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5. 12. 17 - Lusal Elisnad
온 세상을 하얗게 덮은 눈이 내린지 이제 10 일. 이제 눈은 그치고 푸른 하늘이 모습을 드러내었지만 아직도 산길에는 눈이 가득하며 발이 눈 안으로 들어갈 정도에 이르고 있다.
잠시 동안 눈길 위를 걸어다니다가 눈을 두 손으로 퍼올린 후에 하늘 높이 날려보낸 다음에 하늘에서 흩날리는 하얀 가루의 모습을 보고 그에 대한 재미를 느끼기도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겨울에는 나무와 식물들 모두 움직이지 않고 있지만 그래도 하얀 눈이 싾이는 모습을 보면서 즐거움을 찾을 수 있어서 좋다.
그러다가 처음으로 눈을 두 손으로 퍼올렸던 곳으로 다시 돌아왔다. 그리고 싾인 하얀 눈의 모습을 잠시 바라보다가 허리를 굽히고 내 주변의 바닥에 싾여 있는 눈을 주변으로 밀어
보냈다. 그리고 자리를 잡고 쪼그려 앉으면서 계속 싾인 눈으로 시선을 향하려 하였다. 그러면서 작년에 눈으로 거대한 인형의 모습을 만들었었던 기억을 떠올렸다. 그 때 자그마한 인형을
만들어내면서 무척 좋아했었는데....... 그 생각을 하면서 바닥에 싾인 눈을 조금씩 뭉쳐 나가기 시작하였다.
눈을 계속 뭉쳐 나가면서 처음에는 작년 때처럼 눈으로 인형을 만들려 하였다. 그러다가 잠시 시간이 지났을 때에 문득 다른 생각이 들었다. 눈으로 이전에 아리제아의 집에 있는
책에서 보았던 성과 비슷한 모습을 만들어 보고 싶다는 생각이었다. 나는 그 생각을 실제로 옮기겠다고 마음을 먹고서 눈을 뭉쳐 나가기 시작하였다. 조금씩 눈을 뭉치는 일을 계속 해 나가다가
마침내 커다랗고 네모난 눈의 덩어리를 만들어낼 수 있었다. 그 네모난 눈의 모임으로 시선을 향하고 있다가 다른 곳의 눈을 뭉치려 하였다. 그리고 마침내 이전에 만들어낸 눈 덩어리와
비슷하게 네모난 모습을 가지지만 크기는 더욱 작은 눈 덩어리를 만들어낼 수 있었다. 그 눈 덩어리를 들고 이전에 만들어낸 커다란 눈 덩어리 위에 올리면서 붙였다. 그 다음에 곧바로
성의 좌우에 있는 탑의 모습을 만들기 위해 눈을 뭉치기 시작하여 조금 길면서 굵은 눈 덩어리 두 개를 만들고 이를 큰 네모 눈 덩어리의 작은 네모 눈 덩어리를 붙이고 남은 양쪽에 붙이려
하였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뿔 모양의 탑 꼭대기 형상 눈 덩어리를 두 개 만들어서 탑에 해당하는 기둥 모양 눈 덩어리 위에 붙이면서 눈으로 성을 만드는 일을 대략적으로 마칠 수 있었다.
드디어 완성된 눈으로 만들어진 작은 성의 모습을 바라보며 환하게 웃었다. 그러면서 말하였다.
"두 개 더 만들어낸 다음에 다른 아이들의 곁으로 돌아가서 그에 대한 자랑을 하고 보게 하자. 분명히 다른 아이들 모두가 놀라워 할 거야."
그리고 계속 눈으로 성을 만들어 내는 일을 계속해 나아갔다. 만드는 일 자체가 생각 의외로 어렵지 않은 만큼, 세 개의 성을 계속해서 만드는 일 역시 크게 어렵지 않았고 시간 역시
오래 걸리지 않았다. 그 동안 만들어낸 성 세 개 모두가 무사함을 확인하고서 날개를 폈다. 그 다음에 가능한 한 가장 빠른 속도로 마을을 향해 나아가려 하였다. 때 마침 루세나(Lucena) 가
거리를 걷고 있었다. 나는 그 루세나의 모습을 보면서 그녀에게 말하였다.
"루세나, 루세나, 오늘 있잖아. 내가......."
"응? 무슨 일이 있었어?" 이후 루세나가 건네는 물음에 대한 답으로써 내가 눈으로 성을 만들어 냈다는 이야기를 해 주었다. 그러자 루세나는 웃는 표정을 지으며 내가 눈으로 성을
만든 일에 대해서 대단하게 여기어짐과 동시에 무척 흥미롭다는 모습을 보이면서 다른 이들에게 알려서 그 모습을 볼 수 있도록 하겠다는 말을 남기고서 다른 곳으로 급히 떠나갔다. 나는
그러한 그녀를 기다리면서 초조함에 사로잡히기 시작하였다. 어서 눈으로 만들어진 성이 있는 곳으로 돌아가고 싶었기에.
그리고 잠시 후, 나는 루세나가 아이리나(Airina) 와 아리제(Arise) 를 이끌고 돌아오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루세나는 나에게 가까이 다가오자마자 웃으면서 아이리나와 아리제가
같이 가겠음을 밝혔다는 말을 전하고서 함께 눈으로 만들어진 성이 있다는 곳으로 가자는 말을 하였다. 이에 나는 곧바로 응하는 모습을 보이며 다른 이들을 이끌고 눈으로 만들어낸 성이
위치하고 있는 곳을 향해 날아가려 하였다. 그리고 잠시 후에 나는 그 성이 위치한 곳에 이를 수 있었다. 그 후 나는 날개짓을 하며 날아가는 일을 멈추고 다른 이들에게 말하였다.
"바로, 저 아래야. 그 곳에 내가 눈으로 성을 만들어 놓았어."
그리고 먼저 아래로 내려가기 시작하였다. 잠시 후 나는 눈으로 만들어낸 성들을 향해 다가갔다. 다행히도 이들의 모습은 떠나갔을 때와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이들을 향해 다가간
다음에 허리를 굽히고 이들을 내려다보면서 미소를 지었다. 그 때 다른 아이들이 내가 만들어낸 성의 모습을 보기 시작하였다. 루세나가 앉자 나도 같이 앉아서 함께 성의 모습을 보았다.
그리고 감탄하는 표정을 지으면서 나에게 시선을 향하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나에게 말하였다.
"대단하다. 눈으로는 인형만 만들 수 있으리라 생각했는데."
"사실 그렇게 어렵지는 않았어. 단순하게 만들어내었을 따름이야."
루세나가 하는 말에 대한 답을 하고서 계속 성으로 시선을 향하려 하였다. 그 때 아이리나와 아리제도 이들의 모습을 보기 시작하였다. 이들 모두 내가 눈으로 만든 성의 모습을 보면서
많은 노력을 들였을 듯해 보인다는 말을 하면서 좋아하는 모습을 보였고 나도 내가 만들어낸 물건에 대해 좋아하는 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기뻐하는 마음을 가지려 하였다. 그러다가 문득 걱정이
들기 시작하였다. 내가 이 곳을 떠나고 다시 돌아오지 않으면 더 이상 이들의 모습을 보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었다. 계속 이들의 모습을 보고 싶은데 그 때마다 이 곳으로 와야 할 필요가
있었고 그러다가 어느 날 갑자기 부서져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서 다른 아이들에게 그에 대한 이야기를 하였다. 그러자 루세나가 웃는 표정을 지으며 다른 이들에게,
"그렇다면 모두 이들을 옮겨가면 되잖아. 마을로 옮기도록 하자. 튼튼해 보여서 무너지거나 하는 일은 없을 거야."
"정말 그래도 괜찮을까?" 나는 그녀가 하는 말을 듣고서 다시 한 번 물었다. 그러자 그녀는 곧바로 괜찮다는 답을 하고서 성 주변의 눈을 손으로 밀어낸 다음에 성을 천천히 들어올리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나에게 처음 들 때만 힘들 뿐, 자그마하기에 드는 일 자체는 어렵지 않다는 말을 하였다. 그 때 아이리나와 아리제도 성을 들어올렸다. 내가 하나 들어올리려 하였는데
이들이 갑작스럽게 행동을 하자 나는 놀랐다. 그러면서,
"어? 하나는 내가 들어올리려 하였는데........"
라는 말을 하였을 때 아리제가 웃는 표정을 지으며 말하였다.
"너는 이 성을 만드는 일로 해야할 일을 마친 거야. 나머지는 우리가 할게."
아리제가 건네는 말을 듣고 나는 곧바로 고맙다는 말을 한 다음에 다른 이들과 함께 마을로 돌아갔다. 비교적 천천히, 그리고 긴장되는 분위기 속에서 돌아갔다. 언제 눈으로 만들어진
성이 부서질지 모르는 상황이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이들은 무사히 마을로 옮겨져 마을 동쪽 교외에 있게 되었다. 그 후 아리제가 다른 이들을 불러서 눈으로 만든 성을 다른
이들이 보게 하였다. 나도 그 때 이들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러면서 나 자신을 좋게 여기려하는 아리제의 모습에 대한 고마움을 느꼈다.
본래 눈으로 만든 무언가는 부서기지 쉬우며 자리를 옮기기가 힘들다. 또한 언젠가는 녹게 될 운명을 맞이한다. 그래서 눈으로 무언가를 만들면서 그에 대한 안타까움을 느끼기도 하는데,
오늘은 세 아이들이 도움을 주어서 무사히 마을로 옮겨지는 일이라도 있을 수 있었다. 지금 생각해도 너무 고마운 일이다. 언젠가 기회가 되면 이에 대한 답을 해 주고 싶다.
The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