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느 회랑
  바닥부터 내벽까지 검은색을 띠는 돌로 이루어진 벽으로 이루어진 길다란 회랑. 통로의 좌측과 우측에는 일정한 간격을 이루며 검은 기둥들이 세워져 있었으며, 기둥의 중앙 통로를 향하는 부분마다 하나씩 핏빛을 띠며 등이 밝게 빛을 발하고 있으면서 어둠을 비추고 있었다. 중앙에는 붉게 빛나는 천이 자리잡고 있으면서 그 통로로 왕을 비롯한 주요 인사가 나아가야 함을 알리고 있었으며, 그 주변의 바닥은 사각형을 이루는 돌이 나란히 위치하고, 꼭지점마다 하나씩 작고 네모나며 붉게 빛나는 돌이 박혀 있으며 붉게 빛나는 금과 함께 붉은 무늬를 그리고 있었다. 그 무늬는 검은 돌과 조화를 이루며 마치 지옥의 공간을 보는 듯한 느낌을 주고 있었다.
  폭이 좁은 입구와 그 너머의 통로를 지나, 그 끝에 이르면 어둠에 감싸인 공간이 자리잡고 있다. 그 공간 너머로는 무엇도 보이지 않으나, 인격체는 분명히 존재하며, 그 인격체에서부터 눈이 붉게 빛나며, 자신의 존재를 앞에 위치한 이들에게 알리고 있었다.
  회랑의 기둥에는 한 사람씩 검은 갑주의 형상을 이루는 병사들이 손에 하나씩 그 끝에 도끼가 달린 창을 들고 있다, 마치 그 존재를 호위하는 듯한 면모를 보이는 그 병사들. 그 병사들 사이로 한 사람이 들어오기 시작한다. 은색 갑주를 드러내고 있는 병사, 그는 왼쪽 어깨 갑주가 부서졌으며, 가슴의 곳곳에 구멍이 났고, 오른 다리와 왼쪽 팔의 관절 부분이 부서져, 무릎과 팔목 그리고 어깨 부분을 드러내고 있었다.
  그는 이전에 왕의 명령을 어기고 무단으로 '수호자의 검, 뒤랑달' 을 이끌고 나갔다가 퇴각하였던 병사였다. 이미 세니티아의 정령들에 의해 참패를 당하고 죽임을 당할 처지에 놓였으나, 한 정령의 바르코스 왕으로부터 그를 용서하라는 명령이 있었다는 정보를 받아, 그로 인해 목숨을 건져 돌아가게 된 것이었다.
  투구 사이로 파랗게 눈을 밝힌 채, 조용히 걸어오는 모습을 보이는 병사. 그 이후, 그런 그가 어둠의 공간, 그 바로 앞에 이르자 붉게 번뜩이는 눈이 나타나더니, 기계적인 한 남자의 음성이 울려 퍼지기 시작하였다.
  "용케도 살아왔군, 나렐(Narel)."
  그 이후, 나렐이라 칭해진 병사는 고개를 숙인 채, 면목이 없다고 화답하면서 그를 '폐하' 라 칭하였다. 이후, 왕이라 칭해진 존재의 목소리는 "면목이 없겠지." 라고 말한 다음에 곧바로 이전에 있었던 사실에 대한 언급을 하면서 그에게 물음을 건네었다.
  "그대의 제안에 의해 파견된 부대와 수호자의 검 '네글링(Naegling)' 과 그대가 무단으로 가져갔던 아리오스토(Ariosto) 를 수호하기 위한 검 '뒤랑달(Durandal)' 이 전부 파멸하여 사라졌는데, 어떻게 그대 혼자 살아 돌아올 수 있단 말이던가."
  "그것은 저의 속단에 의한 일이었습니다, 용서해 주십시오, 폐하."
  그러자 두 눈이 불안정하게 빛을 발하기 시작하더니, 어둠 속에서 남자의 음성이 이전에 비해 격해지면서 그에게 분노를 드러내려는 듯한 목소리로 외쳤다.
  "용서라, 그 일이 용서될 수 있을 것이라고 잘도 생각해 왔었구나, 나렐! 지금까지 네가 저질러 온 일이 용서가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나!? 네 녀석이 지금까지 무슨 일을 행하고 있었는지를 잘 생각해 보거라!"
  그리고 분기를 더욱 높이며 그에게 외치는 목소리를 내었다.
  "네 녀석은 이전에도 자신만의 자신감만을 믿고, 무단으로 군단을 수호자의 검, '네글링' 까지 출격시켰고, 승리를 장담까지 하였다! 하지만 그 결과는 무엇이었던가, 성계의 거점을 그 무엇도 점거하지 못한 채, 전체 군단만 괴멸당하는 결과만 불러왔을 뿐이었다! 그리고, 군단의 위급한 상황이 온 직후, 짐이 후퇴를 명하였을 때, 그대는 왕국의 수호를 위해 보존되어야 할 최소의 전력이었던 수호자의 검, 뒤랑달을 무단으로 가져갔고, 그것을 가지고도 성계의 요정들을 상대하겠다고 멋대로 나섰다!"
  "그것은 진심이었습니다, 폐하."
  "그러나, 네 녀석은 뒤랑달을 사실상 폐기하다시피 하는 결과를 불러왔고, 그런 주제에 뒤랑달을 사실상 내버리고, 목숨을 구걸하여 이 곳으로 왔다, 뻔뻔스러운 녀석! 왕국의 중요한 수단을 그렇게 내버리고도 아무렇지 않게 오려 했단 말인가!!!"
  "그렇지 않습니다, 폐하! 저는 그 자리에서 장렬히 죽으려 하였습니다만, 폐하께서 저를 용서하신다는 이야기를 듣고, 폐하께서 저를 아직 원하시어, 허무하게 최후를 맞이하는 것이야말로 폐하를 위하지 않는 것이라는 판단을 내렸습니다. 그리하여 폐하의 곁으로 돌아오게 된 것입니다!"
  "나렐, 네 녀석은 그런 작자였던가, 내가 언제 그런 말을 하였단 말이던가, 짐은 그 발언을 어디에도 한 적이 없다, 전장에서 패한 자는 죽음으로 그 명예를 갚으라 말했을 뿐이거늘, 단순한 패전을 하여도 그러할진대, 수호자의 검을 멋대로 가져간 주제에 그 수치스러움을 자각하지 못한 채, 거짓된 정보를 핑계삼아, 죽음을 포기하고 돌아왔다니! 그러하고도, 그대가 전사로서 당당히 이 곳에 있을 수 있다는 것이냐!?"
  그리고 그는 그런 정보가 어디에서 왔는지는 중요하지 않다고 외친 다음에 그 정보를 그가 믿었다는 사실이 더욱 중요하다고 언급하고서 나렐에 대해 거짓된 정보를 신뢰함으로써 삶을 구걸하려 한 의지를 드러낸 것이야말로 가장 큰 죄임을 깨닫지 못하고 있음 역시 대죄에 해당된다고 말하였다.
  "......!!!" 그러자 나렐이라 칭해진 병사는 자신이 얻은 정보를 통해서는 전혀 예상할 수 없었던 광경에 당황하면서 말을 잃고 말았다. 그리고 무의식적으로 행동하는 듯이 주변을 둘러보려 하였으나, 병사들이 창 끝이 나렐을 향하도록 하는 모습을 보일 뿐, 상황의 변화가 나타나지 않고 있었다. 그러는 동안 두 눈을 붉게 빛을 발하면서 분노에 찬 목소리를 이어가기 시작하였다.
  "그렇게 구차하게 살아와 무엇을 꾸미려 하였던 것이냐, 요정들과 결탁해 짐을 죽이려 한 것이냐, 대답하라!!!"
  "그러할 리가 없습니다! 저는 오로지 폐하만 바라보며 살아왔던 사람입니다! 어찌 그런 결탁을 할 수 있으리요! 그런 믿음을 가지시는 것이야말로 요정들의 계책에 휘둘리는 것입니다, 폐하!!!"
  그러자 자존심이 상했는지 왕이 다시 한 번 분기를 드러내며 외쳤다.
  "그렇다면, 짐이 요정들에게 휘둘리고 있다는 건가! 건방진 것!!! 그것을 핑계삼아, 네 녀석은 나를 능멸할 구실을 찾고 있었던 것이로군! 네 녀석은 정말로 요정들과 결탁하고 있었구나!"
  그 이후, 그는 당장 나렐을 끌어내라고 병사들에게 외쳤다. 그러자 나렐은 억울함을 호소하였으나, 왕은 "듣기 싫다!" 라고 외친 다음에, 더 이상 그의 이야기를 들을 가치는 없다고 말할 따름이었다. 그리고, 그에게 분기를 드러내며 그에 대한 증오와 실망의 감정을 드러내는 발언을 이어갔다.
  "금속 세포의 생성과 기계 병기의 탄생에 관한 실험 및 운용에 쓰이다가 버려진 것을 짐이 은혜를 베풀어 거두었더니, 결국 이런 식으로 은혜에 답을 하는구나! 그렇게 된 이상, 너에게 더 이상 줄 자비는 없을 것이니, 군단에서 너를 추방하고, 폐기 처분할 것이다!"
  "폐하! 저는 그 이후, 오로지 폐하만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폐하. 저에게는 오로지 폐하 당신뿐입니다!!!"
  이에 애원을 하는 듯이 외치는 목소리를 내는 나렐. 그러나 왕은 그런 나렐의 애원에 어떤 답도 하지 않은 채, 그의 형제가 위치한 곳으로 보낼 것임을 밝힌 다음에,
  "그렇게 해 주는 편이 너에게도 좋겠지, 언제라도 함께 하고 싶었던 존재였을 테니까!"
  라고 외친 다음에 병사들에게 그를 제압한 후, 끌어내라고 외쳤다. 그 이후, 나렐이 그 상황에 대해 뭐라 말할 틈도 없이, 병사들이 일제히 창을 들고 달려들어, 저항할 수 없었던 나렐을 창에 달린 도끼로 내리쳐 쓰러뜨린 후에 병사들 중 하나가 등을 찔러 한 차례 폭발과 함께 회색 연기가 일어나도록 하면서 싸움을 멈추었다. 그 이후, 두 명의 병사들이 하나씩 팔을 두 손으로 잡은 다음에 팔을 잡은 두 명의 병사가 힘없이 고개를 숙인 나렐을 회랑의 밖으로 끌어내어, 나렐이 회랑을 강제로 떠나도록 하였다.


End of Part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