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바깥에서 밤을 맞이해 보자는 약속을 한 이후, 나흘이 지나고 이제 그 날이 왔다. 날이 어두워졌을 때부터 같이 오기로 되어있는 유나(Juna) 그리고 리아타(Lyata) 를 부른 다음에 그들와 함께 마을 밖으로 나갔다. 우선 여럿의 작은 가지들을 구한 다음에 근처에 있는 동굴로 들어갔다. 그리고 그 곳에서 산을 돌아다니면서 구한 가지들을 내려놓은 다음에 부싯돌로 불을 지폈다. 불씨가 작았기에 넓은 곳을 환하게 비추지는 못하였지만 그래도 주변 일대의 어둠을 밝힐 수는 있었다.
  나를 포함한 셋은 불을 중심으로 가까이 모여 앉았다. 그 모습을 보고 있다가 우선 내가 이야기를 먼저 하기로 마음을 먹고 이야기를 하기 시작하였다. 근래에 행한 잘못된 일에 관한 이야기였다. 이전에 유나에게 사소한 잘못을 저지른 적이 있었는데, 그에 대한 이야기를 하였다. 그리고 유나에게 잘못했다는 말을 건네었다. 그러자 유나는 활짝 웃으면서 밝은 느낌을 주는 목소리로 나에게 말하였다.
  "괜찮아, 그 정도라면 얼마든지 용서할 수 있으니까."
  그 다음에는 유나가 이야기를 하기 시작하였다. 유나 역시 자신이 잘못한 일에 대한 이야기를 하였다. 이전에 리아타에게 버터를 빌려 받았었는데, 나중에 리아타가 버터에 관하여 아무 신경도 쓰지 않자 버터를 그 아이에게 주려 하지 않았다는 말이었다. 이에 리아타는 놀라면서 유나에게 물음을 건네었다.
  "어라? 그러한 일이 있었던 거야?"
  이에 유나는 부끄러워 하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그러하였다는 대답을 하였다. 그 대답을 들었던 리아타는 잠시 생각에 잠긴 듯이 고개를 들고 동굴의 천장으로 시선을 향하기 시작하였다. 그러다가 문득 떠오른 바가 있었는지 다시 고개를 앞으로 향한 다음에 차분한 목소리로 나와 유나에게 이야기를 하기 시작하였다. 그 때의 기억이 지금은 떠오르지 않고 있으며, 실제로 그러한 일이 일어났다 할지라도 자신에게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으리라는 내용의 이야기였다. 그 다음에 그에 이어서 버터는 자신에게는 크게 필요하지 않은 물건이기에 빌려 주어도 그에 대해서 크게 관심을 두지 않는다는 말을 하고서 유나에게,
  "빌려주어야 하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면 가능한 때에 버터를 전해 줄 수 있도록 해. 언제라도 좋으니."
  그 이야기를 듣자마자 유나는 고맙다는 말을 전하였다. 이후에 리아타는 분위기의 전환을 위함인지 자신이 근래까지 여행을 하면서 보았던 재미난 광경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 하였다. 흥미로운 이야기여서 무척 좋았다. 그 이야기를 듣는 동안 계속 리아타에게 시선을 기울였다. 그리고 리아타가 이야기를 마치려는 동안, 나뭇가지들이 다 타기 시작하였고 그와 함께 불꽃도 약해지려 하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며 유나가 말하였다.
  "큰 나뭇가지나 나무 조각들을 가져올 수 있었다면 좋았을 텐데."
  "그래도 잠시나마 어둠을 밝히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잖아."
  내가 그 말을 듣고서 바로 답을 하였다. 그리고 잠시 후, 불꽃이 생명력이 다한 듯, 완전히 모습을 감추었다. 하지만 나를 비롯하여 그 누구도 이 곳을 떠나려 하지 않았다. 모두 나 처럼 동굴에 계속 머무르려 하였기 때문일까? 잘 모르겠다. 그러다가 곧 리아타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동굴의 벽을 향해 다가간 다음에 그 곳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그 모습을 보고 있던 유나도 곧바로 일어난 다음에 리아타의 곁에 앉았다. 이들이 동굴의 벽에 기대어 앉는 모습을 보고 있기만 하고 있던 나 역시 이들의 곁으로 다가간 다음에 앉았다. 그 때, 리아타가 곁에 앉은 나에게 밝은 느낌을 주는 목소리로 물음을 건네었다.
  "아라이나, 여기는 너무 어두워, 잠시 머무르기만 하다가 가면 안 될까?"
  그렇게 해야 좋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 리아타에게 그렇게 하겠다는 답을 하였다. 그 때, 동굴의 입구 쪽 통로가 밝아지기 시작하였다. 그 모습을 보자마자 고개를 돌리고서 밝아지기 시작한 곳을 향해 고개를 돌려 보았다. 나의 두 눈앞으로 하얀색을 띠고 있는 자그마한 빛 하나가 이 곳으로 들어서고 있었다. 그와 함께 누군가의 그림자가 있었는데 그 그림자가 빛을 이끌고 이 곳을 향해 걸어오고 있는 듯 싶었다. 그 모습을 계속 지켜보기만 하였다. 그리고 마침내 빛과 함께 누군가가 이 곳으로 어느 정도 가까이 다가온 모습을 보게 되었다.
  고개를 들고 그 모습을 자세히 보려 하였다. 자그마하고 하얀색을 띠고 있으며 번개 기운이 돌아다니고 있는 빛 바로 뒤에 서 있는 이는 바로 이즈리나(Isrina) 였다. 이즈리나는 잠시 후 나의 바로 앞을 향해 다가가려 하였다. 그 동안 번개 기운을 띠고 있는 빛은 그러한 이즈리나를 따라 나아간 다음에 마침내 그 아이가 나의 바로 앞에 무릎을 꿇고 앉자 그녀가 앉은 높이를 향해 내려가고서 그 곳에 계속 머무르기 시작하는 모습을 보였다. 앉는 이즈리나의 모습을 보면서 내가 그 아이에게 물었다.
  "이즈리나, 무슨 일이 있어서 이 곳을 찾게 되었는데?"
  그러자 이즈리나는 곧바로 내가 건넨 물음에 대한 답을 하기 시작하였다.
  "아라이나, 유나 그리고 리아타가 밤중에 밖에 나가는 모습을 보고 어디로 가는지 궁금해서 찾아왔어. 그러다가 왠지 모르게 이 동굴 안에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서 이 곳을 찾았는데....... 예상대로 모두 여기 있었네."
  "응, 오늘 따라 함께 밖에서 밤을 맞이해 보겠다고 해서........"
  이즈리나의 말에 대해서 리아타가 곧바로 답을 하였다. 그러자 이즈리나는 곧바로 리아타에게 웃는 모습을 보이면서 말하였다.
  "그렇다면 어두운 곳에서 아무런 일 없이 가만히 있기만 해서는 안 돼. 너무 아까운 시간이잖아. 지금 내 곁에 동굴 안을 밝히기 위해 불러온 빛이 있어. 그 빛을 한 가운데에 두고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도록 하자. 더욱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거야. 또한, 여기서만 시간을 보내기만 하지 않고 밖으로 나간 다음에 산길에 올라서 달을 바라보며 시간을 보낼 수 있다면 더욱 좋을 거야."
  그리고 빛을 그 곳의 한 가운데에 위치시킨 다음에 나를 비롯한 다른 이들을 불렀다. 그 모습을 보며 유나가 물음을 건네었다. 계속 이 곳에 있으려 하는지에 대한 물음을 그 물음에 대해서 이즈리나는 밝은 목소리로 "응." 이라는 답을 하고서 자신도 나를 비롯한 셋과 함께 있도록 하겠다는 말을 하였다. 그 후, 나와 유나, 리아나 그리고 이즈리나는 동굴 속에서 이즈리나가 불러온 빛을 한 가운데에 두고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동굴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도 하고, 이런저런 놀이를 하기도 하였으며, 조용히 노래를 부르기도 하였다.
  그러다가 잠시 후에 리아타가 밖으로 나가자는 제안을 하였고 그 제안을 따라 모두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산길로 나아간 다음에 달을 바라보면서 다시 한 번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유나 같은 경우에는 달을 바라보며 소원을 비는 경우도 있었다.
  애써 구한 나뭇가지들로 태우는 불꽃이 사라지면서 동굴 안에서 특별한 일 없이 시간을 보낼 줄 알았는데, 이즈리나가 도와줄 수 있어서 다행스럽게도 동굴 안에서 충실한 시간을 보낼 수가 있었다. 그리고 그 이후에도 함께 좋은 시간을 보낼 수가 있었다. 동굴 속에서 좋은 시간을 보내면서 즐거움의 감정이 커졌기 때문이리라.


The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