스모르의 재건은 결코 어려운 일이 아니리라 믿는다는 말을 이어서 건네었다.   "제가 말씀드릴 수 있는 바는 이 정도네요, 저도 이제 아니스를 따라, 행성의 재건을 위해 앞으로 해야할 일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가야 하니까요."
  이후, 그는 그렇게 자신의 이야기를 마치겠음을 밝히면서 나에게 작별의 인사를 건네었다. 그리고 잠시 후, 그는 뒷모습을 보이면서 돌아서고서, 나의 먼 저편을 향해 서서히 발걸음을 옮기려 하였다. 그러다가 잠시 나를 향해 고개를 돌리며 작별 인사로써 부탁의 말 하나를 건네었다.
  "자아, 유네아 님, 어서 배에 오르세요. 그리고 세니티아로 돌아가 주세요, 엘리시온과도, 야스모르와도 인연이 없는 존재임을 이 세상에 증명해야 하잖아요."
  그리고 잠시 후, 크세비아가 그의 왼쪽 어깨 위로 올라가더니 오른손을 높이 흔들며 "도로시아 님의 부탁을 들어주셔서 고마워요." 라는 말을 건네었고, 이어서 이들은 그대로 조용히 나의 먼 앞으로 사라져 가려 하였다.
  그러는 동안 나는 한 동안 그의 모습을 조용히 지켜보기만 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그의 모습이 더 이상 보이지 않게 되자, 나 역시 배를 향해 다시 돌아선 후, 배의 안쪽으로 발걸음을 옮기어 갔다.

  "유네아 양이시군요, 어디 가 계셨어요?"   배에 탑승하고 선상으로 올라설 무렵, 나는 배 안에 머무르고 있던 레야라 그리고 리레아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루시아 등이 위험에 처했다는 소식을 듣고 바로 그 쪽으로 갔던 이들은 나의 모습을 보자마자 일이 진행되어간 경위에 대해서는 자신들도 궁금하다는 말을 하면서 그에 대해 알려줄 것을 부탁하였다. 언제부터인가 루시아 등의 구원을 위해 나서야 했고, 또 바깥에서 소식을 듣지도 못했기에 그에 대해 무척 궁금해했으리라.
  이후, 나는 그 동안 있었던 일에 관해 여러 이야기를 하였다, 이야기를 잘 풀어놓을 자신은 전혀 없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야스모르에서 있었던 일에 대한 이야기를 잘 경험해 보지 못한 이들에게 할 수 있는 사람은 결국 나밖에 없었기 때문이었다.
  "일이 어떻게 끝났든 간에 결국 키에렌이 쓰러졌다니 다행이기는 다행이네요."
  "그렇게 그가 쓰러진 이후, 그러면 요새는 어떻게 되는 거예요?"
  그러는 동안 나의 뒤쪽에는 요새가 위치하고 있던 곳의 여전히 불길에 휩싸여 있는 폐허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 폐허는 이제 공허히 떠 있기만 할 뿐, 더 이상 존재 의미조차 가지지 못하고 있었지만 그 거대한 존재를 야스모르에서 살아남은 두 사람과 요정이 어찌할 도리는 없었기에 당분간은 그대로 떠 있을 수 있겠지만 이미 기동할 수 있는 힘도 잃은 그 구조물은 언젠가 추락할 것임이 분명해 보였다.
  "언젠가 추락하겠지요, 그리고 그 처우는 그 이후에 서서히 이루어질 듯해 보이네요."
  그러하였기에 나는 그들의 물음에 바로 그렇게 화답을 하게 되었다. 이후, 여러 이야기가 오갔고, 그것을 통해 두 사람은 나름 야스모르에 있었던 일과 그 사정에 관해 어느 정도 알게 되었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렇게 사건이 일단락 된 이후, 일행은 그 동안 지나왔던 성계들을 하나씩 지나치다가 마침내 공간과 공간 사이의 자주색을 띠는 성운이 드리워진 검은 공간에 이르렀다가 그 한 곳에 위치한 하얗게 빛을 발하는 동심원 상을 이루는 '문' 의 너머로 푸른 하늘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하자, 바로 그 앞에서 멈추었다.
  이후, 리레아가 선수 부분으로 나아가, 두 손으로 그 가장자리를 잡은 채, 몸을 앞으로 기울이면서 시선을 하늘의 아래쪽으로 향해 그 너머의 모습으로 시선을 향하였다. 한 동안 그 모습을 조용히 바라보던 리레아는 곧 레야라 그리고 우측 곁에 위치하고 있던 나에게 돌아오더니 세니티아의 상공이라는 언급을 하면서 그 너머로 진입하면 세니티아로 돌아올 수 있을 것이라는 언급을 하였다.
  "제대로 돌아왔네요." 이에 배의 우측 가장자리에 기대어 서 있던 라이마가 나에게 그렇게 밝은 목소리를 내고, 이에 나 역시 미소를 짓는 것으로써 답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잠시 후, 그 상공으로 진입, 이어서 문과 바로 이어진 상공을 거쳐 서서히 고도를 낮추며 먼 아래에 보이는 대지를 향하기 시작하였다. 그러는 동안 눈앞으로 조금씩 대륙 동부의 모습과 함께 세니티아의 항구 도시 라넬리스의 전경이 조금씩 다가오려 하고 있었다.


다음 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