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 504 년 6 월 15 일 루나렐 력 5 월 12 일 22 시 - 라넬리스
  라넬리스(Lanelis). 대륙의 동부 몬다스 지역에 위치한 물의 정령들이 거주하는 구역 중에서는 가장 큰 구역으로서, 주변 일대의 유일한 '도시' 이다. 이 말은 곧 즉, 이 도시가 몬다스 일대의 유일한 도시다운 도시라는 의미일 것이다. 아르나이-엘젠(Arnej-Elsen) 일대 지역의 소로에나와 비슷한 도시라고 할까. 하지만 도시라고 해도 그 규모는 옛 시대의 작은 도시만도 못했으며, 도시의 총 거주민은 250 명 정도에 지나지 않은 곳이다. 물론 소로에나 역시 마찬가지여서, 유일한 도시라 해도 총 인구는 120 여 명 정도였다.
  그 도시의 항구를 발견한 이후, 그 거리의 중앙 구역에 착지를 하여, 항구에 머무르려 하였다.
  날이 어두워지면서 감색을 띠는 투명한 하늘 아래로 어두운 색을 띠기 시작하는 바다가 펼쳐져 있었으며, 하늘의 색이 해수면과 맞닿으면서 색이 밝아졌으며, 그러면서 하늘과 바다가 맞닿는 하나의 직선이 선명히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밤이 깊었는지, 이미 상점들은 거의 문을 닫아 거리는 어두웠으나, 길마다 보이는 등이 어둠을 비추고 있어서 그것을 토대로 길을 걸어갈 수는 있었다.
  "레야라, 리레아의 두 분께서는 현재 어디에 거주하시고 계시지요?"
  "두 분께서는 현재 마을의 중앙 구역, 서쪽에 위치한 거주 구역에 살고 계실 거예요, 그 두 분의 집은 문에 파랗게 X 자로 표시를 하였기에 바로 식별이 가능하지요."
  앞장서는 내가 건네는 물음에 바로 화답으로써, 나의 우측 곁에서 같이 앞장서면서 라이마가 두 사람의 집에 대한 설명을 하는 모습을 보인 다음에 그에 이어 집의 현관문에 표시된 X 자의 유래에 대한 설명을 하기 시작하였다.
  "알미차(Almiza) 지역에 전래되는 동화가 하나 있어요. 그 동화에서는 도적단의 두령이 자신이 노렸던 집의 현관문에 X 자로 표시를 하였다는데, 그 표시가 그 집에 표시된 X 자 표시의 유래라고 한 대요."
  그 이후, 라이마는 X 자 표시가 있는 집의 현관문-중앙 구역의 서쪽 거리에서 중앙 구역과 맞닿은 부분의 북쪽에 위치하고 있었다.-으로 다가간 다음에 그 현관문의 문을 두드려 안에 사람들이 살고 있는지를 확인하려 하였다. 그 때, 문 너머에서부터 들려오는 한 소녀의 목소리.
  "밖에 누구 계세요?" 이에 라이마가 '다르시스의 라이마 엘샤핌(Laima Elshafim nan Darsis)' 라고 자신을 밝히는 목소리를 내었고, 곧바로 그 문 너머에서부터 들어오라는 말을 건네었다. 그 이후, 라이마가 문을 열고 현관으로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하고, 그 뒤를 이어 내가 현관 안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5 명의 사람과 1 명의 요정으로 이루어진 일행이 현관을 거쳐 현관 바로 앞의 거실로 들어설 무렵, 나는 식탁의 등받이가 없으며 네모난 상자처럼 생긴 의자에 서로 마주보면서 두 명의 소녀들이 앉아 있었다.
  일어서면 발목 높이까지 내려갈 법한 청록색 머리카락과 푸른 눈동자, 그리고 푸른색을 띠는 아가미처럼 생긴 귀를 가진 얼굴색이 밝은 물의 정령이 등을 향한 채, 앉아 있었고, 그 너머에 발목 위까지 내려가는 청록색 머리카락과 푸른 눈동자, 그리고 초록색을 띠는 아가미 형태의 귀를 가진 이전의 정령보다 조금 더 키가 큰 물의 정령이 앉아 있는 모습을 보였다.
  등을 보이는 물의 정령은 나팔 형태를 이루며, 그 끝이 파란색을 띠는 것으로서, 손목 근처까지 내려가는 소매를 가지는 하얀 상의와 무릎 아래까지 내려가는 파란 치마를 입고 있었으며, 그 건너편의 물의 정령은 오른쪽 소매가 없는 것으로서, 손목 근처까지 내려가며 폭이 넓은 소매를 가진 상의와 다리를 전부 드러낼 정도로 짧은 스커트, 그리고 푸른 허리띠로 이루어진 옷차림을 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등을 보이며 앉은 물의 정령이 건너편에 앉은 이보다도 정숙해 보였다.
  그렇게 앉아있던 물의 정령들은 사람들이 안으로 들어오자마자 다급히 자리에서 일어나기 시작하였고, 이어서 현관에 이른 나에게 다가와 인사를 하였다. 그 이후, 앞장서서 들어온 라이마에게 다가간 다음에 그를 눈을 크게 뜨며 바라보기 시작한 이후에 그를 밝게 맞이하는 인사말을 하였다.
  "오셨군요! 지금까지 기다리고 있으면서 언제 오시는 지에 대해 걱정하고 있었는데."
  이어서 물의 정령은 밝아진 목소리로 맞이하는 말을 한 이후에 온화하게 목소리를 내어 들어오라고 말한 다음에 식사 이후에 다음날 아침에 출발할 일정에 대한 논의를 하고 있는 중이어서 잘 맞이하지 못해 미안하다는 말을 하고서 우측에 안방이 있으므로, 그 방에 들어와 있어달라고 부탁하였다. 그 이후, 라이마, 일린의 인도를 받으며 우측에 보이는 문으로 발걸음을 옮기는 동안 내가 잠시 물의 정령으로 시선을 향한 채, 그에게 물었다.
  "혹시 이 집에 계신 분 이름이 레야라 양, 그리고 리레아 양이세요?"
  이에 나의 바로 앞에 위치한 물의 정령이 "예." 라고 답을 하고서 자신이 레야라이고, 건너편에 앉아있던 이로서 자신의 왼쪽 근처에 위치하고 있던 이가 리레아임을 밝힌 다음에 처음에는 이리샤, 그리고 리라의 집에서 라이마, 그리고 일린의 두 사람을 만났음을 밝힌 이후에 그 이후에는 자신이 집과 거리에서 만나면서 라넬리스의 여러 명소구경을 하고 있기도 했음을 밝히기도 하였다.
  "일린 양, 라이마 양처럼 중대한 싸움에 나서신 분이시라고 하셨는데, 두 분과 같이 좁은 방 안에 머무르게 해서 죄송해요. 하지만 본래는 저희들의 방이고, 저희들을 위한 방이기도 해서 5 명의 일행이 한 번에 거주하기에는 좁은 감이 없지는 않지만, 그래도 다른 집의 사정 상, 집을 뜯어고칠 수도 없는 노릇이라서 방을 가만히 놓아둘 수밖에 없으니 그 점, 양해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그리고서 레야라는 크네흐트 자매로부터 이야기를 들어 이 곳으로 온 일행의 이름 정도는 알고 있었음을 밝힌 다음에 잘 부탁한다는 말을 건네었다.
  그 이후, 자신과 리레아는 식탁에 앉아서 조금 더 논의를 할 것임을 밝히고서 방 안으로 들어가 쉬고 있어 달라고 부탁하였다. 그 때, 문이 열리면서 일린, 라이마가 밖으로 나간 다음에 레야라라 칭해진 소녀와 나의 근처에 위치하였다.
  "어라? 일린 양, 라이마 양, 무언가 원하는 바 계세요? 있다면 말씀드려 주세요, 제가 어떻게든 불편한 바 없도록 해 드릴 테니까요."
  "두 분의 이야기를 제가 들을 수 있을까요, 그렇게 할 수 있다면 저와 일린이 대가로서, 앞으로 가야할 곳에 대한 이야기를 간단하게나마 해 드릴게요."
  이에 두 물의 정령에게 가야할 곳에 대해 간단하게나마 이야기를 하겠다는 전제 조건을 내세워 그들의 대화를 듣고 싶다는 의사를 밝히는 일린. 그리고서 그는 두 물의 정령에게 비밀스러워서 자신들은 들으면 안 되는 이야기이냐고 묻는 목소리를 내기도 하였다. 그러자 당황한 듯이 환하게 미소를 지으면서 그러할 이유는 없다고 화답하는 목소리를 내는 레야라. 그리고서 그의 말에 화답하였다.
  "그러하실 필요는 없어요, 저는 두 분께서 피로하실 것 같아 쉬고 있어 달라고 말씀드린 것일 뿐이에요."
  그 이후, 나를 비롯해 일린 그리고 라이마까지 레야라 그리고 리레아의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다행히도 손님을 위한 의자는 2 개가 더 있었기에-레야라, 리레아가 사용하는 의자와 똑같이 생겼다- 내가 좌측의 의자에, 그리고 일린이 우측의 의자에 현관문을 향한 채 앉았으며, 현관문을 등지는 방향으로는 레야라와 리레아가 좌우로 나란히 앉아 있으면서 그들의 대화를 듣게 되었다.
  그 이후, 라이마가 집 밖으로 나간다는 짧은 알림을 일린에게 남기고서 집의 밖으로 나가는 모습을 보이자, 일린이 다른 일행에게 그 일에 대해 알리는 목소리를 내는 것으로 대화가 시작되었다.
  "라이마는 이전에도 말했어요, 만약에 있을 일을 대비해 검술을 수련한다는데."
  그러자 리레아가 환하게 미소를 지으며 "그렇군요." 라는 말을 건넨 다음에 특별히 문제가 될 일을 하지 않는 한, 걱정할 필요는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는 말을 건네었다. 그리고 잠시 시간이 지날 무렵, 레야라가 나와 일린의 모습으로 시선을 향한 채, 앞으로 있을 여행의 출발 시기를 우선 결정해 보자는 말을 하였으며, 그러면서 자신의 제안을 언급하는 목소리를 내었다.
  "저는 내일 7 시 30 분에 떠나자고 생각하는데, 두 분의 생각은 어떠한지요."
  "내일 7 시 30 분이오?" 그러자 일린이 눈을 크게 뜨면서 레야라의 제안에 되묻는 목소리를 내었고, 이에 레야라는 차분한 표정을 유지하면서 마음에 들지 않느냐고 물었다-그 모습이 마치 이전부터 예상해 온 듯한 느낌을 주고 있었다.-. 이에 일린은 그렇지는 않다고 화답한 다음에 그 시각이면 누구라도 충분히 일어날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하였다. 그러면서 그는 그런 결정을 내리면서 의견이 갈린 적이 있었느냐고 물었다. 이에 확실히 그러하였다고 화답을 하는 목소리를 내는 레야라.
  "리레아는 3 일 후의 같은 시각에 나가자고 결정을 내린 바 있어요."
  이어서 그는 문이 아직 개방되지 않았고, 문이 개방될 수 있다 하더라도 문이 개방된 이후, 그것이 안정적으로 작동할 수 있으려면 시간이 필요할 수밖에 없음을 밝힌 다음에 문이 완전히 개방될 때까지 기다리자며 3 일 후에 나아가는 제안을 한 것임을 밝혔다. 그러자 일린이 그런 그에게 물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서 리레아 양께서 레야라 양의 제안을 받아들이게 되신 거예요?"
  "처음에는 팽팽히 맞서다가, 결국 제가 레야라의 뜻을 들어주게 되었어요."
  이에 리레아가 처음으로 답을 하여, 레야라의 뜻을 따랐음을 밝혔다, 비교적 차분한 레야라의 목소리와 달리, 리레아는 본래는 쾌활한 성품의 소유자인 듯해 보이는 목소리를 내고 있었다. 그 목소리를 들으며 나는 환하게 미소를 지으며 그런 그의 면모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서, 레야라에게 사실인지에 대해 물었다. 이에 레야라를 대신해 리레아가 답으로써 그렇지 않다고 화답을 하고서,
  "리레아는 집에서는 차분한 아이예요, 밖에서는 저어~언혀 그렇지 않지만."
  라는 말을 하였다. 어떻게 들어도 상대방을 놀리는 듯한 어조를 드러내는 목소리. 그 목소리를 들으며 나는 리레아가 옷차림에 걸맞게 밝으면서 사람을 놀리는 면도 있음을 바로 알아차릴 수 있었다.
  "무슨 말을 하는 거니, 리레아! 여기는 다른 사람들도 보고 있는 곳이라고!"
  이에 레야라가 당황한 듯한 표정을 지으면서 리레아를 향해 고개를 돌린 다음에 다른 사람들 앞에서 폐를 끼치지 말라는 뜻의 말을 건네었다. 그러자 리레아가 자신이 언제 거짓말을 했냐고 화답을 한 다음에 곧바로 아무렇지 않은 듯이 나에게 시선을 향하면서,
  "잠시 소란이 있었어요, 죄송해요."
  라고 말한 다음에 마침 때가 때이기도 한 만큼, 간단한 식사나마 제공하고 싶다는 말을 하면서 식사 여부를 나에게 물었다. 그 이후, 내가 점심 이후로는 먹은 것이 없음을 밝히자, 레야라는 "그렇군요." 라고 걱정스러워 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말을 건네었고, 이어서 레야라가 자리에서 일어나 식탁 근처의 우측 벽에 기대어져 있던 네모난 상자로 다가가, 문을 열고 상자 안을 둘러보며 혼잣말을 이어갔다.
  '먹을 만한 것 있나.......' 그러다가 조금 시간이 지날 무렵에 '있다!' 라고 밝게 목소리를 낸 다음에 그 안에서 두 손으로 커다란 접시에 놓여진 몇 개의 감자들을 들고 오른 다리로 상자의 문을 닫은 다음에 다급히 두 손으로 접시에 담겨진 감자를 들고 건너편에 위치한 주방으로 뛰어가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잠시 후, 레야라는 두 손으로 구워져서 김이 모락모락 나는 감자 3 개와 4 쌍의 포크와 나이프가 놓여진 커다란 접시를 들고 돌아왔다. 그 때, 리레아가 밝은 목소리로 레야라가 든 감자의 모습에 대한 언급을 하기 시작하여, 그 감자들이 이전에 먹기로 했다가 먹지 못한 감자들임을 밝히고, 조금 음험한 느낌을 주는 목소리를 내면서,
  "본래는 혼자 먹으려 했다가 잊고 있었대요."
  라는 목소리를 내었다. 그러자 접시를 식탁의 한 가운데에 놓으며 레야라가 당혹스러워 하며 그런 이야기를 함부로 하면 안 되는 것 아니냐고 외쳤으나, 리레아는 별로 개의치 않는 채, "먹자~." 라고 밝게 목소리를 내며 다시 본래에 앉는 레야라에게 감자 하나를 건네었다. 그러자 레야라가 그에게,
  "하나 내가 다 먹어도 되는 거야?" 라고 묻자, 리레아가 "응." 이라고 고개를 끄덕이며 소리를 낸 다음에 감자를 굽는 수고를 한 사람 아니냐고 되묻는 목소리를 내었다.

  그 이후, 레야라를 제외한 세 사람이 남은 2 개의 감자를 나누어 먹는 일을 이어가다가 마침내 접시가 비워질 무렵, 레야라가 잠시 차분한 표정을 짓고 있다가, 나, 그리고 일린으로 시선을 향한 채로, 나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시작하였다.
  "이리샤 님께, 그리고 일린 양, 라이마 양께 두 분의 친구와 그 동행인이 두 분과 같은 목적을 가지고 오신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알게 되었어요."
  그리고서 나에게 어떻게 해서 여행을 시작하게 되었는지에 대해 물었고, 그 물음에 나는 답으로써 요정의 여왕으로부터 소식을 듣고, 가만히 있을 수 없다는 생각에 무작정 나서게 되었다가, 바르코스가 퇴각하는 모습까지 지켜보게 되었음을 밝히고서 마지막으로 그러다가 도로시아, 크세비아라는 이름을 가진 야스모르 성계 출신의 사람들까지 보호하여 그들이 '꽃의 나라' 를 재건할 수 있기 위한 몇 가지 화초의 씨앗들을 구하는 일에 나서게 되어, 세니티아를 떠나게 되었음을 밝혔다. 그러자 안타까움의 감정을 드러내는 목소리를 내면서,
  "왜 힘없는 요정들까지 바르코스의 군단이 무자비하게 짓밟으려 했던 것일까요. 아무리 그래도 그들이 바르코스에게 어떤 해악도 끼치지 않을 것임은 그들도 잘 알고 있을 텐데."
  라는 목소리를 내었다. 그러자 레야라가 다소 분기를 드러내는 목소리를 내어 그 말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곧바로 드러내었다.
  "그들이 살아남았다면, 파라일라의 후예들이 그 곳을 중심으로 결집해 자신들의 세력을 전복할 기회를 노릴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을 내렸을 수도 있겠지. 하지만, 일린 양, 라이마 양의 이야기에 따르면, 그러할 가능성은 낮고, 외부적인 요인에 의해 통치자들의 정신이 무너졌다고 보는 편이 더 나을 거야."
  이에 리레아가 눈을 크게 뜨면서 레야라에게 물었다.
  "정신이 무너지고, 이성을 잃으면서 자신과 다른 모든 존재들을 학살하기 시작하면서 요정들 역시 그러한 존재로 간주되어 그 존재들에 의한 학살과 파멸을 피하지 못했다고 보는 편이 나을까?"
  "그래도 좋을지도." 이에 레야라는 차분히 목소리를 내어 화답을 한 다음에 나와 일린에게 오랫동안 여행을 하느라 지쳤을 테니, 욕실을 마음껏 사용해도 좋다는 언급을 하였고, 이에 일린이 "정말이에요?" 라고 묻자, 레야라가 환하게 미소를 지으면서,
  "방문하신 분들께서 바다에서 목욕을 할 수 없으니까요."
  라는 답을 한 다음에 집을 떠날 때까지 욕실과 방의 시설을 마음껏 사용할 수 있음을 밝힌 다음에 전제 조건으로서 물건을 깨끗이 사용하고, 적어도 망치지는 말아줄 것을 당부하였다. 그러자 나는 "알았어요." 라고 화답을 한 이후에 약속하겠다는 말을 건네는 목소리를 내었다. 이어서 그들은 마지막으로 욕실에 들어가겠음을 밝히고서 식탁에 앉은 모습을 보였다. 그 때, 일린이 레야라에게 접시는 어떻게 할 것이냐고 물었고, 이에 레야라는 자신이 정리해 놓을 테니 그것에 대해서는 걱정하지 말아줄 것을 당부하였다.
  그 이후, 내가 집의 왼편에 위치하고 있는 욕실로 들어가려 하는 동안 리레아가 레야라에게 남은 감자 몇 개 있느냐고 물었고, 그 물음에 레야라가 3 개 정도 있다고 말하자, 리레아가 "잘 됐다!" 라고 밝게 목소리를 내고서 남은 인원을 위해 감자를 구워줄 것을 부탁하는 목소리를 내었다. 이에 레야라가,
  "남은 것은 네가 구워야지, 왜 내가 해야 해?" 라고 물었고, 이어서 처음에는 자신이 했으니, 다음에는 그가 하라고 말하면서 자리에 앉고 일어나려 하지 않았다. 그러자 결국 미소를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나는 리레아. 그러는 동안 나는 욕실로 들어가다 말고, 그 광경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었고, 그러다가 자리에 눌러앉는 레야라와 어쩔 수 없는 듯이 일어나는 리레아의 모습을 보며 가만히 미소를 지을 뿐, 다른 말은 건네지 않았다.

  욕실로 들어간 이후, 나는 우선 어둠에 잠긴 공간을 소정령으로 비추면서 문이 위치한 곳의 벽에 걸린 봉에 벗은 옷을 걸어놓고 어른 한 사람이 들어갈 만한 크기를 가지는 욕조에 물을 채웠다. 차가운 물이었지만, 여름이다 보니, 그 차가운 물에 몸을 담그는 것도 나쁘지는 않으리라 생각했다. 그러다가 마침내 물이 욕조의 반 정도를 채웠을 무렵, 왼발이 욕조의 테두리 위에 올려놓고, 이어서 그 발부터 물에 담그는 것을 시작으로 욕조 안으로 들어선 다음에 그대로 앉은 다음에 소정령이 사라지도록 하면서 나 자신이 어둠에 잠기도록 하였다.
  욕조는 하얀 내벽으로 이루어진 공간과 하얀 색을 띠는 매끄러운 돌로 만들어진 욕조로 이루어져 있었다. 그리고 욕조의 문 왼편에 자리잡은 내벽의 위쪽에는 작은 창문이 자리잡고 있어서 그 창문을 통해 하늘의 모습이나마 볼 수 있었다. 밤이다 보니 어둠에 잠긴 공간 너머로 감색을 띠는 하늘의 모습이 자그마하게 보였으며, 그 작은 공간 너머로 남쪽 나라의 나무 열매처럼 생긴 노란 달이 별들과 함께 어둠을 비추는 광경이 나타나고 있었다.
  처음에는 욕조에 웅크려 앉아 있다가, 이후에는 창가로 시선을 향한 채, 누워 있으려 하였다. 그러면서 지금까지 있었던 일들을 잠시 회상하면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를 12 일에 요정의 여왕 레넨티아를 만난 일부터 하나씩 떠올렸다. 많은 일이 있었던 것 같지는 않았지만, 굵직한 일들이 많았다보니, 관련된 여러 사념들이 차례로 떠오르고 있었지만, 다행스럽게도 날짜 별로 정리가 되어 차례로 나타났기에 그것들을 토대로 바로 무언가 기록이라도 남길 수 있으리라고 생각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껏 겪었던 일들이 당시에는 바로 떠오르지 않았고, 그러한 탓에 회상록을 만들 정도의 분량은 나타나지 않고 있었다. 고민될 일이기는 하였지만, 나중에 고민해도 괜찮으리라고 생각했던 것이었다. 그렇게 회상을 다음으로 미룬다고 하더라도, 문제될 일은 하나도 없었다, 결국 이렇게 기록을 하나 남겨서 지난 며칠 간에 나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잊고 있더라도 이 기록을 통해 내가 알 수 있지 않은가!
  그런 생각을 하다가 사념의 정리라도 할 겸, 눈을 감았다. 욕조의 물 속에서 누운 다음에 눈을 감기까지 하니, 기분이 묘했다, 마치 태의 액체 안에 잠들고 있는 것 같다고 할까. 그런 기분이 나에게 다가오는 동안 잠의 기운이 다가오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하였다. 그 때, 갑자기 문가가 위치하고 있을 곳에서 가벼운 발걸음 소리가 들려오고 있어서 누군가 안으로 들어왔다는 생각 하에 눈을 뜨고 다시 앉은 후에 문가로 시선을 향하고서 문가에서 걸어오는 이의 모습을 보려 하였다.
  소정령을 통해 드러난 소녀의 모습, 감색을 띠는 긴 머리카락과 다소 날카로운 눈동자를 가진 그는 어느새 일행과 하나가 된 라이마였다. 집 밖으로 나갔다가 금방 다시 돌아오기라도 했는지, 하얀 천 한 장으로 가슴과 허리를 가린 채, 천의 왼쪽 어깨 부분을 오른손으로 잡은 채, 문가로 시선을 향하고 있었다.
  라이마는 잠시 나의 모습을 보더니 잘못 들어오기라도 했는지, 다시 돌아서는 발걸음을 하려 하였다. 그 때, 내가 그를 부르더니 왜 돌아서려 하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그 부름까지 무시할 수는 없었는지 다시 문가로 다가간 다음에 자신이 돌아선 이유에 대한 이야기를 하였다.
  "죄송해요, 제가 사람을 잘못 본 것 같네요."
  그리고 샤리에나-샤린-인 줄 알았다는 언급을 한 이후에 어둠 속에 있다보니 구별을 잘 못했음을 말하고서, 샤리에나가 들어올 즈음에 불러줄 것을 부탁하는데, 혹시 그에게만 해야하는 이야기가 있느냐고 묻고서 다시 그가 나가지 못하도록 한 이후에 나에게 우선 이야기를 해 줄 것을 부탁하고서 이야기를 들은 이후에는 샤리에나에게만 들려줄 것을 약속하면서 안으로 들어오도록 한 다음에,
  "이렇게 천까지 두르면서 준비하셨는데, 바로 나가면 아쉽지 않아요?"
  라고 묻는 목소리를 내었다. 그러자 라이마는 나의 약속을 믿으려 하는 듯이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바닥의 물기 위에 앉고서 창가를 등진 채, 조용히 사념에 잠겨 있는 듯이, 멍하니 앉아있기만 하고 있었다. 그 때, 내가 그런 그의 모습으로 시선을 향한 채, 그에게 물었다.
  "어라? 라이마 양, 무슨 생각을 그렇게 깊이 하시고 계신 거예요?"
  "고민이에요, 이전에 겪었던 꿈에 대해 지금껏 고민하고 있었어요."
  그러자 차분하게 목소리를 내어 화답하는 라이마. 그 이후, 그는 자신이 겪었다는 꿈에 대한 이야기에 대한 설명을 짧게 하기 시작하였다.
  "누구에게도 이야기하지 않았지만, 어제의 꿈 속에서 한 여인과 함께 어디론가를 향해 걸어가고 있었어요. 거대한 건축물의 안이었는데, 그 안에서 저는 검은 옷을 입은 남자가 되어 하얀 드레스를 입은 여인을 대동한 채, 건축물의 밖으로 나아가고 있었지요, 좌우에서는 사람들이 환호하며 저와 여인을 축하해 주고 있었어요."
  누가 뭐라 설명해 주지 않아도 그 광경에 대해서는 바로 알아차릴 수 있었다, 다름 아닌 옛 인간들의 결혼식을 하는 광경의 일종으로서, 결혼 행사를 마친 다음에 부부가 되어 밖으로 나가는 젊은 남녀의 모습이었다. 그렇게 그 광경의 실체가 무엇인지에 대해 추측을 하고서, 나는 곧바로 그에게 그것이 옛 인간들이 행하던 결혼의 한 모습이 아니었느냐고 말한 다음에 그에 이어 그에게 물었다.
  "그 여인과 함께 하기를 남자는 진정으로 원하고 있었나요?"
  "그랬던 것 같아요, 결혼을 하며 베일을 쓰고 있던 여인은 눈을 감고 있으면서도 행복함을 감추지 못하는 미소를 짓고 있었으니, 그렇게 여기어도 괜찮겠지요."
  그 물음에 차분하게 목소리를 내어 답을 하는 라이마. 이어서 그는 꿈의 마지막에 자신은 한 권력자로부터 여인을 빼앗겼고, 그로 인한 복수를 결심하고 있었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누가 생각해도 앞날이 절망이나 비극이 될 것임을 알아차릴 수 있을 법한 이야기, 그 이야기를 들으며 내가 놀라며 말하였다.
  "저런, 그런 꿈 속에 있으셨군요. 괴로우셨겠어요."
  "그렇지는 않았어요, 하지만 저는 도저히 상상도 할 수 없던 괴로운 일을 겪은 이후, 복수를 결심하면서 나 자신이 스스로 타락하기로 결심하는 모습에 대해 놀라고 당황했었지요."
  그 이후, 라이마는 이전에는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행복하게 살아가다가 사랑하던 사람이 깊은 병에 시달린 끝에 세상을 떠나고, 절망 속에서 떠돌더니, 이번에는 그런 꿈이라고 말을 한 다음에 그런 꿈으로 인해 한 때, 일린에게 그에 대한 이야기를 하였으나, 일린 역시 명확한 답을 내리지 못하고 있었음을 알리기도 하였다. 그런 그의 이야기를 들으며 나는 그 절망에 대한 꿈이 자신의 운명에 대한 암시를 상징하고 있다고 라이마가 생각하는지에 대해 알고 싶어하였고, 그러면서 그에게 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었는지에 대한 물음을 건네려 하였다.
  "불길한 일에 대한 암시라 생각하고 있었어요, 실연을 당하는 꿈은 자신의 가장 소중한 사람을 잃게 될 것임을 알리는 것이라는 이야기를 얼핏 들은 바 있어서......."
  그러자 나는 "그러셨군요." 라는 답을 한 다음에 꼭 그렇지만은 않으니 너무 걱정하지 말라는 답을 하고서 내가 꿈에 대해 들은 이야기 중 '실연' 에 대한 것을 그에게 알리려 하였다.
  이전부터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 꿈에 대해서는 여러 설이 있었으나, 가장 대표적인 것으로는 '여러 외부 요인에 의해 궂은 일이 생기게 될 앞날을 암시' 로서의 예지몽이라는 말이 있었고, 또 다른 것으로는 '하나의 목표를 달성했다.' 라는 전망을 드러내는 꿈이라는 설도 있었으며, 라넬리스 일대에서는 '가족이나 친구가 죽는 꿈을 꾸면 이미 영혼이 꿈에서 모든 재앙을 대신 갚아 버린 것' 이라하여 길한 징조라는 설을 내놓기도 하였다. 어느 것이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라이마에게 끔찍한 불길함이란 없으리라는 생각을 바로 할 수 있었다. 궂은 일이 생긴다고 하지만, 어차피 앞으로 해야 할 전투 자체가 궂은 일일 테니까.
  "궂은 일이 생긴다지만, 대단할 것은 없어요, 앞으로 생길 일 자체가 궂은 일이잖아요. 그리고 다른 설에서는 그런 꿈은 재앙을 영혼이 대신 갚았다하여 길한 징조로 여기고 있다하니, 좋은 일이 생길 것임을 암시한다고 봐도 좋겠지요. 아니, 어쩌면 앞으로 있을 싸움이나 시련을 잘 견디어내, 좋은 일들을 만들어내 달라는 신의 뜻이 꿈으로 드러났을지도 모르니까, 하는 일마다 최선을 다할 수 있는 마음만 잘 가지고 계시면 될 거예요."
  꿈에 대한 해석을 마친 후, 나는 그렇게 꿈에 대한 이야기를 하자, 라이마가 나를 향해 고개를 돌린 이후에 "정말 그러하면 좋겠네요." 라는 화답을 하고서, 일린보다도 더욱 큰 도움이 되어준 것 같으며, 이렇게 이야기를 들은 이상, 샤리에나로부터 이야기를 들어달라고 부탁을 할 필요도 없게 되었다는 자신의 심정을 드러낸 다음에 너무 고맙다는 말을 나를 향해 고개를 돌리고, 밝게 표정을 지으면서 하였다.
  그 이후, 자신은 바닥에서 기다리고 있을 테니, 마음 놓고 목욕을 하고 있어줄 것을 부탁하였다. 그 이후, 나는 한 동안 욕조에 누워있는 채, 창가로 시선을 향하고 있었으나, 곧 바닥에 앉아있는 라이마를 위해 주어야 할 필요도 있다고 생각하면서 대략 다시 몸을 씻은 다음에 욕조 밖으로 나오고서, 라이마를 향해 잠시 고개를 돌린 다음에,
  "이제 들어가셔도 좋아요." 라는 말을 건네고서 나 자신은 준비하였던 천으로 몸을 닦아낸 다음에 속옷부터 하나씩 입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잠시 후, 내가 옷을 다 입을 무렵, 나는 천을 욕조의 한 곳에 가지런히 접어두고 욕조 안으로 들어가는 라이마의 모습을 본 이후에 밖으로 나가려 하였다. 물에 잠긴 긴 머리카락과 다소 날카로운 눈을 갖춘 모습이 가녀린 몸 위에 자리잡은 모습을 보면서, 날카로운 눈매를 가진 외양과 가녀린 몸에 어울린다는 생각을 하고, 어울린다는 생각을 하기도 하였으나, 그렇다고 가만히 있을 수만은 없다고 여기기도 하였고, 다른 한편으로는 라이마가 신경을 쓸 수 있다는 생각을 하며 급히 욕실로 떠났다.


다음 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