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야(Elijah), 그림을 그려왔구나!
  소년을 엘리야라 칭하는 벨치아. 그리고 잠시 후, 자신의 바로 앞에서 도화지를 두 손으로 들어 그림을 보여주려 하였다. 그러는 동안 나의 눈앞으로 도화지에 그려진 그림이 그 모습을 드러내었다. 크레용으로 그려진 그림, 그 그림 속에는 초록빛 산 아래의 강가에서 엘리야가 낚시를 해서 물고기를 잡고, 그 곁에는 그들의 부모로 추정되는 젊은 남성과 여성이 한 명씩 자리 잡고 있으면서 환하게 미소를 짓고 있었다. 무척 단순하기는 했지만, 밝고 선명한 색으로 그려져 있어서 어린아이다운 순수한 일면이 분명히 나타나고 있는 그림이었다.
  보면서 기분이 좋았던 그림. 그래서일까, 벨치아 역시 그 그림을 보면서 환하게 미소를 짓고 있었다. 어떻게 보아도 그림에 호감을 가지고 있음을 알리는 듯한 그 표정을 지으며 벨치아는 밝게 목소리를 내어 소년에게 그림을 건네달라고 부탁의 말을 건네었다.
  이후, 소년이 그림을 건네자, 그 그림을 유심히 바라보기 시작하는 벨치아. 그 때, 내가 벨치아의 모습을 바라보면서 그런 그에게 어떤 분야에 가장 자신이 있느냐고 물었다. 그 물음에 마치 각본을 정해놓은 것처럼 그림 분야에 가장 자신이 있으며, 실제로 주된 담당 교과도 '미술' 이라는 이야기를 하였다. 그림 분야에 가장 자신이 있고, 실제로 그 분야를 맡고 있었던 탓일까, 벨치아는 사뭇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그림을 유심히 보고 있었다. 그러다가 잠시 시간이 지날 때가 되자 소년에게 그림을 돌려주려 하는 벨치아.
  "잘 보았단다, 엘리야, 잘 간직하고 있으렴."
  그리고 그림을 돌려 받으며 엘리야가 잘 그린 그림이냐고 묻자, 밝게 목소리를 내어 "무척 잘 그린 그림이었단다." 라고 화답을 하자, "고마워요!" 라고 화답한 이후에 활발한 기세를 드러내며 선실로 돌아가려 하였다. 그리고 잠시 후, 루시아와 파렐리아가 선실 밖으로 나오면서,
  "그 아이들은 지금 샤리에나 양께서 데리고 계신 것 맞지?"
  "응, 학교의 몇 아이들과 함께 어울리며 잘 놀고 있다고 하더라. 문제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걱정이 되어서 샤리에나 양께 직접 연락을 했었는데."
  라는 대화를 하고, 이어서 선실 밖으로 2 명의 노인이 밖으로 나오면서 각자의 집안 사정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있을 무렵, 바로 서려 하는 나에게 벨치아가 앞으로 다가와 뒷짐을 진 채, 미소를 짓는 모습을 보이면서 물었다.
  "그림은 잘 보셨는지요." 이에 밝게 미소를 지으며 그렇다고 화답을 하는 나. 그 이후, 나는 조용히 미소를 짓고 있는 모습을 보이는 벨치아에게 엘리야에게는 그림을 잘 보았다고 말하면서도 실제로는 단순한 그림에 대해 시시하거나 지루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냐는 물음을 건네었다. 하나의 능력을 갖춘 사람이라면 무릇, 자신의 능력을 기준선으로 타인의 능력을 견주고, 그러면서 타인의 판단을 하는 경향을 가지기 쉽기 때문이다. 그런 견해에 대해 나는 타인에 대한 위선을 드러내거나, 타인에게 상처를 안기기 쉬우며, 이는 곧 그 능력자가 타인의 능력을 판단할 자격이 없다고 판단하고 있었다.
  "그러할 리는 없어요, 린 양. 저도 나름의 미술 경력이 있는 편이지만, 전문적으로 미술 관련 직업에 종사하거나 하는 사람은 아니기 때문에 오만한 입장에 있을 수는 없다고 생각하고, 또 아이들이 그림을 그릴 때, 그 그림을 보고 있으면, 아이가 정성을 다해 그린 그림인지의 여부를 바로 알 수 있어요. 아이들이 그린 그림을 판단할 때에는 그 자세가 드러나고 있는지의 여부를 봐야 하지, 그림 자체가 잘 그려졌는지의 여부를 보고 모든 것을 판단하면 곤란하다고 저는 생각해요."
  그리고 그러할 수 없는 사람이라면 전문가라 할지라도 남의 그림을 판단할 수는 없을 것이라는 언급을 하는 벨치아. 그 이야기를 들으며 나는 그에 대해 그림을 보고 그것에 대한 평가를 할 수 있을만한 사람일 것이라는 판단을 내리면서 비로소 환하게 미소를 지으며 그에게 말을 건네었다.
  "그렇다면 다행이네요, 벨치 선생님."
  엘리야가 그를 '벨치 선생님' 이라 칭하는 목소리를 들은 이후, 그 호칭에 대해 왠지 깊은 친근감이 느껴진다고 판단을 내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와 더불어 마리아의 일도 있고 해서 한 동안 그와 함께 지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면서 그 호칭으로 그를 부를 일이 많으리라 판단하며, 나는 엘리야가 했던 대로 그를 그렇게 칭하였고, 이에 벨치아는 나에게 나는 학생이 아니기 때문에 굳이 자신을 그렇게 칭할 필요는 없다는 말을 건네었다.
  "아니, 그렇게 부르는 편이 나름 정감이 있어서......."
  그 말을 듣고서 그렇게 화답을 할 무렵, 갑자기 선실에서부터 한 노인이 다가오더니 외부 교육 시간인 4 시 정각이 되었음을 알린 다음에 어서 준비를 하라고 말하고서 곧 학생들이 밖으로 나오는데, 실수가 있어서는 되겠느냐고 이어서 질책의 성격을 띠는 말을 건네었다. 그러자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상기하고 있었을 법한 표정을 짓는 벨치아. 그러다가, 잠시 시간이 지나자 다시 평온해진 표정을 지으면서 그는 노인에게,
  "어떻게든 잘 해낼 수 있겠지요, 지금껏 해 온 일이 많기 때문에."
  라는 화답을 한 이후에 지나친 걱정은 자신에게도 큰 부담이 되기 때문에 그런 일은 하지 말아달라고 부탁의 말을 건네었다. 그 이후, 벨치아는 다시 나를 향해 돌아서더니 나에게 하나의 제안이 있음을 알리고서 그 제안에 대한 언급을 드러내는 목소리를 내었다.
  "저는 린 양께서 마리아 양과 함께 이 수업이 진행되는 모습을 지켜보실 수 있기를 원하고 있어요. 이 수업을 통해 린 양 그리고 가정 형편이 어려워 학교 수업을 받지 못하고 있을 마리아 양이 수업 참관을 통해 학교 수업이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를 간접 체험할 수도 있을 테니까요."
  마리아가 학교에 다니는 지의 여부는 지금껏 알지 못하고 있었지만, 그의 형편 상, 학교를 다니는 일은 무척 힘들어 보였다, 차별되는 지역을 향한 배려가 이루어지지 않는 세상 속에서 교육비를 제대로 지출하며 학교에 다니기란 무척 힘들기 때문이라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면서도 혹시나 하는 생각이 들기는 하였기에, 마리아에게 학교에 잘 다니고 있는지에  대해 물었다.
  그 물음에 내가 예상했던 대로, 학교에 다니지 못한다고 화답을 하는 마리아. 그 이후, 그는 그로 인해 학교가 어떤 곳인지 모르게 되어버리기도 하였고, 차별 받는 지역 출신으로 미움을 받게 될 것 같기도 한 탓에 학교에 다니자고 말해도 무서워서 못 간 적도 있다고 화답을 하기도 하였다. 그러자 벨치아가 그런 마리아에게 환하게 미소를 지으며 타이르는 듯이 말하였다.
  "그렇다면 어떤 모습인지 지켜보고 있으렴, 그러면 학교라는 곳이 그렇게 무서운 곳이 아니라는 것을 바로 알게 될 거야."
  대화가 이어지는 동안 벨치아에 의해 제시된 제안. 그것 정도라면 나는 받아들일 수 있었다, 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의 내가 알던 모습과는 비슷하면서도 전혀 다른 면모를 지켜보는 동안 어떻게 학교 수업이 이루어지는지에 대해서도 알고 싶다는 생각을 하였고, 그 수업이 어쩌면 그에 대해 알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문제는 마리아가 그것을 통해 학교를 다닐 수 있게 될 수 있는지에 관한 것이었다, 나는 이 학교에서만큼은 마리아를 바로 받아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교육비 문제가 있지 않겠느냐는 생각을 하고, 그러면서 벨치아에게 물었다.
  "그렇게 마리아 양을 학교에 받아들인다고 해도, 교육비 문제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
  "그것에 대해서는....... 제가 한 번 학교 측에 문의를 해 볼게요."
  이에 그렇게 화답하고서 벨치아는 마리아가 일가의 사정으로 인해 학교 교육도 제대로 받지 못한다는 사정만큼은 적어도 자신의 학교 측이라면 분명히 감안을 해 줄 것이라는 믿음을 바로 드러내었다. 그리고 중요한 것으로는 마리아가 계속 학교를 다닐 수 있는 의지가 필요하다고 말하면서 다시 한 번 내가 마리아와 함께 수업을 구경이라도 해 주었으면 한다고 부탁의 말을 건네었다.
  그러는 동안 벨치아가 나에게 말을 한 대로 마리아에게 도움을 주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며, 나는 그 의사를 받아들이면서 평상시보다 강하게 목소리를 내어, 조건을 제시하였다.
  "그 대신, 하나의 조건이 있어요."
  "무슨 조건인가요?"
  "벨치 선생님께서 이번 일을 계기로 마리아가 학교에 다니려 하는 의사를 밝힐 때에는, 벨치 선생님께서 마리아의 어머님을 대신해, 마리아에게 도움을 주어야 해요, 그런 일에 소홀히 하지 않으셔야 하고."
  그리고 자신이 언급한 바는 꼭 이행해 달라고 부탁하였다. 이에 명심하겠다고 이전에 비해 진지해진 목소리로 화답을 하는 벨치아.

  한편, 선실에서부터 갑판 위로 샤리에나가 자식들을 데리고 오는 듯이 세 어린 정령들을 데리고 나오고 있었으며, 그와 더불어 갑판의 왼편 가장자리에 서 있던 루시아, 파렐리아 자매를 만나 그들과 이야기를 하다가 파렐리아가 앉아서는 밝은 모습을 보이고 환하게 목소리를 내며 뛰어오는 어린 정령들을 한 명씩 안아주는 광경이 나의 눈앞으로 나타나고 있었다. 그 광경은 나만 바라보고 있던 것이 아니라 벨치아 역시 보고 있었으며, 그와 더불어 자신은 이제 나와의 대화를 그만 이어야 할 것 같다고 말하면서 그에 이어 이유를 밝히려 하였다.
  "본래 유네아 양께서는 저 분들과 가까우실 텐데, 제가 지나치게 가까이하고 있는 것 같아서 그래요."
  그리고서 자신은 수업 준비를 위해 마지막 점검을 해야 하니, 들어가 있도록 하겠음을 알리며 선실로 들어서려 하는 벨치아. 그러면서 그와의 대화를 마치고서 나는 어린 바람의 정령들 그리고 그들과 함께 하는 파렐리아와 샤리에나, 그 곁으로 다가가 잠시 동안 만나고 바로 헤어졌던 그들에게 인사말이라도 전하려 하였다.
  "오랜만이네요, 루시아 양, 그리고 파렐리아 양."
  이에 루시아는 자신 역시 오랜만에 보게 되었다는 인사말을 건넨 이후에 갑자기 헤어진 탓에 계속 함께 있지 못하였다가, 의외의 장소에 다시 만나게 되어 너무 반가웠다고 말하고서 지금껏 어디에서 어떻게 지내오고 있었는지에 대한 물음을 이어서 건네었다.
  "공업 지대와 항구가 위치하고 있는 곳에 잠시 가 있었어요."
  그 물음에 내가 화답으로써 우선 그렇게 말을 건넨 이후에 그 곳에서 있었던 일로서 그레이스 블루라는 이름을 가졌던 도시에서 내가 겪었던 일들과 내가 만났던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를 하나씩 풀어놓으려 하였다. 그 중에서 이미 나로부터 이야기를 들었던 샤리에나는 이야기에 대해 큰 흥미도 지루함도 느끼지 않는 채, 차분히 표정을 지으며 이야기를 들었으나, 그 이야기에 대해 전혀 몰랐었을 파렐리아, 그리고 루시아마저 나를 향해 돌아선 채, 나의 이야기를 흥미롭게 듣는 모습을 보였다. 이어서 에딘이라는 소년이 나와 함께 여행을 하게 되었다가, 내가 일행과 헤어지면서 에딘 역시 일행의 곁에서 멀어졌다는 이야기를 듣자마자 안 됐다는 표정을 짓기 시작하는 파렐리아.
  "모처럼 함께 여행을 떠나실 기회를 얻었는데, 결국 누나와 헤어지면서 그 기회를 놓쳐버리고 말았다고 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이러다가 다시 만날 때는 언제 오게 되려나."
  그 이후, 나의 에딘이라는 소년과 만나고, 이어서 잠시 도시에 있었을 적에 만난 이래로는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헤어지고 있었다는 이야기에 대해 아쉬움의 감정을 드러내는 목소리를 내고서 소년의 모습이 어떠하였는지에 대해 묻는 목소리를 내었다. 그러자 내가 답으로써 에딘의 외모에 대한 설명을 대략 한 다음에 행여 갈색 멜빵바지와 하얀 셔츠를 입은 소년을 만난다면 그는 에딘일 것임이 확실하다는 이야기를 이어서 하였다.
  이어서 이번에는 내가 물음을 건네어, 도로시아와 크세비아는 현재 어떤 상태에 놓여 있기에 배의 밖으로 나오려 하지 않느냐고 물었고, 그 물음에 루시아가 차분히 목소리를 내어 선실 내의 아이들과 함께 있다가 내가 배 안으로 들어올 무렵에는 몇몇 호기심 많은 소년, 소녀들과 함께 도시로 나와 시가지 모습을 구경하기 위해 나섰음을 밝혔고, 이어서 파렐리아가 방금 전에 아이들의 수업 참여로 인해 배의 내부로 다시 들어왔음을 밝혔다.
  "그러면 도로시아 양께서는 지금 이 배 안에 계신 거예요?"
  "예, 선생님과 함께 수업에 임하시게 되어 지금 그 분과 함께 계실 거예요, 물론 수업의 보조 역할을 맡는다니, 그 모습을 자주 보기는 어려울 것 같기도 하지만."
  이후, 내가 건네는 물음에 루시아가 차분히 목소리를 내어 그가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에 대한 설명을 하고서 곧바로 그에 관하여, 크세비아와 함께 수업 진행에 관한 준비를 계속 행하고 있었는데, 그 모습을 잠시 지켜보고 있으면서 아이들을 이끄는 일에 대한 상당한 책임감을 그와 크세비아가 가지고 있음을 바로 알아차릴 수 있었음을 밝히고서, 밝게 목소리를 내어 그에 대한 간단한 언급을 하였다.
  "자세만 보면 바로 교사를 해도 될 정도였다니까요, 제가 암만 봐도 그랬었어요."
  이후, 내가 루시아에게 크세비아가 아이들과 잘 어울리고 있는지에 대해 묻자, 환하게 미소를 지으면서 답을 하는 목소리를 내는 루시아. 처음에는 현실에 존재할 리가 없는 이의 모습을 본 탓에, 크세비아를 아이들이 한 동안 신기한 시선으로만 바라보고 있었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크세비아를 함께 여행하는 이로 여기기 시작하면서 이제는 크세비아를 사람들이 신기하게만 바라보는 경향은 많이 없어졌음을 알렸다.
  그렇게 대화가 한 동안 이어지고 있을 무렵, 갑자기 파렐리아의 곁에 파랗게 빛을 발하는 소정령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하더니, 그 소정령으로부터 크세비아의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잠시 후, 그 목소리는 곧 벨치아가 아이들 그리고 노인들을 대상으로 한 수업을 개시한다고 하니, 선실로 들어가 있거나 그렇게 할 수 없을 때에는 배의 갑판 한 곳에 모여 있으면서 준비를 하도록 해 달라고 부탁을 전하여, 밖에 있는 이들이 그에 대한 준비를 할 수 있도록 하고 있었다.
  그렇게 대화가 끝난 이후, 나는 갑판의 앞쪽 끝의 왼편에 머무르려 하였고, 이어서 루시아와 파렐리아가 다급히 나의 근처로 모이고, 이어서 샤리에나가 그들의 우측 근방에 어린 정령들을 데리고 이들과 함께 모여있는 모습을 보이기 시작하면서 수업이 시작될 공간을 마련하려 하였다.
  그 무렵, 선실의 문이 열리면서 아이들이 한 명씩 갑판 위로 나오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잠시 후, 그런 아이들 사이로 소매가 길며, 그 끝 부분이 팔목을 감싸는 원통형을 이루고 있는 하얀 셔츠와 허리의 곡선을 드러내는 길다란 종 모양을 이루는 하늘색 치마로 이루어진 옷차림을 하고 있으며, 목 부분을 파란 보석이 박힌 브로치로 꾸미고, 발을 푸른 구두로 감싸고 있으면서 도로시아가 아이들을 인도하며 그들과 함께 밖으로 나오고 있었다.
  그러는 동안 도로시아의 왼쪽 어깨 위에 크세비아가 올라 앉아 있으면서 수시로 움직이는 도로시아의 어깨 위에서 떨어지지 않도록, 앉으려 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면서 주변 일대를 둘러보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다가 나를 발견하였는지 나를 향해 크세비아가 오른손을 높이 드는 모습을 보였으나, 아이들 앞에서 함부로 응답을 할 수 없어 가만히 그를 바라보기만 할 뿐, 달리 행동을 취하지 못하는데, 이에 대해 아쉽다고 생각했는지 아쉬워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이에 대해 내가 어찌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마치 아이들을 보살피는 사람처럼 한 명씩 푸른 제복 차림을 한 소년 그리고 소녀들을 한 명씩 인솔하여 갑판 위로 나서도록 하고, 이어서 그렇게 인솔을 받은 소년들과 소녀들이 질서 정연히 갑판 끝의 바로 앞 부분부터 하나씩 자리를 잡고 앉기 시작, 그 앉은 모습이 갑판의 중앙 부분을 중심으로 세로로 3 열을 이루는 대열을 2 개 만들기 시작하였다. 아직 자리에 앉게 될 소년들과 소녀들이 나이가 어린 관계로 자리에 앉아 있으면서 요란한 모습을 보일 것이라 예상했지만, 그런 예상과 달리 아이들은 벨치아 그리고 도로시아의 뜻을 잘 따르려 하는지, 조용히 자리에 앉아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물론 2 ~ 3 명씩 소곤거리는 아이들의 모습은 보였다-.
  그러는 동안 3 명씩 한 줄을 이루며 아이들이 좌우 4 개씩 열을 이루며 앉았고-그것을 통해 모인 아이들의 수가 24 명임을 알 수 있었다-, 그 뒤편에 노인들이 한 명씩 나와 나란히 자리를 잡고 앉거나 서 있으면서 배에 탄 모든 사람들이 밖으로 나와 모인 모습을 보이게 되었다. 본래는 10 여 명 정도의 정원을 만족할 수 있는 작은 배였던지라 갑판이 조금 비좁은 감도 있지만 지나갈 수 있는 공간이 있어서 그나마 다행이기는 하였다.
  그리고 잠시 후, 갑판의 머리 그 오른편에 크세비아가 이르고, 이어서 배의 머리 부분, 그 중앙에 위치하고 있는 키의 오른편 인근에 도로시아가 이를 즈음에 배의 가장자리로 벨치아가 발걸음을 옮기어, 그 부분을 거쳐 키의 바로 앞, 그 부근에 이르렀다. 그와 동시에 파렐리아가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벨치아의 모습을 거쳐 자신의 지팡이를 갑판 위에 꽂은 다음에 배의 키를 두 손으로 잡으면서 벨치아를 향해 잠시 고개를 돌리며 알렸다.
  "배를 움직일 준비는 되었어요, 신호가 되면 알릴게요."
  "예." 이에 밝게 목소리를 내어 화답하는 벨치아. 그러는 동안 나는 이들의 왼편에 위치한 배의 가장자리에서 그 광경을 마리아와 함께 조용히 바라보고 있으면서 벨치아가 아이들 앞에서 말을 할 때를 기다리고 있는데, 그 때 그런 나를 향해 크세비아가 도로시아의 어깨에서부터 나를 향해 날아오기 시작, 그리고 잠시 시간이 지나자 그가 나의 바로 앞에 이르더니 잠시 후에 나의 왼쪽 어깨 위에 앉으려 하였다.
  "지금까지 저를 보지 못해 많이 심심하셨지요?"
  "그러할 리는 없잖아." 크세비아가 어깨 위에 올라앉으면서 건넨 물음에 환하게 웃으며 화답을 하는 나. 그 무렵, 파렐리아가 배의 키를 잡고 그것을 움직이기 시작하고, 그와 함께 배가 떠오르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잠시 후, 배의 고도가 서서히 높아지면서 지면을 벗어나 하늘을 향해 나아가는 모습을 보이려 하였다.
  그 때, 벨치아는 파렐리아가 잡고 있는 키를 잡는 모습을 등진 채 잠시 서 있으면서 눈을 감은 채, 숨을 가다듬는 모습을 보이기 시작하였고, 그러는 동안 긴장하고 있으면서 도로시아가 그런 그의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었다. 그러다가 잠시 후, 벨치아가 다시 눈을 뜨고 표정을 가다듬어 밝은 얼굴 모습을 보이면서 첫 번째 특별 수업을 실시하겠음을 알리는 목소리를 내었다.
  이후, 벨치아는 소풍 여행에 관한 주의 사항에 대한 설명을 하겠음을 알리고, 그에 이어 도로시아가 벨치아의 곁에 머무르고 있으면서 직접 따라 말해야 할 사항이 있으니, 따라할 시에는 큰 목소리로 따라해 줄 것을 당부한 다음에 첫째 사항을 자신이 하겠음을 알리는 목소리를 내려 하였다.
  무척 긴장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 그 상황 속에서 나 역시 곁에 머무르는 샤리에나와 함께 그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려 하는데, 갑자기 크세비아가 눈앞으로 떠오르면서 그로 인해 깜짝 놀라는 표정을 나도 모르게 짓고 말았다.
  "놀라셨어요?" 하지만 그로 인해 크세비아가 걱정을 하는 목소리를 내어 그런 나에게 묻자, 애써 태연한 척을 하면서 환하게 웃으며 "괜찮아." 라고 화답한 다음에 나 자신도 '그럴 수도 있지.' 라는 생각을 하면서 나 자신의 놀랐던 마음을 진정시키려 하였다.
  "루시아 양과 샤리에나 양께서는 배를 움직이고 어디로 가려 하신대?"
  그 이후, 한 동안 벨치아와 도로시아의 강연이 펼쳐질 무렵, 나의 바로 앞으로 다가왔다가 이어서 머리 위에 올라 앉은 크세비아에게 내가 물음을 건네려 하였고, 이에 그는 답으로써 이전에 샤리에나가 하나 알아낸 바가 있어서 그에 대해 알리는 말을 한 적이 있다는 이야기를 하고서 팔짱을 끼는 자세를 취한 채, 공중에 떠 있으면서 그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시작하였다.
  "샤리에나 님께서 길을 걷다가 벽보를 하나 바라보는데, 갑자기 학생 분들께서 환호하기 시작하는 거예요. 그래서 샤리에나 님께서 왜 그러느냐고 묻자, 벽보에 그려진 한 소녀의 모습을 가리키며 그 모습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시작하셨어요."
  그 무도극은 과거에 벨치아의 반에 속해 있었지만 지금은 공연 활동을 위해 수도로 떠나간 소녀가 출연하는 극이었으며, 그 소녀를 좋아하던 소년들이 소녀의 모습을 보자마자 바로 흥분하여 공연의 관람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을 한 것. 문제는 공연 장소였다. 그 곳은 과거에는 왕실의 별궁이었으나, 현재는 문화 회관으로 활용되는 곳으로서 도시로부터 상당히 멀리 떨어진 제 4 행성의 호수, 그 중앙에 위치하고 있어서 이 도시에서 공연 관람을 하기 위해서는 여행비부터 문제가 되고는 하였다.
  "물론 갈 수 있다면 좋기는 해요, 제 4 행성은 관광지로 알려질 만큼 아름다운 경관이 유명한 곳이어서 굳이 공연 관람을 하지 않더라도 제 4 행성의 경치 구경만으로 충분히 좋은 시간을 보낼 수 있거든요, 물론 '갈 수 있다면' 이 전제가 되기는 하지만요."
  "그 공연 소식에 대해 루시아 양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셨어?"
  크세비아의 이야기를 듣고 내가 물음을 건네자, 그가 바로 답으로써 제 4 행성의 경관이 좋다고 해도, 너무 먼 곳으로 학생들을 함부로 내보내면 곤란하니 그 곳으로 가기는 그렇다는 화답을 한 이후에 암만 여행을 간다 하더라도 아이들을 너무 멀리 보내면 위험하지 않겠느냐는 말을 이어서 하였음을 밝히고 있었다.
  "하지만, 벨치아 선생님께서 가도록 해 달라고 부탁하셨어요. 굳이 그 소녀가 출연하는 공연이 아니더라도, 좋은 경관 속에서 무도 공연을 관람하는 일은 평균적으로 형편이 어려운 학교의 학생들에게는 어려운 일이 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그 공연의 관람이 아이들에게 하나의 큰 추억거리 중 하나가 될 수도 있지 않겠느냐고 말씀하시면서 루시아 님께 제 4 행성으로 배를 보내달라고 부탁을 하셨던 것이지요."
  "그런 결정 하에 학생들을 싣고 제 4 행성으로 배가 움직이게 된 것이라고 말해도 되겠지?"
  이후, 내가 그 상황에 대해 그렇게 물음을 건네자 "예." 라고 답을 하는 크세비아. 그리고서 벨치아가 이왕 제 4 행성으로 가는 김에 그 곳으로 가고 싶지만 갈 수 없는 노인들을 부르기로 하여, 마을에서 5 명의 노인들이 배에 오르게 되었음을 밝히고, 그 중에 공연을 하던 이가 있는데, 그가 제 4 행성 출신이며, 그 곳에서 악단을 열고 있었던 적이 있어서 인연이 깊다는 언급을 하였다.
  그 노인의 모습이라면 이전에 본 바 있었다. 여러 악기를 결합하는 방식으로 만들어진 것처럼 보이는 그 악기. 그 악기를 가진 이가 그 노인이었으리라. 그 노인의 모습을 상기하며 크세비아에게 물었다.
  "그러면 그 할아버지께서는 어쩌다가 제 4 행성에서 나와 그 도시에 머무르게 된 거니?"
  하지만 잘 모르는 탓인지 크세비아는 어떤 답도 하지 않았다. 무언가 사연이 있는 듯해 보였지만, 크세비아 등에게는 잘 이야기를 하지 않는 탓에 그가 잘 모르게 된 모양이었다.
  그렇게 이야기를 이어가다가, 잠시 주변 일대를 둘러보니 배 아래로 보이는 도시의 모습이 마치 높은 탑 위에 올라서서 대지를 바라보는 듯이 자그마하게 보이고 있었으며, 배 주변 일대로는 감청색을 띠는 하늘 위로 마치 하늘 나라의 풍경을 묘사하는 듯이 수많은 빛들이 여러 광경을 그려내는 모습이 눈앞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그 때 마침, 벨치아 역시 별들의 특성에 관한 이야기를 마치고, 별들의 관측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가고 있었다. 그러면서 밤하늘에 모인 별들이 이루어내는 형상 그리고 그 형상들에 관한 전설을 다룬 이야기들을 하나씩 학생들 그리고 뒤에서 듣고 있던 노인들에게 알리면서 각 이야기가 끝날 때마다 질문을 받는 형식으로 강연을 이어가고 있었다. 꽤 재미있게 진행이 이루어지는지 학생들 모두 유심히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이야기를 꽤 재미있게 하시는 모양이에요, 벨치아 선생님도, 도로시아 양도."
  "각자 나름의 방도를 알고 계시 것은 아닐까, 모르겠어요."
  그러자 샤리에나가 나의 말에 그렇게 화답을 하는데, 그 때 나와 샤리에나의 어깨 사이에 머무르고 있으면서 크세비아가 별들에 대한 설명을 이어가는 벨치아 그리고 도로시아에 관해 한 마디 말을 건네는 목소리를 내었다.
  "이전에 벨치아 선생님께 도로시아 님께서 무언가 이야기를 하신 적이 있었어요. 그 이야기에 대해 저는 아이들 앞에서 이야기를 하는 일에 관한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혹시 그것과 관련이 있지 않을까요."
  "설마." 그 때, 샤리에나가 그 말에 대해 그런 목소리를 낸 다음에 그에 이어, 벨치아 역시 아이들 앞에 서 있는 일을 한 두 번 행한 사람도 아닐진대, 아이들 앞에서 옛날 이야기를 재미있게 하는 방법 정도는 알고 있지 않겠느냐고 물음을 이어서 건네었다. 그러자 크세비아는 아차 싶었는지, 놀라는 표정을 지으면서 "그런가." 라고 조용히 목소리를 내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는 동안 도로시아가 서쪽 하늘에 보인다는 성단에 관한 이야기를 하기 시작하겠음을 알린 이후에 동쪽 하늘에 보이는 것으로서 행복하게 살아갔던 쌍둥이 자매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은색의 쌍성과는 반대의 분위기를 드러내고 있음을 알리는 목소리를 내더니, 처음에는 어두운 분위기와는 아무 관련이 없어 보이는 5 명의 소녀들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놓기 시작하고 있었다.
  "이번 이야기는 왠지 모르게 어둡게 전개되어 갈 것만 같아요."
  그 때, 그 이야기를 들으려 하면서 크세비아가 다소 우울해진 목소리를 내며 나에게 그렇게 전망을 드러내려 하자, 그런 그의 목소리를 들으며 바로 물었다.
  "그 이유로 무엇이 있는지 말해줄 수 있겠니?"
  "저 별들은 태양이 지는 방향인 서쪽에 있잖아요, 그러니까 왠지 모르게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그 물음에 우울함의 감정을 드러내는 목소리로 그렇게 화답을 하는 크세비아. 물론 납득이 갈 만한 근거는 아니었지만 나는 그런 그의 어린 티를 드러내는 추측에 대해 전혀 반박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 때, 루시아가 그런 나에 대한 목소리를 내려 하였다.
  "유네아 양께서도 이야기가 어둡게 흘러갈 것 같다고 생각하시는군요."
  그리고 자신도 그렇게 생각한다는 발언을 하는 루시아. 그리고 지난 이야기는 밝았던 만큼, 이번 이야기는 그에 상반되어 어두울 것 같다고 예상했다고 자신의 추측에 대한 언급을 이어서 하였다.
  물론 나도 그 이야기는 어두운 분위기로 일관될 것이라고 예상은 하고 있었다, 밝은 분위기를 항시 표현하고 있던 쌍둥이 자매의 이야기, 그 소재가 된 쌍성은 태양이 떠오르는 곳인 동쪽 하늘에 위치한 반면에 은색을 띠는 5 개의 별들은 태양이 지는 곳은 서쪽 하늘에 위치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런 생각을 하는 동안 서서히 전개되어가기 시작하는 이야기. 과연 내 예상대로, 이야기는 어둡게 전개되어가고 있었다.


다음 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