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을 대비하는 작업을 마쳐놓고 마침 시간적으로 여유가 많았는데 마침 친구인 파리아(Faria) 로부터 편지를 통해 제의가 들어왔다. 함께 일을 하자는 것. 그 제의가 담긴 편지글을
보자마자 나는 곧바로 편지지를 들고 파리아의 집으로 찾아갔다. 그리고 집 앞에 이르고서 문을 두드렸다. 그러자 파리아가 문을 열고 바깥으로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더니 눈을 크게 뜨면서 나에게
무슨 일이 있느냐고 물었다. 이에 나는 곧바로 편지지를 보여주면서 그로부터 제안이 들어왔었다는 말을 전하였다.
"아, 그 때, 너에게 그 제안을 했었지. 해 놓고 잊어버리고 있었네."
그리고서 곧바로 집 안으로 들어가면서 나에게 따라 들어오라고 말하였다. 이에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응." 이라고 답한 다음에 집 안으로 들어간 다음에 그가 열어놓은 현관 문을 닫고
거실로 발걸음을 옮기었다.
그 무렵, 파리아는 창고로 추정되는 곳에서부터 나무 판자로 만들어진 커다란 과일 상자 하나를 두 손으로 들고 나를 향해 천천히 다가오고 있었다. 그 안에는 사과가 가득히 들어있었으며
그 때문인지 무게는 상당해 보였다. 그 상자를 들고 나를 향해 다가오던 그는 잠시 후에 거실 바닥에 상자를 내려놓은 후에 그 상자의 곁에 서 있으면서 말하였다.
"앞으로 네가 할 일이 이 상자와 관련이 있어."
"그래?" 파리아가 하는 말을 듣자마자 나는 오른손을 입가 근처로 올리고 왼손을 허리 위에 놓은 다음에 되묻는 말을 하였다. 그러자 파리아는 환하게 미소를 짓는 표정을 지으며 밝은
느낌을 주는 목소리로 그 물음에 대한 답과 함께 자신이 해야할 일이 무엇인지를 알려 주었다.
"그럼! 지금까지 싾아놓은 사과의 양이 상당히 많은데 이를 생과일인 채로 저장해놓기가 곤란해서, 이를 다른 형태로 변형시켜서 저장하려고 해. 그를 위한 재료는 충분히 준비해 놓기는
했는데 혼자서 하려면 많이 힘들 듯 싶어서, 너에게 도움을 청했어. 다른 이에게 도움을 청할 수도 있지만 이전에 네가 해야할 일을 모두 마쳤다고 하기에 가장 시간적인 여유가 많을 듯 싶어서
그랬어. 이전까지 계속 일하다가 이제 일을 마치고 쉬거나 놀고 싶은 마음에 귀찮을 수 있겠지만 그래도 하루만큼은 도와줄 수 있겠지?"
자신이 할 일이 무엇인지를 알린 그는 나에게 물음을 건네는 것으로써 하고자 하는 말을 마쳤다.
"하루 정도는 뭐, 문제 없어."
그 물음에 대해 나는 문제 없다는 뜻을 전하는 답을 하였다. 하루 정도 누군가의 일을 도와주는 정도는 충분히 할 수 있는데다가 과일을 다루는 일은 나에게 있어서 무척 흥미롭다고 말할
수 있는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대답을 하자마자 파리아의 바로 시작하자는 말을 들을 수 있었다. 이에 나는 알겠다고 답을 한 다음에 과일 상자를 두 손으로 들려 하였다. 그 모습을 보고서
당황한 파리아가 나에게 자신이 들겠다고 말하였지만 그 때 나는 괜찮다고 답을 하면서 주방 근처에 위치한 나무로 만들어진 식탁을 향해 다가갔다. 그러는 동안 들고 있던 나무 상자는 사과
하나하나의 무게가 합쳐져서 그러한지 상당히 무거웠다. 그러한 탓에 나무 상자를 들기 위해서는 많은 힘을 들이지 않으면 안 되었다.
나무 상자를 탁자 근처에 내려놓은 나는 근처에 있는 나무 의자를 식탁 바깥으로 끌어낸 다음에 그 위에 앉았다. 그 때 파리아가 나와 비슷한 방식으로 의자에 앉고서 환하게 미소를 띠며
고맙다는 말을 하였고 이에 나는 "천만에." 라고 답을 하였다. 그 후, 그는 나무 상자에서 사과를 두 개씩 꺼내기 시작하였다. 그러한 방식으로 그가 꺼낸 모든 사과의 개수는 열 개. 그렇게 사과를
꺼내고서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주방의 수납장 중 위에 있는 것을 열고서 그 안에서 작은 과일칼과 접시 하나를 꺼내었다. 그리고 이들을 식탁에 올려놓고서 나에게 해야할 일이 무엇인지를
알렸다.
"너는 여기서 당분간 과일을 깎고 접시에 올려놓고 있다가 한 개분의 과일을 깎는 일을 온전히 마치면 곧바로 그 접시를 나에게 전해주는 일을 해 줘, 그 동안 나는 과일을 변형시킬 준비를
하고 있을 테니."
"좋아."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밝은 목소리로 답을 한 다음에 칼을 들고 우선 껍질부터 깎아내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과일의 속살이 온전히 드러나게 되자 이를 여러 등분하여 그 조각을
접시에 올리는 일을 행하였다. 그러다가 마침내 여덟 조각을 만들어내자 이를 파리아에게 건네 주었다. 그러는 동안 파리아는 식탁에 도마를 놓고 그 위에 도자기로 만들어진 커다란 사발과 사발과
비슷하게 도자기로 만들어져 있는 커다란 막자를 놓고 있으면서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 곁에는 커다란 꿀 항아리가 있어서 그가 하는 일이 어떠한지를 알리는 역할을 행하고 있었다. 잠시 후
파리아는 내가 깎아놓은 사과를 건네받자 미소를 띠며 "고마워." 라는 말을 전하였다. 그리고서 접시에 올려진 사과를 사발 안에 넣어놓고서 일에 착수하였다. 그러자 나는 잠시 그 모습을 보고
있다가 비워진 접시를 들고 다시 앉아있던 곳으로 돌아갔다.
사과를 깎는 일에 마음을 두고 있어서 파리아가 하는 일이 어떠한지를 직접 볼 수는 없었지만 어떠한 일을 하는지 정도는 알고 있었다. 사과를 사발에 넣고 막자로 갈아낸 다음에 그 안에
꿀을 넣고서 이를 다시 냄비 안에 넣어놓고 끓이는 일을 행하고 있을 것이다. 간단해 보이기는 하지만 사실 조금은 신경써야 하는 일이다. 너무 오래 끓이면 곤란하니까.
한참 동안 사과를 깎는 일을 행하다가 마지막 열 개째의 사과를 깎는 일을 마쳐 그 결과물을 파리아에게 건네주자 그는 상자 안에 사과를 꺼내지 말고 잠시 기다리고 있어달라는 부탁의
말을 건네었다. 그리고 잠시 후에 해야할 일을 마쳤는지 파리아가 나를 향해 돌아서더니 말하였다.
"이제 교대하자. 내가 사과를 깎을 테니 그 동안 엘라이아는 잼을 만드는 일을 해야 돼."
"알았어." 그 말을 듣자마자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난 다음에 파리아가 머무르고 있던 주방 앞으로 나아갔다. 그리고 잠시 파리아가 놓아둔 기구들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사발 안에는 막자가
들어있었으며 그 주변으로 사과를 갈은 흔적이 조금 나타나고 있었고 사발 뒤쪽에는 몇 개의 유리병들이 놓여져 있었다. 그 유리병들 중 몇 개는 노란 사과잼으로 채워져 있어서 내가 사과를 깎고
있는 동안 파리아가 만들어낸 사과잼의 양이 어느 정도인지를 파악할 수 있게 해 주었다. 사발 오른편에는 양편에 손잡이가 달린 냄비가 화로 위에 놓여진 모습을 보이고 있었고 그 곁에는 자루
부분이 나무인 국자가 놓여져 있었다. 잼을 만드는 최종 과정에서 이를 이용하는 듯해 보였다.
그 모습을 계속 보고 있을 무렵에 파리아가 나에게 다가오더니 껍질을 벗기고 여덟 조각으로 나눈 사과들을 건네주었다. 그러자 나는 접시를 받고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서 접시에 있는
사과 조각을 사발 안으로 옮겼고 그와 함께 파리아는 비워진 접시를 들고 다시 자신이 앉아있던 곳으로 돌아갔다.
그 후 나는 사발 안에 들어있는 막자를 들고 파리아가 깎아놓은 사과를 갈아내는 일을 하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사과가 충분히 갈아진 모습을 보이게 되자 막자를 사발 안에 넣어놓고 꿀
항아리를 들어 이를 사발을 향해 기울였다. 상당량의 꿀이 사과를 덮었다. 그 때 파리아가 자신이 깎은 사과를 올려놓은 접시를 건네었고 그 모습을 보자마자 나는 곧바로 이들을 사발 안으로
옮겼다. 그러면서 다시 막자를 들어 이들을 갈아내는 일을 행하였다.
그러다가 충분한 양의 사과가 모였을 무렵이 되자 사발 안에 들어있는 것 모두를 화로 위에 놓여진 냄비 안에 넣어놓았다. 그 때 파리아가 여덟 조각으로 분리된 사과를 건네었고 나는 이를
비워진 사발 안에 바로 넣어 놓았다. 그리고 냄비 안에 들어있는 꿀이 섞인 사과가 끓어오르는 모습을 지켜보며 국자로 내용물을 저었다. 그러다가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자 냄비를 손잡이로 들고
이를 도마 위에 올리고서 국자로 걸쭉해진 사과를 빈 병 안에 넣어놓았다. 냄비가 비워질 무렵이 되어서야 한 병이 온전히 채워질 수 있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세 병 분량의 잼을 만들자 다시 교대가 이루어져 내가 사과를 깎는 일을, 그리고 파리아가 잼을 만드는 일을 하게 되었다. 그러다가 마침내 유리병 여덟 개를 채울
분량의 잼이 만들어지자 모든 일이 끝났다.
그 후, 잼을 만들기 위한 도구를 씻고 이를 정리하는 일을 행하면서 파리아는 진심어린 목소리로 나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해주었다. 그리고 열심히 일을 한 만큼, 보람이 있었다는 말을
건네는 나에게 환하게 미소를 짓는 모습을 보이며 기회가 되면 잼 한 병을 들고 찾아오겠다는 말을 건네었다.
잼을 직접 만드는 일은 이번이 처음이었지만 그래도 나름대로 좋은 모습으로 만들어져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만든 잼은 유리병 세 개. 그들 중 다수는 파리아에 의해 마을에
살고 있는 다른 이들에게 전해질 것이다. 그에 대해 기대가 되기도 하고 걱정이 되기도 한다. 마을에 살고 있는 이들이 내가 만든 잼을 맛보면서 무슨 생각을 할는지. 어서 시간이 지나서 그 결과를
알 수 있는 기회를 마련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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