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세상의 한 가운데에 내가 홀로 있었다. 하얀 구름으로 가득하며 하얀 눈을 바람에 실어 내려보내는 하늘, 그 아래에 있는 눈으로 덮힌 산길과 눈이 싾인 곳곳의 여러 사물들........
눈을 날려보내는 바람에서 차가움이 느껴지고 있었다. 이 곳으로 오르기 전까지는 바람이 이렇게까지 차갑고, 이렇게까지 세차리라는 예상은 하지 못하였는데, 실제로 바람을 맞으면서 이
바람이 어떠한지를 조금 더 확실히 알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기도 하였다. 고통스러울 정도로 차갑지는 않고, 날아갈 정도로 강하지는 않다고 하지만 여느 곳과는 확실히 다른 곳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항상 눈이 싾여있는 곳 답다는 생각도.
추위의 기운이 상당히 강한 곳이어서 그러한지, 하얗게 보이는 산길과 그 위로 펼쳐진 하얀 하늘 이외에는 그 무엇도 없었다. 쉴 수 있는 곳도 당연히 없으리라는 추측이 나왔다.
이러한 곳의 모습을 보게 되는 이가 있다면 그 중 대다수는 이 곳에서 살 수 있는 존재는 아무도 없으리라고 여길 것임에 분명해 보였다. 이전에 이 곳에 눈사람과 눈의 거인이 살고 있을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를 두고 잘못된 믿음이었다고 여기기도 하였다.
그러한 생각을 하면서 일단 잠시 쉴 만한 곳을 찾기 위해 길을 나아가는데, 갑자기 이상한 광경을 보게 되었다. 산길이 넓어진 곳 한 가운데에 서 있는 나무로 만들어진 집과 그 주변에
널린 눈사람들이었다. 하지만 그들은 내가 생각한 눈사람이 아니었다. 흔하게 볼 수 있는 그 눈사람들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실망은 크지 않았다. 집과 눈사람은 비록 살아있는 눈사람과 눈의
거인은 아니겠지만 그래도 누군가가 이 곳에 살고 있음을 의미하기에 아무도 살지 않는 곳이라고 여기지 않아도 되었기 때문이었다.
눈사람들을 보며 미소를 띠었다. 그리고 눈사람들을 둘러보다가 집을 향해 나아가려 하였다. 본래는 집 안으로 들어간 다음에 그 곳에서 휴식을 취하려 하였다. 그 때 이상한 일이
눈앞에서 일어났다. 눈사람들이 갑자기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었다. 그들은 한 동안 흔들리는 오뚝이들처럼 춤을 추고 있다가 이리저리 움직이며 뛰어노는 모습을 보기 시작하였다. 그 모습을
보며 누군가가 살아있는 눈사람의 모습을 보고 싶었던 나의 마음을 알아주고 있다고 여기면서 마음이 밝아짐을 느꼈다. 정말로 살아있는 눈사람은 아니어서 아쉽기는 했지만 그 감정은 나의
밝아진 마음을 어찌하지는 못하였다. 밝아진 마음을 가지고 있는 채, 집 바로 앞에 앉아서 한 동안 그 모습을 보았다. 그러면서 말하였다.
"분명히 이 집 주인이 눈사람을 움직이게 하고 있을 거야, 찾아가 보자."
그 후에 다시 일어나서 집 안으로 들어가 보았다. 오래된 집인 듯한 이 곳을 계속 돌아다녀보았지만 사람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한 동안 사람의 모습을 계속 찾아보려 노력해 보았지만
결국 나는 사람의 모습을 보지 못하였다. 이 곳에는 아무도 없음을 알게 된 이후, 나는 잠시 멍하니 서 있었다. 그리고 다시 한 번 말하였다.
"여기, 과연 누가 살고 있는 집일까? 혹시 아무도 없는 집은 아닐까?"
그러다가 마침내 집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다시 한 번 눈사람의 모습을 보려 하였다. 하지만 눈사람들은 언제 움직였나는듯이 가만히 서 있기만 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누가 나무로
만든 집과 눈사람들을 만들고, 또 눈사람들을 움직이게 하였을까? 이상한 일이었다. 아무도 살지 않는 곳일 듯한 이 곳에서....... 다시 집을 향해 돌아선 다음에 그 모습을 보기 시작하였다. 그러다가
문득 한 가지 생각이 들었다. 집 안에 유령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었다. 그러면서 그 동안 있었던 일에 대한 납득을 하려 하였다. 유령이라면, 눈을 다룰 수 있는 힘을 가진 유령이라면 분명
그 힘을 가지고 눈사람들을 만들고 그들을 움직이려 하였을 테니. 그러면서 미소를 띠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밝아진 목소리로 말하였다.
"무척 고마운 이야. 나를 위해 눈사람들을 움직이게 하였으니. 그런데 나는 그러한 사실도 모르고 이상하다고 여기고 있었으니........ 그에 대해서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서 미안하게 되었네.
나중에 혹시 만날 수 있다면 그에 대해 잘 모르고 있는 채, 이상하다고 여기어서 미안하다는 말은 반드시 전해주도록 해야 하겠어."
그 말을 마치고서 나무로 만들어진 그 집 안으로 다시 들어갔다. 그리고 한 동안 휴식의 시간을 가진 다음에 눈사람들이 있는 곳을 떠났다. 그 후에 한 동안 차가운 바람이 불어오는 곳을
돌아다니면서 눈으로 덮인 산의 모습을 계속 둘러보려 하였다. 그리고 그 모습을 통해 무언가를 느끼기도 하였다. 찾고자 하는 바를 이 곳에서는 찾지 못하리라고 여기고 그에 마음을 두지 않게
되자, 산의 모습을 보며 그를 보며 느낄 수 있는 바를 가질 수 있게 되었다. 다행스럽다고 여기어진 일이었다.
그러다가 태양이 서쪽 하늘을 향해 나아가기 시작하였을 때를 맞이하게 되었다. 집으로 돌아갈 때가 되었다고 여기고 그 곳을 떠나기 시작하였다. 비록 실제의 움직이는 눈사람과 눈의
거인을 보지는 못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잘 왔다는 느낌이었다. 이 곳과 같은 하얀 세상은 바람의 정령이 사는 곳 주변에서도 보기 드물기 때문이다. 비록 바람이 차갑고, 나무 한 그루 보이지는
않지만 하얀 눈으로 덮인 세상은 그 자체가 아름답다고 여기어진다. 비록 눈의 거인이나 눈사람을 찾기 위해 왔다고는 하지만 나중에 기회가 되면 다시 한 번 가 보고 싶다. 차갑고 세찬 바람을
맞으며 그로 인하여 어려움을 겪게 되겠지만 그래도 그 만한 가치가 있는 곳인 듯 하다.
The End
Semia - Sem (원리) + ia
Cama - 신의 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