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이 가득하여 하늘이 하얗게 보이는 오늘 아침, 산길을 거닐다가 갑자기 어느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오고 있음을 느끼기 시작하였다. 이를 두고 이상하게 여기고 주변을 돌아다니며 소리의 근원을 찾다가 마침내 내 키의 반 정도에 이를 듯한 길다란 풀들 사이에 앉아 있으면서 하늘을 바라보고 있는 누군가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키가 작아 보이는 그는 비록 얼굴에 수염이 자라나지는 않았지만 얼핏 보아도 할아버지일지도 모른다고 여기어질 만한 외모를 가지고 있는 이로서 소매가 없는 하얀 상의와 감청색 긴 바지를 입고 있었고 하얀 색의 목 뒤쪽까지 내려가지 않는 머리카락이 자라나 있는 머리 위에 갈색의 원뿔 모양처럼 생긴 천 모자를 쓰고 있었으며 발에는 갈색의 낡은 신발을 신고 있었다.
  그러한 그의 표정은 무언가를 갈망하고 있는 듯해 보였으며 머리는 계속 하늘을 향하고 있었다. 이러한 그의 모습은 그가 가지고 있는 소망이 하늘과 관련이 되어 있을지도 모른다는 추측을 하게 만들기에는 충분할 만한 모습이었다. 그 모습을 보며 무슨 소망을 가지고 있는지에 관해 알기라도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그의 곁에 앉으려 하였다.
  그 때 남자가 내가 곁으로 다가왔음을 감지한 듯, 고개를 돌려 나의 모습을 보기 시작하였다. 갑작스러운 행동이어서 조금은 놀랐지만 그래도 마음에 충격이 전해질 정도는 아니었다. 평온한 모습을 그에게 보이려 하면서 물음을 건네었다.
  "아저씨, 잠시만 저와 이야기 할 수 있어요?"
  이에 남자는 고개를 돌려 나의 모습을 보았다. 그리고 고개를 끄덕인 다음에 마침 자신이 가지고 있는 소원을 누군가에게라도 알려주고 싶었는데 잘 되었다는 말을 전하고서 그에 이어지는 말로써 그 소원이 무엇인지를 나에게 이야기 해 주었다.
  "나는 하늘로 올라가고 싶어."
  "예? 무슨 말씀이신가요?" 그 말을 듣고 나는 놀라면서 그에게 물었다. 이에 그는 자신이 오래 전에 일을 하는 도중, 가족들이 어떠한 이유로 인하여 모두 죽게 되었다는 소식을 접하고서 크게 슬퍼하였으며 지금도 이들을 그리워하는 채 살아가야 했다는 자신의 과거를 나에게 알려주고서 가족들이 하늘로 올라갔을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를 듣고서 가족들을 다시 만나기 위해 하늘로 오르고 싶어하기 시작하였음을 밝혔다.
  땅 위에서 살아가는 여느 생물들처럼 성계를 살아가는 인간은 어떠한 수단으로도 자기 자신의 힘으로는 하늘을 날 수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던 나는 하늘을 날고 싶다는 그에게는 도와줄 수 있다는 말 이외의 좋은 대답을 해 주기는 어려웠다. 하지만 소망을 가지고 있을 그에게 좋은 일을 해 주어야 하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일단은 그에게,
  "죄송하지만 성계의 인간은 혼자서는 하늘을 날 수 없어요. 땅 위에서 삶을 살아가는 생물들처럼 무언가의 도움 없이는 하늘 위에 있을 수가 없어요."
  라는 말을 전한 다음에 일어나고서 반대 방향으로 돌아선 다음에 날개를 펼친 모습을 보이며 말하였다.
  "그러나 저에게는 날개가 있어요. 그를 통해 하늘 높은 곳까지 올라갈 수 있지요. 그러한 제가 도와줄 수 있다면 아저씨께서 먼 하늘 위로 올라가실 수 있을 거예요."
  그리고서 다시 그의 바로 앞을 향해 돌아서고서 앉은 다음에 미소를 띠면서 그에게 시선을 향한 다음에 함께 하늘로 올라가지 않겠느냐는 제안을 하였다. 이에 그는 나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는 채 밝은 표정을 짓기 시작하였다. 하늘로 오를 수 있는 기회를 찾았기 때문인 것일까. 하지만 그는 잠시 하늘을 바라보고 있다가 곧바로 정색을 하고서 생각의 정리를 위한 시간이 잠시 필요하다면서 잠시만 기다려달라는 부탁의 말을 전하였다. 그리고서 결정을 내리면 그 때 부르겠다는 말 역시 전하였다. 이에 나는 "알겠어요." 라는 답을 하고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 다음에 그와 약간 멀리 떨어져 있는 곳에 위치한 갈대밭 근처에 서 있는 채로 그의 모습을 지켜보며 그가 결정을 내리기를 기다렸다.
  하지만 그는 시간이 지나도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듯, 가만히 앉아있기만 하고 있었다. 그러는 동안 그는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으며 가끔씩 무언가를 중얼거리기도 하였다. 그러자 나는 그러한 그의 모습을 유심히 살펴보기도 하면서 그가 결정을 내리는 모습을 보려 하였지만 끝내 그는 아무런 결정을 내리지 않은 채 가만히 앉아있기만 하고 있을 뿐, 아무런 결정을 내리려 하지 않았다. 이렇게 된 이상 나도 어찌할 방법이 없었다. 가고 싶었던 곳도 있어서 마침내 나는 그를 도와주는 일을 포기하겠다고 마음을 잡은 다음에 그를 향해 다가갔다. 그리고서 그의 바로 앞에 앉은 다음에 말하였다.
  "미안하지만 저에게 어떻게 해야한다는 말씀을 계속 주시지 않으신다면 저도 어찌할 수 없어요. 저에게도 가야할 곳이 있기도 해서 저는 곧 다른 곳으로 가려고 해요. 혹시라도 이 곳을 찾아오는 다른 누군가가 아저씨의 소원을 들어줄 수 있다면 좋겠어요. 그러면 이제 갈게요."
  그러자 그는 어쩔 수 없다는 말을 전하고서 길 조심하라는 인사말을 전하였다. 이에 나는 그 인사말에 대한 답을 하고서 다른 곳을 향해 떠나갔다.

  그리고 날이 저물고 집으로 돌아가고 있는 도중에 그 곳을 다시 찾았다. 내가 만났던 남자는 여전히 그 곳에 머무르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그 때와는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자그마한 목소리로 울고 있었다. 무슨 일인가 싶어서 잠시 그의 곁으로 다가가보았다. 그리고 잠시 후에 흐느끼는 소리와 함께 그가 혼자서 말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꿈 속에서 하늘의 모습을 보았어. 하지만 공중의 그 어디에도 그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어! 분명 하늘 위에 있을 것이라는 이야기를 들었었는데, 역시 그 이야기는 진실과는 너무나도 달랐던 것이었어! 기계 병사에게 고향이 처참하게 유린 당한 이후, 어떻게든 다시 보고 싶은 이들이었는데, 다시 보고 싶은 이들이었는데.......! 모두 어디에 있는 거야, 모두 어디에 있는 것이란 말이냐고."


The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