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밖으로 나왔을 무렵, 그런 나의 앞으로 에르시아가 다가와 있었다. 그는 내가 기둥 밖으로 나오자마자 어서 도망가라고 외친 다음에 아리오스토를 이루는 장치 전체가 격렬히 폭발할 기세를 보이고 있으며, 그 폭발 범위가 탑의 최상층 지면을 압도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모두 탑의 정상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통보가 왔음을 밝혔다. 이에 나는 놀라는 표정을 지은 다음에,
  "폭발의 범위가 그 정도에 이른다는 거야!?"
  라고 외쳤다. 그러면서도 일단은 상황이 다급해졌다 하니, 어서 탑의 정상에서 이탈해야 하겠다고 생각하면서 날개를 격렬히 움직이면서 에르시아와 함께 최대한 빠르게 속도를 내어 탑을 벗어나려 하였다.
  그러면서 나는 에르시아에게 발리사르다는 어떻게 되었느냐고 물었고, 그 물음에 에르시아는 아리오스토에서부터 폭발이 일어나기 1 시간 즈음 전에 이미 양 어깨 부분과 날개 부분을 비롯한 비행 장치들을 파괴한 이후에 추락하는 것을 자신이 따라잡아 동체의 동력원까지 폭파시켜 공중에서 폭파시켰음을 밝히고서, 그로 인해 공중에서 폭파되어 지면에 닿기도 전에 작은 조각들만 남긴 채, 사라졌음을 밝혔고, 이어서 쿠르텡 역시 마녀들의 집중 공격을 받은 끝에 파괴되어 계곡 아래로 불길에 휩싸인 채, 추락했다가 계곡에서 화염을 방사하면서 산산조각이 났음을 밝히고서, 일단 광역 공격 병기는 전부 제거되었음을 알렸다.
  그 이후, 에르시아는 나를 향해 고개를 돌리더니, 나를 따라 들어간 크세비아의 모습이 보이지 않음에 대해 이상하다고 생각했는지, 무언가 수상하다는 생각을 드러내는 목소리로 물었다.
  "그건 그렇고, 유네아, 그 크세비아라는 이름을 가진 아이, 어떻게 된 거야? 어디 갔어?"
  "아아." 그러자 나는 내가 여전히 그를 안고 있음을 확인하고서 그를 안고 있던 팔을 풀어, 크세비아가 나의 바로 앞으로 나아가도록 하였다. 그러자 안고 있었느냐고 묻는 에르시아. 그러자 나는 그렇다고 화답을 한 다음에 워낙 다급한 상황 속에 있다 보니, 안고 있어야만 했고, 크세비아의 허리 등에 통증이 올 정도로 압박이 가해지는 현상도 감수해야만 했음을 밝히기도 하였다.
  그러는 동안 나는 뒤쪽의 먼 곳에서부터 격렬한 폭음이 들려오는 소리를 들었고, 그러면서 뒤쪽에서 무언가 일이 생겼음을 알아차리고서 잠시 비행을 멈추고, 뒤를 향해 돌아섰다. 그 이후, 나의 눈앞으로 탑의 꼭대기 위로 하얀 빛이 어둠에 물든 주변일대로 퍼져 가는 광경을 볼 수 있었다.
  어둠의 기운이 드리워진 감빛 하늘의 주변 일대가 탑의 정상에서 퍼져 가는 빛에 물들어 환한 모습. 마치, 길다란 지팡이에서 발하는 새하얀 빛이 어둠을 비추는 광경과 같은 그 모습을 보면서 나는 아리오스토라는 이름을 가진 장치가 사라졌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어렸을 때 언젠가 보았던 어느 마법사의 지팡이가 발하는 하얀 빛을 떠올리면서 그것에 대해 에르시아에 대해 한 마디 말을 하고 싶다는 생각도 하게 되었다. 그러면서 나의 왼편 곁에 이른 그에게 관련된 물음을 건네자,
  "나도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어." 라고 화답하고서, 다른 한편으로는 길다란 장대에 매달린 횃불 같다고 언급하고서 이제 그 높은 탑이 '마녀의 탑' 이라는 이름을 가지는 이유가 무엇인지 바로 이해할 수 있었다는 언급을 하였다. 그 이후, 그 길다란 모습이 지팡이를 연상케 하지 않느냐고 되묻는 모습을 보이자, 나는 미소를 띠면서 그런 에르시아를 향해 고개를 돌리며, "그러하려나." 라는 물음을 건네는 목소리를 내었다.
  그러는 동안 크세비아 역시 나의 바로 앞에 이른 다음에 빛에 감싸인 탑의 정상으로 오른손을 가슴 언저리에 올린 채, 시선을 향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문득 떠오른 바가 있었는지 우울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그 때, 내가 그런 행동을 취하는 그의 바로 우측 곁으로 다가간 다음에 그를 향해 고개를 돌리고서, 걱정스러워 하는 목소리로 왜 그러느냐고 물었다.
  "문득, 떠올랐어요. 그 은색 갑옷을 입었던 그 사람."
  그 물음에 고개를 들어 이전에 나를 비롯한 일행이 격퇴하였던 그 병사의 모습을 떠올렸다고 답을 하는 크세비아. 이에 나는 그 모습을 바로 떠올린 다음에, 이전에 나타났던 그 병사 아니냐고 물었다. 그 이후, 나는 그렇다고 답을 하는 크세비아에게 그에 대해 키에렌이라는 이름을 가지는 왕의 수하들 중 하나일 따름이라고 말하고서, 은색 갑주를 입었음은 특별한 지위를 가졌기에 그러할 따름이라고 언급하였다.
  하지만, 크세비아는 그 만큼은 유별난 존재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언급을 행한 다음에 그에게서 하나의 기운을 감지한 후에 그런 생각을 할 수 있었다고 그 언급과 관련되는 말을 건네었다. 그러자, 내가 그 존재에 대해 크세비아를 유난히 괴롭히거나 요정들을 많아 잡아간 이였냐고 그에 대해 다시 묻자, 그렇지 않다고 답을 하였다. 그리고 한 동안 말없이 빛을 발하는 탑의 정상을 바라보고 있다가, 먼저 남쪽을 향해 돌아서기 시작하였다.
  "가면서 말씀드릴게요, 그것에 대해서는."
  그리고서 크세비아는 그렇게 말을 하면서 자신이 먼저 이전에 지나왔던 것의 역을 따라 탑의 근처를 떠나려 하였다. 그러자 나는 "알았어." 라고 화답하고서 그런 그를 따라 남쪽 하늘로 나아가면서 꼭 얘기해 주어야 한다고 부탁의 말을 건네었다. 이에 크세비아는 이전에 비해 밝아진 목소리를 내면서 반드시 이야기를 해 주겠음을 밝힌 다음에 자신이 언급하려 한 바에 대하여,
  "그 사항은 유네아 님께서도 아셔야 할 사항일지도 모르니까요."
  라고 언급하여, 그런 나의 궁금증을 자극하려 하였다. 그러는 동안 두 쌍의 날개를 가진 세 명의 정령이 가운데에 작은 요정을 두고 있으면서 나란히 남쪽 상공을 따라 비행을 하면서 여전히 빛을 발하는 탑을 등지고, 바람의 사당이 위치한 곳으로 돌아가기 시작하였다.

AR 504 년 6 월 14 일 루나렐 력 5 월 11 일 - 엘젠 산맥 북부 상공
  그렇게 한참 비행을 이어갈 무렵, 나는 곁에 아무도 따라오지 않는 에르시아의 모습을 보면서 다른 이들이 어떻게 되었기에, 에르시아 혼자 나의 곁에 위치하고 있는지에 대해 궁금하다고 생각하기 시작, 그러면서 그에게 예즈라, 리아레안, 그리고 탑의 다른 방향에서 올라왔던 이들은 어떻게 되었느냐고 묻자, 예즈라, 리아레안은 먼저 마을로 나아갔고, 루시아, 그리고 파렐리아라 칭해진 이들은 동료들을 데리고 동쪽 방향으로 나아가 자신과 멀어졌음을 밝혔다. 그리고 특별히 만날 일이 없는 한, 그들을 만날 일은 없을 가능성도 있다는 언급을 하고서,
  "그들 역시 바르코스 요새로의 진입을 행한다면, 만날 기회는 있겠지."
  라고 그들을 만날 일에 대한 전망을 밝혔다. 그리고 자신이 안에 들어가 있는 동안, 그들 사이에서 무슨 대화가 있었느냐고 묻자, 루시아, 파렐리아를 따랐던 마녀들 사이에서 내가 기둥 안으로 진입한 이후, 기둥에서 폭발이 일어나는 광경이 나타났을 때, 이런 말이 나타났음을 알리는 목소리를 내었다.
  "말벌은 벌집 안으로 들어가 그 안의 모든 것을 박살낸 이후에 밖으로 나간다, 라는 말이 있었다, 라는 것이었어. 네가 기둥을 폭파시키는 모습을 보면서 말벌에 대한 일화가 떠올랐던 모양이야."
  그 이후, 여전히 바람의 정령들은 '말벌' 에 비유되고 있는 모양이라고 미소를 지으면서 말하였다. 그러는 동안 남쪽의 이미 어둠에 잠긴 감빛 하늘은 공중에 병기들이 자리잡고 있었다는 사실이 없었다는 듯이 고요해졌으며, 산길 위로는 몇 남은 병기들의 잔해들만이 검은 연기를 일으키며 병기들이 사라졌음을 알리고 있었다.
  그러는데 갑자기 나와 에르시아를 향해 반가운 두 모습이 나타났다. 리아레안, 그리고 사티사였다. 사티사가 앞장서고 있었으며 리아레안이 그 뒤를 따르는 형식으로 다가오는 모습을 보고, 나는 반가운 감정을 감추지 않는 채, 이들을 향해 바로 날개 짓을 하며 다가가려 하였다.
  그러다가 에르시아가 이전에 나와 크세비아 사이에 있었던 대화를 상기하면서 대열의 가운데를 비행하는 크세비아에게 한 가지 물어볼 것이 있음을 알린 다음에 크세비아가 그를 향해 고개를 돌리고 무엇에 관해 알고 싶어 하는지에 대해 묻자, 그런 크세비아에게 평상시의 온화하면서 다소 앳되기도 한 목소리를 내어, 자신이 묻고자 하는 바를 알렸다.
  "그 은색 갑주를 입은 병사에 대해 언급했잖아, 네가. 그것에 대해 묻고자 하는데, 혹시 그 자의 영혼이 특별하다고 생각하는 이유로 무엇이 있는지 알려줄 수 있겠니? 이전에 유네아에게 알려주겠다고 말했잖아."
  "그랬었지요, 그렇지 말씀드리지 않아도 이제 말씀드리려 했었는데."
  그러자 크세비아는 밝게 목소리를 내어 그렇게 화답을 한 이후에 잠시 말없이 하늘을 가만히 바라보기만 하다가, 자신이 가면서 나에게 전하려 했던 말을 건네기 시작하였다.
  "저에게 가장 소중한 사람이었던 누군가가 남겼던 기운이, 그에게서 느껴졌던 것이었어요. 그래서 제가, 그 분에 대해, 어쩌면, 본래는 그 사람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었지요."
  "그랬었구나." 이에 나는 조용히 한숨을 내쉬면서 그렇게 말하였다.
  어쩌면, 당시의 크세비아는 그 은색 갑주를 입은 병사의 금속 기계로 변질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남은 의지나 기운을 느낄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그 기운을 두고 이전에 자신이 만났던 소중했던 이의 기운을 떠올리며 그 병사의 육신이 본래는 자신에게 가장 소중한 사람이었던 이의 것이었으리라고 추측을 하였고, 그러면서 자신에게 있어서 가장 소중한 사람이었던 이의 변질된 모습을 떠올리며 그에 대한 안타까움을 드러내고 있었으리라.
  그러나, 나에게 있어서 그 존재는 그저 세니티아로 침략을 시도하였던 바르코스 군단의 무리 중, 상급에 속한 존재로서, 은색을 띠는 갑주는 상급 병사임을 알리는 증거일 따름이었기에, 선뜻 그런 그의 생각을 이해하지는 못하고 있었다. 더욱이 그 자가 세니티아의 사람들을 해치기 위한 시도를 할 경우에는 크세비아가 소중히 여기는 이라 하더라도 결국에는 처단될 수밖에 없는 노릇이었다.
  그래도 그 은색을 띠는 갑주를 보이는 병사에게서 크세비아가 자신에게 있어서 소중한 존재를 발견하게 된 이상, 그 존재를 처단할 지의 여부는 특별한 사항이 없는 한, 크세비아에게 판단을 맡길 수밖에 없다고 여기면서, 그 병사에게 들은 사념을 판단하는 일은 크세비아만이 할 수 있었기에. 물론, 은색 갑주를 입은 이는 그가 유일하다는 보장을 할 수는 없지만, 크세비아가 사념을 알아내는 일을 통해 구분은 가능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 소중한 사람이 누구인지, 알려줄 수 있겠니?"
  그 때, 에르시아가 그런 그에게 다음의 물음을 건네었으나, 크세비아는 당장에 말하고 싶지 않았는지, 대답을 하지는 않았다. 그러자 에르시아는 알았다고 화답하고서, 그 자에 대한 판별은 크세비아가 해 줄 것을 요청한 다음에 나에게 말을 건네어, 그에게 있어서 소중한 사람의 사념이 느껴진다면, 그 때에는 그 자에 대한 공격 방식을 달리 해 봐야 할 필요가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언급을 하였다.
  그러자 나는 "그래야 하겠지." 라고 화답한 이후에 구원할 수 없게 될 가능성도 있지 않겠느냐고 물었고, 이에 에르시아는 그 때에는 죽음을 내려야만 할 것이라고 말한 다음에 크세비아 역시 그런 가능성을 점지한 이후에는 나의 그러한 행동을 이해하고 받아들여줄 것이라는 말을 이어서 건네는 모습을 보였다.

  감색을 띠는 하늘은 마치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는 듯이 고요한 모습을 보이는 채, 바람만 세차게 불어오며 나의 머리카락을 뒤로 밀어내고 있었다. 지금 누군가에게 하늘 위에 대량의 병기들이 자리잡고 있었다는 이야기를 하기라도 하면, 그 이야기를 믿지 못하는 듯한 모습을 보일 법도 해 보였다. 하지만, 지면의 곳곳에는 아직 병기들의 작은 잔해들이 남아 검은 연기를 피워 올리고 있어서 그 곳에 병기들이 자리잡고 있었음을 명확히 밝히고 있었다. 그 모습을 내려다보는 동안, 나의 건너편에 위치하고 있던 에르시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마력의 근원이 사라지고, 그러면서 병기들 역시 사멸하면서 이런 잔해들만 남게 된 모양이야."
  그리고서 그는 병기들을 움직일 마력의 근원에 해당되는 장치는 3 개 로서, 그 모든 것이 파괴되면서 병기들이 소멸하였을 것이라는 말을 건네었다. 그 이후, 그는 전선 기지의 모든 군단이 괴멸하고, 이어서 바람의 사당 근처로 나아가던 군단과 탑을 점거하던 군단까지 사라짐으로써 세니티아를 향하던 모든 바르코스 군단이 전멸한 이상, 일단 세니티아 일대는 다시 조용해졌으니, 당분간 바르코스에 대해 신경을 쓸 필요는 없으리라는 언급을 하였다. 그러자 내가 그런 그에게 물었다.
  "그렇다면, 바르코스 군은 어떻게 되는 거야?"
  이에 에르시아는 샤리에나가 바르코스 군의 실상을 관찰하고 있는 모양이라고 언급하고서 그에게 물음을 건네어 확인해 볼 것을 부탁하였고, 그 말을 듣자마자 나는 알았다고 화답을 한 이후에 곧바로 레반테아를 이용해 통신을 시도, 샤리에나와의 연락을 시도하였다. 그러면서 샤리에나의 목소리를 들은 다음에 한 가지 부탁이 있음을 밝히고서 바르코스 군의 행방에 대해 알려줄 것을 부탁하였다.
  "바르코스 군을 말씀하시는 것이지요?"
  그 부탁에 샤리에나는 그렇게 되묻는 목소리를 낸 다음에 곧바로 차분해진 목소리를 내어 자신이 알아낸 바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시작하였다.
  "지상을 향하던 바르코스 군이 괴멸할 무렵, 바르코스 요새를 포함한 우주 공간에 머무르던 군단이 갑자기 퇴각을 하기 시작했어요. 그 의도는 아직 알 수 없지만, 바르코스 군단이 퇴각하면서 사실상 세니티아를 향한 바르코스의 위협은 없어졌다고 봐도 되겠지요."
  "아직 전력이 남았는데, 퇴각이라니. 그래도 되는 것일까요."
  그 이야기를 듣고서 나는 계속 이해할 수 없는 모습을 보이는 바르코스의 군단에 대해 의문을 품으며 그에게 물음을 건네었고, 그 물음에 샤리에나는 자신도 선뜻 이해하지는 못했지만, 곧 그 현상에 대해 몇 가지 추측을 할 수 있었다는 언급을 한 다음에 그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시작하였다.
  "우선은 지금껏 나타난 상황을 통해 앞으로도 승산이 없으리라 판단하고, 바르코스의 왕이 세니티아로의 침공을 단념하며 퇴각했다는 설이 있어요. 그리고, 바르코스 본성에서 대규모 반란이 일어나고, 그 반란을 진압하기 위해 바르코스 군이 나서기 시작했다는 설이 그 다음으로 나왔고, 세 번째로 모종의 원인으로 인해 바르코스 군단 사이의 내분이 일어나 그 수습을 위해 일시 후퇴를 했다는 설이 있고, 네 번째로 전선 기지를 괴멸시킨 이들을 끌어들이기 위한 함정을 마련하기 위해 일부러 퇴각했다는 설이 있어요."
  그리고 한결 같이 근거가 부족해, 첫 가설의 경우에는 바르코스 군이 쉽게 포기를 했을 리가 없다는 점이 있고, 둘째 가설의 경우에는 이미 철저하게 억압된 파라일라의 기세가 대규모 반란으로 이어지기는 어렵다는 점이 있으며, 셋째 가설의 경우에는 그 와중에도 일사분란하게 군단이 움직인 이유를 납득할 수 없다는 점이 있고, 넷째 가설의 경우에는 그런 함정을 마련하기 위해서라 해도, 그 희생이 너무나 크다는 점이 있음을 밝혔다.
  "그래서 그 모든 가설 모두 정설이 될 수 없다는 것이지, 샤린."
  그 이후, 에르시아가 샤리에나에게 그렇게 물음을 건네자, 샤리에나는 그렇다고 화답을 한 이후에 곧바로 그에게 어느 가설이 제일 납득이 되느냐고 묻는 목소리를 내었다. 그러자 첫째 가설과 넷째 가설이 가장 그럴 듯하다고 화답하는 에르시아. 그리고 그 이유가 무엇인지를 밝히는 목소리를 바로 내기 시작하였다.
  "아무리 바르코스의 군단이 용감하고 호전적이라 하더라도 일방적인 패배가 계속 있었는데, 파멸을 불사하며 일을 저지르지는 않을 것이 첫째 가설이 옳을 수 있는 이유가 되겠지. 그리고 넷째 가설은 지금껏 바르코스 군이 보인 행동이 왠지 모르게 나를 비롯한 단신으로 돌진해 모든 병기들을 '처분' 한 이들을 의식한 행동일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하면서 그럴 듯하다는 판단을 내렸던 거야."
  그 이후, 크세비아가 탑의 정상은 어떻게 되었을 지에 대해 물음을 건네자, 그는 대답으로써 마녀의 탑은 마력에 의한 보호를 받고 있기에 표면에서 일어나는 현상에 대해서는 어지간한 힘을 받지 않는 한, 직접 피해를 입지 않는다는 언급을 한 다음에 폭파가 일어난 이후에는 잔해를 치우고, 표면을 정리하면 끝난다는 언급을 한 다음에 그러한 이상, 탑의 사정에 대해 특별히 신경을 쓸 필요는 없을 것이라고 말하였다.
  그러할 무렵, 일행은 바람의 사당을 지나치게 되었다. 그 이후, 나는 그 사당을 지나쳐 인근의 마을로 나아가, 도로시아의 상태를 확인해 보자고 말한 이후에 크세비아를 향해 고개를 잠시 돌리면서 도로시아에게 가자고 말하였다. 그리고서 도로시아도 이제는 안정을 찾아 괜찮아졌을 것이라고 말한 이후에 깨어난 다음에는 잘 위로해 달라고 부탁의 말을 건네기도 하였다.
  그 때, 사티사와 리아레안이 날개를 펼친 채, 나를 향해 다가오고 있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무언가 급한 일이 생기기라도 했는지 다급히 다가오는 두 천사. 그 광경을 보면서 크세비아가 무슨 일이라도 있어 보인다고 말하자, 에르시아가 분명 그러하다는 답을 한 다음에 다가가서 무슨 일인지에 대해 물어보기라도 하자는 말을 건네었다. 그 이후, 내가 이들을 향해 다가가겠음을 밝히고서 날개 짓을 하면서 먼저 다가오는 사티사의 바로 앞에 이른 다음에 그가 바로 서서, 나의 앞에 이를 무렵에 그를 향해 서려 하면서 무슨 일인지에 대해 물었다.
  "현재 다급한 일이 생겨나서 그 일에 대해 바람의 정령이신 분들께 알리기 위해 왔어요, 큰일이에요!"
  "무슨 큰일이 일어났기에?" 이에 내가 눈을 크게 뜨며 또 바르코스의 군단이 나타나기라도 했느냐고 묻자, 사티사는 사실상 그렇게 되었다는 언급을 하고서 은색 갑주의 형상이 아데시아 산을 향해 , 1 기의 전투 병기와 함께 나아가고 있음을 밝혔다. 그 이후에 그 병기들이 아데시아 산과 그 일대를 점거해, 파괴 행동을 저지를 가능성이 있는 만큼, 가능한 빨리 처단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언급을 하였다.
  "알았어요! 가능한 빨리 그 곳으로 갈게요!"
  그러자 나는 다급히 목소리를 내어 알았다고 외친 다음에 곧바로 서쪽을 향해 나아가려 하였다. 그리고 리아레안이 나의 곁에 이르도록 하고서, 그에게 크세비아를 맡아 마을로 데려다 줄 것을 부탁하였다. 그 이후, 나는 가능한 한 빨리 하늘의 서쪽 먼 곳으로 나아가면서 아데시아 산의 상공에 도달하려 하였다. 그러는 동안 에르시아가 그런 나를 우측 곁에 이르며 따라잡으면서 나에게 말하였다.
  "지금 이렇게 나아간다고 해서 늦지 않을 수 있을까, 이미 그들이 먼저 아데시아 산에 이를 수 있지 않을까."
  "그러할 수도 있지만, 아직 괜찮을 것이라 믿을 수밖에 없는 일이잖아!"
  이에 나는 다급해진 목소리로 화답하였다. 그러는 동안 하늘 위에 머무르고 있던 별들의 모습이 나를 빨리 지나치는 듯한 광경이 나타나면서 별빛의 무리가 만들어내는 궤적들이 빛의 폭풍과 같은 형상을 이루며 나를 향해 다가갔다가 사라져 가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그 화려한 궤적의 모임에 대해 신기해 할 수도 있었겠지만, 상황이 상황이다보니 그것에 대해 신경을 쓸 수 없었다.

AR 504 년 6 월 14 일 루나렐 력 5 월 11 일 - 아르나이 초원 상공
  아르나이(Arnej) 초원. 언제나처럼 고요한 곳으로서 마을과 도시 몇이 초원 위에 자리잡은 모습을 보이는 대륙 서부의 온대 초지대. 항시 평온한 곳으로 알려져 있었지만, 이번만큼은 파란의 시간이 왔다고 말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나타나고 있었다.
  이전에 계속 파손된 끝에 망가진 모습을 보이면서 도주하였던 갑주 형상의 병기. 그 병기가 처음 대결을 행하기 전의 모습을 보이는 채, 오른팔에 달고 있는 총기를 앞으로 내밀고, 두 눈을 붉게 밝히는 채, 나를 노려보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그 뒤에는 핏빛을 띠는 거대한 비행기의 형상을 가지는 병기 하나가 병사를 지키는 듯이 자리잡고 있었다.
  앞 부분은 네모난 형상의 앞에 한 쌍의 가는 칼날이 좌우측에 달려 있는 형상을 이루고, 뒷 부분이 네모난 본체의 좌우측 뒤쪽에 작은 삼각형을 이루는 주 날개, 그리고 본체의 윗면, 그 좌우측의 뒤쪽에 하나씩 삼각형을 이루는 꼬리 날개들이 장착된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앞 부분과 뒷 부분이 가느다란 원기둥으로 이어지는 모습을 보이는 병기. 뒤쪽의 배기 기관에 파란 불꽃을 일으키는 병기, 그 모습을 보고, 당황한 채로,
  '바르코스의 군단이 완전히 퇴각했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하나의 광역 공격 병기를 남겨놓고 있었다니.'
  라고 혼잣말을 할 즈음에 은색 갑주와 같은 형상을 이루는 병사가 나를 비웃는 듯이 사악한 목소리를 내면서 당황하고 있던 나에게 말을 걸려 하였다.
  "기다리고 있었다, 지금까지는 꿀벌집을 비집고 들어온 장수말벌처럼 이리저리 잘도 날뛰고 다녔겠지만, 더 이상은 그런 만행을 놓아두지는 못한다. 여기에 있는 수호자의 검으로서 본래는 아리오스토를 수호하는 사명을 가지고 있지만, 폐하의 명령에 따라 퇴각하였던 전투기, '뒤랑달(Durandal)' 과 함께, 내가 밤하늘의 광란, 그 주범인 장수말벌 두 마리를 잡아내어 폐하께 바치겠다."
  "그냥 말벌도 아니라 장수말벌이라니, 칭찬은 고맙게 생각하겠다."
  그러자 에르시아는 자신을 '말벌' 중에서도 가장 강한 종류라 칭해지는 '장수말벌' 이라 칭한 것에 대해 웃음이 나오기라도 했는지 비웃음의 감정을 섞으며 그렇게 말하였다. 그리고서 에르시아는 바르코스의 군단이 이미 퇴각해 나갔다고 생각했는데, 그런 수단이 있음을 미처 몰랐다는 언급하였다. 그러자 병사는 그렇지 않다고 언급한 다음에 사악한 느낌을 주는 목소리를 이어가며 언급하였다.
  "폐하께서는 나 역시 이 빌어먹을 행성을 떠나야 했지만, 떠나지 않았다. 그것은 너희 말벌들을 잡아 폐하께서 겪은 수모를 조금이나마 갚도록 하기 위한 일이지. 그래야만 폐하와 바르코스 제국의 망가진 자존심을 그 정도나마 회복할 수 있을 테니까."
  "그러니까, 명령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단독으로 광역 공격 병기 하나 이끌고 이 곳으로 왔다, 이 말이로군."
  이에 에르시아는 두 손을 허리에 올린 채, 그의 발언에 대해 그렇게 말을 하고서, 왕의 명령에 의해 거두어진 광역 공격 병기까지 끌고 왔다면 왕의 허가가 있어야 할 텐데, 왕의 허가는 있었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그런 것은 없었다고 화답하는 병사. 그리고서 왕의 허가는 없었지만, 광역 공격 병기를 이끌고 지금껏 수모를 가한 벌레들을 파멸시킨다면, 왕 역시 반드시 기뻐하여 명령을 받들지 않은 죄를 용서할 수 있으리라고 말하였다.
  "그렇게 말해도 결국에는 명령 위반이지 않나? 게다가 왕국의 중요한 병기까지 마음대로 가져왔으니, 처벌을 받는 수준 이상으로는 결코 끝나지 않을 텐데. 충성을 다해 결전을 벌이고, 죽음으로 그 대가를 받겠다는 것인가."
  이에 에르시아는 그런 그를 한심하다고 생각하는 듯한 목소리를 내며, 그렇게 되묻는 목소리를 내었다. 그러자 병사는 그것이 왕을 향해 충정을 보이는 자신의 수단임을 밝히고서, 그런 충정을 농락하려 하느냐고 외쳤다. 그리고 에르시아가 뭐라 말할 틈도 없이 외치기를 이어 갔다.
  "비록 그것이 죽음이라는 결과를 불러온다 하더라도, 폐하를 향한 충정만큼은 변하지 않는다! 너희들은 그 행동을 어리석다고 보고 있지만, 그 충정의 고귀함을 너희들은 이해하지 못하고 있으니, 너희들이 장수말벌에 불과할 따름일 수밖에 없다! 그저, 생활과 파괴만을 아는 말벌 무리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우리가 말벌이면, 너는 어리석은 병정 벌이겠지, 자신이 무슨 일을 하는지도 모르는 채, 상대를 향해 들이댈 생각이나 하는 그런 벌 말야!"
  이에 바로 맞답을 하는 에르시아. 그 때, 크세비아가 눈을 더욱 붉게 밝히는 병사의 바로 앞에 이른 후, 그에게 시선을 향하면서 정말 왕의 명령을 어기면서 왕의 자존심을 수복하기 위해 마음대로 왔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병사는 그런 그의 모습으로 시선을 향하는 채, 그를 비웃는 듯한 사악한 목소리를 내면서 그렇게 말을 건네는 이유가 무엇이고, 또 자신을 움직이기 위해 그러한 행동을 보이느냐고 다시 물었다.
  "그것이 아니에요......!" 그러자 크세비아는 그의 이름을 부르다가 마는 듯한 목소리를 내면서 그런 그의 물음에 화답하였다. 그러자 병사는 분노하는 목소리를 내며, 어디서 거짓말을 하느냐고 외친 다음에 결국에는 자신의 마음을 흔들려 하는 것이 아니겠느냐고 외친 다음에 결코 살려두지 않겠다고 외쳤다. 그러자 그 병사가 크세비아를 공격 목표로 정하고 그를 공격하려 하는 모습을 보자마자 크세비아에게 위험을 알려, 그가 대피하도록 하였다. 그 이후, 병사는 팔에 장착된 포구에서부터 붉은 광선을 발사, 이에 크세비아가 좌측으로 다급히 움직여 피하면서 다시 나에게 안기는 모습을 보였다.
  "좋다, 이제부터 너희들을 철저히 파멸시키며, 이 모멸감을 풀어낼 것이다, 지금부터 모멸을 가한 모든 일에 대한 대가를 갚을 마음의 준비를 하도록 하여라!!!"
  그 이후, 병사는 격노를 한 듯한 목소리를 내고, 이어서 거대한 전투 비행기의 모습을 보이는 광역 공격 병기인 '수호자의 검, 뒤랑달' 가 나를 향해 돌진하도록 하였다. 그러는 동안 나는 고속으로 맹진하는 뒤랑달의 모습을 보고, 좌측으로 움직여 피해낸 다음에 나를 지나치는 그것의 모습을 본 이후, 그것의 우측면을 향해 나아가면서 에르시아에게 외쳤다.
  "병사는 너에게 맡길게, 나는 이 병기를 맡을 테니까!!!"
  그리고 크세비아를 이전 때처럼 오른팔로 안은 채, 뒤랑달이라는 이름을 가지는 병기를 추적하기 시작, 그 뒤쪽의 몸체 중앙에 붉은 화염으로 이루어진 구들이 그려지더니, 구에서부터 화염으로 이루어진 선 두 개가 뒤쪽의 다른 방향으로 나아가면서 나를 위협하기 시작하였다. 그 공격을 피해내면서 본체 중심의 공격을 행하는 부분을 공격 목표로 정하고서, 나의 왼편 곁에 머무르는 레반테아를 통해, 하늘색 곡선을 그리는 혜성들을 대량으로 방출하면서 상부와 하부의 중심에 직접 타격을 가해, 그 부분이 피해를 입도록 하였다.
  '이 병기는 분명, 바르코스의 결전 병기라고 그 병사가 데려왔을 텐데, 아직은 대단한 공격을 하지 않네.'
  이후, 그 병기는 광선을 발산하는 공격을 행하며 나를 위협하기를 3 회 반복하다가, 중심에서부터 3 줄기씩 붉은 화염으로 이루어진 곡선을 좌측 방향으로 혹은 우측 방향으로 한 번씩 그려내어 각 곡선들이 나에게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도록 하고 있었다. 단순했기에 바로 읽어낼 수 있었던 형태, 좌측에서 날아올 때에는 병기의 좌측 근처로 움직이면서 피하고, 우측으로 움직일 때에는 병기의 우측 근처로 움직여서 피한다. 그런 회피 이동을 하면서 병기의 중심을 향해 곡선을 그려내, 그 곡선들이 뒤쪽의 중심부에 닿도록 하는 일을 멈추지 않고 행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본체의 표면에서부터 뒤쪽 주변 일대로 원반 모양의 물체들을 뒤쪽과 좌우로 흩뿌리기 시작하는 뒤랑달. 이에 나는 그 중 우측으로 흩어진 물체들을 초승달 모양을 그려내기를 반복, 그 형상이 물체를 관통하도록 하면서 물체들을 제거하려 하였다, 물체 자체는 위협적이지 않았으나, 폭발하거나 폭발 후, 그 안에 있던 작약이 폭발, 그러면서 포탄이 발사될 것임이 너무도 분명해 보였기 때문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좌측의 개체들이 먼저 폭발하는 모습을 보이기 시작, 이어서 폭발한 개체들은 뒤랑달의 주변 일대가 하얗게 빛을 발하는 구의 형상에 둘러싸이도록 하면서 그 폭발하는 구체들의 무리가, 어둠을 비추고, 그와 함께 주변 일대에 머무르고 있는 나에게 위협을 가하기까지 하고 있었다.


다음 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