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인 분의 이름은 엘리제 호킨스(Elise Hawkins) 이셨고, 따님의 이름은 주니아 엘 호킨스(Junea L. Hawkins) 이셨어요. 주니아는 두 개의 이름을 갖고 있는데 두 번째 이름이 무엇인지는 현재도 알려져 있지 않아요, 아무 의미 없이 L 이라는 글자를 사용했다는 이야기도 있고."
  이상했다, 크레이그의 부인과 딸 이름을 언급하는데, 그는 '과거형' 을 사용하고 있었다. 그에게 아내와 딸, 두 사람이 있다면 분명 '현재형' 으로 그 이름을 소개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게다가 이전에 '더 풀턴' 의 조직원들이었을 세 남자들이 '로저의 딸' 이라는 인물을 언급하여 혹시 관련이 있는 것은 아닌가, 라는 생각을 하면서 그에 대한 의문을 어떻게든 풀어야 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래서 그 남자에게 어떻게 된 일이냐고 바로 따지는 듯이 물었다. 그러자 두 손을 앞으로 내미는 채로 두 손을 이리저리 흔들면서 당황했음을 거의 노골적으로 알리다시피한 표정을 지으며 말하였다.
  "아, 그것에 대해서는....... 아가씨께서 굳이 아실 필요는 없습니다, 이렇게 화사하신 아가씨께서 세상의 어두운 곳에 관여하셨다가는......."
  "일단 얘기나 해요!" 그러자 나는 강하게 목소리를 내어 그의 말을 잘라버렸고, 이에 의외의 모습이라 생각했는지 놀라는 표정을 지으며 남자는 뭐라 말을 하려 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더니 곧 이어 말문을 막았다. 그런데 그 모습이 무언가 두려워서 말문을 일부러 막는 것 같아 그런 나를 답답하게 만들고 있었기에, 나는 주변 사람들의 시선을 일단 무시하고 곧바로 그에게 소리 쳤다.
  "얘기 안 해요, 무언가 말을 꺼내려 하셨으면서 왜 아무 말도 못해요, 혹시 더 풀턴인지 무엇인지에 의해 보복 당할까 무서워서 그러하시는 것이지요!?"
  이에 남자는 너무 놀라는 표정을 지으며 나를 잠시 바라보더니 한숨을 내쉬면서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잠시 생각을 하는 듯이 가만히 앉아있기만 하더니 결국 다시 고개를 들고서 그 일에 대한 언급을 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 당시, 그 남자는 말의 시제 사용을 실수로 잘못했다고 답을 하였는데, 그 목소리가 무언가를 숨기는 느낌을 다분히 갖고 있어서 그를 통해 진실을 밝혀낼 수 있을 것이라는 나의 기대를 충족시켜주지 못했다.
  그리하여 결국 그로부터 무언가 알아내겠다는 시도를 포기한 후, 나는 다시 크레이그를 만나서 엘리제, 주니아 두 모녀가 어떤 상황에 처했기에 내가 만났던 남자가 그들의 존재를 과거 시제로 언급하면서 무언가를 숨기려 하는 모습을 보였는지에 대해 알아내겠다고 마음 속으로 결정을 내렸다.
  그리고 화제를 바꾸어 크레이그가 다니던 공장에 대해 알고 있었는지에 대해 묻자, 남자는 차분히 목소리를 내어 알고 있었다는 답을 한 다음에 크레이그와는 친분이 있는 사이였음을 밝혔다. 하지만 크레이그와 어느 정도 친분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자세히 밝히려 하지 않았다, 그저 출근길에서 크레이그와 만나 함께 길을 걷다가 서로 대화를 주고 받다보니 퇴근 도중에 술집에 들렀다가 술을 주고받을 정도의 친분을 갖게 되었다고 크레이그와의 친분 관계에 대해 언급을 할 따름이었다.
  그리고 그가 엘리제와 주니아의 모습을 본 일에 대한 이야기를 해 주겠다고 말하려 하다가, 문득, 생각에 잠기는 모습을 보이기 시작하더니, 잠시 후에 아차 싶다는 생각을 하는 듯이 다급해진 표정을 짓기 시작하면서 부리나케 탁자에 올려놓았던 지팡이를 다시 왼손으로 잡고 자리에서 일어나는 모습을 보였다.
  "어라? 갑자기 어디로 가시는 거예요?"
  "이제 시간이 되어, 가야할 곳으로 급히 가게 되었습니다."
  그 모습을 보며 나는 내심 어딘가 가야할 일이 있는데 나와 만나는 일로 인해 잊고 있다가 시간이 되었음을 뒤늦게 알아차렸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서도 정말 그러할지는 모르겠다는 생각에 그가 정말 어떤 생각을 품고 있는지에 대해 알아내기 위해 그렇게 물음을 건네었고, 그 물음에 남자는 환하게 미소를 지으면서 그렇게 화답을 하였다, 혹시나 의심을 했지만, 결국 내 예상 내의 행동이었다.
  그렇게 답을 하고서 남자는 사람을 불러 비워진 나와 자신의 찻잔을 치우도록 하고서 주머니에서 몇 장의 종이 화폐를 꺼내 그에게 건네었다-제법 많은 돈인 듯해 보였으나, 얼마인지는 아직까지 정확히 알지 못하고 있었다-. 이미 예상하고 있었지만, 차와 기계 다루는 사람을 부르는 일은 꽤 많은 돈이 필요했던 모양이었다.
  돈까지 지불하고서 남자는 곧 이어, 나에게 자리에서 일어나 줄 것을 당부하기 시작하였고, 그 이후, 내가 그의 말에 따라 자리에서 일어나자, 그런 나의 뒤를 따르는 듯이 자리에서 일어나 탁자의 왼편 근처에 이르는 그의 곁에 이르러, 두 손을 공손히 모은 채, 그와 마주보려 하자, 그는 나에게 시선을 향하면서 나의 동행인들이 어디에 있는지에 대해 알려줄 것을 부탁하였다.
  그 말을 들으며, 나는 그 남자가 무슨 사정에 의한 일인지는 몰라도 내 곁을 떠나 다른 곳으로 갈 예정을 가지면서 나를 원래 있던 곳으로 보내려 할 것임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하지만 나는 나 스스로 그들을 찾아 갈 수 있었기에 그의 도움은 필요하지 않았다. 그래서 그 부탁에는 바로 거절하는 의사를 드러내었다.
  "부탁은 고맙지만, 그래도 사양하겠어요, 저도 제 스스로 그들의 곁으로 갈 수 있으니까요."
  "정말 그렇게 하실 수 있습니까?" 이에 놀라면서 남자가 그에게 물음을 건네는 목소리를 내었다. 그러는 동안 그는 정말로 나에 대해 걱정스러워 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며 자신이 안전하게 데려다 줄 테니 함께 가 주지 않겠느냐고 부탁의 말을 건네었다.
  조금이라도 더 긴 시간 동안 내가 자신과 함께 있기를 원하는 듯한 그의 목소리. 물론, 그 부탁을 거절하는 것은 미안한 일이 될 것 같아 보였지만 그래도 혼자 갈 수 있음을 보이고 싶었기에 나는 미소를 지으면서도 그런 그의 말에 괜찮다는 뜻을 드러내는 화답을 하였다.
  "괜찮아요, 저도 저 자신은 어떻게든 지켜낼 수 있어요."
  그리고 걱정하지 말아줄 것을 당부하고서 갈 길을 가 줄 것을 부탁하였다. 그 이후, 그는 잠시 그런 나의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더니 조용히 미소를 지으면서 나에게 자신이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나의 숨겨진 면을 발견한 듯한 말을 건네는 목소리를 내었다.
  "처음 보았을 때에는 순수하고 청초하시기만 하신 분이실 것이라 생각했지만, 의외의 면을 갖추고 계신 것에 대해 많이 놀랐습니다. 어쩌면 아가씨께서는 첫 인상을 통해 예상하신 것보다 훨씬 강하신 분이실 지도 모르겠군요."
  라는 말을 건네면서 행운을 빈다는 말을 건넨 다음에 오른손을 올린 다음에 이별을 상징하는 두 손을 크게 흔드는 모습을 보였다.
  그 모습을 보자마자 나 역시 손을 흔드는 것으로써 답례를 하고서 그에게,
  "그러면 이만 갈게요." 라는 말을 건넨 다음에 곧바로 그를 등지는 방향으로 돌아서서 헤어졌던 일행이 있는 곳을 향해 뛰어가려 하였다. 그러다가 잠시 고개를 돌려 내가 만났던 그 젊은 남자가 어떤 모습을 보이고 있을 것인지에 대해 궁금해 할 무렵, 그 역시 다급히 자신이 갈 곳을 향해 떠나갔는지 이미 창가에서 그 모습을 감춘지 오래였다.

15 시 45 분 - 중앙 구역
  그렇게 남자와의 대화를 그와 헤어지면서 마친 이후, 나는 다시 중앙 구역으로 발걸음을 옮기면서 리아레안과 루마 그리고 도로시아의 모습을 다시 찾으려 하였다. 그리고 잠시 후, 한 동안 이들을 찾기 위해 중앙 구역의 원탁 일대를 돌아다니고 있다가 마침내 이전에 보았던 그 옷차림을 한 세 사람의 모임이 탁자 주변에 앉아있는 광경을 보고 이들에 대한 반가움으로 나 자신도 모르게 뒷모습을 보이는 세 사람의 모습을 알아보며 이들에게 소리쳤다.
  "리아레안 님! 루마 양!!! 이 곳에 계셨네요!!!!"
  "저희들은 계속 이 곳에 있었는데......." 그러자 리아레안이 환하게 미소를 지으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당황하였음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는 채로 화답한 다음에 나에게 어디에 가 있었느냐고 물었다. 그 물음에 나는 이전에 어떤 남자와 만나 그와 잠시 대화를 하고 있다가 돌아왔다고 당시에 있었던 일에 대해 하나씩 알리기 시작하였다.
  "그 남자 분께서 심성이 좋으셨던 것 같아요, 그렇지 않아요?"
  "예." 잠시 남자와 함께 있으면서 몇 가지 대화를 주고 받았다는 이야기를 할 무렵, 루마가 나에게 남자에 대해 추측하는 말을 하나 건네었고, 그 물음에 내가 미소를 지으며 그렇다는 답을 하였다. 그리고 루마와 리아레안을 마주보는 자리에 앉고서 나의 우측 곁에 자리잡고 앉은 도로시아에게 늦어서 미안하다는 말을 건네었다.
  "늦어서 죄송해요, 잠깐만 나갔다 오려 했었는데......."
  "괜찮아요, 뜻밖의 일이란 언제라도 있을 수 있는 법이지요."
  이에 환한 목소리를 내며 나를 위로하는 도로시아. 그 이후, 그는 루마에게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났는지에 대해 물었고, 이어서 리아레안이 루마를 대신해 루마가 오른손의 손바닥에 쥐고 있는 회중시계로 시선을 향하는 채로 일행이 자리잡은 지 45 분 정도 지났음을 밝혔다. 그리고 내가 자리를 떠났을 때는 25 분이었으므로 20 분 정도 일행과 떨어져 있었다는 언급을 하였다.
  "30 분 정도는 떨어져 계신 줄 알았는데, 생각 외로 적은 시간 동안 멀리 가 계셨던 것이었네요."
  그 때, 도로시아의 왼쪽 어깨에 앉아있던 크세비아가 내가 일행과 떨어져 있던 시간에 대해 그렇게 언급을 하였고, 이에 내가 "그런 것이었지." 라는 답을 하였다. 그 이후, 루마는 곧 16 시가 될 테니, 어서 일어나서 박물관의 남은 곳으로 가 보자는 말을 하였고, 그러면서 자신이 먼저 자리에서 일어나 북쪽 가장자리 가운데로 보이는 문을 지나, 그 문을 통해 다른 공간으로 나아가려 하였다.

16 시 - 박물관 내부 -> 시가지 중앙 구역 남쪽 유원지
  그 이후, 나는 루마 그리고 리아레안의 뒤를 따라 발걸음을 계속 옮기며 박물관 내에 소장되거나 전시된 각종 유물들의 모습을 바라보기 시작하였다. 이번에는 주로 현대와 가까운 시대의 사물들이 주로 나타났기에 재현된 생물의 모습도 실제로 볼 수 있는 동물들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는 않았다. 다만, 코끼리와 비슷하게 생겼지만 털이 많고, 어금니가 날카로운 생명체와 같이 현재에 볼 수 있는 생명체와 비슷하게 생겼지만, 크게 다른 이들이 있어서 그런 이들의 모습이 유난히 흥미를 주기는 하였다.
  그렇게 박물관 관람을 마친 후, 일행은 서쪽에 위치한 출구를 따라 밖으로 나왔다. 그렇게 밖으로 나오면서 일행은 각종 생물의 화석이 전시된 야외 구역을 거쳐, 남쪽의 길을 따라 나아가기 시작하였다. 루마가 앞장서고, 리아레안이 뒤를 따르며 이어지는 일행의 움직임. 그 움직임 속에 있다가, 나는 루마가 근처의 공원과 그 멀리 보이는 유원지의 모습으로 시선을 향하면서 그 곳으로 나아가는 듯해 보이는 루마에 대해 혹시 그가 유원지의 존재를 알고, 그 곳으로 나아가려 하는 것은 아닌가, 라는 생각을 하였고, 그러면서 그에게 물었다.
  "루마 양, 한 가지 묻고 싶은 것이 있어요."
  "무엇이 있나요?" 이에 루마가 잠시 고개를 자신의 오른편 뒤쪽에 자리잡고 있는 나에게 돌리며 물음을 건네었고, 그 물음에 혹시 루마 역시 유원지의 존재를 알고 있어서 그 곳으로 가려 하는 것은 아닌 지에 대해 되물었다. 이에 루마는 환하게 미소를 짓더니 "알고 계셨네요." 라고 말한 다음에 어떻게 자신이 유원지로 갈 것인지에 대해 알고 있었는지에 대해 물었다.
  "그 방향 너머로 유원지가 있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있어서 그래요."
  그 물음에 내가 답으로써 이전에 공원의 남쪽 길 너머로 유원지가 자리잡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었다는 사실을 언급하였다. 그 때, 크세비아가 나와 도로시아의 사이, 그 위에 자리잡고 있으면서 물었다.
  "그런데, 유원지가 행정 중심지와 이렇게 가까이 있어도 되는 거예요?"
  "행정 중심 구역은 그 북동쪽이며, 이 곳과 제법 거리가 멀다고 알고 있어요."
  이에 리아레안이 도시의 행정 중심 구역에 대해 그렇게 언급을 한 다음에 일단 유원지로 나아가도록 하자는 말을 건네었다. 그리고 잠시 시간이 지나고, 일행은 마침내 유원지의 정문에 이르게 되었다. 유원지의 시설은 그냥 이용할 수 없었지만, 입장 자체는 바로 할 수 있었기에 바로 유원지의 안으로 들어설 수 있었다. 하지만 놀이 시설답지 않게 중심가의 사람들로 붐비지 않고 있었다. 이에 대해 사람들이 인근 도시의 대형 유원 시설이 인기가 많아 도시 중심 구역의 인근에 위치한 유원지가 상대적으로 인기가 떨어지는 것이 그 이유라고.
  그 이후, 나는 거대한 금속 인형이 완갑처럼 생긴 팔을 각자 다른 방향으로 돌리는 곳을 지나쳐 반 시계 방향으로 회전하기를 반복하는 거대한 바퀴에 매달린 수레들과 그 수레에 앉아 환호하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이어서 보는 동안 그 왼편에 위치하고 있는 원반의 형상을 이루고 있으며 흔들리는 접시처럼 움직이는 나무로 만들어진 거대한 형상과 그 형상에 앉아 이리 구르고 저리 구르는 사람들의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던 루마가 나를 향해 고개를 돌리더니 나에게 물었다.
  "저 시설 위에 올라타 볼까요?"
  "돈이 없잖아요." 이에 바로 거절하는 나. 그 이후, 나는 유원지의 서쪽에 위치한 거리 구역으로 나아가, 각종 가게가 자리잡고 있는 그 구역을 거닐기 시작하였다. 그러면서 나와 루마 그리고 리아레안과 도로시아 및 크세비아가 각각 한 조를 이루어 각 조가 다른 방향으로 거리를 돌도록 하면서 거리의 입구 부근에 위치한 십자로에서 헤어졌다. 그 중 내가 속한 조는 십자로들 중 왼쪽 방향으로 나아갔으며 그러면서 오른쪽 방향으로 나아간 세 명과 점차 멀어지면서 하나씩 다가오는 건물들의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려 하였다.
  그리고 잠시 후, 나와 루마는 유원지의 남서쪽 가도 인근으로 나아가면서, 화려한 옷차림을 하고 있는 한 무리가 대열을 이루며 활기찬 모습을 보이며 중앙 구역을 향해 나아가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그러다가 거리의 가장자리에 위치하고 있는 나란히 자리잡은 가게에 놓여진 원형 탁자들과 그 탁자에서 차를 즐기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서 그 사람들처럼 탁자 위에 앉아 차를 즐기고 싶다는 생각을 하였으나, 곧 나에게는 돈이 없다는 사실을 상기하면서 그 모든 것을 체념해야만 했다. 그 때, 그런 나에게 루마가 물었다.
  "유네아 양, 혹시 차라도 한 잔 하시고 싶은 것은......."
  "아니에요, 루마 언니." 그러자 나는 나보다 어려 보임에도 불구하고 나보다 약간 나이가 더 많은 루마를 언니라 칭하면서 그렇게 화답하였다. 하지만 루마는 그에 대해 크게 개의치 않는 듯한 모습을 보이면서 주변에 모인 구경꾼들처럼 다시 행진이 이어지는 광경으로 시선을 향하는 나에게 물었다.
  "이렇게 준비하면서 사람들이 많이 고생한 것 같아요, 그렇지 않아요?"
  "그러하였겠지요." 세니티아에서도 하나의 공연을 위해 이런저런 준비를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해 오는 모습을 지켜보았다는 에르시아의 이야기를 통해 공연이 화려할 수록 준비 과정이 험난함을 알고 있던 나는 놀랄 일도 아니라고 생각하면서 차분히 목소리를 내어 화답하였다. 그렇게 한 동안 행진을 이어가는 대열들의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다가 행진을 지켜보는 일만으로 시간을 보낼 수 없다고 생각하면서 일행이 모이기로 한 유원지의 중앙 분수대로 먼저 나아가 리아레안, 도로시아를 기다리려 하였다.

17 시 12 분 - 유원지 중앙 분수대
  시간은 계속 지나 나와 루마가 중앙 분수대에 이르고, 이어서 루마가 분수대의 한 곳에 자리잡아서 앉고, 내가 그 왼편에 두 손을 내린 채 서 있으면서 분수대 부근에 자리잡게 되었다.
  그 무렵이 되어서는 어느덧 태양도 서쪽 하늘의 낮은 곳을 향해 접근해 가고 있으면서 노란 빛을 서쪽 하늘 저편에서부터 발산하고 있었다. 조금만 더 시간이 지나면 날이 어두워질 것임을 알리는 광경이 그렇게 나타나고 있었으나, 여전히 사람들은 분주히 유원지의 곳곳을 지나고 있었으며 분수대 주변의 비둘기들은 시간이 지나는지를 알지 못하는지 사람들 못지 않게 분주히 돌아다니다가 날아다니면서 노랗게 물들어 가는 서쪽 하늘의 모습을 꾸며주는 역할도 행하고 있었다.
  "좋은 광경이에요, 그렇지 않아요, 루마 언니?"
  "그러하네요. 그런데, 언제부터 유네아 양의 저에 대한 호칭에 언니가 들어가게 된 것이지요?"
  나의 말에 동의를 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내가 보인 행동에 의문을 드러내는 목소리를 내는 루마. 그런 그의 물음에 나는 그저 환하게 미소를 띠며 이전보다 정감 있게 대응해 주고 싶어서 그러하였다는 답을 해 줄 뿐, 다른 대응은 하지 않았다.
  "그러셨군요." 이에 알겠다는 말을 하는 루마. 그 이후, 한 동안 떠나갔던 다른 일행이 돌아올 때까지 기다리려 하다가 아직 그들이 돌아오는 모습을 보지 못한 채, 10 여 분 정도 시간이 지났다고 생각될 무렵, 점차 어두워지는 하늘을 가만히 바라보며 루마에게 물었다.
  "루마 언니, 루마 언니께서는 어떻게 다른 세계로 나아갈 수 있을 지에 대해 알고 계세요?"
  "알 수 있었으면 좋겠지만....... 어떻게든 방도는 나오겠지요."
  이에 답이 나오지 않는 상황에서의 갑갑함을 느끼는 듯이 한숨을 내쉬는 듯한 모습을 보이면서도 밝게 미소를 지으며 나를 향해 고개를 돌리려 하였으며, 나 역시 그런 그의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며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 이후, 나는 루마와 함께 눈앞에 펼쳐진 거리와 노랗게 물들어 가는 하늘의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며, 리아레안 그리고 도로시아가 돌아오기를 기다리려 하는데, 그 도중에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가씨도 이 곳을 찾아오셨군요, 어딘가 다른 곳으로 가실 줄 알았는데."
  그러면서 나의 눈앞으로 이전과 비슷한 옷차림을 하며 내가 만났던 그 젊은 남자의 모습이 나타났다. 그 후, 나는 남자에게 밝게 목소리를 내어 인사를 하면서 그를 맞이하려 하였다.
  "오셨군요!" 이에 남자는 밝게 표정을 지으면서 좋은 목소리를 내어 나에게 이렇게 다시 만나는 모습을 보니, 어쩌면 자신과 내가 좋은 인연이 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는 말을 건네고 있었다. 이에 고개를 나에게 돌리며 루마가 나에게 물었다.
  "혹시, 저 분께서 이전에 만났다는 그 분이신 거예요?"
  "예." 이에 잠시 루마를 향해 고개를 돌리며 그렇다고 답을 할 무렵, 남자가 다시 그를 향해 고개를 돌린 나에게 물음을 건네는 목소리를 내었다.
  "저 분께서 아가씨의 동행인이신가 보군요."
  "예." 그 물음에 나는 그렇게 간단히 답을 하면서 밝게 미소를 지었다. 이에 남자는 혹시 할 일이 없느냐고 물었고, 그러면서 할 일이 없다면 나 그리고 루마가 자신과 함께 하면서 어딘가 좋은 곳으로 가 보자는 말을 하였다. 하지만 나는 동료들을 기다려야만 했고, 그래서 좋다는 말은 차마 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 때, 뒤에서 무언가 불길한 느낌이 들기 시작하였고, 그러면서 뒤쪽에서 누군가가 다가오고 있다고 생각하며 재빨리 남자를 좌측 근처로 밀쳐내면서 앞으로 10 걸음 정도 분수대와 거리를 둔 다음에 뒤쪽을 향해 돌아서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잠시 후, 나는 이전에 보았던 나와 대치하였던 청년들의 무리와 비슷한 옷차림을 한 이들이 분수대 근처로 다가오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 이후, 나는 앞장서서 추격해 오는 검은 머리카락을 가지고 하얀 셔츠와 갈색 바지로 이루어진 옷차림을 한 채, 오른손에 짤막한 칼을 쥐고 있는 청년이 나를 추격해 오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러다가 그가 나에게 근접해 올 무렵, 남자가 "멈추시오!" 라고 외치면서 나를 가로막아 서서 청년이 나를 잡지 못하도록 하였다. 그 이후, 그는 지팡이의 끝이 청년을 향하도록 하면서 청년들이 그로 인해 멈추도록 하였다.
  "뭐지? 저 여자의 연인이라도 되는 거냐, 너는!?"
  그러자 앞장서서 추격해 오던 남자가 그에게 포악한 느낌을 주는 목소리를 내며 물었고, 그 물음에 남자는 아직 그렇지는 않지만, 조만간 그렇게 될 수도 있을 것이라는 화답을 한 다음에,
  "이유가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아가씨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나서겠소."
  라는 말을 하면서 왼손에 든 지팡이의 머리 부분을 오른손으로 잡더니 오른손으로 지팡이의 머리를 끌어당겨, 마치 칼집에서 날이 모습을 드러내는 듯이 길고 가느다란 송곳 같은 모습을 보이는 칼날이 나타나 검의 자루가 된 지팡이의 머리를 남자가 쥐고 있는 모습이 그에 이어 나타나게 되었다.
  그 이후, 왼손에 든 지팡이의 남은 부분을 바닥에 떨어뜨리며 자신의 눈앞에 위치한 청년을 위협하기 시작하는 남자. 이에 청년이 뒤로 돌아설 무렵, 그런 남자의 모습이 우습기라도 하는 듯이 비웃음을 드러내면서 청년의 무리 속에서 한 사람이 남자를 향해 다가오기 시작하였다.
  "정신 상태는 가상하다만, 그것만으로는 승리할 수 없지."
  남자를 마치 어리석은 사람의 한 모습인 양 여기는 듯이 다가오는 남자. 흑갈색을 띠는 곱슬 머리카락을 가지고 있으며 셔츠 위에 검은 조끼를 입은 모습을 보이는 이로서 날카로운 눈과 검은 수염을 가진 그 남자는 그 오른손에 그 끝이 예리한 장검을 손에 쥔 채로 회색 정장 차림을 한 젊은 남자를 매섭게 노려보면서 그에게 "해 볼 테냐?" 라고 물었고, 이에 정장 차림을 한 남자는 "해 보겠소." 라고 답을 하였다. 이에 검은 조끼를 입은 남자는 흥미롭다는 듯이 미소를 짓더니,
  "간만에 재미 붙일 일이 생긴 것 같군."
  이라고 말하고, 이어서 주변에 모인 청년들을 검을 휘두르며 뒤로 물러나도록 하였다. 그리고 결투에서 어떤 결과가 나타나더라도 상대를 원망하지 않겠느냐고 묻자, 정장 차림의 남자는 "원망하지 않겠소." 라고 답하며 곧바로 자신감을 드러내는 발언을 하였고, 그 이후에 곧바로 자신이 조끼를 입은 남자를 찌르기 위한 시도를 시작하면서 결투는 시작되었다.
  이 때 루마가 나의 좌측 곁에 이르더니 도망가야 한다고 말하였으나, 나는 그 남자 역시 가만히 둘 수 없다는 생각을 하면서 가만히 있어달라고 부탁하였다. 그 때, 루마가 다급히 외쳤다.
  "남자 분께서 위험에 처하시면 다른 분께서 구해주실 거예요!"
  "하지만, 이번 결투에서 지면 그 남자는 분명........"
  하지만 결투의 결과가 잘못될 경우, 남자가 처할 운명이 어떠한지는 바로 짐작이 가능했고, 그래서 나는 그의 곁을 더욱 떠나려 하지 않았다.
  그러는 동안 계속 이어진 두 남자의 서로를 향한 공세, 그 처음은 젊은 남자의 우세였다. 한 번 공세를 펼친 이후로 그는 계속 조끼를 입은 남자를 밀어내고 있었으며 그러면서 자신감이 생겨났는지 계속 공세를 이어가며 상대를 밀어내고 있었다. 하지만 계속 밀려나고 있으면서도 조끼를 입은 남자는 능숙하게 젊은 남자의 공세를 막아내고 있었으며, 오히려 여유까지 부리고 있었다.
  '불길해.......' 그 모습을 지켜보며 나는 젊은 남자가 공격의 틈새를 보이지 않기를 기대하고 있었다, 젊은 남자가 사실상 일방적으로 조끼를 입은 남자를 밀어내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였지만 조끼를 입은 남자 역시 밀려나고 있으면서도 그의 검격을 능숙하게 막아내고 있는 것이 마치 반격을 노리고 있는 듯해 보였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잠시 후, 그런 우려가 실현되기라도 하는 듯이 조끼를 입은 남자가 한 번 반격을 가하자마자 젊은 남자가 그 공세를 막아낸 이후, 다시 찌르기 위한 준비를 할 무렵에 그가 틈을 보이기 시작하였다.
  '안 돼!' 마음 속으로 그렇게 외쳤지만 이미 때는 늦은 이후였다. 조끼를 입은 남자는 그가 행하는 공격의 틈을 노려 곧바로 젊은 남자의 몸, 그 중심을 자신의 검, 그 예리한 칼끝으로 관통하고, 이어서 그 남자의 가슴과 배를 자신의 검으로 수차례 찌르는 모습을 보였다. 이에 그 상처를 감당해내지 못한 채, 남자는 손에 쥔 검을 떨어뜨리고 가슴과 배를 두 손으로 움켜쥐며 고통스러워하는 채 옆으로 돌아누워 쓰러지고 말았다. 그리고 잠시 후, 그런 그의 머리 오른쪽 근처로 칼끝이 움직이도록 하는 조끼를 입은 남자.
  "흥, 역시 너도 전형적인 부유층 귀공자였군, 입으로는 마왕이라도 쓰러뜨릴 기세이지만, 그 실상은 병사만도 못한 예를 그대로 따라가고 있었다니, 기대를 완전히 저버리고 말았어, 너는."
  잠시 후, 자신의 재미를 충족시키지 못했다고 말하면서 그를 비웃는 조끼를 입은 남자. 그리고 자신에게 여흥을 제공해 줘야 하겠다고 말하면서 그를 비웃는 듯이 말을 건네었다.
  "승자는 패자의 모든 것을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다, 그런 말의 의미 정도는 자네라도 알고 있겠지? 이제 그 의미를 머리가 아닌 몸으로 깨닫도록 해 주마."
  "어떻게 하지요?" 그 때, 정장 차림의 남자가 당해 쓰러진 모습을 보면서 어떻게 해야 할 지에 대해 내가 루마에게 묻자마자 루마는 자신도 가만히 있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음을 밝힌 다음에 그가 떨어뜨렸던 검을 조용히 왼손으로 쥐었다. 그리고 그 남자에게 칼끝을 향하면서 그에게 외쳤다.
  "그 행동, 지금 곧바로 그만두시지요!"


다음 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