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함께 나무를 가지고 작은 상자 몇 개를 만드는 일을 했다. 준비된 나무 판자를 가지고 만드는 일 자체는 그렇게 어렵지는 않았지만 나무 판자를 구하는 일이 큰일이었다. 나무의 기둥 자체를 잘라내야 했기 때문이다.
  힘든 일이라 여기어지기는 했지만 어쩔 수 없다는 심정에 일단 이웃집에 사는 아이에게 도끼를 빌리고서 이를 들고 무작정 마을 바깥으로 나섰다. 그리고 우선, 산에 있는 어느 정도 굵기를 가진 나무들 중, 무언가를 만들기에 좋아 보이는 나무 한 그루를 찾아내기 위해 이곳저곳을 돌아다녔다. 그러다가 마침내 괜찮은 모습을 가진 나무를 발견하고 그 나무의 바로 앞을 향해 다가간 다음에 잠시 그 곳에 머물렀다.
  나무의 기둥을 베어낼 때에는 반드시 해야할 일이 있었다. 그 동안 이 곳에서 자라난 나무에 대해 미안하다는 마음을 가지는 일이었다. 그들 역시 생명을 가지고 있고, 날에 의해 몸이 잘려나가면 고통을 받게 되기 때문이다, 날에 베이면 고통을 당하는 다른 존재들처럼. 그래서 일단 잠시 앞에 서 있으면서 나무에게 미안한 일이지만 해야할 일이 있어서 나무의 몸을 사용해야 하니 이해해달라는 부탁의 말을 전한 다음에 도끼를 들고 있는 힘을 다해 이를 휘둘러 날이 기둥의 밑둥 부근을 치게 하였다. 둔탁한 느낌의 소리와 함께 날에 의해 생겨난 틈이 생겨나고 이는 도끼의 날이 나무를 칠 때마다 계속 벌어져 갔다. 하지만 나무의 기둥에 생겨난 틈이 크게 벌어지는 일이 곧바로 행해지지 않는 관계로 나무를 베어 쓰러뜨리는 일은 결코 쉽지 않았다.
  그 어려운 일을 행하다가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났을 무렵, 잠깐 쉬고서 계속 일을 행하자는 생각을 마음 속에 가지며 기둥에 걸터앉아 잠시 휴식을 취하기 시작하였다. 그 때 먼 앞으로 한 사람이 다가오기 시작하였다. 소매 없는 상의와 짧은 치마를 입고 있는 이. 가볍게 불어오는 바람에 흩날리는 푸른색의 긴 머리카락을 가지고 있는 이, 마을에 살고 있는 사리나(Sarina) 였다. 그는 내 앞으로 다가오더니 뒷짐을 지기 시작하고서 고개를 숙여 나를 바라보며 물었다.
  "지금까지 나무를 베는 일을 하고 있었니?"
  "응. 방금 전까지, 그리고 이제 쉬는 중이야."
  그러자 사리나는 환하게 미소를 지으며 나에게 앞으로 자신이 할 일이 무엇인지를 알려 주었다.
  "그렇다면 에스라가 나무를 베어낸 이후부터는 바빠지겠네. 마을에 있는 다른 이들을 불러서 같이 나무를 옮겨주는 일도 해야 하고, 함께 나무 판자를 만들어주는 일도 해야 하니. 이제 준비를 해야 하겠다. 조금만 기다리고 있어. 다른 이들을 불러올테니."
  "응, 알았어." 사리나가 전하는 말에 나는 곧바로 알겠다는 답을 하고서 다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다른 이들이 올 때까지 기운 내서 나무를 베어내도록 해야 하겠다고 마음을 먹은 다음에 도끼에 힘을 주고 나무의 밑둥 부근을 치기 시작하였다. 둔탁한 소리가 들려오는 일이 계속 반복되었고 그에 따라 나무에 생겨난 틈도 더욱 벌어져갔다. 그리고 한참 시간이 지난 후에, 마침내 그 틈은 나무의 중심을 지나가게 되었다. 그와 함께 나무가 중심을 잃고 기울어지다가 결국 갑자기 기운을 잃은 사람처럼 쓰러지면서 지면과 부딪치며 '쿵' 하는 소리를 냈다. 그 모습을 보며 도끼를 들고 있는 채 혼자서 말하였다.
  "이제 들고 가기만 하면 되겠다."
  그 때 뒤쪽에서 사리나가 나를 부르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에스라! 나무를 옮길 준비는 끝났어!"
  그 목소리를 듣자마자 뒤로 돌아서서 목소리가 들려온 곳을 바라보려 하였다. 사리나였다. 날개를 펼치고 있는 채 나를 향해 날아오고 있었다. 그와 더불어 10 여명의 다른 이들도 나무 옮기는 일을 도와주려 하는지 함께 와 있었다. 그 모습을 보자마자 나는 미소를 띠며 역시 나무를 베는 일은 이미 마쳤기에 옮기기만 하면 모든 일이 끝난다는 말을 전하였다. 그러자 사리나는 곧바로 다른 이들과 함께 내 주변으로 착지를 하고서 쓰러진 나무 기둥을 들기 시작하였다. 그 후, 사리나는 나에게,
  "에스라는 들지 않아도 괜찮아. 나무를 베기 위해 노력을 많이 했잖아."
  라는 말을 전하고서 다른 이들과 함께 나무를 들고 공중에 떠오른 후에 천천히 나무를 들고 있는 채 마을을 향해 날아가기 시작하였다. 그 무렵, 힘들어도 조금만 참고 날아가도록 하자는 사리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동안 나는 이들의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기만 하다가 이들이 어느 정도 멀리 떨어진 곳에 이르게 되자 날개를 펼치고 날아오르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잠시 후, 마을을 향해 날아가고서 잠시 후에 집으로 돌아왔다.
  집으로 돌아온 이후에 다시 밖으로 나와 나무가 놓여진 마을의 서쪽 구역에 이르렀다. 그리고 나무의 곁에서 베어진 나무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사리나의 모습을 보며 그에게 도와주어서 고맙다는 말을 전하였다. 이에 사리나는 밝으면서도 겸손하게 답을 한 다음에 내 손을 잡고서 자신의 집으로 같이 가자는 말을 하였다. 그렇게 나는 사리나에게 이끌려 그의 집으로 가게 되었다. 그리고 집에서 사리나가 마련한 사과잼과 토스트로 저녁 식사를 하고서 다시 집으로 돌아갔다.
  친구라는 존재가 있으면 정말 좋은 듯 하다. 이렇게 일을 도와주고, 함께 맛있는 음식도 먹게 해 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