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행성이오?" 이에 소녀는 내가 바라보는 부유 대륙 비슷한 물체를 '행성' 이라 칭하면서 나에게 되묻고 있었다. 그 말을 들으며, 이 곳의 사람들은 대기 위에 떠 있는 행성 상 물체를 바로 '행성' 이라 칭하고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할 수 있었다. 아무래도 그 소녀 역시 어른들로부터 그 물체가 '행성' 이리라고 배웠던 모양이다.
  틀린 표현인 것은 틀림없어 보였다. 행성이나 위성은 어느 정도 행성과 거리를 두고 있지 않으면 큰 행성의 중력에 이끌려 소멸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소녀에게 그런 이야기를 함부로 할 수는 없었고, 그래서 소녀가 말한 바를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는 동안 소녀는 나에게 그 '행성' 에 관해 아버지가 말해준 바가 있음을 밝힌 다음에 시간을 알리기 위해 켜지고 꺼지기를 반복하는 등이 그 '행성' 에 있음을 밝힌 이후에 그에 이어, 1 시간을 주기로 등이 켜졌다고 꺼지기를 반복하면서 정각이 왔음을 알리고 있다고 등에 관한 이야기를 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자 내가 '행성' 위에 위치하고 있는 노랗게 빛을 발하는 등으로 시선을 향한 채, 그 빛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시작하였다.
  "나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어, 빛이 주기적으로 켜졌다가 꺼지기를 반복하며 시간을 알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라고. 그러면서 이 곳 일대에서의 시간을 알리는 역할을 하늘 위에 머무르고 있는 저 작은 행성 위에 떠 있는 등이 하고 있을 것이라 여길 수 있었던 거야."
  그 이후, 나는 소녀에게 등이 있다면 관리하는 사람도 있을 것 같다고 말하자, 소녀가 "그렇다고 해요." 라는 화답을 한 다음에 주기로 교대를 하면서 등을 관찰하고, 시간이 되었다고 판단을 내리면 등을 시각에 해당되는 만큼 깜박인 다음에 켜고 끄기를 반복하는 일을 '직접' 맡는다고 어른들로부터 들었다는 이야기를 하였다.
  "그것을 손으로 직접 하는구나."
  이에 나는 밝은 표정을 지으면서도 차분히 목소리를 내어 그 이야기에 대한 화답을 하였다. 아직 자동으로 등을 켜고 끌 수 있는 장치가 마련되어있지 않아 사람들이 손으로 직접 할 수밖에 없을지도 모르겠다고 그 일에 대한 생각을 하면서 그 일을 편하게 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좋겠다고 밝은 표정을 지으면서 말하였다.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그래야 아저씨들께서 피곤해 하시지 않을 테니까요."
  이에 나처럼 밝게 목소리를 내며 그렇게 화답을 하는 소녀. 그리고 가끔 틀릴 때도 있고, 그래서 어른들이 그것에 대해 화를 내기도 하지만 사람들이 힘들게 일을 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것 같기도 하다고 어른들의 사정에 대해 이해를 하는 모습까지 보였다.
  그 모습을 보며, 나는 소녀에 대해 생각 외로 어른스러운 면도 많이 가지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그것이 어려운 가정 형편에 의해 생겨난 것이라 여기며, 그런 그의 면모에 대해 아쉬움의 감정을 느끼기도 하였다, 어른스러우면서도 유복한 삶을 살아갈 수 있다면 분명 크게 될 수도 있었을 것을. 물론, 어른스러운 면모라는 것이 쉽게 만들어지는 것은 아님을 알고 있지만, 그래도 그런 그의 면모가 아까운 것은 어찌할 수 없는 노릇이었다.
  '생각 외로 좋은 아이 같아.'
  그와 더불어 나는 동행하는 이로서 좋은 이를 만난 것 같다는 생각에 이어, 지금까지 동행하던 이들과 다시 만날 때까지 나의 좋은 동료가 되어줄 수 있을 것에 대한 기대를 할 수 있었다.
  그렇게 발걸음을 옮길 무렵, 어느덧 나의 눈앞으로 집들이 보이지 않게 되었으며, 그것을 통해 마을 구역을 온전히 벗어났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회색 흙을 드러내는 길의 좌우로 자라난 풀들의 키가 점차 커져가, 마침내 내 눈앞으로 내 키의 반 이상에 이를 정도로 긴 풀들이 주변 일대에 자라나 있는 곳에 이르게 되었다. 키만 큰 것이 아니라 줄기도 굵은데다가 그 색 역시 이전까지 보던 풀들의 색보다 훨씬 선명한 색을 띠고 있던 그 풀들은 길 주변의 지평선 너머까지 분포되어 있었으며, 그러면서 좌우로 길게 이어진 지평선이 푸른색과 초록색의 길다란 경계선을 이루도록 하고 있었다.
  사람들이 지나는 길을 제외한 지평선 일대까지 길게 이어지고 있으며 크게 자라난 풀들을 보면서 세차게 바람이 한 번 지나가고 나면 그 풀들이 거대한 물결 비슷한 것을 이루어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는데, 그 때 마침 나를 향하는 방향으로 세차게 바람 한 줄기가 불어오기 시작하며, 풀들의 무리를 이루는 줄기들을 멀리 있는 것들부터 밀어내는 모습을 보이기 시작하였다.
  바람이 지나가는 동안 바람의 힘에 의해 한 번 밀려났던 풀들은 바람의 힘이 지나가자마자 다시 일어나며 누웠다가 다시 일어나는 모습이 마치 하나의 거대한 파도를 이루고 있었다. 그 파도는 한 번으로 끝나지 않고 바람이 풀밭으로 다가오고, 그와 함께 풀이 눕는 모습을 보이면서 계속 나타나고 있었다. 가끔 볼 수 있는 모습은 분명 아니었지만, 그래도 볼 때마다 풀들의 움직임이 이루어내는 조화를 아름답게 볼 수 있었기에 풀과 바람이 만들어내는 풍경을 이전에 보았을 때처럼 항시 눈여겨보고는 하였다. 그 만큼, 그 풍경은 나에게 있어서 아름다운 것 중 하나였다.
  소녀 역시 밝은 표정을 짓고 있었지만 바람이 만들어내는 풍경으로는 시선을 두지 않고 있었다. 그 대신, 소녀는 바람이 불어오는 동안 뒤쪽으로 푸른 머리카락을 흩날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을 나의 모습으로 시선을 향하고 있었다. 이에 온화하게 미소를 지으며 내가 물었다.
  "내 모습을 보며 기분이 좋아졌니?"
  "예." 그리고 긴 머리카락을 가지고 있으면 사람들이 '귀신 같다' 라고 생각해서 항시 머리카락을 짧게 자르고 있었는데, 그 머리카락이 예쁜 모습을 보면서 너무나 신기했다는 말을 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었다. 그러자 나는 앞으로 시선을 향한 채, 미소를 짓기 시작하고서 그런 그의 말에 화답하였다.
  "그래서 가끔 귀신 같다는 말을 들어, 나도."
  그리고 긴 머리카락은 가끔 사람들에게 '공포' 라는 감정을 불러오는 것 같다는 말을 하자, 이에 소녀가 자그마한 자신의 두 눈을 동그랗게 뜨며 정말이냐고 묻는 모습을 보였다. 진심으로 당황한 듯한 소녀의 모습, 그 모습을 보자마자 나는 바로 깜짝 놀랐고, 그런 그를 진정시켜야 하겠다는 생각에 환하게 웃으며 "농담이야." 라고 그 말에 대한 언급을 하는 것으로써 그를 달래려 하였다.
  이야기가 이어지는 동안 바람이 약해지면서 선선하게 불어오는 바람이 풀의 줄기들을 조금씩 흔들고 있었다. 그런 길 주변을 조용히 둘러보다가 문득 떠오른 것이 있었다, 풀밭 안에 숨어 지내던 사람들의 이야기. 나무만큼은 아니지만 풀 역시 길게 자라날 경우, 형체를 감출 수 있게 된다. 그러다 보니, 풀밭이 보물을 숨기는 곳이 되거나, 밀담의 장소로 여기어지기도 한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나는 풀밭 사이로 난 길을 걸으면서 풀밭 사이의 어딘가에 하나의 보물이 자리 잡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어떤 관점에서는 무의미한 기대를 하기도 하였다. 물론 내색하지는 않고 있었는데, 그 감정이 표정에 전해진 탓인지, 소녀가 나에게 시선을 향하며 물었다.
  "어라? 언니, 왜 그래요, 갑자기?"
  "아, 아무것도 아니야." 이에 환하게 웃으면서 답을 하는 나. 그러면서 결국 그에 대한 기대는 완전히 접기로 마음을 먹고, 보물에 대해 신경을 쓰지 않고 앞길만 걷게 되었다.

  1 시간 정도 걸었는지, 시간을 알리는 듯이 왼편 위에 보이는 행성의 등이 두 번 깜박이더니 지금껏 등 위에 피어나 있던 노란 빛이 사라졌다. 그 모습을 보며 조용히 '이제 2 시가 됐어요.' 라고 시각에 대한 말을 하는 소녀. 그리고 이 곳의 시간에 대한 설명을 하기 시작하였다.
  "이 곳의 하루는 18 시간이에요. 아침이 0 시부터 시작해서 6 시, 낮이 7 시부터 9 시, 그리고 밤이 9 시부터 0 시까지로서, 시기마다 6 시간, 3 시간 그리고 9 시간으로 구분이 되어요. 태양은 떠오르지 않기에 낮과 밤 시간이 되었음의 명시가 분명히 이루어진대요."
  "그렇구나." 그 이야기를 들으며 나는 내가 위치하고 있는 곳의 하루는 18 시간으로 이루어져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으며, 그래서인지 시간 구분이 내가 사는 곳보다 간단한 것 같다는 생각을 할 수 있었다.
  그러다가 문득, 그 세상에 시계가 있는지에 대한 의문을 품으면서 그에 대한 물음을 건네었다. 물론 나는 그가 시계에 대해 잘 모르리라 생각을 하면서 시간을 알려주는 기계 및 기기가 그 세상에 있는지에 대해 물었다. 그 물음에 소녀는 그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는지, "시계요?" 라고 물은 다음에 그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시작하였다. 그는 분명 시계에 대해 알고 있었으며, 이를 통해 나는 그 세상에도 시계는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러면서 시계라는 수단이 분명 존재하는데, 왜 사람들이 시계가 아닌 사람이 조작하는 등을 통해 시간을 알려 하는가, 에 대한 의문을 품기 시작하였고, 그러면서 가정에서 시계를 구하지 못한 이유에 대해 물음을 이어서 건네었다.
  내가 건네는 물음에 대한 답으로써 소녀는 가내 사정이 여의치 않아 시계를 구할 수 없었음을 알린 다음에 시계가 있지만 도회지의 가게에서 구입해야만 하며, 그것을 위해 들여야 할 돈도 너무 많아 집에서 마련할 수 없었음을 알린 이후에 그래서 아버지와 어머니 모두 일을 할 때에는 하늘 위에 떠 있는 행성이 등을 켜고 그것이 깜박이는 모습을 보는 것으로써 시간을 대략이나마 알아내고는 하였다는 이야기를 나에게 해 주었다. 그리고서,
  "저희 집안만 그러한 것이 아니에요, 제 주변 사람들, 그리고 마을의 거의 모든 사람들이 시계를 가지지 못하고 있어요. '시계는 시각을 숫자로 표현하여 사람들이 간단히 알 수 있는 도구로서, 일하는 자의 마음이 숫자에 의해 어지럽혀질 수 있기에 일에 전념해야 할 서민들에게는 적합하지 못하다.' 라면서 나라에서 사람들이 함부로 시계를 가지지 못하도록 시계의 가격을 보통 사람들이 간단히 살 수 없도록 비싸게 만들었대요."
  라고 그 곳에서 시계가 비싼 이유에 대한 설명을 하였다. 그 이야기를 듣자마자, 나는 곧바로 기분이 상하기 시작하였다. 아무래도 사람들이 수치화된 시간을 따져가며 일을 하지 못하도록 일부러 시계를 사람들이 구하지 못하게 하고, 그와 함께 행성 표면 위에 떠 있는 작은 행성의 등을 이용해 대략적인 시간만 알 수 있게 함으로써 사람들이 시간을 함부로 따지지 못하게 하고 있었던 모양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권위 등을 소유한 이들이 다른 이들이 누릴 수 있는 것을 누리지 못하게 함으로써 그런 그들을 편하게 다루려 하는 얄팍한 수단을 사용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하였고, 그들에게 지배당하는 입장이 되어보니 화가 나게 된 것이었다.
  "왜 그래요, 화나셨어요?" 그 때, 그런 나의 감정을 다시 알아차렸는지, 나의 모습을 보면서 소녀가 놀라면서 묻자, 나는 다시 감정을 진정시키면서 별로 그렇지 않았다고 화답을 한 이후에 다만, 어른들이 시계를 구하지 못하는 심정을 이야기를 들으며 이해할 수 있었다고 변명 비슷한 말을 바로 드러내었다.
  그러는 동안 문득 풀밭의 먼 왼편으로 고개를 돌리자마자, 나는 커다란 나무 한 그루가 자라나 있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그러면서 나무를 자세히 보니, 그 나무 주변 일대로 작은 하얀 빛들이 돌아다니는 모습이 자그마하게나마 보였다. 나무나 그 인근에 사는 정들이 나무 주변에 모여 돌아다니고 있을 것 같은 광경. 그 광경을 보며, 나는 그 빛들에 대한 호기심을 품기도 하였으나, 갈 길이 따로 있어서 관심을 가지는 정도로 모든 것을 끝냈다.
  한 동안 풀밭만 이어지더니 어느 순간에 이르자 긴 풀들이 자라나는 곳도 지나치고, 짤막한 풀들이 길 사이로 자라나고 풀밭 위로 드물게 큰 나무들이 자라나고 있는 곳에 이르게 되었다. 그러면서 나의 눈앞으로 이전에 보았던 것과는 다른 형태를 갖춘 건물들이 자리 잡고 있는 거대한 도시 비슷한 곳에 이르게 되었다. 계속 걷기만 하니, 지루하다는 생각도 갖게 되었고, 그러면서 나도 모르게 하품이 나오기도 하면서 어디에선가 잠들고 싶다는 생각을 하기도 하였다. 하지만 조금만 더 길을 가면 도시에 이를 수 있다는 생각에 지루함을 참아내며 길을 걷는데, 그런 나에게 뜻하지 않는 상황이 다가오게 되었다.
  "언니, 이제 그만 걸어요, 발이 아파요."
  그러하였다. 비록 나는 충분히 견디며 걸을 수 있다 하더라도, 아직 어리고 신체 능력이 낮은 소녀에게는 오랫동안 길을 걷기란 무척 어려운 일일 수밖에 없었고, 그러하다보니 점차 뒤쳐져 가던 소녀는 결국 다리의 아픔을 호소하며 더 이상 길을 걷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결국 그는 풀밭에 주저앉고 말았고, 그 모습을 보면서도 그 자리에 소녀를 둘 수 없었던 나는 잠시만 기다려 달라고 부탁의 말을 전한 다음에 곧바로 두 손으로 소녀를 안고 다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 이후, 나는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왼편의 큰 나무를 향해 다가가기 시작, 그 나무에 잠시 기대어 앉아 휴식을 취하기 시작하였다.

  소녀를 오른편에 두고, 그가 누워있는 동안 조용히 휴식을 취하는 나. 그러면서 조용히 바람이 부는 동안 바람에 흔들리는 풀들과 그 위로 펼쳐진 하늘의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우연히 등을 밝히는 행성의 그 옆에 위치한 것으로서 수많은 건축물들이 자리 잡고 있는 작은 행성의 모습을 보게 되었다. 그 행성의 건축물들은 한결 같이 등을 밝히지 않고 있었으며 사람이 사는 흔적 역시 보이지 않고 있었다. 그런 도시의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으면서 나는 그 도시가 실제로는 버려진 구역으로서 타락한 사람들이 모여 사는 그런 곳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였고, 등을 켜는 곳과 함께 한 번씩은 들러보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러면서 나무에 기대어 앉아 있으면서 오른쪽 다리를 뻗고, 왼쪽 다리를 굽힌 이후에 조용히 휴식을 취하려 하는데, 갑자기 레반테아가 다시 모습을 드러내더니 깜박거리기 시작, 그와 함께 레반테아에서부터 에르시아의 목소리가 들려오며 나에게 무슨 일이 있느냐고 물은 다음에 내가 무사히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화답을 하자마자, 나에게 브리사로부터 샤리에나의 소식을 들었음을 곧바로 알렸다.
  "샤리에나 양의 소식을 들었다고? 현재 그는 어디에 있는데?"
  그의 소식을 들었다는 에르시아의 말에 나는 곧바로 흥미를 느끼며 그런 그에게 물었고, 그 물음에 에르시아는 어디인지는 확실히 알지 못하지만, 두 개의 행성처럼 생긴 물체가 떠 있는 곳으로서 별들이 가득히 떠 있으며, 낮과 밤이 구별되지 않는 곳에 있으며, 루시아, 파렐리아를 비롯하여 그와 함께 여행하겠다고 나선 어린 소녀들 그리고 도로시아와 함께 그의 배 위에 머무르고 있다가, 도시의 한 곳에 배를 정박시키고 있으면서 도시에 머무르고 있었다고 그의 근황에 대해 알리는 말을 건네고 있었다.
  "뭐라고!? 도로시아 양께서 배 위에 계신다는 게 사실이야!?"   에르시아가 알리는 그 소식에 대해, 다른 사항에 대해서는 놀랄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지만 일행과 함께였으리라 생각했던 도로시아가 배에 타고 있다는 이야기는 의외였기에 그에 대해서는 많이 놀랐고, 그러면서 어떻게 배 위에 오르게 되었는지에 대해 알고 싶다는 생각에 그에게 그에 관한 물음을 건네었다. 이에 에르시아는 사실이라고 화답하고서 그에 관한 이야기를 하기 시작하였다.
  "도로시아 양께서 배가 위치한 곳으로 전이를 하게 된 일에 대해서는 나도 잘 모르겠는데, 루시아 양의 진술에 따르면 공간 전이 도중에 그에게도 문제가 일어났고, 그로 인해 일행을 이루던 다른 이들과 다른 곳으로 전이를 하게 되었는데, 그것이 루시아 양의 일행이 타고 있던 그 배가 있는 곳이었나 봐."
  "그랬었구나." 물론 도로시아라도 관련된 사항에 대해서는 잘 모를 것임이 분명하였기에, 더 이상 알려 해도 소용이 없으리라 판단을 내리며 그 이야기에 대해 알았다고 화답을 하였다. 그의 전이 경위야 어찌하였든 간에 도로시아가 특이한 전이를 겪으면서도 무사함을 확인할 수 있었음과 동행하면서 그의 모습을 항시 지켜볼 수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다행스럽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렇게 에르시아로부터 소식을 들으며 나는 어쩌면 내가 위치한 곳에 루시아 자매를 비롯한 사람들이 타고 있던 배가 이미 도착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며 그에 대한 기대감을 조금이나마 가지게 되었다. 하지만 혹시나, 하는 생각에 다른 곳에 갔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러면서 다른 세상으로 간 사람의 소식을 세니티아에 머무르는 에르시아가 어떻게 알고 있었느냐고 묻자, 그는 곧바로 밝게 목소리를 내며 "다 아는 방법이 있어." 라고 화답을 한 이후에 자신은 일이 생겨 바쁘니 통신은 그 정도로 해 두겠음을 밝힌 이후에 자신도 겨우 시간을 내어, 샤리에나의 근황에 대해 알리려 하였을 따름임을 밝히고서 작별 인사 후에 곧바로 통신을 끝냈다.
  그 이후, 나는 반 즈음 웅크린 자세로 앉아 있으면서 조용히 하늘로 시선을 향하다가 잠시 두 눈을 소녀에게 향하고, 소녀가 옆으로 돌아누운 채로 온화하게 잠든 모습을 잠시 보다가 다시 시선을 앞으로 향하면서 그에 대한 혼잣말을 하기 시작하였다.
  '이렇게 밝은 아이인데...... 어머니께서 치유될 수 있는 방법이 분명 있을 텐데, 마치 불치병에라도 시달리고 있었던 것처럼 돌아가신다면, 그 아이의 마음에 얼마나 큰 상처가 생겨나게 될까, 그로 인해 영영 웃음을 짓지 못하게 되는 것은 아닐까.'
  그 이후, 나는 혹시나, 하는 생각에 주변 일대를 둘러보며 소녀의 어머니, 그 병을 낫게 할 수 있을 법한 약재를 찾아보기 시작하였다. 하지만 그런 나의 주변에는 약으로 쓰일 것 같아 보이는 풀이라고는 자그마한 것조차 하나 발견되지 않고 있어서 그런 노력은 사실상 나에게는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그렇게 약재를 찾는 일을 포기하고서, 나는 곧 가슴과 두 무릎 사이로 머리를 숙이는 듯한 자세를 취하기 시작하였다. 생각할 것이 많아 하늘을 여유롭게 바라볼 수 없어서였다.
  그러다가 문득, 소녀의 어머니가 어떻게 아픈지에 대한 이야기를 지금껏 들어본 적이 없음을 알게 되었고, 그가 어떻게 아픈지를 알고 있다면 그의 병을 낫게 하기 위한 수단으로 무엇이 좋을 것인지에 대해 바로 알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면서 그가 깨어나면 그의 병에 대해 물음을 건네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런 생각을 하며 앉은 자세를 바꾸어, 왼쪽 무릎만을 세우고, 오른쪽 다리를 뻗은 이후에 두 손을 포개어 왼쪽 무릎 위에 올려놓으려 하였다.
  이후, 나는 소녀가 깨어나면 할 일에 대해 혼잣말을 하면서 이후 생겨난 여러 의문들을 일단 접어두고 감정을 편히 가지면서 다시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서 눈앞으로 펼쳐진 하늘의 모습으로 다시 시선을 향한 채, 소녀가 깨어날 때까지 기다리려 하였다, 원한다면 소녀를 강제로 깨울 수도 있었지만 그러할 경우, 소녀가 온전히 기력을 되찾지 못해 얼마 가지 않아 다시 발걸음을 멈추어야 했기 때문이었다. 물론 날아서 갈 수도 있겠지만, 그로 인해 소녀가 놀라고 당황할 일을 별로 원하지는 않았다.

  그러는 동안 나의 눈앞으로 하나의 길고도 긴 지평선을 기준으로 그 위와 아래에 각자 다른 세계의 모습이 펼쳐지는 모습이 나타나, 감색과 청색의 사이라 칭할 수 있을만한 색을 띠는 짙은 푸른색, 그 푸른색을 띠는 바탕 위에 하얀 빛으로 형상이 그려진 그림은 지평선 위에, 그리고 녹색과 연두색의 사이로 칭할만한 색을 띠는 녹색을 띠는 풀들의 모임이 회색을 띠는 바탕 위에 그려지고 그 위로 커다란 나무들이 뿌리를 내려 하나의 거대한 열을 이루고 있는 거대한 그림이 지평선 아래에 자리 잡고 있었다. 이 두 그림이 지평선에서 서로 만나며 하나의 세상을 그려내고 있었던 것이었다.
  '청색 감광지' 라는 것이 있다, 빛을 감지하는 종이로서 본래는 파란색이 아니지만 그 위에 액체로 무언가를 그리고, 빛을 비추면 빛이 감지된 부분은 파랗게 변하고 액체로 그림이 그려진 부분은 하얗게 변하는 형태를 이루는 종이. 당시 하늘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서 나는 마치 그 청색 감광지에 그림을 그려놓은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면서 그 감광지를 보았던 옛 일을 이어 떠올리고 있었다.

  어렸을 적에 에르시아가 나에게 신기한 물건이라고 나에게 넓은 종이 한 장을 가져온 일이 있었다. 당시, 나의 주변 일대에서는 물감이 아닌 다른 수단에 의해 그려지는 그림에 대해 관심을 가지는 이들이 적지 않았고, 에르시아도 그런 이들 중 하나였다. 그는 감광지를 몇 장 들고 와서는 신기한 것을 보여주겠다면서 나에게 감광지에 무언가로 그림을 그린 이후에, 그에 이어 그 감광지를 햇빛에 비추는 모습을 보였고, 시간이 지나자 그 감광지는 모습이 변모하여 그려진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이 파란색을 띠기 시작한 것이었다.
  당시, 감광지에 대해 잘 알지 못하고 있던 태양의 빛에 종이를 비추기만 하면 종이가 파랗게 물드는 모습을 보면서 그에 대해 무척 신기해하였고, 그러면서 에르시아에게 그 방법을 알려 달라 부탁한 적도 있었다. 그리고 실제로 집에 남아있는 종이 몇 장을 이용해 에르시아를 흉내 내 보기도 하였으나, 본래 감광지가 아닌 것을 이용해 만드는 그림이 파랗게 물들 리가 없어 시도할 때마다 일은 실패를 반복했었다.
  그러다가 나중에 그 종이가 빛을 감지할 수 있는 종이임을 알아차리고, 그 종이를 만들어 내기 위해 직접 시약을 구해 종이를 만들어 본 적도 있었지만, 노력한 시간만큼의 보람은 그렇게 크지 않았다. 그래도 푸른 감광지를 몇 장 만들고 그것을 이용해 별들이 그려진 모습을 표현한 다음에 천장에 붙여 놓으니, 집 안에서도 밤하늘의 모습을 보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 좋기는 하였다.

  회상을 하는 당시, 파란색을 띠고 있던 하늘, 그 하늘 위에는 여러 별들이 떠 있고, 그 사이로 빛을 발하는 선들이 머무르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니, 이전에 감광지로 산과 구름의 모습을 그린 일이 생각나서 그에 관한 회상을 자연히 할 수 있었던 것이다. 달리 말하자면, 파란 하늘 위로 빛이 산자락과 비슷한 모습을 마치 내가 그려낸 청색 감광지의 그림에서처럼 선으로 표현하고 있었던 것.
  과연 하늘 위에는 하얀색을 띠는 수많은 별빛과 더불어 그 별빛 사이로 하얀 빛으로 이루어진 선이 여러 갈래로 갈라지며 수많은 산등성이의 형상을 그려내고 있었다. 그 산의 곳곳에는 하얗게 빛을 발하는 구름의 형상이 자리 잡고 있으니, 그야말로 산 위에 구름이 걸린 형상이었고, 한 곳에는 물 줄기가 아래로 내려가고 있는 것 같은 모습을 표현하는 것이 산등성이 아래로 폭포수가 떨어지는 모습 그 자체였다.
  그야말로 산의 모습을 하늘 위에서 빛으로 그려낸 것 같은 모습을 갖추고 있는 그 형상에는 여러 별빛들이 머무르고 있었는데, 그 모습이 마치 산의 산자락 곳곳에 별들이 하나씩 자리를 잡고 있는 것 같아 보였다.
  '하늘나라에 빛으로 이루어진 산이 있고, 그 산 위에 별들이 머무르고 있다면 아마도 저런 모습이겠지.'
  그렇게 '빛으로 이루어진 산' 의 곳곳에 별들이 있는 모습을 보면서 그렇게 혼잣말을 하였다. 그러면서 하늘나라의 산 위에 잠시 머무르고 있을 별들이 생각을 할 수 있다면, 어떤 생각을 하며 산에 머무르고 있을지에 대한 상상을 잠시나마 하기 시작하였다.
  여행을 떠났다가, 산에 오른 사람들이 가질 수 있는 경우로 몇 가지가 있다. 산이 보일 수 있는 여러 경치를 보면서 가지는 경치에 대한 아름다움을 느끼는 경우가 있고, 산이 가지는 조용한 자연을 감상하고, 산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느끼며 그 마음이 편안해지는 경우와 산에서 찾을 수 있을 법한 무언가를 찾고 싶어 하는 소망을 가지는 경우도 있다. 물론, 어쩔 수 없이 산에 올랐다가 산의 험난함을 몸소 느끼며 괴로움을 느끼거나 그 괴로움을 참아내며 무언가를 이룩하려는 경우도 분명 있으리라.
  하늘나라에 빛으로 이루어진 산이 있고, 그 산을 찾은 별들이 생각을 할 수 있다면, 그 산을 찾은 별들의 생각 역시 크게 다르지 않으리라 생각하고 있다. 여행을 하는 도중에 마침 산을 지나치게 되면서 산의 경치 속에서 아름다움을 느끼는 별들도 있을 것이고, 고요한 산속에서 편안히 마음을 가지는 별들도 있으리라. 하지만 하늘에서 산과 마주하기에 어쩔 수 없이 산 위에 오르면서 괴로워하는 별들은 분명 없으리라.
  '하늘을 날아가는 별들에게는 산을 오를 필요 같은 것은 없을 테니까.'
  누군가가 한 말이 있다, 별들이 실제로는 이미 지상에 살고 있다가 세상을 떠난 이들의 영혼이 빛을 발한 것이라는 말. 그 말대로라면 내가 추측하고 있는 대로의 생각을 별들 역시 하고 있었을 것이다, 영혼은 자신이 품고 있던 사고와 감정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존재일 테니까.
  그렇게 하늘을 바라보며 잠시 생각에 잠겨 있은 이후, 이번에는 시선을 아래로 향하고, 그와 더불어 푸른빛과 감빛의 사이일 법한 색을 띠며, 여러 새하얀 별들을 품고 있는 하늘 아래로 펼쳐진 초록색 풀밭, 그 모습을 바라보려 하기 시작하였다.
  그 초록빛 풀밭의 먼 저편에는 초록빛 이파리들이 가지마다 가득히 달린 모습을 보이는 나무들이 하나의 숲을 이루고 있었지만, 숲 위로 새들이 날아가거나 하는 광경은 보이지 않았다. 그 대신, 숲 위로 하얀색을 띠는 작은 빛들이 떠도는 모습이 계속 나의 눈앞으로 나타나고 있었다.
  요정이었을까, 빛들이 돌아다니는 모습을 처음 보았을 때에는 그런 의문도 들었고, 그러면서 당장에는 그들의 모습을 자세히 보지는 못하지만 언젠가 나무 주위를 떠도는 빛들의 곁에 있으면서 그들의 모습을 자세히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도 있었다.
  그러면서 나는 그들에게 흥미를 느끼면서 그 모습을 자세히 바라보려 하였고, 그러면서 그들이 어떻게 생겼을지에 대한 상상도 하기 시작하였다. 하지만 그렇게 이들의 움직임을 계속 주시하다가, 결국 나는 이들이 내가 아는 요정은 분명 아니리라는 판단을 하게 되었다. 나무를 떠도는 이들, 이들의 활발한 움직임은 분명 요정의 활발한 움직임을 연상케 하기에는 충분하였다. 그러나, 요정의 움직임 같아 보이는 그 움직임에는 요정이 가질 수 없는 하나의 중요한 요소가 자리잡고 있었고, 그로 인해 그러한 판단을 하게 된 것이었다.
  이들은 움직일 때마다 진행 방향을 변화시키고 있었지만, 그렇게 움직이면서도 최대 4 개까지의 도형을 그리고 있었다. 물론 비행 연습을 줄곧 해 온 사람들이라면 그렇게 움직일 수도 있겠지만, 요정들이 그런 연습을 할 수 있을 리는 없으니, 그런 움직임을 알아차리며, 이들은 요정이 아닌 다른 존재이리라는 판단을 내리게 된 것.
  그런 판단을 내리면서 요정이 아닌 빛을 발하는 채, 숲에 자리잡고 있었을 작은 생명체이거나 나무에 머무르고 있는 작은 빛 덩어리에 가깝지 않을까, 라는 추측을 하고 있을 무렵, 그런 나의 눈앞으로 나무들 중 몇 그루에서 표면의 곳곳에 하얀 빛들이 꽃처럼 피어나는 모습이 나의 눈앞에 나타나, 하늘처럼 빛으로 자기 자신을 꾸미고 있는 광경이 나타나려 하였다.
  그 빛을 멀리서 바라볼 무렵, 문득 나무에서 나온 그 새하얀 빛의 모습이 마치 '생명의 빛' 이라는 이름을 가지는 수정에서 나온 빛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그러면서 어쩌면 그 빛이 '생명의 빛' 과 비슷한 성질을 가지는 존재일지도 모른다는 추측을 이어서 하게 되었다.
  그 추측이 옳다면 그 빛을 이용해 소녀의 어머니, 그 병세를 온전히 치유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 빛이 정말 '생명의 빛' 인지의 여부를 알 수 없었던 탓에 자칫, 그 빛이 생명의 치유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을 경우에는 '공연히 그 빛이 치유의 힘을 가지고 있으리라는 믿음만 가지며 시간을 낭비한 셈이 되지 않나', 라는 생각을 하면서 그 빛의 실체를 확인하기 위한 나무로의 접근을 선뜻 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행여 약을 구하지 못하게 되면, 그 빛들이 '생명의 빛' 과 비슷한 성질을 가지는 것들임을 믿으며, 그 빛들에 희망을 걸어야 하지 않겠나, 라는 생각을 하는데, 그 때, 자그마하게나마 소녀의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하였다. 소녀가 잠에서 깨어난 모양이었다.
  목소리를 듣자마자 두 다리가 나의 왼편을 향하도록 한 채, 무릎을 바닥에 대고 앉은 자세를 취하면서 소녀를 향해 고개를 돌린 후, 나는 소녀가 다시 자리를 잡고 앉아 오른손으로 눈을 비비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이후, 나는 온화하게 목소리를 내어 그런 소녀에게 "잘 잤니?" 라고 물었고, 이에 소녀는 다른 말 없이 고개만 끄덕이는 모습을 보일 뿐, 다른 모습은 보이지 않으려 하였다.
  그 이후, 소녀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기 시작하자 내가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나면서 그런 그를 일으켜 세워 준 다음에 이제 쉴 만큼 쉬었으니 어서 길을 가도록 하자고 말하며, 어머니를 위한 약을 구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그를 설득하는 말을 건네면서 이번에는 오른손으로 소녀의 왼손을 잡으며 다시 길을 걷기 시작하였다.


다음 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