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시 12 분 - 시가지 중부 박물관
  도시 중앙 구역에 자리잡은 박물관은 이전에 보았던 것과는 전혀 다른 형태의 특이한 박물관이었다. 입구에서부터 거대한 짐승의 뼈를 모아놓은 구조체가 나를 맞이하고 있었으며, 그 구조체를 둘러싼 유리로 이루어진 네모난 막 주변으로 여러 사람들이 구조체 주변에 모여 있으며, 신기해하는 듯이 그것을 바라보고 있었다.
  건물의 모든 층계가 하나가 될 정도로 거대한 중앙 구역, 그 천정에 닿을 정도로 길다란 목을 가진 구조체는 어림 잡아 보아도 대략 30 메다르 정도는 되어 보였으며, 그래서인지 어지간한 나무보다 더 큰 그 구조체는 골격 구조가 무너지지 않을 수 있다면 올라탈 수도 있는 듯해 보였다. 그 머리는 전후가 길쭉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으나, 치아는 날카롭지 않아 사납지는 않은 생물이었음을 바로 짐작해낼 수 있었다.
  "크기도 크고, 모습도 온순하지 않은 탓인지 왠지 사나워 보이네요."
  그 때, 나의 좌측 어깨 위에 올라앉아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던 크세비아가 그 모습에 대해 그렇게 한 마디 말을 건네고 있었다. 그리고 발도 상당히 커 보여서 발에 밟힐 경우에는 죽을 수도 있을 것 같아 보인다고 말한 다음에 그렇게 주변 생물들을 밟아서 잡아먹으며 살아가고 있었을 생명체 같아 보인다는 말을 이어서 건네었다. 그런데 그 때, 루마가 좌측 곁에서 크세비아에게 그 구조체에 대한 설명을 하기 시작하였다.
  "저것은 주변의 동물을 잡아먹거나 하는 생명체는 아니었을 거예요."
  그리고 내가 생각한 바대로, 구조체의 입에 있는 치아의 모습을 가리키면서 그 치아들 중에 뿔 모양을 이루는 것이 없지 않느냐고 물은 다음에 뿔 모양의 치아가 없음은 곧 동물의 살을 뜯어먹는 것이 주식이 아니었음을 의미하고 있을 것이라는 말을 하였다.
  "사람도 고기를 먹을 수 있지만, 치아가 전부 뿔 모양인 것은 아니잖아요."
  이에 인간의 신체에 대해 어디선가 들은 바가 있었는지, 크세비아가 나의 머리 위로 날아오르면서 치아 구조에 대해 물음을 건네었고, 그 물음에 이번에는 내가 인간에게도 뿔 모양을 이루는 치아들이 몇 개는 있다는 언급을 한 이후에 작기는 하지만 분명히 있음을 밝혔다. 그리고 동물을 잡아먹는 것으로 식사를 주로 하는 동물의 치아는 거의 대다수가 그런 모양새를 가지고 있어서 바로 알 수 있다는 언급을 해 주기도 하였다.
  "그렇다면 이 동물이 실제로는 풀을 뜯어먹으며 살았던 것인가 봐요?"
  그러자 구조체에 대해 다시 한 번 묻는 크세비아. 이에 나의 우측에 자리잡은 리아레안, 그 우측 곁에 두 손을 모은 채, 구조체의 모습을 관람하고 있던 도로시아가 온화한 목소리로 그러하다는 답을 하였다. 그 이후, 그는 환하게 미소를 짓는 채로, 크기도 거대하고 그만큼 힘도 강하기 때문에 잘못 공격할 경우에는 오히려 반격을 받아 치명적인 상처를 입을 수 있기 때문에 위험하기는 할 것이라는 말을 건네었다.
  이어서 일행은 내가 앞장서면서 다른 구조물의 모습을 보려 하였다. 그러다가 그것보다 약간 작지만 머리가 크고, 뿔이 코 위에 달렸으며, 날카로운 치아들이 나란히 붙은 모습을 보이는 구조체의 모습이 눈앞에 나타났다. 인간의 송곳니보다 훨씬 날카로운 것들이 입에 50 여 개씩은 붙은 듯해 보이는 모습, 그 모습을 보면서 나는 그 구조체야말로 주변의 동물을 잡아먹으며 살아갔던 이가 남겼을 그런 모습일 것임을 바로 알아차릴 수 있었다.
  "이것은 정말 동물을 잡아먹으며 살아갔던 이의 모습이었겠네요."
  "정확히는 그것이 남겼던 흔적이겠지." 나의 곁에서 날고 있던 크세비아가 하는 말에 그의 바로 곁에 있던 도로시아가 바로 답변을 해 준 다음에 온화한 목소리를 내면서 인간이나 요정이 그와 같은 생물과 함께 살아가지 않게 된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에 대한 설명을 늘어놓기 시작하였다.
  "이와 같은 생물은 생존을 위해 끊임없이 다른 이들을 해쳐야만 했고, 그러하다보니 희생이 생길 수밖에 없었지. 대개는 자신보다 큰 생물을 먹는 경우가 많았지만, 가끔 자신보다 작은 이들을 요깃거리 삼아 해치는 경우도 분명 있었을 것 같아."
  그렇게 구조물들을 하나씩 바라보며 공간을 둘러보는 동안 앞장서기 시작한 루마가 육식을 하고 있던 생물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시작하였는데, 그 전에는 지금은 다양한 뱀과 도마뱀 종류로 분류되는 '키라스(Kyras)' 라는 생물종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모습을 보였다.
  "지금은 길다란 뱀과 도마뱀의 종류만 남았지만 한 때는 키라스 종에도 거대한 생물이 많이 있었어요. 목이 길다란 생물도 있었고, 물소처럼 머리에 강력한 뿔이 달려 공격을 위해 접근할 시에는 하나로 뭉쳐 대항하여 오히려 공격한 자들을 위험하게 만드는 경우도 있었지요. 그리고 어떤 종류의 경우에는 꼬리에 단단한 덩어리가 있어서 적을 공격하는 데에 활용되기도 했대요."
  "지금의 뱀 종류처럼 고기를 주로 먹지만, 뱀처럼 몇 개의 치아만 가지지 않는 것도 당연히 많았겠지요?"
  이에 크세비아가 루마에게 물음을 건네자 환하게 미소를 지으면서 도로시아가 환하게 미소를 지으며, 박물관에 본 대로이지 않느냐고 그에게 되묻는 목소리를 내었다.
  그 이후, 일행은 그 공간의 우측에 위치한 문으로 나아가, 그 문 너머의 통로를 따라 전시되어 있는 사물들의 모습을 하나씩 구경하기 시작하였다. 그러면서 일행은 이전까지는 보지 못했던 사물들의 모습을 재현한 듯해 보이는 광경들이 계속 나타나고 있었다.
  "이 박물관, 무슨 박물관인지 아세요?"
  그 때, 크세비아가 나에게 그렇게 물음을 건네자, 도로시아가 답으로써 '자연사 박물관' 이라 칭해진다는 답을 한 다음에 과거에 행성에 살았던 생물들이 남긴 산물이나 그것을 재현한 모습을 전시하는 곳임을 밝힌 다음에 크세비아, 그리고 나에게 혹시 모르는 것 아니냐고 물었다.
  지금껏 아무 말도 하지는 않았지만, 모르지는 않고 있었다, 생물이 남긴 흔적이나 구조체들은 '화석' 이라 칭해져서 전시되고 있으며, 실제 살아있는 모습을 모사한 모습은 화석을 토대로 재현된 생물의 모습이었음을. 관련된 박물관이 주변에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에르시아를 통해 들은 바는 있었기에 알 수 있었던 것.
  "레야라, 리레아 두 분께서는 어디에 계실까요."
  "왠지 이 곳에 머무르시고 계실 것 같은 예감이 드는데."
  그 이후, 식물의 '화석' 인 돌에 박힌 나뭇잎들의 모습을 둘러보는 동안 좌측 벽의 사물들을 바라보고 있던 도로시아와 어느새 그의 오른쪽 어깨 위에 올라 탄 크세비아가 레야라, 리레아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시작하였다. 하지만 이들의 모습은 아직까지는 흔적조차 찾을 수 없어서 이들을 찾아내는 일은 전혀 할 수 없었다, 외양을 통해 물어볼 수는 있었지만, 이미 변장을 하고 있을 테니, 도시에 머무르는 이들이 내가 아는 모습을 통해 그들의 흔적에 대해 좋은 말을 전해줄 수 있을 리는 없었다.

15 시 - 박물관 내 휴식 공간
  생각 보다 거대했던 자연사 박물관의 내부를 반 정도 관람하다가-그냥 지나치려면 1 시간 정도 걸릴 일은 없겠지만 도중에 이들에 대해 크세비아에게 설명을 하나씩 해 줘야 하니, 시간이 오래 걸렸다, 역시 꽃의 나라를 벗어난 적이 없는 아이였던지라 신경을 많이 써야만 했는데, 그러다 보니, 그 아이의 사정을 잘 이해해 주려 하였던 나 역시 답답함을 참을 수 없을 뻔한 지경에 놓이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로시아는 크세비아의 사정을 잘 이해해주고, 그에게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런 그의 모습을 보며 대단하다는 생각을 바로 할 수 있었다-, 크세비아도 지치고, 설명을 이어가던 나와 루마도 지쳐서 휴식 공간에 이르자마자 곧바로 앉을 의자부터 찾았다.
  여러 사람들이 원형 탁자 주변에 앉아 있었으며 탁자마다 전부 사람들이 앉아 있었기에 사용할 수 있는 탁자를 찾기가 쉽지 않았으나, 다행스럽게도 공간의 중심 부근에 위치한 탁자에 앉아있던 사람들이 자리에서 일어나기 시작하자 루마가 나에게 자신이 자리를 잡아 놓도록 할 것임을 알리면서 탁자를 향해 뛰어가, 마침내 자리를 잡음으로써 결국 일행은 그 탁자 주변의 의자에 앉아 휴식을 취할 수 있었다.
  때마침 창가로 서쪽을 향하는 태양빛이 환하게 들어오기도 하면서 온화한 분위기가 났지만, 사람들이 워낙 많다 보니, 편안한 분위기는 전혀 나지 않았다, 게다가 그 세계의 화폐는 한 푼도 가지지 않고 있는 탓에 다른 이들이 즐길 수 있는 차를 전혀 즐길 수 없어서 멍하니 앉아있기만 하는 수밖에 다른 도리가 없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리레아, 레야라의 소식을 비롯한 여러 이야기 거리가 있어서 심심하지는 않았다.
  "박물관이 생각 외로 커서 놀랐어요."
  우선 내가 박물관의 크기를 전혀 예상하지 못해 놀랐다는 언급을 하는 것으로써 대화를 시작하고, 이에 탁자 위에 올라앉아 있던 크세비아가 정말 그렇다는 화답을 하였다. 그 때, 루마가 밖으로 나가 보자는 말을 하고서, 도시의 낮이라 하더라도 즐기기에는 좋은 모습임을 밝혔다. 그 이후에 그는,
  "이전에는 이렇게 밝은 오후 날에 감자를 구운 후에 그것을 갈아낸 다음에 기름을 두른 번철에 그 반죽을 지져 구워낸 것을 맛있게 먹은 적이 있었는데."
  라고 과거에 자신이 먹은 음식에 대한 기억을 떠올리는 발언을 하기 시작하였다. 그러자 그의 우측 곁에 앉은 모습을 보이던 도로시아가 온화하게 목소리를 내어 물었다.
  "감자로 만든 음식을 좋아하시나 봐요?"
  "예." 이에 미소를 지으며 답을 하는 루마. 그리고 산골 지역에서는 여러 뿌리 및 줄기 채소들이 자생하고 있으며, 그것을 재배한 후에 캐서 먹기도 한다는 언급을 하였다. 그리고 날것으로 먹으면 맛이 좋지는 않지만, 굽거나 삶을 경우에는 아주 맛이 좋아진다고 감자에 대해 찬사를 그치지 않고 있었다.
  그것으로 끝나지 않고, 이번에는 칡의 줄기와 뿌리에 대한 설명을 이어가기 시작하는 루마. 그리고 짐승의 고기를 칡 줄기와 함께 먹거나, 뿌리를 즙으로 만들어, 그것을 기반으로 약을 만들어 내는 등의 이야기를 계속 늘어놓고 있었다. 물론 나도 그렇고, 사람들이 잘 알지 못했으며, 그래서 루마가 이야기를 하면, 다른 이들이 신기하게 듣는 시간이 한 동안 계속 이어지고 있었다.
  칡에 이어 루마가 수수 가루로 반죽해 구워낸 떡에 대한 이야기를 늘어놓을 무렵, 그의 이야기를 가로막으며 도로시아가 그에게 물었다.
  "혹시, 루마 님께서는 이 모든 것을 전부 다 만들어 내신 적이 있나요?"
  "예, 있어요." 이에 그렇다고 답을 하는 루마. 그리고 자신의 친구인 에밀리와 함께 수수나 메밀을 갈아서 반죽해 떡을 만들어 동료들에게 대접한 적도 있음을 밝힌 다음에 자신의 건너편-나의 바로 우측에 앉아 있었다-에 앉아 있던 리아레안에게 물음을 건네었다.
  "리아레안 님께서도 이전에 드셔보신 적 있지요, 사티사 님과 함께."
  "예." 이에 환하게 미소를 지으며 답을 하는 리아레안. 그리고 루마의 손재주가 상당히 좋아 마을을 지키는 이들에게 여러모로 도움이 되고는 한다는 언급을 하였다. 그리고 요리뿐만이 아니라, 물질 가공과 물품 제조 전반에 큰 재능이 있어서 마을 사람들에게 여러모로 도움이 된다는 이야기를 하고서, 이전에는 기사단을 나온 이후에는 공예품 제작을 위한 가게나 제철 시설을 만들겠다고 장담을 한 적이 있음을 밝혔다. 그리고 이전에 그가 제철소에 대한 언급을 하면서 했던 말은 사실에 기인하고 있다는 언급을 하기도 하였다.
  "이전에는 사악한 혼의 저주를 받았다는 도검을 가공해서 무언가를 만들었다는 이야기도 들려오는데, 그 도검이 실제로 있는지, 그리고 그 도검이 실제로 있다면, 루마의 의지를 잘 따르는지의 여부에 대해서는 아직 알려진 것이 없어서 잘 모르겠네요."
  이에 도로시아가 놀라면서 루마에게 물었다.
  "정말 저주받은 물건으로 그런 물건을 만드셨어요? 혹시 가지고 계신다면, 사용한 사례에 대한 이야기를 해 주실 것을 부탁 드리는데......."
  이에 루마는 답으로써 고개를 끄덕인 다음에 "그런 적이 있어요." 라는 답을 한 다음에 묘지에서 우연히 발견한 물건이 있어서 그 물건을 소재로 하나의 물품을 만든 적이 있었음을 밝혔다. 그 이후, 그는 관련된 이야기로써 오랫동안 방치되어 버려진 묘지에서 발견한 물건들에 대한 이야기부터 늘어놓기 시작하였다.
  "소문에 그 묘지에는 수많은 악령들이 돌아다닌다는 말이 있어서 진상을 파악하기 위해 나서기 시작했지요. 그러면서 수많은 이름 없는 십자가들과 곳곳에 떨어진 녹슨 도검들의 모습을 보며, 그 곳이 과거에는 전장이었던 곳이었음을 바로 알 수 있었지요."
  그러다가 문득 자신의 곁으로 해골 하나가 다가오더니, 자신에게 원한을 풀어야 하겠다고 말하면서 공격해 오는 모습을 보았음을 밝혔고, 이어서 에밀리의 도움을 받아 기사를 처단한 후에 그가 가지고 있던 검을 가지려 하였으나, 그 검은 기사가 쓰러지자마자 갑자기 녹이 슬어 부서져 사용할 수 없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하였다. 그 이후, 그는 그에 이어 또 다른 저주받은 기사를 발견한 이야기를 하기 시작하였다.
  "그 이후에도 계속 갑주를 입은 해골이 계속 공격을 해 오기에, 에밀리와 함께 계속 해골들을 처단하기를 반복하다가 이들의 지속적인 출현이 묘지 부근의 현상과 관련되어 있을 것이리라는 추측을 하고, 조사를 행한 끝에 마침내 그 지역 일대에 저주가 드리워져 있음을 알 수 있었지요."
  "그 근원이 무엇인지는 알아내셨어요?"
  "알아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후, 어느 묘에서 검은 갑주가 관에서 깨어나더니 저와 에밀리를 습격하기 시작했고, 그 공세를 겨우 이겨내어 갑주를 파괴할 수 있었어요. 그 때, 그 갑주가 있던 곳 너머로 한 자루의 검게 물들여진 검이 있었고, 제가 그 검을 뽑아내는 순간, 검은 기운이 검의 날로 모이기 시작했지요."
  도로시아가 건네는 물음에 대한 답으로써 자신과 에밀리가 겪은 이야기의 마지막을 밝히는 루마. 그 이후, 그는 검이 마치 살아있는 생명체처럼 꿈틀거리는 모습을 보고, 묘지에 드리워진 저주가 검으로 옮겨진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면서 검을 바닥에 떨어뜨렸으나, 갑자기 검이 자신과 에밀리를 추격하기 시작하고, 이에 에밀리가 검을 강하게 창으로 내리쳐 바닥에 떨어뜨리자, 그것을 계기 삼아 자신이 검을 바닥에 억누른 채, 그것의 제압을 시도하였고, 결국 검을 바닥에 눌러 제압시키는 데에 성공하였다고 이야기를 이어갔다.
  그 무렵, 루마는 검을 누르면서 에밀리에게 아무것이나 좋으니 관 하나를 찾아오라 시켰고, 결국 에밀리가 관 하나를 찾아와 자신의 옆에 올려놓고 관 뚜껑을 열자마자 자신이 검을 관 속에 넣고, 이어서 에밀리가 관 뚜껑을 닫아버림으로써 두 사람은 저주의 기운을 모은 검을 완전히 제압할 수 있었다고 한다.
  "그렇게 검을 관 속에 넣어두고 오면 누가 죽었다고 사람들이 착각하거나 하지 않아요?"
  "당연히 했지요, 하지만 곧 제가 모든 상황을 설명하자, 그런 일은 없었음을 모두 알게 된 거예요."
  이후, 루마는 도로시아가 다시 건네는 물음에 답을 한 이후에 자신이 제철 시설로 직접 나아가, 관 속에 가두어진 검을 용광로 안에 집어넣어 그 검을 이루는 금속을 녹이고, 담금질을 거듭한 끝에 결국 한 자루의 검을 만들어 낼 수 있었음을 밝혔다.
  그렇게 검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갈 무렵, 리아레안과 도로시아는 어느새 그의 이야기에 깊이 빠졌는지, 제법 흥미롭게 듣고 있으면서 루마가 새롭게 만들어 낸 물건이 어떤 특성을 갖고 있는지에 대한 기대를 가지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그러는 동안 나는 우측 창가에 세 명의 정장을 입은 남자들이 잠시 이쪽으로 시선을 향하면서 무언가 조용히 이야기를 하는 듯한 모습을 보게 되었고, 그러면서 그 광경에 대해 심상치 않다는 생각을 하면서 그 쪽으로 한 번 가 봐야 하겠다고 마음을 먹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물론, 루마의 이야기는 끝까지 들어보고 싶었지만, 리아레안이나 도로시아 중 한 명이 잘 정리를 해서 알려줄 것이라 믿으면서 나 자신을 안심시켰다.
  "어? 유네아 양, 어디 가세요? 갑자기 무슨 일이라도."
  "잠시 급히 해야할 일이 생겨서요." 이에 나는 활짝 웃으며 그렇게 변명을 한 다음에 금방 돌아오겠음을 밝히는 말을 건네며 일행과 헤어져 공간의 우측으로 뛰어가기 시작하였다. 그러는 동안 세 사람은 아무렇지 않은 듯이 자기들끼리 이야기를 하고 있었으며, 그러면서 나를 비롯한 일행에게는 어떠한 시선도 주지 않고 있었다-마치 아무렇지 않게 서로 대화를 주고받는 듯한 모습을 보이며 주변 사람들을 안심시키기 위한 것처럼 보였다-.
  그들에게 들키지 않을 수 있도록 조심하면서 그들의 근처 창가에 머무른 이후, 나는 자그마하게 들리는 그들의 대화를 엿들으며 그들이 무엇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를 알아내려 하였다. 물론, 상당히 거리를 두고 있었던 데다가, 주변 사람들의 대화 소리에 가려지기도 했지만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면서 대화 소리 틈 속에 들리는 남자들의 대화를 주의 깊게 듣기 위한 시도를 행하였다.
  그러는 동안 나는 그들에게 신경을 쓰지 않고 있음을 알려야 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하면서 근처의 길다란 의자에 앉아 있으면서 주변 일대를 둘러보려 하였다. 그러면서 남자들을 향해 고개를 돌리고서 귓가로 들려오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려 하는데, 갑자기 그런 나에게서 누군가가 말을 건네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분명 그것은 젊은 남자의 목소리였다.
  "아가씨, 혹시 이 곳으로는 혼자 오신 건가요?"
  "예?" 이에 나는 놀라면서 남자가 말을 건넨 방향을 향해 돌아섰다. 그리고 나의 우측 곁에 회색 정장 차림을 한 이로서, 금색의 짧고 잘 단정된 머리카락을 가진 젊은 남성이 왼손에 그 끝이 금색을 띠고 뾰족한 검은 지팡이를 들고 있는 채, 나를 바라보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 남자는 유난히 나에게 관심이 많은 듯해 보였다. 그 남성은 그런 모습을 보이는 채, 나를 바라보고 있다가 나에게 오른손을 내밀며 밝은 목소리로 말을 건넸다.
  "일어나세요, 혼자 여기 계신 듯 한데, 저와 함께 시간을 보내도록 합시다."
  남자는 진심으로 나를 좋아해서 그런 부탁을 하였을 것이었고, 그것을 거절하면 남자가 나에 대한 아쉬움의 감정을 가득히 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의 부탁을 선뜻 거절할 수 없었지만 나는 원래 있어야 할 곳이 있었고, 그래서 그와 계속 함께 있을 수는 없었다, 그래서 미안하다는 말과 함께 그의 부탁을 거절하면서 그 이유가 무엇인지를 밝혔다.
  "같이 온 분들이 다른 곳에 계셔서 그 부탁을 거절할 수밖에 없네요."
  그러나 남자는 체념하고 돌아서지 않았다. 나를 보면서 범상치 않은 인연이라 생각했는지 다시 한 번 나에게 다가오더니 잠시 동안이나마 같이 있어달라고 부탁의 말을 건네었고, 이에 나는 어쩔 수 없이 그의 부탁을 들어주어야만 했다. 그러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그가 어째서 하필이면 나에게 다가와 함께 있어 달라고 부탁을 하였는지에 대해 한 번 정도는 물어봐야 하겠다고 생각했다.
  그 이후, 남자를 따라 자리에서 일어나려 하는데, 갑자기 세 남자들 사이에서 자그마한 목소리로 심상치 않은 대화들이 오가기 시작하였다.

  "저 아가씨의 모습을 보았나?"
  "보았다, 간만에 이번 일의 목적에 부합될만한 아가씨였지, 지난 때의 그 로저(Roger) 녀석의 딸 이래로 이와 같은 아름다움을 간직한 이는 처음일세."
  "흐음, 천사와 같은 아름다움이라고 할까, 때묻지 않은 순수함이라고 해야 할까. 이 세상에서는 더 이상 찾아볼 수 없는 그런 개념인데 말야, 어느 작가가 썼던가, 그 '초록빛 집의 아니타(Anita)' 에 등장하는 그 소녀는 순수하지만 수수함도 곁들여져 있는데, 그 아니타의 수수함도 없어, 그야말로 우리들의 이상에 부합되고 있지."
  "로저의 딸도 그러하지 않았던가."
  "그렇긴 하다만, 그런 것은 아무래도 좋다, 우선은 풀턴 경께 이 사실을 알리도록 하자고."
  "아니, 이름을 알기 전에는 아직 풀턴 경께 알릴 생각은 하지 마라, 그 이름이라도 알아야 어떻게든 그 소재지를 파악해 그 일가에 협박을 하든, 무슨 일을 하든 할 수 있을 테니까."

  그 이야기를 들으며 나는 그 무리가 '더 풀턴' 과 관련되어 있는 인물들임을 바로 알아차릴 수 있었다. 그러면서 그들이 나를 노리고 있음을 알아차리기도 하였지만 곧 남자가 나의 모습에 대해 이상하다고 생각하면서 당황했는지 나에게 걱정스러워 하며 물음을 건넨 탓에 더 이상 그 상황에 대응할 수는 없었다.
  "아가씨, 왜 그러시지요? 무슨 불길한 일이라도........"
  "아니에요, 아무것도." 이에 나는 환하게 웃으면서 바로 화답을 한 이후에 크게 신경 쓰지 말아줄 것을 당부하였다. 물론 말로는 그렇게 그에게 말해 주었지만 실제로는 앞으로 일어날 일에 대한 걱정으로 인해 고민하는 순간이 계속 이어지게 되었다.
  그러면서도 나는 일단 그 남자와 함께 행동을 같이 하기로 마음을 먹고, 그를 따라 그 남자가 자리잡은 곳이라는 휴식 공간의 서쪽 가장자리로 나아가게 되었다. 그 이후, 남자는 남쪽에 자리잡고 있을 자리에 내가 앉도록 안내를 해 주었고, 이어서 내가 그 자리에 앉은 후, 잠시 주변을 둘러보다가 마침내 내가 앉은 남쪽의 자리와 마주보는 자리인 북쪽 자리를 찾아 그 자리에 앉았다. 그렇게 나와 그 남자는 서쪽 창가 바로 근처에 위치한 원형 탁자에 서로를 마주보며 앉게 되었다.
  두 사람이 그렇게 자리를 잡을 무렵, 남자는 사람을 불렀고, 그와 함께 검은 드레스 위에 하얀 앞치마를 두른 중년 여인이 다가오자마자 그에게 말을 건네었다.
  "홍차 한 잔씩 부탁해요. 아, 저 아가씨께서는 쓴 맛에 익숙하지 못하실 테니, 설탕을 조금 넣어 주시고요."
  "알았습니다." 그러자 여인은 공손히 인사를 한 다음에 나와 남자의 곁에서 물러나 휴식을 위한 공간, 그 북서쪽 구역으로 나아가며 그 모습을 감추었다. 그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는 동안 그런 나에게 남자가 그 여인이 어떤 사람인지 알리는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였다.
  "이 곳은 음료를 즐기면서 시간을 보낼 수도 있는 곳이지요. 물론 돈은 내야합니다만, 약간의 돈만 있으면 적어도 홍차 한 잔 정도는 즐길 수 있지요. 무척 훌륭한 곳입니다, 이 곳은."
  그리고 잠시 후, 나는 그로부터 지역에 관한 여러 이야기를 들었고, 그 때마다 나는 그런 그의 대화 상대가 되어주려 하였다. 그가 살고 있는 세계에 대해서조차 잘 알지 못하고 있어서 그의 말 상대가 되어주는 일은 결코 쉽지 않으리라 예상했지만, 그런 나의 예상과 달리 남자는 내가 머무르고 있는 도시의 중앙 구역을 비롯한 도시의 곳곳에서 자신이 겪은 일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도시의 특성에 대해 친절히 나에게 알려주었고, 그래서 나는 그의 이야기를 쉽게 이해할 수 있었기에 그런 그의 말 상대가 되는 일은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그렇게 말 상대가 되면서 나 역시 도시의 특성에 대해 몇 가지 물음을 건네는 목소리를 내며 그에게 말을 건네었고, 이에 그 남자는 온화하게 목소리를 내어 그런 나의 말에 바로 답을 해 주었다.

  그 이후, 나는 조용히 서쪽 창가로 시선을 향하며 그 너머로 보이는 풍경을 가만히 바라보려 하였고, 그러는 동안 나의 두 눈앞으로는 초록빛 풀들 위로 나무들이 자라난 자연 풍경을 적당히 재현해 놓은 모습을 보이는 공원을 하나의 하얀 돌로 이루어진 길이 곡선을 그리며 가로지르는 광경을 보게 되었다.
  그러는 동안 두 사람의 주변으로는 길을 조용히 걷는 셔츠와 바지 차림을 한 사람들과 산책을 위해 나선 듯한 드레스 차림을 한 여인들-그 중 한 사람은 우산과 비슷하게 생긴 것으로 햇빛을 가리고 있었다-, 그리고 개와 함께 뛰는 사람들의 모습 등 여러 모습을 보이는 사람들이 길을 지나면서 나를 지나치거나 나를 앞질러 나아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지금 보시고 계신 곳은 인근에 위치한 자연사 박물관과 함께 이 도시의 중앙 구역 최대의 자랑거리 중 하나인 국립 중앙 성 세바스티안 공원(National Central St. Sevastian Park) 이지요. 두 곳은 이 구역의 명소로서, 지역 관광 역시 박물관 관람 이후에 곧바로 공원으로 나아가 휴식을 취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지지요."
  확실히 명소라 그러한 탓인지, 많은 사람들이 공원을 오가고 있었다. 행여 유원지 같은 곳이 있다면 다른 동료들과 함께 구경이라도 가고 싶었지만, 돈도 없고, 더욱이 동료들에게 갈 의사가 있는지의 여부를 마음대로 정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라서 갈 수는 없었다. 그래서 일단은 유원지가 있는지의 여부만 묻고, 공원에 대해서는 더 이상 언급하지 않기로 마음을 먹었다.
  "혹시 근처에 유원지 같은 곳도 있나요?"
  "예, 있어요. 공원의 남쪽에 위치하고 있지요."
  그 물음에 그렇다고 답을 하는 남자. 이어서 그는 있을만한 시설은 다 갖추어진 곳이 바로 그 공원임을 알린 다음에 혹시 가 보고 싶은 생각이 있느냐고 물었다. 이에 나는 동행한 이들의 사정 상, 그렇다고 답을 할 수는 없다는 말을 하였다. 이에 남자는 아쉽다고 바로 말을 건넨 다음에 탁자 위에 올려놓았던 검은 지팡이를 다시 왼손으로 드는 모습을 보았다. 그 이후, 남자가 아무 말도 하지 않는 채, 나를 바라보기 시작하자 나는 그에게 말을 건넬 기회가 왔다고 생각하면서 그에게 물었다.
  "한 가지 궁금하다고 생각되는 것이 있는데."
  그 말에 "무엇이지요?" 라고 바로 대응하는 남자. 그러자 나는 곧바로 내가 그에 대해 궁금했던 것, 즉, 어떤 사유로 인해 그가 나에게 이끌리게 된 것이었는지에 대해 알려줄 것을 부탁하였다. 그러자 아무런 말도 제대로 잇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는 남자. 그러다가 마침내 당황한 듯한 목소리를 내며 몇 마디 말을 건네었다.
  "잘 모르겠습니다만, 운명적으로 이끌렸다는 말은 물론 거짓말일 테고...... 왠지 인간의 모습 같지 않아 보였습니다. 하늘에서 인간들이 살아가는 세상을 체험하기 위해 오신 분 같았어요. 그래서 당신께서 분명 어린 분이실 것임을 알면서도 당신과 잠깐이라도 함께 하고 싶었어요."
  그 이후, 그는 조금 더 시간을 줄 수 없겠느냐고 물었다.
  "어떤 이유를 갖고 계시기에......." 그 물음에 두 눈을 크게 뜨며 그렇게 되묻는 나. 이에 남자는 차분한 모습을 계속 보이면서 그 이유에 대한 언급을 하였다.
  "아가씨께는 무척 실례되는 일이 되겠습니다만, 아가씨께서 이 곳에 계셔야만 할 수 있는 일을 곧 하려고 합니다. 당신께 직접 해가 될 일은 아니니 안심해 주십시오."
  그리고서 그는 지팡이를 다시 탁자 위에 올려놓은 다음에 또 사람을 불러 주문을 하였다.
  "사진사를 불러 줘, 이 아가씨의 사진을 찍어야 하니까."
  그 이후, 중년 여성이 거대한 렌즈를 가지고 있으며 검은색을 띠는 외형을 가지는 커다란 기계를 가져오자, 남자는 일어나 줄 것을 당부한 다음에 그가 "찍는다." 라는 지시를 내릴 때마다 미소를 지어줄 것을 부탁하였다. 그 이후, 나는 남성이 불러온 기계를 가진 남자의 지시대로 앉은 채, 자세를 잡았고, 이어서 창가에 기대어 서 있는 모습을 보이다가, 두 손을 공손히 모은 채, 바닥에 앉은 모습을 보이는 자세를 취하는 등, 10 여 개의 다른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그렇게 자세를 취하는 동안, 한 번씩 기계에서부터 '찰칵' 하는 소리가 나고, 그에 이어 기계를 다루는 이가 다른 자세를 취해 달라고 지시를 내리고 있었다. 이에 대해 나와 함께 하던 젊은 남성은 '사진' 이라는 것을 찍는 기계임을 알렸고, 사진에 대해 그림과 비슷하지만 그림보다 선명히 사물이 묘사된 형태라고 간단히 소개를 해 주었다. 일단 그림보다 자세히 묘사된 것이라는 말을 들으니, 대략 어떤 형태인지는 짐작해낼 수 있었다.
  그 일을 위해 10 개의 다른 자세를 취하다가 기계를 든 사람이 물러나고, 이어서 젊은 남자가 7 일 후에 다시 불러오겠다는 말을 남길 무렵, 이전에 보았던 검은 드레스에 하얀 앞치마 차림을 한 여성이 다시 모습을 드러내, 두 손으로 한 쌍의 찻잔이 놓여진 하얀 쟁반을 들고서 그 모습을 드러내자, 젊은 남성이 나에게 찻잔을 가져가 줄 것을 부탁하고, 이에 내가 가까이에 보이던 찻잔의 왼쪽에 보이던 손잡이를 왼손으로 잡으며 찻잔을 들어올려, 그것이 쟁반에서 떠나도록 하였다.
  그렇게 나와 그 남자가 하나씩 찻잔을 받은 이후, 나는 단맛이 많이 가미된 탓인지 그리 쓰지 않은 두 손으로 찻잔을 잡은 채 마시면서 그의 이야기를 들어주기 시작하였다. 그 이후, 그는 결코 가볍게 넘어갈 수만은 없을 것 같은 하나의 이야기를 하는 목소리를 내었다.
  "혹시 로저라는 분을 알고 계실지 모르겠지만, 일단 그런 분이 계셨다는 사실 정도만 기억해 달라고 부탁하면서 이야기를 시작하지요. 본명은 크레이그 로저 호킨스(Craig Roger Hawkins) 로서, CRH 라고 칭해지기도 한 그런 분이시지요. 본시는 공장에서 일하시는 분이신데, 부인과 딸 사랑이 지극하신 분으로 이름 높으신 분이셨어요."
  그 이야기를 들으며 나는 이전에 동부 지역으로 갔을 때, 옷을 건네어 내가 갈아입도록 한 남자로서, 아내와 딸을 위해 무엇이든 해 주었다는 이야기를 있는 대로 늘어놓았던 그 남자의 모습이 바로 떠올랐고, 그러면서 그 남자의 이름이 크레이그임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그러다가 문득 그 아내와 딸의 이름이 어떠한지를 알고 싶다는 생각을 하였고, 그러면서 그에게 그 이름에 대해 알려줄 것을 부탁하였다.


다음 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