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그러하였던 것처럼, 이번에도 날씨가 무척 더워질 무렵에 마을 먼 곳으로 떠나갔다. 이번에는 지난 해에 나갔을 때보다 조금 더 멀리 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마음 속에
품으며 길을 나아가고 있을 때에 눈앞으로 한 작은 건물과 그 주변에 놓여진 사다리처럼 생긴 철길의 모습을 보게 되었다. 하얗게 칠해진 벽과 밝은 회색을 띠는 벽돌로 이루어진 세모난 지붕으로
이루어진 건물과 그 주변에 놓여진 철길의 모습을 보자마자 나는 그 곁으로 다가가기 위해 가볍게 뛰며 앞으로 나아갔다.
내가 가고자 하는 곳, 그 곳은 지난 해에도 들른 적이 있었는데, 할아버지 한 분만이 살고 계시는 모습을 본 적이 있다. 눈처럼 새하얀 머리카락이 인상적인 그 할아버지는 그 곳에서 혼자
살고 계시면서 그 곳에 관한 모든 일을 행하고 계시다가 내가 그 곳으로 들어왔을 때, 지금 내 앞에 있는 건물이 무슨 역할을 하는지를 가르쳐 주셨었다. 가끔씩 인간이 살고 있는 먼 곳에서부터
'기차' 가 들어오며 그 기차를 타면 아주 먼 곳까지 앉아있으면서 갈 수 있는데, 그 건물은 '역' 이라 칭해지며 그 기차가 잠시 머물면서 목적지에 온 이들이 기차에서 내리고 목적지를 향해
출발하려는 이들이 기차에 탈 수 있도록 하는 역할이 그 건물의 역할이라고. 그와 더불어 할아버지께서는 먼 옛날부터 있어왔으며 한 때에는 성계 곳곳에서 기차를 볼 수 있었지만 이제는 성계
내에 존재하는 기차는 단 하나 뿐이라는 사실도 알려주셨다.
그 사실을 접하면서 그에 대한 흥미를 느끼고 기차를 타고 싶다고 말했고 이에 할아버지께서는 특별히 돈을 받지 않고 표를 전해주어 기차를 탈 수 있게 해 주셨다. 그래서 산봉우리
사이를 흐르는 강줄기가 보이는 곳에 위치한 역에서 내려 시냇가에서 놀고는 했었는데.......
그러한 기억을 떠올리고 있는 동안, 어느새 나는 바로 근처에 이르게 되었다. 하얀 벽 한 가운데에 있는 아치형 통로가 있고 그 한 가운데에 나무에 하얀 칠을 한 듯한 문이 닫혀 있었으며
그 주변은 벽돌 모양과 같은 무늬가 돋을 새김되어 있는 모습, 이전에 보았던 바 그대로였다. 문 앞에 서서 그 모습을 잠시 보고 있다가 문의 왼편에 있는 손잡이를 돌려 문을 열고 그 안으로
들어가 보았다. 그리고 그 때 보았던 할아버지의 편안하게 웃는 모습을 다시 보려 하였다.
건물 내부는 천장부터 바닥까지 하얗게 칠해져 있는 모습은 그 때 보았던 모습과 크게 다르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 모습이 주는 느낌은 지난 해 보았던 이 곳이 전한 느낌과는 분명히
달랐다. 잘은 모르겠지만 이 곳에 무언가 큰 변화가 생긴 듯해 보였다. 한 동안 아무도 이 곳에 머무르고 있지 않은 듯한 느낌이랄까. 왼편의 표를 전해주는 창구의 모습을 보았는데, 실제로
할아버지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할아버지, 어디 계세요?"
그래도 할아버지께서 건물의 어딘가에 계시리라고 믿고 할아버지의 귓가에 들릴 수 있도록 큰 목소리로 할아버지를 불렀다. 하지만 대답은 들려오지 않았다. 듣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싶어 이번에는 더욱 큰 목소리를 내며 같은 말로써 할아버지를 불렀다. 하지만 대답은 어디에도 들려오지 않았다.
"이상하다, 할아버지께서 계시다면 분명 대답이 들려올 텐데.......?"
큰 목소리로 두 번 불러도 대답이 없자 이를 두고 이상하게 여긴 나는 건물 곳곳을 돌아다니며 할아버지를 찾으려 하였다. 우선 창구 왼편의 문을 열고 그 안으로 들어가 보았다. 하지만
창구 안 쪽에는 아무도 없었다. 창구 안은 오랫동안 비워져 있었는지 길다란 책상과 그 위에 놓여진 상자들 -돈을 넣어놓기 위한- 위에는 먼지들이 뽀얗게 싾여 있었다. 책상을 향해 다가가서
손바닥으로 가볍게 문질러 보았다. 손에 묻은 먼지로 손이 검게 보일 정도에 이르렀다. 평소에 자주 건물 곳곳의 청소를 하신다는 할아버지께서 계셨더라면 이렇게 먼지가 싾일리가 없는데.......
그 광경을 보다가 한 가지 생각을 떠올리며 혼자서 말하였다.
"할아버지께서 사정 때문에 이 곳을 떠나시게 되었나? 그러할 리가 없는데........"
그러할 리가 없었다. 지난 해에 할아버지께서는 나에게 자신은 세상을 떠날 때까지 계속 이 건물에 머무르면서 건물과 그 주변의 모든 것을 보살피리라고 말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면서
창구 바깥으로 나가서 문을 닫은 다음에 건너편에 위치한 문을 향해 나아갔다. 그리고 그 문의 쇠로 만들어진 둥근 손잡이를 돌리며 문을 열려 하였다. 하지만 문은 열리지 않았다. 본래 그 문의
안쪽은 창고로 쓰이고 있던 곳이었다고 하지만 실제로 물건이 들어간 적은 없었고 항상 열려 있었는데 이번에는 이상했다. 문이 굳게 잠겨 있었던 것이다.
"이상한 일, 이상한 일이야, 정말로........"
그 이후, 입구 바로 건너편에 위치한 기차를 타기 위한 곳을 향해 나아갔다. 그리고 평행선을 이루고 있으며 쇠로 만들어진 선 모양의 길 아래로 나무판자들이 놓여진 형태의 철로 주변에
이르렀다. 철로 주변에는 수많은 풀들이 각자의 초록색 잎을 자랑하고 있으면서 철로 주변을 초록색으로 물들이고 있었다. 그들 중 하나를 손으로 몇 번 어루만졌다. 그리고 미소를 띠며 혼자서
말하였다.
"이 곳의 풀은 변함 없이 자라났는데, 어째서........"
왠지 몰라도 슬픔의 감정이 마음 속 깊은 곳에서 솟아오르는 듯한 느낌이 들었고, 그 감정은 나의 가슴 한 곳을 아프게 만들었다. 그 때 지난 해 무렵에서처럼 하얀 색의 네모난 수레처럼
생겼으며 넓은 면에 유리로 만들어진 길다란 창이 있는 기차가 철로를 따라 오른편에서부터 다가오기 시작하였다. 그 모습을 보자마자 바로 철로 바깥으로 물러났다. 그리고 기차가 이 곳에 멈출
때까지 기다리려 하였다. 하지만 기차는 내가 서 있는 곳 일대에 바람을 일으키기만 할 뿐, 멈추는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그에 대한 생각을 할 시간이 없었다. 기차를 타고 싶었던 나는 가능한 한 빠르게 열차를 향해 뛰어가다가 마침내 열차를 뒤쫓아갈 수 없는 지경에 이르자 날개를 펴고 공중으로 날아오른
다음에 날개짓을 하며 열차를 따라가기 시작하였다.
The End
Afinea - Afi(은혜) + Nea(충만) -> 은혜가 충만한 자
Briellin - Briel(빛) + lin -> 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