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이 되자마자 마을에 있는 집들을 돌아다니며 생일 행사 초대장을 전해 주었다. 오늘은 아리제아(Arisea) 의 생일이라기에 생일을 맞은 아리제아가 직접 나설 수는 없는 일이니 행사의 참석 여부가 결정된 내가 나서기로 한 것이었다. 그 모습을 보며 아리제아가 조금 걱정스러워 하는 듯한 목소리로,
  "아이리나는 케이크하고 빵 만드느라 집에도 돌아가지 못하였잖아. 그래도 괜찮아?"
  라는 물음을 건네었지만 나는 괜찮다는 답을 하고서 초대장을 들고 이 집, 저 집을 돌아다녔다. 몇몇은 밖에 나가야 하느라고, 또 다른 몇몇의 이들은 각자의 집에서 일이 있기에 아리제아의 집으로 오지 못한다고 말하였지만 그래도 많은 이들이 와 주겠다고 말해 주었다. 많은 이들이 오리라는 기대를 하면서 산 아주머니와 함께 케이크와 빵을 만들었었는데 그 보람을 느낄 수 있어서 무척 행복하였다.
  오겠다고 말한 이들 중에는 루살(Lusal) 이라는 아이가 있었다. 이틀 전에 아슬리나에게 아리제아가 생일을 맞았다는 소식과 함께 케이크를 만들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케이크가 무척 먹고 싶었다고 말하고서는 초대장을 건네 받자 무척 좋아하였었다. 그 모습을 보며 나는 직접 드러내지는 않았지만 무척 기뻐하지 않을 수 없었다. 모두의 정성이 담긴 케이크와 빵에 대한 기대를 하는 이의 모습을 볼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마침내 모든 초대장을 마을에 살고 있는 이들에게 건네 주고서 다시 아리제아의 집으로 돌아왔다. 그 동안 산 아주머니는 웃는 표정을 지으며 나에게 모든 준비를 마쳐 놓고 있었다는 말을 하고서 이제 조금만 더 기다리면 되겠다는 말을 하였다. 이에 웃으면서 그렇다는 답을 한 다음에 집 안에 있으면서 다른 이들이 집으로 들어오기를 기다렸다. 그러다가 마침내 손가락으로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 소리에 식탁에 앉아있던 아리제아가 밝은 표정을 지으려 하였다. 그러면서 말하였다.
  "아, 밖에서 아이들이 들어오려 하고 있는 것 같아. 어서 문을 열고 맞이해 주자."
  "응." 웃으면서 답을 하고서는 문을 열고 들어오라는 의미를 전하는 말을 해 주었다. 그러자 곧바로 루살과 아슬리나를 선두로 여섯 명의 아이들이 집으로 들어와 주었다. 가장 먼저 집으로 들어온 루살이 나에게 웃는 모습을 보이면서 나와 아리제아에게 반갑다는 인사를 하였고 그 아이 바로 다음으로 온 아슬리나도 아리제아에게 생일 축하한다는 인사의 뜻을 보냈다. 그 뒤로 루세나(Lucena) 는 항상 좋은 일만 있기를 바란다는 뜻의 말을 전하였고 아에사나(Aesana) 는 웃는 표정을 지으며 종이로 싸고 리본으로 장식한 선물 상자를 보이며 아리제아에게 줄 선물인만큼 그 아이에게 잘 전달해 달라는 뜻을 전하였다. 마지막으로 들어온 이들 중에서 루시엔(Lucien) 은 나의 소식을 알고 있는 듯, 걱정하는 말을 해 주었고 아르야 (Arja) 는 아리제아가 항상 행복하기를 기원한다는 뜻을 담고 있는 말을 건네었다.
  간단한 인사가 끝나고 나는 아에사나에게서 받은 선물을 들고서 모두가 식탁에 앉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자리를 잡고 앉았다. 그리고 케이크를 눈앞에 두고 앉아있는 그 아이의 모습을 보고 있다가 다른 이들에게 알렸다.
  "자아, 아에사나의 도움을 받아서 이제 아리제아에게 선물을 줄 수 있게 되었어. 아에사나에게 고맙다는 뜻을 밝히고 싶어. 이제 곧 아리제아가 선물을 받게 될 텐데, 그 아이가 선물을 받게 되면 모두 축하해 주어야 해."
  그리고 선물 상자를 두 손으로 아리제아에게 전달해 주었다. 아리제아는 두 손으로 자신을 위한 선물을 받고 밝은 표정을 지었다. 그와 함께 모든 이들이 축하한다는 말을 전하였다. 그러자 선물을 가져온 아에사나에게 고맙다는 의미를 가지는 말을 건네었다.
  "아에사나, 전해 준 선물은 잘 받았어. 이렇게까지 축하를 해 주어서 정말 고마워, 아에사나."   그 후 그 아이는 선물 상자의 리본을 풀고 선물 상자를 열었다. 그리고 그 안에 들어있는 화려한 무늬로 이루어진 종이로 만들어진 수많은 학들과 꽃들의 모습을 보면서 끝없이 기뻐 하였다. 그 모습을 보며 루살과 나 역시 무척 좋아하는 모습을 보였고, 다른 이들도 미소를 지었다.
  이후 나와 산 아주머니께서는 모두가 케이크를 먹은 이후에 그 동안 만들었던 모든 빵들을 방문한 이들의 선물로써 나누어주었고, 이에 나는 내가 직접 만든 종이로 만든 꽃들을 함께 나누어 주었다. 그리고 집 안에 함께 있으면서 함께 노래도 부르고 집 안에서 할 수 있는 놀이를 즐기기도 하였다. 각자가 마음 속에 품고 있던 이야기를 하거나 함께 책을 읽으면서 책과 관련된 여러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였다. 마지막에는 산 아주머니와 함께 집 안을 정리하기도 하면서 함께 있는 시간의 마무리를 하였다. 집의 정리와 함께 모든 이들이 밝은 목소리로 인사를 하였을 때에는 이미 저녁이 되어 있었다. 집으로 돌아가려 하는 순간에 아리제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고마워, 덕분에 가장 좋은 생일을 보낼 수 있었어."
  이에 나는 그렇게 생각해 주어서 너무 기쁘다는 말을 전하고서 그 아이에게 곧바로 말하였다.
  "내년에도 올게. 괜찮겠지?" 다행히도 아리제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좋다는 답을 하였다. 그리고서 다음에는 이번 만큼 대단하지는 않아도 이번 때 만큼 많은 이들이 찾아오게 하였으면 좋겠다는 뜻을 전하였다. 그 아이의 생각이 담겨진 부탁을 듣고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난 후에 나는 그 아이에게 작별 인사를 하고서는 집으로 돌아갔다.

  아리제아는 마을에 살고 있는 이들 중에서 가장 머리가 좋아서 많은 재주를 가지고 있어서 그로 인하여 인정을 많이 받기도 하지만 불행하게도 마을에 살고 있는 이들 중에서 가장 내성적이기에 집을 잘 나서지 못한다. 기껏 해야 마을 안을 돌아다니는 정도이며 다른 이들과 친해지기를 원하지만 다른 이들을 적극적으로 잘 사귀지 못한다. 그래서 누군가가 찾아오면 정말 진심으로 기뻐한다. 특히 자신의 생일 때에는 많은 이들이 찾아오기를 원하는 듯해 보인다. 그러한 그 아이를 기쁘게 해 주는 일은 힘들기는 하지만 그 만큼의 보람이 있기에 아주 힘들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아리제아의 진심 어린 미소를 짓는 모습을 보는 일, 그 일이 내가 그 동안 해 온 일에 대한 보람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The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