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어느덧 언덕 곳곳이 초록색으로 물들기 시작하고 그 언덕 위에는 작은 꽃들이 하나둘씩 피기 시작하였다. 작고 화려하지도 않지만 예쁘장한 모습을 가진 꽃들, 그 꽃들이 피어나 있는 언덕길은 큰 행복을 가져다주는 곳이다. 꽃들 중 하나를 향해 다가간 다음에 이들의 모습을 바라보며 자리에 앉았다. 그 후, 잠시 동안 가만히 그 꽃의 모습을 바라보려 하였다. 그 때, 나의 기억 속에서부터 무언가가 떠오르기 시작하였다. 나의 상상 속에 있던 꽃이 변하여 생겨난 여러 요정들, 화창한 봄날이 다가오고 꽃이 피기 시작하는 순간에 나타나기 시작한다는 작고 어린 소녀의 모습을 가진 요정이었다. 그 모습을 떠올리자마자 나는 곧바로 밝은 목소리를 내며 말하였다.
  "이 꽃에서부터는 요정이 나오지는 않을까? 괜히 궁금해지네."
  그리고 계속 꽃의 살펴보았다. 하지만 나의 상상과는 다르게 꽃은 요정의 모습으로 변하지는 않았다. 역시 나의 상상 속에서 일어나는 이야기인가. 잠시 후에 다시 일어섰다. 그리고 다른 곳을 향해 발걸음을 옮기었다. 그러는 동안 두 손으로 뒷짐을 지며,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려 하였다. 여느 때보다 선명한 푸른색을 띠고 있는 하늘 위로 솜과도 같은 구름들이 떠다니고 있었다. 언제라도 볼 수 있기는 하지만 언제 보아도 매우 아름답게 여기어지는 광경이었다.
  하늘의 모습을 잠시 보다가 다시 고개를 나의 바로 앞으로 향하고서 한 곳에 자리를 잡으려 하였다. 앉을만한 장소를 찾기 위해 이곳저곳을 살펴 보다가 마침내 꽃들이 거의 피지 않은 한 곳을 찾을 수 있었다. 그 곳에 자리를 잡고 두 무릎을 세운 후에 모으면서 앉았다. 그리고 두 무릎 위로 왼팔을 먼저 올리고, 오른팔을 그 앞에 올린 다음에 시선을 왼편 아래로 두려 하였다. 그리고 그 시선 안에 있는 사물들의 모습을 보려 하였다.
  이 곳에는 하얗고 동그란 모양의 작은 꽃들이 피어있었다. 무슨 꽃일까? 잘 모르겠지만 방금 전에 보았던 꽃과 비슷하게 아름다운 존재 중 하나로 여기어졌다.
  세상에는 수많은 꽃들이 있다. 그 꽃들은 각자 나름대로 다른 모습, 다른 색깔을 가지고서 세상을 살아가는 이들을 반겨준다. 이들을 바라보며 좋아하고 미소짓는 나는 그러한 꽃들이 반겨주는 모습을 바라보는 존재 중 하나. 그 중에서도 나는 꽃들의 아름다움을 찾는 이들 중 하나이다. 세상의 다른 누군가는 꽃들을 심각하게 바라보다가 꽃을 꺾고 꽃잎을 뜯으며 이상한 생각을 한다고 하는데, 그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 내가 보기에는 무척 나쁜 이 같다.
  꽃들을 잠시 바라보다가 다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이번에는 날개를 펴고 날아가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잠시 후에 나는 절벽 근처에 이르고서 절벽 끝에 착지를 하였다. 그 후에 절벽 끝에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바위들의 모습을 보았다. 그러다가 바위 틈새에 피어있는 자그마한 보라색 꽃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보라색' 을 의미하는 명칭을 가진 꽃이기도 한 '제비꽃' 이었다. 나는 그 꽃의 모습을 보다가 허리를 굽히고 두 손을 무릎 위에 올린 후에 계속 꽃으로 시선을 향하려 하였다. 그러다가 혼자서 말하였다.
  "작고 약해 보이는 꽃이야, 하지만 실제로는 전혀 그렇지 않을 거야. 저렇게 바위 틈새에서도 피어날 수 있으니."
  대단한 꽃이라는 생각이 든다. 얼핏 보기에, 이 꽃은 너무도 작아서 약해 보이며, 실제로도 약한 모습을 보이는 작은 꽃들 중 하나이다. 하지만 실상은 약간 다르다. 바위 틈새는 꽃을 피울 수 있는 식물들은 어지간해서는 전혀 자랄 수 없는 곳이다. 하지만 이 꽃은 그와 다르게 바위 틈새에서도 피어나고 있다. 흙이 거의 모래에 가깝고 그나마도 적은 곳임에도 불구하고. 그래서 실제 이 꽃은 약하기는 하지만 강한 면모도 드러낸다고 여길 수 있을 것이다.
  이후에도 나는 언덕 곳곳을 돌아다니며 꽃의 모습을 바라보는 일을 계속 해 나가다가 마침내는 집으로 돌아갔다. 이제 당분간은 꽃의 모습을 바라보면서 봄을 느낄 수 있는 나날을 보낼 수 있을 듯하다. 앞으로의 나날에는 더욱 좋은 일이 일어날 수 있었으면 좋겠는데.


The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