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만큼 일찍 일어난 날은 없었을 것이다. 평소 때와 달리 이번에는 세상이 아침을 맞이할 즈음에 나는 잠에서 깨어났다. 그리고 일어나서 침대에 앉은 채로 침대 오른편에 보이는 창가에 시선을 기울였다. 동쪽 하늘 저편의 태양빛이 퍼져 각자 다른 색을 띠는 여럿의 빛 줄기로 변하고 있는 모습이 두 눈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그 모습을 잠시 보고 있다가 그 위로 펼쳐진 하늘 그리고 그 아래의 세상을 보기 시작하였다. 하늘 역시 어둠을 벗어나 아침에서의 밝은 모습을 보이고 있었으며 창가로 보이는 집 주변의 세상 역시 아침이 왔음을 알게 해 주게 하고 있었다. 이제 아침이다, 비교적 이른 시간이기는 하지만 어둠의 시간은 이제 지나간 것이다.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세수를 위한 작은 공간으로 나아가서 그 곳에 있는 작은 샘의 물로 얼굴과 머리카락을 씻었다. 어제 밤에 우물에서 길어온 물인데, 아직도 맑고 손끝으로 시원함의 느낌을 전해줄 정도의 차가움도 남아 있어서 개운하게 세면을 할 수 있었다.
  그렇게 세면을 마친 다음에 현관으로 나아가서 신발을 신은 다음에 밖으로 나아갔다. 밖에는 시원한 바람이 산들거렸고, 그로 인하여 집 근처에 서 있는 나뭇가지들이 가볍게 흔들리고 있었다. 그와 함께 마을 주변에서 자라고 있는 풀들도 바람에 의해 이리저리 흔들렸다. 그러는 동안 아직 남아있는 물기를 바람이 공기와 함께 나르려 하면서 차가운 기운이 나의 얼굴에 팔 곳곳에 전해지고 있었다. 그 때문인지 잠시 동안이나마 나는 시원함의 느낌을 크게 느낄 수 있었다.
  아직 이른 아침이라서 그런지 마을 바깥에 나와있는 이가 거의 없어 마을 바깥은 한산하였다. 곳곳을 돌아다녀 보았지만 바깥에 아이들이 나와있는 모습을 볼 수는 없었다. 그러한 거리를 잠시 돌아다니고 있다가 북쪽 바깥으로 나왔다. 그와 함께 초록색 풀이 바람에 흔들려 파도를 일으키는 가운데 먼 곳에서 뛰어놀고 있는 두 어린 아이들을 볼 수 있었다. 이들은 모두 어디론가를 향해 뛰어가고 있었으며 이들 중 앞에 있는 한 명은 팔을 어깨 높이로 올리면서 양 옆으로 향하고 있었고, 다른 한 명은 왼손에 둥근 손잡이가 달린 형태를 갖춘 작은 바구니를 들고 있었다.
  두 작은 아이들은 아침의 햇살 아래에서 무척 신이 나고 있는 듯, 활발하게 앞으로 뛰어가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며 밝게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서 혼자서 말하였다.
  "무척 즐거워 보여, 저 앞에 있는 아이들."
  그러다가 이들이 가는 방향을 따라가 보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 동안 작은 아이들은 먼 앞의 왼편을 향해 나아가다가 잠시 후에 발걸음을 멈추려 하고 있었다. 그리고 서로 마주보며 서 있다가 곧바로 풀밭에 천천히 누웠다. 왼편에 서 있으면서 뒷짐을 지고 있던 아이는 두 팔을 높이 들면서 누웠고 오른편에 있던 아이는 가슴에 오므리고 있는 두 손을 얹은 채 누웠다. 그리고 밝은 빛깔을 띠고 있는 하늘을 바라보고 있는 채, 가만히 있었다. 하늘을 바라보면서 서로 무언가 이야기를 하고 있는 듯해 보였지만 멀리서 지켜보고 있었던지라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에 관해서는 알 수 없었다.
  그리고 잠시 후, 나는 이들과 어느 정도 가까운 곳에 이르러서 이들의 모습을 자세히 볼 수 있게 되었다. 작은 아이들은 풀밭에 누워있는 채로 이야기를 주고받는 일을 계속 행하고 있었다. 날씨가 맑다는 이야기, 바람이 시원하다는 이야기, 오늘은 여름이라서 날씨가 더울 줄 알고 있었다는 이야기, 이들은 내가 주변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이야기였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이야기도 분명 존재하고 있었다. 오늘은 어디에서 빛의 정령이 전해준 전설의 풀을 구할 수 있을 것인가에 관한 이야기가 귓가로 들려왔다. 이에 다른 아이가 구하는 일 자체는 매우 힘들지도 모른다는 대답을 하다가 힘들더라도 찾아보자는 말을 그에 이어서 하였다.
  그 모습을 보며 나는 환하게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서 몇 마디 말을 혼자서 하였다.
  "어린 아이들이라서 그러한가, 전설의 풀에 관한 이야기를 믿으면서 찾으려 하고 있네. 그렇게 말을 한다 할지라도 사실 전설의 풀이 실제로 있는지에 관해서는 나도 확실하게 잘 몰라서 저 아이들이 어리석은 일을 한다고 단정지을 수는 없어."
  그리고 잠시 후 왼편에 누워있던 아이부터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가만히 있어서는 안 된다는 말을 전하고서 풀을 찾기 위해 어서 출발하자고 말하였다. 그러자 다른 아이 역시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먼저 일어난 아이를 따라 왼편으로 뛰어갔다. 그러더니 곧 이들은 나의 눈 앞에서 모습을 감추었다. 그 동안 나는 이들의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기만 하고 있다가 이들이 눈앞에서 모습을 감추자 그 동안 걸어왔던 길을 향해 돌아서서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하였다. 마을로 되돌아가기 위해서였다.
  마을로 돌아가고 있는 동안, 나는 마을의 어린 아이들이 언급한 '빛의 정령이 남긴 전설의 풀' 에 관해 우연히 들은 이야기를 떠올려 보았다. 전설의 풀, 그 풀에 관한 전설은 이미 내가 살고 있는 마을에서는 몇몇에 의해 전해지고 있었다. 남루한 소녀의 모습으로 들어온 빛의 정령이 자신에게 도움을 준 바람의 정령의 은혜에 감사하며 마을 한 곳에 심어놓은 풀로서 선한 이들에게 환하게 빛을 발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풀이라고 한다. 그 풀은 치유의 힘을 가지고 있어서 빛을 발하는 모습을 보고 있기만 하더라도 마음이 편안해지고 상처가 낫는다고 한다. 평소에는 여느 평범한 풀과 거의 비슷한 모습을 가지고 있다고 하지만 선하고 순수한 이들이 다가가면 빛이 나타나기에 그 모습을 구분지을 수 있다는 풀, 잘은 모르겠지만 분명 마을 근처의 어딘가에 분명히 있을 것이다. 그러하기에 아이들이 그에 관한 전설을 알고 찾으려 하는 것이다.
  세상 어딘가에 숨겨져있을 보물을 찾기 위해 나서는 일, 그 일은 때로는 어리석은 일이 된다. 실제로 보물이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기에. 하지만 그 일은 반드시 어리석은 일만은 되지 않는다. 보물에 관해 알려진 이야기 전부가 허황된 이야기는 결코 아니며 실제로 보물은 존재하고 있으며 넓은 세상의 알려지지 않은 어딘가에 숨겨져 있기 때문이다. 그를 알고 찾아내어 마침내 보물을 찾아내는데 성공한 이들이 있다면 그는 훌륭한 일을 해낸 사람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비록 그 일이 매우 어려운 일이라 할지라도. 물론, 그 일 때문에 자신이 가진 존재까지 잃어버려서는 곤란한 일이며 그러한 곤란한 일은 정말로 어리석은 일이 될 수도 있다.
  시간이 지나고 마침내 나는 다시 마을의 입구로 되돌아왔다. 마을은 여전히 고요하였으며 바깥에는 몇몇 아이들만이 돌아다니면서 공을 차는 놀이를 하고 있었다. 아직은 식사를 하기에도 이른 때이지만 그래도 일어나서 활발하게 하루를 시작하는 이들은 분명히 존재하고 있었다. 이전에 만났던 작은 아이들도 그러하고. 일찍 일어나서 그러한 이들의 모습을 본 만큼, 오늘 하루만큼은 활발하게 활동을 해야 하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그러면서 우선 집으로 돌아갔다. 식사를 위한 빵을 굽기 위해서였다. 오늘은 왠지 좋은 빵이 만들어질 듯한 예감이 든다. 그 뿐만이 아니다. 아침이 지나간 이후에도 활발하고 밝은 시간이 계속 이어질 듯한 느낌이 마음 속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The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