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먼저 목적지에 도달하였다~. 이로써 내가 이긴 거야!"
나와 함께 게임을 하던 리아타(Lyata) 가 자신이 움직이던 푸른색 말을 판의 목적지 지점까지 무사히 옮기면서 게임을 끝냈다. 결과는 리아타의 승리. 미소를 짓는 그 아이의 모습이
나의 두 눈앞에 드러났다. 게임의 승패자가 결정된 이상, 이제 이를 두고 논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되는 일, 졌음을 인정하였다. 그러자 리아타는 곧바로 웃는 표정을 지으면서 나에게 밝은
목소리로 말하였다.
"약속하였지? 마을 바깥으로 나아가서 나뭇가지 한 다발 가져오겠다고."
"그래, 약속한 만큼 해야할 일이 있으면 해야지. 조금만 기다려 주었으면 해. 가져올 테니."
이에 나는 웃으면서 답을 한 다음에 문을 열고 집 바깥으로 나아가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싾인 눈을 조심스럽게 밟으며 마을 바깥으로 나아가서 날개를 펴고 마을의 서쪽을 향해
날아가기 시작하였다. 그 곳에는 나무가 우거진 숲이 있었으며 그 곳에 떨어진 나뭇가지들을 비롯한 많은 나뭇가지들을 구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숲의 입구까지 계속 날아갔다. 그리고 숲의
입구에 도달하자마자 펼치고 있던 날개를 접고 길 위에 섰다. 그리고서 평소 때와 다를 바 없는 걸음걸이로 숲길을 걸어 들어가기 시작하였다.
숲을 초록색을 띠고 있는 거대한 통로와도 같다고 여기게 하는 나뭇잎들은 이제 사라지고 갈색의 나뭇가지들과 그 위에 붙어 있는 살아남은 작은 희망을 상징하는 듯한 자그마한
눈들의 무리만 남은 채 싾여있는 눈에 덮여있는 나무들 사이로 하얀 눈으로 덮인 숲길이 이어지고 있었다. 싾인 눈을 밟는 소리가 기묘하면서도 재미있다는 느낌을 주어서 좋았다. 그렇게 눈을
밟고 있으면서 주변을 돌아보며 나뭇가지들을 찾아보려 하였다. 그러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서 나뭇가지들이 한 곳에 모여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사실 나뭇가지를 찾는 일은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니다. 바람에 저절로 가지가 부러지거나 싾인 눈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여 꺾어지는 일을 제외하고는 나뭇가지가 부러지는 경우는 거의 찾아볼 수 없기 때문이다. 간혹 누군가가 호기심
삼아 부러뜨리는 일도 있지만 그러한 경우는 거의 드물었다.
즉시 부러져서 떨어져 있는 나뭇가지들을 모두 주웠다. 그리고 이들의 숫자를 하나씩 세어 보았다. 하나, 둘, 셋 ....... 다섯, 이렇게 모두 다섯이었다. 이 정도면 충분히 한 다발이 될 수
있을 만해 보이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상당히 많이 얻었다고 말할 수는 있어 보였다. 뜻 밖의 행운을 얻게 되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로 인하여 기분이 좋아진 나는 곧바로 환하게
미소를 띠며 혼자서 말하였다.
"와아, 다행이다. 이 정도면 곧바로 리아타가 있는 곳으로 돌아가도 괜찮을 정도는 아지미나 그래도 ."
하지만 조금 더 얻어야 하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계속 앞으로 걸어 나아가기 시작하였다. 하지만 계속 걸어도 자그마한 나뭇가지 하나 떨어져 있는 모습조차 보기 힘들었다. 그래서
숲의 깊은 곳까지 계속 들어가야 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을 내리며 숲의 더욱 깊은 곳으로 나아가다가 숲길의 오른편에 위치한 계곡을 보게 되었다. 때 마침, 계곡의 곳곳이 얼음으로 덮여 있어서
잠시 놀다 가기에는 좋은 곳처럼 보여 일단 계곡에서 잠시 머물기로 마음을 먹고 계곡의 물이 얼음이 된 곳 바로 앞의 바위 위를 향해 뛰어내렸다.
착지한 곳에 나뭇가지들을 내려놓고서 계곡의 얼음 위를 한 걸음씩 거닐어 보았다. 얼음이 얇게 얼어서인지, 무언가가 찢어지는 듯한 소리가 들려오면서 발로 밟은 자리에서부터 금이
가기 시작하였다. 위험하다는 생각이 들어 다시 물러섰다. 그리고 계곡 주변을 돌아다니다가 바위 아래로 얼어붙은 계곡의 물과 건너편의 큰 바위 밑에 있는 투명한 얼음 그리고 그 얼음의 곁에
있는 아직 얼지 않은 물을 볼 수 있었다. 얼지 않은 물이 너무도 맑았다.
그 모습을 보고 있다가 바위 밑으로 뛰어 내렸다. 그 다음에 바로 앞에 있는 큰 바위 밑의 투명한 얼음을 향해 나아갔다. 얼음을 밟아 보았다. 생각 의외로 얼음은 두꺼워서 밟아도
부서지는 일이 없었다. 그래서 마음을 놓고 물을 향해 다가갔다. 물을 마시기 위해서였다. 얼음과도 같은 차가움이 느껴졌다. 추운 날씨였지만 그래도 차가운 물을 마시고 나니, 시원한 느낌이
들었다. 그 느낌이 좋았다. 그 느낌을 가지면서 잠시 그 곳에 머물렀다.
그러다가 나뭇가지를 찾아야 한다는 생각을 하며 다시 올라가려 하였다. 그리고 잠시 후에 올라선 곳 근처에 나뭇가지 세 개가 놓여져 있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이들을 보면서 다행이라는
생각을 하며 나뭇가지들을 주웠다. 그리고 이전에 주웠던 나뭇가지들과 함께 모아 놓은 다음에 이들을 들고 바위를 넘어서 계곡을 떠나 다시 숲길로 돌아갔다. 그러면서 말하였다.
"지금은 일이 있어서 제대로 머무르지 못하였지만 나중에 기회가 되면 찾아와야 하겠다."
그 후 나는 여덟 개가 된 나뭇가지를 들고 돌아가기 시작하였다. 조금 숫자가 적다는 느낌도 들지만 이 정도면 충분히 한 다발이 될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중에는 굵은
나뭇가지도 있으니 누구라도 한 다발로 여기기에는 충분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가벼운 마음을 가지고 다시 숲길을 떠났다. 그리고 숲길 입구에서 날개를 펴고 마을로 돌아가기 시작하였다.
돌아가는 동안 한 줄기 바람이 나를 맞이해 주고 있었다. 그 바람은 마치 일을 무사히 끝낸 나의 기분이 어떠한지를 알고 있는 듯이 차가우면서도 상쾌한 느낌을 전해 주었다. 그 바람을 느끼며
계속 날아갔다. 그러다가 어느새 마을 바로 위에 이르게 되었다. 급히 마을로 내려갔다. 그러면서 나뭇가지들을 놓쳐서 떨어뜨리는 일 없이 조심하도록 하였다. 그 동안 해온 일의 흔적이 허무하게
사라지는 일은 없어야 하기 때문이다.
The End
Juna : 미의 수호령이 가진 이름에서 유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