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길을 걷기 시작할 무렵, 어느덧 하늘에 떠 있는 행성의 등이 3 번 깜박이더니 다시 등에서부터 노란 빛을 발하는 모습이 나타나기 시작하고 있었다. 그 모습을 잠시 보면서 '3 시가 되었구나'
라는 생각을 하면서 나는 다시 소녀를 향해 고개를 돌린 다음에 그런 그를 부르는 목소리부터 내었다. 그 이후, 소녀가 그런 나를 올려다볼 무렵, 나는 무슨 말을 그에게 건네야 할 것인지에 관한 생각을
하면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다가, 어떻게 말을 해야 할지에 대한 결정을 내리면서 조용히 한숨을 내쉬었다.
"언니, 왜 말씀을 하시지 않으세요? 무언가 하실 말씀이 있으신데."
"아아." 이에 나는 온화하게 미소를 지으면서 그의 말에 화답을 한 이후, 곧바로 그에게 "이제 할게." 라는 말을 건네었다. 그리고 이전보다 더 밝게 목소리를 내며 그에게 부탁의 말을 건네려 하였다.
"앞으로 나는 한 가지 중요한 것을 물어보려 할 거야, 꼭 사실대로 답을 해 줘야 해, 그래야 내가 어머니를 위한 약을 제대로 구할 수 있으니까, 알겠니?"
'어머니를 위한 약' 이라는 말을 듣자마자 그 역시 자신에게 들어올 질문이 중요한 것임을 바로 알아차렸는지, 진지해진 표정을 짓기 시작하는 소녀. 그러나 내가 어머니가 어떤 병세를 겪고 있는지에
대해 알려달라고 그 부탁에 이어 물음을 건네었을 때, 소녀는 그의 병세에 대해 알고는 있지만, 그 병세에 관해 잘 말하기 힘든 듯한 모습을 보이며 당황해 하였고, 이에 내가 그런 그에게 다시 부탁하였다.
"어떻게 앓고 계신지만 말해 주면 된단다, 구체적으로 그 분의 병명이 무엇인지는 말해주지 않아도 돼."
그러자 비로소 소녀는 어머니의 병세가 어떠한지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시작하였다.
이후, 나의 귓가로 갑자기 가슴이 저리는 듯이 아프다고 말하더니, 기운이 없다면서 자리에 몸져누웠다는 소녀의 어머니에 관한 이야기에 이어, 몸에 오한이 오고, 체열이 격렬하게 높아져 위험한
상태에 이르렀을지도 모른다는 이야기가 들려왔으며, 그것을 통해 나는 그가 어떤 병에 처하였는지에 대해 바로 알아차릴 수 있게 되었다.
그 어머니의 병은 '독감' 이라 칭해지는 감기의 일종이었다. 물론 감기의 일종이라 사람에 따라 금방 낫기도 하지만, 치유가 쉽지 않은데 다가, 환자가 기운이 없는 사람일 경우 생명이 위태로울 수도
있는 형태의 질병이었다.
그런 추측에 이어, 나는 소녀의 어머니가 가정 형편 상, 안정적인 건강 상태를 유지할 수 없으리라는 추측을 하면서 그 상태가 상당히 심각함을 바로 알아차릴 수 있었고, 그러면서 그 상태를
가급적이면 빨리 호전시킬 수 있도록, 내가 어서 해결책을 마련해 와야 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하지만 독감이라는 것이 약으로 치유가 되지 않을 정도의 병은 또 아니라서, 병세를 호전시킬 수 있는 약이 있다면 금방은 아니겠지만 그래도 건강한 상태는 되찾을 수 있을 법 했고, 그 세상에는
분명 그러한 약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을 법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녀는 약을 구입할 돈이 없어 약을 구하지 못해, 약이 될 만한 것을 찾기 위해 떠돌고 있었으니, 시계의 경우와 더불어 그러한 세상의
면모는 그 세상에 머무르며 부조리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사람의 모습을 보고 이야기를 듣는 나에게 이상한 세상 같다는 생각을 나에게 전해주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일단은 약을 통해 바로 치유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면서 약을 구할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라도 가 보자고 마음속으로 결정을 내리며, 그런 그에게 온화하게 목소리를 내어 그를 격려하려
하였다.
"그 정도의 병은 병에 맞는 약이 있으면 금방 나을 수 있어. 물론, 비싸서 바로 사기는 힘들겠지만, 내가 어떻게든 약을 파는 이들에게 말을 하기라도 해서, 내가 그 약을 구할 수 있도록 노력해
볼게, 노력하면 가능하지 않은 일이라는 것은 없다잖니. 그러니까, 병에 대해 지나칠 정도로 심하게 걱정하지 않도록 해, 알았지?"
그러자 잠시 나를 향해 고개를 돌리더니 나에게 정말로 약을 구할 수 있겠느냐고 물음을 건네는 소녀. 이에 나는 자신감을 드러내며 환하게 목소리를 내어 "응." 이라고 화답을 한 이후에 반드시
일은 잘 되리라고 그에게 격려의 말을 전해 주었다. 그러는 동안 도시를 이루는 건축물과 그 건축물들을 둘러싸고 있는 회색을 띠는 성벽의 모습이 어느덧 나와 어느 정도 가까운 거리에 위치하게 되면서
성벽과 도시의 모습이 눈앞에 선명히 보이게 되었다. 그런 도시의 모습을 보는 동안 나는 이대로 조금만 더 나아가면 바로 도시로 들어설 수 있으리라는 전망을 가지면서 그를 계속 격려하며 이전보다 더욱
빠르게 발걸음을 옮겨가고 있었다.
발걸음을 재촉하는 동안에도 나는 가끔씩 길의 주변 일대를 둘러보며 나를 지나쳐 가는 듯한-내가 그들을 지나치기 때문에- 모습을 보이는 길 주변에 자리잡고 있는 나무들, 그리고 길게 자라난
풀들로 시선을 향하며, 그 모습을 감상하기도 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소녀가 어떤 상태에 놓여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그 모습으로 시선을 돌리는 순간, 나는 소녀가 도시의 모습으로 계속 시선을 향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 그런 그에게 미소를 짓는 표정을 지으려 하면서 물음을 건네었다.
"혹시, 도시의 모습을 오늘 처음 구경하는 거니?"
"아니오, 이전에 이미 한 번 구경한 적이 있어요."
혹시나, 하는 생각에 건네었던 물음, 그 물음에 그는 한 번 정도 구경한 적이 있다고 그렇게 화답을 하고서, 아주 어렸을 적에 어머니와 함께 도시에 들른 적이 있다는 언급을 하였다. 이에 나는
미소를 지으며 "그랬었구나." 라고 말을 하는데, 갑자기 소녀가 침울해진 목소리를 내며 그런 나에게 도시의 여행에 관한 이야기를 하기 시작하였다.
"도시에서 구할 수 있는 물건을 구하기 위한 일이었대요, 아빠께 드릴 선물로서....... 하지만 그 도시에 있는 동안 엄마께서는 너무나 괴로워하셨고, 결국에는 도시를 떠난 이후에 도시로 다시는 가지
않으셨대요."
"왜?" 그 말을 듣자마자 내가 놀라면서 그 이유가 무엇인지에 대해 묻자, 소녀는 자신의 어머니가 무엇으로 인해 도시에서 괴로워하고 있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시작하였다.
"엄마께서 원하셨던 것은 그저 싸게 구입할 수 있었던 간단한 신발이었어요, 그 정도만 있으면 아빠께서 만족해 하실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면서요. 하지만 도시의 사람들은 그런 엄마께 신발을
보일 때마다 원래의 20 배까지 돈을 더 내라 하면서 엄마에게 협박을 하였기 때문에......."
"뭐라고!?" 이에 나는 경악을 금치 못하는 표정을 짓고 말았다, 본래 도시에서 금 5 닢에 살 수 있는 것을 최대 금 100 닢에 살 수 있을 정도까지 가격을 올린 것 자체의 문제가 아니었다. 이는 분명
'허름해 보이는 곳' 에서 왔다는 이유만으로 그 지역의 사람들을 받아주지 않겠다는 생각 하에 가지는 행동임이 분명하였기 때문이었다. 그러는 동안 소녀의 이야기는 계속 이어지고 있었다.
"저희 지역은 미천한 곳이라 하여 저희 지역에서 사람이 오면 잘 받아주지 않으려 한대요, 심지어는 불길한 징조라 여기고, 저희 지역에서 온 사람들에게 소금을 뿌리는 경우도 있었대요."
'시계가 나올 수준은 되었을 시대인데, 어떻게 그런 일이.......!?'
역사가 시작된 이래로 수많은 차별의 사례가 있어왔다. 하지만 지역을 가지고 차별을 하는 일은 지금까지 보아왔던 어떤 역사에서도 없었던 것이라, 그 충격은 더욱 컸다. 그러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차별 받는 지역 출신일 소녀를 어떻게 상점에서 모습을 드러내지 않을 수 있을 것인가, 에 대한 생각을 하면서 그로 인해 난처해하기도 하였다. 자칫 했다가는 내가 모르는 사이에 그 소녀가 내가 모르는
어디론 가로 사라질 수도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다가 결국 나는 어떻게든 되겠지, 라는 생각, 아니 그렇다고 가만히 있을 수는 없다는 생각을 하면서 일단 도시로의 진입을 서둘렀다. 걱정은 많이 되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미 지나왔던 모든
길을 그대로 되돌아갈 수는 없는 노릇이기도 하였다. 그러는 동안 나의 눈앞으로 도시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하였고, 어느덧 그 도시의 출입구인 성문의 모습이 나의 눈앞에 보이게 되었다. 그렇다지만 성문은
도시의 경계를 상징하는 정도의 역할만 하고 있었는지 그 성문을 통해 어렵지 않게 도시의 안으로 들어설 수 있었다.
이전까지 보아왔던 마을의 모습과 대조적으로 성벽에 둘러싸인 시가지는 마치 라넬리스의 모습을 연상케 할 만한 면모를 보이고 있었다. 깔끔하게 정돈된 길의 좌우로 여러 사람들이 분주히 길을
걷고 있었으며 그 중에는 길 위에 자리잡은 상점에서 물건을 사거나, 음식점에서 음식을 구해 손에 들고 가는 사람의 모습도 있었다. 이들의 옷차림은 전에 들렀던 '그레이스 블루' 에 거주하는 이들의 옷차림과
대략 비슷한 편으로, 마을에 사는 이들의 소박해 보이는 옷차림과는 사뭇 대조적이었다.
'분명 같은 나라의 사람들일 텐데, 이렇게까지 다르다니.'
그 모습을 보며 그렇게 혼잣말을 늘어놓는 나. 이들은 분명 같은 나라에 속한 이들이었을 터, 하지만 소녀가 언급한 대로 지역 간의 차별이라도 있는 탓인지 다른 지역에서 온 소녀의 옷차림과
도시에 사는 이들의 옷차림부터 너무나도 달랐다. 그래서일까, 사람들이 소녀의 모습을 유심히 바라보기도 하였고, 개중에서는 나이가 많은 이들이 그런 소녀의 모습을 업신여기는 듯한 표정을 짓는
모습도 포함되어 있었다.
신경을 쓰고 있다가는 무슨 일이라도 일어날 것 같다는 생각에, 이들에게는 시선을 전혀 두지 않고, 곧바로 상점가를 찾기 위해 길을 계속 나섰다. 그러면서 소녀를 다른 곳에 두고 길을 물으면서
남부 광장 서쪽에 대형 상점가가 있다는 정보를 겨우 알아낸 이후, 이전에 얻은 바 있는 남부 광장으로 가기 위해서는 계속 앞으로만 나아가면 된다는 정보를 통해, 남부 광장을 찾기 위해 앞으로 계속
발걸음을 옮기려 하였다 그러다가 마침내 남부 광장에 이를 무렵, 나는 한 무리의 사람들이 광장의 풀밭 한 곳에 모여 있는 광경을 보게 되었다.
그 곳에는 20 여 명 남짓 되어 보이는 어린 소년, 소녀들과 5 명의 노인들이 모여 있었으며, 그 주변의 한 곳에 무리를 이끄는 역할을 맡고 있을 법해 보이는 한 사람의 젊은 여성과 한 사람의 소녀가
자리를 잡고 앉아 있었다. 내가 데리고 온 소녀와 비슷한 나이 대일 법해 보였던 소년들과 소녀들, 이들은 한 학교에서 온 아이들이었는지 소년들은 하얀 셔츠와 푸른 겉옷과 푸른 바지 그리고 하얀 허리띠로
이루어진 옷차림을, 소녀들은 하얀 블라우스와 푸른 겉옷, 그리고 무릎까지 내려가는 푸른 치마와 하얀 허리띠로 이루어진 옷차림을 하고 있었다
(1).
소년, 소녀들의 곁에 있는 노인들
(2)은 각자 다른 옷차림을 하고 있었으며, 한 명의 남성은 여성처럼 발목까지 내려가는 스커트가 특징인 화려한 옷차림을 하고 두 손으로 가방처럼
생긴 몸체에 길고 짧은 5 종의 목관 악기들이 달린 형태를 띠는 악기를 안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니, 아무래도 악단에 소속되어 있다가, 나이가 들면서 은퇴를 하게 된 인물 같아 보였다.
이 아이들과 노인들 주변에 머무르고 있는 두 사람, 그 중 젊은 여성은 흑갈색을 띠는 등까지 내려가는 머리카락과 갈색 눈동자가 밝은 얼굴색을 가진 머리에 머무르고 있는 이로서, 풍성하며
팔목까지 내려가는 소매와 발목까지 내려가는 치맛단을 가지며 상의 부분의 중앙이 장식되어 있고, 목깃 부근에 하얀 진주가 박힌 브로치가 달린 원피스 드레스를 입고 있으며, 두 다리를 얇고 하얀 천으로
감싸고, 그 끝의 발을 하얀 구두로 감싸고 있었다.
그 곁에 두 다리가 자신의 양 옆을 향한 채 앉은 소녀, 푸른 긴 머리카락과 푸른 눈동자를 가진 그 앳된 모습을 보이는 그는 소매 없는 블라우스와 다리를 거의 드러내는 수준의 길이를 가지는 하늘색
스커트, 그리고 하얀 허리띠와 하얀색을 띠는 신으로 이루어진 가벼워 보이는 옷차림을 갖추고 있는 모습을 보였다. 분명 옷차림 자체는 생소하였지만, 그의 외모는 어디에선가 본 듯한 느낌이 들어 무리를
향해 다가가는 동안 잠시 아이들의 모습을 본 다음에는 그 소녀에게 계속 시선을 기울이고 있었다, 젊은 여성의 옆에 앉은 소녀의 모습을 자세히 보면서 그가 누구인지에 대한 판단을 하기 위한 일이었다.
그러다가 어느 정도 무리와 가까워지고, 그러면서 소녀의 모습을 자세히 볼 수 있게 되었을 무렵, 나는 그 모습을 분명히 보다 말고, 놀라는 표정을 지으면서 조용히 혼잣말을 하였다.
'이 사람은....... 그래, 어쩐지 어디에선가 보았다 싶었어.'
그는 다름 아닌 이전에 헤어졌던 샤리에나였다. 한 동안 다른 곳에 있으면서 만나지 못하다가, 우연히 그레이스 블루에서 만난 이들과 헤어지면서 이르게 된 곳에서 다시 만나게 된 것이었다. 그
모습을 보면서 처음에는 그에게 선뜻 다가가지 않으려 하였다. 갑자기 나를 알아보고, 그로 인해 그가 인도해야 할 아이들과 노인들이 당황하게 해서는 안 되었고, 그들의 일에 휘말리며 소녀의 소원을
들어주는 일을 하지 못하게 되면 곤란하였기에.
그런 생각을 하면서 아이들이 모인 곳, 그 좌측으로 우회하며 이들을 지나치려 하였다. 그래도 광장 서쪽의 시장 거리로는 가야 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는 동안 샤리에나와 젊은 여성이
나에게 시선을 향하더니 두 사람이 서로 수군거리는 모습이 나타나기는 하였으나, 그것에 대해 거의 신경을 쓰지 않으려 하면서 잠시 그 광경을 본 이후에는 곧바로 앞길로만 시선을 향하면서 그들의 모습을
본 일에 대해서는 잊어버리려 하였다. 그 때, 소녀가 다급히 길을 걷는 나에게 당황하는 듯한 목소리를 내며 물었다.
"언니, 왜 그래요? 갑자기 발걸음이 왜 빨라져요?"
이에 나는 빠른 발걸음을 바로 멈춘 다음에 조용히 한숨을 내쉬면서 "운동 삼아 한 번 빨리 걸어 보았어." 라고 답을 하였고, 그리고 그가 의심을 버리기 위해 빨리 걸어야 할 필요성에 관한 이야기
등을 늘어놓기 시작하였다. 물론, 소녀는 그 이야기를 이해하지 못하고 어리둥절하였으나, 그것만으로 나는 성공했다고 생각했다, 그로 인해 소녀가 보인 나에 대한 의심이 없어졌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잠시 후, 나는 시장 거리의 비교적 분주한 분위기를 가진 곳에 이르면서 본격적으로 시장 구경을 하기 시작하였다, 본래 목적은 약을 살 수 있을만한 곳을 찾는 것이지만 그와 더불어 시장의
분위기가 대략 어떠한지를 알고 싶기도 하였고, 또 약을 찾지 못할 경우에는 시장에 있을 법한 병원을 찾아 그 의사를 소녀가 사는 마을로 데려가겠다는 의도도 가지고 있었다.
"약을 다루는 곳에 내가 들어가면, 너는 문 밖에서 얌전히 기다리고 있어야 해, 알겠니?"
"예." 이에 그렇다고 답을 하는 소녀. 이어서 나는 안심하지 못하고, 다시 한 번 그에게 어디 가면 안 된다고 다시 한 번 타이르자 그는 알겠다고 다시 답을 하였다. 물론 아직 약을 파는 곳은 찾지
못했지만 혹시나 그런 곳을 찾게 될 경우를 생각해서 한 행동이었다.
그러면서 길을 가다가 시장 거리의 한 곳에 바퀴 하나에 올라타 있으면서 세 개의 붉은 액체로 채워진 유리병 3 개를 가지고 재주를 부리는 광경을 보고, 원을 그리며 그 광경을 구경하는 사람들을
지나칠 무렵, 소녀가 문득 떠올린 바가 있었는지, 나를 향해 고개를 돌리며 물었다.
"언니, 혹시 언니의 이름은 무엇이에요?"
그러고 보니, 나와 소녀는 지금껏 서로의 이름을 물은 적이 없었다. 서로 해야 할 일이 급했고, 그러하다 보니 서로의 이름에 관심을 가질 여유를 느끼지도 못하고 있었던 탓이리라. 그러다가 어느
정도 마음의 여유가 생기다 보니, 소녀부터 나의 이름에 대해 알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이에 내가 그 물음에 대한 답으로써 이름을 알려야 할 필요를 느끼게 되었다. 그러면서 일단은 소녀가 건넨
물음에 대한 답으로써 내 이름부터 알리려 하였다.
"유네아, 내 이름은 유네아라고 해. 성까지 포함하면 유네아 린."
이에 답례로써 자신의 이름을 밝히기 시작하는 소녀, 그 이후, 나는 소녀의 이름이 '마리아(Maria)' 이며, 성까지 포함한 이름은 '마리아 엔리케 루베르토스(Maria Henrique Rubertoz)' 임을 알 수
있었다. 그 이후, 나는 소녀를 마리아라 칭하게 되었고, 소녀 역시 나를 유네아라 칭하게 되면서 시장의 거리를 걷게 되었다. 그러다가 문득 소녀가 나의 이름에 대해 무언가 불안하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는지, 나의 이름에 관해 물음을 건네면서 불안함의 감정을 품은 표정을 지으려 하였다.
"혹시, 유네아라는 이름의 의미에 대해 알고 계세요?"
"아직까지는 잘 모르겠어." 이에 나는 곧바로 모르겠다는 화답을 하였다. 이에 대해서는 어디선가 들은 이야기가 있기는 했지만, 정확한 이름의 의미에 관해 알아낸 적은 그 당시까지는 없었다.
그래서 모르겠다고 화방르 하자, 마리아는 불안해하면서도 그러 나의 말에 일단은 나쁜 뜻으로 활용된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는지, 나의 모습에 대해 안심하려 하는 표정을 다시 지으려 하였다.
그렇게 한 동안 길을 계속 걷고, 걷고 또 걸었음에도 불구하고 독감에 좋을만한 약을 파는 곳은 좀처럼 나타나지 않았다. 무엇이든지 구할 수 있는 시장이라면 언젠가는 반드시 시장의 모습이 나타날
법 한데도 불구하고 나의 눈앞으로는 어떤 건물의 모습도 나타나지 않고 있었다, 옷가게와 식당 그리고 각종 잡화 가게는 계속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래서 소녀에게 약 가게임을 알리는
표시가 나타나면 바로 나에게 알려달라고 부탁의 말을 건네었지만, 소녀 역시 가게를 발견하지 못했는지 고개를 기웃거리면서도 아무 말도 나에게 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는 동안 나의 눈앞으로 모습을 드러내는 시장의 모습, 그 모습은 언젠가 보아왔던 시장의 모습과는 사뭇 달랐다, 요란하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의 활발함과 분주함은 거의 찾을 수 없었으며
비교적 차분하여, 얼핏 보면 주택지의 연속이라 칭할 만한 분위기의 거리가 계속 이어지고 있었다. 그런 거리는 주변 일대로 소리가 퍼지지 않아 주변 일대에 민폐를 가하지 않는다는 장점을 갖추고
있었지만, 이전까지 보아왔던 시장 특유의 소박한 모습을 전혀 찾을 수 없는 것이 단순한 상가의 연장이 아닐까, 라는 생각을 거리를 보면서 가지기도 하였다. 그런 시장답게 사람들의 왕래 역시 드물었으며,
왕래하는 사람들 역시 나름 형편이 넉넉해 보였다.
'왠지 특별한 사람의 시장 같아 보이네, 여기는.'
그 모습을 보며 어느 정도 이상의 돈을 가진 이들을 위한 곳 같다는 분위기를 느끼면서도 일단은 소녀의 어머니를 위한 약을 행여 찾을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을 하며 계속 돌아다녀 보았지만, 원래
약을 파는 곳을 시장 안에서는 찾지 못하도록 되어 있었는지, 약 가게의 모습은 조금도 찾을 수 없었다, 이전에 들른 바 있던 시장에 약 가게가 몇 군데 있었던 것과는 대조적이었다.
그러다가 결국 시장의 한 곳에서 발걸음을 멈추고, 시장에서 약을 찾는 일을 포기하며 돌아서려 하였다. 그러다가 그와 잠시 떨어져 있으면서 시장의 한 곳에 서 있는 이에게 약 가게의 소재지에
대해 물었고, 그러면서 시장이 아닌 남쪽 광장 주변의 상가에 한 곳이 있음을 밝히고서 인근에 작은 병원도 있으니, 행여 병으로 몸에 이상이 생겼다면, 그 병원에 가 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다는 말을
건네었다.
그 정보를 통해 나는 얼른 시장 거리를 벗어나야 한다는 생각을 하면서 다시 광장의 입구를 향해 나아가려 하였다. 그리고 시장 같지 않은 시장 거리를 조금 시간이 지난 이후에 벗어나, 다시 광장에
이를 때가 되면서 나는 이전에 모여 있던 샤리에나를 비롯한 일행의 모습이 사라졌음을 확인하고서 이들이 두 여성의 인도를 받아 다른 어디론 가를 향해 나아갔을지도 모른다는 판단을 하며, 광장의 서쪽
인근의 상가부터 먼저 돌아다녀 보려 하였다.
꽃집과 빵집을 비롯한 여러 상점을 지나치며 길을 걷는 동안, 주변 일대를 둘러보니 사람들이 내가 있는 방향으로 시선을 향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었다. 그 모습을 처음 볼 때에는 내 옷차림에
문제가 있는지, 아니면 나에게 그들이 싫어할만한 무언가가 있었는지 그들이 나를 경멸하고 무시하고 있는 것 같다고 그 모습에 대한 판단을 내리며 어떻게든 그들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으려 하였다. 하지만
곧 나는 그 경멸의 시선이 내가 아닌 다른 이를 향하고 있음을 길을 더 나아가면서 알 수 있었다.
"아가씨는 어디에서 왔는지, 참 아름답네. 옆에 있는 계집아이는 미천한 곳 출신답게 형편없이 생겼는데."
상가를 지나다 어느 옷가게의 주인이었을 어느 중년 남성이 나를 부르더니 나와 마리아에 대해 그렇게 평을 하는 목소리를 들으며, 나는 경멸과 멸시의 시선이 내가 아니라 마리아를 향하고 있음을
알아차릴 수 있었고, 그러면서 그렇게 도시의 사람이 외지인을 경멸하는 사례를 그 곳에서 처음 알게 되었다.
"그렇기는 하지요, 시골에서 온 아이는 도시에서 온 사람만큼 얼굴을 가꾸는 데에 신경을 기울일 수 없으니까요"
이에 나는 환하게 미소를 지으며 그런 그에게 그의 외모에 대한 언급을 하고서 서둘러 그 상점을 벗어나려 하였다. 그리고 상점과 어느 정도 멀리 떨어진 곳에 이르자마자 그 소녀의 앞에 이른 다음에
기분이 상했는지, 당황했는지, 격해진 감정을 어찌하지 못하는 마리아의 바로 앞에 앉아서 그의 붉게 달아오른 두 볼을 어루만지면서 온화하게 목소리를 내어 그런 그를 달래려 하였다.
"미안해, 어떻게든 좋게 들릴 수 있는 말을 그 아저씨에게 해 주어야 해서 그랬어. 그리고 그 말은 실은 시골의 사람들은 도시의 사람들처럼 치장하지 않은 순수한 사람들임을 의미하기도 하는 거야,
그러니까 너는 화려한 외모를 갖추지는 못했지만, 그런 더러움이 없는 깨끗한 아이라는 것이지. 예로부터 입에 쓴 것이 몸에 약이 된다고 하잖아, 사람의 외모도 그와 마찬가지로 수수한 외모를 가진 사람이
실제로는 순수한 경우가 많은 거야, 그러니까 괜찮아."
그리고 내가 다시 자리에서 일어나 그의 왼손을 나의 오른손으로 잡으며 함께 길을 갈 무렵, 마리아가 갑자기 하나의 물음을 건네는 목소리를 내려 하였다.
"하지만 언니는 예쁘지만 나쁜 사람이 아니잖아요."
"다 그렇지는 않아." 그러자 나는 환하게 미소를 지으며 그렇게 답변을 하였다. 그러다가 광장을 거쳐 동쪽의 상가에서 마침내 내가 지나치려 하는 3 층을 이루는 건물의 한켠에 십자가가 자리 잡고
있는 간판이 달린 모습을 보고, 나무로 만들어진 간판에 있는 붉은 십자가를 통해 내가 약 가게가 위치한 건물에 이르렀음을 확인하고서 1 층의 왼편에 위치한 작은 가게의 대문, 그 앞에 이른 다음에 마리아가
문의 왼편에 있도록 하고서 그에게 부탁의 말을 건네려 하였다.
"기억하고 있지? 여기서 얌전히 있어야 해, 알겠니?"
"예." 그 물음에 밝게 목소리를 내어 답을 하는 마리아. 이후, 나는 그의 내 말을 잘 따르려 하는 면모에 안심하면서 혼자 문을 열고 그 너머로 들어서려 하였다.
다음 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