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한 해가 끝나는 날이 왔다. 그 동안 있었던 일을 돌이켜보는 기회를 가져야 하는 날인 만큼, 오늘은 밖으로 나가지 않고 집 안에 머무르려 하였다. 침대 위에 앉아서 변함없이 밝은 태양이 떠오르는 푸른 하늘을 바라보며 시간을 보냈다. 그러다가 한 해 동안 있어왔던 일을 하나씩 떠올리기 시작하였다. 한 가지 생각나는 일이 있었다. 여름 때에 계곡의 물가에서 돌을 던진 일이었다.
  그 때 나는 아지에나(Asiena) 와 함께 계곡 주변을 돌아다니다가 물가에 수많은 자갈들이 널려 있는 모습을 보면서 이들을 물 속에 던져보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기 시작하였다. 그러면서 아지에나에게 돌을 던져볼 것을 권하는 말을 하였었고, 이에 그 아이는 바로 응하고 자신이 먼저 돌을 던져보겠다는 말을 하고서 자신의 주변에 있는 자그마한 자갈들 중에서 엷은 분홍색을 띠는 돌을 손에 들고 물을 향해 던지기 시작하였다. 그러자 돌은 물 위에 떨어져서 물을 자그마하게 솟구치게 하고, 물 위에 큰 동그라미 몇을 그리면서 물 속으로 가라앉았다. 그 모습을 보다가 앉으면서 내 주변에 있던 자갈 중에서 자그마한 아이의 주먹 만한 것을 손으로 집은 다음에 있는 힘을 다해 멀리 던졌다. 돌은 물 위에 떨어져 물이 크게 솟아오르도록 하면서 물 위에 커다란 동그라미 몇을 그려냈다.
  나와 아지에나는 그 일을 계속 하면서 즐거워 하였다. 그러다가 아지에나는 갑자기 납작한 자갈을 들더니 이를 멀리 던져 수면 위로 돌이 몇 번 튀어 오르게 하다가 가라앉게 하며, 세 개의 동그라미를 물 위에 나란히 그려지게 하였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보고 놀라던 나에게 놀리는 어조로 그렇게 하지 못하느냐고 물었다. 이에 화가 난 나는 그 감정을 드러내는 목소리로 자그마한 돌을 멀리 던져서 건너편으로 보낼 수 있다는 말을 한 다음에 날개를 펴고 물의 건너편에 서 있는 바위를 향해 나아간 다음에 그 바위에 앉았다. 그리고 돌을 든 다음에 이를 멀리 던져서 아지에나가 있는 곳 주변에 닿도록 하였다. 처음에는 물 한 가운데에 떨어졌고 던지는 돌마다 계속 물 위로 떨어졌기에 아지에나는 이를 두고 다시 한 번 약올리는 모습을 보였다. 이에 나는 더 이상 그 아이가 나를 놀리지 못하도록 가능한 한, 멀리 던지려 하였다. 잠시 후 나의 바람대로 돌은 멀리 날아가면서 물 위를 지나갈 수 있었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그 돌은 내가 있는 곳 건너편에서 멍하니 돌을 바라보던 아지에나의 어깨에 부딪쳤고 그 때문에 그 아이는 심한 아픔을 느끼기 시작하였고, 그 모습을 보던 나는 놀라면서 그 아이를 향해 날아갔다.
  아지에나가 놀리고 있었을 때, 이를 참을 수 있었다면 어떠하였을는지. 지금 생각해 보니, 그 아이에게 무척 미안한 일이었다. 이에 이어서 또 다른 일이 생각나기 시작하였다.
  이번에도 여름 때의 일이었다. 그 날따라 왠지 모르게 심한 장난을 치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하였다. 그러한 마음을 품으며 혼자 숲을 돌아다니다가 우연히 벌집을 보게 되었다. 나는 이 벌집을 보면서 건드려 보고 싶다는 생각에 사로잡혔고 곧바로 나무 막대기를 들고 몇 번 세게 건드렸다. 당연히 벌들은 '침략자에 대한 분노' 를 터뜨리며 나를 습격하기 시작하였고 놀란 나는 방금 전에 한 일을 후회하면서 지나왔던 길을 따라 도망치기 시작하였다. 벌들은 맹렬한 속도로 나를 쫓았고 나는 날개를 펼치고 날아가기까지 하면서 이들을 따돌리려 하였다. 하지만 분노는 쉽게 사그라지지 않는 듯, 이들은 계속 나를 뒤쫓으려 하였다. 그러다가 우연히 숲을 지나던 에즈리사(Esrisa) 가 이를 발견하고 번개를 내보내고 바람을 불러오면서 이들을 쫓아내어 그로 인하여 그들의 추격은 끝날 수 있었다.
  그 때 나를 도와준 에즈리사에게는 지금도 고마움을 느끼고 있다. 언젠가는 이에 대한 보답을 해 주고 싶다는 생각을 하였었는데, 아직도 하지 못하고 있다. 올해 내로는 했어야 했는데. 그에 대해서 잘못을 느끼며 새해가 되면 보답을 위해 에즈리사를 찾아가는 일을 먼저해야 하겠다는 생각을 가지기 시작하였다.
  이외에도 여러 일이 있었지만 잘못한 일이 더 많았다는 느낌이 든다. 올해도 변함없이 잘못만 많았다. 이래서는 안 되는데........ 더 이상 잘못만 많이 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하면서 나 자신과 약속을 하였다. 새해가 되면 잘못하는 일이 적어질 수 있도록 해 보겠다고. 그리고 나 자신과의 그 약속이 헛된 약속이 되지 않을 수 있도록 노력해 보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시간이 지나 마침내 날이 저물었다. 그 때 집으로 한 아이가 찾아왔다. 에아란(Earan) 이었다. 그 아이는 조금 있다가 날이 어두워지면 밖으로 나와달라는 말을 전하였다. 할 일이 있다고 말하면서....... 나는 그 아이가 다시 밖으로 나간 후에 그 아이가 할 일에 대한 기대를 하면서 날이 어두워지기를 기다렸다. 그리고 마침내 날이 어두워지자 밖으로 나갔다. 그 때 마침 에아란이 집 앞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다가 나의 모습을 보더니 활짝 웃으면서,
  "나와 주었구나, 기다리고 있었어. 자아, 어서 마을 한 가운데로 가자."
  그리고 잠시 후 나는 그 아이와 함께 마을 한 가운데로 왔다. 그리고 잠시 후 에아란은 미소를 띤 채 두 손을 펴면서 눈을 감았다. 잠시 후 노랗고 자그마한 빛이 그녀의 두 손에서 나타나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잠시 후, 그 아이는 눈을 뜨고서 환한 미소를 띠며 이들을 하늘 높이 날려 보냈다. 그와 함께 노란 빛들은 하늘을 향해 날아가다가 하늘 높은 곳에 이르렀을 때, 일제히 폭발하면서 환한 빛의 무리가 되어 퍼져나가는 모습을 보이기 시작하였다. 그 모습을 보면서 나는 환하게 미소를 지으면서 말하였다.
  "와아, 아름다운 광경이야."
  그리고 잠시 시간이 지난 다음에 나의 곁에 서 있는 에아란의 모습을 보려 하였다. 그 동안 에아란은 미소를 띠며 빛이 퍼지는 모습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그러다가 나에게 밝은 목소리로,
  "새해를 맞이하면서 너에게 보여주고 싶은 것이었어."
  라는 말을 하고서 잠시 가만히 있다가 나에게 환하게 웃는 얼굴을 보이면서 말하였다. 이에 나는 고맙다는 답을 하고서 다시 빛으로 시선을 향하기 시작하였다. 빛은 계속 퍼져 나가려 하면서 짙은 푸른색을 띠고 있는 밤하늘을 계속해서 밝게 비추려 하였다. 그 모습을 보고 있다가 고개를 내리고 다시 한 번 에아란의 모습을 보면서 그 아이에게 말하였다.
  "올해 마지막 날에 드디어 대단한 일을 해냈구나."
  이에 에아란은 밝게 웃는 모습을 보이는 것으로써 답을 하였다. 그리고 다시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간 다음에 한 동안 가만히 서 있다가 계속 밝은 목소리를 내며 나에게 말하였다.
  "루크라, 방금 전에 하고 싶은 말이 떠올랐는데, 지금 해도 괜찮아?"
  "응." 나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답을 하였다. 그리고 조금 있다가 그 아이가 하는 말을 들을 수 있었다.
  "이번 한 해 동안에는 이전에 지나간 해와 마찬가지로 그 동안 많은 일이 있었어. 좋은 일도 있었고, 나쁜 일도 있었어. 루크라도 분명 그러하였을 거야. 하지만 모든 일들은 이해할 수 있는 일이고, 칭찬받을 수 있으며, 용서받을 수 있는 일이야. 이제 좋았던 일은 서로 칭찬해주고, 나빴던 일은 서로 용서하면서 밝은 모습으로 새해를 맞이할 수 있었으면 해."
  "알겠어. 그리고, 고마워." 이에 나는 곧바로 웃으면서 대답을 하였다. 그리고 시간은 지나 빛은 사라지고 하늘은 다시 어두워졌다. 그와 함께 에아란과 헤어지고서 집으로 돌아갔다. 다시 침대에 앉은 다음에 미소를 띠면서 다시 하늘을 바라보았다. 그러면서 다짐을 하였다. 새해가 되면 지금보다 더욱 밝고 활기차면서도 착하기도 한 나, 루크라가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The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