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만히 누워 있다보니, 처음으로 그레이스 블루라는 도시에 온 이래로 이렇게 하나의 과업을 끝낼 때까지의 순간들이 하나씩 떠올라 오기 시작하였다. 처음으로 풀턴을 만난 일과 로저라는 사람을 만난 일부터 풀턴이 몰락해 가고, 폭발하는 화산 속에서 탈출할 때까지의 순간들이 하나씩 떠오르다가 문득 욕탕에 이르기까지 소요된 시간이 어느 정도가 될 것인지에 대한 의문을 품으며, 그 해답으로써 직접 소요된 시간을 계산해 보기 시작하였다.
  처음 그레이스 블루로 왔을 때의 시각이 13 시 정도. 그리고 욕탕에 들어왔을 때의 시각은 대략 8 시 정도일 것이었다. 그 세계에서의 하루는 30 시간인 만큼, 계산해 보면 소요된 시간은 대략 25 시간 정도. 그러니까 그레이스 블루라는 이름을 가지는 도시에서 이미 25 시간을 소요했다고 봐야 할 일이었다.
  25 시간이면 세니티아에서는 하루에 해당되는 시간. 그 시간이 그렇게 지나갔다는 결과를 내면서 나는 '그렇게 많은 시간이 이 곳에서 지나갔구나.' 라는 혼잣말을 하였고, 그에 이어 모든 일을 다 끝마치고 돌아오려면 얼마나 더 시간이 걸리게 될 것인가, 라고 조용히 말을 이었다.
  그러다가 문득 에르시아의 모습이 떠올랐다. 지금도 내가 돌아오기를 어딘가에서 기다리고 있을 에르시아. 그 에르시아의 모습을 떠올리면서 다시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그와 더불어 내가 소로에나에 있는 집에 남겨두고 온 것들이 무사할 지에 대한 걱정의 감정도 들고 있었다. 그 이후, 그에 이어 계속 떠올라 오는 여러 사념들, 그 사념들을 피로해진 나 자신이 감당하기 힘들었는지도 모르겠다, 어느 순간 나는 물 속에서 조용히 잠이 들고 말았다.


  "유네아 님! 이렇게 욕조에서 아주 잠들어 버리시면 어떻게 해요!?"
  그 이후, 나는 눈을 뜨자마자 다급히 일어나서 목소리가 들려온 방향인 나의 왼편을 향해 돌아섰고, 그와 함께 천으로 가슴과 허리 등을 가리고 있는 도로시아와 그 앞에서 두 손을 허리에 놓은 채, 나를 향해 고개를 들이밀며 전례 없이 화를 내는 크세비아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서 그는 멍하니 자신을 바라보고 있던 나에게 다시 한 번 격하게 목소리를 내었다.
  "이제 도로시아 님께서 들어가셔야 하니까요!!!"
  그 이후, 자신도 모르게 잠이 들었던 나는 나가야 하겠다는 생각에 크세비아의 성화가 이어지는 동안에 곧바로 몸을 일으키며 욕조에서 나와 벽에 걸린 하얀 천으로 몸의 물기를 닦아내기 시작하였다. 가슴과 허리를 먼저 닦고, 다리를 그 다음으로 닦은 다음에 마지막으로 머리를 헝클면서 물기를 털어낸다, 그런 과정을 통해 물기를 대략 닦아낸 이후에 곧바로 숙소의 방으로 들어갔다.
  숙소의 방으로 들어가고서 나는 속옷을 먼저 입은 이후에 곧바로 평상시에 입던 옷의 상의 부분을 입다가, 입구의 우측 근처에 위치한 침대의 입구에 가까운 가장자리 부근에서 다시 옷차림을 갖추어 입은 채, 벽에 기대어 있으면서 오른쪽 무릎을 세우고, 왼쪽 다리를 뻗고 있는 자세를 취하며 앉은 레야라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러자 그 이후, 나는 이전의 일로 인해 욕조 안에 들어가지 못했던 레야라가 차분히 표정을 짓던 모습을 보고, 그에게 사과의 말이라도 전해야 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후, 나는 허리를 굽혀 바닥에 놓여진 짤막한 치마를 입고, 이어서 허리띠를 둘러 옷을 고정시킨 다음에 침대에 앉고서 두 다리를 침대 위로 옮긴 이후, 곧바로 다리를 굽히고 두 발목을 두 손으로 안는 자세를 취하면서 레야라의 왼편 곁에 앉았다. 그리고 바로 앞에 보이는 창가로 시선을 향한 채 그에게 말하였다.
  "지난 번에 욕조로 들어가시지 못하셨지요?"
  그리고 그에게 죄송하다는 말을 건네려 하였지만, 이후 그가 나에게 건넨 말로 인해 그런 말을 내가 할 필요는 없게 되었다, 자신은 충분히 물속에 있었으니 괜찮다는 답이 바로 그 말. 그 말을 건넨 이후, 레야라는 온천 경험은 다음에 해도 되니까 이전의 일에 대해서는 크게 개의치 않고 있다는 자신의 생각을 드러내는 발언을 건네었다.
  그러다가 잠시 시간이 지날 무렵, 잠시 생각에 잠기고 있더니 내가 앉는 모습을 보면서 꽤 평범하게 앉는 모습을 보였다고 말을 건네면서 이야기의 화제를 바꾸려 하였다.
  "평범하게 앉다니요?" 이에 나는 고개를 우측으로 돌린 채, 눈을 크게 뜨며 레야라의 모습으로 시선을 향하였고, 이에 레야라는 그렇다고 답을 하고서 리레아가 워낙 기이한 자세를 취하며 침대 위로 올라오는 일이 잦았기에 그 정도 즈음은 평범하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밝힌 다음에 앉은 채, 침대의 벽을 향하지 않는 가장자리로 움직여, 그 가장자리에서 두 발이 바닥에 닿도록 하면서 자리에서 일어난 다음에 다시 침대를 향해 돌아서고서,
  "그 아이가 올라오며 취하는 자세들을 하나씩 보이도록 해 볼게요."
  라는 말을 건넨 다음에 리레아가 올라올 때의 자세라면서 침대에 올랐다가 내려오기를 반복하면서 하나씩 자세를 취하기 시작하였다. 바닥을 기는 듯한 자세를 취하였다가, 구르면서 나를 향해 다가오는 자세를 취하기도 하고, 공중제비를 두 번 돌다가 바닥에 엎어지며 침대에 떨어지는 자세를 취하다가, 그에 이어 앞구르기를 하며 나를 향해 다가오는 모습을 보이기도 하였다.
  세 번째, 그리고 네 번째로 보인 자세는 상당히 특이했지만 그래도 나올 수 있는 자세라 여기고 있었는데,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두 손과 무릎으로 침대의 바닥을 짚으며 살그머니 나를 향해 다가오더니 나의 근처에 이르고서 나를 향해 옆으로 눕고서 허리를 곧게 펴는 자세를 취하였다. 그러는 동안 그가 취하는 자세가 자세이다 보니, 허리와 엉덩이가 만들어 내는 곡선이 완연히 드러나고 있었다.
  그것도 모자라서 그는 허리를 굽힌 채, 두 팔을 겹친 채, 허리를 숙여 목이 두 팔 위에 이르도록 하면서 나에게 시선을 향한 채, 고혹적인 것처럼 보이는 미소를 짓기 시작하였다. 그러더니 잠시 후에는 앞으로 누운 채, 오른쪽 다리를 굽히는 자세를 취하면서 나에게 미소를 지었다-요염한 미소를 표현하고자 한 듯해 보였으나, 레야라의 특성이 특성인 탓에 색기는 거의 느끼지 못했다-. 그러다가 두 손을 포개고, 그 두 손 위에 머리를 올려놓은 모습을 보이고 있으면서 차분히 목소리를 내는 레야라.
  "침대가 하나인 탓에 함께 잘 때가 많은데, 그 때마다 리레아가 이런 장난까지 치고는 해요. 물론 장난 그 이상의 수준까지 나아가지는 않지만."
  그 때, 문이 열리면서 왼팔 부분에는 긴 소매가 달려 있으나, 오른팔 부분에는 소매가 없는 상의와 짤막한 스커트 그리고 파란 허리띠로 이루어진 옷차림을 다시 한 리레아가 시기도 좋게 그 말이 끝나자마자 그 광경을 가만히 보기 시작하였다. 그러자 "끝내야 하겠다." 라는 혼잣말을 하며 다시 자리에서 일어나는 모습을 보이는 레야라. 이에 리레아가 얼굴을 붉히면서 주변을 둘러보다가 베개 하나를 잡고 그 베개를 자리에 앉은 레야라를 향해 던졌다. 그러자 그 베개를 얼굴을 두 팔로 감싸며 막아내는 레야라.
  하지만 다툼은 그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그 베개를 다시 잡은 이후, 레야라를 때리기 시작하는 리레아. 그러면서 얼굴을 붉힌 채, 소리 높여 외쳤다.
  "그런 이야기는 함부로 하지 말라고 그랬지!? 유네아 양의 그러다가 나를 보는 시선이 이상해지기라도 하면, 그 때에는 네가 책임일 거야, 레야라!!!"
  한 동안 레야라는 가만히 맞고 있기만 하다가 결국 그 역시 베개를 발견하고, 레야라의 공세를 자신의 베개로 계속 막아내며 한 동안 실랑이를 벌이는 듯한 광경을 드러내고 있었다. 그러는 동안 나는 그 광경을 잠시 바라보고 있다가 내가 나설 상황은 아니라는 생각을 하며 조용히 방을 나섰다.
  그 이후, 나는 복도를 통해 숙소를 나서려 하다가, 복도 우측의 일행이 사용하는 방, 그 왼편 근처에 위치한 문이 닫혀 있으며, 그 닫힌 문에서 누군가 옷을 입는 소리가 들려오고 있음을 통해 그 문 너머로 누군가 들어왔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며 문 안으로 누가 들어왔는지, 그 목소리나마 들어보려 하였다.
  안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는 분명 어린 여자아이의 목소리였으며, 그 목소리가 제법 고왔던 탓에 나와 직접 관계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방문 너머로 들려오는 여자아이의 목소리를 통해 그 여자아이의 모습이 어떠한지 알고 싶다는 생각을 하면서 문 왼편의 벽에 기대어서 다리를 모으고, 왼발을 앞으로 내미는 자세를 취하면서 팔짱을 끼는 자세를 취한 채, 문밖으로 나오는 이의 모습을 조용히 기다렸다.
  그러다가 잠시 후, 방 안에 있던 여자아이가 옷을 다 입었는지, 문이 빠른 속도로 열렸다. 그런데 그 문이 다가오는 속도가 빠른데다가 벽에 맞닿으려 하고 있어서 미처 피하지 못한 내가 문에 부딪치는 결과가 나타나고 말았다. 문이 밀려나는 힘이 워낙 강한 탓에 얼굴에 문이 부딪치면서 강한 아픔이 느껴졌고, 그로 인해 나도 모르게 비명 소리를 내고 말았다. 그 때, 놀라는 목소리가 들려오면서 문이 다급히 시계 방향으로 움직이면서 문의 손잡이를 잡은 채, 한 소녀가 문에 부딪쳤던 나를 바라보기 시작하였다.
  하얀 어깨끈이 달린 소매가 없으며 반즈음 투명한 하얀 원피스로서 치맛단이 넓게 퍼지는 옷을 입은 소녀로서 검은색을 띠며 허리까지 내려가는 머리카락과 검은 눈동자가 하얀 얼굴을 꾸미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머리의 앞쪽에는 은색을 띠는 밴드가 머리를 꾸며주고 있었으며, 머리카락의 등 높이 부분을 하얀 리본으로 묶어 엉덩이까지 내려가는 부분이 모였다가 다시 발산하도록 하고 있었다. 그 모습이 목소리만큼이나 예쁘장하였지만 처음 보는 모습임에도 불구하고, 이상하게도 어디선가 본 듯한 느낌에 그를 낯설게 여기지 못하고 있었다.
  "괜찮으세요?" 이전부터 들은 바 있던 고운 목소리를 내며 다급해진 심정을 드러내고 있는 소녀. 그 소녀를 보자마자 나는 환하게 웃으면서 "괜찮아, 걱정할 필요 없어." 라고 답을 하였다. 그리고 당황하며 자기가 잘못했느냐고 묻자, 다시 한 번 괜찮다고 화답을 한 이후에 문 근처의 벽에 기대어 있던 내가 잘못했을 따름이라는 말을 건네었다. 그 이후, 나는 공손히 두 손을 모으고 있던 소녀에게 물었다.
  "혹시 아버지께서 경찰국에서 일하시고 계셔?"
  경찰국의 숙소, 그 숙소는 본래는 경찰국 관계자들만이 이용할 수 있는 곳으로서, 일행은 라빈 형사의 요청을 받아 특별히 이용할 수 있었던 것이었다. 그래서 나는 그 귀여운 소녀의 아버지가 경찰국에서 일하는 사람이 아닌가, 라는 생각을 하며 물음을 건네었던 것. 그러자 소녀는 "아, 아니요." 라고 당황하며 답을 한 이후에 라빈 형사가 특별히 불러와 들어올 수 있게 되었음을 밝혔다.
  그리고 그는 내가 입은 옷의 모습을 보더니 혹시 속옷을 입은 것 아니냐고 물었다. 이에 나는 놀라며 "아, 아니." 라고 화답한 다음에 내가 사는 곳은 원래 가볍게 옷차림을 하는 경향이 있어서 나 역시 평상시에는 그렇게 옷차림을 하고 다닌다는 말을 건네었다. 이에 소녀는 "무척 더운 곳인 것 같아요." 라고 내가 사는 곳에 대해 언급하였으나, 그에 대해서는 제대로 답을 하지 못했다, 물론 답을 해 주기라도 했다면 소녀가 너무 놀라 어찌 답을 해야할 지 알 수 없는 상황에 놓일 우려가 있었던 탓이었다.
  이후, 소녀는 나의 좌측 근처로 나아가고서 나를 지나치며, 방으로 들어가지 않느냐고 물었고, 그 물음에 나는 숙소 밖으로 나가고 싶을 따름임을 밝혔다. 그러자 갑자기 소녀가 자신의 오른팔로 나의 왼쪽 손목을 걸면서 미소를 짓는 채, 이전보다 밝아진 모습을 보이면서,
  "그러면 같이 제 방으로 가요."
  라는 말을 건네면서 나를 이끌고 자신이 머무르고 있던 방 안으로 들어갔다. 그의 방 자체는 내가 머무르고 있던 방의 모습과 닮았지만 어린 여자아이 한 명만이 머무르고 있는 곳이다 보니 방의 분위기가 약간 다르기는 하였다. 그런데 여자아이 혼자 머무르고 있을 법한 방 왼편의 열려진 옷장 너머로 소년이 입을 것처럼 보이는 갈색 멜빵바지와 모자의 모습이 보였다. 그 모습이 에딘이 입었던 바지와 모자의 모습과 거의 비슷해 무언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 그것에 대한 언급을 하자 깜짝 놀라는 표정을 짓는 소녀, 그러다가 곧 그는 환하게 미소를 지으면서 그 옷에 대한 이야기를 하였다.
  "원래 이 곳에 있던 옷이에요."
  "본래 경찰국에 공장 직원의 옷을 걸어놓기도 하니?"
  이에 내가 놀라면서 옷장에 시선을 향한 채, 그런 그의 말에 대해 그렇게 묻자, 소녀는 경찰국에서 일하는 사람의 자식이 공장에서 일하는 경우에는 직원의 옷이 걸리는 경우가 생기기도 한다고 나의 물음에 대한 언급을 하였다. 그러는 동안 소녀는 무언가 숨기고 있는 바가 있기라도 한지 떨리는 목소리를 내고 있었지만 그 사정이 어떠한지 알 리가 없었으니 결국 그가 감추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알 수 없었다.
  그 무렵, 소녀에게 물음을 건네는 나를 질책하는 크세비아의 목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분을 그렇게 문책하시면 곤란하지요, 더욱이 대상은 어린 분이시잖아요, 그런 문책이 어린 분께 무슨 영향을 주실지 아시면서 하시는 거예요, 그 일?"
  이에 나는 옷걸이에 경찰국에는 본래 없어야 할 물건이 있어서 그것에 대해 이상하다고 생각했을 따름이라고 그 일에 대한 언급을 하고서 어느새 도로시아와 함께 나에게 다가온 크세비아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전하였다. 그러는 동안 도로시아는 입고 있던 하늘색을 띠는 요정의 드레스를 입은 모습을 보이고 있었는데, 그 모습을 보며 아직까지는 적절치 못하다고 생각해서 그런 그에게 물었다.
  "도로시아 양, 암만 그래도 그 옷차림은 이 곳에서만큼은......!?"
  그러자 도로시아는 다소 우울해진 표정을 지으며 바로 로저에게 옷을 돌려주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었다고 답을 한 다음에 로저도 자신의 옷차림을 보면서 많이 놀랐다는 이야기를 하였다. 그 때 소녀가 도로시아의 모습을 보더니 놀라는 표정을 짓는 채, 오른손을 입가에 올리면서 물었다.
  "혹시 지금 오신 분께서는 요정 아니세요?"
  이에 도로시아는 바로 그렇다는 답을 한 이후에 먼 요정의 나라에서 사람들의 모습을 지켜보기 위해 내려왔음을 밝혔다. 그리고 인간 세상에 큰 소동이 있었던 것 같다는 언급을 한 이후에 혹시 그에 대해 알려주지 않겠느냐고 묻는 그에게 소녀가 바로 할 수 있다는 답을 하고서,
  "이전에 어른 분들께 들은 이야기가 있어서 바로 말씀을 드릴 수 있어요."
  라는 말을 건네었다. 그러는 동안 나 역시 그의 이야기를 들으려 하였으나, 곧 크세비아가 나에게 옷을 돌려주기 위해 옷을 들고 로저를 향해 가 봐야 한다는 말을 건네고서 가급적이면 빨리 가 달라고 부탁하였다. 이에 나는 별 수 없이 방을 나선 후, 내가 드레스를 벗어놓은 곳에 이르러 드레스를 구성하는 것들을 전부 들고 경찰국 근처의 옷장에 머무르고 있던 로저를 다시 만났다. 그러자마자 나를 다시 반기는 모습을 보이는 로저.
  "오오, 아가씨도 오는 건가. 그래, 옷은 잘 입었지?"
  "예." 이에 내가 그렇다고 답을 한 이후에 로저에게 옷을 건네었다. 그러자 그 옷가지들을 잠시 바라보다가 잠시 씁쓸하게 미소를 짓고서 옷을 받아 옷장 안에 넣어두려 하는 로저. 그러면서 그가 나에게 도로시아로부터 들은 이야기가 있음을 밝히는 말을 하였다. 이에 내가 눈을 크게 뜨며 무슨 말이냐고 묻자, 그는 그 답으로써 도로시아가 자신에게 했다는 이야기가 무엇인지를 바로 밝히려 하였다.
  "실은 유네아, 너를 비롯한 일행은 이 곳에서 멀리 떨어진 요정의 나라라는 곳에서 왔다고 하더구나."
  그 이야기를 듣자마자 내가 놀라면서 도로시아가 정말 그런 이야기를 했냐고 물었다. 행여 로저가 그와 관련된 사실을 세상에 알릴 경우, 그로 인해 여러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으리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랬었지, 하지만 이런 일로 사람들이 너희들을 놀림거리로 삼지는 않을 거다."
  그리고 그 이유로서 보통의 인간이 해결할 수 없는 절망적인 상황을 신이 몰라주지 않았다고 생각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그에게 되물은 이후에 그래서 신과 천사들이 직접 나서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그들의 고통을 더 이상 묵과할 수 없어 나를 비롯한 요정들을 세상에 내려 보내주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고 있으며, 그런 생각을 자신처럼 오랫동안 풀턴의 지배 하에서 어려움을 겪어 신의 기적이라도 바라고 있었던 사람들이라면 그렇게 생각하는 자신의 심정이나마 이해를 해 줄 수 있을 것이라는 말을 건네었다.
  "정말 그렇게 확신하세요?" 이에 내가 그렇게 묻자, 그렇다고 답을 하는 로저. 이어서 그는 그렇다고 해도, 혹시 모르는 일인만큼, 에딘을 비롯한 자신이 믿을 수 있는 사람들에게만 사실을 알리고, 다른 이들이 그 사실을 알도록 하지는 않겠음을 약속하였다.
  그 이후, 로저는 주니아의 옷을 넣어둔 옷장의 칸을 향해 돌아선 모습을 보이다가 문득 무언가 떠오른 것이 있었는지, 한 가지 부탁할 바가 있다는 언급을 하고서 나에게 부탁을 하겠다고 말하면서 물었다.
  "한 가지 부탁이 있으니, 혹시 들어줄 수 있겠나?"
  그리고서 내가 "예." 라고 답을 하자마자 고개를 숙인 채, 잠시 눈을 감고 있는 모습을 보이더니 무언가 결심한 바가 있는지, 이전보다 훨씬 진지해진 목소리를 내며 자신이 부탁하고자 하는 바를 나에게 알렸다.
  "네가 요정이라면 하늘에 이르지는 못할지 몰라도, 신비의 힘을 이용해 별들의 세상으로 나아가, 그 곳의 영혼들과도 대화를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지금까지 해 왔다. 그래서 부탁하는 바가 있는 게야."
  라는 말에 이어, 자신의 딸인 주니아, 그리고 아내였던 엘리제의 혼을 다시 만날 수 있다면 그들에게 한 가지 말을 전해달라는 부탁의 말을 건네고서, 왼쪽 바지 주머니에 왼손을 집어넣더니, 그 손에 두 번 접힌 하얀 종이를 들어 나에게 건넨 이후에 내가 오른손의 손바닥으로 그것을 받아 손에 쥘 무렵에 발걸음을 옮기어 옷장의 가운데에 가만히 자리를 잡고 앉아, 왼쪽 바지 주머니에 왼손을 넣어, 그 왼손에 하얀 막대를 쥐고, 오른쪽 바지 주머니에서 작은 등을 꺼내, 자신이 입에 문 하얀 막대 끝에 불을 붙이는 모습을 보였다.
  이후, 나는 다시 경찰국의 숙소 내부로 돌아오면서 두 손으로 종이를 펼쳐 그 종이에 쓰여진 글자로 시선을 향하였다. 로저를 지상에 남겨둔 채, 이미 돌아올 수 없게 된 두 사람. 그 두 사람에게 전하고자 한 검은 글자로 쓰여진 로저의 말은 다음과 같았다.
  '내 일은 걱정말고, 하늘에서 함께 편히 지내도록 했으면 좋겠다. - 남편 그리고 아버지였던 라스라는 공장 지구에서 오늘도 일상에 치이는 로저라는 이름을 가지는 어떤 남자가.'
  그 글을 보고서, 왼쪽 주머니 안에 종이를 집어넣었다. 표현은 못하고 있었지만 그 종이가 의미하는 바를 이해하면서 로저가 결심한 바에 대해 숙연함을 느끼고 있었다. 그 무렵, 도로시아와 크세비아의 다시 방을 나서는 모습과 옷을 모아놓은 커다란 바구니를 오른손으로 쥐고 있으면서 숙소 밖으로 나가는 리레아의 모습이 나타나더니, 이어서 도로시아가 나를 맞이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 이후, 그는 두 손을 공손히 내리고 있는 채, 나의 앞에 이르면서 내가 로저와 만나는 동안 있었던 일을 알렸다.
  "이제 옷을 모두 돌려주는 일을 끝내고, 숙소 정리를 시작하고 있어요. 숙소 정리가 끝나면 바로 떠나려 해요."
  그 이후, 일행은 숙소를 대략 정리하고, 리레아가 돌아올 무렵, 한 방에 다시 모인 이후에 다시 본래의 옷으로 갈아입고, 긴 머리카락을 풀어 내린 모습을 보이는 채, 침대에 앉은 이들의 앞에 서 있던 루마로부터 곧바로 서쪽의 대로를 통해 길을 나아가도록 할 예정에 관한 설명을 듣기 시작하였다. 그 때, 그런 그에게 리레아가 한 가지 묻고 싶은 바가 있다는 말을 건네고, 곧바로 그에게 물음을 건네었다.
  "혹시 에딘이나 로저 아저씨께서 루마 양을 알아보시기라도 하면 어떻게 하지요?"
  그러자 동요하는 기색 없이 그러할 일은 없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답을 하는 루마. 그 때, 레야라가 리레아가 질문하는 바에 공감이라도 한 듯이 그 질문에 이어지는 질문을 하는 목소리를 내었다.
  "보라색 머리카락을 가진 소년이 없어지고, 같은 색깔을 가지는 머리카락을 가지는 소녀가 모습을 드러내는데, 그것을 두고 분명 저도 무언가 이상하다는 생각을 하실 텐데."
  그 말에 루마는 로저에게 도로시아가 일행에 관한 이야기를 해 주었던 것으로 안다는 말을 하고서 그런 이야기를 해 주었다면 로저라도 그것을 두고 이상하게 여기지는 않으리라고 답변을 해 주었다. 그리고 그에 이어 리아레안이 루마에게 하나의 제안을 하는 모습을 보였다.
  "서쪽으로 나아가는 것도 좋지만 그 전에 하나 해야하는 일이 있지 않아요?"
  "무슨 일이 있을까요."
  이어서 루마가 자신에게 되묻자, 리아레안이 그 답으로써 우선 동남쪽의 '블레이징 드림' 제철소, 그리고 그 인근에서 다시 분화하기 시작한 화산의 모습을 잠시나마 둘러본 다음에 다시 중앙 구역으로 돌아간 다음에 서쪽 구역으로 나아가자는 말을 건네었다. 그러자 걱정이 된 모습을 보이면서 레야라가 물었다.
  "그러다가 그 문이 없어지기라도 하면 어떻게 되지요?"
  하지만 곧 한 번 생겨난 문은 주문의 효과가 없어질 때까지 사라지지 않는다는 언급을 하고서 하루 정도 지났다면 문제 될 일은 없을 것이라는 언급을 하였다. 그에 이어 그는 제철소가 어떻게 되었는지 잠시나마 보는 일도 나쁘지 않겠느냐고 물은 이후에 루마에게 리아레안의 제안을 받아들여 달라고 부탁의 말을 건네었다.
  그리고 잠시 후, 일행은 마침내 우선 제철소를 들른 이후에 다시 돌아와서는 서쪽의 길을 따라 나아가자는 리아레안의 제안을 따라 동남쪽 구역으로 먼저 가기로 결정을 내렸고, 그 이후에 한 사람씩 방을 나서기 시작, 나와 루마가 앞장서고, 리레아와 레야라가 그 뒤를 따르며 크세비아를 왼쪽 어깨 위에 올린 리아레안 그리고 도로시아가 그 뒤를 따르게 되었다. 그렇게 일행이 다시 숙소를 떠날 무렵, 갑자기 나의 등 뒤에서 나를 부르는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하였다. 에딘의 목소리였다.
  "주니아 누나!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그 이후, 에딘은 경찰국에서 발견된 것과 거의 비슷하게 생긴 공장 작업복을 입은 모습을 보이는 채로 나의 앞에 이르고서 나에게 나와 같이 여행을 하겠음을 알리는 목소리를 내었다.
  "그 여행에 저도 참여하겠어요, 진짜 주니아 누나의 영혼을 만나보기라도 하고 싶어서 그래요."
  그 역시 로저로부터 들은 이야기가 있었는지 내가 주니아 그리고 엘리제, 모녀의 영혼을 만나달라는 부탁을 그로부터 받았음을 알고 있었으며, 그 일을 통해 발생하는 주니아의 영혼을 다시 만날 일에 대한 기대를 갖고 있음을 그 이야기를 통해 바로 알 수 있었다. 하지만 보통의 인간인 에딘이 그 영혼들을 만날 가능성이 있는지의 여부는 아직 알 수 없는 일이라, 그 부탁을 받아들이기는 쉬워도, 그의 소원 성취를 위한 길은 상당히 험난할 수밖에 없었지만 아직 에딘은 그것에 대해 전혀 개의치 않고 있는 것 같아 보였다.

다음 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