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리 나아갔었다. 남쪽의 해안가, 특별히 일이 있지는 않았지만 한 번 가 보고 싶은 곳이었기 때문이었다. 아침 해가 떠오르자마자 간단하게 식사를 마치고 바로 날개를 펴서 마을 바깥을 향해 날아 올랐다. 그리고 마을 아래의 산맥을 지나면서 계속 남서쪽 방향을 향해 나아갔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에 해안가 근처의 마을에 착지를 할 수 있었다. 마을의 한 가운데에 머무르고 있던 나는 곧바로 바다가 보이는 마을 서쪽을 향해 나아갔다.
  해안은 크고 작은 여럿의 돌들로 이루어져 있었다. 처음 보는 해안의 모습이었지만 나아가는 일 자체는 어렵지 않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한 생각을 마음 속에 품고 있는 채로 해안의 비교적 크고 잘 움직이지 않아 보이는 돌들을 밟아가며 앞으로 나아갔다. 예상 외의 일이 일어났다. 땅에 박히지 않은 돌을 밟아서 미끄러진 일이었다. 재빠르게 날개를 펴고 공중으로 날아 오를 수 있었기에 넘어지는 일로 다치는 경우는 없었지만 자칫하면 큰 일이 날 수 있었다는 생각이 마음 속에 머무르려 하고 있었다. 함부로 돌로 이루어진 해안을 걸어 나아가지 않겠다고 마음을 먹었지만 당장에 이를 두고 크게 조심해야 할 일로 여기지는 않고 있는 채 평소 때와 비슷하게 발걸음을 옮겨 나아갔다.
  바다를 향해 가까이 다가가는 동안 시선을 이곳저곳을 돌리면서 주변의 광경을 살펴보려 하였다. 그 중에서 가장 눈에 띄는 이는 바로 바위 위에 붙어 있는 수많은 조개 비슷한 자그마한 무언가였다. 이들의 모습을 보고 있다가 흥미를 느꼈다. 그러면서 흰색의 무언가가 많이 붙어있는 어느 해안가 바위로 다가갔다. 본래는 검은 색이 위주인 어두운 색이었지만 조개 비슷한 무언가가 많이 붙어있는 부분이 있어서 그 부분은 밝은 회색을 띠고 있었다. 바위의 검게 보이는 부분으로 다가간 다음에 쪼그리고 앉았다. 나 정도는 충분히 서 있을 수 있을 정도의 공간이었다.
  가끔씩 그 모습을 볼 수 있었던 조개와 다르게 이들은 마치 화산의 봉우리와도 같은 모습을 가지고 있었으며 그 꼭대기는 닫혀있는 문처럼 보였다. 간혹 화구와 같은 모습을 가지고 있는 이들도 있었지만 아주 많지는 않았다. 이들의 모습을 잠시 보고 있다가 이들을 향해 손을 올리고 잠시 만지작거려 보았다. 까칠까칠한 돌을 만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손을 다시 위로 올린 다음에 이들의 모습으로 계속 시선을 향하려 하였다. 그러면서 말하였다.
  "바닷가에서만 볼 수 있는 자그마한 봉우리, 이들은 어디에서 온 무엇일까나."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바다에서만 볼 수 있는 신기한 존재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한 생각을 가지면서 다시 일어선 다음에 바위에서 뛰어 내리듯이 내려간 다음에 계속 해안가를 향해 나아갔다. 그리고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난 다음에 바다 바로 앞에 이를 수 있었다. 푸른색을 띠고 있는 바다 너머로 자그마한 바위 섬의 모습이 보였다. 잔잔하게 넘실거리는 파도의 모습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마음 속에 담아보고 싶고 또 그렇게 할 수 있지만 얼마나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수 있을는지.
  잠시 바닷가를 거닐고 있다가 날개를 펴고 날아올랐다. 그리고 섬을 향해 나아갔다. 섬의 바로 위에 이르자마자 곧바로 날개를 파닥거리며 날아 내렸다. 그 무엇도 자라지 않는 바위 섬에 있는 동안 바다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먼 곳에 보이는 내가 있었던 해안가가 자그마하게 보일 뿐, 다른 방향에는 바다만 있었다. 이 곳에서 살았던 이가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만약 있다면 그 무엇도 없는 외로움 속에서 괴로움에 잠겨 있으면서도 가끔씩이나마 바다의 모습을 보면서 무언가 느낄 때를 가질 수는 있었으리라는 생각을 할 수는 있었다.
  섬 곳곳을 돌아다니며 집이 있는지를 보려 하였다. 하지만 집의 모습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본래부터 없었던 것일까, 그렇지 않으면 오래 전에는 있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사라져 간 것일까. 어렴풋이 몇 가지 짐작을 하기는 하지만 자세히는 알지 못하겠다.
  섬에 잠시 머무르고 있다가 날개를 펴고 다시 해안가를 향해 나아갔다. 그 때 마침 푸른색의 긴 머리카락을 가진 하얀 옷의 소녀가 해안가에 서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청록색을 띠고 있는 날개 형상의 귀를 보면서 물의 정령으로 여긴 그녀가 나에게 섬에 있어본 적이 있었느냐고 물음을 건네었다. 그 물음에 대답을 하고서 나는 그녀가 환하게 웃으면서 물음을 건네는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어때? 좋은 곳이라고 생각하지 않아?"
  나는 그 물음에 미소를 띠면서 그렇다는 대답을 하였다. 그리고 그녀에게 물음을 건네었다. 이 곳에 누군가가 살았던 적이 있었는 지에 대해서 알고 있는가에 관한 물음이었다. 그리고 잠시 후, 그 물음에 대한 답으로써 그녀가 하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아주 오래 전이기는 하지만 그에 관해 들은 바가 있었어. 아주 오래 전에 그 섬에서는 누군가가 살고 있었대. 그 곳에서 살아가면서 나름대로 잘 살아가고 있다가 어느 순간 세상을 떠나게 되었다고 해. 그 이후에는 그의 흔적이 사라지다가 마침내 지금과 같은 바위만 남은 모습이 되었다는 거야."
  "그랬구나." 그 물음에 나는 웃으면서 답을 하였다. 그 이후에 그녀와 헤어지고서 잠시 해안에 머무르고 있으면서 바다의 모습을 보고 있다가 다시 날개를 펴고 공중으로 떠 올랐다. 그 다음에 마을이 있는 방향을 향해 돌아가기 시작하였다. 날아오르기 시작한지 어느 정도 지났을 때에 마침내 마을로 돌아올 수 있었다. 바다의 모습을 잠시만 보아왔기에 아직 많은 느낌을 얻지는 못하였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다시 한 번 가 보고 싶다.


The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