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비도 그치면서 날씨가 제법 선선해진 것 같다. 그 대신 대기가 차가워지면서 추위도 조금씩 세상을 찾아오고 있었다. 창고 안에 싾아두었던 나뭇가지들이 작년에 이르러서 모두
없어진 관계로 나뭇가지를 자르는 일을 해야 했다. 그를 위해 나뭇가지를 자르기 위한 도끼를 들고 밖으로 나갔다. 날이 크지는 않은 편이었지만 도끼날이라는 것은 본래 튼튼하기 때문에 굵은
나뭇가지를 자를 때에는 그 도끼를 사용해도 괜찮다고 여기어졌다. 그렇게 밖으로 나간 후,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났을 무렵이 되자 나는 숲의 바로 앞에 이르렀다. 그리고 나뭇가지를 자르기 전에
해야하는 일인 '나무에 대한 사죄' 를 행한 다음에 숲으로 들어가서 해야할 일을 시작하였다.
나무 위쪽을 향해 뛰어올라 도끼를 들고 있지 않은 손으로 나뭇가지를 잡은 다음에 곧바로 팔을 돌려 다리가 위를 향하도록 몸을 움직인 다음에 손을 놓았다. 그리고 공중에서 한 바퀴
돌고서 매달렸던 나뭇가지에 앉았다. 나뭇가지는 큰 힘을 받았지만 그 힘을 감내할 수 있을 정도의 굵기를 가지고 있어서인지 아무렇지 않은 모습을 보였다.
그렇게 나뭇가지 위에 앉은 다음에는 앉아있는 채로 주변의 나뭇가지들을 자르는 일을 행하기 시작하였다. 자를 수 있는 나뭇가지들의 숫자는 몇 있었지만 나는 그 중 내가 앉은 나뭇가지
이상으로 굵은 나뭇가지 하나만 잘랐다. 굵기가 상당하다보니 한 번의 도끼질로는 부러지지 않았다. 처음에는 단지 흠만 날 뿐이었다. 하지만 연달아 가해지는 힘 앞에서 결국 나뭇가지는 자신이
태어난 곳에서부터 떨어져 그 바로 아래의 땅에 닿았다. 그 때 빠른 속도로 나뭇잎이 지면에 닿는 소리가 들려왔다.
나뭇가지가 잘려나간 모습을 보자마자 나뭇가지에서 내려와서 다른 나뭇가지 바로 아래로 다가간 다음에 이전과 같은 방식으로 나뭇가지 위에 올라 앉았다. 그 근처에 있는 나뭇가지들
중에도 굵은 나뭇가지가 있었기에 다음 번째에도 굵은 나뭇가지 하나만 잘라가기로 마음을 먹고서 그것을 도끼로 자르기 시작하였다. 전에 굵은 나뭇가지를 자를 때도 그러하였지만 그 때도 많은
도끼질을 해야 나뭇가지를 잘라낼 수 있었다.
그 이후에는 굵은 가지를 잘라내는 일을 그만하고 몇 개의 가느다란 나뭇가지를 잘라낸 다음에 그 나무에서 가지를 잘라내는 일을 마쳤다. 그 후 나뭇가지들을 나무 곁에 싾아 놓은 후에
다른 나무로 나아가서 도끼로 가지 자르는 일을 행하였다. 그 나무에는 굵은 나뭇가지가 몇 되지 않았기에 주로 막대기로 쓸만한 굵기의 나뭇가지만 잘랐으며 잘라낸 숫자는 열 정도 되었다.
그리고 다른 곳에 위치한 나무로 나아가서 굵은 가지 하나와 여러 다른 굵기의 나뭇가지 열 개를 잘라서 나무 곁에 놓고서 일을 마쳤다.
일을 마치고 각 나무에 놓아두었던 나뭇가지들을 처음 가지를 잘랐던 나무의 근처에 모아서 잠시 그 모습을 보았다. 굵은 가지 세 개, 보통 정도의 굵기를 가진 가지 열 다섯 개, 그리고
가는 가지 다섯 개. 이들의 길이와 아주 추울 때 조금씩 사용한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3 년 정도는 땔감으로 쓸 만한 양이었다. 그 모습을 보고 좋아하는 일도 잠시, 이제부터 진정한 큰 일을 행할
준비를 해야 했다. 잘라낸 나뭇가지들을 들고 창고 안으로 들여보내는 일이 바로 그 일이었다.
굵은 나뭇가지 하나를 들고가는 일부터 해야 했는데 굵은 나뭇가지는 그 크기도 상당히 커서 정말 무거웠다. 그 무게를 두 손으로 감당하느라 날아가는 힘을 잘 내지 못해 낮게 날아갈
지경에 이르렀으니. 하지만 끝내 나는 이를 들고 창고로 나아가 그 안에 나뭇가지를 집어넣을 수 있었다. 하지만 워낙 힘든 일인 관계로 잠시 쉬고서 나뭇가지들이 싾인 곳을 향해 나아가야 했다.
그러한 일을 세 번 반복하고서 태양이 서쪽 하늘에 이르기 시작할 즈음에 굵은 나뭇가지를 드는 일을 마쳤다. 그 이후부터는 무거운 것 하나를 들고가는데에 대한 어려움을 느끼지 않아도 되었지만
몇 차례 왔다갔다를 해야했기에 조금 번거롭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으로 가는 나뭇가지 다섯 개를 모두 들고서 창고 안으로 들여보낸 다음에 모든 일을 마쳤다. 태양이 서쪽 하늘과 서쪽 지면 사이의 중간 지점에 위치하고 있을 때였다. 일을 마칠
즈음에 땀으로 옷이 어느 정도 젖어 있었기에 나는 곧바로 옷을 갈아입은 후, 입었던 옷을 들고 마을 근처의 계곡으로 나아가서 물에 씻어 낸 다음에 근처의 샘가로 나아가 잠시 목욕을 하고서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특별한 일 없는 일상이 이어진 하루였다. 힘든 일이 있었던 관계로 일을 하는 동안에는 다른 무언가에 신경을 쓸 수 없었고 일이 끝난 다음에는 휴식을 취하였고 그러는 동안 유별난 일은
없었기에. 일을 하고 있는 동안 잠시 숲에 머무르고 있는 다람쥐나 숲 곳곳을 뛰어다니는 토끼의 모습을 볼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였으면 좋았으려나.
하지만 괜찮다. 오늘은 유별난 일, 재미난 일을 겪지 않았지만 언젠가는 반드시 해야할 일을 하면서 앞날을 대비한다는 의미있는 일을 하였기에. 이 일을 하지 않는다면 나는 추울 때, 정말
추위를 심하게 느끼게 되는 때에 집에 머무르고 있으면서도 밖에 머무르고 있는 듯이 그 추위를 감내하면서 지내야 한다. 그 일은 솔직한 심정으로, 어려운 일이다. 물이 얼어붙을 정도의 추위는
상상 이상의 고통을 안겨주기 때문이다. 그러한 일이 없도록 나는 오늘 이렇게 대비를 위한 일을 했고 내일 또 대비를 위한 일을 할 것이다. 그를 통해 멀지 않은 때에 다가올 날씨가 추워지는
시기에 편안히 나날을 보낼 수 있을 것이다.
땔감이 없어지는 해마다 반복되는 일을 했다고 하지만, 오늘은 정말로 의미있는 하루였다.
Semia - 글을 가르치는 사람
Cama - 냉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