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이후, 태양이 서쪽으로 점차 기울어져 날이 저녁을 향해 나아가고 있음을 알리는 때에 일행은 루마가 앞장서는 가운데에 동쪽 교외 인근에 위치하고 있는 나무 판자를 이어 붙이는 방식으로 만들어진 어느 집에 이르게 되었다. 그러면서 집의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는데, 나의 곁에 위치하고 있던 샤리에나의 목소리가 나에게 물음을 건네는 목소리를 내고 있었다.
  "포도로 만든 술도 볼 수 있을까요."
  "자신이 마시기 위한 것이라면 있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그 물음에 나는 그렇게 화답을 하였다. 그러는 동안 판자를 이어 붙인 형식으로 만들어진 집이 나의 바로 앞에 보이게 되었고, 그와 더불어 루마가 현관문, 그 바로 앞에 이르고서 오른손으로 주먹을 쥐어 문을 두드리기 시작하였다. 그 시도를 3 회 정도 행할 무렵, 현관문 너머에서부터 늙은 여성의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하였다.
  "누구시지요?" 그러자 루마가 자신이 왔음을 알리고서 잠시 부탁할 것이 있으니 자신을 비롯해 뒤따르는 이들까지 전부 들어오게 할 수 있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꽤 많이 데려왔느냐고 묻는 목소리. 이에 루마가 어떻게 알았느냐고 물을 무렵, 문이 열리며 자세한 이야기는 다음에 하겠음을 알리는 목소리가 들려오고, 그와 함께 현관문 너머에 위치하고 있던 이들의 모습이 나타났다.
  그렇게 집의 안으로 들어오면서 현관문 근처에 이르렀다가 주방으로 걸어가는 여인의 모습을 보게 되었다. 회청색을 띠며 그 끝을 손목과 팔목 사이의 한 지점까지 말아 올린 소매와 목깃을 드러내는 상의와 종 모양을 이루며 슬리퍼를 신은 모습을 보이는 발을 드러내기만 할 정도의 길이를 가지는 자주색 치마로 이루어진 옷차림 위에 갈색 앞치마를 두르고 있는 옷차림을 한 가는 체형의 여인. 갈색 머리카락을 묶어 올린 머리에 하얀 두건을 쓴 모습을 보이고 있는 갈색 눈동자를 가진 늙은 여인은 허리를 굽힌 채, 집으로 들어오는 일행의 모습, 그 중에서 앞장서는 루마의 모습을 보면서 반갑다는 듯이 미소를 짓고 있었다.
  "오랜만에 보니 반갑구나, 루마. 그 동안 어떻게 지냈고, 바깥 세상은 어떠하였는고?"
  "큰 일은 없었어요, 이전에 마을과 사당을 침략하는 무리가 나타나서 마을까지 위험에 처할 수도 있었어요, 뒤에 오시는 분들 덕에 일이 무사히 끝나기는 했지만."
  "그랬구나, 확실히 마을에 위험이 다가오면 기사라는 너는 걱정되겠지, 자칫하면 살아남기 어려운 곳에서 분투하다가 목숨을 잃을 상황이 올 수도 있을 테니까."
  그렇게 여인과의 대화를 마칠 무렵, 그 왼편으로 다가왔던 리아레안이 루마에게 그런 이야기를 바로 해도 괜찮은 것이냐고 묻자, 해야 한다고 답을 하고서, 루마가 그 이유가 무엇인지에 대해, 이전에 사실을 숨긴 적이 한 번 있었음을 밝혔다. 그리고서 식탁 근처로 리아레안과 함께 다가가며 그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시작하였다.
  "일전에 한 번 바깥에서 일어난 일에 대해 아주머니께 거짓말을 한 적이 있었어요."
  그리고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집과 포도덩굴 사이를 오가기만 하던 사람인지라 세상의 일에 대해 잘 언급하지 않아도 그럴 듯하게 납득할 것이라 생각하며, 관련된 이야기를 잘 하지 않았다고 그 이유를 언급하고서, 그 이후, 갑자기 자신에게 다가온 여인이 몇 가지 마을 주변의 사정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모습을 보면서 거짓말을 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을 하였다는 이야기를 하였다.
  "그 때, 아주머니께 혼나셨어요?" 그 이후, 리아레안이 그런 루마에게 물음을 건네자, 특별히 야단맞거나 하지는 않았다는 답을 한 다음에 그에 이어, 기사라는 이가 자신에게 그런 방식으로 바깥 일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에게 해서는 되겠느냐는 질책을 했었음을 밝혔다. 그러자 사티사가 리아레안의 좌측 곁에 위치하면서 웃음을 짓는 표정을 보이면서 "결국 혼나셨잖아요." 라고 말하였으나, 자신도 그렇다고 생각했는지, 루마는 그 일에 대해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루마, 이 아이들은 무슨 일로 이 곳에 왔는고?"
  그 이후, 나무로 이루어져 있으며, 원형 탁자 하나와 의자 몇 개가 창가 근처에 놓여진 모습을 보이고 있는 거실에 이른 여인이 루마에게 물었고, 그 물음에 루마가 포도로 만든 즙이나 포도알의 모습을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다는 말을 하였다. 그러자 대단할 것 없는 일을 왜 대단하다고 생각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하고 싶은 듯한 표정을 지으면서 여인은 현관을 향해 돌아서기 시작하였다.
  "꼭 그것을 보아야 하겠누? 포도라는 것은 여기서만 만드는 것은 아닌데 말여, 이미 포도송이와 포도 과즙이라는 것은 다른 곳에서도 지겹게들 보았을 터인디, 10 년, 20 년, 사는 것도 아니고, 100 년씩이나 살아온 애들이 말여, 그 동안 포도라는 것은 쳐다보지도 못했던 거여?"
  그리고 문에서 보았을 때, 현관의 오른쪽 앞, 그리고 거실 입구의 바로 건너편, 그 왼쪽에 위치한 문으로 나아가기 시작하는 여인. 그 모습을 보면서 루마가 환하게 미소를 지으면서 말하였다.
  "자아, 어서 따라가 봐요, 그렇게 말씀하셔도 보여드릴 것은 얼마든지 보여드리실 수 있으신 분이시니까요."
  그 이후, 자신이 앞장서서 여인을 따라 나아가고, 그 뒤를 내가 따라가며 그들이 보일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기대를 품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잠시 후, 그는 문 너머로 보이는 계단을 따라 지하실로 내려가기 시작하였고, 이어서 나와 다른 일행들이 뒤를 따라 계단을 따라 나아가기 시작하였다. 그러는 동안 루마가 여인의 오른편 곁에 위치하고 있으면서 일행에 대한 물음을 건네는 목소리를 내었다.
  "이렇게 많은 이들이 올 것임은 어떻게 알고 계셨어요?"
  "밖에서 웅성대는 쇠가 몇 차례씩이나 울리더구만. 그 소리가 항시 들려오고, 또 몇 개의 유형이 서로 겹치고 있었지, 그것을 통해 알 수 있었어."
  "귀가 참 밝으시네요." 물음에 여인이 그렇게 답을 하자, 루마가 놀라는 표정을 지으며 그렇게 말을 건네었다. 그러자 여인은 그러하지도 않다고 화를 내며 말한 다음에 살다 보면 별의별 소리를 다 들을 수 있게 되는 것 같다고 말하고서 그에게 외쳤다.
  "너도 나처럼 살아 보거라, 안 들을 수 있는 소리도 들을 수 있지."
  그러자 소리내어 웃는 루마. 그 동안 나는 나의 곁으로 오는 도로시아와 크세비아의 모습을 보면서 지하 창고로 들어가는 일은 처음 아니냐고 물었다. 그러자 아주 어렸을 때를 제외하면 처음이라고 답하는 도로시아. 그 이후, 그는 아주 어렸을 적에는 집의 지하실로 들어가려 한 적은 있었다고 말하고서 집 안에 여러 사물들이 있었는데 그 중 하나가 자신을 무척 무섭게 해서 그 이후로는 지하실로 들어가지 못했음을 밝혔다.
  "어떤 수레 하나가 있었는데, 그것이 괴물과 같은 형상을 보이고 있었어요. 그래서 그 모습을 볼 때마다 수레가 움직이면서 입을 벌리고 저를 잡아먹을 듯해 보인다는 생각을 항상 했었지요."
  그 이후, 일행은 나무로 만들어진 내벽에 감싸인 지하 공간에 이르고, 이어서 지하 공간의 주변 부분에 나무로 만들어진 상자 몇 개가 놓여진 광경을 볼 수 있었다. 상당히 커 보이는 상자. 그 상자를 일행이 둘러보는 동안 여인이 좌측의 상자를 향해 돌아선 채, 상자들에 대한 언급을 하기 시작하였다.
  "예즈라라면 알고 있을 게야, 마법으로 얼음을 만들어서 그 얼음이 포도로 만들어진 물품들을 보관할 수 있도록 하였지. 하지만, 1 년 넘게 보존할 수는 없었기에 1 년 기한이 다 된 것은 사람들이 모여 마시도록 하고, 포도알의 경우에는 수확한 이후에 사람들이 바로 먹도록 하고, 남은 것은 건포도로 만들거나 상자 안에 보관했다가 기한이 되면 사람들이 먹도록 했어."
  "그 포도들의 맛은 어떤가요, 상당히 추운 곳일 텐데."
  그 때, 도로시아가 포도에 관해 묻자, 여인이 답으로써 궁금하다면 상자 안에 들은 것들 중 하나를 꺼내 직접 보여주겠음을 밝히고서 방의 한 가운데에 위치한 상자로 다가가 그 상자를 열고 그 안에 들어있던 병들 중 하나를 꺼내어 일행의 앞에 보였다.
  옅은 금색을 띠는 액체가 투명한 수정으로 만들어졌을 둥근 병을 채우고 있는 모습이 병의 목을 잡고 있는 여인에 의해 나타나고 있었다. 그 이후, 내가 그 병의 허리 부분을 두 손으로 잡은 후, 병을 안으면서 청포도를 짜서 만들었다는 밝은 색을 띠는 투명한 액체의 모습으로 시선을 향해 보았다. 그 때, 샤리에나가 나의 우측 곁으로 다가오더니 자신이 한 모금 마셔도 괜찮겠느냐고 물었다.
  이어 내가 병을 그에게 넘기면서 병 뚜껑을 열어 왼손에 쥐었고, 이어서 샤리에나가 병에 들은 액체를 한 모금 마시는 모습을 보인 이후에 두 손으로 병을 드는 모습을 보이려 하였다. 그 때, 내가 그를 향해 돌아선 다음에 어떤 맛을 가지고 있느냐고 생각하는지에 대해 묻자,
  "나름 괜찮아요! 다소 시기는 하지만 그 만큼 신선하다는 느낌도 주고."
  라고 답을 하고서 다른 이들에게 한 모금씩 마셔볼 것을 권하였다. 그 이후, 도로시아와 크세비아가 한 모금씩 마시는 모습을 보일 무렵, 여인의 근처에 위치하고 있던 루마가 '케제(Kaese)' (1) 가 있다면 더 좋을 텐데, 그러하지 못해 아쉽다는 말을 하였다. 그 때, 일행의 뒤쪽에 위치하고 있던 예즈라가 루마의 근처로 다가오더니 그에게 병을 가져가도 좋은지에 대해 부탁을 해 보지 않겠느냐고 물었다.
  "좋단다, 그 대신, 병은 돌려주어야 함은 알고 있겠지?"
  "물론이지요!" 그 부탁에 여인은 온화하게 목소리를 내어 그렇게 되묻는 모습을 보였고, 이에 루마는 밝게 목소리를 내어 화답한 다음에 병은 자신이 맡아두도록 하겠음을 밝히고서, 생각난 김에 여인의 포도 재배에 대해 지금껏 알고 싶었다는 것을 알 수 있도록 했으면 좋겠다는 말을 하고서 이번에는 대답해 달라고 부탁하는 목소리를 내었다.
  그 이후, 여인은 알았다고 답하고서 우선 올라가도록 하자고 말을 한 이후에 상자의 하단부에 저장된 청포도 송이 하나와 포도즙으로 채워진 병 하나를 더 꺼낸 다음에 병을 상자 위에 올려놓고, 포도의 자루를 왼손으로 잡고 있으면서 오른손으로 상자의 문을 닫았다. 그 이후, 그는 청포도 즙으로 채워진 병을 샤리에나로부터 건네 받은 루마와 함께 대화를 주고받으면서 계단 위로 오르는 모습을 보이기 시작하였고, 그와 함께 나와 샤리에나, 사티사와 리아레안, 그리고 예즈라가 그 뒤를 따라 올라가면서 여인과 루마, 그리고 일행이 한 명씩 계단을 통해 1 층으로 돌아가기 시작하였다.

  "추운 곳에서 포도가 살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한 실험을 위한 재배였군요."
  "그렇단다." 그 이후, 거실의 탁자 위에 청포도 즙으로 채워진 병 2 개를 씨가 없는 청포도 송이 하나가 놓여진 하얀 접시, 그 좌우에 하나씩 올려놓은 광경을 바라보며 앉은 여인에게 그 곁에 서 있던 루마가 건네는 물음에 간단히 답을 하였다. 그 답을 하고서 여인은 차분하게 목소리를 내어 자신도 젊었을 적에는 포도 재배라는 일을 하리라고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있었음을 밝힌 다음에 포도는 본래 충분히 태양의 빛을 받아야 살아갈 수 있는 것인 만큼, 태양이 자주 나타나기는 해도, 높고 추운 곳인 엘젠 산맥에서의 포도 재배는 바람의 정령들조차 쉽게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음을 밝힌 다음에,
  "그 일을 어쩌다가 내가 맡게 된 것이지."
  라고 그에 대한 이야기를 하였다. 그 이야기가 이어지는 동안 나는 서로 맞대며 앉은 여인과 예즈라의 모습을 그 앞에 자리잡은 창가 근처에 서 있으면서 듣고 있었으며, 그 좌우에는 샤리에나와 도로시아가 서 있으면서 나와 함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그 때, 도로시아의 왼쪽 어깨에 올라앉고 있다가 날개 짓을 하며 그 어깨 위에서 벗어나더니, 잠시 후에 나에게 물구나무서기를 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면서 물었다.
  "그 분의 의사가 아니라 실험을 행하고자 했던 어떤 분의 의사에 의한 일이었다고 봐도 좋을까요."
  그 전혀 예상치 못한 행동에 나는 화들짝 놀라고 말았다. 아마도 날개 짓을 하며 어깨 위를 벗어난 다음에 나의 머리 위로 올라앉은 다음에 목을 아래로 향하고 있었던 모양이었으나, 그런 행동을 크세비아가 보이고 있으리라고 예상하지 못했기에 무척 놀랄 수밖에 없었던 것. 그렇게 한 번 놀란 이후에 나는 머리카락이 아래를 향하도록 한 채, 나를 바라보는 크세비아의 모습으로 시선을 향하는 채, 환하게 미소를 짓는 채, 웃는 소리를 내고서 그에게 웃음을 멈추지 못하는 채 그 물음에 답을 하려 하였다.
  "그래도, 되겠지." 그 이후, 나는 너무 놀랬다는 나의 심정을 드러낸 다음에 이제 바로 앉도록 해 달라고 부탁하였다. 그 이후, "예~." 라고 답하고서 크세비아는 다시 머리를 들어올리고, 이어서 왼쪽 어깨 위에 올라앉았다. 그 때, 샤리에나가 도로시아에게 나에게 보였던 현상에 대해 묻는 목소리를 내었다.
  "크세비아가 도로시아 양께 그런 모습을 보인 적이 있었나요?"
  "아니오." 그 묻는 목소리에 한 번 정도는 있었다고 답하리라 예상했던 나에게 들려온 목소리는 그 기대에 어긋나는 아니라는 답이었다. 그러자 그 목소리를 들으며 놀란 나의 심정을 대변하기라도 하는 듯이 샤리에나가 도로시아에게 정말로 그러한지에 대해 물었고, 그 물음에 도로시아가 차분하게 목소리를 내어 화답하는 모습을 보였다.
  "다른 요정들이 제가 잠시 눈을 붙였다가 깨어날 때에 그런 모습을 보인 적은 있어요."
  그리고 꽃의 요정들이 장난기가 심해 가끔 어떤 아이들은 물구나무서기를 하는 포즈를 취하면서 자신을 놀라게 한 적도 있었다고 과거에 대한 회상을 하는 목소리를 내었고, 그에 이어 크세비아가 자신에게 그런 모습을 보인 적은 한 번도 없었음을 밝히고서, 자신의 곁에 있는 동안에는 다른 또래 요정들에게는 볼 수 없는 어른스럽고 차분한, 마치 '정숙한 공주' 와 같은 모습을 보여왔다고 그에 대한 이야기를 하였다.
  "그러하였기에 그 아이가 그런 모습을 보인 일에 대해서는 저도 의외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무엇이 그 아이가 그런 행동을 하도록 유도를 했던 것인지......."
  이어서 도로시아는 크세비아의 행동에 대해 그렇게 말을 하면서 자신의 놀랐던 심정을 드러내는 모습을 보였다.

  한편, 여인은 예즈라의 모습을 바라보는 채, 미소를 지으면서 그에게 한 때는 자신도 하나의 꿈을 가지고 살아왔던 한 사람의 학자였다는 이야기를 하였고, 이에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예즈라가 놀라는 표정을 짓고 있는 동안 자신의 이야기를 잇는 목소리를 내었다.
  "포도에 대한 실험을 도운 일도 그와 함께 꿈을 이루기 위한 일이었단다. 꿈을 이루기 위한 첫 번째 과업이었지. 그 과업을 통해 고산 지대에서도 포도가 건강하게 잘 자라나, 그것을 통해 좋은 음료를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임을 증명하기 위해 나, 그리고 그가 뜻을 모았던 것이었지."
  그러자 예즈라는 산에서 포도밭을 가꾸며 살아가는 것도 그 일의 일환이라 보아도 좋을 것인지에 대해 한 번 물음을 건네었고, 여인이 그 물음에 "그렇게 보아도 좋네." 라고 화답하자, 그에 이어 그 실험을 위해 포도 재배를 하다가 어떻게 산의 근교에 포도 재배를 하면서 살아가게 되었는지에 대해 알고 싶다는 말을 하였다. 그러자 여인에게서 한편으로는 너무도 진부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그러면서도 안타까울 수밖에 없는 이유를 드러내는 목소리가 나의 귓가로 들려오기 시작하였다.
  "그 사람은 내가 사랑하던 사람이었는데, 그 꿈을 이루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났단다."
  그리고 강추위 속에서도 꿋꿋이 견디어 오던 사람이었는데, 갑자기 입가에 피를 토한 채 세상을 떠난 모습을 보이고 있어서 산을 찾아온 어떤 사람에 의해 타살되었으리라고 바로 짐작할 수 있었음을 언급하고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자신의 의사와 상관없이, 학계에서는 사인을 불명으로 처리하고, 남겨진 자신에 대한 모든 지원을 중단, 자신과 그 남자의 존재를 잊으려 하였음을 밝히기도 하였다.
  그에 한숨을 내쉬는 모습을 보이는 예즈라. 그러는 동안 샤리에나 역시 조용히 탄식을 하더니, 고개를 숙인 채, '인간이란......' 이라고 조용히 혼잣말을 하기도 하였다-곁에 있었기에 그 말이 들렸다.-. 그리고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지하 창고로 가자고 말하고서 따라와 달라고 부탁하였다. 이에 예즈라는 알았다고 화답한 이후에 그를 따라 창고를 향해 조용히 발걸음을 옮겼다. 그 모습을 보면서 나는 남은 이야기로 일행의 마음을 어둡게 만들지 않으려 한다는 그의 의도를 알아차릴 수 있었지만, 그에 대해서는 어떤 이야기도 하지 않았다. 그 때, 크세비아가 밝게 미소를 지으며 주변에 남은 사람들에게 말하였다.
  "자아, 여기서 포도도 먹고, 즙도 마시면서 좋은 이야기를 해요."
  그 이후, 일행은 언제 심각한 이야기를 들은 듯이 다시 모여, 포도알을 몇 개 따먹고, 포도즙을 마시기도 하면서 각자의 이야기를 이어가려 하였다. 청포도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이도 있었고, 신선한 과일로 만든 즙을 마신 일에 대한 간단한 이야기를 하는 이도 있었다. 그러는 동안 크세비아는 요정으로서 과일을 자주 접하지 못했는지, 그 모든 것에 대해 무척 신기해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그러는 동안 이미 시간은 저녁을 향해 나아가고 있었으며, 그러면서 거실 입구의 건너편에 위치한 창가-서쪽에 위치하고 있었다- 너머로 노랗게 물들기 시작하는 하늘의 모습이 나타나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며 이제 날이 저물어 가고 있음을 확인하며 나는 도로시아, 크세비아에게 밝게 목소리를 내며 이제 때가 가까이 오고 있음을 알렸다. 그 때, 크세비아가 그런 나에게 시선을 향하더니 나에게 물었다.
  "이 곳의 요정들 역시 밤이 되어야 활동을 하나 봐요?"
  "대개는 그렇지." 그 이후, 나는 그렇게 화답을 한 다음에 날이 어두워지기 시작하면 빛을 흩뿌리며 요정의 나라에서 놀거나 요정의 나라를 벗어나 세상 곳곳에서 여러 일을 하고는 한다는 언급을 하고서 빛을 두려워하는 것은 아니지만, 달빛과 별빛을 좋아하는 이들이다 보니 밤에 더 많은 활동을 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고 요정들에 대한 언급을 하였다.
  "꽃의 요정들과 많이 비슷하네요. 꽃의 요정들도 달빛을 보기 위해 밤에 더 많은 활동을 하는데."
  이어서 크세비아가 꽃의 요정에 대해 그렇게 말을 건네고, 이에 샤리에나가 나를 대신해 꽃의 요정들도 세니티아의 요정들과 무리 없이 잘 어울릴 수 있을 것 같다고 추정의 말을 전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다가 마침내 날이 점차 저물어 창가의 하늘 일대가 빨갛게 물들기 시작할 무렵, 예즈라가 홀로 계단 위로 올라가 거실에 이르는 모습을 보이자, 루마가 그런 예즈라를 맞이한 다음에 그에게 여인은 아직 올라오지 않았느냐고 물었고, 그 물음에 예즈라는 조용히 미소를 지으면서,
  "그 분께서는 창고에 계속 머무르시겠대. 많이 기분이 좋지 않으신가 봐."
  라고 그에 대한 언급을 한 다음에 그에 이어 병에 즙이 얼마나 남았는지를 보기 위함인지 곧바로 식탁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아직 한 병은 온전히 남아있고, 남은 병에도 액체가 1/4 정도 남아있는 모습을 보면서 다행이라고 생각한 듯한 모습을 보였으나, 당장에 즙을 마시려 하지는 않았다. 그리고, 자신이 원래 앉았던 자리로 돌아가 앉은 다음에 루마에게 차분히 미소를 지으면서,
  "남은 병은 잘 가지고 있어." 라고 부탁하는 목소리를 낸 다음에 남은 청포도 10 알을 하나씩 집어먹는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잠시 후, 그는 가지만 남은 포도송이의 자루를 오른손으로 들며 다시 자리에서 일어난 다음에 잠시 창가의 하늘로 시선을 향하였다.
  "이제 때가 된 것 같네, 어서 이 집을 떠나야 하겠다."
  그리고서 그는 잠시 동안 포도 덩굴들의 모습을 구경하면서 같이 이야기를 하자고 말한 다음에 자신이 먼저 나가 있을 테니, 따라 나와줄 것을 부탁하였고, 이어서 루마와 사티사, 그리고 리아레안이 그런 예즈라의 뒤를 따라 밖으로 나가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는 동안 사티사가 예즈라에게 인사 없이 나가도 괜찮은지에 대해 묻자, 인사는 필요 없다고 답을 하고서, 지하에 머무르면서 여인이 어떤 작별 인사도 필요 없다는 말을 자신을 통해 일행에게 전했음을 밝히는 목소리를 내었다.

  저녁을 맞이하는 포도밭 역시 하늘과 함께 점차 어둠에 저물어 가고 있었고, 그와 더불어 동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이파리가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그 포도덩굴들 사이에 위치하는 동안, 나는 루마, 예즈라와 함께 걸으면서 포도밭의 길 위에 한 바람의 정령이 왼편에 보이는 덩굴들을 향해 두 손을 아래로 모은 채 서 있는 광경을 보게 되었다. 그러는 동안 포도즙으로 채워진 병을 두 손으로 안은 채, 루마는 아직 그 광경을 보지 못했는지 예즈라와 함께 우측 덩굴로 시선을 향한 채, 동행하는 예즈라에게 물음을 건네고 있었다.
  "포도의 잎, 그 색이 작년과 달라요, 이전에는 다소 여린 녹색을 띠고 있었는데."
  "이제는 새로 자라나기 시작한지 5 년이 넘었기 때문이겠지, 5 년이 넘으면 포도 덩굴의 상태도, 열매의 상태도 이전과 많이 달라지게 된다고 하잖아."
  그 이후, 예즈라가 물음에 답을 하고서, 포도의 맛도 1 ~ 5 년 된 나무의 열매인지, 그 이후의 시기에 나온 열매인지에 따라 달라지며, 1 ~ 5 년 되었을 때에는 다소 시큼하면서도 신선한 맛이 느껴지는 데에 반해, 그 이후에는 단맛이 많아지는 등, 농익은 맛이 많이 나게 된다는 언급을 하고서, 그래서 포도로 술을 담그는 일을 하는 사람들은 6 년 이상된 포도 덩굴을 주로 찾는 것 같다는 말을 하였다.
  그런 이야기를 이어가며, 길을 나아갈 무렵, 두 사람 모두 왼편의 덩굴로 시선을 향하는 소녀의 모습을 발견하였고, 이어서 루마가 소녀를 향해 다가가려 하는데, 그 때, 소녀가 그런 그를 향해 돌아서더니 환하게 웃으면서 인사말을 하는 모습을 보였다.
  "안녕하세요." 그러자 루마 역시 인사를 하는 것으로써 답을 한 다음에 포도 덩굴을 구경하기 위해 왔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소녀는 밝게 목소리를 내며 그렇다고 답을 하고서 그러면서 포도가 어떻게 자라나는지 보기 위해 줄곧 관찰해 왔음을 밝힌 다음에 나의 뒤쪽에 서 있던 예즈라, 그리고 사티사에게 시선을 향하더니 왼손을 높이 올리고 밝게 목소리를 내어 두 사람을 부르려 하였다.
  "아아, 예즈라 님, 사티사 님이다!!! 안녕하세요------!!!"
  그러자 예즈라와 사티사 모두 반갑다는 듯이 이들을 향해 나아가고 있었다. 그 이후, 두 사람이 소녀를 향해 다가간 후, 사티사가 밝게 목소리를 내어 '라에난(Raenan)' 이라고 그 이름을 밝힌 다음에 소녀에게 포도 덩굴이 자라는 모습을 관찰하고 있었는지에 대해 물었고, 이에 라에난이라고 칭해진 소녀는 그렇다고 답을 한 이후에 병이 든 덩굴이 없어서 다행이라는 말을 건네었다. 그 다음에 여인으로부터 포도 씨앗을 하나 구해가고 싶은데, 아직 여인이 포도 씨앗을 주려 하지 않고 있다고 자신의 상황에 대해 언급하기도 하였다.
  "함부로 키워 씨앗을 버리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 아닐까요."
  그 말에 대해 사티사가 라에난에게 여인이 그에게 씨앗을 주지 않으려 하는 이유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드러내고서 화초를 하나 잘 키워 그것을 통해 여러 씨앗을 만들어 낼 수 있음을 여인이 알 수 있다면 바로 씨앗을 건네줄 수도 있을 것이라고 언급하고서 혹시 라에난이 화초를 키웠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지에 대해 예즈라에게 물었다.
  "알고 계실 거야, 하지만 여러 라에난이 여러 화초들을 키웠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으셨기에 그를 믿으려 하시지 않으시는 것일지도 모르지. 아니면, 포도 덩굴은 자신만이 키울 수 있다고 생각하시기라도 하시던가."
  그리고 그에 대한 심정은 이해가 되지만, 그렇다고 포도 덩굴을 키우는 요법 등을 자신만 알고 있다가 행여 자신이 세상을 떠나기라도 하면 마을에서 두 번 다시 포도 덩굴을 볼 수 없을 텐데, 어떻게 할 것이냐, 라는 걱정스러움의 심정을 드러내는 말을 건네고서 자신이 이후에 말을 잘 해 놓을 테니, 그 점에 대해서는 걱정하지 말아줄 것을 부탁하였다.
  그 이후, 라에난으로부터 고맙다는 말이 들려오고, 이어서 라에난의 곁에서 일행이 멀어지기 시작하자, 샤리에나가 예즈라에게 여인이 포도 덩굴을 혼자 키우는 것에 대해서는 여러 사정이 있는 것 같다는 말을 하고서, 혹시 지하에서 여인과 주고받았던 대화가 그 비화와 관련이 있지 않느냐고 물었다. 그 물음에 그는 그렇다고 답을 한 이후에 그가 어떻게 마을 인근에서 포도 재배를 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이야기였음을 밝혔다.
  그렇게 대화가 이어지는 동안 해는 점차 서쪽 하늘의 낮은 곳으로 내려가기 시작하였고, 그와 더불어 나 역시 떠날 때가 되었다고 생각하였다. 하지만 그에 대해서는 그 무엇도 알리지 않고, 포도 덩굴 사이로 난 길을 따라 라에난이 자리잡은 곳을 거쳐 마을로 돌아가는 일행에 속한 예즈라와 사티사가 대화를 주고받는 목소리를 들으려 하였다. 그 무렵, 예즈라는 여인으로부터 들은 이야기를 그에게 알리고 있었다.
  "그 남자가 세상을 떠나고, 학계가 자신을 버렸음을 알게 된 이후, 여인은 자신이 재배하던 포도 덩굴을 모두 불태워 없앤 다음에 산의 곳곳을 떠돌며 살아갔다고 해요. 반 즈음 미친 상태에서 세상을 원망하다가, 세상을 살아가는 행복한 이들을 죽여 없애 불행해진 자신 스스로를 보상하려 하였고, 그것을 위해 한 소녀를 죽이려 하다가 실패하고, 이어서 그 사실을 알아차리고 달려든 소녀들에 의해 수많은 상처를 입고, 마을로 끌려간 다음에 짐승 취급을 당하기도 했대요."
  "별 다른 이유 없이 죄 없는 아이를 죽이려 했기 때문이겠지요?"
  "예, 그러다가 마침내 어떤 소녀의 도움으로 그 마을을 벗어난 이후로는 다시 정신을 차리고, 다시 방랑을 하면서 자신이 사랑했던 남자의 유지를 잇기라도 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되고, 그러면서 포도 씨앗을 구하기로 결심한 다음에 바람의 사당 인근에 있던 씨앗 몇 개를 겨우 찾아, 그 인근에 위치한 마을에서 씨앗으로 포도 재배를 시작한 것이 이 마을에서 포도 재배를 하게 된 계기가 되었던 것이래요."
  그렇게 대화가 이어질 무렵, 루마가 예즈라에게 그 이야기에 대해, "그 이야기, 전부 사실이에요?" 라고 묻자, 예즈라는 자신도 확신하기는 어렵지만, 그의 일화에 대해서는 그로부터 들을 수밖에 없기에 사실이라고 믿는 수밖에 없다는 언급을 한 이후에 이야기를 이어갔다.
  "그가 학계로 돌아갈 가능성은 없다고 봐야 해요. 학계에서든, 그가 살고 있던 곳에서든 그는 죽은 사람으로 취급되고 있기 때문에. 그리고 그 분 자신도 한 번의 좌절과 방황을 겪으시면서 기존과는 다른 인격을 형성하셨고, 그래서 일단은 이전의 그 분과 지금의 그 분은 다른 사람이라고 생각해도 좋다고 저는 보고 있어요. 그래서 제가 이름을 바꾸는 것은 어떠하겠느냐고 제안을 한 것이고요."
  그리고서 그의 본명은 '세베타(Sebetha)' 였으나, 바람의 사당 인근 마을에 정착한 이후로는 '아테베스(Athebes)' 라는 이름을 갖게 되었음을 밝혔다. 그러자 리아레안이 미소를 지으며 기존의 이름을 뒤집은 이름 같다고 말하였고, 이에 예즈라는 미소를 지으며, "그런 것이지요." 라고 화답하였고, 그 이후로는 아테베스라는 이름을 가지는 여인에 대해 어떤 말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날이 점차 어두워지고, 서쪽 하늘 일대를 붉게 물들였던 노을이 점차 작아지면서 어두워져 가는 모습을 보일 무렵, 일행은 다시 마을에 도착하였다. 그 이후, 앞장서서 마을 중앙의 우물에 이른 루마는 뒤따라 오는 일행을 향해 돌아선 다음에 일행이 자신의 앞에 모여 있을 무렵에 나를 비롯한 일행을 향해 물음을 건네는 모습을 보였다.
  "이제 떠날 때가 되었지요? 요정의 나라로."
  "예." 이에 나는 그렇다고 답을 하고서 주머니에 넣어놓았던 지도를 왼손에 들고 그것을 보이며 물품이 무사함을 알렸다. 그러자 루마는 잘 됐다고 말한 다음에 내가 요정의 숲으로 가는 길을 알고 있는 만큼, 지도가 이상하더라도 그것에 대해 가급적이면 자신에게 원망하지 말아 주고, 자신이 아는 대로 길을 나아가 주고, 지도는 가급적이면 참고로만 해 줄 것을 부탁하였다.
  "알았어요, 말씀하신 대로 행동하기로 약속하지요."
  그 이후, 나는 그렇게 화답을 한 이후, 그와 작별 인사를 주고받았다. 그리고 잠시 시간이 지날 무렵, 예즈라와 사티사가 루마의 곁에 남으려 하였고, 이에 내가 두 사람에게 남으려 하는 것이냐고 물었고, 그 물음에 예즈라가 곧바로 그렇다고 답을 한 이후에,
  "사당의 일도 돌보아야 할 필요가 있으니까요."
  라고 답을 하였다. 그렇게 세 사람과 헤어진 후, 나는 샤리에나, 리아레안, 그리고 도로시아와 크세비아를 이끌고 마을의 서쪽 경계로 발걸음을 옮기었다. 그러는 동안 크세비아가 앞장서는 나의 곁에 위치하면서 밝게 표정을 지었고, 이에 내가 기분이 설레느냐고 물었다. 그 물음에 답을 직접 하지는 않았지만, 크세비아는 분명 좋아하고 있었다. 무엇에 대한 기대로 좋아하고 있는 것일까, 자신과 비슷한 존재를 만날 일에 대한 기대일까.
  그런 생각을 하면서 나는 밝게 미소를 지으며, 동쪽 하늘의 높은 곳에 이른 달의 모습을 보았다. 그러는 동안 달은 둥글게 차오르는 모습을 보이는 채, 위로 솟아오르고 있었으며 거의 차오른 달답게 환하게 빛을 발하며 주변의 어둠을 비추고 있었다.


다음 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