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 동쪽 먼 곳으로 놀러 나갔다.
훌륭한 산의 경치를 볼 수 있다는 이야기를 접하기도 했지만, 평소와는 다르게 어딘가라도 좋으니 먼 곳으로 가 보고 싶다는 소망을 가지기도 하였기에 마을에서 멀리, 정말로 멀리
떨어져 있는 곳까지 가려 하였기 때문이기도 하였다. 그래서인지 생각 의외로 멀리 있었기에 날개를 펴고 날아가면서도 목적지에 이르기까지 많은 시간을 들여야 했다.
그렇게 해서 이른 곳, 하지만 그 곳은 어딘가에서 들은 소문과는 다르게 훌륭한 산의 경치를 볼 수 있는 곳은 아니었다. 한 구역에 내가 살고 있는 마을과 비슷한 모습의 마을이 있었다.
그 곳에 살아가는 이들은 나를 비롯한 내가 살고 있는 이들과 같은 존재였으며, 마을에 살고 있는 아이들이 활기차게 뛰어노는 모습을 보인다는 점에 있어서도 내가 살고 있는 곳에서와 같았다.
그 모습을 보며 나는 잘못된 이야기를 접한 것은 아닌가하는 생각을 하였다. 그러면서 혼자서 조용히 말하였다.
"이야기대로 훌륭한 경치를 볼 수 있는 곳은 아니잖아."
그러면서 발걸음을 옮겨 거리의 모습을 하나씩 구경하려 하였다. 특별할만한 것은 없는 작고 고요한 마을이었다. 그 마을의 모습을 보며 길을 나아가는 동안, 나는 내가 살고 있는 곳을
떠올리며 그 심상과 이 곳의 모습을 비교하려 하였다. 그러다가 마을의 동쪽 끝에 이를 무렵, 나를 향해 누군가가 다가왔다. 민소매의 하얀 상의와 하얀색의 짧은 치마 차림을 하고 있으며 길고
푸른 머리카락을 가진 소녀가 나와 마주치더니 물음을 건네었다.
"당신께서는 본래 이 마을에 살고 계신 분은 아닌가봐요, 처음 보는 모습이네요."
이에 나는 그렇다고 답하고서 무슨 일이냐고 물었다. 그러자 소녀는 곧바로 나에게 혹시 마을 동쪽 인근에 위치한 도시의 폐허로 가려는 것은 아닌가에 대한 물음을 건네었다. 그 곳에
대해 잘 모르는 나는 그 곳에 무엇이 있는지를 물었고, 그 물음에 소녀는 그 곳으로 간다고 해서 특별히 위험한 일이 찾아오지는 않으니 가고 싶다면 가도 괜찮다는 말을 전하였다. 그 이후에
그 말과 상반되는 말로서, 밤이 되면 인간의 형상을 한 이상한 존재의 모습들이 다수 나타나므로 주의를 해야할 필요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를 하였다.
그 후, 나는 마을 근처에 훌륭한 산의 경치를 볼 수 있을만한 곳이 있는지를 물었지만 소녀는 그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는 답을 하고서 어디서 그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는가에
관한 물음을 건네었다. 그리고 그 답으로써 그 이유가 무엇인지를 밝히자 소녀는 아주 오래 전의 이야기인 듯 하다는 말을 전하고서 지금의 사정과는 거리가 먼 만큼, 그에 대한 기대를 하는 것은
좋지 않다는 말을 전하였다.
그렇게 이야기를 마치고서 그는 "좋은 여행 되세요." 라는 말을 건네며 자신이 갈 곳을 향해 떠나갔다. 그 이후, 나는 곧바로 마을 동쪽으로 나아가 보기로 결심을 하고서 그 너머를 향해
발걸음을 옮기었다. 그리고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났을 무렵이 되자 마을에서 본 바와 다른 느낌을 주는 곳의 바로 앞에 이를 수 있었다.
우선 눈앞으로 가장 먼저 모습을 드러낸 건물로서 여느 집보다는 큰 건물을 향해 다가갔다. 두 부분으로 나누어진 건물 사이로 철로가 놓여져 있었으며, 이는 내 앞에 있는 건물이 무엇을
위해 있는 곳이었는지를 알리는 역할을 행하였다. 하지만 철길 위로는 수많은 풀들이 자라고 있었으며 외측 벽면 중 일부에도 갈색 풀의 모습이 나타나고 있는 모습은 이 곳이 더 이상 아무런
의미도 가지지 않음을 나타내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자마자 발걸음을 옮겨 건물로 들어선 후에 아무도 없는 채 황폐해진 건물 내부를 두 차례 지나가고 마침내 반대편에 위치한 건물의 일부, 그 반대편의 입구를 통해 다시
밖으로 나아가면서 오래되어 이제 과거의 흔적이라는 의미 이외의 존재 의미가 없어진 건물을 빠져나와 거리 앞에 이르렀다.
눈앞으로 거리가 펼쳐져 있고 그 주변으로 태고 시대에 지어진 듯한 여러 네모닌 건물들이 늘어서 있었다. 곳곳에 위치한 표지판을 통해 본래는 상점들의 거리였음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상점들의 거리에 위치한 건물 중 다수는 아무도 없는 빈 건물이거나 건물을 봉쇄하는 철문까지 닫혀져 있는 건물이었고, 심지어 겉만 그럴 듯 할 뿐, 안으로 들어가면 유적의 내부로 들어가는
듯한 '건물의 망령' 도 있었기에 그 명칭은 큰 의미를 가지지 않았다.
쓸쓸함이 느껴지는 옛 거리를 지난 후에는 그 왼편에 위치한 곳을 향해 나아갔다. 오른편에는 산이 있었으며, 그 곳은 도시를 둘러보는 내가 갈 곳은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먼 앞에 보이는 가로 방향으로 넓고 세로 방향으로 좁은 탑들의 모습과 황폐해진 집들의 모습을 바라보며 길을 나아다가 마침내 길 사이에 있는 절벽을 가로지르는 다리를 건너면서
비로소 이들 근처에 이를 수 있었다.
검게 칠해진 길의 흔적이 나타나는 길목을 사이에 두고 왼편에는 가로 방향으로 넓고 세로 방향으로 좁은 형상의 탑이 일부만 남은 하얀 울타리 너머에 나란히 세워져 있었으며,
오른편에는 사람들이 살았던 곳으로 여기어지는 페허의 무리가 무너진 외벽 사이로 나타나고 있었다. 모두 태고 시대에 지어진 듯한 건물들이었다.
과거에 있었던 문명의 흔적과도 같은 그 곳의 모습을 보고 있다가 나란히 서 있는 탑 근처에 있는 언덕에 앉아서 서쪽 하늘의 비교적 높은 곳에서 환하게 빛을 발하는 태양이 머무르는
푸른 하늘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황폐해진 과거의 흔적 위로 펼쳐진 푸르게 칠해진 넓은 공간의 모습은 좋은 느낌을 주고 있었으며 여기에 곳곳에 떠 있는 크고 작은 하얀 솜들은 그 공간의 모습에
파랑과 하양의 조화에 의한 아름다움을 전해주고 있었다.
"과거가 남긴 폐허라고 하지만 그래도 그 위에 펼쳐진 하늘은 언제나 아름답네."
하늘을 보며 그렇게 혼잣말을 한 후, 말 없이 구름을 머무르게 하는 하늘의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며 언덕에 앉아있다가 나중에는 그 자리에 누웠다. 그리고 누워있는 채로 계속 하늘의
모습을 바라보려 하다가 나도 모르게 잠이 들었다.
그러다가 태양이 서쪽 하늘 낮은 곳에 위치할 무렵에 다시 깨어났다. 하늘 서쪽이 이전에 비해 더욱 밝아진 모습을 보자마자 자리에서 일어난 나는 조금 있으면 저녁이 되니 어서 집으로
돌아가야 하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곧바로 다른 곳을 향해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하였다. 돌아가는 도중에 절벽을 잇는 다리 한 가운데에 머무르고 있으면서 그 아래를 바라보았다. 자갈밭 사이를
흐르는 개울의 일부가 얼어서 하얀 장막과도 같은 느낌을 주고 있었으며 사이로 맑은 물결을 드러내는 물이 흐르고 있어 깨끗한 느낌을 전해주고 있었다.
그 아래로 내려가 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으나 일단은 하루가 끝나기 전에 집으로 돌아가는 일이 우선이었으므로 계속 발걸음을 옮기었다. 태고 시대의 흔적이 남아있는 곳으로서 좋은
경치를 바라보기에 좋은 곳은 아니었고, 폐허인 탓에 쓸쓸하기도 했지만 홀로 편안히 지내기에는 좋은 곳인 듯 했다. 나중에 홀로 있고 싶다면 찾아서 들러보기로 마음을 먹은 다음에 발걸음을
옮겨 그 거리로 들어서기 위해 들렀던 건물로 돌아가려 하였다.
그리하여 날이 상당히 어두워질 무렵이 되자 건물의 입구로 들어설 수 있었다. 그런데 건물 주변의 광경은 이전과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그 무엇도 보이지 않아야 할 철로 위에는
기차 한 대가 서 있었으며 그 곳에서부터 상의와 바지, 그리고 외투로 이루어진 옷차림을 한 사람들이 말 없이 어두운 표정을 지으며 건물을 통해 거리로 들어서고 있었다. 그 광경을 멍하니
바라보며 설마하는 생각을 하다가 곧 발걸음을 옮겨 그들과는 전혀 다른 옷차림과 외양을 가진 나를 전혀 의식하지 않는 듯한 사람들을 지나면서 기차 근처에 이르렀다. 그리고서 사람들이 나오는
기차의 모습을 가만히 보았다.
"설마 했는데, 역시......."
그 모습을 보며 혼자서 말하였다. 과연 내 눈 앞으로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기차는 희미하게 빛을 발하고 있었다. 오래 전에 책에서 본 '저승을 떠도는 빛나는 물체' 처럼.
The End