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길을 걸어가고 있을 때였다. 한 해가 시작된지도 이제 다섯 달이 지났다. 이제 나무들은 거의 활기를 되찾은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으며, 그 위에 돋아난 나뭇잎들도 이제 본래의 모습을 완연히 되찾고 있었다. 뒷짐을 진 채 나무들 사이를 걸어다니며 나무들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그러다가 한참 시간이 지났을 때가 되고 여느 때처럼 나무들 사이를 걷고 있을 무렵, 갑자기 귓가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하였다. 어느 젊은 남자의 목소리와 비슷한 그 목소리, 이는 내가 걸어가고 있는 방향의 왼편에서 자그마하게 들려오고 있었다.
  그 목소리를 들으면서 나는 이를 환청으로 여기려 하면서 빠른 걸음걸이로 그 곳을 지나치려 하였다. 그러는 동안 목소리는 더욱 크게 들려오고 있었다. 그리고 그 목소리는 내가 계속 앞으로 걸어나가는 동안 더욱 커져만 갔다. 이렇게 되자 계속 귓가로 들려오는 목소리를 두고 단순한 환청으로 여길 수 없었다. 누군가가 내는 목소리일 것으로 여긴 다음에 주변을 둘러보면서 목소리의 근원지가 어디인지를 알아내려 하였다. 그러면서 외쳤다.
  "누구야? 누구의 목소리야?"
  그 때 나의 귓가로 이 곳으로 오라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목소리를 듣자마자 더욱 앞으로 발걸음을 옮기었다. 그러는 동안 더욱 큰 목소리가 들려왔다. 조금 더 앞으로 오라는 목소리, 이를 통해서 나는 조금 더 앞으로 나아가기만 하면 된다는 생각을 하고서 고개를 왼편으로 향하고 있는 채 조금씩 앞으로 걸어가면서 목소리의 근원지가 어디인지를 알아내려 하였다. 그리고 마침내 어느 나무 앞에 이르렀을 때가 되자 다시 한 번 목소리가 귓가로 전달되기 시작하였다.
  "마침내 저를 찾아오셨군요, 바로 이 곳이에요. 여기서 저의 목소리를 들어주는 사람을 기다리고 있었어요."
  그 목소리를 듣고서 목소리를 낸 이가 바로 내 앞에 서 있는 나무임을 알게 되고서 처음에는 흠칫 놀랐다. 하지만 곧바로 무슨 이유가 있기에 나무임에도 불구하고 다른 이가 들을 수 있는 말을 하게 되었으리라고 여기려 하였다. 그러면서 그에게 밝은 목소리로 말하였다.
  "당신의 목소리였군요. 처음에는 아무도 없는 곳에서 목소리가 들려오기에 놀랐었는데."
  그리고 곧바로 그에게 무슨 일로 이 곳으로 오는 이를 찾으려 하였는지에 관한 물음을 건네었다. 이에 나무는 한 가지 부탁이 있다는 말을 대답으로써 하였다. 그 말이 끝나자마자 나는 그 부탁이 무엇이냐는 물음을 건네었고 이에 그는 자신의 부탁이 무엇인지를 말해 주겠다는 뜻을 나에게 전한 다음에 곧바로 나에게 자신이 전하고자 하는 바에 관한 이야기를 하려 하였다.
  "저에게는 과거부터 함께 하던 사람이 있었습니다. 처음으로 그를 향한 깊은 마음을 가지기 시작하면서부터 언제나 함께 하겠다고 약속하였지만 이제 저는 그 사람과는 영원히 만날 수 없게 되었습니다. 이제는 그 사람을 찾을 수 없게 되었지만 그 사람과 함께 하였던 기억만큼은 가지고 싶어요. 그래서 저에게 그 사람이 좋아하였던 꽃을 한 송이라도 전해 주셨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고 있습니다. 계속 가지고 있으며 언젠가는 누군가가 들어주기를 바라는 바입니다. 반드시 들어주세요."
  그 말을 듣고서 나는 곧바로 그에게 다시 한 번 물음을 건네었다.
  "그렇다면 혹시 그 꽃이 무슨 꽃인지에 대해서는 알고 계신가요?"
  이에 그는 곧바로 그 모습이 잘 기억나지는 않지만 보라색이었으며 무척 작은 꽃이었다는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 말을 들으면서 그 꽃이 무엇인지를 바로 알아낼 수 있었다. 제비꽃이라 불리우는 꽃이었다. 그 꽃이라면 금방 찾아낼 수 있는 바, 그래서 꽃을 가져온 다음에 곧바로 찾아가겠다는 말을 전하고서 근처에 있던 나뭇가지들 중 하나를 가져와 그 나무 곁의 땅에 꽂았다. 그 다음에 곧바로 제비꽃을 찾기 위해 우선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하였다.
  앞으로 나아간지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 숲길에 오른편에 위치하고 있는 돌 근처에 제비꽃이 피어난 모습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그 모습을 보자마자 나는 우선 그 곳에 피어있는 몇 송이의 제비꽃들 중에 한 가운데에 있는 것을 발견하고서 이를 뿌리가 잘려나가지 않도록 흙과 함께 손으로 조심스럽게 들어내려 하였다. 작은 식물이었기에 지면에서 들어내는 일은 그렇게 어렵지는 않았다. 제비꽃을 흙째 가져오고서 나는 곧바로 이전에 발견하였던 그 나무를 향해 다시 다가갔다. 도중에 표시 삼아 땅에 꽂은 나뭇가지가 사라지지는 않았을까에 대한 걱정도 들었지만 다행스럽게도 우려할만한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 후 나는 제비꽃을 바닥에 내려놓은 다음에 나뭇가지를 사용하여서 나무의 왼편 곁에 있는 지면의 흙을 파내었다. 그 후 자리에 앉고서 제비꽃을 그 자리에 심어놓았다. 제비꽃을 심는 일을 무사히 마친 나는 곧바로 나무를 바라보면서 밝은 목소리로 말하였다.
  "보라색 꽃을 당신의 곁에 심어놓았어요. 이로써 그 꽃은 비록 잠시뿐이겠지만 당신의 곁에 있을 거예요. 괜찮지요?"
  그 때 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자신이 원하는 바를 이루어주어서 고맙다는 내용의 목소리였다. 감격에 겨운 목소리, 그러면서도 무언가 슬픈 느낌도 주는 목소리였다. 그 목소리를 들으며 나는 그가 무언가 슬픈 일을 겪으며 자신의 곁에 있던 사람과 헤어진 다음에 나무로 다시 태어나지는 않았을까하는 생각을 해 보았다. 그와 함께 그가 본래는 어떠한 사람이었을까에 대한 의문을 품으며 그에 대한 물음을 건네려 하였다.
  "저어, 실례지만 한 가지 더 여쭈어볼게요. 당신은 본래 어떠한 분이셨지요?"
  하지만 목소리는 들려오지 않았다. 다시 한 번 같은 내용의 물음을 건네었지만 대답은 들리지 않았다. 그 모습을 보고 있던 나는 잠시 가만히 그 모습을 보고 있다가 우울한 느낌을 주는 목소리를 내며 혼자서 말하였다.
  "이제 목소리가 들려오지 않네. 나에게 더 많은 이야기를 해 주셨으면 좋았을 텐데."
  그 후 나는 나무의 곁을 떠난 다음에 계속 길을 나아갔다. 무언가 마음 속에 아쉬움이 남기는 했지만 그래도 누군가를 도와줄 수 있었기에 의미가 큰 시간이었다.


The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