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부터 마을 저편에 있는 바람의 사당 주변으로 검은 구름이 일어나기 시작하였다. 그 검은 구름이 나타난 이후로 마을의 사람들이 이를 두고 불길한 일로 여기어 불안한 모습을 보이기 시작하였고, 그들 중에는 앞으로 악마들이 마을로 들어올지 모른다는 말을 하면서 마을의 앞날에 대한 걱정을 드러내기도 하였다. 어제는 그로 인하여 용감한 마을 사람들이 사당이 있는 곳으로 달려 나아갔으나 그 무엇도 알아내지 못한 채 헛되이 돌아올 따름이었다.
  그 이야기를 듣고 검은 구름이 일어나는 바람의 사당이라는 곳으로 가 보아서 무슨 일이 있는지를 알아 보기라도 해야 하겠다고 마음을 먹고서 길을 나서기 시작하였다. 그 때 마을에 살고 있던 어느 아주머니께서 그러한 나를 두고 걱정하시는 모습을 보이셨다. 그러면서,
  "혹시 이전에 갔다가 돌아온 이들처럼 되는 것은 아닌가? 무서운 일이 있을 지도 모르겠지만 그래도 가지 말아라."
  "괜찮아요. 반드시 돌아올게요." 아주머니의 말씀에 나는 걱정하지 말라는 답을 하면서 길을 떠나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마을 밖으로 나가자 마자 날개를 펴고서 가능한 한 빠른 속도로 검은 구름이 있는 곳으로 나아가려 하였다. 그리고 잠시 후, 나는 검은 구름이 있는 곳으로 올 수 있었다. 하늘의 아주 높은 곳까지 구름이 회오리의 형상을 이루며 솟아올라 있었으며 그 구름 사이를 구름 안으로 들어가려 하는 이를 바로 휩쓸어 버릴 듯한 바람이 불어오고 있었다. 만약 사당 안으로 들어서기 위한 시도를 한다면 바로 바람에 휩쓸려 검은 구름의 회오리 안으로 들어서게 될 것임에 분명해 보였다. 바람의 사당이 그 안에 있으며 구름이 일어나는 원인이 사당 안에 있을 텐데, 이러한 상황 속에서는 사당 안으로 바로 들어갈 수 없어 보였다. 그 모습을 보면서 나는 어떻게 해야하는 지에 대한 생각을 곧바로 할 수 있었다.
  "바로 들어갈 수 없다면 구름의 가장 높은 곳으로 오른 후에 바람이 비교적 약하게 불어 나갈 한 가운데로 들어서도록 하면 될 거야."
  그 후 나는 날개짓을 하면서 구름을 따라 위로 오르기 시작하였다. 내려다 보았을 때 지상의 나무들이 나의 손바닥 크기 만하게 보일 때까지 계속 하늘 위를 오르려 하였다. 그리고 마침내 조금 더 위로 올라갔을 때 구름의 가장 높은 곳보다 약간 높은 곳에 이를 수 있게 되었다. 날아오르는 일을 멈추고 차가운 기운을 머금고 있는 강한 바람을 맞으며 공중의 높은 곳에 떠 있었다. 그러면서 구름의 한 가운데로 시선을 향하려 하였다. 검은 색을 띠고 있으며 세찬 회오리를 일으키는 구름 사이로 나와 같은 이 세 사람 정도가 나란히 들어갈 수 있을 만한 공간 하나가 나 있었다. 그리고 그 아래로 자그마하게 사당의 모습이 보였다.
  구름 사이의 공간으로도 바람이 불어 나가고 있겠지만 비교적 약한 만큼 빠른 속도로 사당을 향해 내려간다면 바람을 헤칠 수 있으리라는 판단을 내리면서 구름의 한 가운데로 나아간 후에 곧바로 하늘 아래로 뛰어 내리듯이 빠르게 아래로 내려가기 시작하였다. 폭풍과도 같은 세찬 바람이 느껴졌지만 하늘의 높은 곳에서 사당이 있는 곳으로 내려가는 일을 방해하지는 못하였다. 마침내 나는 사당의 바로 위까지 내려온 다음에 멈추었다. 그리고 천천히 사당의 한 가운데에 이르렀다. 사당 한 가운데에는 빛을 발하는 바람으로 이루어진 구가 있었으며 구를 이루는 바람이 세차게 불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면서 말하였다.
  "이 구로 인하여 이러한 일이 일어났을 것임이 분명해."
  그 때 하늘 위에서 누군가가 떨어지려 하였다. 은색의 긴 머리카락을 가지고 갈색의 소매 없는 상의와 긴 치마를 입고 있는 나와 같은 나이 대인 듯한 소녀의 모습. 나는 그 소녀가 하늘에서 떨어지려 하는 모습을 보자마자 그 소녀를 향해 달려 나아간 후에 소녀를 두 손으로 받치려 하였다. 그 다음에 그녀를 내려놓았을 때 고맙다는 말을 들을 수 있었다. 고맙다는 말을 전해 준 소녀는 곧바로 자신은 바람의 사당을 수호하는 이임을 알렸다. 나는 그러한 소녀의 모습을 보면서 곧바로 물음을 건네었다.
  "그런데 바람의 사당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지요? 갑자기 구름과 바람이 일어나서 마을에 살고 계신 분들께서 이를 두고 불길하게 여기고 계세요."
  그러자 소녀는 우울한 목소리로 그 물음에 대한 답을 하였다.
  "죄송해요. 제가 며칠 전에 장난 삼아 겨울 바람을 일으키려 하기 위해 바람을 일으키는 힘을 발할 수 있는 구를 만들어 낸 다음에 일이 생겨서 잠시 사당 밖을 나가게 되었어요. 급한 일이어서 구를 만들기만 하고 바로 나갔었지요. 하루 있다가 바로 돌아올 수 있으리라 믿으면서, 하지만 생각 외로 며칠 있다가 돌아오게 되었어요. 아마 그 때 구의 상태가 이상해진 듯해 보여요. 저도 돌아오면서 일이 이상해졌음을 알게 되고 들어가려 하였다가 저도 회오리에 휩쓸린 다음에 당신께 도움을 받게 되었어요. 정말 죄송해요. 제가 조심하지 않아서 이러한 일이 일어나고 말았어요."
  그녀는 죄송하다는 말을 우울한 어조로 하였다. 그 말을 듣고서 나는 환하게 웃으며 그에 대한 답을 하였다.
  "괜찮아요. 일을 해결한 다음에는 두 번 다시 같은 실수를 하지 않으면 되는 거예요. 일을 해결할 수는 있지요?"
  그러자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예." 라는 답을 하였다.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밝은 목소리로 다행이라는 말을 전하고서 그녀가 행하는 일을 지켜보려 하였다. 빛을 발하는 바람으로 이루어진 구의 바로 앞으로 다가간 그녀는 잠시 후에 나에게 부탁의 말을 전하였다.
  "이제 곧 제가 바람을 진정시키도록 할게요. 잠시 구에서 가급적이면 먼 곳으로 물러나 주시도록 해 주세요."
  그 후 그녀는 마음을 차분히 가지기 위해서인지 한 동안 가만히 서 있기만 하다가 두 눈을 감고 주문의 영창을 하기 시작하였다.

나와 여기 있는 이의 소망을 빌어 명하나니, 잠들어라 바람을 부르는 이여.

  주문의 영창을 마치고서 그녀는 눈을 뜨고 잠시 동안 가만히 있으려 하였다. 그러다가 마침내 빛을 발하는 바람으로 이루어진 구는 서서히 사라져 가기 시작하여 마침내 모습을 감추었다. 그리고 시간이 더 지났을 때에는 검은 회오리 바람도 서서히 약해지더니 마침내는 모습을 감추었다. 그 모습을 보고 있으면서 다행이라고 여기고 있을 때에 소녀가 말하였다.
  "다음에는 이러한 일이 없도록 할게요. 그리고 한 가지 부탁이 있는데......."
  그 말을 듣고 나는 그녀가 무슨 부탁을 하려는 지에 대한 물음을 건네었다. 그러자 그녀는 곧바로 마을로 돌아가면 그에 관해서 잘 이야기 해 달라는 부탁의 말을 전하였다. 나는 그 말을 듣고서 웃는 표정을 지으며 반드시 그렇게 하겠다는 뜻을 전하고서 다시 마을로 돌아갔다. 그 다음에 사람들에게 그에 관한 이야기를 해 주었다. 몇몇 이들이 이해를 해 주고 그에 대해서 다른 이들에게 잘 말해 주어서 그 일은 무사히 해낼 수 있었다. 마을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해 주는 일을 마치고서 마을 근처에 있는 집으로 돌아갔다.
  오늘 있었던 일은 어떠한 일을 행할 때 끝을 내거나 중단할 때까지는 계속 그 일에 대한 관심을 가져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않아서 생긴 문제였다. 사소한 일이라도 시작을 하면 끝까지 지켜보고 있기라도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일을 그르치고 그로 인하여 여러 문제를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The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