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욕을 마친 후, 나는 조용히 집을 떠나 라넬리스라는 이름을 가진 마을의 항구로 나아가 항구의 선착장 구역에 이르러 다시 바다와 하늘이 서로 맞닿는 모습을 선착장의 가장자리 부분에 웅크리며 앉아 있으면서 구경하려 하였다. 그러는 동안 항구에서부터 불어오는 바람이 나의 뒷머리에 자라난 머리카락을 헝클고 있으면서 여름을 맞이하면서 달아올랐다가 남은 열기를 식히고 있었다.
  그 육풍을 맞으면서 나는 이전에 잠시 멈추었던 이전부터 일어났던 일에 대한 기억을 되짚는 일을 다시 하기 시작하였다. 12 일부터 시작된 사건들을 정리하는 일, 하지만 제대로 정리하려 하니, 이번에는 가장 중요한 기억을 선별하려 하다가, 그 과정이 잘 되지 않으면서 가장 중요한 기억을 떠올릴 수 있는 한계를 중요하다고 여기어지는 기억들의 양이 넘어서며, 나의 머리에 계속 압박을 가해왔다.
  그러면서 머리의 아픔을 겪는 동안, 나의 등 뒤에서부터 한 소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앳되면서 쾌활한 느낌을 전해주는 목소리, 그것은 리레아의 목소리였다. 그 목소리를 듣자마자 고개를 돌렸을 때, 나는 그의 왼손을 허리에 올린 채, 바다의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는 그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두 다리를 약간 벌린 채, 서 있는 그 모습은 처음으로 대화를 시도했던 이로서 그의 친구일 레야라보다도 당당하고 밝은 면모를 확실히 드러내고 있었다.
  "바다 구경이라도 하시기 위해 나서신 거예요?"
  "그러하기도 하고, 또 바닷가에 홀로 앉아 있으면서 하고 싶었던 일도 있어요."
  이어서 리레아가 바다 구경을 하고 싶었는지에 대해 물음을 건네자, 나는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화답을 하고서 그에 이어, 12 일부터 당시까지 있었던 일에 대한 회상을 하고 있었다가 생각의 정리가 잘 되지 않아 머리에서부터 고통을 느끼며 멍하니 앉아있었음을 밝히기도 하였다. 그러자 리레아는 "저런!" 이라고 화답을 한 다음에 그에 이어 나에게 한 가지 물음을 건네는 목소리를 내었다.
  "마음이나 식힐 겸, 바다에라도 들어가 보시기라도 하시지."
  "지금은 덥지 않잖아요." 이에 나는 그렇게 화답을 한 다음에 리레아에게 바다에 자주 들어가 본 것 같다는 추측의 말을 건넨 다음에 내가 했던 말이 사실인지에 대해 물음을 건네었다. 그러자 리레아는 "예." 라는 답을 한 이후에 이런저런 이유로 인해 바다로 자주 들어가게 된다는 이야기를 하였다. 그리고서 그는 수영이라도 하지 않겠느냐고 물음을 건네는 목소리를 내었다.
  "하지만 내일 아침에 바로 도시를 떠나야 하는데, 그것만큼은 곤란해요."
  "그렇군요." 이에 리레아가 차분히 목소리를 낸 이후에 다시 내가 하는 여행의 회상에 대해 물음을 건네었다, 무엇을 위한 회상을 하느냐는 물음, 그 물음에 나는 집으로 돌아간 이후에 기억하고 있는 모든 일에 대한 기록이라도 남겨, 12 일부터 일어났던 일을 계속 기억하기 위한 일임을 밝혔다. 그러자 놀라면서 나에게 있었던 일을 한 번에 정리해 기록으로 남기는 일은 쉽지 않은 일이라는 언급을 한 다음에,
  "그래도 혼자서만 하시는 것은 어려운 일일 텐데, 혹시 12 일부터 겪으셨던 일을 함께 하신 분이 계세요? 그 분이 계신다면, 그리고 그 기억을 당신처럼 잊지 않으려 하실 수 있으신 분이시라면, 큰 도움이 될 텐데."
  라는 내가 겪은 일에 대해 나와 같은 일을 겪은 사람이 있는지에 대해 묻는 목소리를 내었다. 그러자 나는 샤리에나가 있음을 밝히고서 자신이 일을 겪을 때마다 샤리에나가 소정령을 통해 나의 모습을 관찰하고 있었던 때가 있었음을 밝히고서 그러면서 자신을 관찰하고 있으면서 자신의 행동에 대한 기록을 남길 수 있다면 정말 큰 도움이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언급을 하였다.
  "다행이네요, 그런 분이 혹시 계시지 않으시면 혼자 모든 것을 기억하시느라 심적으로 부담이 무척 클 것이라 생각하고 있었는데."
  "혼자서 모든 기억을 품으시고 집으로 돌아가 회고록을 쓰는 분도 계시잖아요, 저는 그것에 비하면 대단하다고 말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에요."
  그 말에 내가 밝게 목소리를 내어 그렇게 화답을 한 이후에 그 일에 대해서는 너무 걱정하지 말아줄 것을 당부하는 목소리를 내었다. 그러자 리레아는 알았다고 화답을 한 다음에 자신은 수영을 위해 들어가겠음을 알린 다음에 곧바로 선착장의 가장자리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 때, 내가 그런 그의 모습을 보면서 다음날 아침에 바로 출발할 텐데, 옷이 젖어도 괜찮겠느냐고 묻자, 그가 밝게 목소리를 내면서,
  "괜찮아요, 새벽까지 옷을 말리면 되니까."
  라고 답을 하고서 뛰어오르는 듯이 바다를 향해 뛰어들기 시작하였다. 이어서 그는 한 바퀴 공중제비를 돌더니 두 팔을 내린 채, 머리부터 수면에 맞닿도록 하고서, 수면 아래로 하얀 물보라를 일으켜 고요하던 밤의 바다에 잠시 파란을 일으키면서 물 속으로 모습을 감추었다, 그리고 그가 물 안으로 완전히 들어갔을 무렵, 고요하던 바닷물이 지금껏 일어난 물보라와 파란의 흔적이 남아 계속 동심원을 그려내면서 흔들리고 있었다.

  그렇게 한 사람이 나의 곁을 떠나간 이후, 나는 선착장에서 일어나 그 인근의 해안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잠시 후, 나는 허리를 굽히고 오른쪽부터 신을 벗은 다음에 두 신을 한 번에 오른손으로 쥐면서 해안을 걷기 시작하였다. 그러면서 해안으로 밀려오는 바닷물이 발을 적시도록 할 무렵, 나의 등 뒤에서부터 크세비아가 나의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가 들려왔고, 이어서 "여기 계셨군요!" 라고 외치는 샤리에나의 목소리가 귓가에 울리고 있었다. 그 이후, 나는 크세비아의 밖에서 무슨 일을 하고 있느냐고 묻는 목소리를 듣자마자 그 목소리에 반응하는 듯이 목소리가 들려온 방향으로 돌아서며 발걸음을 멈추어,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의 모습을 가만히 보려 하였다.
  그리고 잠시 후, 나는 크세비아와 어깨끈이 달려 있으며 치맛단이 짧은 것으로서 투명한 하얀 천으로 만들어진 듯해 보이는 얇은 드레스 하나만을 몸에 걸치고, 발을 샌들로 감싼 채, 해안을 걷고 있는 샤리에나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투명한 천으로 만들어진 옷차림이 마치 수영을 하기 위해 온 듯해 보이는 느낌을 주고 있어서, 그 모습을 보자마자 내가 그 옷차림을 한 샤리에나의 모습을 보면서 다급히 물었다.
  "샤리에나 양, 수영이라도 하시기 위해 그런 옷차림을 하시고 나오신 거예요?"
  "예, 안 되는 거예요, 밤중에라도 이렇게 수영하는 것."
  그러자 샤리에나는 눈을 크게 뜨면서 자신이 무언가 잘못된 행동을 모르고 한 듯이 놀라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이에 나는 그렇지는 않지만, 내일 아침에 다시 여행을 떠나야 하는데, 옷을 바닷물에 젖게 해도 괜찮은지에 대해 알고 싶었을 따름이라고 이전에 말을 건넨 일에 대한 변을 놓았다. 이에 샤리에나는 비로소 평온해진 모습을 다시 보이면서 그런 나에게,
  "잠시 수영을 하다가, 돌아와 옷을 말리면 되리라고 생각했어요. 리레아 양께서도 수영을 위해 나서시면서 잠깐이라도 수영을 하기 위해서는 수영을 위한 옷이 필요하다고 말씀하셔서 목욕을 마치자마자 이렇게 옷을 갈아입고 나온 거예요, 더욱이 옷은 물에 잘 씻은 다음에 옷걸이에 잘 걸어놓기만 해도 된다는 말씀을 레야라 양께서 하신 바도 있어서 괜찮으리라 생각했어요."
  라는 수영에 대한 언급을 하였다. 그리고 나도 수영을 위해 나서보지 않겠느냐고 물었지만, 나는 수영에 대해서는 큰 생각이 없다고 답을 한 다음에, 그 이유가 무엇인지를 바로 밝혔다.
  "저는 수영보다는 바다를 바라보는 일을 더 하고 싶어서 그래요."
  그러자 샤리에나는 수영이라도 같이 했으면 좋겠는데, 자신이 무리한 요구를 한 것 같아 미안하게 되었다는 언급을 하고서 잠시 후에 발걸음을 돌려 몇 걸음 더 나아간 다음에 바다로 뛰어들기 시작, 이어서 크세비아가 해수면 상공에 머무르며 그런 샤리에나의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려 하였다. 그러는 동안 나는 그렇게 바다로 들어가는 샤리에나를 지켜보는 크세비아로 시선을 향하면서 본래 그와 친분이 있었을 이에 대한 혼잣말을 하였다.
  '도로시아 양께서는 지금 잠들고 계시려나, 아니면 운동에 소질이 없으셔서 못 나오시는 것은 아닐까.'
  그 이후, 나는 해안가에 조용히 앉고, 신발을 나의 왼쪽 곁에 내려놓은 이후에 끊임없이 요동하면서 검은 물결을 드러내는 바다의 모습과 모래밭으로 시선을 향한 채, 지금까지 이어진 사념의 정리를 이어가고 있었다. 한 동안 한 사람씩 대화를 이어간 이후, 이상하게도 사념의 정리가 이전보다 더욱 잘 되어서 금방 지금까지 있었던 일을 회고록으로 남길 수 있는 수준까지 지금까지의 생각에 대한 정리를 할 수 있었다.
  '그래, 이 정도면 충분히 정리가 된 거야, 그 기억이 지금까지 잘 이어질 수 있으면 좋을 텐데.'
  그러면서 나는 그렇게 정리해 둔 기억들을 잘 간직할 수 있도록 주문의 영창을 개시, 본래는 주문을 기억해야 할 기억의 영역에 그 기억들이 들어가도록 하였다. 물론, 그것만으로 회고록을 쓰기에는 곤란하였기에, 기억의 한 곳에 보관한 지금까지 있었던 일에 대한 기억들을 나중에 꺼내어 샤리에나와 함께 그에 대한 논의를 몇 번 정도 할 기회를 당장에는 아니겠지만 언젠가 반드시 마련하기로 결심하였다-에르시아와 함께 할 수도 있었지만, 에르시아는 나보다 경험이 많기는 해도, 기억이나 기록의 정리에 대해서는 크게 능하거나 한 이는 아니어서, 좋은 성과가 나올 리 만무하였다.-.

  그렇게 바다에 머무르는 동안 나는 오른 다리를 두 손으로 안고, 왼쪽 다리를 뻗는 자세를 취하고 있으면서-기존의 자세가 불편해졌기 때문이었다- 바다의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기만 하고 있었다. 그러는데 그 때, 나의 우측에서부터 사람이 다가온 듯한 느낌이 들어 그 방향을 향해 고개를 돌렸고, 그것을 통해 나의 우측 곁으로 도로시아가 다가온 이후에 허리를 굽힌 채, 나를 바라보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러다가 신발의 상태를 보기 위해 고개를 돌려 신발을 놓아둔 곳으로 시선을 향하였고, 그러면서 아직 신발이 올려놓은 그대로 무사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면서 두 무릎을 세우고 발을 앞으로 향한 채, 앉아 있으면서 무릎 위에 두 팔을 올려놓고서 해변으로 밀려오는 물의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려 하였다.
  그렇게 잠시 파도가 일어나 해안으로 올라와 부서지면서 이루어내는 물의 무늬를 감상하고 있는 동안, 문득 한 가지의 기억이 떠올라 왔다. 바로 몇 시간 전에 다시 만난 요정의 여왕 레넨티아가 새로운 옷차림을 한 도로시아에 대해 여왕답다고 여기었던 일의 기억.
  "원래는 그 분께서도 평범한 여자아이였겠지? 그러다가 양친 몰래 요정의 나라로 나아간 일이 계기가 되어 인간으로서 요정들을 다스리는 여왕이 된다면, 양친께서는 무슨 생각을 하시게 되려나."
  그러면서 나는 미소를 지었다, 이미 이 세상을 떠났겠지만, 다른 세상의 어딘가에서 지켜보고 있던 딸이 자신들이 모르는 사이에 자신들이 모르는 세상의 지도자가 되어 있다니, 잘 모르겠지만, 그들에게는 놀랄 일임에는 분명해 보였다. 물론 여왕이 되는 일은 영광된 일이겠지만, 부모들이 이해하지 못하면 큰 기쁨이 아닐 수도 있을 노릇이었기에 도로시아가 행여 요정들의 왕이 되어, 부모를 만나게 된다면 그 일에 대해 어떻게든 좋게 말을 해 주어야 할 필요는 분명히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도 크게 걱정하거나 우려하지는 않으리라, 어떤 전쟁 신의 하수인으로서 비정한 전사가 되는 것도 아니고, 악마가 되는 것은 더욱 아니지 않은가! 그리고 자신의 자식들과 같아진 요정들이 즐거워하는 모습을 본다면 그들이 모진 부모라 할지라도 마음이 누그러지지 않을 수가 없으리라.
  그러면서 기대를 하다가, 문득 도로시아에게도 친구가 있을 것이라 생각하면서 혹시 친구들과 헤어지는 것은 아닌가, 라는 생각을 하면서 도로시아에게 어떤 친구가 있는지에 대해 한 번 정도는 물음을 건네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 무렵, 그런 나의 뒤에서부터 한 소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를 부르는 듯한 목소리. 이에 내가 고개를 돌린 다음에 누구냐고 물으면서 나를 부른 사람의 모습을 가만히 보려 하였다.
  하얀 망토를 둘러쓰고, 접시 모양과 비슷하며, 약간 높은 모양새를 가진 초록색 모자를 등까지 내려가는 연두색 머리카락을 가진 머리에 쓰고 있는 이로서, 초록색을 띠는 소매가 없고 치맛단이 짧아 다리를 전부 드러내는 옷을 입고, 연녹색 허리띠를 두르고 있었다.
  자신의 연두색을 띠는 긴 머리카락이 항구에서부터 불어오는 바람에 흩날리고 있는 동안, 소녀는 활을 오른손에 들고 있는 채, 나를 가만히 바라보고 있었으며, 그러면서 환하게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 이후, 소녀는 나의 우측 곁으로 다가간 다음에 나에게 시선을 향하며 밝게 목소리를 내어 "안녕하세요, 좋은 밤이네요." 라고 밤 인사말을 건넨 다음에 나를 향해 앉으려 하면서 나에게 부탁의 뜻을 드러내려 하는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앉아도 될까요?"
  이에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앉으세요." 라고 화답을 하여 그가 내 곁에 앉기를 허락하였다. 그가 나에게 위협적인 존재가 되지 않으리라는 믿음에 의한 일이었다.
  그와 함께 바닷가에 앉아 있으면서 나는 그로부터 그에 대한 여러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파라일라 출신이었지만, 세니티아의 언어를 나름 잘 말하고 있던 소녀. 그의 이름은 아니스(Anis) 이며, 파라일라의 공주들을 구출하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나선 이였다. 아니스는 혹시 도로시아와 크세비아라는 이름을 가지는 여자아이들을 본 적이 있느냐고 물은 다음에 내가 그렇다고 답을 하자, 미소를 지으면서 "역시, 알고 계셨군요." 라는 답을 하고서, 그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가려 하였다.
  "같은 마을에 살던 아이였어요, 호기심이 많고, 의외로 활발하기도 한 아이였는데."
  해안가에 오른 다리를 굽히고, 왼쪽 다리는 앞으로 뻗은 자세로 앉아 있으면서 그에 대한 언급을 하는 아니스. 그 이후, 그는 어렸을 적에 시아란(Siaran) 과 함께 놀며 지내던 사이임을 밝히고서 도로시(Dorothy) 라는 애칭으로 칭하고는 하였음을 밝히기도 하였다. 그리고 사정으로 인해 시아란과 헤어진 이후에는 유일무이한 오랜 친구로서 요정의 나라로 그가 몰래 나아갈 때, 도와주기도 했음을 밝혔다.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과연 도로시아에게도 친구는 있었구나, 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그가 몰래 요정의 나라로 나아가는데 아니스라는 이름을 가진 이의 도움도 있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 이후, 그는 나에게 도로시아의 행방에 대해 물었고, 이에 내가 바로 답을 해 주었다.
  "지금 제 일행에 속해 있으면서 파라일라로 돌아갈 준비를 하고 있어요, 꽃의 나라를 되살리기 위한 일이에요."
  "파라일라로요?" 이에 아니스가 놀라면서 그렇게 물음을 건네었고, 이에 내가 그렇다는 답을 하면서 밝게 목소리를 내어 꽃의 나라를 되살리려 하는 소망이 비교적 강하다는 언급을 하였다. 그 이야기를 듣고서, 아니스는 조용히 미소를 지으며 "그렇군요." 라는 말을 한 다음에 그에 대한 혼잣말을 조용히 이었다.
  '이 곳과 같은 안전한 곳에서 오랫동안 머무르고 있었으면 하는 것이 나의 소망이었는데.......'
  그리고 꼭 그는 사명감이다 뭐다 해서 위험한 일을 자청하는 경향을 한 번씩 가진다는 이야기를 하고서 그에 대한 걱정의 심정을 드러내면서 말하였다.
  "그런 일이 있으면 나에게라도 도움을 청하지, 왜 그런 일을 자기 혼자 떠맡아서......."
  그 이후, 그는 조용히 한숨을 내쉬며 그래서인지 그가 어쩌면 '꽃의 여왕' 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항시 하고는 한다는 이야기를 하고서, 자신이 모든 고통을 짊어지는 마음은 '지도자의 마음가짐' 이라는 이야기를 들어, 그런 생각을 항시 하고는 했음을 밝히기도 하였다. 그리고 조용히 한숨을 내쉬면서,
  "그 가녀린 아이가 요정들을 잘 보살필 수는 있으려나."
  라는 말을 건네기도 하였다. 그러는 동안 나는 문득 도로시아가 요정의 여왕으로서 그 자질을 가지고 있는 듯해 보인 모습을 보인 기억을 상기하면서 그에 대한 이야기를 아니스에게 하였고, 이에 아니스가 놀라며 "정말이에요?" 라고 물은 다음에, 바다로 시선을 향한 채, 요정의 여왕 자리를 맡는 것에 대한 걱정이 조금은 덜어졌는지, 이전에 비해 밝아진 목소리를 내며 말하였다.
  "그래도 그 정도라면 요정들과 새 보금자리에서 잘 지낼 수는 있겠네요."
  그 이야기를 들으며 나는 이야기를 몇 번만 들었다 할지라도 아니스가 도로시아에 대해 무언가 애정과 비슷한 감정을 갖고 있으리라 생각하면서 그에게 도로시아에 대해 어떤 감정을 가지고 있는지 알고 싶다는 이야기를 하였다. 그러자 미소를 지으며 그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아니스.
  "말씀드린 대로, 시아란이 떠나간 이후, 저에게는 가장 소중한 사람이었어요. 그러하였으니, 요정의 나라로 몰래 나아가는 일을 도와주기까지 했었지요."
  그리고 세니티아로 그가 떠나갔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소중한 인연의 마지막을 잃을까봐 무척 걱정했는데, 나와 함께 잘 지내고 있다니 다행이라는 이야기를 하면서 조용히 미소를 지었다.

  그 이후, 그는 간만에 보는 바다인지 밤에 보는 풍경이라도 계속 보고 싶다는 말을 하고서 떠나고 싶다면 바로 떠나줄 것을 부탁한 다음에 인사는 필요 없음을 덧붙였다. 그 모습을 보면서 나는 그가 오랫동안 여행을 해 왔음을 알아차린 다음에 그가 언제부터 여행을 해 왔으며, 처음부터 지금 보는 것과 같은 옷차림을 하고 있었는지에 대해 알고 싶어졌다. 그러면서 우선 그가 얼마나 오랫동안 여행을 했는지에 대해서부터 물으며 대화를 이어갔다.
  "언제부터 여행을 해 오셨지요? 바다를 한 두 번 정도는 보신 듯해 보이는데."
  "3 년 됐어요, 마을이 위험에 처하면서 도로시아와 헤어져 마을을 떠났을 때가 지금으로부터 3 년 전이었으니."
  그리고 처음에는 자신도 여느 마을 사람들과 비슷하게 한 때는 앞치마도 두르고, 도로시아처럼 가벼운 옷차림도 하고, 가끔은 드레스를 입기도 하였으나, 오랫동안 활을 들고 여행을 하다 보니, 여행에 맞게 옷차림을 하게 되었음을 밝히기도 하였다.
  "활은 언제부터 잡으신 거예요?"
  "2 년 전이요, 우연히 발견한 활을 발견해 그것이라도 잡으면서 생존을 위해 나서자고 마음을 먹은 거예요."
  이어서 내가 건넨 물음에 그렇게 답을 하는 아니스. 그 이후, 그는 자신의 소원이 있다면 공주들을 구출하고, 공주들, 그리고 도로시아와 함께 어느 곳이라도 좋으니 평범한 여인으로서 삶을 살아가는 것임을 밝혔다. 공주와 함께 지내고 싶다는 그 말을 듣고서, 나는 놀란 채로 그에게 물었다.
  "공주와 함께 지내고 싶다고요? 공주라면, 나라의 상징과도 같은 존재이니, 그 일은 마음대로 하시지 못할 텐데. 혹시, 공주 되시는 분과 인연을 맺고 계신 거예요!?"
  그러자 그는 쓴웃음을 지으며 바로 답을 하였다.
  "전에 시아란이라는 이름을 제가 언급한 적이 있지요? 그 여자아이가 파라일라의 작은 공주였어요, 그것도 모른 채, 큰 도시로 나아가니 다시 못 볼지도 모른다고 그 아이가 말하기에, 처음에는 도시의 큰 친척 집에 가는 정도이기에 어떻게든 다시 만날 수 있으리라 생각했는데."
  그 이후, 그는 나라가 바르코스에 의해 파멸될 당시에 겨우 한 번 만났음을 밝혔고, 그 이후에 언니인 '아라사(Arasa)' 와 함께 궁성에 남아 있게 되어 결국 다시 만나지 못했음을 밝혔다. 이에 내가 놀라면서 두 공주들이 왜 남아 있으려 하였는지에 대해 알고 있느냐고 묻자, 그가 답으로써 한 가지 이야기를 하였다.
  "적어도 파라일라의 민중들이나마 조금은 지켜내기 위한 일이었대요."
  그리고서 궁성을 점거한 바르코스의 군단이 파라일라의 공주들을 바치지 않으면 수도 근방의 민중을 학살하겠다는 협박 통지문이 왔던 적이 있음을 밝혔고, 결국 할 수 없이 공주들이 자신들의 희생을 각오하면서 민중을 지켜내기로 마음 속으로 결정을 내렸다는 이야기를 하였다. 그리고, 이전에 비해 어두워진 목소리를 내며,
  "저도 처음에는 말렸어요. 하지만, 자신들의 목숨이 중요한지, 그리고 민중의 목숨이 중요한지에 대한 이야기까지 하니, 저도 어찌하지는 못하겠더군요."
  라는 말을 한 이후에 비통함의 감정까지 드러내면서 "그래서, 그들의 결정을 받아들인 거예요, 저도." 라는 말을 건네었다. 그리고 하늘을 향한 채, 깊이 한숨을 내쉬며 아니스는 그 궁성에 남은 아름다운 공주들이 바르코스 군단에 노출된 이후, 어떤 지경에 놓였는지는 분명히 알 수 있지 않겠느냐고 물은 다음에, 시아란의 어렸을 적, 순수했던 모습을 상기하면서 후회하고 있음을 밝혔다.
  "한 때는 순수했던 아이였는데, 왜 제가 그랬는지 모르겠어요. 그 결정을 끝까지 말렸어야 했는데......."
  그리고 조용히 고개를 숙이는 아니스. 그 이후, 그는 슬퍼하는 표정을 짓는 채, 다른 말을 잇지 않으려 하였다. 이에 나는 더 이상 그의 곁에 머무를 상황이 못 된다고 판단을 내리고서 자리에서 일어난 다음에 그를 내려다보는 채, 간단히 작별 인사를 하고서 그가 앉은 곳을 떠나가려 하였다. 그 이후, 아니스가 조용히 답례를 하는 모습을 보고서, 나는 해안의 다른 곳으로 나아가려 하였다.
  세상을 살다 보면 어쩔 수 없이 결정을 내릴 때가 있다. 하지만 다른 방도가 없는 결정이라 할지라도, 한 이후에 후회를 하는 경우가 있다, 분명 그것으로 인해 소중한 것을 잃었기 때문이리라.

  그렇게 해안을 떠나간 이후, 나는 라넬리스 인근의 해안만이 아닌 다른 곳의 모습도 한 번씩 보기로 마음을 먹고, 자리에서 일어나 선착장에 이르면서 발의 모래를 털어 낸 다음에 다시 신을 신고 선착장 위로 오르고, 이어서 동쪽 거리의 큰 길을 따라 걸어가기 시작하였다.
  거리에 이를 무렵, 나는 길의 우측에 보이는 집들 중 한 곳이 등불을 밝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 모습을 보자마자 다가간 이후, 나는 현관문을 향해 돌아서고, 그와 함께 나의 눈앞으로 문의 간판으로 추정되는 나무로 만들어진 그림이 문에 붙어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하얀 바탕에 그려진 파란 꽃병의 모습. 그 병의 모습을 보면서 나는 그 곳이 어떤 곳인지 바로 짐작해 낸 이후에 곧바로 그 문의 좌측 곁에 자리잡고 있는 창가로 다가가, 그 창가 너머로 보이는 광경을 보았다.
  그 창가 너머의 우측에 보이는 공간에는 파란색을 띠는 결정들과 수정 조각들을 곁에 두고, 수정 조각을 빛으로 이루어진 짤막한 칼날로 깎아내고 있는 이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수정을 눈에 가까이 대며, 밤이 된 줄을 모르는 채, 날을 세운 눈매를 보이는 채로 짧고 길쭉한 기둥을 만들어 내는 이, 그는 소매 없는 하얀 상의를 입은 모습을 보이는 채, 기둥의 밑면에 칼을 때며 무언가를 새겨 넣고 있었다.
  '도장을 깎고 있는 사람이겠구나.'
  서명이 일반적인 아르나이 일대와 달리 라넬리스에서는 도장을 사용하는 경우가 있다, 사용을 위해서는 잉크가 따로 필요하기는 하지만, 품격이 있어 보이기에 드물지 않게 이용된다고 한다. 나무부터 원소 결정까지 여러 종류의 소재가 있으며, 개중에는 벽옥으로 만들어진 거대한 도장이 있어서, 기원전 10 세기 경에 옛 왕이 도장으로 활용했다는 이야기가 있지만, 그것의 모습을 실제로 보지는 못했다.
  창가에서 관련된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다는 생각도 해 봤지만, 결국 포기했다. 행여 작업에 집중하는데 방해가 되면 오히려 민폐가 되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도장을 만드는 사람의 집을 지나간 이후, 나는 그에 이어 활동을 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한 번씩 바라보며 거리를 돌았다. 그러다가 인근의 마을에서 얻어온 과일, 채소 등을 파는 가게에서 가게를 운영하는 이로부터 인사를 듣고 가게의 사정에 대한 이야기를 듣기도 하였다.
  발목까지 내려가는 치맛단과 팔목까지 내려가는 감색 원피스를 입고, 하얀 앞치마를 두르고 있는 모습을 보이는 이로서 무릎 높이까지 내려갈 긴 청록빛 머리카락의 중간 부분을 묶고, 그 아래쪽의 부분을 땋은 그 여성은 가게가 진열된 공간을 바라보다가 가게 안으로 들어간 나를 보며 처음에는 물건을 사지 못하는 나의 모습에 아쉬워하면서도 간만에 서방의 먼 곳에서 온 이의 모습을 보면서 무척 반가웠는지 나를 붙잡고 계속 이야기를 한 것이었다.
  이어서 그는 마을의 자신이 아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하였고, 그 중에는 이전에 내가 만났던 도장을 만드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도 있었다. 본래는 온화하고 차분한 사람이지만, 작업에 집중할 때 함부로 건드리는 것은 위험하다고 밝히는 여성. 이에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채, 가슴에 오른손을 올리며 놀랐던 심장을 진정시키려 하는데, 그 때 여성이 그런 나의 모습을 보고 눈을 크게 뜨며 물었다.
  "혹시 그 분과 만나셨나요?"
  "아니오, 직접 만나지는 못했어요." 이에 나는 당황하면서 그렇게 답을 한 다음에 그에 대한 대화를 얼버무리는 듯이 마쳤다.
  그렇게 마을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듣다가, 그에 이어 그 여성으로부터 라넬리스 거리의 공연 행사에 대한 이야기를 듣기도 하였으며, 그것에 대한 흥미를 느끼기도 하였으나, 불행히도 공연이 있을 때까지 기다릴 수는 없었던지라 공연에 대한 이야기만 들어야 했다-공연 행사일이 6 월 30 일에 있었다. 그 날을 위해 2 주 동안 기다릴 수만은 없는 노릇이었다, 더욱이 나는 여행을 위해 온 것이 아니라, 하나의 일을 위해 온 사람이었으니까.-.
  그렇게 밤거리 순회까지 마치고서 나는 다시 선착장 일대로 돌아왔고, 그러면서 배가 들어오는 때를 대비하는 듯해 보이는 물의 정령들이 거대한 나무 상자들을 옮기는 광경을 볼 수 있었다. 손에 하얀 장갑을 끼며 상자들을 옮기는 사람들. 그 모습을 보다가 휴식을 취하던 이와 잠시 대화를 하면서 13 일 즈음에 있었던 사태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어깨 부근까지 내려가는 소매를 가진 하얀 셔츠와 다리를 전부 드러내는 푸른 바지로 이루어진 가볍고 폭이 넓은 옷차림을 하고 있던 이로서, 등까지 내려가는 엷은 청록빛 머리카락을 갖니 소녀의 모습을 가진 이. 그는 그 일에 대해 특별히 다른 이들에게 이야기를 하지 못해, 다른 이들에게 묻기라도 해서 그 심정에 대한 생각을 들어주기를 바란다는 언급을 하기도 하였다. 그러자 나는 무언가 일을 겪어도, 그에 대해 이야기를 풀어놓지 못하는 심정을 이해하려 하면서 그의 이야기를 들어주었다.
  그 이후, 도시의 파멸을 각오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와 더불어 그런 상황 하에서 결국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아 다행이라는 말이 밝은 목소리와 함께 이어지고 있었다. 그에 이어 그는 바르코스라는 이름을 가진 나라의 군단에 대해 왜 도망을 갔는지, 평화로워진 이제, 그것이 궁금해졌다고 말한 다음에,
  "누가 그 바르코스 인들을 만나 이유를 알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기도 하는데...... 저를 비롯한 선착장의 수비를 맡는 이들이 그들을 쫓고 싶었지만, 모르는 사이에 바르코스 군단이 퇴각해 버려 그렇게 할 수 없는 상황이 참 아쉽게 여기어졌어요."
  라고 아쉬워하는 목소리를 내었다. 이에 대해서는 결국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이어지는 그의 이야기를 가만히 듣기만 하고 있었다. 그러는 동안 선착장의 일들에 대한 이야기를 몇 차례 들으며, 직접 체험하지 못하는 선착장의 일에 대한 경험을 간접적으로나마 가질 수 있었다.
  그렇게 이야기를 듣는데, 갑자기 나의 등뒤에서부터 개의 우렁찬 목소리가 들려오고, 이에 내가 뒤쪽으로 돌아서서 하얀 털을 가진 거대한 개 한 마리가 나를 경계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면서 짖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처음에는 나를 경계하는 듯해 보여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는데, 갑자기 그 개가 나를 향해 달려들려 하자, 결국 나는 위험한 상황이 왔다고 판단을 내리면서 재빨리 선착장을 벗어나 거리의 동쪽으로 뛰어갔다.
  그 이후, 개가 한 동안 나를 뒤쫓고 있었는지, 개가 짖는 소리가 계속 들려왔지만, 어느 정도 거리의 큰 길을 따라 뛰어가자, 결국 소리가 들려오지 않게 되면서 나는 위험에서 벗어났다고 판단을 내리며, 길의 가장자리 부분에 위치한 가로등을 왼손으로 잡은 채, 허리를 굽히고, 고개를 떨군 채, 거칠게 숨을 내쉬며 잠시 쉬었다, 갑작스럽게 뛰게 되어 숨이 급격히 차 오른 탓이었다.


다음 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