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에서 한참 산길을 내려가다보면 골짜기의 모습을 볼 수 있다. 그 한 가운데로 강이 흐르고 있으며, 가장 깊은 곳이 여느 사람의 허리 높이에 이를 정도여서 물놀이를 하기에는 좋은 곳이다. 그래서인지 여름만 되면 내가 살고 있는 곳을 비롯한 근방에 위치한 마을들에서부터 몇몇 바람의 정령들이 내려와 물놀이를 하고, 겨울만 되면 물이 얼어붙은 곳에서 썰매를 타며 놀고는 한다. 그 곳에 대한 이야기를 지난 해에 들었던 나는 이번 해에는 반드시 가야 하겠다고 마음을 먹고 있다가 오늘 아침에 식사를 하자마자 바로 그 곳을 향해 나아가기 시작하였다.
  마을 바깥으로 나아간 다음에 날개를 펴고 그 골짜기를 향해 날아가려 하였다. 그 후,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자 골짜기 바로 위에 이르게 되었다. 골짜기 한 가운데에 있는 강물 바로 위를 향해 나아가면서 골짜기에 있는 여느 나무들 바로 위에 있을 수 있을 정도의 높이로 날아 내려간 다음에 개울의 모습을 내려다보려 하였다. 바닥에 있는 모래와 바위 때문인지 갈색을 띠고 있는 물이 곳곳이 굽이치고 있는 개울을 따라 흘러가고 있었고, 그 주변에는 초록색 풀들이 자라 있어서 그러한 개울과 대조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개울 한 가운데에는 몇몇 이들이 물놀이를 하고 있었다. 그들 중 물 속에 들어가는 일을 고려하였는지 짧은 치마를 입은 이들은 개울에 흐르고 있는 물을 손으로 퍼서 이를 자신의 건너편에 있는 이를 향해 뿌리고 있었고, 긴 치마를 입은 이 중 한 명은 자신의 치마를 걷어 무릎 바로 위의 높이까지 올린 다음에 천천히 물 위를 걷고 있었으며 다른 이들 중 몇은 옷을 입고 있는 채로 헤엄을 치고 있었고 어떤 이들은 물 속에 가만히 앉아 있으면서 다른 이들의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기도 했다. 물 밖에 있으면서 개울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다가 개울을 향해 돌을 던지는 이들도 있었다.
  그들 중 다수는 바람의 정령이었지만 바람의 정령과 다른 모습을 가진 이들도 있었다. 짙은 푸른색을 띠고 있는 긴 머리카락을 가진 머리의 양 옆에 물고기의 아가미가 원형인 듯한 청록빛 장식이 달려있는 이들은 하얀색의 소매가 없는 상의와 짧거나 길고 한 쪽이 허리 높이까지 트여있는 긴 치마를 입고 있는 채로 물 속에 머무르고 있으면서 헤엄을 치거나 앉아있는 채 서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물의 정령들이었다. 주로 해안가나 섬에 살고 있다고 알려진 이들인데, 무언가 연유로 인하여 이 곳을 찾아온 다음에 바람의 정령들과 함께 어울리게 된 듯 해 보인다.
  그들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다가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는 때가 되자 나는 천천히 골짜기를 향해 날아내리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잠시 후에 골짜기 바로 앞에 있는 큰 바위 위에 착지한 다음에 곧바로 그 바위 위에서 뛰어내려 바위 바로 앞에 있는 모래밭을 밟았다. 발에 약간의 충격이 전해져오기는 했지만 아주 심한 정도는 아니었다.
  바위에서 뛰어내린 후, 나는 곧바로 개울가를 향해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잠시 후에 개울가에서 물놀이를 하는 이들을 볼 수 있는 곳에 앉아 있으려 하였다. 그리고 웅크리고 있는 채 두 다리 중 발과 가까운 곳을 두 손으로 끌어안으려 하였다. 그 동안 하늘 위로 밝은 태양이 빛을 발하고 있었으며 그 태양이 전하는 열기로 인하여 날씨는 무척 더웠다. 잠시 하늘을 향해 고개를 들고 빛을 발하는 태양의 모습을 바라보려 하였다. 남쪽 하늘 위로 높이 떠오른 태양이 하얗게 달아오른 모습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그 태양에서부터 강한 기운을 가진 하얀 빛이 나의 두 눈을 비롯한 세상의 여러 존재를 비추었다. 그 빛의 강한 기운에 의해 두 눈이 부셨다. 계속 태양의 모습을 바라볼 수 없다고 여긴 나는 다시 고개를 내리고 개울가의 모습을 바라보기 시작하였다. 그러는 동안, 나의 두 눈 앞에서 태양의 잔상이 계속 아른거려왔다.
  무척 더운 날이었다. 그래서인지 물결치는 맑은 물의 모습을 보고 있는 동안 발이라도 물에 적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신발을 벗고 내가 앉아있는 곳 곁에 올려놓은 다음에 발을 물에 담갔다. 아주 차갑지는 않았지만 시원한 느낌이 발로 전해지는 듯한 느낌이 찾아왔다. 처음에는 발을 적시고 있는 채 가만히 있다가 나중에는 물 속에 발을 담그고 있는 채 다리를 들어 물을 바로 앞으로 흩뿌리기도 하였다. 그 때 물놀이를 하고 있던 이들 중 하나가 나의 모습을 보더니 큰 목소리로 나를 부르기 시작하였다.
  "저어기, 혹시 물놀이하기 위해 찾아왔어?"
  "응, 무슨 일이야?" 그 목소리를 듣자마자 나는 환하게 미소를 지으며 곧바로 그 물음에 대한 답을 하였다. 그러자 목소리의 주인은 밝은 목소리를 내며 다시 한 번 나에게 물었다. 자신과 함께 있지 않겠느냐고. 지금 개울에 있는 이들과 함께 어울리며 물놀이를 하는 일, 나쁘다고 여기어지지 않았다. 그래서 그 물음에 대해 바로 좋다는 대답을 한 이후에 목소리의 주인이,
  "그렇다면, 지금 바로 이 곳으로 와---!"
  라고 나를 부르자마자 개울물에서 다시 발을 내놓은 다음에 신발을 신고서 개울물을 향해 뛰어내리듯이 들어갔다. 물의 깊이는 내 무릎 위로 올라갈 정도에 이르렀지만 치마를 짧게 입고 있었기에 물 속으로 들어가더라도 옷은 거의 젖지 않았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조금만 시간이 지나면 모두 젖어버리겠지만 그에 대해서는 크게 신경쓰려 하지 않았다. 지금과 같이 더운 때라면 옷이 물에 젖어도 괜찮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다.
  물 속으로 들어온 이후, 나는 개울물에서 다른 바람의 정령들과 어울리며 시간을 보냈다. 다른 이들과 함께 물을 퍼서 뿌리기도 하고, 물 속에 앉아있다가 헤엄을 치기도 하였다. 그러다가 함께 물놀이를 하고 있던 물의 정령들과 마주치기도 하였다. 물의 정령들은 환하게 미소를 지으며 나의 모습을 보았고 뒤늦게 찾아온 나에게 무척 많은 관심을 보이기도 하였다. 그 물의 정령들이 나와 함께 즐겁게 물놀이를 했음은 물론이었다.
  그 물의 정령으로부터 그들이 무슨 이유로, 그리고 어떻게 그 곳을 찾았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지난 해, 자신들의 고향을 찾은 바람의 정령으로부터 그 곳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흥미를 느낀 이들이 근방에 있는 기차를 이용해서 골짜기 근처에 이른 다음에 곧바로 이 곳을 찾은 것. 그와 함께 항상 바다의 모습을 바라보며 살아가고 있다가 산 속에 있는 물을 접하면서 색다른 느낌을 가질 수 있었다는 이야기 역시 들을 수 있었다. 그 때 들은 말로서 다음과 같은 말이 있었다.
  "다음에 기회가 되면 또 찾아올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정말 다음에 다시 찾아올 수 있을는지.
  간만에 시원하게 보낸 하루를 맞이할 수 있었다. 비록 젖은 옷을 그대로 입은 채 돌아가야 했기에 하늘을 날아오르고 있는 동안에는 추웠지만 괜찮았다. 계곡에서 물놀이를 하며 시간을 보낸 일은 이번이 처음이었는지 그 때의 일은 기억 속에 계속 남아있었다. 무척 인상 깊은 순간이었다. 특히 계곡에 있으면서 해안으로 가지 않는 한, 쉽게 보기 힘든 물의 정령들도 볼 수 있어서 더욱 좋은 시간이었다고 여기어진다. 다음 해, 이 무렵에 반드시 찾아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The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