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운 기운을 띠고 있는 바람이 계속 산 위로 불어오기에 한 동안 밖에 나가있지 않다가 간만에 집을 나서서 근처에 있는 언덕을 향해 나아가 보았다. 밖에 나가지 않은지 며칠이
되었는지. 어느새 날씨는 많이 따뜻해져 있었다. 아직까지는 따뜻하다고 말할 수는 없는 날씨였지만 그래도 세상을 떨게 만들 정도로 모진 차가움은 느껴지지 않고 있었다. 지난 날에 내린 눈이
싾인 흔적은 여전히 언덕에 남아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조금만 시간이 더 지나면 겨울의 기운이 물러가고 봄의 기운이 이 곳을 찾아올 듯한 느낌이 들었다. 싾인 눈이 남아 있어서 하얀 색을
띠고 있는 언덕을 밟고 있는 채로 그러한 느낌을 마음 속에 품으면서 말하였다.
"이제 조금만 더 있으면 봄이 찾아오겠네. 조금만 더 시간이 지나면 언덕에 싾여있던 눈이 사라지면서 풀도 다시 초록색으로 변하거나 새롭게 자라날 것이고, 꽃도 다시 피어나겠지."
그 다음에 서 있던 곳에 자리를 잡고 쪼그려 앉았다. 그리고 바로 앞에 있는 싾인 눈을 손으로 치워낸 다음에 눈이 싾인 이후에 계속 그 밑에 머무르고 있었을 풀, 아직 갈색을 띠고 있는
풀의 모습을 바라보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보며 자그마한 목소리로 다시 한 번 말하였다.
"조금만 더 시간이 지나고, 풀들이 초록색으로 변할 때가 되면 이 곳의 분위기도 더욱 밝아지겠지. 그 때가 되면 밖에서 며칠 지내도록 할까나."
그리고 잠시 시간이 지났을 때가 되자, 다시 일어났다. 그리고 앞을 향하여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하였다. 언덕을 내려간 다음에 언덕 바로 앞에 있는 산길로 들어섰다. 산길 주변에 있는
나무들의 가지끝에 달린 눈마다 벌써 초록색을 띠고 있었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나무들도 이제 봄이 다가오고 있음을 느끼고 있으리라는 생각을 하였다. 그러면서 밝은 표정을 지으며 다시
앞을 바라보며 길을 걸어 나아갔다. 어느새 계곡의 가까이에 와 있었다. 날씨가 추워지면서 하얗게 얼어붙은 물의 표면도 이제는 상당히 많이 녹아서 흘러내리는 깨끗한 모습을 온연히 드러내고
있었다. 물이 흐르는 사이로 아직 남아있는 얼음이 맑은 느낌을 주고 있었다.
아직 잎이 새로 돋아나거나 꽃이 피지는 않았지만 가만히 있을 수만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곧바로 그에 이어서 봄이 올 때를 대비해서 집 안에 넣어놓고 있던 봄을 위한 물건들을
꺼내놓고 있어야 하겠다고 마음을 먹은 다음에 그 동안 지나왔던 길을 향해 돌아섰다. 그리고 집을 향해 달려 나아가기 시작하였다. 한 동안 뛰어 나가고서야 집 바로 앞에 이를 수 있었다. 내가
돌아서기 시작한 곳에서 집까지는 어느 정도 거리가 되는지라 집 바로 앞에 이르렀을 때에는 숨이 차오르고 있음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숨을 거칠게 내쉬면서 현관문을 열고 집 안으로 들어갔다. 그러는 동안 숨을 쉬는 상태도 어느 정도 괜찮아졌다. 들어서자마자 방 안으로 들어갔다. 침대 근처에 있는 나무로 만들어진
서랍 중 가장 아래에 있는 가장 큰 칸을 열었다. 서랍의 가장 아래에 있는 칸의 내부가 드러나면서 그 안에 넣어 놓았던 작은 바구니와 나무로 만들어진 자루와 그 끝에 있는 작은 그물로 이루어진
잠자리채가 안에 있었다. 그 중에서 작은 바구니를 오른손으로 꺼낸 다음에 그 칸을 다시 닫았다. 그 후에 다시 침대의 오른편에 위치한 작은 옷장의 문을 열고 그 안에 있는 하얀색을 띠고 있고,
넓고 평평하며 원형인 챙을 가지고 있는 모자를 왼손으로 꺼내었다. 그 이후에 방의 문 바로 오른편에 있는 거울을 향해 다가가고서 바구니를 바닥에 내려놓은 다음에 모자를 두 손으로 써
보았다. 그 이후에 바구니를 들고 오른팔에 걸쳐 보았다. 그 다음에 거울에 비추어진 나 자신의 모습을 보았다. 그러다가 잠시 후에 미소를 띠며 말하였다.
"이 정도면 충분할 거야."
그 후 나는 다시 서랍을 향해 다가간 다음에 바구니를 서랍 위에 올려놓고서 모자를 벗었다. 그리고 모자를 바구니 바로 곁에 올려놓은 다음에 옷장 문을 닫았다. 옷장의 문을 닫고서 잠시
창밖으로 드러난 하늘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밝게 미소를 띠며 혼자서 말하였다.
"지금은 이러한 차림을 해서는 안 되겠지만 봄이 오고 꽃이 만발할 때가 되면 모자를 쓰고, 바구니도 들고서 밖으로 나가 보도록 하자. 분위기 있는 나날을 맞이할 수 있을 거야."
그리고서 다시 방의 바깥으로 나아갔다. 이제 해야할 일도 마친 만큼 마음놓고 있어도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생각을 마음에 품으며 다시 집의 바깥을 향해 나아갔다. 그리고 봄을
맞이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는 듯한 산의 모습을 보고 봄이 다가오고 있음에 대한 기대를 마음 속에 확실하게 가질 수 있기 위해 다시 한 번 밖으로 나갔다.
The End
Saria - '법규' 를 의미하는 Sharia 에서 유래.
Berisia - Be(높이) + Risia(솟아오르다) -> 높이 솟아오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