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가 시작되고서 추운 곳에 오래 머무르고 있다가 우연히 따뜻한 오두막집 내에서 잠깐 신세를 지게 되었다. 그리고 돌아가면서부터 머리가 어지러워지기 시작하면서 상태가 이상해져 가다가 마침내는 계속해서 기침이 나면서 머리가 심하게 아파오기도 하고, 머리의 어지러움도 더욱 심해지는 등, 그 상태가 더욱 나빠졌다. 그러한 나를 두고 아지에나(Asiena) 가 추위 때문에 생기는 병이라고 말하면서 밖에 함부로 나가지 말고 집에서 쉬고 있기만 하고 있으라는 말을 전하였다.
  집에 머무르고 있는 동안 머리의 어지러우면서 아픈 정도가 심해지자 상태가 어느 정도 나아질 때까지 침대에 누워 있기로 마음을 먹고서 방으로 들어간 다음에 침대를 향해 나아가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잘 접어 놓았던 이불을 펴고 그 안으로 들어갔다. 차가운 기운 속에 있던 솜이불에 온기가 전해지면서 금방 따뜻해졌다. 온기가 가득히 전해진 이불은 누워있는 나에게 다른 곳에서는 느낄 수 없는 따뜻함과 편안함을 전해 주었다. 그 기운에 취하고 있는 채로 눈을 감았다. 하지만 잠의 기운이 나를 향해 다가오고 있지는 않은지, 나의 의식은 흐려지는 일이 없었다. 어느 순간부터인가 나를 괴롭히기 시작한 어지러움의 기운 때문일는지. 그로 인하여 나는 그 무엇도 보지 않는 채, 이불이 전해주는 포근함 그리고 따뜻함의 기운과 함께 나 자신에게 생겨난 병이 전하는 어지러움과 아픔의 기운을 느끼면서 이불 속의 시간을 보냈다. 그러다가 마침내 잠의 기운이 나를 찾아왔고, 이로 인하여 나의 의식은 흐려지기 시작하였다.
  어느 순간에 잠에서 깨었다. 이불은 온기가 변한 열기로 인하여 뜨거워져 있었으며 나의 전신에는 땀의 기운이 느껴지고 있었다. 열기가 느껴지는 지경에 이르게 된 머리는 계속 아파와 나를 괴롭게 하였고, 그와 함께 기침도 몇 번 나와서 아픈 머리를 더욱 아프게 하였다. 그 때 방의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누군가가 집을 찾아온 듯해 보였다. 마을에 살고 있는 친구 중 한 명일 것임에 틀림없다. 목소리를 내면서 들어오라는 말을 전하였다.
  그러자마자 문을 열고 누군가가 방의 안으로 천천히 들어왔다. 짙은 푸른색의 긴 머리카락과 푸른 눈동자를 가지고 있으며, 간략한 오른쪽 소매가 있는 하얀 상의와 허벅지까지 드러나는 짧은 하얀색의 치마를 입고 있는 아이의 모습, 에슈나(Eschna) 였다. 그녀의 오른손에는 무언가가 들어있을 듯한 바구니 하나가 걸쳐져 있었다. 그 모습을 보고 있던 나는 밝은 미소를 띠면서 그녀를 반겨주려 하였다.
  "에슈나로구나. 찾아올 필요는 없었는데, 찾아와 주어서 고마워."
  "아니야, 병에 걸렸다는 이야기를 듣고서 도움을 주지 않으면 안 된다는 생각을 하면서 왔어. 많이 아파?"
  에슈나는 내가 한 말에 대해 온화하게 미소를 지으며 부드러운 느낌을 주는 목소리로 답을 하였다. 그리고 답을 마치면서 나에게 많이 아픈지에 대한 물음을 건네었다. 많이 아프다고 답을 하였다. 그러자 에슈나는 곧바로 나에게 상냥한 목소리로 위로를 해 주었다.
  "그랬었구나, 안 되었네. 갑자기 이렇게 되어 버리다니....... 굉장히 큰 병을 앓고 있는 듯 하네. 어서 나아야 할 텐데......."
  그 말을 듣고 있다가 그녀가 오른손에 걸치고 있는 바구니로 다시 한 번 시선을 향하기 시작하였다. 그러다가 뚜껑이 닫혀있는 바구니 안에 무엇이 있는지를 알고 싶어하는 마음에 그녀에게 그에 관한 물음을 건네었다.
  "에슈나, 그 바구니 안에 무엇이 들어있어?"
  그러자 그녀는 다시 한 번 나에게 웃는 표정을 지으면서 그 물음에 대한 답을 하였다.
  "차를 끓일 수 있는 재료를 가져왔어." 그 다음에 바구니 뚜껑을 손으로 열고 그 안에 들어있는 것을 꺼낸 후에 나에게 보여 주었다. 갈색의 굵은 뿌리였다. 그리고 차분한 표정을 지으면서 밝은 느낌을 줄 수 있는 목소리로 그 굵은 뿌리는 맛이 상당히 쓰기는 하지만 내가 앓고 있는 병의 치유에는 좋으리라는 말을 한 다음에 나에게 차를 끓여도 좋은 지에 대한 물음을 건네었다. 이에 곧바로 고개를 끄덕이며 좋다는 답을 하였다. 그러자 에슈나는 고맙다는 말을 남기고서 방의 문을 열고 다시 밖으로 나가면서 조금만 기다려 줄 것을 부탁하는 말을 전하였다. 그러한 에슈나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가 그녀가 방문을 나서게 되자 그녀를 기다리면서 미소를 지었다. 그러다가 침대 위에 바구니를 올려 놓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바구니를 열어서 그 안에 무엇이 있는 지를 보려 하였다. 그 안에는 이 곳에 사는 이들은 쉽게 보지 못하는 노란색의 부드러워 보이는 열매가 있었다.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맛있어 보이는 열매들이었다. 쓴 맛을 내는 차를 마시게 한 다음에 먹게 하려는 생각을 에슈나가 가지고 있는 듯해 보였다.
  "에슈나도 참........"
  열매의 모습을 한참 바라보고 있다가 다시 뚜껑을 닫고 웃는 모습을 보이면서 말하였다. 그 때 에슈나가 잔을 들고 조심스럽게 방 안으로 다시 들어왔다. 잔 안에는 갈색을 띠고 있는 액체가 하얀 연기를 내뿜고 있었다. 냄새가 지독하였지만 그래도 나를 위해주는 마음을 가지고 만들었으리라는 생각을 하면서 "잘 마실게." 라는 말을 한 다음에 곧바로 차를 마시기 시작하였다. 무척이나 쓴 맛이었지만 그래도 그 아이가 다른 곳에서 가져왔을 열매들을 먹을 생각을 하니, 걱정은 크게 되지 않았다.
  몰래 바구니 안에 들어있는 물건을 들여다 본 일을 들키지는 않았을까하는 생각에 조마조마하기도 하였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그 아이는 눈치를 채지는 못한 듯해 보였다. 아니, 들켰어도 괜찮았을 것이다. 어쩌면 에슈나는 내가 바구니 안에 무엇이 있는 지를 나 자신이 두 눈으로 보기를 원하였을 지도 모르니까.


The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