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길을 걷다가 나무에 기대어 앉아서 잠시 머무르는 시간을 가지려 하였다. 그 때 그러한 나의 곁에 초록색 깃털을 가지고 있는 비둘기 한 마리가 가만히 앉아있기만 하고 있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처음에는 나 처럼 잠시 머무르려 하고 있는 것으로 여기고 가만히 지켜보려 하기만 하다가 그가 계속 이 곳에 머무르려 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그에게 무언가 문제가 있어 보인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무슨 일인지를 알아보기 위해 비둘기를 향해 가까이 다가가 보았다. 다리에 문제가 있어 보였다. 그래서 다리의 상태가 어떠한지를 보기 위해 비둘기의 날개를 들어올려서 다리를 보려 하였다. 내가 예상한 대로, 그의 한쪽 다리가 상해 있었다.
  가만히 지켜볼 수는 없었다. 일단 다리의 상처를 치료해 주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리고 주머니 안에 있던 천 조각을 꺼내어 상한 다리에 천을 단단히 감았다. 그 후에 집으로 데려가기 위해 비둘기를 두 손으로 들고 있는 채 날개를 펴고 집을 향해 나아가기 시작하였다. 그러다가 잠시 시간이 지났을 때, 나무로 만들어진 나의 집 바로 위에 이르게 되었고, 집의 모습을 보자마자 바로 날개를 펴면서 아래로 날아 내린 이후에 문을 열고 바로 집으로 들어갔다.
  상처를 치료하는데 있어서 도움을 주는 약이 없기에 그를 대신하여 치유의 주문을 사용하였다. 치유의 주문이 효과가 괜찮았는지, 상한 다리는 금방 본래의 모습을 되찾았다. 하지만 그 모습을 보면서도 아직 그 비둘기를 바깥 세상으로 내보내고 싶지는 않았다. 한 번 맺어진 인연을 쉽게 버리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새장에 두지는 않았지만 계속 내 곁에 머무르게 하려 하였다. 그러면서 며칠 간은 나와 함께 시간을 보내게 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비둘기는 자신을 도와준 나를 계속 따르려 하는지, 계속 내 곁에 있으려 하였다. 이전에 내가 다리를 낫게 한 일이 깊은 인연이 된 탓일까? 그래서인지 며칠이 지난 지금도 계속 내 곁에 머무르고 있다. 언젠가는 떠나 보내게 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지만 그 생각을 행동으로 단행하지는 못하였다. 계속 내 곁에 머무르도록 해도 괜찮을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그 초록색 비둘기는 나와 함께 있고 싶어할지도 모르는 일이니.
  누군가와 깊은 인연을 맺는 일은 의미있는 만남 속에서만 이루어지는 일은 아니다. 우연하게 일어날 수도 있는 일이다. 오늘 내가 우연히 보았던 초록색 비둘기처럼. 누군가를 만나고 그와 깊은 인연을 맺는 일은 언제, 어떻게 일어날지에 대해서는 세상의 그 누구도 알지 못할 것임에는 틀림 없다.


The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