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밝자마자 자리에서 일어나 창가를 바라보면서 뜻 밖의 광경을 보게 되었다. 창 밖으로 보이는 마을이 하얀 구름으로 덮인 하늘 아래에 하얀 눈으로 덮여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자고 있는 사이에 내렸을 눈의 모습을 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눈의 모습을 직접 보기 위해 옷을 다시 갖추어 입고 집 바깥으로 나아가려 하였다. 문이 평소 때보다 잘 열리지 않기에
밀어내면서 문을 열었다. 그와 함께 눈이 발은 물론이고 다리의 아래 쪽까지 덮을 정도로 높이 싾였음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그 모습을 보면서도 바깥을 걸어다니는 데에 어려움은 없을 것임을
알고 있었기에 걱정을 하지 않고 바로 바깥으로 나아가려 하였다.
싾인 눈이 발을 덮으면서 차가움의 기운을 안겨 주었다. 차가운 물에 잠긴 채 앞으로 나아가는 듯한 느낌, 좋게 여기어지는 느낌이었다. 그 느낌을 받으며 한 동안 눈 속을 계속 걸었다.
그러다가 마을 한 가운데에 이르렀을 때가 되자 그 곳에 앉아 있으면서 눈을 뭉치고 있는 한 아이의 모습을 보게 되었다. 티아니아(Tiania) 였다. 무슨 이유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그 아이는
계속해서 눈을 뭉치려 하고 있었다. 그 아이를 향해 다가간 다음에 물음을 건네려 하였다. 그 전에 일단 티아니아를 불러보기로 하고, 그녀의 곁에 쪼그려 앉았다. 그 때 티아니아가 그러한 나의
시선을 느낀 듯, 눈을 뭉치는 일을 그만두고 고개를 들어올린 다음에 나의 모습을 보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나에게 물었다.
"응? 리제아(Lisea) 잖아. 무슨 일로 여기에 와 있는데?"
그러자 나는 밝게 웃는 표정을 지으면서 밝은 목소리로 그 아이에게 무슨 일로 왔는지에 대한 이야기부터 하기 시작하였다.
"티아니아가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 물어보려고 여기에 왔어. 방금 전까지 그 모습을 계속 보면서 지금 네가 무슨 일을 하려 하는지에 대해서 궁금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기에
그에 대해 너에게 물음을 건네는 일로써 알아내려고 하였었는데......."
그러자 티아니아는 "그랬구나." 라는 말을 한 다음에 자신이 무슨 일을 하고 있었는지에 대한 말을 하였다.
"나는 여기서 눈사람을 만들려 하였어. 이렇게 눈이 많이 싾였는데 눈사람이 없으면 아쉽잖아. 그래서 지금 같은 때에 눈사람을 만들어 보려고."
그 말을 듣고서 나는 곧바로 얼마나 큰 눈사람을 만들려 하는지에 대해서 물었다.
"얼마나 큰 눈사람을 만들고 싶어?"
그 물음에 티아니아는 곧바로 양팔을 어깨 높이로 크게 벌리면서 더욱 밝아진 목소리로 답하였다.
"이 만한 눈사람을 만들려고 해. 눈이 많이 왔으니까 커다란 눈사람이 어울릴 거야."
말을 마치면서 티아니아는 환하게 웃는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나에게 같이 눈사람을 만들어 보자는 제안을 하였다. 이에 나는 "응!" 이라는 밝고 큰 목소리로 답을 하였다. 그 대답을
마치자마자 티아니아는 다시 한 번 밝은 목소리로 고맙다는 말을 하면서 바로 시작하자는 말을 하였고, 그 이후에 나는 티아니아와 함께 눈사람을 만드는 일을 행하기 시작하였다.
티아니아가 눈을 뭉치는 동안에 눈을 퍼서 그 아이에게 건네 주는 일을 계속 하였다. 그리고 마침내 눈의 덩어리이 내 머리의 크기 정도에 이르게 되자 그 눈 덩어리를 놓아 두고 다른
눈 덩어리를 만들기 위해 눈을 뭉쳤다. 그리고 그렇게 뭉친 눈 역시 내 머리 크기만한 덩어리가 되자 티아니아는 밝은 목소리로,
"이제 내가 눈을 굴릴 테니 곁에 있다가 어느 정도 커지면 같이 굴려주기를 바래."
이라는 말을 건네었다. 그 후, 티아니아는 허리를 굽히고 눈 덩어리를 굴리기 시작하였고, 시간이 지나면서 그 눈 덩어리는 커졌고 높이도 높아졌다. 그에 따라 눈을 굴리는 티아니아의
허리를 굽히는 정도도 점차 작아져갔다. 그리고 마침내 그 눈 덩어리가 내 키의 절반 가량에 이르게 되자 티아니아는 허리를 조금만 굽히고 눈을 굴릴 수 있게 되었다. 눈은 계속 커져갔다.
그리고 마침내 티아니아 혼자서는 눈을 굴리기는 힘들기에 이르렀다. 그 모습을 보며 내가 도와주기로 마음을 먹고 같이 눈을 굴리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마침내 눈 덩어리는 가슴 바로 아래
높이에 이르렀을 때가 되자 둘의 힘으로도 더 이상 움직이지 않게 되었다.
그 모습을 보며 마을 중심의 오른편에 위치한 그 곳에 눈사람을 두기로 마음을 먹고 다시 이전에 만들어 놓은 작은 눈 덩어리를 향해 나아가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이번에는 내가 작은
눈 덩어리를 만들어내기 시작하였다. 그러다가 마침내 마을 중심의 오른편에 두었던 커다란 눈 덩어리와 거의 비슷한 크기가 되었을 때에 혼자서는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게 되었다.
그 때 눈 덩어리가 있는 곳은 마을 중심의 왼편, 눈사람을 만들려 하는 곳과는 어느 정도 거리가 있었다.
티아니아가 만들어 놓은 커다란 눈 덩어리의 모습을 보고 있다가 눈을 옮기기로 마음을 먹고 눈을 들어올리려 하였다. 하지만 생각 의외로 눈 덩어리는 무거워서 쉽게 들어올려지지
않았다. 그 때 티아니아가 도와주겠다는 말을 하면서 같이 눈 덩어리를 들려 하였고 그로 인하여 나와 티아니아는 어렵지 않게 눈 덩어리를 들어올릴 수 있었다. 그 후, 나와 티아니아는 함께
날개를 펴고 마을 중심의 오른편을 향해 나아간 다음에 그 곳에 위치한 큰 눈 덩어리 위에 그 눈 덩어리를 올려 놓았다. 그렇게 해서 눈사람의 전체적인 모습이 만들어지게 되었다.
이후 나와 티아니아는 곳곳을 돌아다니며 눈사람의 눈과 입이 될 만한 나뭇가지들을 찾았고 마침내 눈사람의 모습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그 때 집 밖으로 나온 몇몇 친구들이 그 눈사람을
보았고 무척 큰 눈사람을 만들었다고 말하면서 나와 티아니아에게 대단하다는 말을 전하였다.
눈이 많이 오면 역시 큰 눈사람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이는 적어도 둘 이상이 힘을 합쳐야 만들 수 있다. 더 많은 눈이 오면 더 큰 눈사람을 만들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셋 이상의 힘이
필요할 것이다. 그래서 눈이 많이 내리면 큰 눈사람을 만들기 위해서라도 많은 이들이 바깥으로 나와야 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The End
Lisea - 구름 위의 빛 -> 번개
Erchis - 험난한 계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