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만에 비가 왔다. 어제부터 날씨가 흐리더니 끝내 하늘 위로 빗줄기가 내렸다.
  그렇다고 말해도 사실 나는 하늘을 바라보고 있다가 진작에 왔어야 할 비가 이제 왔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지금으로부터 며칠 전부터 계속된 구름이 하늘을 덮었다가 다시 사라진 일이 그 원인이었다.
  며칠 전부터 하늘을 구름이 덮으면서 곧 비가 내릴 듯한 분위기가 나타났다가 그 구름의 사이로 태양의 빛이 내리더니 더 시간이 지나 하루가 끝날 무렵이 되자 사라지고 아침에 다시 나타나는 과정이 반복되어 왔었다. 그 모습을 보며 비가 오겠다는 생각을 하였다가 그만두기를 몇 번. 그러면서 아침이 될 때마다 하늘 위에 모습을 드러내는 거대한 요새와도 같은 구름의 모습을 보며 답답하다는 감정을 가졌다. 비가 내리고 맑게 개인 아침 하늘의 모습을 볼 수 있기를 바라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언제 비가 오려나. 맑게 개인 하늘을 바라보며 나들이를 나가고 싶은데."
  그 감정을 드러내는 우울한 목소리로 그렇게 혼자서 말을 할 때도 있었다.
  맑게 개인 하늘의 모습을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날씨가 적당히 쌀쌀해졌다고 여기어지고 하늘도 푸른 모습을 보이는 때가 찾아오자 밖에 나가려고 마음을 먹고 그에 대한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구름이 하늘을 가리면서 밖에 나가는 일을 구름이 끼고 비가 내려 다시 하늘이 맑아질 때까지 연기하기로 마음을 먹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다가 계속 흐렸다가 맑아지는 일이 계속되고 11월이 다가오면서 가을이 끝나갈 무렵인 11월이 될 때까지 밖으로 나가지 못하는 것은 아닌가하는 걱정을 하면서 마음 속에 답답함이 생겨났고 그 때문에 우울한 말도 하게 된 것이다.
  그러다가 이제 비가 내리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비가 내리고 밝은 때에는 하얀 색이었다가 날이 어두워지면서 연보라색을 띠기 시작하는 구름에서부터 수많은 물방울의 무리가 내려와 대지를 적셔왔다. 그 중 일부는 초록빛 생기를 잃어가는 풀밭 위로 떨어져 자그마한 구슬의 무리를 만들어내리라, 그리고 또 다른 일부는 창가에 있는 물방울의 무리가 될 것이고, 또다른 일부는 어느 거미가 만들어낸 끈끈한 실에 붙어 떨어지지 않는 채 실에 꿰인 구슬처럼 매달려 있겠지.
  하지만 지금의 나에게는 그 모습을 보는 일이 중요하지 않다. 이렇게 내린 비가 그치고 다시 하늘이 개어 맑은 아침 하늘을 볼 수 있을지에 관심이 기울어져 있다. 만약 내가 바라는대로 일이 이루어질 수 있다면 날이 밝자마자 바로 재차 준비를 하고서 밖으로 나가려 할 텐데. 그래도 한 가지 다행스러운 사실이 하나 있다면 지금의 나 자신은 아침에 하늘이 맑게 개리라는 예측을 하고 있으며 아침이 하늘이 맑아질 것에 대한 기대감으로 가득차 있다는 것이다. 왜 그러한지는 몰라도 정말 그렇게 될 듯 싶다. 그래서일까 내일의 하루는 어떠할지에 대해서도 크게 걱정을 하고 있지 않는 채 나는 지금 밝은 표정을 지으며 연보라색을 띠는 구름으로 덮인 밤하늘을 바라보고 있다.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던 참에 비 내리는 소리가 들려오지 않게 되었다. 이제 비가 그쳤을까나? 그러한 생각을 하면서 질긴 실로 만들어진 그물이 달려있는 창문을 열고 손을 창 밖으로 내밀어보았다. 창 밖으로 내민 손으로는 하늘 위를 떠돌던 바람이 잠시 머물다가 지나갈 뿐, 물방울은 떨어지지 않았다. 다행이다! 정말로 비가 그쳤다. 이제 아침이 될 때까지 구름이 걷힐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하는대로 일이 이루어질 듯해 보인다. 정말 앞으로 일이 어떻게 진행될지는 더 지켜보아야 할 듯 싶지만.......
  이제 비도 그친 만큼, 잠시나마 밖으로 나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마침 그 동안 비가 내린다고 목욕도 하지 못했는데 목욕을 하기 위해 샘가로 나갈 겸, 나가도록 해야지. 그러면서 밖에 나가있는 동안 어디로 가면 좋을지에 대한 구상도 해 보아야 하겠다.
  그렇게 마음 속으로 말하는 지금, 창가에서부터 하늘을 떠돌던 바람이 나의 곁으로 다가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