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추위는 유난히 길었던 것 같다. 한 해의 세 번째 달의 시작으로부터 여러 나날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공기는 차가웠으니. 그 때문인지 밖에 나가도 새싹이 트는 모습을 잘 보기 힘들었었다. 추위의 화신 (주) 에게 아직 세상에 대한 미련이 남아있기 때문이라고 여기어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이번 추위는 상당히 오랫동안 계속 되어왔다. 그래서 봄을 기다리고 있던 나는 계속 집 안에 머무르고 있으면서 봄의 기운이 세상으로 찾아올 수 있는 때를 기다리려 하기만 할 뿐, 다른 일은 하지 않으려 하였다. 봄이 찾아올 시점에 이르면 밖에 나가 보겠다고 마음을 먹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다가 지난 날 아침에 집 안에 머무르고 있다가 창가를 바라보면서 이전과는 달라진 세상의 모습을 보며 감탄하는 마음을 가지기 시작하였다. 나무 곳곳에서는 꽃이 피어나거나 잎이 새로 돋아나려 하고 있었고, 언덕의 풀들도 본래의 초록색을 되찾아가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며 밝은 목소리로 말하였다.
  "이제 겨울이 완전히 끝나는 날이 찾아왔구나. 한 번 밖으로 나가 보아야 하겠다."
  그리고서 잠시 옷차림을 정리한 다음에 집 밖으로 나간 다음에 마을의 거리에 잠시 머무르려 하였다. 시간이 흐르면서 그 추위의 화신도 세상에서 물러나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떠날 준비를 하기 시작하였는지, 대기의 기운도 서서히 따뜻해져가고 있음이 느껴지고 있었다. 세차게 불어오는 바람의 기운은 차가운 편이었지만 겨울 날씨 때처럼 차갑지는 않았다. 이 정도라면 봄이 찾아왔다고 여길만한 날씨였다. 밖에 나가 있으면서 날씨가 따뜻해졌음을 알게 된 나는 잠시 그 거리에 머무르고 있다가 다시 집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현관을 지나 거실 안으로 들어서면서 밝은 느낌을 줄 수 있는 목소리를 내며 말하였다.
  "내일은 아침 일찍 일어나고서 곧바로 나가야 하겠다. 밖에 있으면서 봄의 기운을 느끼고 싶어."
  그리고 시간은 흘러서 낮이 되었다. 그 때, 나는 겨우 잠에서 깨어났다. 무슨 이유 때문인지 오늘은 늦게 일어나게 되었다. 일어나면서 아침에 일찍 일어나겠다고 말하였을 때를 떠올렸다. 그러면서 나 자신과의 약속을 어긴 일을 두고 잠시 동안 반성을 하는 시간을 가지려 하였다. 분명 잘못한 일이기 때문이었다. 그 후, 나는 지금이라도 밖에 나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마음을 먹은 다음에 옷차림의 정리를 어느 정도 한 다음에 현관으로 나아갔다. 그리고 문을 열고 밖으로 나아갔다.
  밖으로 나아간 다음에는 거리의 한 가운데를 향해 나아가려 하였다. 그러면서 마을의 거리 곳곳에 심겨진 나무들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이제 나무의 가지 곳곳에는 어린 잎들이 새로이 돋아나 있었으며 겨울이 되면서 흙만 남아있던 몇몇 집의 뜰에는 새싹이 돋아나고 있었다.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다가 마을 한 가운데에 있는 나무들 중 하나의 줄기에 기대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거리의 모습을 잠시 바라보려 하였다.
  그리고 자신이 서 있는 곳 왼편으로 시선을 향하고 있다가 몇몇 아이들이 거리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면서 밝게 미소짓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그러다가 고개를 돌려 오른편으로 시선을 향하려 하였다. 이번에는 서 있으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들 역시 환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다가 다시 나의 바로 앞으로 눈길을 돌리기 시작하였다. 그러면서 혼자서 말하였다.
  "이제 봄이 되었기 때문일까? 모두 행복해 보이네."
  그 이후에 나무의 곁을 떠난 다음에 마을 바깥으로 나가 보았다. 그리고 조금 더 앞으로 나아간 후에 뒷짐을 지고 서 있으면서 다시 초록색을 되찾은 풀밭의 모습으로 시선을 향하려 하였다. 곧 나는 풀밭 곳곳에 새로이 피어난 꽃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 모습을 잠시 바라보고 있던 나는 꽃들에게 시선을 향하고 있는 채로 밝은 미소를 지으려 하였다. 그리고 밝은 느낌을 주는 목소리로 말하였다.
  "꽃들이 피어났다. 이미 이 곳에 있는 꽃들은 벌써 봄을 준비하고 있었네, 나는 어제 겨우 봄이 찾아오기 시작하였음을 알 수 있었는데."
  이제 꽃들이 피어나기 시작하였으니 조금만 더 있으면 만물이 활기를 되찾는 날이 올 듯해 보였다. 세상이 이렇게 봄을 준비하고 있는데, 언제까지 가만히 있을 수는 없었다. 지금부터라도 봄을 맞이하여 두꺼운 이불은 정리하고, 얇은 이불을 다시 꺼내놓는 일부터 시작해서 꽃씨를 뿌리는 일까지 다시 꽃밭에 뿌리는 일까지 봄을 준비하기 위한 여러가지 일을 하나씩라도 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생각을 하면서 다시 집으로 돌아가려 하였다. 그 때, 나의 곁으로 다가오는 이가 있었다. 퍄라(Fyara) 였다. 그 아이는 화분을 들고 어디론가를 향해 나아가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면서 어디로 가고 있는지에 대한 물음을 건네려 하였다. 이에 퍄라는 온화한 느낌을 주는 목소리로 답하였다.
  "마을 바깥으로 나가려고, 방금 전에 꽃씨를 화분에 심었거든. 알고 있잖아, 나는 꽃씨를 화분 안에 심어 놓으면 며칠 정도는 이를 들고 밖에 나가 있으면서 물이 필요할 때마다 주문을 이용해서 물을 불러와 화분 위에 내리게 한다는 사실을."
  "그렇게 하면 꽃씨를 품은 화분이 바람의 기운을 잘 받아서 꽃씨가 싹을 잘 틔울 수 있게 한다는 믿음에 의해서이지?"
  나는 퍄라가 건네는 말을 듣고서 곧바로 밝게 미소를 지으며 되물었다. 이에 퍄라는 그렇다는 대답을 하고서 다시 떠나려 하였다. 그 모습을 보며 잘 하고 오라는 말을 전하고 작별 인사를 한 다음에 다시 집으로 돌아갔다. 겨울을 대비할 수 있도록 되어있는 집의 모습, 일단 내일 아침이 되면 그 집의 모습을 바꾸기부터 해야 하겠다.


The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