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리스타, 조금 있다가 나와 함께 산 아주머니네 집으로 가자."
  아에실(Aesil) 이 손을 흔들며 나를 부른다. 마을 근처에 있는 산 아주머니네 집으로 가자는 제안을 하였다.
  산 아주머니, 이 마을에 살고 있는 바람의 정령이라면 모두가 알고 있는 이였다. 이제 성계에서는 일부 지역에서만 찾을 수 있다는 인간이었다. 50 여년을 살아온 여성으로서 이제 늙어가고 있지만 그래도 마음씨 만큼은 여느 천사들 못지 않게 아름다워서 모두가 좋아하는 이였다. 아주머니께서는 가끔씩 마을에 살고 있는 바람의 정령들을 위해 빵을 만들어 주시고는 하셨는데 이번에도 그에 관한 일로 나와 아에실을 찾으려 하실 듯해 보였다.
  "좋아. 어서 아주머니의 집으로 가도록 하자고!"
  좋은 일을 하러 나가는데 싫다고 말할 필요는 없었다. 곧바로 아에실의 제안을 받아들이고서 그 아이와 함께 마을 북쪽으로 나아갔다. 잠시 후 나는 자그마한 언덕 위에 서 있는 나무로 만들어진 집 바로 앞에 이를 수 있었다. 집의 문 앞에 서서 손가락들을 이용해서 세게 문을 두드렸다. 나무와 손가락들이 부딪치면서 딱딱한 느낌을 전하는 듯한 소리가 들려왔다. 그 소리를 듣고서 기다리고 있다가 나이 든 여성의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하였다.
  "아, 왔구나." 산 아주머니의 목소리였다. 나는 그 목소리를 듣자마자 밝은 목소리로 "예." 라는 대답을 하였고 그와 함께 문이 열렸다. 요리를 하신 듯, 하얀 앞치마를 입고 있는 산 아주머니께서 나와 아에실을 반겨주셨다.
  "이번에는 에리스타와 아에실 양이로구나. 그래 잘 왔다. 어서 들어오너라."
  산 아주머니의 따뜻한 느낌을 주는 미소는 언제나 좋다. 자주 찾아오는 것인데, 요즘 들어 바쁘다는 핑계로 이리저리 놀러다니기만 해서 많이 미안하다는 생각이 든다. 아무튼 나는 아에실과 함께 산 아주머니를 따라 집 안으로 들어왔다.
  자그마한 탁자 위에 수많은 바구니들이 나란히 놓여져 있었다. 바구니들의 숫자는 마을에 살고 있는 모든 바람의 정령들, 나와 아에실을 포함한 21명과 같은 숫자인 21개! 각각의 바구니들 안에는 10개의 과자들이 들어 있었다. 먹음직스럽게 생긴 과자들이 나의 눈앞에 있었다. 하지만 일단은 해야할 일을 마치고서 과자들을 먹기로 마음 속으로 결정을 내렸다. 그 때 산 아주머니께서 바구니를 한 손에 6개, 그리고 다른 손에 5개씩 모두 11개를 팔에 걸었다. 그 모습을 보고 있던 아에실이 한 손에 2개 씩 모두 4개를 들었다. 나는 6개를 들어야 한다는 의미인 것일까? 불만스럽다는 느낌이 들었다. 나는 그 느낌을 아에실에게 불평을 하는 것으로 드러냈다.
  "아에실, 똑같이 5개씩 들면 안 되는 거니? 너는 4개 들고, 나는 6개 들고, 이상하잖아."
  이에 아에실은 이전까지 나는 놀기만 하였다고 그 대가로 6개 들라는 말을 하였다. 이전까지 다른 일은 하지 않고 놀기만 했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래서 나는 더 이상 아에실에게 다른 말을 하지 못하였다. 그 동안 산 아주머니는 웃고 있다가 문을 향해 나아가고서 자신의 두 손으로 조심스럽게 문을 열었다. 그리고 먼저 밖으로 나가시면서 나와 아에실에게 말하였다.
  "자아, 얘들아. 어서 나가도록 하자. 이 바구니들이 받는 이들에게 좋은 선물이 되어야 한다, 알겠니?"
  "예!" 아에실이 의욕이 넘치는 듯한 모습을 보이며 밝은 목소리로 답을 하였다. 그 동안 나 역시 "예." 라는 답을 하고서 집 밖으로 나서려 하였다. 산 아주머니 다음으로 내가 마지막으로 아에실이 나섰다. 열린 문은 산 아주머니께서 다시 문을 닫으셨다. 나와 아에실은 산 아주머니를 따라 마을을 향해 나아가기 시작하였다.
  산 아주머니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도록 하겠다고 마음을 먹으면서 여섯 개의 바구니들을 전달하려 하였다. 우선 리아네(Riane) 의 집부터 들러서 바구니를 전해 주었다. 리아네가 놀라면서 무슨 바구니이냐고 물었다. 이에 나는 산 아주머니의 선물이라고 곧바로 답을 하였다. 그러자 리아네는 웃는 모습을 보이면서 말하였다.
  "산 아주머니께서 선물을 주시는 것이었구나. 무척 힘드셨겠네. 우리를 위해 이렇게 과자를 만들어 주시고....... 선물 받을 때마다 무척 고마운 거 있지. 언젠가 답례를 해 드려야 하는데 아직까지도 못해 주고 있어."
  나는 그 모습을 그저 환하게 웃으면서 바라볼 따름이었다. 그러다가 다른 곳으로 가 보도록 하겠다는 말을 전하고서 작별 인사를 하였다. 리아네는 그 모습을 보자마자 웃는 표정을 지으며 나중에 한 번 놀러오라는 말을 작별 인사로써 하였다. 집을 방문하는 일은 이후 다섯 번 더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나는 모든 일을 마치고 다시 마을 한 가운데에 이르렀다. 하지만 아무도 없었다. 일을 마치면 마을 한 가운데에 모이자고 아에실이 말하였는데.......
  "모두 아직 일을 마치지 못한 것일까?" 나는 혼자서 말을 하고서 마을 한 가운데에 서 있으면서 기다리려 하였다. 그리고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난 후에 나를 향해 다가오는 산 아주머니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손에는 아직 바구니 두 개가 남아 있었다. 나는 그 모습을 보자마자 아에실이 어디로 갔는지에 대한 물음부터 건네었다.
  "아에실은 아직 일을 마치지 않았어요?"
  "잘 모르겠구나. 갑자기 루니아(Lunia) 의 집으로 들어가서는 나오지 않고 있더구나. 마지막으로 들르는 집인데....... 무슨 일이라도 있는 듯해 보이는구나."
  그리고 나에게 두 손으로 두 개의 바구니를 건네주면서 도와줄 필요까지는 없었는데 도움을 주어서 무척 고마웠다는 말을 하고서 아에실을 만나면 건네 달라는 부탁을 하였다. 나는 두 손으로 이들을 받으면서 아에실에게 잘 전해주도록 하겠다는 답을 한 다음에 웃는 표정을 지으며 밝은 목소리로 고맙다는 말을 마지막으로 하였다. 산 아주머니는 그 모습을 보면서 온화한 표정을 지으며 따뜻한 느낌을 주는 목소리로 아에실은 무사할 테니 걱정하지 말라는 말을 하고서 기회가 되면 다음에 또 만나자는 말을 전한 다음에 집을 향해 나아가기 시작하였다.
  "피곤하실 텐데, 정말 열심히 일하셨어. 내일은 푹 쉬셨으면 좋겠네."
  그 후 나는 루니아의 집을 찾아가려 하였다. 그 때 루니아의 집으로 가는 방향으로 푸른 색의 긴 머리카락을 가진 이가 다가오고 있었다. 그 모습을 자세히 보았다. 아에실이었다. 나는 그 아이의 모습을 보자마자 뛰어갔다. 그리고 그 아이와 마주친 다음에 말하였다.
  "아에실, 여기 있었네! 자, 받아. 산 아주머니께서 너를 위해 주신 거야."
  그러자 아에실은 미소를 띠면서 바구니를 받았다. 그리고 나에게 그 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에 관한 이야기를 해 주었다. - 급히 뛰어가다가 넘어져서 마지막으로 남은 바구니 하나에 들어있던 과자들이 바닥에 떨어지고 말았다. 그래서 성급히 돌아다닌 일에 대한 후회를 하다가 과자를 받을 예정이었던 루니아의 집으로 가서 직접 과자를 만들어 주었다. 자신에게 다행스럽게도 자신이 만든 과자에 대해서 루니아는 무척 만족하였다고 한다. 과자를 만들어 준 이후에는 아직 어린 루니아와 함께 있으면서 좋은 시간을 보내려 하였다.
  아에실은 4개만 가져가려 한 일에 대한 벌을 받고 말았음을 밝히면서 나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하였다. 하지만 이제는 괜찮았다. 잘못에 대한 대가를 치르면서 아에실은 좋은 일 하나를 하였기에. 밝게 웃으면서 밝은 목소리로 그에 대한 답을 하였다.
  "괜찮아, 덕분에 좋은 일 하나 했잖아."
  "그러한가?" 아에실은 미소를 띠면서 물었다. 이후 아에실은 과자 바구니를 받고서 좋은 일 하느라 애썼다는 말을 하고서 집으로 돌아갔다. 그 모습을 보고 있다가 나 역시 집으로 돌아갔다.
  잘못된 생각을 하면서 일을 행하였다가는 반드시 좋지 않은 결과를 보게 된다는 법칙이 있다. 오늘 아에실의 모습을 보면서 그러한 법칙을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이후에는 가끔씩 나 자신을 돌이켜보면서 나 하나 잘 되기 위해 다른 이에게 피해를 주지는 않았는가에 대한 생각을 해 본다. 다행히도 아직까지는 없는 듯해 보인다. 앞으로 그렇게, 계속 마음을 좋게 가질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The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