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이는 순조롭게 이루어지고 있는 듯 했으나, 전이 통로의 끝에 이를 무렵, 한 차례의 충격파가 나를 덮치기 시작, 그것을 피하지 못한 채, 그 파동이 불러오는 빛에 감싸이게 되었다. 내가 어떻게 움직여 갔는지는 빛이 눈앞을 가리고 있었기에 알 수 없었지만, 몸이 움직이는 느낌상으로는 뒤쪽의 높은 곳 멀리 날아가고 있었던 것 같았다. 나의 손을 잡고 있는 에딘의 손이 전하는 느낌은 날려가고 있는 사이에 느껴지지 않고 있었다. 아무래도 파동이 나의 근처에 이르면서 그 충격으로 인해 에딘이 손을 놓아버린 모양이었다.
  파동에 휩싸이고 있으면서도 나 자신이라도 바로 설 수 있도록 몸을 몇 번 회전시키면서 자세를 바로 잡으려 하였다. 그러는 동안 나를 마치 여린 나무를 뽑아 날리려 하는 폭풍의 기세로 계속 나를 움직이려 하였지만 그래도 비행을 위한 힘까지 들여가며 바로 서 있을 수 있도록 계속 버티려 하였다. 물론 그러는 동안 조금도 앞으로 나아갈 수 없었지만 그 덕분에 더 이상 뒤로 날아가는 일은 없을 수 있었다. 그 파동이 한 차례의 격한 폭풍과 함께 사라지면서 눈앞으로 전이 공간의 모습이 다시 나타나게 되었지만, 그 모습은 이전까지 내가 지나쳤던 공간과는 분명히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에딘의 뜻을 무시하고 바로 전이를 시도했으면,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었을까, 후회를 해 보았지만 이미 사건은 지나가 버린 이후였다. 그 충격에서 벗어난 이후의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란 우선 전이 공간을 벗어나고, 그러면서 다른 곳으로 날아갔을 에딘부터 찾는 일이 될 것이었다, 아마 지금 즈음이면 나 역시 루마를 비롯한 이전에 전이를 시도한 이들과도 다른 곳으로 나아가게 되었겠지만, 그들을 만나는 일은 그 다음에 할 일이 될 수밖에 없었다.
  이후, 나는 검은 바탕 위에 붉은 점과 같은 모습을 보이는 별들이 곳곳에 떠 있는 모습을 보이는 전이 공간으로 시선을 향한 채, 그 공간의 저편을 향해 나아가려 하였다. 그 순간, 갑자기 레반테아가 나의 왼쪽 어깨 근처에서 모습을 드러내더니 위험을 감지한 듯한 모습을 보이기 시작하였고, 이에 나는 무언가 수상한 물체가 다가오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주변을 주시하며 나에게 다가올 물체에 대한 대비를 행하려 하였다.
  잠시 후, 나의 전방 좌우에서부터 나의 바로 앞으로 다가오기 시작하는 대량의 물체군. 선명한 색을 띠며 반 즈음 투명한 몸체의 안에서 빛을 발하는 수정으로 이루어진 삼각뿔의 형상을 이루는 그 물체들은 격렬히 회전하면서 하나로 모이더니, 나를 향해 격렬히 움직이며 다가와 마치 나에게 부딪쳐 갈아버릴 것 같은 기세를 드러내려 하고 있었다. 이에 나는 이들 중 앞서가는 것들을 공격 목표로 정하고, 레반테아로 하여금 하늘색 빛으로 이루어진 곡선을 계속 그려내어 그 곡선들이 삼각뿔들에 닿도록 하고 있었다.
  수정으로 이루어진 그 물체들은 충격에 닿아도 순순히 부서져 주지 않고 있었다. 한 번 충격을 받은 이후에는 그것에 맞고 날아가는 듯이 다른 곳으로 날아가는 모습을 보이는 것도 있었고, 충격에 꿋꿋이 버티는 듯한 모습을 보이며 앞으로 다가오는 것도 있었지만 확실한 것은 이들 모두 한 두 번 충격을 가하는 것으로는 간단히 부서지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날아간 이들 중 일부는 나의 좌측 혹은 우측으로 다가와 충격을 가하려 하면서 그런 나에게 위협을 가하기도 하고 있었다.
  어느덧 그 물체들은 나의 근처에서 나를 향해 다가오려 하는 기세를 계속 보이고 있었기에 이들의 움직임을 계속 저지하기 위해 곡선을 그리는 일을 포기하고 나까지 대기의 기운으로 이루어진 초승달들을 계속 보내, 이들에게 충격을 가하려 하면서 이들이 나에게 다가오지 못하도록 하고 있었으며, 그 와중에 하나씩 수정으로 이루어진 물체들이 갈라지면서 그것들이 점차 피해를 입고 있음을 알리고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나의 바로 앞으로 다가왔던 보라색을 띠는 수정 조각이 깨어져, 보라색 빛을 주변 일대로 발산하기 시작, 이어서 나에게 다가왔던 물체들이 하나씩 깨어지면서 개체의 숫자가 점차 줄기 시작, 그로 인해 나에게 다가오는 위협의 강도 역시 점차 약해져 가는 것 같은 현상이 나에게 나타나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이 끝은 아니라서 개체가 8 개로 줄어들 무렵, 개체가 움직이는 속도가 이전에 비해 빨라지기 시작, 개체를 피하기 위해 이전에 비해 더욱 빨리 움직여야만 했으며, 4 개로 줄어들 때에는 처음 모습을 드러냈을 때, 그 2 배 이상의 속도로 움직였기에 각 개체들의 모습을 한 번씩 관찰하면서 공간 일대를 계속 돌아다니며 그것의 움직임을 파악해야만 그 위협을 조금씩 피해낼 수 있었다.
  그런 기세 속에서도 결국 남은 개체들 역시 하나씩 격추시켜 마침내 모든 개체들이 깨어져 사라지게 되었다. 그러는 동안 나는 뜻하지 않게 다가온 격렬히 움직이는 상황 속에서 기운을 크게 소모한 탓에 그로 인해 지쳐, 기운이 회복될 수 있도록 적어도 공간 전이를 한 이후에는 반드시 쉬는 시간을 가지기로 마음을 먹고, 공간 전이를 마치는 일을 우선 하면서 남은 기운을 소모하며, 최대한 빠른 속도로 공간에서 벗어나려 하였다.
  그리고 잠시 후, 그런 나의 눈앞으로 검은 공간의 모습이 나타나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잠시 후, 내가 그 공간으로 진입하면서 눈앞의 모든 것이 캄캄해지기 시작, 이어서 나 자신의 모습 역시 그 어둠 속으로 사라지며 나의 두 눈으로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때가 오게 되었다.
  다시 정신을 차렸을 때, 나는 검은 돌로 이루어진 바닥의 한 가운데에 누워 있었다. 그런 나 자신의 모습을 보면서 공간 전이 도중에 의식을 잃고 잠들어 있었던 것은 아닌가, 라는 생각을 하며 다시 몸을 일으켜 두 다리를 왼쪽 방향으로 기울인 채로 앉고서, 내가 누워있던 곳, 그 주변 일대를 돌아보기 시작, 그러면서 나 자신이 검은 돌로 이루어진 건물들 사이로 난 검은 돌로 이루어진 길 위에 서 있음을 알게 되었다. 여기에 그 거리를 핏빛으로 물든 구름이 드리워진 하늘이 내려다보고 있는 탓인지 그 모습이 마치 지옥의 거리, 그 일부를 이루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전해주고 있었다.
  내가 앉아있던 곳은 팔각형을 이루며 길이 서로 모이는 거대한 광장으로서 내 주변에는 사람의 모습이란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무슨 이유인지는 몰라도 도시에 무언가 일이 생긴 탓에 사람들이 전부 떠나게 된 모양이었다. 없는 것은 사람의 모습만이 아니었다. 도시에 살아가고 있을 법한 여러 나무들의 모습 역시 보이지 않았으며, 그 때문인지 도시의 나무에 둥지를 트는 새들을 비롯한 작은 새들의 모습 역시 보이지 않았다.
  아무도 없는 구역에 홀로 계속 앉아있을 수는 없었기에 일단 자리에서 일어난 이후에 왼편에 보이는 거리들 중 하나를 정해, 그 거리를 향해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하였다. 검은 건물들 사이의 길을 따라 나아가면서 건물들의 모습을 보다 자세히 바라보면서 무슨 이유로 내가 이른 도시가 새들까지 살아가지 못하는 곳이 되었는지에 대해 알아내기 위한 일이었다.
  한참 길을 걸어 검은 건물들 사이의 길을 따라 나아간 이후에도 사람들을 비롯한 살아가는 이들의 모습은 전혀 찾을 수 없었다, '거의' 정도가 아니라, 그야말로 '전부' 였다. 심지어 영혼이 존재하고 있었던 흔적조차 전혀 느껴지지 않고 있어, 그것을 두고 처음부터 아무도 없는 곳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추측을 할 때도 있었지만 혹시나 하는 생각에 곧 그 추측을 그만두었다.
  그 거리를 한참 걸을 무렵, 나는 눈앞으로 뜻밖의 광경이 나타나고 있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거리의 한 곳을 하나의 강이 가로지르고 있었으며 그 건너편에 검은 돌로 이루어진 수많은 건물들의 모습이 줄지어 나타나고 있었는데, 강을 이루는 액체가 마치 용암처럼 불꽃과 비슷한 색을 띠는 채, 빛을 발하면서 V 자가 반복되어 나타나는 형상의 무늬를 그리고 있었다. 어쩌면 진짜 용암이 물을 대신해 강을 따라 흐르고 있는 것은 아닐까, 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정말 용암인지의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란 나에게는 없었다.
  하늘과 강, 그리고 하얀색을 띠는 창가를 제외하면 모든 것이 검은 이상한 거리. 그 거리를 강가를 가로지르는 돌로 이루어진 포물선을 그리는 다리를 건너, 내가 머무르던 곳의 건너편에 위치한 강가에 이르러, 다리 우측에 위치한 의자에 이르자마자 그 의자의 왼쪽 가장자리 부분에 앉아서 조용히 검은 돌로 이루어진 거리의 모습을 바라보기 시작, 그러면서 달리 할 수 있는 일이 없는 도시를 벗어나, 에딘이나 루마를 비롯해 나와 헤어진 이들을 한 명이라도 찾기 위해 어서 다른 공간으로 나아가야 하겠다고 생각하면서 '문' 을 찾기 위해 나서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런데 그 때, 갑자기 어딘가에서 한 앳된 소녀의 노래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하였다. 말이 없고, 단지 '아' 그리고 '오' 로 이루어진 노래로서, 슬픔의 감정을 호소하는 것 같은 소리. 그 소리를 듣다가 문득 어디에선가 그 소녀의 목소리를 들은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면서 그 소리의 근원에는 어쩌면 내가 알지 못하는 나와 인연이 있는 존재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추측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목소리의 근원이 헤어진 동료일 것이라는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았다. 내가 만난 이들 중에는 그런 목소리를 내는 이는 한 명도 없었으며, 그런 노래를 부를 이들도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면서 그 소리는 누군가 도시에 자리 잡고 있기 때문에 들린다고 생각하면서 자리에서 일어난 다음에 날개를 펼치고, 붉게 물든 하늘 위를 날아오르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검은 돌로 이루어진 건물들을 계속 내려다보면서 소리의 근원을 찾기를 반복하다가 마침내 도시의 검은 돌로 이루어져 있으며 여러 도형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복잡해 보이는 무늬가 그려진 곳에 소리가 들려오고 있음을 확인 후에 그 곳으로 내려가려 하였다. 그러나 그렇게 내려가는 동안에도 나의 귓가로는 소리가 들리지만, 눈앞에는 어떤 사람의 모습도 보이지 않는 이상한 광경이 나타나고 있어서 어떻게 소리가 들려오는지에 대해 소리의 근원을 찾아도 알아봐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러면서도 건축물들에 둘러싸인 광장의 한 가운데에 이르는 동안, 그 노래 소리가 이전에는 만난 적이 없었던 이의 목소리임을 확인할 수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나에게 낯설지 않게 들리는지에 대해서는 어떠한 답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가, 갑자기 나의 눈앞에 위치한 건축물에서부터 한 사람이 모습을 드러내는 모습을 보고, 그의 목소리를 들으면서 그 사람이 목소리의 근원임을 바로 알아차리게 되었다.
  어두운 보라색을 띠며 위쪽이 하얀 리본으로 묶여지고 나머지는 내려간 머리카락과 선명한 보랏빛 눈동자를 가진 소녀로서 어깨 부분만을 감싸는 소매와 깊이 패인 목깃, 잘록한 허리 부분 그리고 종의 모양을 이루며 넓게 펼쳐진 그 아래의 치마 부분으로 이루어진 하얀 드레스를 입고, 팔을 하얗고 얇은 장갑으로 감싸고, 역시 장갑과 비슷해 보이는 천으로 감싸여지고 있을 두 발을 하얀 구두로 감싸고 있었다.
  그야말로 하얀색으로 이루어진 옷차림을 한 소녀, 공손한 자세를 취하고 있던 그 아름다운 소녀의 모습은 검은색으로 일관된 도시의 모습과 대비되어 더욱 밝게 보였다.
  소녀의 모습은 분명 처음 보는 것이었으나, 그렇게 낯설지는 않은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전에 어딘가에서 본 것 같은 모습,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느낌에 그쳤을 뿐, 한 번도 만나본 적이 없었던 그가 누구인지를 떠올릴 수란 없었다.
  그런 소녀가 나에게 접근한 이후, 깊은 슬픔과 안타까움의 감정으로 채워져 있었을 그의 표정에 긴장감이 감돌기 시작하였다. 마치 내가 자신보다 높은 위치에 있는 사람으로 여기는 듯이 공손히 다가오는 그의 모습, 그 모습을 보면서 나는 그가 갑자기 왜 그러는지에 대한 의문을 품은 채, 그런 그의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려 하였다. 그러는 동안 소녀는 조심스럽게 나의 바로 앞에 두 손을 모은 채, 서 있다가 다른 말없이 조용히 드레스의 치맛단, 그 양끝을 잡으면서 허리를 굽히며 인사를 하는 모습을 보이기 시작하였다.
  그는 분명 나를 자신과 인연이 있는 존재라 여기고 있었을 것임에 분명해 보였다, 그러나 나는 그런 그의 모습을 처음 보았고, 그가 어떤 이인지에 대해서는 전혀 알지 못하고 있는 상태였다. 그러면서 그의 행동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는 와중에 소녀의 목소리가 나를 맞이하는 말을 건네고 있었다.
  "엘리시온의 가장 위대한 여신, '유네아 비르기아(Junea Virgia)' 님을 제가 감히 뵙습니다."
  '유네아 비르기아? ...... 엘리시온의!?'
  엘리시온이라면 이전에 주니아라는 이름으로 칭해졌으며, 나를 자신의 또 다른 모습이라 칭하였던 이가 언급했던 그 명칭으로서 두 번 다시는 듣지 못하리라 생각했던 그것이었다. 여기에 그는 나의 이름을 알고 있는데다가, 그것에 '비르기아' 라는 칭호까지 더하여 나를 칭하고 있었다.
  그 아름다운 소녀가 나에게 인사하는 목소리를 들으며, '비르기아' 라는 칭호에 대해서는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고 있었다. 나는 그저, 그가 어떻게 나의 이름을 알게 되었는지에 대해 더 알고 싶어하였을 따름으로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다. 하지만 당장에 그것에 대해 물어보는 일은 실례가 될 것 같아 그의 인사말에 대해 나 역시 공손히 허리를 숙이면서 그런 그의 인사에 답례를 하려 하였다.
  "예, 안녕하세요. 저도 만나서 반가워요."
  그 이후, 나는 곧바로 나의 이름을 어떻게 그가 알게 되었는지에 대해 물어보려 하였다. 그 때, 그런 나에게 소녀가 온화하게 목소리를 내면서 말을 이어가고 있었다.
  "언젠가 당신께서 저에게 말씀하셨지요. 거짓된 낙원, 엘리시온에서부터 고통 받는 이들을 구원하여, 그 모두를 진정한 낙원으로 인도하겠다고. 그 때, 제가 말씀드렸어요, 엘리시온의 가장 높은 이로서 어떻게 그런 결단을 내리셨는지에 대해."
  물론 나는 그런 말을 그에게 한 적이 없었고, 그러면서 그가 무슨 말을 하는지에 대해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자 소녀가 차분히 표정을 지으면서 나에게 물음을 건네고 있었다.
  "기억하시지 않고 계세요? 반드시 저의 가장 소중한 사람들과, 어려움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이들이 행복할 수 있도록 해 줄 것이니, 계속 이어지고 있을 고통과 어려움에 굴하지 않아 달라는 부탁의 말씀을 제가 당신의 곁에 이르렀을 때, 해 주셨어요."
  "하지만, 저는 당신께 그런 말씀을 드렸을 사람이 아닌데......."
  물론 내가 그러할 리는 없었으니, 사람을 잘못 보았다는 의미로써 그런 말을 전하였다. 하지만 소녀는 나의 모습이 사람들을 구원하겠다고 약속을 하였던 그 여신의 모습이라는 말을 나에게 건네고 있었다. 그 때, 그런 나의 뒤쪽에서 나의 것과 거의 닮은 목소리인 한 소녀의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하였고, 그 목소리를 듣자마자 나는 뒤쪽을 향해 돌아서고서 그 목소리를 내는 이의 모습을 보려 하였다.
  이후, 나의 눈앞으로는 그레이스 블루에서 내가 보였던 드레스를 입고 머리에 리본을 달고 있는 모습을 보이는 이로서 나와 거의 닮은 모습을 보이는 소녀가 나를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눈동자까지 나의 것과 온전히 같으며, 검은 머리카락의 끝 부분마다 파랗게 물들여진 모습을 보이는 소녀. 그런 그에게 시선을 향하면서 로저의 딸이었던 소녀, 주니아의 본래 모습은 그러하였을 것이라 생각하는 동안, 소녀는 나에게 하나의 이야기를 하기 시작하였다.
  "그가 너의 모습을 보면서 그런 생각을 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여신의 모습과 내가 그저 닮았기 때문이겠지?"
  이에 나는 그가 자신이 언급하는 '여신' 과 내가 모습이 닮아서 그런 착각을 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서 그렇게 물었으나, 그는 곧바로 그런 나의 물음에 "그렇지 않다." 라고 답을 하였다. 그리고서 그는 다른 감정의 표현을 하지 않는 표정을 짓고 있는 채로 그 이유가 무엇인지에 대한 언급을 하기 시작하였다.
  "네가 품고 있는 '여신의 영혼' 을 그가 느꼈고, 그러면서 네가 여신 혹은 그 화신일 것임을 확신하였기 때문이다. 단순히 닮았다는 이유만으로 너와 그 존재를 동일시할 정도로 그는 단순한 아이가 아니야."
  그리고서 그는 소녀에게 구원의 전언을 전한 이는 자신이지만, 나와 자신이 가지고 있는 '혼' 의 공통성으로 인해 나와 자신을 사람들이 동일한 존재로 간주할 수 있게 되었음을 알렸다. 그 이후, 그는 나에게 자신은 엘리시온의 재건이라는 명분 하에 만행을 저지르고 있는 바르코스에서부터 사람들을 구원하려 하고 있음을 밝혔고, 그것을 통해 사람들이 진정한 행복의 길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는 언급을 하고서, 그에 이어지는 말을 건네었다.
  "그것을 통해 사람들은 재앙이 없는 세계에서 새로운 삶을 살아갈 수 있겠지."
  그 때, 그런 그의 머리카락 끝 부분의 무늬가 붉게 변하고, 두 눈동자 역시 붉게 물들며 옷이 검은색과 붉은색이 주가 되는 이전의 주니아가 보였던 그런 모습으로 변화하기 시작하더니, 이윽고 소녀는 이전에 주니아가 보였던 모습 그대로 사악한 미소를 짓기 시작하였다.
  "엘리시온이라는 이름을 가지는 정해진 틀이 아닌, 오직 나만이 알고 있는 새로운 이상향에서."
  그리고 내가 그 말에 대해 뭐라 말할 틈도 없이, 이전의 말에 이어, 지금 나의 곁에 있는 소녀를 비롯한 파라일라의 사람들이 새로운 이상향에서 살아야 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라면 나 역시 가지고 있을 것이라고 나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서,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은 그 이상향을 구축하는 일임을 밝힌 다음에 그것을 위해서는 자신이 '완전한 존재' 가 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언급을 하였다. 그리고서 1000 년 동안 분리되어 있던 '혼' 의 일부만을 가지고 있는 자신은 '불완전한 존재' 로서, '완전한 존재' 가 되기 위해서는 하나의 과정을 거쳐야 할 필요가 있다는 설을 풀어놓기 시작하는 소녀.
  "불완전한 존재인 나 그리고 너의 혼이 하나가 되는 것으로써 그 일은 가능할 것이다."
  그리고 스스로 이루어질 수 없다면, 강제로라도 그 일은 이루어져야 한다는 언급을 한 이후에, 그 당시에는 나를 해칠 생각은 가지고 있지 않다는 언급을 하고서 그에 대한 언급을 하기 시작하였다.
  "너는 아무것도 이해를 하지 못하고 있기에 내가 행하고자 하는 바에 대해 납득하지 못할지도 모르지. 그래서 네가 모든 것을 알게 될 때까지 기다리려 한다. 하지만 그 필요성을 절실히 깨닫게 해 주는 이는 그리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이후, 나의 뒤에 서 있던 소녀를 주박에서 구출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생각해 보면 '완전한 존재' 가 세상에 존재해야 할 이유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는 말을 건네고서 그 때까지 기다리고 있겠음을 밝힌 다음에 나를 등지는 방향으로 돌아선 이후에 곧바로 발걸음을 옮기어 광장의 남쪽 거리를 통해 나의 눈앞에서 점차 멀어지기 시작, 그리고 마침내 나의 눈앞에서 그 모습을 감추었다. 그 때, 그런 그의 사라져 가는 모습으로 계속 시선을 향하고 있는 동안, 나의 뒤쪽에 자리잡고 있었을 소녀의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하였다.
  "괜찮으세요?" 이에 두 손을 가슴 언저리에 모은 모습을 보이면서 소녀를 향해 돌아선 이후에 괜찮다고 화답을 하는 나. 그리고 나를 향해 이전에 사라졌던 이가 정신적으로 충격이 될 만한 말을 그가 몇 마디 건네었을 따름으로서, 직접 위협이 될만한 일은 없었던 만큼, 나에 대해 크게 걱정을 할 필요는 없다는 화답을 하였다. 그러나 걱정을 떨치지 못하는지 우울한 표정을 계속 지으면서 나를 바라보는 소녀.
  "하지만, 방금 전에 떠나가셨던 분의 말씀이 신경이 쓰여요, 혼이 닮았다는 것은 언젠가는 두 사람 모두 같은 운명을 맞이하게 된다는 의미라서, 그 의미대로 유네아 님께서 그 분과 동일한 존재가 될 수도 있기 때문에."
  "그런 일은 없을 거예요, 그는 어디까지나 저와 닮은 모습을 가진 존재일 뿐, 저와 동일한 존재는 아니니까요."
  이에 바로 그렇게 화답을 하며 그런 그를 안심시키려 하는 나. 그와 더불어 같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으면 적어도 그와 동일한 사고를 하는 일 정도는 없을 것이라고 앞으로 있을 일에 대한 이야기를 한 이후에, 그런 그에게 그렇게 말하는 나를 믿어달라고 부탁하는 목소리를 내었고, 그 동안 소녀는 나를 가만히 바라보고 있다가, 내가 부탁을 하는 말을 듣고서 조금은 마음이 변했는지, 그런 나를 믿어 보겠다고 화답을 하였다. 비록 그의 걱정의 감정을 드러내는 표정은 거의 변하지 않은 상태였다지만 적어도 나에 대한 믿음이 생겼는지, 나에 대한 걱정의 감정을 그가 드러내는 일은 없게 되었다.
  이후, 나는 이 곳이 어디이고, 지금 내가 만나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를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하면서 그런 그에게 우선 내가 서 있는 곳의 바로 앞에 있는 이가 본래 어떤 사람인지에 대한 물음부터 건네려 하였다. 이에 두 손을 내리고 있다가, 왼손을 가슴 언저리에 올리는 모습을 보이면서 "저를 말함인가요?" 라고 되묻는 소녀. 이어서 그는 차분히 목소리를 내면서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를 밝히는 목소리를 내었다.
  "지금까지 밝히지 못해 실례가 되었습니다. 저는 '에리샤르 시아라니아 데 파라일라(Erishar Siarania de Farayla)' 로서, 파라일라 왕국의 제 2 공주인 사람이에요."
  그리고 그에 이어, 내가 두 번째로 묻고자 했던 사항에 대해서도 알리기 시작하여, 내가 머무르는 곳은 본래 바르코스의 항구 도시들 중 하나였던 곳으로서, 바르코스 측이 언니와 자신을 떨어뜨리기 위해 사람들이 떠나간 도시에 별궁을 짓고, 별궁에 자신을 가두어 놓고 있었다는 언급을 한 이후에 어떻게 도시가 비워지게 되었는지에 대해서는 아무도 잘 알지 못한다는 이야기를 하였다.
  그 이야기를 듣고서야 나는 그 도시가 본래 바르코스의 도시였음을 알 수 있었지만, 그 도시가 비워진 경위에 대해서는 공주 역시 알지 못하고 있었기에 알 수 없었다. 다만, 공주가 포로가 되기 전에도 비워져 있었으리라는 추측을 이야기를 통해 하면서 오래 전부터 검은 돌로 이루어진 바르코스의 도시가 사람이 없는 도시로서 존재하고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을 이어서 할 수 있었다.
  그와 더불어 나는 도로시아 그리고 아니스가 '시아란' 이라는 이름으로서 항시 언급했던 '왕국의 두 번째 공주' 가 바로 그임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아마도 그들이 언급했던 이름은 그의 애칭이었을 것이었다. 그런 그의 이름을 들으면서 나는 도로시아 그리고 아니스라는 이름을 어떻게든 기억하고 있을 것이라고 그에 대한 생각을 하면서 그런 그에게 그들에 대한 물음을 건네었다.
  "그렇다면, 한 번 묻겠어요, 두 사람의 이름을 기억하시는 것에 관한 것인데....... 혹시, 도로시아 그리고 아니스라는 이름을 알고 계세요?"
  그러자 곧 경기를 일으키는 듯이 놀라는 모습을 보이는 에리샤르 공주, 이후, 그는 우울한 표정을 짓는 채, 조용히 나를 등지는 방향으로 돌아서는 모습을 보이며, 그 두 사람의 이름을 두 번 다시 자신의 앞에 거론하지 말아달라고 부탁하는 목소리를 내었다. 그 목소리를 들으며 나는 그 두 사람이 에리샤르 공주와 정말 인연이 있었음을 바로 알아차리고-만약 그 이름들을 정말 몰랐다면, 어떤 이름인지 몰랐다고 답을 했을 것이다, 그 이름들을 듣자마자 놀랐음은 곧 그 두 사람의 이름을 알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봐도 좋을 것이다-, 곧바로 그에게 다시 물었다.
  "두 사람은 공주님과 깊은 인연을 맺고 계시잖아요, 그런데 왜......!?"
  "그러니까 말씀드리는 거예요, 그들의 이름을 통해 저의 마음을 흔들지 마세요, 두 번 다시."
  이에 에리샤르 공주는 이전처럼 어두운 목소리를 내며 그렇게 화답하는 목소리를 내고서, 자신의 앞에 자리 잡고 있는 건축물의 모습으로 시선을 향하는 채로 말을 이어가려 하였다.
  "두려워요, 그들의 이름을 제가 언급하는 것으로써 그들이 다시 바르코스에 의해 괴로운 일을 당할 일이......."
  "무슨 말씀을 하세요, 공주님께서 그들의 이름을 언급하는 것만으로 어떻게 그들이 고난에 처할 수 있다는 거예요, 이치에 맞지 않는 이야기 아니에요?"
  이에 내가 이해가 되지 않아, 물음을 건네자 공주가 답으로써 이전에 꽃의 나라로 도피하였던 자신의 친구-도로시아였을 것이다- 대한 이야기를 한 적이 있음을 밝히고서 그 이후, 그 친구가 살고 있던 꽃의 나라를 향한 바르코스의 침략이 시작되어 도로시아는 겨우 파멸을 면할 수 있었지만, 그로 인해 꽃의 여왕이 죽임을 당하고, 꽃의 요정들 중 극히 일부만이 겨우 재앙에서 몸을 피할 수 있었음을 언급하였다.
  "저는 홀로 있을 때에는 마음 놓고 있을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그렇지 않았어요. 바르코스의 왕과 그 신하들은 제가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의 모든 것을 알고 있었던 거예요."
  그런 경우가 있다. 적국의 왕자 및 공주를 잡아놓고 그들이 무심코 언급하는 사람의 이름을 감시하는 측이 그들이 모르는 사이에 들어, 그 사람을 찾아 죽임에 이르도록 하는 경우가 바로 그것. 그 이야기를 들으며 나는 그런 경우가 있음을 상기하면서 도로시아가 자신이 살고 있던 꽃의 나라의 파멸을 피해 도망친 일에 대해 바르코스가 단순히 그들이 거슬린다하여 처단하려 하였으리라 생각했지만, 실제로는 공주의 인근 사람과 그 주변인을 처단하기 위한 수단으로써 그런 일을 행하였음을 알 수 있었다. 그러면서,
  '공주의 주변인을 처단하기 위한 수단으로써, 꽃의 왕국을 멸망시키려 했던 건가.'
  라는 혼잣말을 조용히 늘어놓았다. 그 때, 공주가 다시 나를 향해 돌아서더니, 자신이 파라일라라는 왕국에 살아가는 하나의 민중이었다면 그런 일이 있을 수는 없었겠지만, 자신은 일국의 공주로서, 언제 파멸의 운명에 놓일지 알 수 없는 왕국의 운명을 지탱하기 위해 제물을 자처하여 바르코스의 포로가 된 상태임을 밝히고서 그런 자신이기에 친한 사람의 이름조차 함부로 부를 수 없음을 밝히고서, 자신 역시 친했던 이들이 그리우면서도 그들을 잊으려 하였다는 이야기를 한 이후에, 그들을 잊어야만 그들을 부르는 일이 없고, 그래야 그것이 바르코스의 살해 욕심을 불러오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라는 이야기를 하였다.
  그리고서 그는 나에 대해, 그 근거지가 파라일라의 지상이 아닌데다가, 바르코스 인들 중 대다수가 그 존재를 모르기에, 바르코스 인들이 처음부터 알면서 건드리지 못하고 있었을 것이라는 언급을 한 이후에 그들의 세니티아 침공은 나와는 아무 관련이 없음을 밝혔다. 그 이후, 그는 한 동안 조용히 나의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기만 하다가, 미소를 지으면서도 슬퍼하는 목소리를 내며 말을 건네었다.
  "시가지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서 그들처럼 살아갈 수 있을 텐데, 라는 생각을 하면서, 어렸을 적에 공주로 태어났다는 것에 대해 자랑스러워하던 어렸을 적의 나날들을 떠올린 적이 있었어요."
  이후, 그는 "때가 되었네요." 라는 말을 한 이후에 할 말은 다 했음을 알리고서 다시 나를 등지는 방향으로 돌아선 이후에 다시 건축물의 입구를 향해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하였다. 그 이후, 공주의 모습이 다시 사라질 무렵, 검은색을 띠는 바람이 나의 등을 세차게 때리며 차가운 느낌을 전해주기 시작하였다. 그 바람을 맞으면서 나는 도시에서 달리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 생각하며 정말로 공간을 떠나가기로 마음을 먹고서, 다시 날개를 펼친 이후에 곧바로 광장을 떠나 붉은 구름이 드리워진 하늘 위로 다시 날아오르기 시작하였다.
  다시 하늘 위로 날아오를 무렵, 하늘의 전역에 드리워진 붉게 물든 구름의 무늬가 점차 없어지며 마치 하늘이 붉게 물든 듯한 모습으로 점차 변해가기 시작하였고, 그 하늘에 드리워진 구름의 색 역시 조금씩 변화하기 시작하여, 짙은 붉은색을 띠던 하늘이 점차 피의 색에 가까운 색으로 변해가기 시작하더니, 마침내 하늘의 모습이 마치 피로 채워진 것 같은 모습을 보이기 시작하였다. 그야말로 피로 채워진 하나의 공간을 보게 된 상황, 그 상황 속에서도 처음에는 정상적인 상태를 가지면서 비행할 수 있었지만 그 색을 점차 견딜 수 없게 되어 점차 눈과 함께 머리까지 어지러워지기 시작하였다.
  그러면서도 점차 높이 올라가면서 나는 그 붉은색이 선명해지고 있음을 확인하면서 어지러움과 함께 나 자신의 시선이 점차 어두워지고 있음을 느끼기 시작하였다. 그러면서 어떻게든 붉은 공간 위를 날고 있으면서 다른 공간으로 나아갈 수 있는 '문' 을 찾으려 하였으나, 점차 의식이 흐려지는 것을 어찌하지 못할 지경에 이르고 말았다. 이후, 다시 눈을 뜰 무렵, 나의 눈앞으로 이전과는 전혀 다른 광경이 나타나게 되었다.


다음 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