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은 성계에서 가장 위대한 명절 중 하나로 알려진 '성인 탄신 축일' 이다. 숭고한 뜻을 전하기 위해 세상에 태어난 성인을 기리며 평안하고 고요한 하루를 보내야 한다기에 본래는 내
집에서 오늘부터 내일에 이르기까지 다른 일 없이 집에서 편안히 쉬려 하였는데, 갑자기 편지로 연락이 왔다. 예상 외로 이웃집이 아닌 먼 산 아래에서 온 연락글로서 봉투의 앞면에는 정중한
말씨로 부탁을 청하는 글이 적혀 있었다.
'이 편지를 받으시는 분께 : 행사를 위한 피아노포르테(Pianoforte) 등의 악기 연주를 행할 수 있는 이들이 마을에 살고 있는 이들 중에 있다고 하기에 도움을 요청하기 위해 이렇게
편지를 보냅니다. 부디 잘 읽어 보시고, 가능하시다면 도움을 주시도록 해 주세요. 만약 도움을 원하시지 않으신다면 부디 찢지 마시고, 다른 이웃분께 편지를 전해주세요, 진심으로 부탁합니다.
-산슈카마트(Sanschukamad) 교회에서-'
"산슈카마트 교회.......?"
나는 이러한 짧은 글이 적혀 있는 종이를 보면서 잠시 고민에 잠겼다. 도와주기 위해 떠나면 휴식의 날을 맞이할 수 없고, 그렇다고 해서 가지 않으면 미안할 듯 싶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쉽게 결정을 내리기는 어려웠던 탓에 마을에 사는 친구인 아릴렌(Arilen) 에게 도움을 요청하기로 마음을 먹고, 그의 집을 찾아갔다.
내가 문을 열고 들어섰을 무렵, 아릴렌은 거실에 위치한 탁자에 앉아 있으면서 탁자 위에 올려진 종이와 가위로 무언가를 만들고 있었다. 그러다가 내가 자신의 곁으로 다가왔을 때가 되자
나를 향해 고개를 돌리고서 물음을 건네었다.
"아, 에르얀이로구나, 무슨 일이니?"
이에 나는 곧바로 그의 곁에 앉은 다음에 내가 받은 편지글을 그에게 보여주었다. 이에 아릴렌은 그 편지글을 읽어보고서 감탄하는 듯한 환한 표정을 지으려 하였다. 그리고 환한 목소리로
내가 부탁받은 일에 대한 좋은 생각부터 말로 전하기 시작하였다.
"좋은 일이야, 신을 위하는 삶을 살아간 성인을 기리는 날이 다가오는 만큼, 신을 위해 봉사하는 곳에서 분명 매우 의미가 큰 일을 행하려 하고 있을 거야. 무엇인지는 밝히지 않았지만
악기 연주라면 나서도 괜찮을 거야. 에르얀, 너는 '피아노포르테(Pianoforte)' 라는 악기의 연주 정도는 어느 정도 할 수 있잖아. 네가 도움을 주기 위해 나서 봐."
그렇게 말하고서 아릴렌은 나에게 미소를 짓는 모습을 보였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나는 그의 제안에 따라 행동하겠다는 뜻을 밝히고서 산슈카마트라는 곳은 어디에 있는가에 관한 물음을
건네었다. 이에 아릴렌은 산의 남쪽에 위치한 평지에 있는 마을로서 큰 교회가 있기에 금방 찾을 수 있으리라는 말을 전하였다. 그 말을 듣고서 아릴렌에게 고맙다는 말을 한 다음에 곧바로 그의
집을 나섰다. 그리고서 다시 집으로 돌아간 다음에 떠날 준비를 하기 시작하였다.
"그래, 가 보는 거야. 크게 어려울 일은 아니잖아."
집을 나서면서 그렇게 혼잣말을 하였다. 그리고 날개를 편 다음에 그대로 하늘 높은 곳으로 오른 다음에 산슈카마트라는 곳을 찾기 위해 나아가기 시작하였다. 산이 위치한 곳 남쪽의
하늘을 날아가다가 곧 강가에 위치한 마을 중 큰 성당이 한 가운데에 위치한 마을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마을의 서쪽 입구를 향해 날개짓을 하며 내려간 후에 서쪽 입구를 통해 마을의
입구로 들어섰다.
마을로 들어서자마자 곧바로 성당의 한 가운데에 위치한 예배당을 향해 나아갔다. 그리고 예배당에서 울려퍼지는 노래 소리를 들으며 문을 열고 그 안으로 들어섰다. 그 동안 예배당의
안에서는 한 수녀가 지휘봉을 들고 지휘를 하는 동안 십여명의 소녀들이 손에 악보인 듯한 종이를 들고 노래를 하고 있었다. 각자 다른 모습을 가지고 있으되, 옷차림만큼은 소매가 길고 넓으며
치마 부분은 다리까지 내려갈 정도의 길이를 갖추고 있으며 새하얀 색을 띠고 있는 원피스를 입고 목에는 십자가가 한 가운데에 매달린 목걸이를 걸치고 있다는 점은 같은 소녀들은 아름다운
목소리를 내며 노래를 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내가 들어온지 얼마 지나지 않았을 무렵에 수녀가 지시를 내리면서 이들은 노래를 멈추었다. 그렇게 그들이 노래를 멈추자마자 지휘자 역할을 하였던 수녀가 나를 향해 다가와서
무슨 일로 성당을 찾았는지를 물었다. 이에 나는 '클라라(Clara)' 라고 자신의 이름을 소개한 수녀에게 교회의 일을 도와주러 왔다는 말을 전하자 나는 곧바로 클라라의 반가운 목소라로 나를
맞이하는 말을 전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는 오르간 연주를 행할 수 있는 이가 필요하였지만 오르간 연주를 담당하던 이가 병에 걸려 오르간 연주를 할 수 있는 이가 있다고 알려진 마을로
부탁의 글을 전하였다고 밝히면서 합창을 행하는 동안 오르간 연주를 행해달라는 부탁을 하였다.
이에 나는 도움에 대한 요청을 받은 만큼, 기꺼이 부탁을 받아들이겠음을 밝혔다. 그리고 그를 따라 합창단의 곁으로 나아가서 그들의 모습을 하나씩 바라보았다. 모두 외지에서 왔으며
날개가 달려있는 나의 모습을 흥미롭게 바라보고 있는 듯하였다. 이들 중 몇이 건네는 나에 대한 간단한 물음의 답을 해 준 다음에 곧바로 악보가 앞에 놓여진 오르간의 앞에 앉아 연습을 하기
시작하였다. 끊임없이 연습을 행하면서 앞에 위치한 악보에 수록된 음악의 곡조를 잘 기억하려 하였다. 일단 주어진 일인만큼, 최선을 다해 준비를 해서 적어도 문제를 일으키는 일은 없어야
하기에. 그러다가 잠깐 쉬는 시간을 가질 무렵이 될 때가 되면 합창단을 이루는 소녀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였는데, 그를 통해 합창단은 본래 마을에 사는 이들이 모여서 결성되었으며
평소에도 자주 모여 노래를 하는 시간을 가진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그와 더불어 합창단과 잠시나마 친해질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였으며, 그 때문인지 시간이 지날수록 연습이 더욱 잘
되어갔다.
그렇게 한 동안 연습을 하다가 저녁 무렵이 되자 클라라가 휴식 시간을 가지자는 제안을 하였고 그에 따라 자리에서 일어난 다음에 잠시 예배당을 떠나 성당 곳곳을 돌아다녀 보았다.
그리고 마침내 날이 어두워지는 때가 되자 클라라가 다시 나의 곁을 찾아왔다. 그리고 준비가 되었으니 어서 나가달라는 부탁의 말을 전하였다. 이에 나는 알겠다는 대답을 하고서 다시
성당의 예배당으로 돌아가서 그 곳에 위치한 오르간의 바로 앞에 다시 앉았다. 그리고 차분히 마음의 준비를 하면서 실제 연주를 하는 때를 기다렸다. 그러다가 하나둘씩 사람들이 찾아오기
시작했다. 다른 마을에서도 사람들이 찾아오는지 예배당의 모든 의자에 사람들이 앉게 되었다.
잠시 후, 지휘봉을 들고 있는 수녀 클라라와 합창단이 교회 측문에서부터 들어왔다. 그들이 들어오는 모습을 보자마자 나는 일단 클라라의 모습을 지켜보았다가 그가 지휘봉을 올리는
모습을 보이자마자 곧바로 오르간을 바라보며 연주를 행하기 시작하였다. 그와 함께 소녀들이 합창을 하기 시작하였는데, 그 목소리가 무척 아름다웠다. 연습할 때보다 더욱 훌륭한 정도였다.
하지만 그에 대한 감탄을 할 마음의 여유는 없었다. 연습한 대로 연주가 잘 이루어지기를 바라면서 마음의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다가 연주가 끝나고, 성당의 행사도 잠시 후에 마무리되었다. 다행스럽게도 합창과 나의 연주에 대해 많은 이들이 좋아하는 모습을 보였는지 박수 소리는 상당히 컸으며 잠시 예배당의
의자에 앉은 이들의 모습, 그리고 지휘자인 수녀 클라라의 모습도 무척 밝아 보였다. 행사가 끝나고 합창단이 클라라와 작별을 하고 성당을 나설 무렵이 되자 클라라가 오르간에서 일어난 나의
곁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나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한 다음에 선물로서 카드를 전해 주었다.
속지에 환하게 미소를 짓는 천사의 그림이 그려져 있었으며 그 곁에 축복의 말이 적혀있는 카드였다. 그 카드의 그림을 보면서 무척 좋아하다가 클라라에게 누가 그렸는지를 물었다. 이에
클라라는 자신이 그렸음을 밝히고서 미소를 짓는 모습을 보였다. 이에 나는 밝게 웃으며 말로써 고마움의 감정을 밝힌 다음에 작별 인사를 하고 성당을 나섰다. 기쁨의 감정을 마음 속에 품고 있는
채로 마을로 들어왔을 때 지나갔던 서쪽 입구를 통해 어둠을 맞이한 마을 밖을 나섰다. 그리고 날개를 펴고 높은 곳으로 날아올라 짙은 푸른색을 띠고 있는 밤하늘 한 가운데를 나아가려 하면서
내가 살고 있는 마을이 위치한 산을 향해 나아갔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다른 마을의 큰 일을 무사히 도와주었다. 이제 날이 밝고 축일이 찾아오면 아릴렌에게 그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아릴렌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을 듯하여
무척 기분이 좋다.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 기대가 된다.
The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