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밝자마자 커튼을 열고 아침을 맞았다. 밝은 아침의 태양이 세상을 반기며 미소를 짓는 좋은 날이었다. 오늘은 아슬리나(Aslina) 가 집으로 찾아오도록 되어 있는 날이었다. 어제 그 아이가 나에게 집으로 오겠다고 약속을 했었기 때문이었다. 그 아이가 찾아올 때를 기다리며 그에 대한 준비를 하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그러면서 아침을 먹자마자 집 안에 있는 상자들 중 하나에서 나무로 만들어진 '샤흐' 라는 게임을 할 수 있는 판과 샤흐의 말이 들어있는 작은 상자들을 꺼내어 탁자 위에 가지런히 올려 놓았다. (주)
  그리고 탁자에 앉아 있으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다가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문 두드리는 소리를 듣자마자 나는 아슬리나가 들어왔을 것으로 여기면서 밝은 표정을 지으며 빠른 걸음으로 문을 향해 다가갔다. 그리고 문 너머를 향해 큰 목소리로 말하였다.
  "아슬리나이니?"
  "응, 나야. 약속대로 들어왔어~." 부름에 대한 답으로 밝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슬리나의 목소리였다. 그 목소리를 통하여 드디어 그 아이가 찾아왔을 것으로 여기며 문을 열어서 바깥에 있는 이가 안으로 들어오도록 하였다. 그러자마자 한 손을 아래로 내리고 한 손으로는 뒷짐을 지고 있으면서 환하게 웃고 있는 아슬리나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 아이는 나의 모습을 보자마자 환한 웃음 만큼이나 환한 목소리로 아침 인사를 하였다.
  "좋은 아침이야~, 루살. 기다리고 있었지? 네가 기다릴 줄 알고 아침 식사를 하자마자 바로 뛰어왔어. 그러다가 숨을 진정시키고 들어왔는데. 오늘 꿈은 어떠하였어?"
  자는 동안 그 무엇도 보거나 느낀 적이 없었기에 밝게 웃으면서 그러한 적이 없었다는 답을 할 수 있었다. 그러자 아슬리나는 다행이라고 말하였다. 그 모습을 보며 집 안으로 들어가려 하면서 아슬리나에게 함께 들어가자는 말을 전하였다. 그러자 아슬리나는 알겠다는 답을 하고서 나와 함께 집 안으로 발걸음을 옮기었다. 아슬리나와 함께 탁자의 앞으로 다가왔다. 탁자의 모습을 보자마자 그 아이는 탁자에 앉았다. 그러면서 탁자에 앉아도 되는지를 물었다. 좋은 일이라는 답을 하면서 함께 자리에 앉도록 하자는 말을 전하면서 내가 자리에 앉으려 할 때에 같이 자리에 앉았다.
  아슬리나는 샤흐판의 모습을 보자마자 흥미를 느낀다는 듯한 밝은 목소리로 재미있겠다는 말을 하고서 바로 게임을 시작하자는 말을 하였다. 그리고 두 팔을 샤흐 판 앞에 포개면서 올린 채 가만히 있으면서 나에게 미소를 짓는 모습을 보였다. 내가 먼저 샤흐 판의 말을 움직여 달라는 부탁의 뜻을 전하기 위해 그러한 모습을 보이는 듯해 보였다. 그리고 내 앞에 있는 샤흐말 중 하나인 기마상 모양의 하얀 말을 들고 움직일 수 있는 곳으로 움직이면서 게임을 시작하였다. 그러자 아슬리나는 밝게 웃는 표정을 지으며,
  "시작하였네." 라고 말하였다. 나의 모습을 보자마자 활짝 웃는 표정을 지으며 자신의 앞에 있는 푸른 색의 샤흐 말 중 하나인 병사 모양의 푸른 말을 들고 두 칸 앞으로 움직였다.
  묘하게 긴장되는 듯한 분위기를 내면서 게임은 계속 진행되어갔다. 그 누구도 말을 쓰러뜨리지 못하고 있는 상태였다. 언제 어떻게 일이 일어날지 모르기에 나의 마음은 불안하기만 하였다. 그 때 아슬리나가 나에게 차분한 목소리로 말을 건네기 시작하였다.
  "오늘, 아에실이 아리제아(Arisea) 의 생일을 기념하여 케이크를 만들어 준 대. 산 아주머니께서도 도움을 주신다고 말씀하시고. 케이크 먹고 싶지 않아?"
  "케이크?" 케이크를 아에실이 만든다는 말을 듣고서 환한 표정을 지으며 답하였다. 아에실이 만드는 케이크 정도라도 좋을 텐데, 산 아주머니께서도 도움을 주신다니 정말 좋은 과자가 나올 것이라는 예감이 들었다. 내일 모레가 아리제아의 생일, 그 날이 기대가 되었다. 아리제아의 생일에 내가 초대를 받을 수 있었으면 좋겠는데. 그러한 생각을 마음 속에 품고 있으면서 아슬리나에게 밝은 목소리로 말하였다.
  "좋은 케이크를 맛 볼 수 있겠네. 내가 아리제아의 생일 때 초대를 받을 수 있으면 정말 좋겠는데. 모레가 생일이지? 초대 받으면 반드시 케이크를 한 조각이라도 먹도록 할 거야."
  그러다가 다시 샤흐 판에 시선을 기울였다. 모레 있을 아리제아의 생일에 관한 생각을 하고 있다가 게임에 마음을 기울이지 못하게 되었다. 그러다가 아슬리나를 계속 기다리게 할 수는 없는데 말을 움직이려 하니 잘 되지 않았다. 그러다가 마침내 기마상 형상의 말 중 하나를 들고 판의 한 가운데로 옮기었다.
  "후훗." 그 모습을 보던 아슬리나가 곧바로 성직자 형상의 말을 움직여 내가 가지고 있던 기마상 형상의 말을 쓰러뜨리고 그 말을 나의 기마상 형상의 말이 있던 자리에 올려 놓았다. 그 모습을 보던 나는 당황하면서 게임에 마음을 기울이지 않았음에 대한 후회를 하였다. 그러면서 약간 울상인 표정으로 말하였다.
  "우앙, 실수했네. 조금만 더 조심할 걸."
  하지만 결과를 되돌릴 수는 없었다. 계속 진행하였다. 그래도 아슬리나의 온화하게 미소를 짓는 모습을 보면서 마음을 다시 안정시킬 수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그에 대한 앙갚음을 할 수 있었다. 조금 있다가 성직자 형상의 말을 병사의 말로 쓰러뜨릴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에 아슬리나는 그저 웃는 모습만을 보일 뿐, 다른 표정은 짓지 않으려 하였다. 그러면서 나에게 말하였다.
  "괜찮아. 게임일 따름인데. 실제 전투가 아니잖아. 그러니까 병사들이 쓰러지는 모습을 보더라도 즐거울 수 있는 거야."
  결말은 쉽게 나지 않았다. 하지만 마침내 결말은 나타났다. 아슬리나가 실수로 왕의 말을 움직였다가 그 말이 내가 가진 왕후 말에 당하여 쓰러진 것이다. 실수였을까? 일부러 그렇게 움직였을까? 그에 대해 물어보았을 때 아슬리나는 실수였다고 답을 하였다. 그러면서 나에게 말하였다.
  "그래도 괜찮아. 좋은 시간이었어. 왕의 말이 쓰러지는 모습을 보면 기분이 묘하게 다르잖아?"
  "맞기는 해." 나는 그 말을 듣고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게임을 끝낸 이후에는 함께 쿠키를 구워서 점심을 먹고 함께 책을 읽다가 숲으로 나가면서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다시 집으로 돌아오고 탁자에 앉으면서 혼자서 말하였다.
  "아리제아의 생일, 왠지 기대가 되어."
  이제 조금만 시간을 더 보내면 맞이할 수 있는 아리제아의 생일, 그 날은 과연 어떠할까? 나는 그 기대에 마음이 부풀어진 채로 하루의 남은 날을 보내었다.

  샤흐라는 게임은 본래 서로 적개하는 두 나라 사이의 전쟁을 묘사한 게임이라고 한다. 과거의 문명이 전쟁으로 멸망하였다는 말도 전해질 만큼 전쟁은 처참한 일을 일으킨다고 한다. 하지만 게임은 그렇지 않다. 말들이 맞붙다가 왕의 말이 쓰러지면 끝난다. 실제 상황과 유사한 점이 있다고 하지만 다른 점은 분명하고 특히 끝이 나면 모두가 원래대로 돌아갈 수 있는 게임이다. 그래서 나와 아슬리나와 같은 이들이 즐거움 속에서 게임을 할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해 본다.


The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