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한 해도 넷 중 셋이 지나갔다. 이제 날씨가 어느 정도 선선해져야 할 때인데, 아직도 뜨거울 때에는 뜨거운 편이다. 조금 더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지려나.
  가을이 한참 진행되고 있는 지금, 마을에서는 근교에 심었던 사과를 따는 일을 해야하는 일을 맞게 되었다. 마을에 있는 사과나무의 숫자는 많지 않았지만 마을의 거리와 마을 근처의 곳곳에 자라나 있는 사과나무 모두를 돌아다녀야 하는지라 약간은 번거롭기도 한 일이었다. 또한, 일을 행하는 이들이 많지 않아서 바쁜 감도 없지 않았다. 올해는 나를 비롯한 몇 명이 사과를 따는 일을 맡게 되었다. 열매를 맺은 사과나무들 사이를 지나며 열매를 하나씩 가지에서 따내 바구니에 넣어놓기 시작하였다. 그렇게 따낸 사과는 먹고, 남은 씨는 보관하였다가 다음 해에 다시 날씨가 따뜻해지기 시작하면 이를 재배하는 것이다.
  나는 마을 안에 있는 사과 나무에 매달린 사과들부터 따겠음을 알린 후에 먼저 마을의 북쪽 주변에 위치한 사과 나무에 매달린 사과를 따기 시작하였다. 그 때 그 부근에 살고 있는 한 아이가 나에게 말을 건네왔다.
  "에리피(Erifie) 언니, 올해에 사과를 따는 일을 맡은 거야?"
  "으응. 본래 올해에 내가 해야하는 일이잖아."
  그 물음에 일단 아이를 향해 고개를 돌리고서 미소를 지은 다음에 대답을 하였다. 그리고 다시 사과를 향해 고개를 돌린 다음에 사과를 따는 일을 계속 행해 나아가기 시작하였다. 나무 사다리로 나무의 줄기 위로 올라간 지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났을 무렵이 되자 사다리를 놓은 방향에 있는 모든 사과들을 따서 바구니 안에 넣어놓게 되었다. 그 이후에 다시 사다리에서 내려가고서 다른 방향으로 가서 이전에 했던 일을 계속 반복해 나아갔다.
  그 과정이 모두 끝났을 무렵, 바구니 안에 들어간 사과의 숫자는 집에서 들고 온 바구니를 가득히 채울 수 있는 정도에 이르렀다. 사과로 가득찬 바구니의 양 끝을 잡고서 힘껏 들어올렸다. 생각 외로 그렇게 무겁지는 않았기 때문에 이를 나르면서 발걸음을 옮기는 동안, 아주 많은 힘을 들일 필요는 없었다. 사과 바구니를 들고서 향한 곳은 마을의 한 가운데. 사과를 놓아두기로 한 곳이었다. 이마 그 곳에는 다른 이들이 따서 가져온 사과 바구니들이 몇 개 놓여져 있었는데, 그 근처에 사과 바구니를 내려놓고서 곧바로 다른 곳을 향해 나아갔다.
  그 일의 반복과 반복이 이어지고서 마침내 태양이 서쪽 하늘의 약간 낮은 곳에 위치하게 되었을 무렵에 모든 사과나무의 사과들을 바구니에 옮길 수 있었다. 그러자 함께 일하였던 다른 이들 모두가 서로에게 수고하였다는 말을 전하고서 다음 일을 시작하였다. 그 동안 모아놓았던 사과들을 놓아두고 이들을 들고 다니며 마을 곳곳을 돌아다니기 시작하였다. 사과를 원하는 마을에 사는 이들에게 사과를 주기 위해서였다.
  그러다가 세니아(Scenia) 라는 아이의 집에 들어서게 되었다. 어린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집에서 혼자 지내고 있는 세니아가 나의 모습을 보더니 힘든 일을 하느라 고생 많이 한다는 말을 하고서 집 안으로 나를 비롯한 일행을 들여보내더니 빵과 우유를 주면서 잠시 쉬게 하였다. 그러면서 나에게 말하였다.
  "이제 조금만 있으면 사과 파이를 먹을 수 있겠네? 그렇지 않아?"
  "당연하지." 그 말을 듣자마자 내가 곧바로 밝은 목소리로 답하였다. 그리고 앞으로 당분간 사과를 재료로 한 음식들을 접할 기회가 몇 번 생기리라는 말을 그에게 전한 다음에 주어진 우유와 빵을 하나씩 먹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음식들을 모두 먹은 다음에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일을 계속 해야한다는 말을 전하고서 다시 집을 나선 후에 길을 떠나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밝게 미소짓는 세니아의 모습을 뒤로 하면서 계속 일을 행해 나갔다. 여기서 나는 사과들 중 절반을 마을에 살고 있는 이들에게 주고 남은 절반은 마을의 한 곳에 위치한 얼음 창고 안에 넣어놓았다. 그 일이 모두 끝날 무렵에는 이미 날은 어두워져 있었다. 그래서 일에 참여한 모든 이들은 간단한 작별 인사만 하고서 각자의 집으로 돌아갔다.
  돌아가면서 나는 처음에 들른 집에서 만난 세니아의 모습을 떠올렸다. 어린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어찌된 사연인지 혼자 지내고 있는 아이. 하지만 순진하고 밝은 마음씨를 그대로 드러내고 있는 아이. 앞으로 살아갈 날은 정말 여름의 나무에 나 있는 나뭇잎들보다 더 많을 텐데, 그 날들을 보내는 동안 좋은 일이 많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