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동안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었다.
  숲을 거닐다가 뜻하지 않게 큰 비를 맞아야 했기 때문이었다. 비를 피할 수 있는 곳을 찾아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다가 마침내 어느 동굴 앞에 이르렀다. 그리고 동굴 안으로 들어선 뒤에 입구 근처에 있으면서 비가 온전히 그치게 되는 날을 기다리면서 며칠을 기다렸다. 그러는 동안 가끔씩 동굴 밖으로 나오기도 했지만 아직 구름이 하늘을 뒤덮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다시 돌아서야 했다. 집에 멀리 떨어진 이 곳에서 밖으로 나온 뒤, 길을 나서다가 언제 비를 맞을지도 모르는 일이었기 때문에.
  어두운 동굴 안에 있는 동안에는 어떠한 소리도 들려오지 않았다. 가끔 들려오는 박쥐들이 날아다니는 소리를 제외하고는. 그 소리를 들으면서 무서워 한 적도 있었다. 박쥐들 중에는 다른 살아있는 존재를 상처입히고 그가 생명의 기운을 빼앗으며 살아가는 이들도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 때마다 이는 공연한 불안에 불과할 따름이라는 생각을 하며 불안함의 감정을 지우려 하였다. 박쥐들 중 다수는 그렇지 않음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배가 고파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주변을 돌아다녀도 먹을 만한 것은 보이지 않았다. 밖으로 나가 근처의 숲을 돌아다니면서 먹을 것을 찾아보기도 했지만 허사에 불과하였다. 그래서 결국 나는 식사를 해야한다는 신호를 무시하면서 계속 견디기로 마음을 먹었다. 비가 온전히 그치게 되었을 때, 다시 밖으로 나가서 무언가라도 먹을 수 있도록 하자고 마음을 먹으면서. 그리고 지난 날 밤, 동굴의 벽에 기대고 있는 채 웅크리고 있을 무렵에 빛을 발하는 작은 무언가가 내가 있는 곳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 모습이 눈앞으로 들어왔다. 동굴의 어둠을 비추고 있는 그 모습을 자세히 보려 하였다. 하얀 빛 안에는 작은 요정이 공중에 떠 있는 모습이 있었다. 그 키는 나의 손가락보다 약간 긴 정도였고, 긴 머리카락을 묶어 내리고 있었으며 두 쌍의 투명한 잠자리 날개 모양의 날개를 가지고 있는 이였다. 그는 불안한 표정을 짓고 있는 채로 계속 앞으로 나아가려 하고 있었다.
  계속 그 모습으로 시선을 향하려 하였다. 그러다가 잠시 후, 나는 요정이 동굴의 벽에 앉아있는 나를 보자마자 나를 향해 돌아서려 하는 모습을 보이는 광경을 보게 되었다. 그리고 잠시 후에 그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저어, 실례지만........"
  "응?" 귓가로 어린 소녀의 목소리가 들려오게 되는 때를 맞이하자마자 눈을 크게 뜨고서 그에게 시선을 향하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계속 그의 모습을 지켜보려 하였다. 그 때, 그의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실례지만, 한 가지 부탁드려도 괜찮겠어요?"
  요정은 자신이 하던 말을 이으면서 물음을 건네었다. 무슨 부탁인지 궁금해진 나는 곧바로 온화한 느낌의 목소리를 내며 요정에게 부탁에 관해 물으려 하였다.
  "무슨 부탁이야? 그에 관해 간단하게나마 가르쳐 주었으면 좋겠다."
  이에 요정은 물음을 건넬 때와 같은 목소리로 자신의 부탁이 무엇인지를 밝히려 하였다. 자신은 우연히 동굴 깊은 곳으로 들어갔다가 길을 잃고 헤매면서 동굴 바깥으로 나아갈 수 있는 곳을 찾으려 하고 있음을 우선 밝히고서 지금 자신이 가고 있는 길이 동굴 바깥으로 나갈 수 있는 길인지를 알려달라는 물음을 건네었다. 이에 나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밝은 목소리로 그렇다는 답을 하였다. 그 다음에 함께 밖으로 나갈 것을 제안하는 말을 전하였다.
  "그래, 함께 가도록 하자."
  그 제안에 나는 좋다는 답을 전하였고, 이에 요정은 환하게 미소를 지으며 "고마워요!" 라는 답을 하였다. 그 이후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요정과 함께 동굴 밖으로 나갈 수 있는 길목을 향해 나아가려 하였다. 그리고 잠시 후에 다시 밖으로 나올 수 있었다.
  "맞아요! 동굴로 들어갔을 때 이 곳을 통해 들어갔었어요! 이제 날씨가 맑아져서 바로 집으로 갈 수 있게 되었어요!"
  동굴 바깥의 광경을 보면서 요정이 감탄을 하는 큰 목소리로 말하였다. 그 동안 나 역시 동굴 바깥의 광경을 바라보고 있었다. 날이 어두워지기는 했지만 비는 그쳤고 나무들 사이로 드러난 하늘에는 아직 구름들이 가득하였지만 그 사이로 푸른 빛깔을 띠고 있는 하늘의 본래 모습이 드러나고 있었다. 하늘의 모습을 올려다보고 있다가 다시 요정에게 시선을 향하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밝게 미소지으며 말하였다.
  "잘 되었다, 모두 각자의 보금자리로 돌아갈 수 있게 되었으니."


The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