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너머로 보이는 공간, 왼편에는 철제 상자들이 나란히 결합되어 있는 형태를 이루는 거대한 물체가 서 있었으며, 오른편에는 금속으로 만들어진 바탕에 솜털로 만들어진 네모난 매트리스가 놓여진 구조를 이루고 있는 침대 하나가 자리잡고 있었다. 그리고 옷 갈아입을 때, 앉거나 자기 위해 있는 물건 같아 보이는 상자와 침대 사이에는 작은 원탁이 하나 자리잡고 있었으며 그 중앙에는 종이로 만들어진 것처럼 보이는 네모난 상자가 뚜껑이 덮인 채, 자리를 잡고 있었다.
  방 안에 있는 세 물체들의 모습을 그렇게 한 번씩 본 이후, 다시 침대의 모습을 볼 무렵, 남성은 나갈 것임을 알리는 말을 건네었다.
  "아가씨가 옷을 갈아입어야 하니, 나는 일단 나간다. 옷을 다 갈아입으면 알려."
  "예." 이에 나는 알았다고 화답한 다음에 그가 밖으로 나간 다음에 문을 닫고 있음을 확인한 다음에야 구두를 바닥에 올려놓은 이후에 옷을 하나씩 펼쳐, 침대 위에 올려놓았다. 그리고 잠시 후, 나는 하얀색을 띠는 옷이 블라우스이며, 파란색을 띠는 옷은 치마임을 침대 위에 두 벌의 옷을 올려놓으면서 알 수 있었다.
  블라우스의 목깃은 하얀색을 띠고 있으며 그 아래로 파란색을 띠는 보석이 박힌 은으로 만들어진 브로치가 달려 있었다. 그리고 단추를 잠그는 부분은 양 옆은 물결 모양의 장식을 이루고 있어 단순해 보일 수 있는 블라우스를 나름 화려하게 꾸며주기도 했다. 치마는 리아레안의 것과 달리 펼쳐져 있었으며 나팔 모양에 치맛단으로 가까이 다가갈 수록 폭이 아주 커지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었다.
  그리고 옷을 받을 때에는 알지 못했지만, 두 옷 사이에는 옷과 같이 입어야 하는 소품이 있었다. 허리에 매기 위해 있는 하늘색 천으로 만들어진 허리띠와 양말처럼 신을 수 있으나, 길이가 길어 무릎 위까지 올라갈 법한 하늘색을 띠고 반투명한 천이 바로 그것들.
  모습 자체는 단순했지만 그래도 여성적인 아름다움을 준다고 여기어지는 그 물건. 그 치맛단의 길이는 나의 무릎 높이보다 조금 더 높은 정도였기에 그 옷을 입으면서 내가 일으킬 수 있는 문제는 많지 않으리라고 판단을 내리면서 우선 상의부터 벗기 시작하였다.
  상의를 벗어 침대 위에 올려놓은 이후에 곧바로 허리를 굽히면서 두 손으로 치마를 내려 왼쪽 다리부터 들어 올리면서 치마를 벗어, 침대 위에 올려놓고서 하얀 속옷만 남겼다. 나는 중앙의 탁자로 시선을 향한 다음에 허리를 약간 굽혀 그 상자의 뚜껑을 왼손으로 열고, 그 안에 무엇이 들어있는지를 보려 하였다. 그리고 잠시 후, 나는 그 안에 수없이 많은 열쇠들이 들어 있었으며, 그 열쇠의 뒤쪽에 위치한 구멍을 통해 고리에 매달린 네모난 장식에 번호가 붙어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상자를 내려놓은 후, 나는 철제 상자들이 나란히 붙어있는 형상을 보이는 거대한 물체를 향해 돌아선 이후, 왼손을 허리에 올린 채, 상자의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려 하였다. 그리고 잠시 후, 나는 상자의 문 왼쪽에 자리잡은 문 손잡이, 그 위에 하나씩 번호가 적힌 판이 붙어있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고, 그러면서 특정한 번호를 가지는 문을 같은 번호를 가지는 열쇠로 열 수 있음을 바로 확인한 다음에 어느 문을 열쇠로 열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러면서 거대한 물체의 어느 부분을 이용할까, 라는 생각을 잠시 하다가, 10 번이라 쓰여진 문이 붙은 부분을 이용하기로 결정을 내리고서 손을 내린 다음에 종이 상자를 향해 다시 돌아섰다.
  그 이후, 10 번이라 쓰여진 판이 달린 열쇠를 찾으려 하였으나, 10 번이라 쓰여진 판이 달린 열쇠는 상자 안에는 없었다. 누군가가 그 부분을 사용하면서 열쇠를 가져갔기 때문일 텐데, 그래서 다른 부분을 이용하기로 마음을 먹고 11 번을 선택, 11 이라 쓰여진 판이 달린 열쇠를 상자 안에서 찾아내, 거대한 물체의 11 번이라 쓰여진 문이 자리잡은 곳에 이르렀고, 이어서 문의 손잡이 바로 옆에 위치한 열쇠 구멍에 열쇠를 넣고 그것을 반시계 방향으로 돌려, 자물쇠가 돌아가는 소리를 듣자마자 문을 열려 하였다.
  '처음에는 문을 열어놓는구나.' 하지만 반시계 방향으로 돌려, 자물쇠가 돌아가는 소리가 들린 이후, 문이 잠겼음을 확인한 나는 다시 열쇠를 시계 방향으로 돌려 자물쇠 돌아가는 소리를 낸 이후에 그 문을 열어, 빈 공간이 그 모습을 드러내도록 하였다.
  그 이후, 나는 열쇠를 열쇠 구멍 안에 꽂아 넣은 채로 침대를 향해 다가가 침대에 올려놓았던 옷을 하나씩 가지런히 접어 치마부터 넣어놓고, 그 다음에 상의를 넣고서 다시 문을 닫고 열쇠를 돌려 문을 잠갔다. 그리고 열쇠를 종이 상자 바로 앞에 올려놓은 다음에 침대에 올려놓았던 블라우스의 어깨 부분을 두 손으로 들면서 그 모습으로 시선을 향한 채, 말하였다.
  '이제 이 옷을 입고, 밖으로 나가면 되겠지?' 그리고 나는 신발을 벗은 다음에 그것들을 거대한 물체의 내가 열어낸 부분 안에 넣어 놓고서, 오른발부터 하늘색을 띠는 투명한 천으로 감싸려 하였다. 그 천은 생각 외로 길게 늘어져 다리의 대부분을 감싸고, 허리 근처까지 올라갔다. 마지막 부분은 하얀색을 띠며 꽃무늬들이 그려져 있어서 나름 분위기가 있었다. 그렇게 두 다리를 천으로 감싼 이후에는 블라우스부터 입기 시작하였다. 다행스럽게도 단추는 잠그어지지 않아 바로 입을 수 있었다.
  옷을 걸치고 그 다음에 아래쪽부터 단추를 잠가 옷을 완전히 입은 후, 그에 이어 나팔 모양을 이루는 치마를 입은 다음에 허리의 하늘색 띠를 매었다. 띠는 뒤쪽에서 고정하는 방식이었으며 탈착시키는 수단이 있어 바로 맬 수 있었다. 그렇게 옷을 입은 후, 나는 신발을 하나씩 벗은 다음에 바닥에 올려놓았던 굽이 약간 높은 하늘색 구두를 신는 것으로 마무리를 지었고, 그 다음에 문을 닫고 열쇠를 돌려 자물쇠를 잠근 후, 열쇠를 치마의 오른쪽 주머니 안에 넣어 놓는 것으로써 옷 갈아입는 일을 마칠 수 있었다.
  블라우스와 치마, 그리고 다리를 감싸는 천과 구두로 이루어진 옷차림. 일생 동안 처음으로 입어보는 옷차림이었다. 더욱이 한 장의 천으로 이루어져 있는 옷을 입는 일에 익숙했던지라 이와 같은 옷을 입는 일은 나에게는 정말로 낯선 일이었다. 옷을 입은 느낌 자체는 생각 외로 갑갑하지는 않았으나-오히려 내가 겨울에 입는 옷보다도 천 자체는 얇아서 그것에 비하면 입기가 편했다-, 다리를 감싸는 천과 발등이 높아지는 구두가 다소 불편한 느낌을 전해주고 있었다. 그래서 처음에는 빨리 벗고, 원래 옷으로 갈아입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으나, 결국 적응하다 보면 괜찮아질 것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참고 계속 입기로 했다.
  "옷 다 입었어요~." 그렇게 옷을 다 입어낸 이후, 나는 큰 목소리로 남성을 불렀고, 이에 문을 열며 남성이 나의 모습을 보기 시작하였다. 그 이후, 남성은 옷을 갈아입은 나의 모습을 보더니 팔짱을 끼는 채, 흡족해 하는 듯한 미소를 지으면서 나에게 말하였다.
  "확실히 귀여운 아가씨라 그런지 귀여운 옷차림이 어울리는군, 마음에 들어."
  그리고 나의 주변을 반시계 방향으로 원을 그리며 돌더니, 우선은 밖에 나가서 이야기를 하도록 하자는 말을 건네더니, 잠시 후에 침대 부근에 이르고서 주변 일대를 둘러보며 "정리는 잘 됐나?" 라고 물음을 건네었다. 그 이후, 그는 공간의 모습에 대해 특별히 문제가 없다고 판단을 내렸는지 "괜찮군." 이라는 말을 하고서 곧바로 남은 이야기는 방을 나서서 하도록 하자는 말을 하면서 먼저 공간을 나섰고, 이어서 나도 그 뒤를 따라 발걸음을 옮기었다. 그러는 동안 그가 손에 하늘색 가느다란 띠를 쥐고 있는 모습이 눈에 띄었는데, 그 남성이 그 띠를 가지고 나의 옷차림에 무언가를 더할 것 같아 보였다.

  "무릇 사람에게는 사람에게 어울리는 옷차림이 있어, 귀여운 사람에게는 귀여운 옷이 어울리고, 청순한 아가씨에게는 청초한 옷차림이 어울리며, 자연스러운 미를 가진 아가씨에게는 차분한 옷차림이 어울리는 법이야. 그리고 어른에게는 어른다운 매력이 있는 옷이 어울리는 법이야."
  길을 가면서 남성은 여성에게 어울리는 옷차림에 대해 그렇게 언급을 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었다. 그리고 꼭 그러한 옷차림을 해야만 하는 법칙이 있는 것은 아니나, 모습에 어울리는 옷을 입으면 본연의 아름다움에 또 다른 아름다움이 더해지지 않겠느냐는 말을 하고 있었다. 물론 나는 그 이야기에 대해 뭐라 말할 수 없었기에 그의 목소리를 가만히 듣기만 할 뿐, 다른 이야기는 하지 않고 있었다.
  그러다가 문득 내가 입은 옷이 리아레안, 루마에게 주어진 옷보다 훨씬 화려함에 대해 그 옷이 어떠한 옷인지에 대해 알고 싶다는 생각을 문득 하게 되었고, 그러면서 남성에게 우선 그가 옷을 어떻게 구했는지에 대한 물음부터 건네었다. 이에 남성은 "알고 싶나?" 라고 물었고, 이어서 내가 그 물음에 바로 알려달라고 부탁을 하자, 그는 차분한 목소리로 "알았다." 라는 답을 하였다. 그 이후, 그는 그 옷을 어떻게 구했는지, 그 경위에 대한 설명을 나에게 바로 하려 하였다.
  "옷가게에서 샀어, 꽤 비싼 옷이기는 한데, 생활비를 제한 봉급을 몇 달 치 모아서 구했지."
  그 이후, 그는 자신의 딸을 위해 샀던 옷임을 밝힌 다음에 리아레안이 입은 옷 역시 자신의 아내를 위해 마련해 준 옷이었음을 밝혔다. 그리고서 그는 이전에 나와 헤어진 두 사람의 존재를 언급하는 듯한 말을 하였다.
  "이전에 청록색 머리카락을 가진 두 아가씨들이 옷을 마련해 달라고 했는데, 그 때에도 딸을 위해 샀던 옷을 한 벌씩 주었지, 신사복, 숙녀복 하나씩 말야."
  그러면서 싱글벙글 웃는 목소리를 내는 남성. 그런데 이상했다, 딸을 위해 그리 많지도 않다는 봉급을 나눠가며 옷을 계속 사다주는 것도 좋지만, 딸을 위해 신사복을 살 필요가 있는지에 대한 의문을 품었다, 그 도시에서는 여성은 여성다운 옷차림을 하는 것이 일반적이었기에 사람들이 딸을 위해 옷을 사는 일을 두고 사람들이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었다, 그 의문을 품으며 물었다.
  "그런데, 아저씨, 딸을 위해 남자 옷을 사 주는 것, 사람들이 이상하게 여기지 않아요?"
  "아들에게 줄 옷이라 속이고 사는 거지, 뭐."
  이에 아무렇지 않은 듯이 답을 하는 남성. 그러자 내가 당황하며 "그래도 돼요?" 라고 물었고, 이에 남성은 그렇다고 답을 한 다음에 자신에게 아들이 없음을 아는 이는 세상에 몇 되지 않는다는 언급을 하였다. 그리고 공장 동료들조차 잘 모른다는 이야기도 곁들여서 하였다.
  나도 세니티아의 옛 시대에 존재했던 문명 속에서 사람들은 바로 옆 이웃의 사정조차 잘 모른다는 사실 정도는 알고 있었다. 하지만 설마 이 정도일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지 못했다. 1 년 넘게 함께 일하며 서로 대화하고 살다 보면 가족 사정은 어떻게든 나오게 되어 있지 않은가, 분명 그 남자는 자신의 외동딸-일지도 모른다-에 대한 이야기는 분명 했을 텐데, 그 공장의 사람들은 그 딸의 사정따위는 관심 없다고 생각했던 것일까, 아니면 '정말로' 그 딸에 대해 몰랐던 것일까.
  "정말 모르세요, 그 분들께서?"
  "음, 사람들이 죄다 일에만 관심을 가져서, 가족 일에 대해서는 아무도 관심 가지지 않으려 해. 뭐, 일이 워낙 고되고, 잘못하면 공장주에게 혼나기 때문에 어쩔 수 없기는 하지만. 물론, 나는 이 구역을 맡은 중간 관리직이라 괜찮기는 해. 공장주와도 이제는 친해져서 내가 이 구역의 직원 관리는 내가 직접 해 달라고 부탁하기도 하고."
  그 물음에 그 일에 대해 아무렇지 않다는 듯이 답을 하는 남성. 그 이후, 그는 일을 하기 위한 구역의 입구에 이르렀고, 그제서야 나는 문 바로 위에 붙은 시계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시계의 두 바늘은 내 예상과 달리 15 와 1 사이에 자리잡고 있었다-16 시였다, 아무래도 이 행성의 하루는 30 시간인 모양이다-.
  그렇게 문 앞에 이를 무렵, 남자가 잠깐만 멈춰 달라고 부탁한 다음에 나의 발 바로 앞에 앉았다. 그리고 자신이 손에 들고 있던 띠를 바닥에 놓더니 그 중 하나를 들고 발목에 매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전부 맨 이후에는 발목 뒤쪽을 리본으로 만들어 장식까지 하였다. 그 과정을 한 번씩 반복한 이후, 그는 다시 일어난 다음에 머리를 핀이 달린 리본으로 장식까지 한 다음에야 문을 열고 기계가 위치한 구역으로 돌아오게 되었다.

  "얘들아! 잠시 주목! 공주님께서 오셨다, 직접 봐라, 봐!!!"
  그 이후, 공장 기계 근처에서 식사를 하고 있었는지 손에 하나씩 빵과 우유가 들은 병을 들고 먹고 있는 사람들을 불러 자신을 바라보도록 하였고, 나는 그 남자의 안내를 받으며 그들 앞에서 내가 옷을 입은 모습을 보이게 되었다. 그 때, 그 모습을 직접 바라보던 젊은 남성이 내가 옷을 입은 모습을 보더니 감탄한 듯이 밝은 목소리로 나의 모습에 대한 언급을 하기 시작하였다.
  "귀엽네요, 옷과도 잘 어울리고. 아저씨 딸 아이도 이렇지는 않았던 것 같은데."
  "내 말이 맞다니까, 그러네, 이 아가씨가 얼마나 예쁜지 이제 알겠지?"
  그 때, 그 옆의 젊은 직원이 자신도 그 모습을 보기는 보았음을 밝히면서 자신은 내가 이전에 입었던 원래 옷차림이 더 좋은데, 왜 옷을 갈아 입혔느냐고 묻는 모습을 보였다. 물론 나는 당황했다, 나는 그저 시가지 사람들과 어울릴 수 있도록 옷을 마련했을 따름이었기 때문이었다.
  "처음 저 아이의 모습을 보았을 때에는, 요정이 세상에서 내려온 줄 알았어요, 그래서 혹시나 오늘은 저에게 무언가 좋은 일이 있으려나, 그런 생각도 했다니까요!"
  "그래서 여태껏 저 아가씨의 모습을 빠~안히 바라보기나 했던 거냐, 너는!"
  그 때 동료로 추정되는 젊은 직원이 그런 그에 대해 그렇게 말을 하더니, 참 대책이 없는 사람이라는 말을 건네었다. 그 무렵, 리아레안과 루마 역시 나를 향해 다가오더니 내가 옷을 갈아입은 모습을 보면서 놀라는 표정을 짓더니 이어서 루마가 나의 모습에 대한 말을 하였다.
  "이 분이 유네아 양이세요? 알아보지 못할 뻔했어요!"
  그러자 옷을 잘 입으니 나 역시 요정의 여왕 같아 보인다는 말을 건네고서 왠지 모르게 도시에 우연히 찾아온 철 모르는 공주 같아 보이기도 한다는 말도 하였다. 그러는 동안 나는 부끄러움으로 인해 얼굴이 달아오름을 느끼고 있는 채, 어찌할 줄 모르고 있었다. 그 때, 리아레안이 나를 보더니 나를 진정시키려 하면서 말하였다.
  "괜찮아요, 당신께서 여기서 유난히 화려한 옷차림을 한 것도 아니고, 다른 분들께서도 이렇게 옷차림을 하고 다니시는데, 문제 될 일은 없어요."
  그 이후, 리아레안은 도와주어서 고맙다는 말을 건넨 다음에 혹시 기회가 된다면 다시 만나러 오겠음을 밝히고서 나와 루마를 데리고 밖으로 나갔다. 그 이후, 루마가 앞장서고 내가 그 곁을 따르며 리아레안이 뒤를 따르는 대열을 이루면서 일행은 공장을 벗어나 동부의 거리로 돌아왔다. 그 무렵, 리아레안이 일행과 헤어진 도로시아에 대해 물음을 건네는 목소리를 내었다.
  "도로시아 님은 지금 어디에 계실까요."
  "레야라, 리레아 두 분과 함께 있으시겠지요. 떨어져 있더라도, 두 분께서 어떻게든 찾으려 하시기에 곧 함께 하시게 될 거예요."
  그 물음에 도로시아의 사정에 대해 크게 걱정되지는 않는다는 화답을 하는 루마. 이어서 그는 자신의 뒤를 따르는 나의 모습을 보더니, 나에 대해 감탄한 듯한 목소리를 내며 물었다.
  "정말 놀랐어요, 그 아저씨께서 이런 옷차림을 여럿 갖고 계셨다니."
  "그러게요, 생활 수준이 좋으신 분도 아닌데, 부인 분과 따님의 좋은 옷을 위해 봉급에 있었을 자신의 몫을 희생하시기까지 하셨다니."
  이에 리아레안이 그의 사정에 대한 이야기를 하자, 루마가 그런 그를 향해 돌아서며 물었다.
  "자신의 몫을 그렇게 옷에 사용하시고 나면, 자신이 식사를 하기 위한 돈이 남지 않는 것 아니에요?"
  그러자 리아레안은 그의 사정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사람으로부터 들려온 이야기를 통해 짐작할 수 있는 바가 있음을 밝히고서, 옷 이외에도 아내와 딸을 위해 여러모로 신경을 쓰는 면이 있는 사람임을 알 수 있었다는 이야기를 하였다. 옷뿐만이 아니라 아내를 위한 선물이나 살림을 위한 도구, 그리고 학교 공부와 진학을 위해 애를 쓰고 있다는 딸을 위해 여러모로 신경을 쓰기 위해 돈을 들이고 있었음 역시 그 이야기에 포함되어 있었다는 언급을 하고서,
  "이 부근에서는 아내와 딸에 대한 애정을 그렇게 들인 사람이 거의 없다시피 해요."
  라고 그 남자에 대한 이야기를 하였다. 그 이야기를 들으며 나는 그 남자의 아내와 딸이 유난히 아름다운 모습을 갖추고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그러하였기에 그 아름다운 아내와 딸이 행복하게 살아줄 수 있도록 유난히 신경을 썼을 것임을 바로 짐작해낼 수 있었다. 그 때, 루마가 잠시 나를 향해 고개를 돌리더니 다시 앞으로 시선을 향하면서 물었다.
  "그 분의 따님이 참 예쁘신 분이었을 것 같아요, 유네아 양더러 자기 딸과 닮았다고 말씀하시는 것을 보니."
  "그러할 것이라 생각하시지요?" 이에 리아레안이 환하게 웃음을 지으며 되물은 다음에 기회가 되면 아내와 딸의 모습을 보고 싶기도 하다는 이야기를 하였다. 그러다가 문득 불길한 예감이 들었는지 심각해진 목소리를 내면서 입가에 오른손을 올린 채 이야기를 이어갔다.
  "그러고 보니, 그 분께서는 근래에 아내 분과 따님의 근황에 대해 거의 이야기를 하시지 않고 계세요, 그래서 그 분께서 무언가 불행한 일을 당해 가족을 잃으신 것은 아닌가, 라는 생각도 들고......."
  그 때, 루마가 그런 그가 손을 내리자마자 오른손으로 그의 입을 막은 다음에 발걸음을 멈추고서 화제를 바꾸어 보자는 말을 한 다음에 나에게 물었다.
  "그 분께 받은 옷은 어때요? 입을 만 하지요?"
  "예, 다리 부분이 조금 불편하기는 한데, 그래도 적응하면 괜찮아지겠지요."
  이에 나는 밝게 목소리를 내어 답을 하였다. 그 이후, 일행은 길의 중앙을 가로지르면서 리아레안이 앞장서고, 루마가 그 뒤를 따르며 내가 뒤쪽에 위치한 대열을 이루면서 앞길을 걸어가기 시작하였다. 그러는 동안 일행은 서쪽으로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 중앙의 십자로를 향해 나아가고 있었다. 그러다가 문득, 루마가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에 대해 궁금해지기 시작했는지, 자신이 머무르고 있는 곳에 대해 물음을 건네려 하였다.
  "그런데, 우리들은 지금 어디에 있는 거예요?"
  그 물음에 리아레안이 답으로써 도시의 동부 구역에 위치하고 있음을 밝힌 다음에 동부 구역의 중앙 십자로에 이른 후에 남쪽 대로를 따라 나아가다 보면 항구를 찾을 수 있으며, 그 항구의 동쪽 인근에는 거대한 제철 시설이 자리잡고 있음을 밝혔다. 그리고 그 정북쪽 인근에는 탄광이 위치하고 있는 산이 자리잡고 있으며, 탄광에서부터 석탄을 제철소가 공급을 받아, 항구에서부터 들어오는 철광석과 함께 운용하며 강철을 만들어내고 있는 듯해 보인다고 제철소에 대한 설명을 하였다.
  "석탄으로 용광로에 불을 내고, 그 열로 철을 녹여서 강철을 만들어 내는 것이지요?"
  이에 루마가 리아레안에게 용광로에 대해 묻자, 리아레안이 미소를 지으며 "그렇지요." 라고 답을 하고서 잘 알고 있었던 것 같다고, 루마에 대한 이야기를 하였다. 그러자 미소를 지으며 "당연히 알아야 하지요." 라는 화답을 한 이후에 자신이 철 제련소를 본 기억에 대한 언급을 하기 시작하였다.
  "이전에 철광석을 목탄을 이용해 태우는 아궁이에 녹이는 광경을 본 적이 있어서 바로 알 수 있었어요."
  그리고 철광석이나 각종 고철 및 석탄을 이용해 용광로를 만들어 철광석을 녹인 후, 불순물을 제거하는 제련 과정을 거쳐, 마지막으로 길게 펴지도록 하여 거대한 두루마리 형식으로 내놓는다고 고대 제철 시설에 대한 서적에 그림과 함께 설명이 있었음을 언급한 다음에,
  "이 기록이 제철 시설을 만드는 데에 나름 도움이 되었다는 이야기도 있어요."
  라고 도시마다 하나씩 자리잡고 있는 제철 시설이 그 거대한 제철소와 관련이 있다는 언급을 하였다. 이에 리아레안이 어떻게 관련될 수 있느냐고 묻자, 그 답으로써 루마가 하나의 이야기를 언급하기 시작하였다.
  "시설의 규모에는 당연히 차이가 나지만, 용해에서부터 제련을 거쳐 완제품을 만들어 내는 경로까지는 철을 만들어 내는 기본이라 곧바로 응용이 가능했기 때문이지요."
  그리고 돌을 이용해 철의 용융 시에 나오는 불순물을 돌이 흡착해 제거하는 방식과 황철석 등에 포함되어 있다는 니콜리타(Nikolita) 라는 금속을 포함한 돌을 철광석 무리에 포함시켜, 그것들을 전부 용광로에 용융시켜, 녹이 잘 슬지 않고, 마치 은과 같은 모습을 보이도록 하는 기술 역시 그 기록을 통해 공개된 바 있었음을 루마가 밝힌 다음에 자신도 서적을 필사해서 금속 제련 시설을 건립할 때 참고하고 싶다는 언급을 하기도 하였다. 그 이후에,
  "에밀리가 이 사실을 알면, 과도하게 욕심부린다고 생각하겠지만."
  이라고 말하면서 두 팔을 머리 뒤로 올리는 모습을 보였다.

13 시 30 분 - 도시 동부의 십자로
  그러면서 십자로에 이르는 순간, 나는 십자로의 건너편, 그 우측의 가로등 근처에 우산을 하나 들고 있으면서 이전에 보았던 그 보라색 드레스 차림을 한 도로시아가 가만히 앞에 서 있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하지만 일행의 달라진 옷차림을 보면서 일행을 전혀 알아보지 못했는지 일행이 자신의 바로 앞에 위치하고 있으면서도 전혀 의식하지 못하고 있었다. 심지어 도로시아를 알아본 루마가 손을 흔들어 자신의 존재를 알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긴장한 채, 다가가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 때, 치마의 왼쪽 주머니에서 크세비아가 밖으로 나와 도로시아의 바로 앞에 이르렀다.
  "일행 분들께서 오셨어요, 이 곳과 어울리는 옷차림을 하여, 평상시와 달라진 옷차림을 모두 하시게 된 거예요."
  그리고 내 모습이 '유난히 많이 변했지만' 그래도 일행임에는 변함이 없으니 크게 걱정할 필요 없음을 밝히고서 바로 다가가도록 해 달라고 부탁하였다. 그 이후, 도로시아는 겨우 안심하였고, 그 때, 루마가 "다가가도록 해요." 라는 말을 건네며 자신이 먼저 도로시아에게 다가가면서 결국 나는 도로시아와 다시 만날 수 있었다.
  도로시아는 다행스럽게도 아무 탈 없이 잘 있었다. 그러면서도 거리 광장에서 '더 풀턴' 이라 칭해지는 집단에 대한 원성이 계속 들려오고 있었으며 '더 풀턴' 관련 신문 기사도 계속 나오고 있었기에 사태가 꽤 심각한 모양이지만 그 사정을 잘 알지 못하고 있었음을 밝혔다. 그 이야기를 들으며 나는 거리의 사정에 대해 잘 모르는 도로시아조차도 '더 풀턴' 에 대해 알 정도이면 그들의 폐해가 얼마나 심각한지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는 생각을 하면서 관련된 대책은 다음에 생각해 보기로 마음을 먹고, 일단 쉴 곳을 찾으려 하였다. 그 때, 크세비아가 일행 주변을 돌아다니다가 커다란 리본을 달고 있는 나에게 다가오더니 물었다.
  "혹시 유네아 님이세요? 그 모습을 보면 확실히 유네아 님의 모습인데."
  "응." 물론 나는 별 다른 수가 없어 바로 답을 하였고, 그러자 크세비아는 놀란 다음에 처음에는 자신도 보면서 몰라 볼 뻔했다는 언급을 한 다음에, 아름다워 보인다는 말을 건네었다. 그 이후, 그는 그 도시가 왕국에 속해 있다면 무도회에 들어가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한 다음에 나에게 물었다.
  "그 말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별로 마음에 드는 말은 아닌데." 이에 나를 대신해 루마가 그렇게 화답을 한 이후에 그 도시에서는 무도회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무언가 다른 옷차림을 해야 하는 것 같다는 언급을 하였다.
  그 이후, 도로시아와 크세비아에게 루마가 지금까지 얻은 옷차림에 대한 설명을 하기 시작하였고, 그 설명을 전부 들은 이후, 루마는 그렇게 옷을 마련한 사람에 대해 "멋진 분이시네요." 라는 말을 건넨 다음에 자신도 그런 사람을 한 사람 정도는 알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는 발언을 나에게 하였다. 이에 도로시아가 온화하게 목소리를 내어, 그런 크세비아의 심정을 달래려 하였다.
  "조금 더 시간이 지나면 파라일라에서도 그런 사람을 찾을 수 있겠지요."
  그리고서 그는 나에게 그 남자의 딸을 만나볼 수 있겠느냐고 물었으나, 리아레안이 나를 대신해 언젠가 기회를 마련해 보겠다고 답을 한 다음에 서쪽 대로를 따라 계속 앞길을 나아가려 하였다. 그 이후, 루마는 도시의 풍경에 대해 낮보다는 밤이 더 화려하다는 말을 한 다음에 별빛을 옮겨놓은 것 같은 느낌을 줄 정도로 어둠 속에서 건물들이 환하게 빛을 발한다는 언급을 하였다.
  그 말을 한 이후, 그는 거리 구경은 밤에 조금 하기로 하고, 일단은 도시의 중앙 구역에 위치하고 있는 박물관으로 가자는 말을 하고서, 그 박물관에 여러 흥미로운 것들의 모습이 많이 있었다는 언급을 하였다. 그 때, 크세비아가 거리의 사람들을 가만히 둘러보더니 나에게 물었다.
  "그런데, 이렇게 여자들만 거리를 돌아다니고 있어도 괜찮을까요."
  "괜찮아, 나는 일단 옷차림은 남자의 것이라서."
  이에 루마가 환하게 목소리를 내어 답을 한 다음에 자기 자신을 지킬 수 있다면 여자들이 다수인 모임을 이루어도 괜찮기는 할 것이라는 말을 건네었다. 그러는 동안 나 역시 주변의 사람들을 둘러보며 그들이 어떤 모습을 보이고 있는지를 가만히 바라보려 하였다.
  사람들은 셔츠와 바지로 이루어진 옷차림, 블라우스와 긴 치마로 이루어진 옷차림 등을 하고 있으면서 혼자 혹은 2 ~ 3 사람씩 무리를 지어 길을 걷고 있었다. 이들의 모습은 기분이 좋아 싱글벙글하는 이들부터 자신의 사정으로 인해 괴로워하고 있는지 시무룩한 표정을 짓고 있는 이들까지 다양했다.
  "도시가 크고, 사람들이 많이 살기 때문인지, 도시가 보이는 모습도 다양한 것 같아요. 한 쪽에서는 심각한 분위기를 드러내더라도, 다른 방향에서는 즐거운 경우도 있지요. 이것을 두고, 구름이 한 지역의 일부분에만 끼어 있어 한 부분에만 비가 내리는 현상에 비유될 수 있으려나요."
  그런 사람들의 모습을 보는 동안 나와 도로시아의 앞에서 길을 걷고 있던 리아레안이 차분히 목소리를 내어 도시의 광경에 대해 그렇게 말을 건넨 다음에 그래서 도시의 분위기를 '이렇다' 라고 단순히 말하기는 그래서 어렵다는 언급을 하였다.
  그러는 동안 그 최대 길이만 하더라도 내 키의 10 배 정도나 되는 거대한 비행기들이 하늘 위로 평평한 날개들이 하나씩 동체 앞 부분, 그 상하에 자리잡고 있으며, 금속으로 만들어진 듯해 보이는 골조들로 고정된 모습을 보이면서 비행을 하고 있었다. 이들은 꼬리에 하나씩 거대한 기를 달고 있었으며 그 기는 내가 알지 못하는 언어로 무언가를 표현하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며, 나는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비행기의 모습을 향해 돌아선 다음에 그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었다. 그 때, 나의 왼편에 자리잡고 있으면서 서 있던 도로시아가 나와 함께 비행기로 시선을 향하고, 이어서 크세비아가 나의 왼쪽 어깨에 올라앉을 무렵, 도로시아가 나에게 물었다.
  "비행기의 모습에서 흥미를 느끼신 가 봐요."
  "그렇다기보다는......." 그 모습을 보면서도 이전에 마주쳤던 '더 풀턴' 이 도시의 상공을 지배하고 있다면, 그 비행기 역시 더 풀턴을 찬양하는 요소를 갖추고 있을 것이라는 예상을 바로 할 수 있었지만, 그에 대해 나는 도시의 사정에 대해 잘 모르는 도로시아에게 잘 표현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 때, 리아레안과 멀찌감치 앞서 가고 있던 루마가 나와 도로시아, 그리고 크세비아를 향해 잠시 고개를 돌리더니 나에게 말하였다.
  "유네아 양, 도로시아 양! 뭐하시고 계세요, 어서 가요!"


다음 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